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2》는 내가 여태 본 영화들중 가장 색이 아름다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 식재료와 그것들로 만들어진 음식의 색도 그러했지만, 있는 그대로 자연의 색은 감탄하기에 충분했다. 1편에서는 여름과 가을, 2편에서는 겨울과 봄을 다루었는데, 겨울의 하얀 색도 장관이지만 봄의 초록함과 하늘을 가득 채운 벚꽃의 색은 영화를 보고나서도 오래 남았다. 


1편의 중간까지 봤을 때랑은 다르게 2편까지 완결된 걸 보고나니, 이야기가 점점 깊어지는 게 느껴졌다. 약간의 스포일러를 터뜨리자면, '왜 너의 사연을 말해주지 않아?' 라고 발끈하는 마음이 되었다가 약간 시간이 흐른 뒤 '아, 너의 사연을 내가 다 알 필요는 없는거지' 하는 마음이 되었다.


사람일은 정말이지 1분후도 알수없다고 내가 어제 페이퍼에도 썼는데, 어쩌면 시골에서 지내는 것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나는 도시를 좋아하고 도시를 동경하고 다른 곳을 간다해도 도시를 택하는 사람이지만, 계절의 흐름에 따라 다음 계절에 먹을 양식을 준비하고, 그 양식들을 모두 제 손으로 씨를 뿌리고 거둬들이는 걸 보노라니, 이것이야말로 사실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아니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닌가 싶은거다. 눈 길을 걷고 눈을 치우고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햇볕을 쪼이면서 땅을 놀리지 않고 부지런히 다음 식물을 심어 재배한다. 이것 다음엔 어느 것이 좋을까, 이것 다음엔 이것을 심을까? 감을 가지째 잘라서 곶감을 만들고 감자를 잘 말려서 종이 박스에 넣어두고, 고사리에 소금을 충분하게 뿌려 염장을 해두는 것들이, 그녀가 그녀 자신의 삶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1편을 보면서 그 정갈한 요리 솜씨에 반했다면 2편에서는 순수하게 음식들에 계속 반했다. 엄마가 만들어줬던 예쁜 케익이 처음에 나오니, 하아, 나는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만다. 색을 바꿔 주인공도 만든다. 게다가 생크림이 듬뿍듬뿍하다.




어제 다투었던 친구가 오늘은 집앞에서 여자를 기다린다. 어제는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하며 카레를 가져왔다고 같이 먹자고 한다. '응'하며 여자는 금세 밥을 해낸다. 저 차파티도 여자가 만든 것. 아, 저 찐득한 카레라니. 나 오늘 점심에 카레 먹을까?




무엇보다 고구마를 스토브에 구워 뜨거운 걸 호호 불며 한 입 깨물때는 크,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고구마를 구워주는 게 답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감자를 두 개 삶아서 그릇에 담아 먹을 때도 정갈했다.




혼자서 정갈하게 밥상을 차려두고 '잘먹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자기가 만든 음식들을 먹는 장면들은, 이 영화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들이다. 게다가 여자는,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시골을 떠나 잠시 도시로 가있었을 때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던 동료가 끼니를 빵 하나로 떼우는 걸 보게되는데, 그 비쩍 마른 몸하며,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도톰한 계란말이를 하고 꽉꽉 눌러 빚은 주먹밥에 된장을 발라 구워 정성스런 도시락을 만든다. 빵 하나보다 꾹꾹 눌러 만든 밥이, 통통한 계란말이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안다. 아, 잘먹는 걸 좋아하고 잘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내게는 무척이나 좋아보인다.









팥을 재배해서 설탕을 넣어 끓여내고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게 먹고싶어진다'고 하는데는, 아아, 삶을 아는 여자로구나 싶었다. 그렇게 그녀가 팥을 넣어 만든 여러가지 음식들 중에, 특히나, 뭔가 밀가루 안에 팥을 잔뜩 집어넣고 기름에 튀겨내는 게 있었는데, 여자가 그걸 건져내서 뜨거운 걸, 바삭한 걸 먹는데, 와, 진짜, 저거 팔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사먹겠습니다!!! 이번 편에는 먹고싶은 게 너무 많이 나오더라 ㅠㅠ 이거슨 [삼시세끼]의 정갈한, 고급진 버젼쯤 되는 영화다. 


극장을 나와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어쩐지 덩달아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내가 요리를 하게 된다면, 영화속 여자처럼 차분하고 정갈하게, 깔끔하고 맛있게, 그리고 양도 적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건 그냥 영화본 직후의 느낌일 뿐이겠지... 나는 또 맛없고 허둥대고 지저분하게 부엌을 초토화시키는, 양이 너무 많아 주체할 수 없는, 그런 요리를 하겠지. 나는 그냥 사먹는 걸로...




요즘 나는 평냉 맛을 아는 몸이 되어 있어서(응?) 평냉집을 다니며 늘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맛을... 우래옥으로 시작해서 장충동평양면옥을 갔다가, 을밀대를 갔더랬다.




우래옥-장충동평양면옥-을밀대를 다녀오고나니 으음, 처음 먹었던 우래옥이 가장 맛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제 막 평냉에 발을 떼려는 친구를 데리고 우래옥으로 갔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간 셈이었고, 친구는 거기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 친구 을밀대로 시작했지, 참. 저 을밀대 친구랑 같이 갔구나..



그런데 다시 돌아간 우래옥은 육수가 좀 짜게 느껴지더라. 아아, 나는 어느새 슴슴함에 길들여져버렸구나. 우래옥이 짜게 느껴지다니!


그후에 찾은 곳은 강남의 봉피양이었다. 봉피양의 육수도 짜게 느껴졌다. 아, 나는 좀 짜지만, 이것이 초보자들에게는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장충동평양면옥으로 평냉을 처음 맛보며 다데기를 넣고도 남겼던 친구는, 봉피양의 냉면을 먹으면서는 '좋다'고 했다. 이게 좋아서 다시 장충동평양면옥을 먹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엔 다데기 없이.





어제는 조퇴를 하고 혼자 을지면옥엘 갔다. 아, 어찌나 설레이던지. 을지면옥은 위에 고추가루를 뿌려주더라.



아, 투명해. 우래옥이나 봉피양에 비해 육수도 짜지 않았다. 면발은 가벼운 느낌. 총평을 내리자면, 먹으면서 '아, 면발이 맛있구나' 라는 느낌을 준 건 장충동평양면옥이었고, 오오 이 국물맛은 뭐지? 하며 황홀했던 건 봉피양이었다. 장충동평양면옥의 면발은 씹을수록 고소함이 입에 가득 퍼졌고, 봉피양의 육수는 참 절묘하게도 동치미와 고기육수 맛이 입안에 고루 퍼졌다. 


암튼 전체적으로 평양냉면은 마시썽...


어제 을지면옥에 가서는, 그간 하고자 마음먹었으나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혼자 소주 시켜 마시기'를 실행했다. 앗싸~ 냉면 한그릇 시켜두고 제육을 시켰다. 그리고 주문한 소주. 소주를 마시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지만 들어가서 멈칫했던 건, 식당안에 자리잡은 할아버지들 때문이었다. 혼자 밥을 먹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거니 괜찮고 그러므로 혼자 술도 마실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들이 있는 곳이라 좀 저어됐다. 내가 내 돈으로 내가 마실 술을 주문하는 건 아무것도 잘못될 게 없지만, 할아버지들이 와서는 '어디서 여자가 술이냐' 같은 거 할까봐 좀 두렵더라. 그런 일이 발생하면 피곤해지니까... 일전에 회사에 근무하던 임원 한 분이, 술집에서 옆테이블 여자가 담배를 피길래 가서 혼내줬다고 자랑스레 말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병신. 그렇지만 에헤라, 될대로 돼라~ 소주를 주문했다! 우헤헤헤헤.



아름다운 차림 아닌가. 소주 안주로 제육을 주문한건데, 소주를 마시고 평냉 육수를 마시는 게 참 좋더라. 크- 황홀한 조합이었는데, 이건 소주와 평냉이 궁합이 잘 맞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내가 소주를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다. ㅋㅋㅋㅋㅋ


이렇게하고나니 용기가 생겨, 이제 스테이크랑 와인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파게티에 와인을 해본 적은 있지만 아직 스테이크에 와인을 혼자 주문해본 적이 없어, 내가 잔뜩 벼르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의 여주인공처럼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내가 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먹을 음식 아무데나 들어가서 막 사먹기! 할 수 있다.



아, [리틀 포레스트]에서 가장 신기했던 한가지!

여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친구들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같이 간식을 먹지만, 술은 안마셔!!!! 어째서 저렇지? 신기하다.. 여자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친구들이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친구들도 술을 안마셔!! 내 친구들이 다 술을 마시는 친구들이듯, 술을 안마시는 사람에겐 친구들도 다 술을 안마시기 때문일까. 저렇게 풍경좋고 좋은 음식들을 차려내는데, 그것을 술과 함께 하지 않을 수 있다니..... 완전 신기해....



일전에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서 '마이애미'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정갈한 요리와 황홀한 색감으로 나를 반하게 했지만, 음식을 놓고 본다면, 내 취향은 그러나, [아메리칸 셰프]쪽인 것 같다. 건강한걸로 치면 [리틀 포레스트]지만, 육덕으로 치면 [아메리칸 셰프]...육덕육덕...고칼로리.....아이 러브 잇.


암튼 1분에 허벅지 2센치 줄어든다는 운동을 오늘부터 할 계획을 갖고 있다. 킁.



그건그렇고, 저 육덕을 보다가 갑자기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생각이 나 잠깐 인용해보겠다.



자녀는 단순히 부모가 하는 말을 통해 배우지 않는다. 자녀는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배운다. 부모가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이나 다른 여성이 지닌 가치를 폄하한다면 건강한 자기애의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중요한 건 건강이라고 말하면서 딸들이 날씬해지기를 바라며 집착하는 아빠, 심지어 다른 여자와 비교하며 아내에게도 살을 빼라고 종용하는 아빠는 실질적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싫어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딸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체중이 자신의 가치를 매길 것이며, 결정적으로 사랑받을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거라는 메세지를 받는다. 

『식욕』이라는 흥미로운 회고록에서 지닌 로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날씬해진다는 것은 살로 상징화된 내면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해줄 마법으로 여겨졌다. 비만에서 벗어나면 상처의 핵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스는 사랑을 향한 여성의 탐구와 날씬해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착 사이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침내 모퉁이를 돌아 평생 쥘 수 없었던 사랑과 존중, 인정을 얻게 되리라는 환상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어릴 적 소망의 성인 버전이다. 언젠가는 사랑을 얻게 되리라 믿었던 어린 시절, 우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환상을 꾸며내며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모습을 바꿔 다른 사람이 되기만 하면, 저 모퉁이를 돌기만 하면 그 사랑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는 그 모퉁이를 돌겠다고 평생 동안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여성의 자기애는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p.144-145)


















저 구절을 읽고서는, 우리 아빠가 내게 뚱뚱하다고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내가 운동을 하면 '너 무리하면 쓰러져' 라면서 밥을 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밥을 굶는다거나 소식을 하면, 너 그러다 큰일나, 먹어야 살어, 하면서 밥을 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는 한번도 내게 '뚱뚱하니까 그만 좀 먹어라' 라고 한 적이 없다. '네 잘난 맛에 살어' 라는 말을 많이 하셨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육덕진 몸임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모습을 가진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뚱뚱해도 더 먹으라고 하는 아빠... 난 아빠가 나를 굶기지 않으려는 게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었다. 왜 다이어트를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먹는게 이렇게 좋고, 이렇게 맛있게 먹는데, 왜 그런걸 참아가며 다이어트를 해야할까? 왜 스스로를 스트레스 속으로 밀고 들어가는걸까? 이렇게 먹는걸 즐기면 육덕진 몸이 되는 게 당연하잖아? 


사람들이 죄다 적당히 뚱뚱한 채로 살면 안되는걸까? '적당히' 랑 '뚱뚱'은 어울리지 못할 단어의 조합인가? 다이어트 하는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닌 것 같아.... 다이어트 하는 삶은 즐겁지 않아....


곳곳의 고칼로리 음식을 맛보며 다니던 사십년 남짓, 여자는 육덕진 맛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세상의 모든 고깃집이었다.


다음주 월요일엔 평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과 평냉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평냉 맛을 아는 몸이 되어버린 나는, 평냉을 전파하고 다니고 있다. 오, 평냉. 미숙아...날 왜 이렇게 만들었어?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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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뛰자, 뛰는 거야, 뛰는 게 답이야!
    from 마지막 키스 2016-02-17 17:58 
    안그래도 팔아놓고서 왜 팔았을까 다시 읽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책 중에 한 권인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이번호 시사인에서 만났다. 게다가 알라딘 굿즈 얘기까지 같이 나온다. 돈 없다고 책을 읽는 족족 팔아버리고 있는데, 책을 팔아치우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싶다. 어쨌든, 이렇게 시사인에서 만난 벨 훅스가 반가운데, 게다가 장일호 기자가 써놓은 글을 보노라니, 오오, 나도 이 책 읽으며 이런 생각 했던 것 같은데, 하게 되더라. 그래
 
 
보빠 2015-06-1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제목을 잘 정하시네요

다락방 2015-06-19 11:25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란곰 2015-06-1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ㅡ 이건 먼가, 맛 칼럼니스트다운 글이예요. 이 글이 너무 좋아요~ ;) 냉면은 아직 고깃집의 후식 냉면정도로 아는 저로서는 (어제 소한마리먹고 냉면 입가심) 평양냉면이 무척 기대가되네요~~

다락방 2015-06-20 17:15   좋아요 0 | URL
소한마리에 냉면 입가심이라니. 오! 정말 황홀하게 들립니다.
평양냉면에 한 번 맛을 들이게 되니 이제 고깃집 후식 냉면이 그렇게까지 당기진 않게 되더라고요. 이 슴슴한 맛에 중독되어 버렸달까요..

히히. 글이 좋다는 칭찬은 언제나 기분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란곰님!
:)

럭키언니 2015-06-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제부가 만들어준 카레가 생가나유~~재료를 갈아서 스테이크고기를 넣고 뭉근히 끊여준...그때그 여름 카레...아~~먹고싶고 보고싶네요

다락방 2015-06-20 17:16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일본제부가 만들어준 카레라니... 스테이크고기..뭉근...아아, 저도 먹어보고 싶네요. ㅠㅠ 저 사진처럼 진득한 카레를 저도 먹고 싶습니다. ㅠㅠ

nomadology 2015-06-1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다락방님은 선주후면을 아는 몸이 되어있었던 것이군요. 조퇴까지 하고 냉면을 먹으러가시다니 대단.

다락방 2015-06-20 17:16   좋아요 0 | URL
제가 생각해도 저는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ㅋㅋㅋㅋ 조퇴하고 소주마시기 신공! ㅋㅋㅋㅋㅋㅋㅋㅋ 회사 차리고 싶어졌어요. 제가 대표가 되어 점심때마다 자, 낮술을 하자! 하면서 전 직원과 함께 낮술을 할 수 있는 작은 회사의 대표 말입니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15-06-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에서 마을 아줌마(할머니들?) 모여서 구워먹던 게 뭐였죠? ...기억이 안나서요...

다락방 2015-06-20 17:17   좋아요 0 | URL
모여서 구워먹던 거? 그건 잘 생각이 안나고요, 밤을 조림해서 같이 먹던 건 생각나요. 서로 다른 요리법으로 졸여서는 마을에 유행했죠.

마태우스 2015-06-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면들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절로 군침이 도는군요. 다 가본 곳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돼서ㅠㅠ 근데 냉면에 소주는 제가 소싯적에 좀 했던 건데, 의외로 그게 궁합이 맞아요^^

다락방 2015-06-20 17:18   좋아요 0 | URL
네네, 소주 마시고 평양냉면 국물 마시니까 너무 맛있어요!! 고기보다 맛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걸 이미 알고 계셨던거군요, 마태우스님!! 꺅 >.<

2015-06-19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6-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침이 쭈욱 흐르네요. ㅋㅋ 저는 필동면옥 좋아하는데 가보셨어요? 저도 평양냉면 엄청 좋아해요. 저 영화 기억해 두고 꼭 챙겨봐야겠어요. 난 카레 만들어 놓았지용 ㅋㅋㅋ

다락방 2015-06-20 17:20   좋아요 0 | URL
카레 만들어 놓으셨다니 부럽습니다. ㅠㅠ

블랑카님, 저 영화 1편은 굿다운로드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1,250원!! 후훗. 한 번 보세요. 좋아하실겁니다. 정갈하고 담백한 영화에요. 헤헷. 2편은 극장에서 상영중인데 상영시간이 너무 없어서 ㅠㅠ 일단 1편만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필동면옥이라니, 거긴 또 어딥니까. 제가 검색해보고 가보도록 하죠. 움화화핫.

감은빛 2015-06-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집이나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마시는 건 나름의 맛이 있죠.
오히려 일행 없이 그렇게 혼자 먹는 술이 더 좋을 때가 있구요.
그런데 냉면집에서 혼자 술을 시켜본 적은 없었어요.
음 어쨌거나 소주를 보고나니 바로 술이 땡기네요.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저녁 늦게까지 회의가 있고,
월요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서,
회의 마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회의 마치고 어디선가 술을 마시고 있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다락방 2015-06-20 17:22   좋아요 0 | URL
회의 마치고 술을 드셨는지는 궁금하네요.
혼자 마시는 술을 저도 엄청 좋아하는데, 사실 바깥에서 소주를 혼자 마셔본 적은 없었어요. 와인을 마셔본 적은 있는데 말입니다. 약간의 용기가 제게 필요했습니다. 어쨌든 해냈고, 한번 해봤으니 또 할 수 있겠지요. 좋았어요. 무엇보다 저는 제가 만들어낸 분위기에 취한 것 같아요. 혼자서 맛있는 걸 시켜두고 소주까지 시킨 그 분위기 말입니다. 좋아서 헤죽헤죽 웃었네요.

저는 어제 소주며 맥주를 원없이 마시고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 라고 결심한 토요일입니다 ㅜㅜ

hellas 2015-06-1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배고파요;ㅂ;

다락방 2015-06-20 17:22   좋아요 0 | URL
식사는 하셨나요? ㅎㅎ
평양냉면 만세!!

비로그인 2015-06-19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얼른 평냉 맛을 아는 몸이 되어 세상의 모든 평냉집을 기쁘게 해주고 싶군요...♥.♥

다락방 2015-06-20 17:24   좋아요 1 | URL
오! 제가 어제였나, 이런 트윗을 작성했는데 말입니다.

평냉을 처음 맛본 뒤 한달남짓, 나는 평냉맛을 아는 몸이 되어있었다. 나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건 서울시내 평냉집 사장님들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6-20 0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냉면이 너무 부럽네요. 저도 평양냉면 좋아하는데 여기서는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냉면, 수육, 소주는 진리입니다.ㅎㅎㅎㅎ 제목에서 언뜻 어느 순간 표절과 돈맛을 알게된 여인네가 떠오르는건 제가 이상해서...-_-

다락방 2015-06-20 17:25   좋아요 0 | URL
냉면,수육,소주는 진리로군요! 오! 저는 진리를 행한 사람입니다! ㅎㅎㅎㅎㅎ

제목은 표절과 돈맛을 알게된 여인의 글을 표절한 게 맞습니다. ㅎㅎㅎ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transient-guest 님.

2015-06-20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0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무늘보 2015-06-27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맛이 평냉국물처럼 끝내주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리틀포레스트 2가 나왔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게다가 영화까지 나왔다는 건 더더욱. 정보 얻고 가네요~ 맛있는 거 즐겨먹고 재밌게 살자구요^^
아 참, 술 좋아하는 세계를 잠시 떠나고보니 주변에 어느덧 술 마시는 친구들이 없네요. 눈으로만 마시는 술이 슾포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5-06-29 11:37   좋아요 0 | URL
우앙, 글맛이 평냉국물 같다니. 감사한 표현입니다, 나무늘보님.
저 토요일에 영화 [심야식당] 봤는데 저는 [리틀 포레스트]가 훨씬 더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 쪽이 훨씬 좋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세계를 떠나셨다니, 아흑, 제가 다 아쉽네요. 그 좋은 술을...orz

dreamout 2015-07-0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을지면옥 보다는 필동면옥~!! ㅎㅎㅎ

다락방 2015-07-03 23:46   좋아요 0 | URL
저 아직 필동면옥 안가봤어요! 으흐흐 아직 가볼 데가 많네요. 히히
 















아놔. 사람일은 진짜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앞으로 1분후의 일도 모르는거지만, 나는, 내가 이 책을 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 책이 나왔다는 건 알았지만 그저 그렇군, 하고 넘어갔으며 앞으로도 뭔가 관심 밖의 책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에서 그러는데 이 책을 사면 엽서를 무려 100개나 준다는 게 아닌가! 백...백...백개? 오타가 아니라 백개가 맞단 말이야?????????? 그러더니 이내 이 엽서를 받은 알라딘 MD 의 실사가 올라온다. 우잉. 진짜구나!!


무릇, 엽서란 나에게 무엇인가.

나는 엽서를 정말 엽서의 용도로 쓴다. 그러니까 정말 거기에 손글씨를 쓰고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쏙- 넣는다는 말이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전시회를 가서 그림엽서를 사기도 하고 문구점에 가서 그립엽서를 사기도 하고 뭐 그러는거다. 쓸 수 있는 엽서라면, 호프집에서 비치해둔 엽서를 가져온 적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사면, 내가 직접 돈주고 사는 그런 엽서를, 백개!!! 나 준다는 거다. 고민할 여지가 없다. 바로 주문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 받았다.



그래도 나름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 일단 책을 보았다.



앗 그런데 책이 지저분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뭐지? 인쇄불량인가? -_-



그러나 앞으로 촤르륵 넘겨본 결과, 이것은 이 책의 컨셉이었다!!



뭐, 그렇군, 하고 저쪽으로 냉큼 치운 뒤에, 나는 엽서를 두근대는 마음으로 확인한다. 일단 봉투는 이렇다. 마치 까페에서 샌드위치를 포장하면 담아주는 봉투 같다. 이 안에 샌드위치 대신, 그러니까, 엽서가 들어있단 거지?



으으윽 떨려. 개봉했더니 진짜로 엽서 백개가 나온다!! 꺅 >.<



아..뭔가 앗싸~ 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다. 


당분간은 엽서를 새로 사지 않아도 되겠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



책은 언제볼지 모르겠지만, 일단 엽서는 빠른 시일내에 쓸 것 같다. 우하하하하. 



아, 이 엽서 백개는 선착순이라는데, 어제 다 소진됐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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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syong 2015-06-1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선착순이라니! 제 책은 오고있는데 당첨되었을까요???

다락방 2015-06-18 14:21   좋아요 0 | URL
나의 계정-주문조회 로 확인해보세요. 책 이외에 사은품 정보가 있다면 옵니다!!

스윗듀 2015-06-18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다행이다! 이 책을 안살 수 있는 핑계가 생겼어!!!

다락방 2015-06-18 15:29   좋아요 0 | URL
그게 또 그렇게 됐네요? 어쩐지 부러운건 왜죠? ㅋㅋㅋㅋㅋ

붉은돼지 2015-06-1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이런!! 이런!! 6월 18일 08:51에 신소형특화로 출발했다는데(무슨 말인지 여튼)
말씀하신 사은품 정보를 보니 알라딘부채, 2000점 추가마일리지 밖에 없어요..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엽서....
제가 엽서, 맥주컵 받침, 트펌프 카드 이런 것들도 뭐 열정적으로는 아니지만 오다가다 생기면 모으거든요
엉어어엉어어어어어엉어ㅓㅇ

그런데 엽서를 엽서의 용도로 쓰는 사람은 근자에 들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신기해요^^

다락방 2015-06-20 17:28   좋아요 0 | URL
저도 신소형특화가 뭔지 볼때마다 궁금해요. ㅋㅋㅋ 이게 뭔말이지? 하고 말이지요. ㅋㅋ
그래서 도착한 택배박스에 엽서는..없었겠네요.... 유감입니다.

저는 알라딘에서 준 냄비받침도 냄비받침으로 씁니다. 왜냐하면, 냄비받침이니까요. 후훗. 그러므로 엽서는 엽서의 용도로! 히히.

재는재로 2015-06-1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주문하려고 확인하니 엽서 이벤트가 끝났네요 ㅜㅜ 이것도 빠른 사람이 먼저 갖는거네요

다락방 2015-06-20 17:29   좋아요 0 | URL
네, 이것은 선착순이었어요. 놓칠까 우려되어 이 책 한 권만 잽싸게 주문했습니다. ㅜㅜ

穀雨(곡우) 2015-06-1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귀여우시네요.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말이지요. 엽서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데
왜 엽서에 자꾸 눈이 갈까요....ㅋ

다락방 2015-06-20 17: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제가 이동네에서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ㅋㅋㅋㅋㅋ

그런데 엽서 그림들이 죄다 ..음... 밝고 화사한 엽서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저는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엽서를 정말 엽서의 용도로 쓰기 때문이지요. 하핫;

밥먹듯이... 2015-06-18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 소진...ㅜㅜ...

다락방 2015-06-20 17:30   좋아요 0 | URL
ㅜㅜ

노란곰 2015-06-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성공했어요. 전 수집용도인데 받으면 저도 써보려구요 ㅎㅎ

다락방 2015-06-20 17:30   좋아요 0 | URL
네네, 손글씨를 짧게 쓰고 우표를 딱- 붙여서 우체통에 뿅- 하고 넣어보세요!

애쉬 2015-06-1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알라딘이니까 당연히 사은품을 더 많이 배정받아야 하는거 아닙니까!!! 설마 미스터리 잡지인데 알라딘과 예스가, 교보가 똑같이 받진 않았겠죠??? 거긴 리뷰도 하나 안붙었던데. ㅜㅜ 저 교보에서 샀음다. 엽서 땜에

다락방 2015-06-20 17:31   좋아요 0 | URL
교보에서 사서 엽서를 받으신거죠? 엽서를 겟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알라딘은 더 많이 배정받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알라딘인데!!!!!!!!!!!!!!!!!!! 꽥!!!!!!!!!!!!!!!!!!!!!!!!!!

hellas 2015-06-18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롱이라뉘요 ;ㅂ; 약오르겤ㅋㅋㅋㅋ

다락방 2015-06-20 17:3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메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약오르죠 약오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omadology 2015-06-1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트에서 꺼내고있는 중입니다.

다락방 2015-06-20 17:35   좋아요 0 | URL
아..출판사에서 저 싫어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매의욕 상실하게 만드는 페이퍼 ㅋㅋㅋㅋㅋ

푸른기침 2015-06-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를 사면 책을 주는군요. ㅎ

다락방 2015-06-20 17:35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엽서값을 지불했습니다. 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5-06-19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저런 옛날 영화 포스터로 만든 엽서를 사모았었는데,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네요.ㅎㅎ 그래도 아직 카사블랑카 포스터 엽서와 사진 몇 개는 남아있네요.ㅎ

다락방 2015-06-20 17:36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다른 영화의 포스터로 만든 엽서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좀 샤랄라한 분위기로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그렇게혜윰 2015-06-1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보다 엽서가 탐이 나는데 며칠전 펭귄클래식엽서를 샀더니 완전 고민만 했어요ㅠㅠ 지금도 고민중...ㅠㅠ

다락방 2015-06-20 17:37   좋아요 0 | URL
펭귄클래식엽서는..뭐죠 ㅠㅠ
아직도 하나요?
어쩐지 저 미스테리아 엽서보다 펭귄클래식 엽서가 더 제취향 일것 같은데요 ㅠㅠㅠ

감은빛 2015-06-1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 100개을 금방 다 쓸 것 같다니!
저는 그 말이 무척 놀랍습니다!

다락방 2015-06-20 17:37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엽서며 편지를 자주 우체통에 넣는, 그런 여자사람입니다. 후훗.
벌써 한 개 보냈습니다용 ㅋㅋㅋㅋㅋ
 

퇴근길에 지하철안에서 이런 부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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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6-18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복잡다단한 , 늘 그렇지만 그러면서 아들을 놓고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품는 모정의 세월을 보면 인간은 연구 대상감..

다락방 2015-06-20 17:38   좋아요 0 | URL
네. 한명한명이 또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날 일도 많지만요 ㅠㅠ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한번은, 

연애중인 남자가 정말이지 무척, 좋아서 '이렇게 좋을 수도 있나?'라고 생각을 하다가 정희진의 저 말이 딱, 떠올랐던 때가 있다. 아, 가만있자, 정희진이 그 책에서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라고. 그래서 나와 연애중인 상대에게, 정희진의 저 문장이 떠올라(라고는 하지만 실은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것) , 물었더랬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너의 매력 때문일까, 나의 사랑하는 능력 때문일까?


정말 그런 생각이 마침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는 아닐까? 내 안에 잠재된 감성과 사랑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그래서 이런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었다. '다른 연애에 있어서도 네 감정이 지금과 같았었냐'고. 그러니까 이정도의 감정이 발현됐었는지 되묻는 거였다. 그래서 생각해봤었는데, 그러자 쉽게 답이 나왔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그의 매력 때문이구나, 하고.


이런 결론을 내려놓고 무심히 지내다가 또다시 불쑥, 생각하게 됐다. 정말 상대의 매력이 전부인가?


그렇게 생각을 또 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상대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내 안의 사랑하는 능력과 합쳐져서 당시의 연애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는 것. 상대가 매력적이지만 내 안의 사랑의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내 안에 사랑의 능력은 발현되지만 상대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들이 생기겠지만, '어떤 사람'은 '나의 사랑하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상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안에 숨겨져있던 '사랑하는 능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거지. 그러니까 이것은 백프로 상대의 매력도, 백프로 나의 능력 때문도 아니고, 나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상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아..

졸 똑똑해...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가면 갈수록 공부를 못했지만(학사경고!!), 그래도 참..똑똑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혼자 생각하고 깨닫고 결론까지 다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늘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내는 강한 사람을 열망했는데,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아닌가! 멋지다. 똑똑해!!





가끔,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데에 큰 보람을 느낀다. 며칠전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의 트윗을 보고 또 가슴이 뻐근해졌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내가 말하고 싶어 말하고 또 내가 글로 쓰고 싶어 쓰지만, 어쩌면 이런 나의 결과물들이 누군가의 생각을 대신해주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 그렇게나 좋아지는 거다. 그래서 이걸 멈출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을 내가 좋아해서. 가끔 익숙하지 않은 닉네임으로 비밀댓글들이 작성 되기도 한다. 네 글을 읽는게 즐겁다, 꼬박꼬박 들러 보고있다, 하는 글들. 그러면 또 막 어깨에 힘이 뽝- 들어간다. 나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이 일이 누군가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에 대해서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이걸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내 기분에 의해 내 생각에 의해 작성한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어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글을 썼는데, 비밀댓글로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그 영화를 찾아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본인도 혼자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데 그 영화를 보며 힘이 됐다고. 좋은 영화 추천 고맙다는 그 말이, 또 그렇게나 어깨에 힘 들어가게 하더라.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알고 보게된 영화에 실망을 하기도 하겠지만, 만약 내가 쓰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했을, 그런 영화가 됐을 수도 있을테니. 



며칠전에는, 네 글을 읽는게 내 휴식의 한 방법이다, 라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어디에서 어느부분의 쓸모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이걸 멈출 수가 없다. 히히.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이응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나만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라고 생각했다. 신경숙의 표절이야 내게는 그다지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그건 내가 신경숙을 신뢰하는 작가의 군단에 넣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이십대에 신경숙과 함께 보냈다던 나의 지인중 1人은 이 일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그가 느낀건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만약 나도 내가 신뢰하는 작가의 표절 소식을 들었다면 대단히 좌절했을 것이다. 이깟 책, 읽어서 무얼해, 하는 생각도 하게 됐을 것이다. 허무함과 허탈함이 나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무슨 베스트셀러의 작가도 아니고, 또, 내가 쓰는 글이 뭐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 그저 일상의 작고 사소한 기록일 뿐이지만, 표절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나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고 스스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누군가의 글을 내 글인척 가져온다는 것을 나의 의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내가 나를 믿지만, 혹여라도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읽었던 글을 내 창작인줄 알고 쓰게될까봐, 그건 좀 두렵다. 그게 좀 두렵지만, 또 거기에 있어서는 나의 친한 친구들이 지적해줄 수 있을거라 믿어본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은 다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고, 그러니 내가 무언가 잘못된 문장들을 적는다면 알려줄 것이다.


신경숙의 표절을 고발하는 이응준은, 그 글을 완성해 세상에 드러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읽고있는데, 그래서그런지 사랑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사랑하는 능력을 충분히 가진 사람이고, 그렇기에 사랑받는 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모든게 가능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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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6-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헬렌 켈러가 어디에선가 논문의 한 문장을 무심코 인용 없이 썼던가 해서 엄청 큰 곤혹을 치루었던 경험을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다락방님 말씀처럼 이 책 저 책 읽다 무심코 내 안에 들어와 버린 문장을 마치 내 것인양 쓰게 될까 때로 두려워요.

다락방님의 이야기들이 더없이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몇 번이나 표절 논란 대목을 비교하며 읽어봤는데 이것은 무심코라는 말로 용인될 수준의 것이 절대 아니더라고요.

다락방 2015-06-17 14:26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저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무언가를 가져다 쓸까봐 너무 겁나요. 인용하는 건 인용한다고 밝히고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제가 제것이 아닌 걸 혹시라도 모른채로 제것으로 할까봐 두렵네요. 하아-

신경숙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요. 이번에도 또 흐지부지 되서 잠잠해지는 일은 없어야할텐데요. 이응준의 용기도 대단해요.

감은빛 2015-06-1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초기작품 몇 개 이후로 하나도 읽은 적은 없지만,
그 초기작 몇 개가 제법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저는 좀 충격을 받았어요.
작가로서 그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한 두개의 작품은 제 개인적인 추억과도 연관이 있어서 더욱 실망이네요.

다락방님의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어요! ^^

다락방 2015-06-20 17:40   좋아요 0 | URL
히히. 감은빛님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게 저는 참 좋습니다!

전 이번에 신형철에 대해서도 실망했어요. 뭐, 그사람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겠지만, 그래도 너무 안전선 안에만 머무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저는 신경숙보다 신형철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아니, 이제는 `좋아했다`로 바꿔야겠어요.

Jeanne_Hebuterne 2015-06-18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누군가가 `아, 그 남자는 정말 제대로 사랑할 줄을 아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던데 순간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그건 그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옆에서 오랜시간 지켜보고 얻은 결론이었어요. 무조건적이지도 않고 줏대없이 모든 걸 갖다바치지도 않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상대를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드러나는 사랑에의 능력이라..표현하기가 좀 어렵지만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는 것. 흙이 꽃을 피우듯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발현시키는 상대를 만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저홀로 꽃필 수 있는 묘한 능력. 그건 참 태어나면서부터 공기처럼 호흡해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몸 안에 쌓여 상대를 만나면 의도치 않게 숨을 뱉듯 조금씩 새어나오는 게 아닐까...그냥 생각해 봤어요.
상대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 님은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사람일거에요.

다락방 2015-06-20 17:43   좋아요 0 | URL
네, 사랑할줄 아는 능력을 지니는 건 정말 크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사람이라는 자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랑에의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내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게 안되면 그 다음이 진행되지 않거나 잘못 진행되는거죠. 그런점에서 쥬드님과 저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을 떠올려봤을 때, 떠오르는 사람중에 쥬드님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과 하는 연애가 건강한 연애가 되는 것 같고요.

Alicia 2015-06-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글을 쓰시면 또 안읽어볼수가 없잖아요. 다락님 덕분에 몇달만에 책을 돈 주고 주문했습니다아~ 독서에의 욕구를 다시금 살려 주셔서 감사해요. 네, 책을 읽지 않는 동안 저는 그다지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진 않았어요. 다락님 덕분에 사랑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배웠네요. ^-^

다락방 2015-06-20 17:44   좋아요 0 | URL
음, 책의 절반은 흥분하며 고개 끄덕이게 되는데 절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여러 사람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책인듯 한데, 알리샤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정말 능력입니다. 아주 큰 능력이에요. 이걸 지니고 있다면, 잃지 않도록 해야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입니다. 앞으로 알리샤님의 시간들은 만족스런 시간들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 못 살겠어서' (p.10) 책 속의 주인공 '계나'는 가족들을 두고 호주로 이민을 간다. 6년간 사귄 남자친구랑도 헤어지고 호주로 간다. 호주로 갔다가 잠깐 한국으로 여행와서 두달간 남자친구랑 함께 지내고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지만, 여자는 다시 호주로 떠난다.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을 사귀었고 그래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마음 속에 많지만, 고맙고 미안해서 결혼할 순 없는거니까.



지명은 고개를 숙인 채 내 얘기를 들었어. 아무 말도 안 하더라. 내가 오히려 묻고 싶었지. 너는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나 따위가 뭐라고 나한테 평생을 걸어? 너무 고맙고 미안했어. 하지만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유로 내가 네 옆에 있을 수는 없어‥‥‥. (p.161)



고맙고 미안하단 이유로 당신 옆에 있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나는 누군가가 고맙고 미안하단 마음으로 내 옆에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유로 내가 네 옆에 있을 수는 없어, 라는 계나의 생각이 그대로 와닿더라. 고맙고 미안해서가 아니라, 네 옆에 있고 싶어서 네 옆에 있길 원한다. 마찬가지로 내 옆에 있기를 원한다면 그 마음이 '내 옆에 있고 싶어서'이길 바란다. 



지명은 잠이 들어 있더라. 침대 위에서, 옷을 벗은 채로. 아기 같은 자세였어. 나는 잠옷을 입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내 침대에 앉았어. 조심조심 개한테 이불을 덮어 준 뒤에 옆에 앉아 맥주를 마셨지. 걔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아주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잠에서 깨어나면 얘는 나에 대한 의무감으로 섹스를 하려 들 거야. 그러면 나 역시 의무감으로 걔를 맞이하겠지. 서로 연기 아닌 연기를 해야겠지. 그런 섹스, 너무 슬프지 않니.

걔 얼굴이 과로와 수면 부족 탓에 검고 거칠거칠했어. 입주변이랑 턱에 거뭇거뭇하게 수염이 올라와 있더라. 이불을 덮기 전에 본 배는 포동포동하게 살이 올라 있었어. 얘가 아저씨가 됐네, 하고 정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더 짠하고 아프고 그렇더라고. 얘 이렇게 일하다 암 걸리는 거 아닌가 싶고, 내가 이 모습을 10년이고 20년이고 보다가, 그냥 얘는 매일 이렇게 열몇 시간씩 일하는 애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고‥‥‥. 막 눈물이 날 것 같았어. (p.156)




'로지 헌팅턴 휘틀리'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놓고 들여다보는데, 최근에는 속옷 화보 사진이 많이 올라왔다. 나는 어째서인지 그녀가 디자인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더라. '막스앤스펜서' 속옷 화보였다. 나는 왜 그녀가 속옷 디자이너도 겸한다고 생각했지? 뭣때문이지? 왜지? 암튼 그녀는 디자이너는 아니고 모델인듯. 어쨌든 그걸 들여다보는데, 정말 예쁜 거다.



그러자 다이어트의 의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지금보다 훨씬 건강한 몸이 되어,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입을 예쁜 속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속옷을 건강한 육체에 걸치면 아름다움은 극에 달하겠지. 그래, 막강 다이어트야! 스파르타식 다이어트에 돌입하자!!


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뉴스를 들으니 참..욕밖에 안나오더라. [한국이 싫어서]의 지명처럼 저렇게 열시간 이상 근무하며 피곤에 쩔어 지내면 뭐하나. 이 나라는 국민을 죽이고 있는데. 그러자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족발을 포장해오고 와인을 꺼내들었다. 잔에다 콸콸콸 와인을 가득 따라 꿀꺽꿀꺽 마셨다. 상추와 깻잎을 포개어 새우젓을 푹- 찍은 족발을 올려놓고는 남동생이 썰어둔 마늘과 고추를 얹어 한 입 가득 쑤셔넣었다. 마구 씹었다. 맛있었다. 아..맛있어..족발 콜라겐은 짱이야 ♡ 와인을 삼키며 족발을 맛있게 먹다가, 뉴스를 들으며 또 빡이 쳐서 욕하다가...아, 이 나라는 진짜 나의 다이어트에 겁나 방해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못끊게 해. 술 없이 도무지 들을 수 없는 뉴스들을 내보낸다. 나는 이 나라를 떠나는대신 이 나라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도록 하고싶은데, 그게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이미 늪에 빠져버린 건 아닌지... 하아- 자꾸만 깊게 빠져버리는 것은 아닌지...


오늘 아침 또 로지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아, 어제도 망했어, 이 나라 때문에 내 다이어트 망했어, 라고 생각했다. 건강한 육체, 예쁜 속옷은...내게 정말 꿈에서나 일어날 일인가. 다음 생애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주말에는 영화 [차일드44]를 봤다. 책을 무척 좋게 봤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느 부분에 감동했었는지를 기억했다. 정부를 위해 일하며 정부의 말에 무조건 복종했던 레오가 '설마..이게 아닌건가?'라는 의심을 갖기 시작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그것이었고, 그런 그가 연쇄살인범을 잡고자 할 때 그를 도와주려는 알지도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레오의 성장은 약간 드러났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도와주는 장면은 죄다 없앴더라. 게다가 범죄자가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아예 설정을 바꿔버렸다. 영화는, 그저그랬다. 





이 영화 니가 좋아할 것 같아, 라며 예고편 영상을 받은 [리틀 포레스트]도 보았다. 보내준 예고편을 틀자마자 일본 영화라서, 으음, 나는 일본 영화는 별론데, 라고 생각하고 예고편을 보는데, 오!! 이건 자급자족 라이프!! 요리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그 요리들이 꽤나 깔끔하다. 그래서 당장 굿 다운로드 받아서 보았다.


영화는 요란한 내용도 없고 어떤 사건도 없다.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농사를 짓고 밥 해먹고 간식을 만들어 벅는 소소한 모습을 보여준다. 요리를 하는 모습, 또한 그녀가 만들어둔 요리까지 '정갈하다'는 단어가 적합하겠다. 여름에는 땡볕에 나가 농사를 짓고 오니 땀이 뻘뻘난다. 그런 그녀가 식혜를 만들어먹고, 빵을 구워먹고, 잼을 만들어 먹는다. 이것은 마치 영상으로 보는 킨포크 테이블 같았다.









묵묵하게 자신이 먹을 밥을 자신이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보기에 좋다. 게다가 혼자 정갈하게 밥상을 차려두고서는 그녀는 매번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에게 '잘먹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밤이 되면 온갖 곤충들이 날아들어 문에 붙고, 산에 가면 곰을 조심해야 하는 이 시골마을에서,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서로 만든 것을 나누어 먹는다. 한 번은 '밤조림'이 어쩐일인지 유행하게 됐는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밤조림을 만들어서는 마실와서 나누어 먹는다. 더운 여름, 여자도 식헤를 차갑게 만들어서는 마을에 사는 청년에게 전화한다. 와서 식혜를 먹으라고.


깜깜한 밤에 전화를 받고 여자의 집에 찾아온 남자는, 정말, 식혜를 먹는다. 그게 전부인 장면.



굉장히 담백하다. 한밤중에 둘이 식혜를 마시는 이 장면에서 친구는 '다른 걸'기대했었다고 했는데, 다른 걸 기대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지더란다. 그렇지만 나도 혹여나 다른 걸(?) 기대했는 걸. 한 마을에 살면서 같이 일을 할 때도 있고 또 서로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누기도 하는데, 한국이 싫어서 떠나게 된다면 이런 곳으로 떠나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수유를 따고 밤을 줍고 고구마를 말릴 수 있는 이 멀고도 조용한 시골.


여자는 어릴때부터 이곳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날아드는 온갖 곤충들을 무서워하지 않으며, 이 한적한 집에서 혼자 밤에 잠드는 것에 대해서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농사를 지을 때는 자기가 먹을 도시락도 정성스레 준비하는데, 이런 장면들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까도 친구와 긴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로지를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얘기했었다. 로지 헌팅턴 휘틀리에게 관심을 갖게된 건 사실 제이슨 스타뎀 때문이었지만, 그 뒤로는 그녀가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에, 열심히 운동을 하며 자신을 가꿔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그녀는 제이슨 스타뎀과 오랜 연인이고, 그것이 내게는 무척 좋게 느껴지지만, 만약 그녀에게 제이슨 스타뎀이란 애인이 없었어도 혼자서 충분히 강한 여자일테고, 나는 그 점이 좋다. 안젤리나 졸리를 좋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누구의 애인이기 이전에 그녀 혼자 일단 강한 사람인거다. 혼자 스스로 강한 사람이 또 혼자 스스로 강한 사람을 알아보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차곡차곡 자신이 할 일을 해가면서, 자신의 먹을 거리는 자신이 준비해가면서, 자신의 건강 역시 자신이 챙겨가면서 혼자서 충분히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내게는 근사하게 느껴지고,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희망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런 모습이기를 원한다. 




오늘 출근길에 양재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다가 화장품가게 앞을 지나는데 염색약 광고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색이 예쁘더라. 아, 나도 꼭 저색으로 머리 염색 한 번 해보고 싶은데.



(사진출처는 사진 내의 블로그 주소)



한듯 안한듯한 갈색머리 말고 와인색 말고, 검정색 말고, 저렇게 눈에 확 띄는 노랑색으로 나도 하고 싶은데!! 주말에 할까? 하고 잠깐동안 멈춰 광고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아-. 답은 '안된다' 였다. '하지말자'가 아니라 '안된다'. 내가 만약 지금 속한 이 부서가 아니라 다른 부서였다면 나는 기꺼이 염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유로운 부서에 있지 못하고, 내가 맡은 보직은... 이걸 허락할 수 없는.... 아아- 더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어렵게 다시 걸음을 사무실 쪽으로 옮기는데, 아, 하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염색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단 하나의 답이 나왔다. 그 답은 바로,



회사를 관두는 것.



회사를 관두면 된다. 회사를 관두면 내가 노랑색으로 염색해도 된다. 지금 이 자리만 아니라면 내가 노랑색으로 염색해도 아무도 나를 터치할 수 없어! 나의 염색 자유를 제약하고 나를 구속하는 유일한 한가지가 바로 이 자리였다. 아아,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내가 어쩌다 여기로 흘러오게 되었나. 



어쨌거나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하게 돼 한숨 돌렸지. 거기 아니라 다른 데 붙었더라도 아무 데나 갔을 거 같아. 그러면 또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지. 나의 장기적인 커리어를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냥 백수가 되지 않고 다달이 월급을 받는 게 중요했어. (p.17-18)




나도 그랬다. 나도 이 회사, 이 부서에 올 생각 같은건 코딱지만큼도 없었다. 전공을 살려서 이걸 해보자, 하는 생각 같은 것도 없었고, 이런 업종에 종사하고 싶다, 하는 것도 없었다. 내가 가진 꿈이라고는 타임지 표지모델을 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써내는 것 뿐이었다. 회사를 선택하는 나의 기준도 까다롭지 않았다. 그냥 여기 왔다. 전직장을 관두고 백수로 잠깐동안 있으면서, 당시에 대학생이던 여동생의 수업에 따라 그냥 들어간 적이 있다. 원서로 진행되는 생물학 수업이었는데, 여동생은 교수 수업 듣기도 벅차니 옆에 앉아 필기라도 해다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기꺼이 해줄게! 라며 뭔 말인지 모르면서 교수가 칠판에 쓰는 대로 여동생 책에다 부지런히 옮겨 적었다. 그러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를 나오는데 전화가 왔고, 그 회사가 이 회사였다. 면접 보러 오라고..그래서 면접을 봤고, 나는 면접만 봤다하면 최강 매력 캐릭터라 붙을 수 밖에 없으므로, 붙었고, 그래서 다니게 되었는데, 다니다가 또 최강매력캐릭터가 뿜어져나와 지금의 부서로 스카웃되었...다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여튼 그런데 지금 이 부서에서의 나는 염색을 해서는 '절대' 안되는 거다. 아, 노랗게, 샛노랗게 물들이고 싶다!!!!!



회사를 그만두고 염색하자!

했다가 현실 감각이 금세 돌아온다. 

그래서 이렇게 바꿨다.

회사를 그만두면, 그때 염색하자.



회사가 싫어서 떠나고 싶고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다.

야, 나랑 바다로 놀러갈래? 라고 남동생한테 문자 보냈는데, 이새끼는 답이 없다...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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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06-16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사 다니기 싫어서 ˝그만둘까?˝ 라고 친구한테 보냈더니 ˝nono˝ 라고 답이...
˝왜?˝... 그랬더니 ˝암튼 다녀.˝ ... ㅠㅠㅠㅠㅠ `리틀 포레스트`는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6-16 15:12   좋아요 0 | URL
전 회사 그만두는 것도 그만두는 거지만 지금 당장 뛰쳐나가고 싶어요. 아..앉아있는게 너무 지겨워요. ㅠㅠ 흑흑 그렇지만 그랬다가는 앞으로 술 마시기도 책 사기도 어려워지겠죠. ㅠㅠ

저는 리틀 포레스트 2 편 예매해 뒀습니다. 이번주에 볼거에요. 씨네코드 선재에서 상영중이더라고요. 헤헷

2015-06-16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15-06-16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영화는 영화일뿐. 지금의 나는 저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할 것 같아요.
땀흘리며 일하고 들어와서 식혜를 만들고 빵을 굽고 잼을 만든다..

흠..

일단 식혜는 안 만들어봐서 모르겠으니 패스하고,
빵을 구울려면 짧게 잡아도 3시간은 걸리는데, 3시간 동안 반죽하고 발효시키고 공기빼고 다시 발효시키고 오븐에 굽고.
이때 나오는 설거지는은??
잼을 만든다. 잼 만들 과일을 따와서 씻어서 말려서 설탕넣고 불 앞에서 내내 젓어줘야 하는데, 대략 한시간. .
(설마 영화에서 잼만드는 기계를 쓸거 같진 않고)

땀 흘리며 일하고 들어와서 먹기위해 또 다른 노동을 한다는건, 지금의 나에겐 무리..
삶이 영화처럼 낭만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풀무원 평양냉면도 그럭저럭 먹을만하고.. ^^


다락방 2015-06-16 15:27   좋아요 0 | URL
영화를 안봐서 하는 말인게 맞네요, 레와님.
일단 영화에서는 더운날 집 안에 습기가 차서 그걸 집 안에 있는 스토브에 불을 때워 보송보송한 공기를 만드는데, 그 불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그 안에 반죽을 넣고 빵을 굽는 거에요. 노동이라기 보다는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느낌이 듭니다. 오븐에 굽지 않아요.
땀 흘리며 들어와 먹기 위해 또다른 노동을 한다는 건 물론 힘이들지만, 주인공이 영화속에서 흘리는 땀은, 자신이 먹을 음식의 식재료들을 마련하는데 드는 땀이고요(회사를 다녀오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노동으로 손에 들어오게된 그것을 어떻게 맛있게 보관하고 요리해 먹을까 하는데서 `노동`보다는 삶에 대한 정갈한 태도가 보여져요. 식혜를 만들어두고 더워서 목이 타들어가는 날 두 컵 연달아 따라 마시며 아 좋다- 하는 건, 또 그나름의 쾌락일테고요. 맛있는 걸 만들어서 다정한 이웃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도 무척 좋아보였어요.

전 이번주에 2편 보기 위해 예매해뒀습니다.
:)

스윗듀 2015-06-1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그래도 바다가자고 할 남동생, 툴툴거리면서도 따라갈 것같은 남동생 있는 거 부러워요~ 아직 답 안왔어요?

다락방 2015-06-17 11:24   좋아요 0 | URL
미친것같냐?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 라고 왔는데, 이내 묻더라고요. `어디 가고 싶은데?` 라고. 근데 그 뒤로는 제가 답을 안했어요. 7월초에 이미 친구랑 바다를 가기로 했고 그 전에는 시간이 안될것 같아서.. 히히. 남동생하고도 둘이 가고 싶어요. 녀석과 제가 식성이나 이런게 비슷해서 같이 가면 되게 편할 것 같아요. 히히히.

2015-06-16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5-06-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정말 한국이 싫어거 계까지 든다고 하더군요^^;;;

다락방 2015-06-17 11:27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딘가에서 그런 글을 본 것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