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장세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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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받은 상처가 다른 사랑으로 극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이 남자한테 당했다가 다른 남자한테 또 당하게 되는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여하튼 결국 여성 연대를 말하고 있는 소설.
요즘은, 어떤 아버지는 아이의 성장에 오히려 없는 게 낫다는 생각을 더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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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4-2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연대 말하는 책을 읽으셨군요. 저는 남성연대를 보여주는 책을… 심난하더군요.
표지가 심오하니 예쁜데 서글프네요…

다락방 2023-04-25 10:43   좋아요 0 | URL
네, 결국은 여성연대였어요. 여성연대를 스릴러의 형식을 빌려서 말했다고 볼 수 있는데, 금세 다 읽히는 책이기는 했지만 저로서는 딱히 높은 점수를 주게 되진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 리뷰 보니 저 빼고 다 별 다섯... ㅋㅋㅋㅋㅋ

남성연대를 보여주는 소설은 피터 스완슨이었군요!!

난티나무 2023-04-25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동감합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했어요, 그 생각…^^;;;;

다락방 2023-04-25 10:43   좋아요 0 | URL
불필요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해를 입히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아버지 같은 거, 없어도 되는 것 같아요.
-.-
 
와일드 차일드
렉시 에인스워스 외, 닉 무어 / 유니버설픽쳐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십대 아이가 상처를 극복하고 우정과 재미를 찾는 이야기.
알렉스 페티퍼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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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외할머니의 94세 생신을 축하했다. 보청기를 착용하시고 딱딱한 음식은 씹을 수 없는 할머니는 몸이 점점 쇠약해지시고 이번에 뵀을 때도 컨디션이 안좋으셨다. 이제는 다리도 허리도 다 안좋으시다고.

외할머니 생신이라고 내가 매번 함께 밥을 먹는건 아니었는데, 이번엔 생신이 돌아오기도 전부터 '나도 이번에 같이 밥 먹어, 엄마' 했다. 내심 마지막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아니어도 몇 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 생각을 동생들에게 말했더니 남동생은 얘기했다.


"우리 할머니는 내 생각에, 우리들보다 더 오래 살 것 같은데?" 


식구들 모두 남동생의 말에 그럴만하다며 웃었다. 그래서 같이 능이오리백숙을 먹고 들어와 집에서 케익에 초를 꽂았다.




그리고 할머니께 용돈을 드렸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나도, 남동생도 드리고 참석하지 못한 여동생의 것도 챙겨 드렸다. 이모는 이모 아들 딸의 봉투까지도 전달해, 할머니는 돈봉투를 여러개 챙기셨다.




할머니는 내가 우려준 차를 드셨다. 저 멀리, 시애틀에 사는 친구가 보내준 차인데 티백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면 향이 기가 막히다. 나는 내가 향기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우울한 기분들이 때로는 좋은 향기로 별 거 아닌 일이 되는 경험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의 커피 향기가 모든걸 괜찮은 걸로 만들어주기도 했고, 며칠전에 친구가 보내준 차의 향기가 과중한 업무로 잔뜩 스트레스 받아 있는 나를 달래주었다. 친구가 보내준 차통이 사무실에 있었는데, 나는 그걸 가방에 챙겨넣었다. 주말에 할머니랑 이모 오면 타드려야지, 하고. 그래서 할머니도 타드리고 이모도 타드렸다.



금요일에는 화분들에 물을 주었는데, 물뿌리개의 물이 너무 셌기 때문인지 풀들이 다 엎드려버렸다. 곧 살아나겠지 싶으면서도 걱정되었다. 분무기로 줘야 하나. 그렇지만.. 아니야, 살거야. 들판의 모든 풀들은 이보다 더 센 빗줄기도 맞고 살아가잖아? 


토요일 아침 베란다 문을 여니 와, 열자마자 고수향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요며칠 잘 안나던데 본잎들이 제법 많이 나기 시작하니 또 향이 진동을 한다. 너무 좋아. 베란다 문만 열면 웃게 된다. 그리고 가까이 가니 더 진동하는 고수 향기.



아 너무 설렌다 진짜 ㅋㅋㅋ 고수 잎 삐죽삐죽 제법 많이 나있다. 으하하하. 얼마나 향기가 나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히죽히죽 웃는다. 으하하하하. 내가 가만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내 엄마가 따라 나오신다. 그리고 같이 들여다보신다. 


이 콩에 대해서라면 참 복잡한 마음이 드는데, 그러니까 어떤 기분이냐면, 평범한 집에 태어난 영재의 느낌... 같은 거랄까. 최선을 다해 교육 시키고 싶지만 부모가 가진 지적 능력이나 재산은 영재 의 재능에 못미쳐 결국 영재가 제 뜻대로 더 크게 되지 못하는 그런 느낌적 느낌 이랄까... 

나는 내가 그런 아이라고 늘 생각해서 부모님을 원망했었다.

내가 아무리 영재면 뭐해, 부모가 나를 제대로 교육을 못시켜서 이렇게 평범해졌는데!!! 

라고 부모를 원망하면 우리 엄마 아빠도 그렇고 동생들도 그냥 쟤 또 저러네, 이러고 요즘엔 대꾸도 안한다.

나는 내가 평범한 집에 태어나 자라다 만 영재..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흠흠.


아무튼 이 콩 보면 그런 느낌이야. 콩아, 네가 뿌리 내린 화분이, 토양이, 그리고 무엇보다 널 심은 내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쑥쑥 자라는 너에 비해서... 고작 이정도의 창조주라 미안하다...



천천히 예쁘게 자라는 고추. 얘도 가운데에 잎이 쏙 내밀었다.



방울토마토인데 얼른 쑥쑥 자라 토마토 열렸으면 좋겠다. 아가 조카 오면 보여주고 싶다. 아가야, 이거 네가 한 번 따보렴, 하고. 



싹은 제법 잘 피우더니 자라는 속도는 더딘 것 같은 바질. 너도 얼른 자라라. 근데 네가 자라면 페스토 만들 만큼의 양은.. 안되겠지? 내가 키운 바질로 내가 직접 바질 페스토 만들어 보는 로망.. 실현은 가능할까?



우리 아빠는 평생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분이시다. 드라마에 나오는 '반찬이 이게 뭐냐'며 타박하는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시고, 김치만 딸랑 하나 꺼내줘도 콧물 흘리며 밥 잘드시는 분이시다. 어제 저녁은 열무김치만 하나 꺼내달라 하셔서 거기에 슥슥 비벼 드셨다. 반찬이 많으면 많은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맛있으면 맛있는대로 맛없으면 맛없는대로 엄청 맛있게 정말 잘 드신다. 사실 식탐.. 이 너무 심해서 그런가? 이런 생각도 해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빠가 가리는 음식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보다 햄버거나 돈까스 이런것도 좋아하시긴 하지만, 피자를 별로 안좋아하시고 술도 안드신다. 그리고 당뇨를 앓고 계셔서 나름 단 걸 피하시고 또 신장이 안좋아 최근엔 짜게 먹는 것도 자제하려고 하신다. 사실 아빠가 자제한다기 보다 식구들이 잔소리를 미친듯이 한다. 짜게 드시지 말라고... 여튼, 치커리가 그런 아빠 같다. 씨 뿌리니까 일주일도 안돼 싹 내밀더니 막 자라. 내가 딱히 신경 쓴 것도 아니고 걍 씨 뿌리고 베란다에 가만 두며 간혹 물이나 준 게 다인데, 이거봐라~ 하면서 겁나 잘 자라고 있다. 그리고 가만 보면, 저기 오른쪽 어떤 잎은, 치커리 모양의 본잎도 나오기 시작했다.



상추는.. 처음에 싹은 빨리 나오더니, 그리고 키워본 친구들이 상추는 그냥 막 잘 자란다고 하던데, 우리집 상추는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닌 것 같다. 콩이 너무 치고 나가고, 치커리랑 고수가 잘 자라서 상추는 의외로 뒤로 쳐지고 있다. 그러니까 나름 공부 잘하는 아이인데 집에 큰누나가 너무 공부를 잘해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하는... 큰누나 나다. 


그렇지만 우리 삼남매 중에서 내가 제일 공부 못했던 건 함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 이모가 와서 구몬영어 하는 엄마를 보고 응원해주었다. 나는 구몬영어를 열심히 하는 엄마를 보며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야, 엄마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엄마의 의지만큼 외워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어떤 공부의 '때' 라는 것이 복잡하고, 그것은 노화.. 와 연결된 것일테고, 그렇지만 계속 하다보면 공부의 감각이라는 것도 나름 터득될 터이니 낫지 않을까. 그리고 나에게 학습지를 시켜주었던 아주 먼 과거의 일도 떠올랐다. 당시에 총.. 총어쩌고 하는 학습지도 하다가, 엄마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에이플러스 한대, 해서 엄마를 졸라서 엄마가 나와 여동생에게 에이플러스 학습지를 시켜주었던 거다. 우리 집은 결코 넉넉한 집이 아니었고, 아빠가 열심히 돈 버는 집도 아니었는데, 내가 이렇게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엄마는 어떻게든 해주려고 하셨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학습지가 왔는데, 나는 처음 한 2주 정도만 그걸 풀고 나머지는 풀지 않고 쌓아둔 채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쌓이고 쌓이고.. 나는 그걸 책상 밑으로 숨기고 숨기고...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엄마 몰래 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게 너무 엄마한테 미안한거다. 내가 너무 철이 없었던 게. 하지도 않을 걸 해달라고 조르고, 그래서 없는 돈에 기껏 해주었더니 그냥 종이 쓰레기 만들어 버리고... 그 당시에 철이 들어 문제집을 꼬박꼬박 풀었다면, 내 미래는 그 때와 조금 더 달라졌을까? 설사 달라지지 않았어도 엄마한테 덜 미안하지 않을까. 엄마는 내가 시켜주는 문제집 꼬박꼬박 잘하는데, 심지어 엄마가 너무 열심히 하시는 바람에 추가비용 내고 문제집 한 권을 더 사셔야 했다. 엄마가 공부하는 거 보면 내가 다 뿌듯한데, 나는 왜 그 때 문제집을 쓰레기 만들어 버렸나..


반면 여동생은 달랐다. 전교1등 했던 내 여동생은 에이플러스는 전혀 밀리지 않았고 나중에 우리가 더이상 그 학습지를 하지 않을 때에도 문제집 한 권 사면 일단 연필로 다 풀어보고 한 권 다 풀면 그걸 다 지우고 다시 푸는 아이였다. 전교 1등, 그거 그냥 되는게 아닌 거다. 게다가 용돈을 나보다 더 적게 받는 내 여동생은 늘 용돈이 남았고, 여동생보다 많이 받는 나는 용돈 받으면 일주일도 안되어 다 써버리곤 했다. 나는 용돈 받자마자 일단 떡볶이랑 쫄면 사먹어버려....흑흑 ㅠㅠ


그때 문제집 쌓아두고 안푸는 아이는 커서 책 쌓아두고 안읽고 또 쌓아두는 어른이 되었다. 제버릇 개못주는 거 맞아요. ㅠㅠ



아무튼 그래가지고 책이 왔다. (네?)































《퍼핏 쇼》는 리뷰대회 있다고 해서 샀는데, 그동안 리뷰대회 항상 미끄러진 나로서는 참가할 의지가 사실 별로 없다. 그래도 참가할 의지가 생길지도 모를 나를 위해 일단 갖추어두었다.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최근에 시사인에서 장하준의 인터뷰 읽고 오오, 경제학 레시피 읽어봐야지 해서 샀는데, 사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였나.. 그 책도 갖춘지 오만년 되었는데 안읽고 있...


《아메리카의 비극》을 ㅈㅈㄴ 님 리뷰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사두었는데, 이렇게 그 분의 리뷰 읽고 덮어놓고 주문했다가 역시 또 쌓이고 있어가지고. 일단 상권만 샀다. 너무 지혜롭지 않나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영재의 blood...



오늘 아침에 엄마가 교회 새벽 기도를 가셨다. 어제 가시기 전, 내일 엄마 교회 새벽기도 갈테니 아침 잘 챙겨먹고 가라 이르셨고, 그런 걱정 말고 엄마 잘 다녀오시라 했는데. 아하하하. 내가 세상에, 오늘 알람 끄고 더 자버린 부분.. 그래서 평소보다 너무 늦게 일어났고 헐레벌떡 씻고 나오는 바람에 아침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평소랑 비슷한 시간에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한참후 엄마로부터 단톡방에 톡이 왔다.


"너 오늘 아침 안먹고 갔더구나."


내가 대답할 새도 없이 여동생이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언니는 다 계획이 있을 거예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맞다. 사무실에 도착한 나는 일할 준비를 다 마치고 나가서 샌드위치와 김밥을 사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다 먹고 배가 부른채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배불러요, 걱정마삼 ㅋㅋㅋㅋㅋㅋ 했더니 남동생이,


"도대체 왜 배가 부른거냐?"


물어왔고... ㅋㅋ



아, 맞다. 나 책상 샀다. 

그러니까 서재방에 식탁으로 사용하던 책상이 이미 있는데, 거기에 제대로 된 침대를 들여놓고 퇴원하신 아빠의 침실로 쓰는 중이라, 밤에는 들어가 책상을 쓸 수 없었다. 주말밤에는 특히 내가 그래서 침대에 앉아 책을 읽는데, 그렇게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세가 점점 미끄러지고 정말 허리에 무리가 가는 자세가 아닌가.

나는 이제 더이상 화장을 하지 않아 화장대가 별로 쓸모가 없고, 그걸 책상으로 사용하려고 했더니 너무 작고 너무 낡기도 했던 바, 일전에 조카가 알려준 독서실 책상을 사기로 했다. 일단 몇 개 안되긴 해도 스킨 로션 같은게 화장대에 있는데 정리 못하는 나는 또 엄청 지저분해. 조카가 알려준 독서실 책상은 문 달린 수납장이 잇어 그 안에 화장품 때려넣자, 하고 책상을 주문했다. 그렇게 짠-



으하하하하하하하 덕분에 저 문 열고 화장품 다 때려넣었고(화장대는 폐기물 수거 신청해서 완료되었다), 아니, 세상에 위에 책장이 또 있기 땜시롱 바닥에 늘어진 책들 몇 권도 꽂을 수 있었다. 일단 저 책상 위에는 한나 아렌트 싹 다 옮겨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에는 저 책상에 앉아 등을 켜두고 《런어웨이》를 다 읽고 잤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다.


성장이 어느순간 노화로 변하는 건 아닌것 같다. 노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성장 역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노화와 성장은 같이 갈 수 있으며, 같이 가는 것이 더 낫다.



아니 그런데, 화장대 내다버리고 책상 사는 중년 여성 어떤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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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4-24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화와 성장이 함께 간다니… 없던 열정도 생기게 하는 말입니다!^^

책상 마련 잘하셨어요. 저도 화장대 하등 쓸모가 없더군요. 썬크림, 비비에 눈썹만 그리고 대충 나오니 말이죠ㅋㅋ

저는 아직 고수를 잘 먹지 못하지만 고수향이 나는 베란다가 궁금합니다! 상추도 서서히 나오지 않을까요?

저는 공부가 어느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환경도 중요하겠으나 역시 의지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4-24 11:08   좋아요 1 | URL
저도 화장대 쓸모가 없는데 게다가 정리도 못하니 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수납장에 넣고 다 닫아버리자!! 그러면 안보인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수납장 있는 책상 샀는데, 저 수납장 문 열면 안이 아주 난리에요. 어휴, 진짜 저는 어쩔 수 없나봐요. 여하튼 책상 생겨가지고 불 딱 켜고 책 읽는 거 좋아요. 어제 오후에는 그렇게 앉았다가 꾸벅꾸벅 졸았지만 ㅋㅋㅋㅋㅋ

맞아요, 공부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가급적 일찍 오면 좋겠지만, 저에겐 너무 늦게 왔어요. 늦게 와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 좀 해보려고 하니 젊은 시절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면 좋았을것을.. 하는 후회가 자주 찾아오더라고요. ㅠㅠ

수이 2023-04-24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떠긴…….. 세상에 최고로 멋진 중년 여성!!!! 🦁🦁🦁🦁🦁🦁🦁🦁 어쩐지 어흥! 하고 답할듯 싶어서 사자 미리 준비해봤습니다!!

다락방 2023-04-24 11:06   좋아요 2 | URL
사자가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 ㅋㅋㅋㅋㅋ
수이 님, <인생 수업> 나름 좋지요? 밑줄 긋는 부분들이 많아요. 마리 루티랑 엮어서 페이퍼 써야지, 라는 생각을 벌써 며칠 째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중년 여성은 이만 총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24 1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재콩 다락방 님의 리뷰대회 1등을 기원합니다.
저 책상 근데 왜 작아보이죠?ㅋㅋㅋㅋㅋㅋ 이미 어질러진 거 좀 봐.... 대박...

그나저나 그거 총력테스트 아닙니까?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4 11:05   좋아요 2 | URL
저거 사진 찍을라고 최선을 다해 정리한거예요. 어질러진 게 아니라 정리된 거라고요!! 사진 찍을라고 정리한 거라고요!!!!
저 책상 작은 거 맞아요. 딱 1인 독서실 책상 이에요. 서재방에 큰 책상 있는데 저거는 잠들기전 간단 독서용 책상입니다. ㅋㅋㅋㅋㅋ 침대에서 자기전에 읽으면 아무래도 자세가 불편해 저거 산건데, 어제 저기 앉아 읽다보니 자꾸 침대로 가고 싶더라고요? 침대가 저를 끌어당겨요.. 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총력테스트! 아까 쓸 때만 해도 ‘총 뭐더라..‘ 했는데, 등록하고 나니까, 아 총력테스트? 했습니다. 여하튼 잠자냥 님과 저는 같은 세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4-24 13:30   좋아요 0 | URL
총력테스트... 저도 해봤... =33

다락방 2023-04-24 13:4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플러스는 안해보셨습니까? ㅎㅎ

건수하 2023-04-24 13:44   좋아요 0 | URL
그것도 해봤습니다…. 😅
에이플러스보단 총력테스트가 재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다락방 2023-04-24 13:54   좋아요 1 | URL
전 둘 다 했다고 말하긴 어려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던 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왜 공부를 못하느냐, 안해서 못했다... 가 되겠습니다. 흠흠.

건수하 2023-04-24 13:55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래 버렸지요….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4-24 16:29   좋아요 1 | URL
총력테스트, 저는 첨 들어보는 것 같네요?
저는 초딩 때 아이템플 1년 했는데
한두 달은 열심히 풀다가 나중에 쌓여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ㅎㅎ
지금은 시사인이 책상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어요;;
(둘째랑 퀴즈만 풀고 덮어두다 모아서 버림)

그나저나 책상이 너무 미니해 보입니다만....

건수하 2023-04-24 16:35   좋아요 2 | URL
아이템플… @_@!!!!

잊고있던 이름입니다…

어릴 때 광고를 본 것 같아요 ^^

다락방 2023-04-24 16:50   좋아요 2 | URL
아이템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추억의 이름이네요. 저는 아이템플을 하진 않았지만, 그거 사람 머리 모양에 이니셜 들어가있던 로고 아닙니까? ㅋㅋ

네, 저 책상은 미니미니한 게 맞아요. 잠들기 전 독서용 입니다. 후훗.

햇살과함께 2023-04-24 17:58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사람머리 로고 ㅋㅋㅋ
아직도 이 학습지가 유초등용으로 나오네요!

2023-04-2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4-2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4-24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질페스토 로망.. 실현되면 꼭 소식 전해주세요!! 멋있는 다락방님 ㅎㅎ

다락방 2023-04-24 11:09   좋아요 2 | URL
네네. 로망은 실현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성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질만 제 뜻을 잘 따라준다면.... ㅎㅎ

은하수 2023-04-24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상은 꼭 필요해요! 멋지네요~~ 저도 공방에서 맞춘 책상 있어요. 너무 좋아요^^
저리 정리까지 되니 뿌듯하시겠군요
아메리카의 비극 ㅈㅈㄴ님 리뷰는 저도 봤는데 사고 싶었지만 쪽수보고 포기했습니다 꼭 읽으시길요!

저 ~~ 바질은 페스토 충분히 만드실거예요 부드러운 윗 부분 따면 계속 나와요 걱정마세요~~
작년에 만들어서 선물. 꽤 많이 했거든요 칭찬일색이요 풍미 정말 끝내준다고.. 싱싱한 바질 덕분이겠죠? 제가 생각해도 산거보다 훨훨훨씬 맛있어요^^

다락방 2023-04-24 11:22   좋아요 2 | URL
저도 나중에 공방에서 맞춘 책상 같은걸 갖추어 두고 싶습니다. 지금은 침실에 두는 거라 쪼꼬미 책상을 사두었지만 말예요. 책상은 갖추어야 할 필수품 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아, 얼른 바질 쑥쑥 자랐으면 좋겠어요. 바질 페스토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

따라쟁이 2023-04-2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상도 사고 화장대도 샀지만 결국 주방의 아일랜드 식탁을 이용하죠.

다락방 2023-04-24 12:02   좋아요 0 | URL
저도 원래 식탁 애용자였는데 엄마의 구몬영어 이후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3-04-24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콩에 대한 복잡한 마음에 너무 감정이입 되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해합니다, 그 심정.
무럭무럭 자라서 중년여성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콩이 주렁주렁 열리길 바랍니다 (콩... 열리는 거 맞죠?)
제가 젤 응원하는 친구는 다락방님, 그 다음은 콩, 그다음은 바질, 그다음은 방울토마토, 그다음은 상추...

다락방 2023-04-24 13:46   좋아요 1 | URL
ㅋㅋ 영재를 키워내기에는 부족한 접니다. ㅎㅎ 콩이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났어야 되는데. 콩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것이 이 콩의 운명이니만큼 저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콩.. 열리는 거 맞겠죠? 열리려고 저렇게 쑥쑥 자라는 거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님. 저도 물론이거니와 저의 식물들도 단발머리 님의 응원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성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ㅋㅋㅋㅋㅋ

망고 2023-04-2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텃밭식물들 너무 귀여워요ㅎㅎㅎ 근데 콩은 원래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애라...영재긴 영잰데 부모 도움없이도 혼자서 알아서 척척 잘 하는 애^^ 그러니 너무 자책마세요ㅋㅋㅋㅋㅋㅋ
책상도 귀여워요 저는 작은 책상을 좋아하는데요ㅋㅋㅋ큰 책상은 크게 어질러 놓는데 작은 책상은 작게 어질러 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큰거에 비해 덜 지저분해 보임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4 16:52   좋아요 1 | URL
부모 도움 없이도 혼자 알아서 척척 잘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망고님 너무 감사드려요. 망고 님의 댓글이 큰 위안이 됩니다. 제 식물들 넘나 귀엽지요? 나름 쑥쑥 자라고 있어서 이뻐요. ㅋㅋ 그런데 지난번부터 한결같이 다들 솎아주라고 하시는데 흑흑 저도 알겠지만... 솎아주지 못하는 이 마음, 못난 부모 마음인가요? 아이 자립하게 자전거 잡아주던 손을 놓아야 하는데, 제가 계속 잡고 있는건가요. 아아 솎아주기라니. 저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네요. ㅋㅋㅋㅋㅋ

저 침실에 둘거고 잠들기 전 독서용이라 부러 작은걸 산건데요, 작으니까 작은대로 정리 못하길래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 ㅋㅋㅋㅋㅋ 아무튼 저 수납장 안으로 화장품 다 때려박아 넣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껄껄.

그레이스 2023-04-2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펑범한 집에 태어난 영재 느낌 ㅋㄷㅋㄷ
생신선물은 역시 돈봉투! 손주들 용돈도 주시고... 흐뭇해 하시는 얼굴이 그려지네요^^

다락방 2023-04-25 10:44   좋아요 1 | URL
저도 선물은 돈이 좋더라고요? 저는 돈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ㅋㅋ

할머니가 저녁에 피자 사주셨어요. 잔뜩 받은 생일선물의 일부를 뚝 떼어내어 ㅋㅋㅋㅋㅋ

han22598 2023-04-25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지적열정..... 부럽습니다. 화이팅!!! 저는 요즘 운동에 대한 열정만 넘쳐나서...지덕체의 균형이 깨진듯합니다. ㅎㅎ

다락방 2023-04-25 10:44   좋아요 0 | URL
운동 열정 이라뇨!! 그게 더 멋있는데요, 한니? 저는 요즘 운동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서.. 초조합니다. 운동 해야 되는데.. 딱 여기에서 멈춰버리는.. Orz

난티나무 2023-04-25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토 잎 좀더 크면 코를 대고 킁킁 향을 맡아보아요. 토마토잎에서 토마토향이 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이지만 토마토 열매가 없는데 토마토향이 나는 건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고수향에 묻히나 봅니다.^^ 아 전에 토마토 키우셨지!!! 이런 ㅎㅎㅎ 이미 아시겠구나… ㅋㅋㅋㅋㅋ
솎지 못하는 그 마음 넘잘알이에요. ㅎㅎ 화분을 늘리시는 건 어때요? 라고 또 거들고 가요~~~
(어머니도 할머니도 정말 짱이시다!!!!! )

다락방 2023-04-25 10:46   좋아요 0 | URL
오, 저 지난번에 방토 심어서 난 적 있는데 잎 향기 맡아볼 생각은 못했어요. 이번엔 기필코 반드시 꼭 맡아보겠어요. 코대고 킁킁!!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고수향이 모든걸 다 무찔러버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솎아야 한다, 그게 결국은 식물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어떤..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 의 마음으로, 그렇지만 약하게라도 사는 것이 낫지 않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아니야!!) 아무튼 그러합니다. ㅋㅋ
 















우선, 미소에 대해 말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굳이 '미소'로 딱 지정하진 않고 웃음으로 확장해도 될 것 같다.


일전에도 내가 소설을 읽고서였나, 웃음에 대해 말했던 적이 있다. 내 경우에는 웃고 싶지 않을 때 웃지 않는다. 이건 내가 페미니즘을 알기 훨씬전부터 갖고 있는 나의 성격이었다. 아마 나같은 사람은 많을텐데, 나는 상대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있다 해도, 혹은 상대가 아주아주 웃길 의도로 어떤 농담을 던진다 해도, 그래서 함께하는 모두가 웃고 있다해도, 그 말을 하는 상대가 싫으면 웃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하나도 재미있지 않고 그 사람에 전혀 웃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질 않는다. 웃고 싶지 않으면, 나는 웃지 않는다. 웃고 싶지 않은데 웃는 건, 내가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반면, 상대가 좋으면 굳이 나를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웃는다. 상대가 좋을 경우 나에겐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상대가 좋으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웃는 표정으로 그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 내 표정은 내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어서 상대가 싫은데, 이 농담이 싫은데 웃을 수는 없다. 내 웃음은 그런 식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이건 그냥 내 성격이다. 그리고 아마 나만 이런건 아닐 것이다. 지구상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웃고 싶지 않은 상대나 상황에서 굳이 웃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그저 웃지 않는것만이면 다행이게. 적극적으로 웃고 싶지 않아, 웃지 않는 날 봐, 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아닌가!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여성 해방 운동을 위해 "꿈꾸는 행동"이 "미소 거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소 거부를 선언하면 모든 여성들은 즉각 '남을 즐겁게 하는' 미소를 버릴 것이고, 그 후로는 자신들이 즐거울 때만 웃으려 할 것이다" (Firestone 1970: 90[132]). -p.127


내 웃음은 그러고보면, 남을 위한 것이 아니었구나 싶어졌다. 나는 널 위해 혹은 분위기를 위해 웃을 생각은 없다.


각설하고,


이 책의 제2장의 제목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 이다. 나는 이 책을 선정할 때 '사라 아메드의 책을 한 권쯤 다같이 읽어야겠다'로 생각하고 골랐고, 그중에서도 좀 덜 어려워보이는 걸로 선택했다. 제목의 '행복'과 '약속'은 어렵지 않음을 말하는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러면서 목차도 보지 않고 선택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펼치고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라는 제목을 봤을 때 살짝 당황했으며, 그러나 그보다 더 크게 웃음이 났다. 아 그럼 그렇지, 그럼 그렇지!! 그래, 페미니스트 얘기를 하고 있었어, 사라 아메드는!! 아직 2장도 채 다 읽지 못했지만, 와, 진짜 아직 2장도 다 못읽은 현재 이 책은 별다섯을 예약한다. 진짜 너무 좋다.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읽으면 너무나 좋을 책이다. 게다가 사라 아메드는 자신의 이론과 주장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아는 소설들을 가지고 온다. <댈러웨이 부인>,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디 아워스> 를 가져와서 이야기하고 벨 훅스와 오드리 로드도 끌어들인다. 이미 여성학 책을 여러권 읽어왔던 사람들은 익히 아는 이름을 만나니 즐거울 것이고,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이라면 우리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통해 만나지 않았던가. 단 하나 유감이라면,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스포 당해버려쒀… 아놔…Orz



자, 무슨 말을 하는지 인용문을 좀 가져와보겠다.


즉, 트러블 메이커는 깨질 듯한 평화의 조건을 위반한 사람이다. 이 모든 사건에서 매기는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이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그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든 폭력, 주변을 맴돌며 그녀를 도발하는 폭력이다.(플로스강의 물방앗간)-p.113



결국 페미니스트들은 기꺼이 소란을 일으키겠다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심지어 고집을 부려야만 할 수도 있다. 우리는 주체의 의지가 다른 사람들의 의지, 즉 그의지가 일반의지 또는 사회의지로 물화物化된 이들의 의지와 일치하지않을 때 고집스럽다고 말한다.

따라서 여성 트러블 메이커의 형상은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의 형상과 동일한 지평을 공유한다. 두 형상 모두 행복의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하면 이해가 가능하다. 페미니스트는 행복을 약속하는 대상들이그렇게 장밋빛이 아님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깰 수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그래서 불행으로 흠뻑 젖어 있다. 페미니스트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그 어떤 것을 파괴한다고 미리부터 읽버린다.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깬다." -p.120



우리는 또한 페미니스트의 불행에 대한 집착(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깬다는 신화)을 목격할 수 있다.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 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p.123



나는 오늘 아침 지하철안에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보게 된,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의 구매자평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사서든 빌려서든 읽을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이 무슨 말을 할지는 알겠다. 요즘의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별로 좋아라 하질 않아서 살 생각이 없는데, 어쨌든, 나는 이 책에 달린 이런 구매자평을 보게 된거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으니 책의 내용에 대해 확신할 순 없다.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되게 구릴 수도 있다. 내가 읽는다면 책의 내용에 동의를 안할 수도 있고 나 역시 어떤 점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거랑 별개로 나는 아직도, 여전히 페미니스트=사랑받지 못하는 여자 라고 생각하는 이 낡고 고루한 사고가 부끄럽다. 이 구매자평은 내가 위에 인용한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일치한다. 바로 위, 123 쪽에서 뭐라고 했는가.


'여성들이 불행하기 때문에, 아마도 자신들은 성취하지 못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들에 대한 시기심이 전위된 결과 페미니스트가 됐을 거라고 믿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 고 하지 않았는가!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 이라는 전제가 너무 낡아서 진짜 깜짝 놀랄 지경이다. 


물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아직 학생이던 때, 그러니까 가만 보자 그때가 언제냐, 가만있자그러니까한 30년전쯤이었던 것 같다. 30년전쯤, 나 역시 페미니스트는 사랑받지 못하고 못생긴 여자들이라고 생각했었단 말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고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책들을 읽었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 결과, 30년 후에는 페미니즘, 여성주의에 대해 완전히 그 때와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고, 그리고 그 때의 나를 부끄러워하는 내가 되었다. 


나는 지금 완벽한 인간이 아니지만, 그러나 과거의 나보다는 훨씬 나은 인간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과거의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알고,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로도 그걸 안다. 고전을 비판하는 일이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로하는 거라고 생각하다니.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 머릿속에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알겠다. 더이상의 말은 생략하겠다. 그냥, 너무, 부끄럽다 … 저 구매자평을 보았을 때, 와,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네 하고 으 부끄럽다 하고 돌아섰었는데, 오늘 아침 사라 아메드의 글을 읽는 순간 샤라라랑~ 마법처럼 저 구매자평이 똭! 떠오르는 거다. 오오, 사라 아메드가 말한 게 바로 이거네!!!



사라 아메드 책 너무 좋다. 행복은 그저 선이고 참이라고만 생각했다가 아주 여러 갈래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2장에서는 페미니스트를 소환하고 3장에서는 퀴어가 나올 참인가보다. 단순히 문장으로만 보면 행복을 '깬다'는 것은 악인듯 하지만, 그러나 '어떻게' 만들어진 행복을 '왜'깨는가, 로 좀 더 들여다보면 행복은 선이 아니고 억압일 수 있으며 깬다는 것은 내 삶을 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사라 아메드가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즐겁고, 이 책을 선택하기를 몹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라 아메드의 《행복의 약속》은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 인생에 있어서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난다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2장도 채 안읽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특히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정말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다.


아, 그리고 매직 마이크 페이퍼 쓰러 가야겠다. 슝 =3=3=3=3

(이러고 이 페이퍼 보다 먼저 등록함. 여러분, 오늘 페이퍼 하나 더 있숑!!)




페미니즘의 역사는 문제 일으키기의 역사,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따르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을 거부함으로써 소피가 되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역사이다. - P111

페미니스트 주체들이 사람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은, 성차별 같은 불행한 주제들을 놓고 떠들어대서이기도 하지만, 행복이란 게 잘 지내지 못함을 나타내는 바로 그 기호들을 지워 버림으로써 유지되고 있다는 걸 폭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22

유색인 페미니스트로서 당신은 심지어 긴장을 초래하는 어떤 말도할 필요가 없다. 어떤 신체가 단순히 근접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서적전환이 일어난다. 어울려서 잘 지내려면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그 공간에들어올 수조차 없음을 의미하는 그런 것들에 동조해야 한다. 이런 예들은역사가 무형의 분위기에 혹은 걸림돌처럼 보이는 유형의 신체에 어떻게응축돼 있는지를 잘 보여 준다. 아마도 분위기는 긴장의 지점들을 어디에위치시킬지에 대한 합의가 존재할 때 공유되는 것 같다.
유색 여성으로서 화를 내며 말하면, 당신은 긴장을 야기하는 사람이라는 당신의 위치를 확증해 주는 셈이 된다. 당신의 분노는 사회적 결속을 위협하는 것이다. 오드리 로드가 묘사하듯이 "유색 여성이 백인 여성과 만날 때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보통 ‘참 난감한 기분이 들게 만드시네요‘, ‘백인 여성이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시네요‘, ‘신뢰에 기초한 대화와 행동에 방해가 됩니다‘라고한다" - P125

즉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것은 세상에 우리가 불행을 느낄 상황이 얼마나 많은지 더더욱 의식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불행은 또한 우리가 꾸준히 정서적으로 불행의 원인에 관심을 두게 해줄 수 있다. 당신이 불행한 것은 불행의 원인들 때문이다. 의식화가 불행한 가정주부를 행복한 페미니스트로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소망할 순 있겠지만 말이다! - P129

행복이 우리를 특정 지점에 도달하게 해주는 것이라 해도, 당신이 거기 도달했을 때 반드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댈러웨이 부인에게 이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은 사라짐이다. 이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의 핵심은 어떤 사라짐, 가능성의 상실, 신체 역량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어떤 실패, 그녀의 신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하는 어떤 실패이다.19 우리는 가능성을 의식해야 그것의 상실을애도할 수 있다. - P130

셉티머스는 셸쇼크shell shock[전쟁신경증의 하나를 앓고 있다. 그의 느낌, 전쟁에 대한 공포가 기억으로 침투해 들어올 때의 패닉과 슬픔은 우리에게도 전해진다. 그의 고통은 과거를 현재의 시간 속으로 들여온다. 전쟁은지속되고, 피부에 후유증으로 끈질기게 남아, 지나간 것이 되기를 거부한다. - P132

보부아르가보기에 파티라는 선물은 곧 의무가 되어 버린다. - P134

불행은 그것이 익숙한 느낌일 때조차, 낯선 방문객처럼 도착해 익숙함을 방해하거나 익숙함 속에 있는 불편한 요소를 드러낸다. - P136

"우리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전제로 한 삶이 로라에게는 견딜 수 없는 삶이었던 것이다. 그런 행복은 죽음과 같았다.
그녀는 행복을 위해 그 삶을 떠난 것이 아니다. 삶을 위해 이 행복을 떠난 것이다. - P141

로라의 행동이 극단적인 것으로만, 심지어 폭력으로, 회복될 수 없는 고통의 원인으로만 서술 가능하다는 사실은 행복 관념을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보여 준다. 이는 행복 관념이 타인의 행복을 보살피는 충동과도 밀접히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불행을 초래할까 두려워, 공감 받지 못할까 두려워, 매정한 사람으로 남을까 두려워 불행한 상황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행복 관념에 따라 살아가면서 상실한 것들을 의식하는 것과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나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다. 이 간극에서 일이 벌어지고, 삶을 살기도 하도, 상실하기도 한다. - P143

페미니즘의 유산을 재생산하는 데는 한 세대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로부터 우리는 공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한 채 기억돼 온이들을 향한 공감(아마도 정서 이방인들을 위한 공감 혹은 이질적인 공감을 얻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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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4-21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스트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할 지는 모르지만
소외되고 사랑받지 못해서 행복하지 못한 것은 아닌데.. 편협하네요 ㅎ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좋은 것과
더 나은 것을 꿈꾸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중입니다 :)

책먼지 2023-04-21 10:29   좋아요 2 | URL
문가영 배우에게 이렇게 예쁜데 왜 페미니스트냐는 투로 달린 댓글보고 제가 진짜 너무 헛웃음이 나왔는데.. 이것도 비슷한 편협함에서 나온 말인 거 같아요 속 터집니다!!!

다락방 2023-04-21 16:58   좋아요 3 | URL
저 구매자평 쓴 사람보다 제가 더 사랑도 많이 받고 행복하고 인기도 많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역시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확신에서 오는 좋음이 있는데 말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더 나은 상황을 꿈꾸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빡치기도 하고 그래요. 아마 우리는 그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며 이동중인게 아닐까 싶습니다. 흔들흔들 거리면서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요.

못생긴 애들이 페미한다고 똭 생각해둬야 자신들의 삶이 편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저런 사고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그건 똑똑한 애들은 불편하다는 데에서 오는 바로 그 생각과도 닿는것 같아요. ‘날 불편하게 하는 애들은 예쁘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먼지 2023-04-21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제 어릴 적 사진 보면 1) 단체사진 빼고는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없고 2) 웃고 있는 얼굴이 없거든요.. 내가 찍히는 대상이라는 걸 자각한 것도 혼자 카메라를 보며 최대한 예쁘게 웃으며 찍는 행위(셀카)도 진짜 늦되게 배웠어요.. 여전히 서툴고 싫어하고요!! 아무튼 웃음이 사회적으로 학습된 결과라는 걸 저는 제 어린시절 사진 보며 확 느낀 것 같습니다. 왜냐면 다락방님과는 반대로 저는 가장 편안한 사람들하고 있을 땐 거의 무표정이고 진짜 웃길 때만 웃거든요. 근데 직장에서는 왠만하면 웃어요.. 웃을 준비 하고 있고.. 희진쌤이 오디오 매거진에서 언급한 것 같은(지나치게 긴장되거나 무서우면 웃음으로 반응하는) 그런 유형은 아닌데.. 웃으면 일이 수월해진다는 걸 이용하고는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4-21 17:05   좋아요 2 | URL
저는 잘 안웃는 사람이긴 한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있을 때는 기본적으로 웃음을 장착하고 있는것 같아요. 제 웃음은 사실 웃겨서 나오기보다는 좋아서 나오는 게 더 큰 것 같고요. 물론 저 역시도 사회생활 하면서 억지로 웃어야 할 때가 있긴 합니다만, 저는 기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뭘해도 안웃겨요.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은 웃는데 저는 안웃는 경우가 그래서 생깁니다. 그런데 책먼지 님 댓글 읽고나서 생각해보니 저는 어릴 때에도 안웃기면 안웃는 아이이긴 했어요. 그러고보니 셀카.. 저는 안찍고 못찍어요. 저도 기본적으로 사진 찍히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너무 싫어요 사진 찍히는 거!!

저도 정희진 선생님의 그 웃음.. 에 대해서라면, 그런 생각을 해봤었어요. 정희진 선생님을 내가 좋아할 수 있는건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서라는. 저는 선생님의 지식과 교양과 넓은 사고와 깊은 사유를 모두 사랑하지만, 멀리서 선생님을 동경할 때에만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시에나 2023-04-21 1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대에 회사에서 남자 과장들에게 ‘잘 안 웃어줘서‘, 회의실 따로 불려들어가서 ‘표정 관리 좀 하라고‘ ‘그런 식으로 (여자인 주제에 쿠션어도 안 쓰고) 사회생활 하면 안 된다‘ 한 소리 듣고 나온 사람, 저..ㅋㅋㅋㅋ 나는 킬조이다!!! <행복의 약속> 읽고 그런 저 자신의 과거와 화해했습니다. ㅎㅎ

다락방 2023-04-21 17:06   좋아요 0 | URL
오오, 행복의 약속은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게 만들어준 책이로군요! 사실 제목만으로는 말랑말랑 에세이 같은데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사유속으로 풍덩 하게 되는 책인것 같아요. 정말 좋은 책입니다, 시에나 님. 어딘가에서 똑똑한 여성이 이런 이야기를 써주었다는 사실이 아주 크게 힘이 됩니다.

잠자냥 2023-04-21 1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아 그래서 다락방님이 제 페이퍼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발하시는군요?
저도 그렇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100자평은 저도 저 책을 읽을 생각은 없어도 쟝쟝 페이퍼에서 봤던가 그런 거 같은데 저런 사람이야말로 뒤틀린 자아의 표본 같아요. 음...

다락방 2023-04-21 17:07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은 저에게 어떤 단계에까지 이르렀냐 하면 말입니다, 내가 쓴 글 잠자냥 님이 다 읽어줬으면 좋겠다, 까지 와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4-21 17:31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 먹고 많이 쓰는 자여!

다락방 2023-04-21 17:35   좋아요 1 | URL
아니, 과거 글은 말고요. 그건 부끄러워요. 앞으로 쓸 글들만 읽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4-21 1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장 참 좋죠^^ 전체 목차들 중 가장 좋았던 챕터였던 것 같아요.
저는 ‘거짓 미소‘ 또는 ‘가식 미소‘에 제가 너무 익숙하다는 사실을 몇 년전에야 알게 되었어요.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서 ˝내가 그랬었나?˝하고 대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일이 최근에서야 좀 더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평화 지향주의?‘를 이상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껄끄러워지는 게 싫어서 외면했던 일도 많고요. 감정이 잘 드러나는 사람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과 싸우는 건 불편한?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긴 그러다가 쌓이면 저도 모르게 철벽치고 더 이상 그 사람을 보지 않았던 경우도 많네요. 아무튼 이렇게 저라는 사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은 많지만...
이 책 나중에라도 저의 감정을 돌아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듯합니다. 다락방님 남은 장 읽기 응원할게요!

다락방 2023-04-21 17:13   좋아요 0 | URL
저 아직 2장 다 안읽었거든요. 몇페이지 남았는데, 참 좋으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 나왔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사라 아메드가 이런 생각을 하고 또 글로 써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지식인 여성의 존재란 얼마나 감사한지요! 사라 아메드 한 권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선택했는데 뜻밖에 너무 좋은 책이라서 정말 행복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저 역시도 저란 사람에 대해 더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도 말이죠. 책을 읽으면서 곧잘 아, 맞아 나도 그렇지, 아 나도 그랬던가? 수시로 돌아보게 되잖아요. 그런 순간들이 참 즐겁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독서를 놓을 수 없는가봐요.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열심히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독서괭 2023-04-21 14: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미 별다섯 예약이라니~~ 읽어보고 싶어요! 저는 <퀴어이론 산책하기>에서 사라아메드 맛보기 했는데, 좋았거든요. 이 책도 나중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아근데 이 책 읽기 전에 플로스강 먼저 읽고 와야 한다는거죠? 아이고..
구매자평 ㅋㅋㅋ 너무 전형적이고 구시대적이라 웃음이 나오네요 헛웃음 ㅋㅋㅋ
페이퍼 하나 더 있다니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쓩~

다락방 2023-04-21 17:14   좋아요 2 | URL
저 플로스강 읽으려고 사뒀는데 여기서 엄청난 스포를 당해버려가지고 지금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어요. 인생 허무하다, 우리는 왜 치열하게 살아가는가... 뭐 이런 생각이 스포 당하고 들어버렸어요. 껄껄.

독서괭 님, 주말 잘 쉬시고 책도 많이 읽고 즐겁게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3-04-22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가하고 늦은 아침 먹고 커피 마시면서 (그리고 약과 ㅋㅋㅋㅋㅋ) 이 글을 읽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좋네요.
저는 ‘무조건‘ 잘 웃는 사람쪽인거 같아요. 항상 흐흐, 하하, 허허...... 웃음 역시 사회화된 측면이 있기도 하고요. 웃음이 많이 사라진 요즘, 그 이유를 좀 찬찬히 찾아봐야겠어요. <사라진 웃음을 찾습니다>

제가 피터 스완슨 책 읽느라 여기저기 정체인 구역이 많습니다. 저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행복의 약속> 기다려라!!

다락방 2023-04-24 11:02   좋아요 3 | URL
앗, 나도 약과 있는데!! (얼른 꺼내 하나 먹는다)
단발머리 님이 잘 읽어주시니 제가 너무나 기쁩니다. 저는 정말이지 저 좋자고 글 쓰는데 이렇게 즐거이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면 너무 기쁘더라고요. 결국은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것인가 싶고 말이지요. 크

피터 스완슨 책 읽으신다니, 저도 읽을래요! 하고 싶지만, 영어책이라 일단 패쓰합니다. ㅋㅋㅋㅋㅋ
저는 인생 수업 영어책 읽는 것도 지금 너무 벅차요, 단발머리 님. 빨리 읽고 로맨스로 갈아타고 싶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4-23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장염을 좀 앓느라 일주일을 통으로 날려버렸더니 지금 좀 멍~ 한 기분입니다.
그동안 앞부분 조금 읽어둔 것들도 기억이 가물가물...일주일 안에 다시 읽기 가능할까?
멍 때리며 북플하던 도중, 다락방님 글은 늘 삶의 의욕을 샘 솟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내일부터 다시 읽어보리라! 불끈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웃음에 대해 저도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저도 잘 웃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재밌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웃으려고 재밌는 친구 쫓아다니고, 예능 프로 찾아 보고 그랬었는데...나이 들수록 마음에서 우러나 크게 웃을 일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과 대면했을 때 웃는 건 (특히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서 웃는 웃음) 진짜 웃음이 아닌 썩소에 가깝기도 하겠지만, 거짓 웃음을 남발하고 다닌 면도 없진 않네요ㅋㅋㅋ
웃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락방 2023-04-24 11:15   좋아요 2 | URL
사실 거짓웃음을 웃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남자들도 그러할 것이고 여자들은 더 그러하겠지요. 분위기 망친다는 얘기 듣기 싫고 좋은게 좋은거다 하고 억지로 웃게 되는 경우들이 많지요. 저 역시도 그래야 할 때가 있고 여전히 그런 순간들이 오기도 합니다.

저는 <행복의 약속>오늘부터 3장 들어갔어요. 책 참 좋더라고요. 읽으면 확실히 더 나아질 것 같은, 그런 책이에요. 책나무 님, 얼른 몸 컨디션 회복하시고 힘내세요. 빠샤!!

관찰자 2023-04-24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최근에 어떤 사람이 저한테
˝너 머리가 커트인거 보니, 페미구나. 너처럼 이쁘고, 남자한테 사랑 받은 여자가 왜 페미가 됐어?˝
라고 했어요.
물론, 위의 말에서 틀린 부분도 있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커트인 것은 맞고, 이쁜 것은 글쎄 뭐... 남자한테 사랑 받는 것도 뭐....(남편이 있으니, 받았으려나?)

아무튼,
너무 당당하게 위와 같이 말을 하는데,
그것에 대한 내 반론은 제대로 듣지도 않을 뿐더러,

˝아~ 그렇구나. 꼭 페미들은 이렇게 전투적이고 논쟁을 좋아하더라˝ 이러더라는.

그날로 손절했지만,
뭔가
아직도 내내 울화가 쌓여 있는 상태라서
괜히 또 다락방님께 주절 주절 하고 있는 내 자신, 사랑해.(ㅡ.ㅡ)

다락방 2023-04-25 10:48   좋아요 0 | URL
못생기고 사랑 받지 못하는 여자가 페미다.. 라는 건 이제 졸업할 때쯤 되지 않았나요? 자기들이 얼마나 구린지 알지도 못하면서 구린 발언 하는거 .. 으, 제가 다 부끄러워요.

저는 정말 좋아하던 남사친하고 멀어지게 된 계기가, 저에게 ˝너 그러다 꼴페미 되는거야˝라는 말을 해서였어요. 전 그 친구 정말 좋아했거든요.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그렇게 우정을 이어오기까지 나름 어떤 것들은 그냥 넘기기도 했던건데, 그 말에서 제가 그냥 손을 놔버렸어요. 하아-

- 2023-04-24 2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불행해서 페미된게 아니라 똑똑해서 페미된건뎅~ 똑똑해서 페미되면 스스로를 더는 소외시키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고 나 스스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데~
저는 과잉 사회화의 댓가인 거짓웃음 남용으로 ㅋㅋㅋㅋ 감정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어버려 여러가지 신체화 증상으로 개고생하는 사람으로서 ㅋㅋㅋ 내 몸이 이렇게 된 건 여성혐오적 사회때문이라는 걸 너무 정확하게 알게 되어 삶을 위해 행복을 떠났습니다!
지금의 나를 미워하게 하는 행복의 약속따위에 귀한 나의 현재를 볼모 삼는 삶을 살지 않습니닷 😤

다락방 2023-04-25 10:55   좋아요 3 | URL
저는 정희진 선생님이 방송에서 본인 말에 막 웃으실 때마다 쟝님 생각이 나요. 정희진 선생님하고 쟝님은 그 점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엠비티아이 잘은 모르고 딱히 관심있는 건 아니지만, 제 생각에는 정희진 선생님하고 쟝님하고 엠비티아이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그렇게 웃는거랑 언어화에 능한 거랑요. 가끔 쟝님의 단어 정리에 깜짝 놀라거든요! 그런데 정희진 쌤도 그런 분..

- 2023-04-25 11:13   좋아요 2 | URL
저는 희진샘의 사유와 대중과 소통하려 애쓴 흔적이 보이는 언어사용이 정말 좋아요ㅋ 웃음포인트 이상하신 거 동족 느낌나서 저 강의 듣다 울뻔한 사람..(🥲)

다락방님은 사는 것을 쓰면서 살아오신 분! 말과 글이 똑같은 사람을 저 처음봐서, 여전히 놀랍고 신기해여! mbti일 수도 있는데, 저는 다락방님이 선명한 자의식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온 분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그러기가 쉽나요! 타고나길 장군처럼 살아온 인생천재 다락방!!

둘다 똑똑하므로 멋지다!!

다락방 2023-04-25 11:17   좋아요 2 | URL
저는 제가 아무리 여성주의 책 읽고 공부해도 정희진 선생님처럼 될 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정희진 선생님처럼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공쟝쟝 님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2023-04-25 11:24   좋아요 2 | URL
칭찬치고는 심한데 일단 받고요… 윤리적인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긴 해요!!! 전 다락방님처럼 쌀국수 먹고 싶으면 바로 베트남 가는 사람되고 싶은데…. 역시… 안되겠죠? 🤣
 
엉망진창 잘생긴 꽃














먼댓글로 연결된 페이퍼에서 언급했다시피, <비스틀리>의 남자주인공 '알렉스 페티퍼'가 나온다고 해 이 영화를 '다시' 보기로 했다. 알렉스 페티퍼 잘생겼는데 그간 왜 내가 본 기억이 없지? 하고 필모를 훑는다, 내가 본 영화들이 아니었을 뿐더러, 내가 볼 영화들도 아니더라. 아니, 대체 왜 <나는 네가 캠퍼스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같은 거에 나오는거죠? 난 그런 거 싫어. 무서워.… <트라우마>라는 영화도 주연으로 나온다는데, 내용이 너무 극우울일 것 같아서 패쓰. 그러니 볼만한 건, 이미 내가 보았던 <매직 마이크> 밖에 없더라. 매직 마이크 개봉 당시 채닝 태이텀이 무려 스트립댄서로 나온다고 해서 즐거워하며 친구랑 극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채닝 태이텀은 이 영화를 촬영하고는 자신이 젊은 시절 실제로 스트립댄서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인터뷰도 했었더랬다. 오오, 그 뭐냐, 그 뭐지. <스텝업>!! 이미 채닝 태이텀의 춤실력이야 잘 알고 있으니 이 영화 좋아쒀!! 하고 씐나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그 영화에서 '알렉스 페티퍼'를 본 기억은 없다. 가만있자, 채닝 태이텀이 주연이었고, 어떤 꼬꼬마를 스트립댄서로 데뷔시키고, 그러다가 성실히 사는 그 꼬꼬마 댄서의 누나와 사랑에 빠져서 결국은 스트립댄서 그만두고 성실한 목공일을 하는... 여기에서 그렇다면 '알렉스 페티퍼'가 그 꼬꼬마 댄서였나? 그런데 어쩜 이렇게 얼굴이 전혀, 전혀 생각나지 않을까? 하면서 나는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보려고 똭- 틀었다.



<매직 마이크>는 2012년 개봉 영화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하아. 아마도, 내가 변한 거겠지.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진 않지만 어쨌든 댄서 그만두고 성실히 살아보고자 하는 청년, 꼬꼬마의 누나와 사랑에 빠짐.. 뭐 이정도만 기억하고 불쾌한 느낌은 딱히 머릿속에 없었는데, 11년이 흘러 다시 보게된 지금, 첫 장면부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러니까 채닝 태이텀이 느릿느릿 잠에서 깼는데, 알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 두 명의 여성과 한 침대에… 쓰리썸의 흔적과 테이블 위 가득한 술병…에서 이미 스트레스가 뽝 ㅠ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람이 나이 먹으면 꼰대가 되는건 기정사실이고 거기에서 나도 예외일 수 없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왜이렇게 스트레스야. 쓰리썸 스트레스… 어떤 사람들에게 쾌락을 위해 쓰리섬이 존재한다는 거 알지만, 힘들다. 아 스트레스. 노멀 피플 생각납니다. 쓰리썸을 제안하는 여사친의 말에 코넬은 싫다고 답하는 거다.
















He can‘t do it. He‘s not indecisive on the question of whether he‘d like to do it or not, he actually can‘t do it. For some reason, and he can‘t explain it to himself, he thinks maybe he could fuck Peggy in front of Marianne, although it would be awkward, and not necessarily enjoyable. But he could not, he‘s immediately certain, ever do anything to Marianne with Peggy watching, or any of her friends watching, or anyone at all. He feels shameful and confused even to think about it. It‘s something he doesn‘t under-stand in himself. For the privacy between himself and

Marianne to be invaded by Peggy, or by another person, would destroy something inside him, a part of his selfhood, which doesn‘t seem to have a name and which he has never tried to identify before. - P100



그는 그런 행위는 할수 없다. 하고 싶은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확고하게 대답할 수 있고, 정말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이 메리앤 앞에서 페기와 섹스를 할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불편하고 꼭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페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혹은 메리앤의 또 다른 친구든 아니면 다른 어떤 사람이든 지켜보는 가운데, 메리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즉시 확신한다. 생각만으로도 수치스럽고 혼란스럽다. 왜 그런지 그자신도 본질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와 메리앤이 공유하는 사생활을 타인이 침범하면 그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 그러니까 마땅히 부를 명칭도 없고 그가 전에는 한 번도 확인해본 적도 없는, 그의 자아의 일부가 파괴될 것이다. -책속에서



아마 성인이라면, 그리고 섹스의 경험이 있다면, 연애를 했다면, 쓰리썸에 대한 대화를 많은 경우 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쓰리썸을 경험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이 좋아하는 섹스중의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어쩌면 그렇게해야만 비로소 흥분과 쾌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내 경우에도 상대가 쓰리썸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쓰리썸을 하자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이었고, 나는 싫다고 했다. 그러자 쓰리썸의 행위자가 너와나를 포함해 여자 한명이 더 있는게 아니라, 더 있는 쪽이 남자라면? 을 상대가 물어왔고, 나는 안된다고 대답했다. 이건 여자가 두명이냐 남자가 두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자 두 명이면 너 혼자 즐거워서 시기하는 거 아니고, 남자 두명 이면 내가 개이득이라서 아니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그러니까 섹스는 너와 나 둘의 지극히 사적인 행위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걸 다른 누군가와, 그러니까 여자든 남자든 친구든 타인이든, 그 어떤 누군가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그걸 공유하고자 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 둘만의 내밀한 것보다 쾌락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가 없다!! 코넬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나의 자아 일부를 파괴할 것이고, 우리 둘이 한 번이라도 셋이 되어 섹스를 즐기는 순간, 그 후로는 우리 둘의 섹스가 더이상 없을거라는 느낌적 느낌!! 유 노 왓 아 민? 아무튼 매직 마이크 처음 보고 11년 후에 다시 보는 나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아, 젊은이여, 너는 쓰리섬을 하는구나… 윽-



그래서 내가 여기서 그냥 꺼버릴라 그랬거든? 너무 스트레스인거야. 그런데 내가 아직 '알렉스 페티퍼'를 못만났지 뭐야. 그래, 네가 누구인지, 자 보자. 하고는 그가 등장하는 씬을 봤다. 그러니까 긴가민가 할때부터 나중에 확신을 갖고 '바로 그다!' 할때까지 보았는데, 이 영화속에서 알렉스 페티퍼는 너무 매력이 없다. 더 보면 있을지 모르겠지만 참 … 뭐라고 해야할까. 잘생겼는데 눈에 띄지 않는?


게다가 극중 19세로 나오는 '아담'인 그는, 스트립 댄서로 처음 데뷔하는데, 그냥 이 스트립바의 모든게 불편하다. 남자들이 벗으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고 여성들이 환호하는 게 불편하다. 평소 남자들의 근육, 남성성, 남성미를 좋아하던 나이지만, 이 영화에서 남자들이 벗고 춤추는 거 너무 보기 싫다. 다들 몸매가 좋은데도 보기 싫다. 너무 불편하고 스트레스다. 여자들아, 다들 집에 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이 열아홉살 청년의 데뷔무대, 갑자기 데뷔하게 된거라서, 음악 틀어놓고 일단 옷을 벗으며 앞으로 나아가라고만 하는데, 그래서 이 아담이, 그러니까 알렉스 페티퍼가, 집에서 나왔던 복장이었던 낡은 후드티와 청바지를 벗고 팬티만 하나 남기고서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 여성 관객의 무릎 위에 앉는데, 영화속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지만 나는 너무 싫다. 무엇보다 다른 댄서들은 댄서를 하려고 여기에 왔고 준비했지만, 그에게 갑작스레 주어진 이 상황 자체도 불편하고, 게다가 스트립 댄서 할 줄 몰랐다가 갑자기 팬티만 입은 차림이 된 그에게서는, 여자의 무릎 위에 앉게된 그에게서는, 어쩐지 속옷에서 냄새가 날 것 같은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니까 여자 다리 위에 앉아서 몸을 막 이케이케 한단 말이야? 나 그 순간 갑자기 그 여자가 되어가지고, 아 이새끼 일어나고 나면 내 허벅지에서 이 놈 똥꼬 냄새 날 것 같아… 이런 생각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그 새끼가 내게 다가온 순간부터 냄새가 날 것 같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마 똥꼬냄새라고 말한 건 내가 순화해서 쓴 거다. 원래 더 직설적으로 다른 단어 쓰려고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성공적으로 스트립댄서 데뷔하고 그 날 관객이었던 여자들하고 섹스하고 아침까지 술마시고 이러는데, 그냥 이 모든게 다 싫고 스트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물론 그 행위의 당사자들은 좋고 씐나서 했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런거 진짜 다 싫다. 물뽕 마시는 장면도 나오는데 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무 싫어. 마약 싫고 가학적 피학적 성행위 싫습니다. 그 뭣이냐, 알콜 중독도 싫어요. 그냥 난 그런거 싫고요, 안씻고 섹스하거나 옷 찢고 섹스하는 것도 싫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30분보고 중단했다. 이건 그만 볼거다. 나 십년전에 이거 재미있게 봤었나? 이 영화가 내게 스트레스로 기억되고 잇진 않은데, 그 땐 내가 젊어서 그랬던건가. 그때도 나는 마약도, 쓰리섬도, 똥꼬냄새도 싫어했는데.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내가 그때보다 더 허용불가능치가 높아진건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힘들다. 스트레스.



그래서 알렉스 페티퍼 다시 검색했는데, 여전히 볼만한 게 없네, 하다가 12세 관람가 하이틴 영화 하나 있는 거 발! 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영화에 편견 없는 해맑은 나다! ♡



알렉스 페티퍼 좀 어떻게 해봐라. 이 배우 좀 어떻게 잘 써봐. 이렇게 빛나지 않을 배우가 아닌데 


라고 쓰고보니, 내가 예전에 임지연에 대해 이렇게 쓴 적이 있었단 말야? 찾아보니 2019년의 글이다.


 ☞ 써머리 (aladin.co.kr)


위 글 읽어보면 내가 중간에 '임지연 좀 그렇게 예쁜 여자로만 쓰지 말아라, 영화들이여… 좀 제대로 좀 해봐요, 좀…  이 사람에게 좀 생생한 캐릭터 좀 부여해줘!!' 라고 해놨는데 임지연 <더 글로리> 악녀로 대박 터진 부분…  영화계여, 내 말 들어라!! 알렉스 페티퍼 좀 어떻게 잘 좀 해보라고요!!



그럼 모르는 게 없는 나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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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4-21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밥 먹으면서 맘껏 웃으면서 읽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1 13:51   좋아요 0 | URL
어휴 저는 저 첫 데뷔신에서 진짜 너무 안씻은 똥꼬 냄새 나가지고 미칠뻔 했잖아요. -0-

잠자냥 2023-04-2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찢는 건 좀 괜찮을 수도 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1 13:51   좋아요 0 | URL
으 싫어 싫어 싫다 싫다!! 섹스하면서 무언가를 파괴하지 맙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4-21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장님 새 별명을 지어드리겠습니다
섹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에선 꼰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나 이 페이퍼에서 나가지를 못하니....?

다락방 2023-04-21 13:5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섹스에서만큼은 꼰대를 자부하는 다락방 입니다!! ㅋㅋ

지금은 이 페이퍼에서 나가셨나요? 대놓고 섹스 얘기 좋아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똥꼬냄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무실에서 웃음 참는 중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이 댓글 세개나 달면서 ㅋㅋㅋㅋㅋㅋㅋ 하신 거 넘 이해되는데요 ㅋㅋㅋㅋ
아 근데 물뽕까지 나온답니까. 으 정말 싫어요 ㅠㅠ 저라면 똥꼬냄새까지 연상하진 않았을 것 같지만 ㅋㅋㅋㅋ

잠자냥 2023-04-21 15:08   좋아요 1 | URL
물뽕은 범죄죠..
(나갔다가 다시 온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다락방 2023-04-21 16:53   좋아요 2 | URL
제가 정말 쓰고 싶었던 말은 똥꼬냄새보다 더 심한 말이었어요. 그러나 저의 교양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똥꼬로 순화한 것입니다.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ㅎㅎ
제 생각에도 똥꼬냄새.. 까지 연상하는 건 저 뿐일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보기 넘나 괴롭... ㅠㅠ

젊었을 때 무모한 말과 행동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래도... 여하튼 꼰대인 저는 스트레스 스트레스..

(잠자냥 님, 왜 섹스 이야기만 하면 떠날 줄을 몰라요?)

잠자냥 2023-04-21 17:34   좋아요 1 | URL
그러게…. *먼산*

책먼지 2023-04-2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림 떠 있어서 들어와보면 이 글에 잠자냥님 댓글 달려있어서 계속 소환되는 중입니다ㅋㅋㅋ 아마 많은 분들이 소환되고 계실 것으로 추정..
저는 코넬이 하이틴 때 메리앤에게 한 짓 때문에 진짜 끝까지 코넬 좋아하지 않았는데.. 저 인용구는 아주 마음에 듭니다!! (꼰대2는 조용히 지나갑니다..)

다락방 2023-04-21 16:55   좋아요 1 | URL
저 노멀 피플 처음 읽었을 때 진짜 너무너무 싫었어요 코넬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유로요. 사실 메리앤도 이해되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두번째 천천히 읽을 때는 또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두번째 읽을 때는 코넬을 용서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남주는 아니에요.

책먼지님도 저같은 꼰대.. 이십니까? 와락- 반갑습니다! 아아.. 책먼지 님, 가만 보면 저랑 비슷한 점이 엄청 많으신 것 같아요. 일단 꼰대라든지, 꼰대랄까, 꼰대라는 것에서.. 흠흠.

책읽는나무 2023-04-2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다락방님 괴로운 부분 분명 공감가는데 왜 웃기죠?ㅋㅋㅋ 괴로워하시는 그 부분의 표현들이 웃겨요. 여기서 웃음의 의미를?ㅋㅋㅋ
임지연 배우의 쓰임!
와....바로 알아보셨군요?
더 글로리를 보고 그동안은 신들릭 악녀로 얼굴도 보기 싫더니만, 제일 마지막 부분 감옥에서 기상 캐스터 연기하는 부분을 보구선 정말 똑부러지게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구나! 그제서야 정신 돌아와 임지연에게 여운이 남게 되더군요. 그만큼 연기를 잘 했단 거겠죠?^^
그동안은 왜 그렇게 노출신이 많은 영화를 찍었을까? 의아했네요.
더 글로리 드라마는 끝까지 보는 게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중간중간 대사들이 좋기도 했고, 배우들이 완전 신들린 연기를 펼치니, 나도 혹시 학창시절 누군가에게 가해를 한 적 있었나? 뒤돌아 봤을 정도에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23-04-24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더 글로리>는 보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볼 것 같진 않아요. 저희 엄마도 더 글로리 보다가 포기하시더라고요. 아빠도.. 저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고싶어하는 류의 드라마가 아니라서요. ㅎㅎ 그렇지만 워낙 유명한 드라마이다 보니 임지연 배우가 그 드라마에서 악녀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내심 좋더라고요. 으아, 내가 말했잖아, 이 배우 제대로 쓰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으하하하하.

저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퀸 메이커> 보고 있어요. 실제 우리 서울시장 선거보다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4-24 12:15   좋아요 0 | URL
<더 글로리>를 보고 폭력성과 괴롭힘에 대한 혐오감, 욕설 남발등 멘붕상태가 되어 시즌2는 안봐야지 했었는데 정희진 샘 매거진에서 해피엔딩이더라는 얘길 듣고 다시 도전해서 다 봤어요ㅋㅋㅋ
복수 장면은 판타지라지만 조금 속 시원하긴 했어요.
그리고 <더 글로리> 잔혹한 장면 잊으려고 바로 <퀸 메이커> 봤어요.
재밌더군요. 지금의 정치인들 빗댄 듯하여 더 재미있었어요. 거기서도 이해가 안되는 잔혹한 장면들 종종 나오던데 워낙 <더 글로리>에 단련이 되어서...아주 무난하게 보이는 착각마저!!!ㅋㅋㅋ
부모님과 함께 보시기엔 <퀸 메이커>가 괜찮을 듯 합니다.
정치가들 뒷면엔 저런 모습들도 있겠구나! 생각되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락방 2023-04-24 13:48   좋아요 0 | URL
정희진 선생님은 영화도 많이 보시고 드라마도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많이 보시고 많이 읽으시는 거 너무 좋습니다. 그러면 또 더 많은 좋은 얘기들을 드려주실테니까요. 그러니 책나무 님도 부지런히 보시고 읽으시고 또 부지런히 들려주세요!!

다른 얘기인데요,
저 김혜리 기자의 팟빵 <조용한 생활>구독하거든요? 미술 전시, 책, 영화 등등 여러가지 분야에 대한 얘기를 게스트를 초대해 하는데요, 저는 클래식 음악 코너가 제일 좋더라고요. 저는 클래식 듣지도 않고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라면 전무한데요, 저는 진짜 클래식 완전 모르는데요, 그런데 이 코너가 왜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어요. 클래식 음악 얘기하면서 작가들 철학가들 다 소환되는데 세상 재미있어요.

그냥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