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우리도 사랑일까 』때문에 이 영화에 통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여기저기서 좋다는 말이 들려와도 나는 이게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영화한 것이라고 혼자 제 멋대로 생각해버리고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응?) 그런데 며칠전에 프레이야님께서 이 영화가 알랭 드 보통의 소설과는 상관없음을 우연히 댓글로 적어주셨고 오, 나는 그제서야, 아, 그게 아니었던거였어? 하며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또, 응?) 이 영화가 좋았던만큼 마음의 문을 열게 도와준 프레이야님께 꾸벅 감사드린다.

 

 

왜 제목이 '우리도 사랑일까'가 된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는 좋다. 초반부터 나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주인공인 '마고'가 유부녀였기 때문일까, 남편과 사이가 다정하면서도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기 때문일까, 나는 이 영화에서 전반적으로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생각났고, 특히 이 장면에서는 더했다.

 

 

 

여자는 처음 남자를 만나던 순간, 그리고 그와 자신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걸 알기 시작하면서 남자에게 '나는 결혼했어요' 라고 밝힌다. 남자는 이에 That's too bad 라고 답한다. 여자는 여전히 남편과 잘 지내고 있었고, 그런데 제기랄, 앞집에 사는 이 남자는 자꾸만 자꾸만 보고싶다. 그리고 술을 한 잔 하고 싶다는 그녀와 그는 마티니를 앞에 두고 마주보고 앉는다. 바로 여기서 남자는 여자에게 속삭여준다. 나는 지금 당신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어요. 당신의 눈꺼풀에 살짝 입을 맞췄어요. 당신의 눈꺼풀은 내 입술 밑에서 파르르 떨렸어요. 내 입술로 당신의 입술을 쓰다듬어요. 당신은 결혼한 여자니까 당신에게 키스를 할 수는 없어요. 대신 나는 입술로 당신의 목선을 따라가요....

 

남자는 말로서 그녀를 갖는다. 남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그대로 읊으면서 그녀와 관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절정의 순간에 그녀에게 사랑한다 속삭이고, 이 모든 과정은 마티니를 단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고 일어난다. 끝까지 가고 싶은 마음, 아니, 끝까지 듣고 싶은 마음과 이제 더이상 듣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그 순간 영화속의 여자가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건, 죄책감이 느껴지니까. 그러나 다시 꼼짝않고 앉아있고 싶다. 이건 지독하게 달콤하니까. 나 역시 이 남자를 원하니까.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그러나 상상속에서는 그와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싶으니까. 아, 대체 이 여자는 어떻게 끝까지 듣고 있을 수 있었을까. 아니 대체 어떻게 끝까지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이 장면이, 손을 대지 않고 그러나 온전히 서로를 소유하는 이 장면이, 자꾸만 새벽 세시의 레오와 에미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레오가 에미의 실체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던 바로 그 장면과 함께.

 

 

 

하지만 당신과 미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세 파악 되더군요.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에미는 환상이고요. (PP.218-219)

 

 

 

 

 

 

 

 

 

 

 

 

 

 

 

 

 

이 책속의 에미가 이메일로 존재하기 때문에 환상이었다면, 영화속의 마고는 그의 앞에 앉아 있어도 가질 수 없는 환상이다. 그는 상상속에서 그녀와 무슨짓이든 가능했지만, 그녀에게 사랑한다 속삭이는게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남편과 그녀 사이에 끼인 관계다. 그리고 그는, 그걸 견딜 수 없다. 그 상황이 공포스럽다.

 

 

여자도 남자를 사랑한다. 그런데 남편에게 도저히 상처를 입힐 수 없다. 그건 못할짓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몸을 움직이려다가 대신 눈물을 흘린다. 그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어요. 그리고 그녀는 나는 지금처럼 남편에게 충실할테니, 우리 30년 뒤에 만나자고 한다. 30년 뒤, 오늘 이 시간 만나서 그때는 키스를 하자고.

 

그는 그녀를 떠나기로 한다. 그에게는 30년 뒤의 약속이 남아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집 우편함에 엽서를 넣어두고 떠난다.

 

 

2040년 08월 25일 PM02:00

 

 

아, 정말이지 이 장면으로 끝났다면 이 영화는 새벽 세시로 끝났을거다. 그러나 복선은 이미 수영장 샤워실에서 깔려있었다. 새것을 갖고 싶다는 한 여자에게 샤워실에서 샤워하던 다른 여자가 '새 것도 헌 것이 된다'고 얘기한다. 새 것을 갖고 싶다던 여자도 이에 응답한다. 네, 헌 것도 예전엔 새 것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라는 완벽한 결말을 뒤로 한 채, 이제 그 소설의 속편인 『일곱 번째 파도』까지 진행된다.

 

 

 

가장 완벽한 결말이 새벽 세시의 결말이라면, 가장 완벽한 사랑은 역시 갖기 전의 사랑이 아닐까. 가장 아름다운 사랑 역시 이루어지기 직전이 아닐까. 그러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30년을 기다려서 그를 만나 키스를 한다면 그 30년 동안의 나의 행복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라앉길 기다리면서 지내다보면 역시나 그 사랑이 사라질까? 30년후의 아름다운 재회를 위해 지금의 남편에게 묵묵히 충실한다면, 그 삶의 틈틈이 30년후에 만나게 될 남자가 끼어들지 않을까. 그가 끼어들때마다 괴로워하고 아파하면서 사는게 나은걸까. 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괴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아니, 행복할 것이다, 라고 써야하는 걸까.

 

 

영화가 무척 좋았다.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그녀의 집 우편함에 엽서를 집어넣고 떠나는 장면이 가슴속에 오래 남는다. 그 엽서를 뒤집어 보았을 때 거기에 쓰여져있던 날짜가 마음에 남는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말로서 온전히 그녀를 가졌던 남자가 내내 생각난다. 우는 그녀에게 집에 가라고 말했던 남자가 생각난다. 미셸 윌리암스의 가꾸지 않는듯한 머리 모양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나는 보는 내내 내 머리도 저렇게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와 극장을 나서면서, 그러나 내 얼굴이 미셸 윌리암스가 아니라는 걸 인식했다. 미셸 윌리암스가 영화속에서 입었던 옷들도 죄다 마음에 들어서 다 입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입을 만한 사이즈로는 나오지를 않겠지. 게다가 이 영화속에서 가장 특이했던 장면은 미셸 윌리암스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다. 맙소사, 그녀는 무려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가죽 가방이 아니다. 명품 브랜드가 아니다. 아, 너무 좋아. 이 여자 짱 멋져!! 친구도 이 영화를 보고 새벽 세시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친구는 미셸 윌리암스의 그 통통한 볼과 소녀다운 싱그러움이 무척 좋다고 했다.

 

 

직업이 주는 느낌이란 게 있다. 배관공이 주는 느낌, 정원사가 주는 느낌, 그리고 벌목꾼이 주는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무척 좋아한다. 그 특유의 에로틱함을. 그런데 오늘 이 영화를 보고 하나 더 추가한다. 그래,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이미 결혼한 여자임에도 사랑에 빠지는 그 남자의 직업은 무려 '인력거꾼' 이었다. 후아- 덥다. 매우 더운 날씨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 그러나 대단히 뜨거운 날이다.

 

 

나는 내 인생의 영화 베스트 10 뭐 이런걸 딱히 정해놓은건 아니었지만, 오늘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주르르르르르르르륵 제치고 아주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영화 음악도 무척 좋았다. DVD 가 나온다면 사두고서 마티니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취한듯 말했던 남자의 눈동자를 아주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싶다.

 

 

 

조조로 이 영화를 보고 친구와 낮술을 하고(쿨럭;;)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는데, 아니나다를까, 또 책을 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모두 다 내 보관함에 있던 책들. 그중에 '아니 에르노'의 『탐닉』이 있었는데, 오! 이 책이 품절이라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오!! 무려 1,000원 이었다!!

 

 

 

 

 

 

 

 

 

 

 

 

 

 

좋구나~ 얼쑤~

 

내가 읽으려고 가져갔던 책 한 권, 씨네큐브에서 조조 영화보고 받은 책 한 권, 중고샵에서 산 책 두 권, 합 네 권을 들고 이번엔 교보문고로 갔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금세 나왔다. 이제는 좀 고민할 시간이다. 미셸 윌리암스 같은 헤어스타일을 해 볼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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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사랑은 실체가 있나요?
    from 마지막 키스 2014-05-29 11:02 
    하지만 당신과 미아의 차이가 무엇인지 금세 파악 되더군요. 당신은 감히 자기 피아노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묘사하지 않아요. 피아노가 내 세계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미아는 저랑 50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작은 탁자 위로 몸을 숙이고 숟가락에 스파게티를 돌돌 말고 있어요. 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죠.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
 
 
비로그인 2012-10-0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결정은 어렵지만 고민하는 시간은 그래도 행복하네요. 괴롭기도 하지만요~ 저도 이 영화 얼른 보고 싶구요(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생각났어요) 또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아직도 그 책을 읽지 않고 있었다니 대단하지 않나요, 다락방님?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면, 이제는 사랑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올해가 가기 전에 당장 읽어야겠어요!! :)

다락방 2012-10-04 11:52   좋아요 0 | URL
ㅎㅎ 수다쟁이님, 어서 읽어요!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어 아주 좀이 쑤실테니까요. 히히.

새벽 세시도 읽고 또 이 영화도 본다면 이 가을을 수다쟁이님은 아주 풍성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말이지요. 훗.

dreamout 2012-10-0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결말은 완벽했죠.

다락방 2012-10-04 11:51   좋아요 0 | URL
네.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는 결말이었어요. 휴우- 제 결말도 그랬어야 했는데 말이죠.. 괜히 만나가지고..orz

LAYLA 2012-10-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탐닉!! 책 설명보니 너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꼭 리뷰 올려주세욥!!!

다락방 2012-10-04 11:5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읽고 싶었는데 품절이라 구하지 못했었거든요. 중고샵에서 운좋게 득템했다는!! 희희.
네네, 다 읽고 말씀드릴게요!

가연 2012-10-04 0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저 여자분 예쁜데요.. 옆을 바라보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네요. 정말 that's too bad이네요.. 중고샵은 꾸준히 들르고 계시나봅니다ㅎㅎ

다락방 2012-10-04 11:50   좋아요 0 | URL
전 예쁘다고 생각 안했었는데 제 친구는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볼이 통통 소녀같다고요. 전 헤어스타일하고 패션스타일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젊고 발랄함 또 자유분방함이 잘 느껴졌거든요.

아무개 2012-10-0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정도라면 몰라도 30년은...제 생각에는 헤어짐을 뜻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네요. 너무 길죠 30년은....

전 어제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가서 책 팔고 왔는데 제가 읽고 싶은 책은 한권도 발견 못하고 왔어요.
다락방님은 완전 득템하셨군요 ^^

다락방 2012-10-04 11:48   좋아요 0 | URL
오옹, 마중물님 어제 종로 알라딘 갔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있었을지도 몰라요!! ㅎㅎ 제가 사기 위해 갔을 때 마중물님은 팔기 위해 가셨군요! 저는 갈 때마다 책을 사와서 큰일이에요. 돈도 돈이지만 무거워서 흑흑. 그런데 그걸 들고 자꾸 가고.. 흑흑.

아무개 2012-10-04 13:24   좋아요 0 | URL
오호~ 종로점에 간거였어요? 우연히 딱 마주치면 엄청 반가웠을텐데요.
그럼 저랑 낮술로 이차를 할수도 있었을텐데요 ㅎㅎㅎㅎ
저는 10년 근속상장 받으러 의정부 가요.... 귀 찮 군 요.

다락방 2012-10-04 13:56   좋아요 0 | URL
낮술로 2차까지 갔으면 전 완전 헤롱헤롱이었겠네요. ㅋㅋ 안그래도 집에 저녁 때 들어가서는 남동생과 치킨 사두고 또 맥주를 마셨어요. 너무 배가 불러서 항아리 바나나우유가 된 기분이었어요.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레와 2012-10-04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영화를 볼꺼에요! 꼭!!

헤어스타일 바꿔봐요. 가을이잖아..^^

다락방 2012-10-04 11:47   좋아요 0 | URL
직장 다니는 동안에는 저 머리 스타일 못할것 같아요-_- 때려쳐야 가능할 듯. 후아-
이 영화 꼭 봐요, 레와님! 서울 와서 보라니까. 내가 만나줄테니까 ㅋㅋㅋㅋㅋ

댈러웨이 2012-10-04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그런 다락방님한테 제가 울프랑 알랭 드 보통처럼 써보고 싶다고 답변한 거였군요. 아, 하트 브레이킹한 첫문단이었습니다.

다락방 2012-10-04 13:58   좋아요 0 | URL
하트 브레이킹한...아 어째요.
댈러웨이님, 저는 보통을 별로 안좋아해요. 보통의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구요. 거기에서 뭘 느껴야 하는지를 통 모르겠어서요. 그나마도 한 두권 읽고 말려고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하도 보통을 좋아해서 그렇다면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여러권을 더 읽었는데 역시나 발견하지 못했답니다. 그의 소설 [우리는 사랑일까]는 지금 내용이 전혀 생각은 안나는데 당시에 참 재미없게 읽었던 기억만 있어요. 그렇지만 댈러웨이님이 보통처럼 쓰고 싶다고 해서, 그게 하트가 브레이킹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댈러웨이 2012-10-04 18:3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미 제 하트는 브로큰 됐습니다. 뺨까지 얼얼할 정도에요. 저는 제가 쿳시건으로 이하 다락방님과 꽤 신실하고 다정한 댓글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진심을 다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울프와 알랭 드 보통이라는 쉽지 않은 대답을 한 거였고, 그 대답을 했을 때는 상대방이 그들을 좋아하든 아니든 어느 정도 제 의견을 존중 해주기를 바랐던 거였어요. 저 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다락방님이 듣고 싶으시다면 그건 비글로 남길께요.

다락방 2012-10-04 19:1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댈러웨이님은 제가 보통을, 보통의 글을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서, 신실하고 다정한 사이가 무효가 됐다고, 착각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신건가요? 댈러웨이님은 제가 댈러웨이님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건가요?


비밀글 남겨주세요.

2012-10-04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5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10-04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랑스러운 미셸 아니 마고만큼이나 사랑스러운 페이퍼에요^^
사랑은 환상이라는 점에서 '새벽 세시'와 통해요. 환상 안에서만 완벽하죠.
마고와 인력거남자(두번째 사랑이지만 분명)와의 정사장면이 환상처리 된 것도 유의미하다고 봐요.
그렇지만, 실제의 사랑이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못난이거나 가치 없진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래서 더 애련한 감정일 수도 있겠거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서로의 미숙하고 못난 사랑이 불쌍하지요.
나이 들어가면 사랑이라는 게 참 많은 걸 의미하게 돼요. 마고처럼 잠시도 확인하고 확인 받지 않으면 못 견디는,
그런 감정과는 다른 어떤 것이요.

인력거 끌며 물결치듯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되면서 마고의 흔들리는 심장도
바람개비처럼 싱그러웠어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10-05 10:4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영화였어요, 프레이야님. 놓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요. 어찌나 좋았는지 보고 나서도 내내 기분이 좋았거든요. 친구도 새벽 세시 생각이 났다고 해서 또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같은걸 읽고 같은걸 본 사람들이 하는 대화는 이토록 잘 통할 수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친구가 새벽 세시를 읽지 않았다면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겠죠. 당연히 영화를 보되 친구도 그 책과 연결짓지 못했을거구요.

너무 좋아서 dvd 나오면 사려구요. OST 도 사고 싶은데 아직 발매전인가봐요. 검색해보니 안나와요. 그런데 마고의 사랑도 뭐랄까,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선 손쉽게 '바람폈네' 라고 말이 나오겠죠. 우리는 한 개인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없는데, 의외로 말은 참 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 바꾸고 싶어요, 프레이야님. ㅎㅎ

마노아 2012-10-05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화요일에 이 영화 보려고 갔는데 매진이었어요. 이거 말고 다른 거라도 볼까 했는데 역시나 매진이었어요.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이 페이퍼를 보니 아주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2-10-06 12:24   좋아요 0 | URL
미리 예매하고 가야죠, 마노아님! 부지런한 자만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 ㅎㅎ

이 영화 정말 좋아요, 마노아님. 마노아님도 분명 좋아할 거에요. 이 영화는 만약 언젠가 제가 '내 인생의 영화'같은걸 선정한다면 반드시 넣고 싶어요. ㅎㅎㅎㅎㅎ
 

추석때 우리집에 찾아온 외숙모는 내 여동생에게 아이가 영특해보이니 다섯 살이 되면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여동생은 본인도 영어유치원과 영어유치원이 아닌 유치원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나는 그 틈에 불쑥 끼어들어 영어유치원따위 보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부모이고 나는 부모가 아니다. 막상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나 역시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부모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내가 하는 말들은 철 모르는 우스개 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싶어 그저 꾹 참았다. 


잘 읽는 사람이 잘 쓸 수 있고 잘 듣는 사람이 잘 말할 수 있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거기에 또 하나를 추가하자면, 모국어를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외국어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 생각을 하고 있는중에 내가 읽은 하루키의 에세이는 내게 힘을 준다. 하루키의 생각이 나와 같다. 나는 이래서 정말이지 하루키를 버릴 수가 없다.



분쿄 구 센고쿠에 사는 평범한 주부인 내 처제(서른다섯 살)가 갑자기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닌다는 건, 솔직히 말해 그럴 필요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길거리에서 외국 사람이 뭘 물어보면 어떡해요"라는 게 그녀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유인데, 그런 경우를 과연 '필요'라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정말 분간하기 어렵다. 일본도 세계화되고 있으니 그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도 옳은 말이라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다 외국 사람이 길을 물으면 그냥 "I'm sorry. I can't speak English"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싶다.

그리고 외국 사람이 길을 묻는 일은 삼 년에 한 번꼴도 없지 않나요?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지난 십 년 동안 외국 사람이 내게 길은 물은 적은 고작 한 번이다.)그 때문에 일부러 영어 학원을 다닌다는 것은 시간을 심히 비경제적으로 쓰는 말이 아닐까? 그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인생에 유익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자기 마음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또 지금 유행하는 유아 영어 교실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더군요. 우리 조카도 그런 데 다니고 "Thank you very much" "You are welcome" 하는 말을 조잘거리는데, 이게 필요한 것일까요? 어렸을 때의 어학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지만, 평범한 여섯 살 아이가 왜 2개 국어를 해야 하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국어도 잘 못하는 어린아이가 표층적으로 2개 국어를 좀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몇 번이나 말하지만 재능이 있거나 혹은 필요가 생기면, 굳이 어린이 영어 교실에 다니지 않더라도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영어 회화쯤이야 반드시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먼저 나라는 인간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모국어를 통한 진정한 회화가 거기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어 회화 역시 거기서 시작 된다. (pp.150-151)

















물론 2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다른 언어를 말할 수 있고 쓸 수 있고 또 읽을 수 있다면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고도 다양해진다.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러나 그 모든것들이 어릴때부터의 강제적인 교육으로 행해진다는 건 부조리하지 않은가. 내가 원서를 읽고 싶어서, 내가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내가 외국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배우는 외국어와 어릴때부터 학습되어지는 외국어와는 재미와 효율성면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싶다면, 원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배우게 될텐데.


일전에 굿모닝팝스의 진행자인 오성식의 인터뷰를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초등생 자녀 둘을 데리고 온 식구가 미국에 어학연수차 갔다고 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영어를 빨리 습득했고 아내는 좀처럼 언어를 습득하지 못했단다. 그러던 어느날 큰 아이와 아내가 싸우는데 어느 시점에서 아이가 영어로만 싸우더라는거다. 그래서 오성식이 아이에게 한국어로 말해, 왜 영어로 말하는거야! 라고 했더니 아이가 '한국어로는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라고 소리를 치더란다. 그래서 오성식은 그길로 내가 뭐하는건가 싶어서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외국어는 내가 하는 공부에 '더하여지는' 공부일 수는 있지만 내가 살면서 반드시 어릴때부터 습득해야할 것은 아니다. 어릴때부터 외국어를 말할 수 있다는건 물론 반짝거리는 재능일 수 있겠지만, 그건 뭔가 정상적인것 같지는 않다. 어긋난 시스템이 가져온 게 아닐까. 어긋난 시스템, 어긋난 환경, 어긋난 욕망.




여기, 어긋난 욕망이 하나 더 있다. 아, 젠장, 어제 밤에 읽는 하루키, 그가 스테이크 얘기를 하다니! 하루키는 깔끔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다. 나처럼 고기 매니아라기 보다는 채소와 생선을 즐기는 사람. 그런 그가 스테이크에 대한 욕망에 어쩌다가 시달리곤 한다는거다. 


미국의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스테이크도 값이 무척 쌌다. 저녁나절 길을 걷다가 문득 맥주가 마시고 싶어져 주변에 있는 아담한 바에 들어갔다가 내친김에 식사도 주문했다. 메뉴를 보니 'SURF AND TURF' 라는 게 있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파도와 잔디'가 된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켜보자 싶어 주문했더니, 버터에 구운 큼지막한 새우와 두께가 5센티미터는 됨직한 스테이크에 필래프가 듬뿍, 거기에다 샐러드까지 수북하게 따라 나왔다. 아하, 그래서 '파도와 잔디'로군 했는데, 그 양이 또 엄청났다.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까운데 도저히 보통사람이 먹어치울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그게 전부 해서 천5백 엔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맛도 내가 좋아하는 심플한 맛, 고기도 부드럽고 신선했다. 딱히 이렇다 할 것 없는 평범한 도시의 바에서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니, 미국의 저력이군, 하고 감탄하게 되었다. (pp.158-159)



아, 하루키님. 이런건 사진을 올려주고 위치 정보도 좀 주시죠. 흑흑.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가서 무작정 아담한 바를 찾아다닐 수 없잖습니까. 저렴하고 질 좋은 그 스테이크를 나도 먹고싶단 말입니다. 안되겠다. 스테이크 적금 같은것을 부어서 언젠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 스테이크 기행을 가야겠다. 삼시 세끼를 아담한 바를 찾아 돌아다녀야겠다. 그래서 파도와 잔디를 반드시 맛보고 말리라. 나는 맥주 대신 와인을 시키리라. 맥주는 배불러서 스테이크 먹는데 지장이 좀 있으니까. 안그래도 조지아 주 애틀랜타는 언젠가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곳인데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내게 스테이크는 훌륭한 명분.



미국 소설에는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흔히 등장하는데, 내가 읽은 장면 중 가장 맛있게 느껴졌던 것은 해들리 체이스의 『미스 블랜디시』서두 부분이다. 소설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 서두를 읽을 때마다 나는 무조건 확고하게, 반사적으로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진다. 지금 옆에 책이 없어 아쉽게도 인용할 수는 없으나, 이 소설은 아마 한 남자가 어느 시골 마을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가에 있는 허름한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될 것이다. 몹시 배가 고픈 남자는 웨이트리스에게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그리고 고기의 굽는 정도와 곁들여 나오는 양파의 상태에 대해서 꼼꼼하게 주문을 덧붙인다. 요리사가 철판에다 스테이크를 굽고, 양파를 볶는다. 양파를 볶는 톡쏘는 냄새가 남자의 식욕을 격하게 자극한다. 남자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음식이 나오기를 꼼짝 않고 기다린다. (p.159)



나는 이 부분을 읽다가 책을 덮고 급하게 책을 검색한다. 해들리 체이스? 미스 블랜디시? 격하게 읽고 싶다. 번역된 책일까?
















우아앗! 있었다. 있다. 나는 이제 한 남자의 식욕을 격하게 자극하는 그런 장면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미리보기로 좀 보고 인용하려고 했더니 처음과 끝을 정하지를 못하겠네. 너무 길다. 하하하핫. 다음번 구매에 이 책을 꼭 넣어야지. 희희.


























위는 내 핸드폰에 저장된 스테이크 사진. 하하하하. 언젠가 내앞에 놓여있던 것들. 아, 이제 막 아침 아홉 시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급격하게 배가 고파진다. 




어제는 여동생네 식구와 남동생과 함께 올림픽공원에 갔다. 날이 무척이나 화창해서인지 올림픽공원에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 조카는 아, 이 사랑스러운 어린아기는, 소리를 지르며 마구 뛰었다. 나와 남동생은 조카의 양옆에서 같이 뛰었다. 잔디를 밟고 소리지르며 뛰는 조카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아른아른.



뭐, 여튼, 나는 지금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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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가 원한다면, 네가 원하는 때에
    from 마지막 키스 2015-01-28 10:48 
    나는 무려 <시사IN>을 정기구독하는 사람이다. (응?)뭐,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니고, 이번 주 시사인을 받아들고 표지를 보며 가슴 답답해했다가, 늘 그랬던것처럼 뒤에서부터 하나씩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신문도 그렇고 주간지까지, 나는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하며 모든 기사들을 정독하지 않는다. 제목만 보고 재미 없어 보이는 기사들은 그냥 패쓰한다. 그러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는, 영어에 대한 글을 읽었다.제목만 보고 답답해졌다. 내 중학교 시절
 
 
... 2012-10-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직장에 ㅜㅜ 오늘 같은 날 출근해보니 어느새 10월 ㅠㅠ
오늘 퇴근길엔 서점에 가볼까봐요. <직업의 광채>를 만나보러 ㅋ

그건 그렇고, 한 나라가 저력을 뽐내려면 흠잡을 데 없는 스테이크를 가져야 하는 군요!

다락방 2012-10-02 09: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느새 10월 ㅠㅠ 시간은 왜 이다지도 빠른지..일전에 야클님이 말씀하신 점집에 점을 보러 갈까, 어젯밤에는 잠은 안오고 그런 생각만... ㅠㅠ
저도 오늘 퇴근길에 서점에 가서 직업의 광채를 만나보고 싶지만, 후훗, 오늘 저녁에 스테이크 약속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꺅 >.< (지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요!)

그나저나, 브론테님, 이제 아신겁니까? 한 나라의 저력은 스테이크에서 나오는거라구요!!

2012-10-02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2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2-10-0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핫! 다락방님 이 페이퍼 좋아요~~ 스테이크를 위한 여행이라니, 얼마나 근사할까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저력을 배부르게 느껴보고 싶은데요. 아~~ 아메리카~ 나의 영원한 스테이크여~~ ㅋㅎㅎ

다락방 2012-10-02 15:01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언젠가는 궁극의 스테이크를 찾는 여행을 하고 싶어요. 끼니와 끼니 사이는 걷는거죠. 그래서 전 끼니에 먹은 스테이크를 다 소화시키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놈의 회사를 때려쳐도 돈이 막 들어오는 직업을 제가 가지고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렇게 할텐데 말이죠. 후아-

blanca 2012-10-02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 페이퍼가 너무 좋아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너무 찔려서요. 저 하루키의 에세이집을 당장 데리고 와야겠어요! 남동생이랑 여동생이랑 올림픽 공원이라니! 어제같이 아름다운 날씨에 정말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져요. 하늘이 너무 이쁘고 저는 살찌고 있어요--;;(장염으로 목표체중에 도달했다고 기뻐했는데 요요현상의 강력한 힘은 너무 놀라워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10-02 15:37   좋아요 0 | URL
저는 요요현상을 몰라요, 블랑카님. 저는 요요현상을 경험할 정도로 체중이 준 적이 없어서요. 하하하핫.

영어를 가르치려는 건 부모의 욕심이지 아이의 뜻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할거구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져요. 그런데 만약 제가 부모의 입장이 된다면 달라지게 될까요? 그래서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올림픽공원에 간 게 저도 너무 좋아서 생각하면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나와요. 목이 쉬어라 비명을 지르고 뛰는 조카를 보는게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야외에 나가면 뛰게 되는건 아이들의 본능인가봐요, 블랑카님. 같이 뛰는 제가 더 행복했던 시간인것 같아요.
:)

프레이야 2012-10-0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히히 ᆢ조지아주 애틀란타에는 왜 또 가고싶으신가 했잖아요. 하루키의 저 에세이 추석연휴에 읽으려고 했는데 여태 죽은 듯 잤네요. 영어유치원은 경험상 나쁘지않았어요. 아이들은 두가지 언어를 더 잘 배우는 듯^^ 근데 올림픽공원 뛰어다니는 모습이 막 영화같아요.ㅎㅎ

다락방 2012-10-03 19:0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언어습득이 빠른건 맞는데, 그걸 굳이 해야하는가가 관건인것 같아요. 잘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걸 가르쳐야 하는걸까, 하고 말이지요. 하고 싶을때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하고 싶어져서 저절로 배우고 싶어질 때, 그 때요. 뭐, 이 나라에서는 그러기도 전에 이미 학교에서 무작정 주입시키기는 하지만요.

올림픽공원에서 뛰는 조카의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자꾸만 제게로 뛰어와서 제대로 찍지 못했어요. 자꾸 제게 안겨서요. 정말 행복해서, 그 제대로 찍지 못한 동영상을 반복재생해서 보고 있답니다.

아, 그리고 프레이야님,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를 보게 된 건 전적으로 프레이야님 덕이에요. 프레이야님이 언급해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여즉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인줄로만 알고 외면했을 거에요. 고맙습니다!

치니 2012-10-0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 씨 의견에 절대 공감! 제가 실제 유아를 학원에서 가르쳐 본 경험을 놓고 봐도 다락방 님 말씀이 맞아요. 그 또래 아이들에겐 자기 감정을 제대로 언어로 표출하는 자체가 중요하지 2개 국어 한꺼번에 익히기가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모르긴 몰라도 영어 유치원이 학원과 비슷하다면 영어로 노는 거지 진짜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도 아닐 거라, 당장 이민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 전 정말 필요없다 생각해요. 자칫 잘못하면 어려서부터 괜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줄 수도 있고요. 타미가 영특하다면 더욱 더 조심스럽게 아이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한 영재교육을 해야할 듯. 다락방 님이 좀 거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애 교육을 애 낳아본 사람만 잘 하는 건 아니고, 부모도 첨부터 옳은 판단만 내리는 건 아니니까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게 좋잖아요. :)

다락방 2012-10-03 19:09   좋아요 0 | URL
일단 조카가 영특하다는 건 식구들의 입장에서 봐서일거에요. 이게 식구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하던 아기가 뒤집고 걷고 뛰고 말하기 시작하는 걸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잖아요. 기특하고. 그러니 영특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영어 교육에 대해서라면 전 제 의견을 밝힐거에요, 치니님. 어떤 선택을 조카의 부모(즉 제 여동생)가 하든, 제 생각도 말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참고가 될 수 있겠죠. 여동생과 저는 자주 얘기하거든요. 어떻게 하는게 옳은걸까, 하고. 갖고 싶은걸 다 해줄 수는 없다는 걸 미리 알려줘야하는걸까, 아니면 나중에 언젠가 저절로 깨닫게 될때까지 내버려둬야 할까, 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 보통일이 아닌 것 같아요. 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어떤 선택을 하든 잘했다, 이게 최선이었어, 하는 생각을 하는것과 동시에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것 같아요. 제 의견과 그리고 여기 써주신 여러분들의 댓글도 다 같이 말해줄거에요. :)

dreamout 2012-10-0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월 1일에도 출근, 오늘도 당근 출근..
10월엔 마음에 여유를 꼬깃꼬깃 하게라도 담아야 겠다고 불끈.

다락방 2012-10-03 19:10   좋아요 0 | URL
오늘 3일...은 출근 안하신거죠? 네? 안했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그런데요 드림아웃님. 일전에도 야근한다는 페이퍼를 읽은적이 있었는데요, 무척 바쁘게 일하시는 분이신것 같은데 대체 언제 그렇게 다양한 책들을 읽으시는거에요? 잠들기 전에 반드시 몇 페이지씩 읽고 주무시는건가요? 한 분야만 읽으시는 것도 아니고..놀라워요!!

dreamout 2012-10-03 21:16   좋아요 0 | URL
오늘은 쉬었어요. 아주 간만에 홍대에 가서 책 읽고 왔어요.

요즘 통 못 읽고 있어요. ㅠㅠ 마음만 분주해요...

다락방 2012-10-04 11:46   좋아요 0 | URL
홍대에 가서 책을 읽었다는건, 음, 홍대에 있는 까페에 가서 읽었다는건가요? 아니면 홍대 도서관?
드림아웃님도 책 들고 까페 나가서 읽는걸 좋아하시나요?

dreamout 2012-10-06 08:02   좋아요 0 | URL
홍대 주변의 카페요. ㅎㅎ
책 읽기 = 커피 마시기(카페에서 놀기). 거의 70~80%는 일치한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요즘 통 못 읽었다 = 요즘 카페에 자주 못가고 있다.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저는.. ^^;;

다락방 2012-10-06 12:26   좋아요 0 | URL
까페에서 책 읽는건 저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일단 집에 있으면 책 읽기 위해 까페에 나가게 되는 일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한 두시간 일찍 나가서 책 읽으며 기다리는 편이랄까요. 아 까페 나가서 책 읽고 싶은 욕망이 지금 이 댓글을 쓰는 순간 모락모락 생기는데, 그러려면 세수를 해야되니까.......포기................해야겠어요. 하핫. 부엌 식탁에서 읽을래요. ㅋㅋ

기억의집 2012-10-02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하늘만큼 땅만큼 공감~

저는 다락방님처럼 하루키 글 읽다가 글 속에 작가나 음악 나오면 궁금해서 하루키를 읽을 때마다 옆에 아이패를 끼고 읽는다니깐요. 페이퍼에 하루키와 아이패드,라고 글 올릴려고 했는데, 어느 새 10월~ 진짜 세월 빠르죠. 스테이크의 또 다른 묘미는 소스인데, 빕스죠?

다락방 2012-10-03 19:12   좋아요 0 | URL
저도 일전에 하루키의 재즈에세이 읽으면서는 음악가와 음악을 죄다 메모해놓고 그 시디 다 사겠다며 검색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음악 검색은 안하네요. ㅎㅎ

저 스테이크는 세븐스프링스 였어요. 빕스를 안간지 하도 오래되서 메뉴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났던터라, 기억의집님 이 댓글을 어제 스맛폰으로 읽고 오늘 친구를 만나서는 오만년만에 빕스 갔었어요. 배터지게 먹고왔네요. ㅎㅎㅎㅎ 아, 그리고 저는 스테이크는 일단 나오자마자 소스 없이 먹어본답니다. 그래야 육즙을 느낄 수 있어요. 스텡이크 본연의 육즙. ㅎㅎ 소스는 나중에 ㅋㅋ

iforte 2012-10-0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남부가 워낙 음식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해요. 조지아만 그런게 아니고 거의 대부분 남부도시가.. 아쉽네요, 하루키가 조지아주만 다녀간것이. ㅎㅎ

다락방 2012-10-03 19:12   좋아요 0 | URL
오! 그렇다면 저는 기간을 좀 길게 잡고 미국 남부를 다 돌아다녀봐야 겠군요! ㅎㅎ 양이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니..후아- 거기가 패러다이스네요. ㅠㅠ

야클 2012-10-03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자동차부품회사 회장님 비서 보다는 음식칼럼니스트가 훨씬 더 어울려요. 저녁에 선물 들어 온 갈비 배불리 먹었는데 몇시간도 안되어 스테이크를 생각나게 하는 이 글의 힘이란! 전 외국어 이야기 보다는 스테이크 사진만 보여요. ^^

다락방 2012-10-03 19:14   좋아요 1 | URL
야클님은 진짜 기억력 대박이네요 ㅎㅎ 안그래도 다른 직업으로 갈아타야겠다고 하루에도 이백번씩 생각하는데 이참에 음식칼럼니스트...를 해볼까요? 그런데 저는 흐음, 미식가와는 거리가 멀어서;; 뭐랄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먹는 부류의 여자사람이라서 칼럼니스트..로는 좀 안어울리지 않을까요?

나중에 미국 남부를 죄다 돌아다녀보고나서 음식칼럼니스트를 하든가 해야겠어요. 스테이크의 고장, 미국 남부 도보여행, 뭐 이런 타이틀로다가. ㅎㅎ


깐따삐야 2012-10-03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로서, 영어선생으로서, 다락방님 의견에 백퍼센트 대공감 입니다. 어쩜 그렇게 똑똑하세요!

다락방 2012-10-03 19:15   좋아요 1 | URL
어머, 깐따삐야님! 저는 안똑똑해서 똑똑하다는 말 들으면 완전 초절정 기뻐하는데, 지금 깐따삐야님이 제게 똑똑하다고 해주시네요. 어머. 난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네. 동생에게도 제 의견을 똑똑히 말해야겠어요. 헤헷 :)

가연 2012-10-04 0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 에세이 읽었는데.. 저도 저 부분을 읽으며 정말 무언가 먹고 싶어서.. 라면을 먹으며 동영상으로 스테이크를 검색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다락방 2012-10-04 11:46   좋아요 1 | URL
동영상으로 스테이크라니..뭔가 달인의 경진데요! 사진 검색하는 것보다 더 전문적인 느낌이 나요. ㅎㅎ 전 어제 스테이크 먹었지롱요~ 우희희.

Kir 2012-10-04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물론 전 영어를 가르친 적은 없지만, 아이들 스스로 배우고 공부하려는 의지가 없을 때 부모의 선택이나 .. 일종의 강요(?)로 아이들에게 뭔가 시키는 건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도리어 어릴 때부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이런 시대에, 이런 나라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다락방 2012-10-08 15:05   좋아요 1 | URL
네, 영어를 가르친 적이 없어도 이런건 알 수 있는것 같아요. 제 경우에도 문법책을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건 학교에서 시키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학교에서 하라고 시킨게 아닌 건 제 스스로 알아서 하곤 했어요. 제가 좋아서요. 이를테면 팝송 가사 외우기 같은거요. 그건 제가 하고 싶었으니까요. 이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다 아는 보편적 진리인데, 그걸 알면서도 어릴때부터 영어 교육을 시킨다는게-그 나이때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 참 마음에 들질 않네요.
 
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로부터 떠나야 사람답게 사는게 가능해지지만 사람들과 함께여서 버틸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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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0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2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0자평] 어두운 기억 속으로


여자는 공황장애와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과 창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불안감이 솟구치는 날에는 세 시간동안 점검을 하다가 잠 잘 시간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녀에게 지각은 일쑤고 그래서 그것을 벌충하기 위해 조금 더 늦게까지 일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퇴근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지하철에서든 거리에서든 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니까. 그녀의 강박증이 아프도록 내게 다가온 이유는 그녀가 문 점검을 하면서 숫자를 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꼭 여섯번을 센다. 그래야만 자신의 의식을 마친것이다. 물론 마쳤다고 그게 끝이 아니다. 자리에 앉았다가 다시, 다시 점검하는 것이 일상이니까. 게다가 점검하는 도중 뭐라도 하나 흐트러지면 그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러 차례 점검하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여자를 '정상'으로 봐줄 리 없다. 물론, 들키고 싶지 않은 장면이기도 하고. 나도 문을 잠그고난 후 몇 차례 확인하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면서 숫자를 센다. 그건 점검하는 횟수이기도 하고, 점검하는 동안 그저 세는 숫자이기도 하다. 강박증이 가장 힘든건, 내가 지금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때다. 물론, 알고 있다. 내가 좀 전에 점검했다는 사실을, 방금전에도 했다는 사실을, 그러니 또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그러나, 그럼에도불구하고 아주 작은 의심 하나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게 가장 힘들다. 이걸 멈출 수가 없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여자가 아주 많이, 아팠다.















그녀의 강박과 공황 장애는 트라우마로부터 왔다. 그녀의 전 연인, 그토록 완벽했던 그 남자. 친구들도 모두 대체 어디서 저런 남자를 만나게 된거냐며 부러워했던 남자. 그녀가 불행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이건 뭔가 이상해' 라고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보다 그를 더 신뢰했다. 모두들 그녀가 이상하게 변했다고 말했으며, 그는 지독하게 너를 사랑하는 좋은 남자라고만 말했다. 그녀에게 부모님은 없었고,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그에게 얻어맞고 발길질 당하고 강간당하고 그녀의 집에 처박혔을 때, 그녀는 온전히 혼자였다. 



왜 내 친구가 내 말을 믿지 않을까? 왜 내 상황에 귀 기울여주지 않을까?



나는 혹여라도 내가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내 말을 믿어줄 친구가 있을까, 내 친구들은 내 말을 믿어줄까, 를 생각해보았다. 그럴때를 대비해서 내가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내 말을 반드시 믿어줘야 해' 라고 미리 말을 해두어야 하는건 아닐까, 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친구라 한들, 내 말을 믿어야 한다는 보증이 되는건 아니잖아? 이 책속의 여자도 사랑했던 남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하물며 친구라고 어떻게 다 믿겠어? 그렇다면 내가 강해지는 수 밖에 없겠구나. 역시 나에게 닥친 문제는 나 혼자 해결할 수 밖에 없어. 강해져야 하는거야.



그런 그녀에게 윗집에 새로 이사온 남자가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는 그녀가 말하지 않았는데 그녀의 강박증을 알아채준다. 공황 장애에서 그녀를 끌어내오려고 노력한다. 그녀 대신 출입문을 점검해준다. 그녀에게 언제든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기분은 좀 괜찮아요?"

"난 괜찮아요."

이가 딱딱 부딪치는데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낮고 푹신하고 놀랄 만큼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무릎을 감싸 안았다. 갑자기 굉장히 피곤해졌다.

"나중에도 계속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요." 내 말에 그는 머뭇거리다가 차를 조금 마셨다.

"공황 발작이 일어날 것 같으면 나한테 알려주겠어요? 올라와서 노크할래요?" (pp.64-65)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들고 보여주기는 더 힘든 나의 강박 장애를 누군가 알아봐주고 도움을 주려고 한다니, 나는 책 속의 이 장면에서 뭉클, 그가 고마웠다. 그리고 제발 그가 그녀에게 안정감을 주기를, 강박증을 떨쳐낼 수 있는 신뢰를 주기를 바랐다. 



"여보세요?"

"안녕, 나예요." (p.309)



그가 여러 차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주고, '나예요' 라고 말을 할 때, 아, 정말이지 내 뱃속에 아주 따뜻한 스프가 한 가득 찬 느낌이었다. 그리고 약한불로 보글보글 끓여지고 있는 느낌. 나예요, 라는 말은 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방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나예요, 라는 말은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속살거린다. 나예요, 라고 말했던 사람이 자꾸만 떠올라서 양 팔로 내 배를 감싸안고 싶었다. 그대로, 어디로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무섭다. 나로서는 아프기까지 하다. 그래서 자꾸만 책장을 넘기고 싶었다. 이 책에는 어떤 아름다운 문장도, 감탄할만한 문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감정 이입이 너무 심하게 된다. 나는 그녀를 따라 겁이 났고 그녀를 따라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문을 여러차례 점검하며 숫자를 셀 때 나는 같이 세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녀의 점검 과정에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서 자신의 집이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걸 인식하게 될 때, 나는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 거기에 있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이 책을 빨리 읽어야 했다. 그곳으로부터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러려면 읽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끝에 그녀가 어떻게 되는지, 그러니까 그녀가 강박증을 이겨내는지, 출소한 전 연인과 맞서 싸우는지, 이 모든 과정들을 지켜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쪼록 강해지자.




이 책을 다 읽은 시간은 밤 아홉 시 무렵이었고 거의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 지하철 안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쪽으로 걷다가 나는 제과점에 들러 햄이 몇장이고 겹쳐져 들어가있는 샌드위치를 샀다. 당장 샌드위치를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샌드위치와 함께 속을 금세 뜨겁게 만들어주는 와인을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집에 사다 놓은 와인이 없다. 일전에 내시경 하기전에 다 마셨는데, 그 때 사두면 내가 내시경을 앞두고도 와인을 마실 것 같아 사두지 않았더랬다. 그 뒤로 여태 사두질 않았더니 젠장, 정작 필요할 때 마시지 못하네. 어제 집에 가는길에 들르려니 정말이지 몸이 찢어질 정도로 피곤했어 -0- 오늘 사리라, 오늘 사 갈테닷.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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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09-28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되겠다. 나도 이 책 읽어야겠어요. 지금은 읽고 싶어.



다락방 2012-09-28 14:25   좋아요 0 | URL
음, 레와님은 나처럼 힘들게 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 책 무서워요.. 어휴..

2012-09-28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9-28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09-28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키득키득 거리면서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을때 다락방님은 이렇게 마음쓰이는 책을 읽으셨군요.
저위에 '그런데..............' 이걸 보니 역시나 해피앤딩 따위는 아닌것 같네요.
전 당분간은 바닥으로 푹 꺼질꺼 같은 우울감을 안겨 줄만한 책들은 피하려구요.
그래서 궁금하지만 이 책은 패쓰~

날씨가 좋을꺼라고 하더니 여긴 천둥소리가 나고 하늘이 점점 검은 회색으로 바뀌고 있어요.
모쪼록 즐거운 연휴되시길.^^




다락방 2012-09-28 14:40   좋아요 0 | URL
울회사 직원이 좀전에 제가 빌려준 [지구에서 한아뿐]을 다 읽고 돌려줬는데, 너무 뻥이 세서 재미 없대요. 하하하하. 전 뻥 센거 알면서 키득거렸는데. 하하하핫;; 마중물님도 끝까지 키득거릴 수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원.. ;;

여기는 좀전에 비가 막 쏟아졌어요. 그런데 이제는 쏟아지진 않고 그저 내리네요. 아..집에 가고 싶어요. ㅜㅜ

아무개 2012-09-28 15:42   좋아요 0 | URL

끝까지 키득이면서 아주 재미있게 잘 봤어요.
근데 어차피 뻥인데 우주적으로 크기로 뻥치면 또 어때요. 그죠? ^^

배 아 프 시 겠 지 만
저는 지금 퇴근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12-09-28 17:10   좋아요 0 | URL
저도 회사에서 뭐 일이 되겠냐고 퇴근하라네요. 그런데 다섯 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 시간 일찍 보내주면서 생색은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처구니가 대박이에요.

전 테이큰 2 보러 갈거지용~ 스트레스 풀고 올거에요 -0-

물의나라 2012-09-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글을 중간쯤 읽어 가는데 이유없이 눈물이 그렁그렁 하네요.
마지막 문장의 그마음을 미리 읽어 버렸네요.

다락방님 괜찮아요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다락방 2012-09-28 14: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물의나라님.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좀 심하게 하는 편이긴한데, 이 소설의 여자주인공에도 역시 그러했네요.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게 무섭고 힘들고 아팠어요.

물론, 지금은 괜찮습니다, 물의나라님. 저 괜찮아요.
:)

치니 2012-09-2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융. 다락방 님. ㅜ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워요.

다락방 2012-09-28 17:10   좋아요 0 | URL
ㅎㅎ 치니님 괜찮아요. 저 이제 영화보러 갈거에요. 테이큰2 ㅋㅋㅋㅋ 이 책 읽고나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이 영화 예고보는데 보고싶어서 돌아버릴 뻔했어요. 다 죽여버리겠어~!! 뭐 이런 마음이 되가지고 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12-09-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오늘저녁 '우리도 사랑일까' 보고 왔어요.
거기 공항 장애가 나와요. 공황 아니고요.ㅎㅎ
미셸 윌리엄스가 꼭 우리 여배우 임수정 비슷하단 생각을 했어요.
아담하면서 이쁜 몸매에 어려보이는 얼굴.
메리 추석 보내세요~~~

다락방 2012-10-02 09:17   좋아요 0 | URL
공항 장애는 어떤거죠? 공항에 가면 패닉상태가 되는걸까요? ㅎㅎ
프레이야님덕에 그 영화가 보고 싶어졌잖아욧!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후훗.
저도 이번주에 시간 되면 보러 가야겠어요.

여전히 추석 연휴를 즐기고 계시겠죠? 전 사무실이에요. ㅜㅜ

dreamout 2012-09-28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연속적으로 괜찮은 소설들을 읽어 나갈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요~^^

다락방 2012-10-02 09:17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오늘 출근 하셨어요? 이 세상에 출근한 사람은 저 뿐인건가요? 흑흑.

마노아 2012-09-28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요.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고요.
나 와인 두병 생겼어요. 최근에 가보고 홀딱 반한 수제버거 집 파머스 반은 와인 한병 까지는 가져오면 추가 요금 받지 않고 잔을 제공해 준대요. 우리 와인 들고 수제버거 먹으러 가요. 여긴 토요일날 쉬어요.(이슬람교 신자가 아닐까 궁금해 하고 있어요.) 토요일이 아닌 어느 날 우리 스테이크 못지 않은 버거 먹으러 가요. 추석 연휴 잘 지내고요!!

다락방 2012-10-02 09:18   좋아요 0 | URL
전 마노아님의 와인 선물받은 페이퍼보고 인생에 회의를 느꼈잖아요. 아, 나는 인생을 헛살았어. 왜 대체 내게는 와인을 선물해주는 이 하나 없단 말인가. 나는 어떻게 살았길래 와인 선물을 받지 못하는가 하고요. 흑흑. 수제버거와 와인이라니, 정말 좋은데요!! 네네, 반드시 언제든 기필코 시간을 마련합시다. 불끈!!

2012-09-29 0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다락방 님과 또 한 분의 알라디너's 서재예요.
그 중 다락방 님은 정말 어쩜 이럴까, 싶을 만큼 저랑 독서취향이 같으셔서 책 지를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ㅋ
그런데 이런(!) 부분까지 비슷하다니 이거 이거 제곱으로 호감이 갑니다. (아, 이제 완전히 떨치셨나요? 음, 전 아직도 잔재가 남아 있긴 합니다만 어쩌겠나요. 이것도 제 삶의 군더더기려니 하는 수밖에요. :b)
이 책도 바로 리스트에 넣었어요.

다락방 님 서재에만 오면 저도 여기 끼어서 같이 친목친목하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언젠가 로긴 딱 하고 나타나 "안녕, 나예요."라고 인사 드릴 날이 오............긴 오겠죠? :)
그날까지 지금처럼 예쁘리~하게 동네 지켜주시길 바랄게요.

추석 잘 보내시고요.

다락방 2012-10-02 09:21   좋아요 0 | URL
강박증에 있어서라면, 저는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인 것 같아요. 친구가 약물치료 가능하다고 말해주긴 했었는데, 전 약을 무척 싫어해서 어떤 약도 먹고 싶지가 않거든요. 이것도 무슨 똥고집..같은 -_-
나는 왜이럴까, 하고 한없이 우울하다가도 이런걸 포함한 내가 나인거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괴로워했다가 위로했다가 해요.

추석은 잘 보내셨어요? 전 연휴가 짧아서인지 피곤하기만 해요. 오늘도 쉬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이미 출근해서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있네요.

기다릴게요, 횽님. 언젠가 안녕, 나예요, 라고 인사해주실때를요.

2012-09-30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2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2-09-3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왔어요. 저 왔다 가요. 저 락방님 잊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저 왔다가요. ^^ 연휴에 근무하는 불쌍한 영혼이 님 글 보러왔다가요/

다락방 2012-10-02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은 일하러 나왔어요, 버벌님. (그리고 몹시 배가고파요!!)

잊지 않았다니, 고마워요. 그런데 그간 뭐하느라 뜸했던거에요? 이제 자주 올거에요, 버벌님? 난 여기에 항상 있습니다.

가연 2012-10-0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이글 좋은데요ㅎㅎ 사실 읽는 거야 폰으로 읽고 있지만 댓글을 제가 남길 여유가 별로 없었네요.

다락방 2012-10-02 09:27   좋아요 0 | URL
오우 가연님께 칭찬 들으니 막 으쓱으쓱 하는데요? ㅎㅎㅎㅎ 뿌듯하네요. 희희

sweetrain 2012-10-02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부터 강박증을 앓고 있었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6개월 전부터네요. 제가 우울증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강박증이 심하다보니 그게 너무 괴로워서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저는 지금도 목욕탕에 가면, 종종 불안감에 못이겨 씻다가도 뛰쳐나와 짐 넣어둔 사물함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집을 한바퀴 돌면서 수도는 잠갔는지 가스밸브는 잠갔는지 확인하고 있고, 버스에 타면 꼭 같은 자리에 앉아야 하고, 특정한 숫자를 굉장히 싫어하고, 주변 사람이 떠날까봐, 매번 그 사람에게 애정을 확인하려고 들어요. 어릴 때는 머리카락을 원형탈모가 올 정도로 뽑아댔었죠. 저도, 제가 방금 전에 문을 잠갔다는 걸, 수시로 제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하는게 괴로워요.

그 외에도 참 다채로운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도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말고 벽에 비뚤어져 걸린 액자의 위치를 바로잡거나, 비치된 책자들을 꼭 제목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거나, 의사 선생님의 흰머리 두 가닥이 신경쓰여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제 자신이 싫어지곤 해요.

저도 상당히 심한 케이스라는데, 의사선생님은 저보다 훨씬 더 심한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고 하셨어요. 그 때 마음이 아팠던 건...지금 저도 이렇게 힘든데 저보다 더 심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 세상을 살까, 얼마나 힘들까, 그 생각 때문이었어요.

다락방 2012-10-02 09:29   좋아요 0 | URL
강박증이 병원에 다니면 치료가 되는건가요? 저는 언제나 약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병원 가는건 망설이게 되네요. 부디 스윗레인님은 병원을 다니면서 효과를 보셨으면 좋겠어요. 강박증도 우울증도 모두 좀 내려놓을 수 있게 되셨으면 해요.

안녕 2012-10-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아고라 청원게시판에 얼마전에 올라온 사연 생각나네요
단역배우 아르바이트 하던 여자분이 작업반장 네명에게 오랫동안 강간당하고 돈뺏기고 협박당하다 자살한 사건
뒤늦게 어머니분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작업반장이 집까지 찾아와서 피범벅이 되도록 맞았다고 하죠
그러나 수사도 없고 처벌도 없고
그뒤로 여자분 아버지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 여동생 역시 언니를 따라 자살로 생을 마감
제가 서명할때 3000명이 안됐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나 모르겠어요
70년간 새누리당이 의회를 독점하도록 만든 우리 자신이 받아야할 당연하고도 가혹한 형벌이란 생각이 들구요..
돈까스를 먹었네 다음편은 언제 올라오나요 시인님하 -_-

다락방 2012-10-02 15:03   좋아요 0 | URL
아 너무 화가나고 억울해서 미칠것같은 사연이네요. 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걸까요? 어떻게 해야 이런 일들이 뿌리째 뽑힐까요? 왜 약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이 결국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 할까요? 하아..

아, 그런데 안녕님. 이런 심각한 얘기 밑에 '시인님하' 라뇨. 아..갑자기 웃어버렸잖아요. 흑흑. 시는, 요즘에 통, 영감이 떠오르질 않아서..저는 짝사랑 할 때 영감이 최고조에 달하거든요. ㅎㅎ 역시 슬픈 사랑이 작품 활동엔(응?)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 ")
 
어두운 기억 속으로 매드 픽션 클럽
엘리자베스 헤인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완벽해 보이는 남자를 경계할 것,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이라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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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숫자를 세는 동안 나를 보지 말아요.
    from 마지막 키스 2012-09-28 09:02 
    여자는 공황장애와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출입문과 창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불안감이 솟구치는 날에는 세 시간동안 점검을 하다가 잠 잘 시간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녀에게 지각은 일쑤고 그래서 그것을 벌충하기 위해 조금 더 늦게까지 일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퇴근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지하철에서든 거리에서든 퇴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마주치지 않아도 되니까. 그녀의 강박증이 아프도록 내게 다가온 이유는 그녀가 문 점검
 
 
레와 2012-09-2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심해요!

다락방 2012-09-28 14:24   좋아요 0 | URL
네,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