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북튜브(Booktube)는 ‘책’과 ‘유튜브’의 합성어로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뜻한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북튜버’라고 한다. 현재 가장 유명한 북튜브는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의 운영자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인 김겨울 씨다. 사람들은 이제 ‘싱어송라이터 겸 북튜버 김겨울’보다는 ‘작가 겸 북튜버 김겨울’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

 

작년에 나온 김겨울 작가의 첫 번째 책 《독서의 기쁨》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이 좀 늦은 감은 있다. 나는 다른 독자들에 비해 신간도서에 대한 반응이 둔한 편이다. 어떤 독자들은 신간 도서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 책에 관심 있다는 식으로 블로그에 소개한다. 그런데 새 책에 관심이 있다면서 정작 그 책에 관심 쏟은 것에 대한 기록(서평, 리뷰)을 남기는 독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들은 새 책이 나오는 데만 너무 관심을 보여서 책 읽을 시간이라든가 리뷰를 쓸 시간이 없던 것일까? 새 책을 소개하는 일에 몰두한 독자들의 글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이 글도 장점이 있다. 신작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블로거는 신작에 관심 가질 시간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책 소개’만 가지고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만한 건지 판별하기 어렵다. 어떤 블로거는 온라인 서점이나 출판사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신간도서를 소개한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책을 직접 살펴보면서 소개한 거 맞아요? 그렇게 책을 편하게 소개하니까 좋으세요?” 최소한 완독은 아니더라도 책을 직접 만져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고 난 뒤에 독자들에게 권하고 것이야말로 책을 올바르게 소개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신간 도서 소개를 열심히 하는 블로거를 부지런하고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책을 직접 보지도 않고, 출판사가 만든 책 홍보 문구를 베껴서 쓰는 것은 근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람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게으른 것이다. 그들이 정말 새 책에 관심이 많다면 당장 서점에 가서 직접 살펴보거나 책을 주문해서 훑어보는 일 정도는 해야 한다. 발품 드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신간 도서를 무조건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 아마도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뿌듯해할 것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은 정말 책에 관심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책을 매개로 해서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일까?

 

김겨울 씨의 책을 소개해야 하는데, 갑자기 신간 도서를 소개하는 블로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앞서 말했던 것은 《독서의 기쁨》 리뷰와 전혀 무관한 입장이 아니다. 홍보, 칭찬 일색의 책 소개를 하는 블로거들이 많아지면 겨울책방과 같은 북튜브가 더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겨울책방에 향한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가 겨울책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녀의 방송이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겨울책방 구독자들도 그렇게 느꼈을 거로 생각한다. 그녀의 방송을 보면 자신이 직접 구입한 책이라든가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을 만져보고, 훑어보면서 책을 소개한다. 김겨울 씨는 ‘책에 대한 애정’, ‘책을 읽는 노력’, ‘신뢰감’, 이 삼박자가 고루 갖춘 매력을 지닌 북튜버다. 이러한 매력은 그녀의 방송을 본 구독자와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초보 독자들의 지지를 얻게 만드는 비결이다.

 

《독서의 기쁨》을 읽으면 책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책의 1부의 첫 번째 주제인 ‘물성(物性)은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종이책의 물리적 속성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나는 한 번 읽고 만 책들을 다시 만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만약 나와 같은 독자가 있다면, 과거에 만난 책을 살살 어루만지다가 어느덧 그 책을 펼쳐서 읽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독서의 기쁨》의 부제가 ‘책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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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7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7-17 17:25   좋아요 1 | URL
시청자들은 언박싱을 보면서 일종의 간접 경험을 하게 됩니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에 설레는 마음이 들거든거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 하고요.. ㅎㅎㅎ 언박싱을 보는 건 재미있긴 한데 이제는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렸죠... ^^;;

블랙겟타 2019-07-1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이 몇년 전에 올리신 북튜버를 소개한 페이퍼를 보고 ‘겨울서점‘이라는 채널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cyrus님 덕분에 알게된.. ㅋㅋㅋ

그후로 구독도 하고 꾸준히 보다가 작년에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책을 샀는데 1부의 주제가 물성이었나요? 웬걸? 저는 이 책을 E북으로 사버렸...;;;; (안 읽은거 티 나네요.ㅜㅜ)
다시 cyrus님 글을 통해 겨울님의 책을 만나니 반갑네요.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하하하..

cyrus 2019-07-17 17:26   좋아요 1 | URL
책의 1부 제목이 ‘물성과 정신성’입니다. <독서의 기쁨>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 독서 슬럼프가 올 때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레삭매냐 2019-07-17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아마 북플과 인스타의 차이가
아닐까 싶네요.

인스타로는 이 책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구분이 가지 않더라구요.

읽지 않은 책을 리뷰할 수는 없을 테
니까요. 그래서 저는 디테일을 중요
하게 생각합니다. 최소한 세 가지 정
도의 디테일은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마 패스할 것 같네요 :>

cyrus 2019-07-17 17: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디테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이 미흡한 (작가나 역자의) 주석을 발견하게 되면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런 것도 리뷰에 써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

stella.K 2019-07-1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겨울이 싱어송라이터였구나.
이 사람은 다른 거 안하고 책 읽고 방송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부럽더군.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본인도 쉽지는 않지만.
너도 북트뷰하면 좋을 것 같은데. 콘텐츠가 확실하잖아.ㅎ

cyrus 2019-07-17 17:36   좋아요 0 | URL
대학생 시절에 자비로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대요. 방송에 나오는 김겨울 씨의 모습을 보면 책을 사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을 막 사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책을 살 것 같아요.

제가 말을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방송 체질이 아니에요.. ㅎㅎㅎ 저는 글 쓰는 일에 만족하려고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9-07-1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러스 님도 북튜버 함 도전해 보세요 ~

cyrus 2019-07-17 17:38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보다는 글 쓰는 게 편해요. 독서모임에 참석하면서 느낀 건데 글 쓰는 일에 익숙해서 그런지 내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말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내가 생각한 것을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게 편해요. ^^

blanca 2019-07-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겨울 유튜브 꼭 챙겨봐요. 사실 이런 유튜버들이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좀 복잡스러운 책장도 그냥 자연스럽게 공개하는 모습도 좋아요. 외국에는 자기가 읽은 책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유튜버들이 많더라고요.

cyrus 2019-07-18 11:36   좋아요 0 | URL
북튜버하고 하면 기본적으로 자신이 읽을 책을 소개하는 일인데, 우리나라 북튜버 중 일부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해요. 물론 출판사가 홍보 목적으로 북튜버에게 무료로 책을 제공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북튜버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문제가 되죠.

transient-guest 2019-07-1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소리부터 차분하고 뭔가 팔려는 듯 시끌법적하지 않아서 듣기 좋더라구요 예전에 이분 어학연수 다녀간 곳이 UC Davis로 추정되는데 제가 아는 곳이고 같은 UC출신이어서 그런지 괜히 반갑더라구요 ㅎ

cyrus 2019-07-18 11:38   좋아요 0 | URL
네, 겨울 씨의 목소리가 좋아요. 그 분의 독서 취향이 저랑 거의 비슷해서 그런지 방송이 친숙하게 느껴져요. ^^

여름숲 2019-07-1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겨울서점 즐겨들어요. 다방면에 걸친 좀 무거운 책 리뷰라서 좋은데 특히 철학책을 다루어주어서 더욱 좋아요.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는 점도 그렇고...무튼 묵직한 책들 리뷰라서 더 좋다는^^

cyrus 2019-07-18 11:40   좋아요 0 | URL
겨울서점을 구독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겨울 씨의 독서 취향 때문이에요. 저랑 비슷하거든요. ^^

페크pek0501 2019-07-21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체로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리뷰를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1) 내가 좋아하는 책일 것.
2) 내용과 관련하여 내가 할 말이 많을 책일 것.


cyrus 2019-07-22 07:2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두 가지 조건에 적합한 책의 리뷰를 쓰면 술술 써나갈 수 있어요. 1번 조건에 부합되지 않은 책의 리뷰를 쓰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