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많은 여성들이 남자와 연애할 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들은 자신 속에 내재된 풍부한 감성과 사랑의 능력을, 상대 남자의 매력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p.104)









한번은, 

연애중인 남자가 정말이지 무척, 좋아서 '이렇게 좋을 수도 있나?'라고 생각을 하다가 정희진의 저 말이 딱, 떠올랐던 때가 있다. 아, 가만있자, 정희진이 그 책에서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말한 것 같은데? 라고. 그래서 나와 연애중인 상대에게, 정희진의 저 문장이 떠올라(라고는 하지만 실은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것) , 물었더랬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게 너의 매력 때문일까, 나의 사랑하는 능력 때문일까?


정말 그런 생각이 마침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서는 아닐까? 내 안에 잠재된 감성과 사랑이 엄청나게 풍부해서, 그래서 이런 감정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 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었다. '다른 연애에 있어서도 네 감정이 지금과 같았었냐'고. 그러니까 이정도의 감정이 발현됐었는지 되묻는 거였다. 그래서 생각해봤었는데, 그러자 쉽게 답이 나왔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그의 매력 때문이구나, 하고.


이런 결론을 내려놓고 무심히 지내다가 또다시 불쑥, 생각하게 됐다. 정말 상대의 매력이 전부인가?


그렇게 생각을 또 해보다가 내린 결론은, 상대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내 안의 사랑하는 능력과 합쳐져서 당시의 연애에 대한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는 것. 상대가 매력적이지만 내 안의 사랑의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내 안에 사랑의 능력은 발현되지만 상대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들이 생기겠지만, '어떤 사람'은 '나의 사랑하는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상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안에 숨겨져있던 '사랑하는 능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거지. 그러니까 이것은 백프로 상대의 매력도, 백프로 나의 능력 때문도 아니고, 나의 능력을 끌어 올리는 상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



아..

졸 똑똑해...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가면 갈수록 공부를 못했지만(학사경고!!), 그래도 참..똑똑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혼자 생각하고 깨닫고 결론까지 다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늘 '혼자서도' 뭐든 잘 해내는 강한 사람을 열망했는데,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아닌가! 멋지다. 똑똑해!!





가끔,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데에 큰 보람을 느낀다. 며칠전에는 알지 못하는 사람의 트윗을 보고 또 가슴이 뻐근해졌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내가 말하고 싶어 말하고 또 내가 글로 쓰고 싶어 쓰지만, 어쩌면 이런 나의 결과물들이 누군가의 생각을 대신해주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 그렇게나 좋아지는 거다. 그래서 이걸 멈출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을 내가 좋아해서. 가끔 익숙하지 않은 닉네임으로 비밀댓글들이 작성 되기도 한다. 네 글을 읽는게 즐겁다, 꼬박꼬박 들러 보고있다, 하는 글들. 그러면 또 막 어깨에 힘이 뽝- 들어간다. 나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이 일이 누군가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것에 대해서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이걸 멈출 수가 없다. 내가 내 기분에 의해 내 생각에 의해 작성한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어제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글을 썼는데, 비밀댓글로 누군가가 내 글을 보고 그 영화를 찾아 보았다고 말해주었다. 본인도 혼자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데 그 영화를 보며 힘이 됐다고. 좋은 영화 추천 고맙다는 그 말이, 또 그렇게나 어깨에 힘 들어가게 하더라.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알고 보게된 영화에 실망을 하기도 하겠지만, 만약 내가 쓰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지 알지도 못했을, 그런 영화가 됐을 수도 있을테니. 



며칠전에는, 네 글을 읽는게 내 휴식의 한 방법이다, 라고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어디에서 어느부분의 쓸모를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이지 이걸 멈출 수가 없다. 히히.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이응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나만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자, 라고 생각했다. 신경숙의 표절이야 내게는 그다지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그건 내가 신경숙을 신뢰하는 작가의 군단에 넣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이십대에 신경숙과 함께 보냈다던 나의 지인중 1人은 이 일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그가 느낀건 배신감이었을 것이다. 만약 나도 내가 신뢰하는 작가의 표절 소식을 들었다면 대단히 좌절했을 것이다. 이깟 책, 읽어서 무얼해, 하는 생각도 하게 됐을 것이다. 허무함과 허탈함이 나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무슨 베스트셀러의 작가도 아니고, 또, 내가 쓰는 글이 뭐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 그저 일상의 작고 사소한 기록일 뿐이지만, 표절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나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고 스스로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누군가의 글을 내 글인척 가져온다는 것을 나의 의지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내가 나를 믿지만, 혹여라도 내가 인식하지 못한 채로, 읽었던 글을 내 창작인줄 알고 쓰게될까봐, 그건 좀 두렵다. 그게 좀 두렵지만, 또 거기에 있어서는 나의 친한 친구들이 지적해줄 수 있을거라 믿어본다.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은 다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고, 그러니 내가 무언가 잘못된 문장들을 적는다면 알려줄 것이다.


신경숙의 표절을 고발하는 이응준은, 그 글을 완성해 세상에 드러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를 읽고있는데, 그래서그런지 사랑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사랑하는 능력을 충분히 가진 사람이고, 그렇기에 사랑받는 일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이 모든게 가능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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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5-06-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헬렌 켈러가 어디에선가 논문의 한 문장을 무심코 인용 없이 썼던가 해서 엄청 큰 곤혹을 치루었던 경험을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요. 본인도 의식하지 못했던 행동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저도 다락방님 말씀처럼 이 책 저 책 읽다 무심코 내 안에 들어와 버린 문장을 마치 내 것인양 쓰게 될까 때로 두려워요.

다락방님의 이야기들이 더없이 건강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몇 번이나 표절 논란 대목을 비교하며 읽어봤는데 이것은 무심코라는 말로 용인될 수준의 것이 절대 아니더라고요.

다락방 2015-06-17 14:26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저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무언가를 가져다 쓸까봐 너무 겁나요. 인용하는 건 인용한다고 밝히고있고 또 앞으로도 그럴테지만, 제가 제것이 아닌 걸 혹시라도 모른채로 제것으로 할까봐 두렵네요. 하아-

신경숙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지요. 이번에도 또 흐지부지 되서 잠잠해지는 일은 없어야할텐데요. 이응준의 용기도 대단해요.

감은빛 2015-06-1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초기작품 몇 개 이후로 하나도 읽은 적은 없지만,
그 초기작 몇 개가 제법 마음에 들었었기 때문에 저는 좀 충격을 받았어요.
작가로서 그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한 두개의 작품은 제 개인적인 추억과도 연관이 있어서 더욱 실망이네요.

다락방님의 글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고 재미있어요! ^^

다락방 2015-06-20 17:40   좋아요 0 | URL
히히. 감은빛님이 즐겁게 읽으실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게 저는 참 좋습니다!

전 이번에 신형철에 대해서도 실망했어요. 뭐, 그사람 입장에선 그게 최선이었겠지만, 그래도 너무 안전선 안에만 머무른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저는 신경숙보다 신형철을 더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아니, 이제는 `좋아했다`로 바꿔야겠어요.

Jeanne_Hebuterne 2015-06-18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누군가가 `아, 그 남자는 정말 제대로 사랑할 줄을 아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던데 순간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그건 그를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옆에서 오랜시간 지켜보고 얻은 결론이었어요. 무조건적이지도 않고 줏대없이 모든 걸 갖다바치지도 않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상대를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드러나는 사랑에의 능력이라..표현하기가 좀 어렵지만 옆에서 오랜 시간 지켜본 사람들이 모두 알 수 있는 것. 흙이 꽃을 피우듯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발현시키는 상대를 만난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저홀로 꽃필 수 있는 묘한 능력. 그건 참 태어나면서부터 공기처럼 호흡해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몸 안에 쌓여 상대를 만나면 의도치 않게 숨을 뱉듯 조금씩 새어나오는 게 아닐까...그냥 생각해 봤어요.
상대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다락방 님은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사람일거에요.

다락방 2015-06-20 17:43   좋아요 0 | URL
네, 사랑할줄 아는 능력을 지니는 건 정말 크고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 사람이라는 자각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랑에의 능력은, 가장 기본적인, `내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오는 것 같아요. 이게 안되면 그 다음이 진행되지 않거나 잘못 진행되는거죠. 그런점에서 쥬드님과 저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을 떠올려봤을 때, 떠오르는 사람중에 쥬드님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일단은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사람과 하는 연애가 건강한 연애가 되는 것 같고요.

Alicia 2015-06-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글을 쓰시면 또 안읽어볼수가 없잖아요. 다락님 덕분에 몇달만에 책을 돈 주고 주문했습니다아~ 독서에의 욕구를 다시금 살려 주셔서 감사해요. 네, 책을 읽지 않는 동안 저는 그다지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진 않았어요. 다락님 덕분에 사랑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배웠네요. ^-^

다락방 2015-06-20 17:44   좋아요 0 | URL
음, 책의 절반은 흥분하며 고개 끄덕이게 되는데 절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여러 사람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책인듯 한데, 알리샤님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사랑할 줄 아는 것은 정말 능력입니다. 아주 큰 능력이에요. 이걸 지니고 있다면, 잃지 않도록 해야하는, 아주 중요한 능력입니다. 앞으로 알리샤님의 시간들은 만족스런 시간들이 될 수 있었으면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