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껍질을 깐다.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먹거나 부패할 때까지 놔두거나 끝내는 망가뜨리는 쪽으로.
무엇이 됐든 귤은 영구히 훼손된다. 돌이킬 수 없다.

내 살은 가끔 추악한 형태로 일그러진다. 면역력 저하.
그게 아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
귤은 내게 기증된 게 아니다. 내겐 아직 기증할 선택권이 있다. 물론 죽어서.
살아서 자신을 기증하는 귀의(歸依). 그 의미를 자주 오래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너무 일찍 죽음을 맛보아서 삶에 큰 의지가 없다. (어머니가 들으시면 혼날 소리지) 내 삶은 죽은 나무 같은 것이다. 내가 있기에 가지는 의지가 아니라 내가 살아 있기에 가지는 의지들이다. 죽었는데 계속 죽는다. 신경적 반응은 살아 있는 거지. 한순간의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삶의 전쟁을 치르고 또 치른다. 삶 어딘가에 풀어보지 않은 선물 꾸러미가 있다는 듯 돌아다닌다. 열어보면 다 판도라 상자 같은 게 되는데도. 여기서 희망, 저기서 희망 조금씩 모아 살아간다.

그것은 《토리노의 말》에서 나오는 ˝감자˝ 같은 것이지 나날의 방문자들이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힘겹게 키우고 얻은 감자. 뜨거울 때 살살 껍질을 까서 먹던 일도 결국엔 먹고 싶지 않아진다. 그날 단 하나의 식량인데도. 오, 삶이여.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알렉스는 악(惡)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현혹되고 행한 자가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호기롭게 말하지만, 자신을 누르는 더 큰 악을 만나기 전의 순진한 소리다. 인간은 늘 그렇지만.
악을 행하는 고단수들은 자신에게 칼날이 돌아오지 않도록 주도면밀하며 더 잔혹하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좀 평범한 말이긴 하다. 인간이 구성하고 구사하는 소소한 악의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매력도 있으니까. 그리고 모인다. 폭력의 흡인력.
근절할 수 없기에 더 철저히 대결하거나 포섭하거나 외면하거나 어느 것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갖은 언어로 제압해 보려 하지만 현실 속 힘의 움직임들은 항상 그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인다. 언어는 언제나 늦다. 설명할 말이 있어야만 말을 할 수 있으니까. 어설픈 그물을 던져 잡아 보려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언어는 자체 가면을 쓸 뿐만 아니라, 쓰는 자의 주술 속에 상대에게 던져지기도 한다. 언어를 쓰는 상당수가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게 뭘 뜻하는지, 상대에게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모르면서 말을 한다. 말에 뜻을 품은들 그 말의 진의을 깨닫는 건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
법과 무질서, 선과 악, 전쟁과 평화는 이분법적인 대립항이 아니다. 짝을 이뤄 순환할 뿐.
자유의지....욕망과 목적의식이 소용돌이치며 섞이는 장(場)
시계태엽이 외부의 작동으로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내부에도 있으니까. 앤서니 버지스는 2차 대전에 참전까지 했지만 인간 내부 극한까지 내려가보고 글을 쓴 게 아닌 것 같은 인상이다. 최소한 사드보다는 덜했다.

 

그래서 스탠리 큐브릭은 3부의 도덕적인 결말을 과감히 잘라 버렸으리라. 소설이 나왔던 62년도엔 수긍할만 했을지 모르지만 71년도엔 유효 상실로 보였을 테니까. 소설이 나온 뒤 스탠리 큐브릭은 베트남 전쟁도 보지 않았던가.
어쨌거나 인간이 오렌지 같은 구석이 있다는 덴 동의. 바보 같고 향기로우면서 무엇이든 상상해 넣을 수 있다.
그러고보니 《오렌지 기하학》 함기석 시인의 말이 여기 어울릴지도.

 

 

 

 

 

 

 

 

 

[시인의 말]



코흐곡선 해안을 걷고 있다
벼랑 끝 하늘로 물고기들은 헤엄쳐 오르고
죽은 자들의 숨이고 육체였던 저 투명한 대기 속에서
빛이 제 눈을 검게 태우고 있다
제로(0)인 너와
제로(0)인 내가 만나
무한(∞)이 되었다가 더 큰 제로(0)로 되돌아가는
아름답고 비정한 원(Circle)의 우주
그것이 그대로 삶이고 죽음이고 사랑인 시
세계는
제로(0)와 무한(∞) 사이에서 녹고 있는 눈사람(8)
자신의 부재를 자신의 몸 전체로 목격하고 기억하기 위해
눈동자부터 녹아내리는
진행형 물질
우린, 죽음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

-2012년 6월, 함기석


<오렌지 기하학>은 내겐 그리 신선한 오렌지들로 보이진 않았지만, 누구든 오렌지를 키울 순 있지.



암튼 가능하다면 모든 걸 멈추고 싶다. ˝칼 탄 우유˝ 마시듯 가볍진 않겠지.
이 카운트다운이 언제 끝날지 나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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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31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핫. 독서 모임을 하시는가봅니다 ㅎ 영화와 책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참 부러운 공간이예요^~^

AgalmA 2016-02-01 01:39   좋아요 1 | URL
네! 요즘 유행인 거 같아 저도 겟! 했습니다. 농담ㅎ;
어찌 사람이랑 때가 잘맞아 시작하긴 했습니다. 혼자 읽던 게 오래 되어서, 나가면 수다가 삼매경ㅎ;;;

해피북님도 이웃분들과 조촐한 책모임을^^

2016-01-31 09: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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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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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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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7: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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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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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4: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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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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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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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31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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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31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귤 껍질을 깐다`로 시작되는 글의 첫 문단을 봤을 때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 오렌지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오렌지다.
내가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도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AgalmA 2016-01-31 20:53   좋아요 0 | URL
좋은 시 소개 감사합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이 싯구가 아주 낯익은데 원조가 누구일까 문득 생각하게 되네요...

cyrus 2016-02-01 19:17   좋아요 0 | URL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가 이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2016-02-01 0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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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0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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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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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17: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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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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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모임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참가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속에서의 대화는 어쩐지 제자릿말이나 혼잣말 같은 한계 때문이었다. 마지막 책모임에서 5~6년쯤 되었나. 한여름 정독도서관에서 모였던 게 왜 가장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봤다. 사람보다 그 장소 때문인 것 같다. 종로가 터가 좋긴 한가보다. 같이 책 얘기 하던 이들의 각종 화려한 등단, 책 출간, 수상 소식을 간간이 들었다. 그들 책에 대해 나는 객관적일 수 없어 함묵했다.

학문에 대해, 책에 대해 나는 스토너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스토너. 자신의 책을 유일하게 한 권 낸 사람. 그것도 불완전한 채. 그야말로 인생 자체인가.

그가 그토록 중요시했던 문법. 글의 방식, 삶을 말하는 방식.

셰익스피어 소네트에서 영문학에 눈 뜬 후부터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한 길이었다.

말년에 셰익스피어의 일부 희곡에 살아남은 고전 시대와 중세 시대 라틴 전통에 대한 강의를 하려 한 것만 봐도.

그것은 열정이었고, 고집이었고, 뿌리에 대한 탐구였고, 서로가 이어져 있는 삶이었다.

우리가 오로지 라는 정체성으로만 이뤄진 게 아니듯.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엔 이런 문장이 있다.

사회와 개인은 분리될 수 없다; 그것들은 서로에게 필수적이고 보완적인 것이지 대립적인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그 자신만으로 전체가 되는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부분이며, 본토의 일부이다라는 것은 던(1573~1631, 영국 시인)의 유명한 말이다.”(p47)

E. H. 카는 실재로서, 스토너는 허구로서 양차 세계대전 속에서 산 인물이다.

스토너가 여러 상황과 관계 속에 결국 큰 성과 없이 삶에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는 건 이 책을 너무 '주체-개인'에 치중해 보는 거라고 할 수 있다. 아처 슬론과 스토너가 닮았고 홀리스 로맥스와 찰리 워커가 닮았고 이디스와 그레이스가 닮은 것은, 개인들과 사회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로서 보인다. 그들이 전형적이고 시시한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작가의 작위성 때문이라고도 볼 수 없다. 세상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 겹침의 유사성이 모이는 곳이며 우리가 살피기에 그것은 드러난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모여 있고 이 세계를 살피듯 말이다. 스토너가 끝없이 문헌을 살폈듯 우리는 모두 삶의 해석자다.

 

스토너가 늦깎이로 만난 영문학과 캐서린을 통해 “공부와 욕망의 유사함,사람”과 "자기"를 깊이 이해하게 되듯이 우리는 아주 느리고 혹독하게 하나씩 배워나간다. 만나기 전엔 알 수 없으며 안다는 것은 순간이 아니라 아주 긴 시간의 여정이 필요하다. 스토너는 그걸 보여줬다.

스토너는 이디스와의 관계에선 끓어오르는 감성에서 출발해 이성(理性)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면, 캐서린과의 관계에서는 이성(理性)적인 차분함에서 애절한 감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사람은, 삶은, 같은 질료와 성질들이라도 얼마나 많고 다른 경로를 만들어 가는가. 나와 당신이 정독도서관을 경험한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는 우리 자체의 개별성이 아니라 이런 무수한 경험의 개별성으로 각자의 독자성을 가진다. 그리고 관계와 경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시점을 얻는다. 이것은 분명 행운이다.

 

스토너에서 모든 인물은 도피자였는지 모른다.

거친 농사일과 가업보다 학문을 택한 스토너, 억압적인 가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스토너와 결혼한 이디스, 그런 이디스와 다른 이의 인생에 개입하지 않으려 하는 스토너를 떠나기 위해 임신을 하고 결혼한 그레이스(얼떨결에 좋아하지도 않은 그레이스와 결혼했던 청년도 전쟁으로 도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 관계는 외면한 채 자신의 신체적 불구를 학문적 성취로 채워 보려 했던 로맥스와 워커, 똑똑했지만 삶의 의미에 회의적이어서 전쟁에 무모하게 뛰어들어 전사한 매스터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적당히 챙겨 삶을 꾸린 핀치, 처음부터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사랑을 시작했고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던 캐서린....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다른지? 우리는 타인의 삶에 대해 독자나 관객일 수는 있지만 판결자는 아니다. 내 인생에 대한 평가는 죽음 앞에서 홀로 명징하게 이뤄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삶은 개개의 자격을 얻으며, 그 죽음도 개개의 것이 된다.

 

삶에서 한 가지를 고집스레 고수했던 두 주인공 필경사 바틀비와 영문학 교수 스토너를 생각해 보며, "안 하고 싶습니다"로 불가능으로 밀어붙인 바틀비와 한도 내에서 끈질기게 해보려 했던 스토너가 과연 다른 방식이었을까.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동화나 할리우드 로맨스 영화의 결말이다.

소설에서도 현실에서도 우리는 자신이 처한 삶 앞에 힘겹게 살며 힘겹게 죽는다.

나는 그걸 가슴 깊이 이해하고, 쓰고, 죽고 싶다. 그것은 나만을 이해하고 죽는 건 아닐 것이다.

책 속에서 삶을 읽고 삶 속에서 책의 지혜를 펼치는 치열함, 나는 이것이 진정 상호적인 삶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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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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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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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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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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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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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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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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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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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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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4 2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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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1-24 1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모임, 성과를 기원합니다.
스토너, 역사적 무게감이 살아 있는 작품인 듯 합니다.

AgalmA 2016-01-24 19:30   좋아요 1 | URL
새해 들어 몸도 정신도 새롭게 움직여보려 하는데, 제 자신이 가장 문제이죠^^
<스토너>는 소설로서만 보면 전형적이랄 수도 있지만, 누구든 어느 시점에서든 각각의 인물과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보며 생각해 볼 지점을 주는 좋은 작품입니다.

만병통치약 2016-01-24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모임은 항상 로망이지만 노망부릴까봐 참여를 못하겠습니다. 듣기이해능력이 떨어지고 남의 의견을 담아두지 못하는 저로서는 독서모임의 최악의 참여자요...... 내 의견이 진리고 남의 의견은 헛소리 ㅋㅋㅋㅋㅋ

AgalmA 2016-01-24 19:28   좋아요 1 | URL
로망, 노망ㅋㅋㅋ 만병통치약님 라임맞추기 팬입니다..크크
오프라인으로 보면 남의 의견 대놓고 헛소리라고 할 수 없게 되죠ㅎ;; 더 직접적으로 부딪히고 진지하게 듣게 되어서 장단점이 있는 듯^^

[그장소] 2016-01-24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상당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의 글예요!^^
스토너의 힘인가?
오늘 스토너를 다른곳에서 읽고 왔는데..
한 쪽은 원문판을 올려놓은것
한쪽은 읽은 것을 나름 정리한 것 ㅡ
스토너의 날이군요...
ㅎㅎㅎㅎ
어제는 셰익스피어의 어떤 작품 을 가장 좋아하는지를 들었는데...이 건 무슨 계시 같아요..(뭐라?!)
스토너를 읽어..읽으라고..하는 ..푸흣~

AgalmA 2016-01-24 19:38   좋아요 1 | URL
모험 두 배 시키지 말고 <스토너> 보낼 걸ㅎ! 당연히 읽으셨겠지 싶어서^^
셰익스피어야 해와 달이 뜨듯 책세상 만물보존의 법칙 아니겠나요ㅋ;;

글 느낌은....정식 리뷰라 재미 위주는 빼서 그런가봐요:)

[그장소] 2016-01-24 19:48   좋아요 0 | URL
푸흣~ 너무 인기가 좋아서 살짝 흥~ 그랬거든요!
오베라도 그렇고...베스트 셀러라고 올라오는건
어쩐지 뭔가 개입한것 같아서 ( 이 심술 )
얼른 선택을 안하게 되버려요...고질병...ㅎㅎㅎ
직접 서점을 갔다면 아마 달랐을건데..그쵸?

요즘은 천천히 한번 더 읽을 때가 되어간다고
셰익스피어 ㅡ뭐 ㅡ그런 생각을 하는 중예요.
내년 쯤...?

재미위주를 빼도 신선해 ㅡㅎㅎㅎ 이건 일반적이고도 평범 한 보통사람들 형식의 리뷰인데 ㅡ
이걸 쓴게 당신이란게 ㅡ놀랍다는거... 역시 나
쉬운글도 쓰는 구나...ㅎㅎㅎ ( 아..이글이 쉽다는게 아니라 ㅡ리뷰도 쉽다는건 아님 ㅡ평소 논문같은 당신의 글을 생각해보라 ㅡ)
암튼 ㅡ갖 짜낸 오렌지 즙 같아..신선 하다....^^

AgalmA 2016-01-24 20:10   좋아요 1 | URL
맞아요, 우리 책 뒷북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잖아요ㅋㅋ 저도 미루고 있다가 책모임 때문에 부랴부랴 책 사서 본 거ㅎ;;
나이 들어 죽기 전에 마지막 장면은 꼭 다시 볼 거 같아요.
˝너는 뭘 기대했나˝ 그 문장과 죽음을 만나는 그 순간....

셰익스피어 저도 다시 읽어보려 책도 다시 사고 했는데 그것참...거참,,으흑참...

제가 제멋대로 방식이 좀 많았죠^^a 책모임 대화를 하면서 곁가지들을 많이 쳐내고 오롯이 남은 것만 올린 거라 그럴 지도.
<스토너>가 아주 정중한 작품이라 그 영향일 수도 있겠고요^^

[그장소] 2016-01-24 21:19   좋아요 1 | URL
스페셜 토너 ㅡ라...그래 ^^
(말이야 빵꾸야~!)
책 뒷북 ㅡ한가닥 에 동감~!!

`너는 뭘 기대 했나` 죽기전 ㅡ어제 한해숙 작가님 과 글대화에서 주고 받은게 죽을때도
아..이 다음 장을 ㅡ였는데...
!!!

셰익스피어 ㅡㅋㅎ 거봐 ㅡ뭐래...이번 생은 어쩔수 없으니 거부하지 말라니깐~!^^
(아, 나의 승리 ?! ^^) ㅋㅋㅋ

AgalmA 2016-01-24 21:20   좋아요 1 | URL
토너 바닥 나면 클 나겠어요. ˝얘, 김군아-ㄷ)˝
언제 제가 승리나 했습니까ㅎㅎ

[그장소] 2016-01-24 21:43   좋아요 1 | URL
아~싸!^^ (그렇지만 ~ 애정의 줄다리기는 계속 밀당모드라능) ㅎㅎㅎㅎ
바닥나면 김군이
˝ㅅ~ 토너....또?! ˝ 이럼서 궁시렁 궁시렁
하겠지....

AgalmA 2016-01-24 21:51   좋아요 1 | URL
그 김군은 아마 또 나겠지(_ _).... 하필 그장소 포로가 돼서 유머도 배워야되고 할 일이 많아...
ㅎㅎ;;

물고기자리 2016-01-24 2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모임 경험이 저도 있는데 언제 떠올려봐도 좋아요.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었던^^ 저 같은 성향의 사람들에겐 온라인상의 대화는 그 미묘함을 다 전달하기 힘들어 지레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만남에선 유연하게 합주하고 변주할 수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특히나 합이 좋은 구성원들과 함께하면 완전 행복하죠ㅎ

Agalma 님은 온라인상에서도 훌륭한 대화의 상대였으니 현장에도 멋지게 활약하실 것 같아요^^ 단정 짓거나 설득하려기보단 좋은 질문들이 있는 Agalma 님의 리뷰처럼 말이죠ㅎ

[그장소] 2016-01-24 21:46   좋아요 2 | URL
오 ㅡ^^ 잘 아시는 군요?
드림캐쳐죠...? 나쁜 꿈을 걸러 준다는 ㅡ
예쁘네요...그걸로 물고기 잡는건 아니죠?
(얘가...또 딴데로 샌다...ㅎㅎ;)
좋은 저녁 되세요!^^

물고기자리 2016-01-24 21:53   좋아요 2 | URL
넹~ 맞아요^^ (제가 낚시를 제법 하니까 또 모르죠ㅋ)

역시 그장소님은 A 님의 영혼의 커플답게 주인장 보다 먼저 맞아주시는군요!!ㅎ

AgalmA 2016-01-24 22:03   좋아요 2 | URL
물고기자리님 프로필 이미지 좋다, 좋다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장소님이 제 복화술 대신 해줌ㅋㅋ 우리 다 낚임ㅎㅎ

그쵸. 두근두근 그 설렘이 오랜만이라 사람 첨 본 사람처럼 엄청 떠들어서 좀 미안하기도;;; 물론 다 하고 나서 -_-a;;;

물고기자리님과 언제 오프라인에서 꼭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음 좋겠어요. 시합을 하자는 건 아니고요ㅋ;;; 늘 제게 드림캐쳐 같은 말씀을 주시는 분이죠. 물고기자리님은. 다른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거라 생각하고요.

다른 서재 가면 그장소님이랑 저랑 무슨 만담 콤비가 자주 되어서 요즘은 제가 좀 자제하고 있죠;;; 서로의 서재 가서 마당 쓸고 가재 잡고 하는 정도로;

물고기자리 2016-01-24 22:07   좋아요 2 | URL
드림캐처 같은 말씀이라니!! ㅋ 무슨 사이비 종교 같아요ㅎ

두 분 만담이야말로 드림캐처급이죠^^

Agalma 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려면 일주일쯤은 시간을 빼야 할 것 같은데요. 이야기를 끊지 못 할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이요ㅋ

AgalmA 2016-01-24 22:19   좋아요 2 | URL
물고기자리님 프로필 이미지가 프리메이슨 만큼이나 홀릭적이구만요, 뭘ㅎ

그장소님 계시면 우린 대화 합숙해야 할 지도ㅋㅋ 사이비종교집단 맞나;;; 슬랩스틱만 잔뜩 배우는...;;

[그장소] 2016-01-24 22:17   좋아요 2 | URL
어라랏~ 이 분들 보통이 아니신데?
이거 이거..은근 디스전? 우와~~~!^^
고도의 심리전이넹~^^ 멋지시구료 !^^
ㅋㅋㅋㅋ컬쳐 쇼크 ! 뚜앙~~~!^^
심벌즈 !
신세계교향곡 ㅡ필요해...!!!

[그장소] 2016-01-24 2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핫 ㅡ^^
있을때 ~잘해 ~그러던데~^^퍼플즈 노래..ㅎㅎㅎ
나이 들어 등에 손 안닿으면 어쩌려구..
ㅎㅊㅃ !^^
ㅋㅋㅋㅋ
물고기 자리님께 ㅡ바톤 터치 ㅡ하고 ㅡ솥뚜껑 운전하러 갑니당~^^
 


 

•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출연.
류이치 사카모토 & Alva Noto 음악.
ㅎㄷㄷ;
이렇게 되면 소설이 더 밀리는 거 같은데;
1월 14일 개봉~ 영화관 달려갈 일만 남음.
간만에 알라딘 영화예매권을 써 보자~
알라딘엔 OST가 안 올라와 있지만 겨울 느낌 물씬~



원작 소설을 읽을지 말지는 영화 보고 나서 결정해야겠다.

사냥꾼과 한겨울 설정이 겹치는 <언더 더 스킨> 경우 원작 소설보다 영화가 훨씬 좋았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이냐리투 감독만큼 깊이 아니 지독할 정도로 파고드는 감독도 드문데, 그의 선택만으로도 소설에 관심이 간다. 로케 장소를 5년간 찾아다녔다니....5년간 난 뭘 찾아다녔더라... 집-사무실, 집-사무실..... 아니면 꿈길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이냐리투 감독 작품에서 남주인공을 연기한 이들이 대부분 남우주연상을 받는 건 흥미롭다. 캐릭터만이 아닌 인간 종으로서의 고민을 한껏 끌어내는 감독 특성 때문이리라. 배우들의 고민이 스크린을 시종 압도한다.

실화 바탕이든 19세기 아메리카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든, 저 공허하고 광활한 공간에 머물다 오고 싶다. 영화에 따라 영화관은 이제 21세기 교회당 역할도 하고 있다. 아주 시려서 눈물마저 얼려버리길.
<언더 더 스킨>을 봤을 때의 그 시림 같을까...<언더 더 스킨> 속 외계인 사냥꾼 로라도, <레버넌트> 속 19세기 사냥꾼도 낯설진 않다. 아무리 많은 진화를 거쳤어도 여전히 우리는 늘 이 땅에서 쫓기고 이상을 좇는 자들이었으니까.


 


• 그런데
포스터 광고 문구가 참 아쉽다. <응답하라 1988> 에 나올 법한 영화 포스터 문구 같다.
아이 죽음에 대한 복수 내용이라 타당하긴 한데,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테이큰> 대사가 떠올라 난감하다. 워낙 코믹하게 많이 쓰여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기보다 가벼워질 문제점이....최근엔 모바일게임 광고에 리암 리슨이 자기 패러디까지 해 점점 수습이 어려워졌다;
<레버넌트>로 디카프리오가 ˝앵그리 리슨˝ 뒤를 이어 ˝앵그리 디카프리오˝가 될까 우려스럽다.
정말 문장은 중요해. 진부하면 단문의 위력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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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11 0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재미있게 보러가기에는 심각해 보이는군요.^^;;

AgalmA 2016-01-11 03:13   좋아요 3 | URL
평이 두 갈래예요. 걸작이다 vs 지루해 죽는다 ㅎㅎ 전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할수록 더 끌림. 조용할 테니까~

2016-01-11 0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1 0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1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름 2016-01-11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확실히 오리지널 포스터가 멋지네요 :-0 !!

AgalmA 2016-01-11 11:33   좋아요 1 | URL
장사해야 되니까 디카프리오 대문짝 사진까진 이해합니다. 남우주연상도 받았으니 그렇게 해줘도 되죠. 암요. 헌데 저 촌시런 문구는 지금이 21세기인가 싶어요.
오리지널 포스터는 바탕화면 해도 될 정도로 멋진 거 같아요^^

살리미 2016-01-1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첨에 포스터보고 이게 과연 이냐리투 감독의 작품이 맞나 했다는...ㅋㅋ
그나저나 상복없는 디카프리오가 이번엔 오스카상까지 노려볼 수 있으려나요? 듣자하니 전작들보다는 힘을 많이 뺀 연기를 했다던데...

AgalmA 2016-01-11 22:20   좋아요 1 | URL
이냐리투 감독 엄청 까다로운 걸로 아는데, 배급 홍보 관련해선 어쩔 수 없나봐요^^??
다들 디카프리오 연기를 언급하더군요. 디카프리오야 아역 때부터 연기 잘 했으니까 더 말할 필요 없죠:)

프레이야 2016-01-11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AgalmA 2016-01-11 22:20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도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에이바 2016-01-11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골든글로브 감독상 남주상 받았더군요 ㅎㅎ

AgalmA 2016-01-11 22:24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말씀처럼 오스카상은 어떻게 될 지...골든글로브가 아카데미 예비격이라며요~ 디카프리오 응원~

해피북 2016-01-11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 제가 아는 사람이 봤는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연기 때문에 푹 빠져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무척 잘한다면서 말이죠 ㅋ

AgalmA 2016-01-11 22:26   좋아요 1 | URL
이번에 개봉한 국내 영화 <히말라야>도 황정민 등 배우 연기가 탁월했다 하던데, 이냐리투 감독 영화는 무조건 믿고 봅니다. 디카프리오라 더 땡큐고요 :)

[그장소] 2016-01-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해지면 보겠네요..저는 ...ㅎㅎㅎ

AgalmA 2016-01-22 16:59   좋아요 0 | URL
마음이 복잡하면 극장 가는 것도 일입니다ㅜㅜ 요즘은 취소도 너무 쉬워서...
 

• 《해피투게더》를 소설로?
영화 앱 <왓챠>에서 내 코멘트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해피투게더》다.

˝이구아수 폭포를 찾아가는 경로와 사랑의 대비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기억해보라. 혼자 당도한 자의 온몸에 퍼붓던 눈물 같은 폭포수를˝ ㅡAgalma

주기적으로 좋아요 알림이 온다. 그만큼 사람들이 잊지 않고 이 영화를 찾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기억을 부른다.
<왓챠>가 도서 앱도 같이 진행하면 그곳으로 갈까 했다. 사업 진행이 잘 안됐던 모양이다. 혹시나 알라딘이랑 연계되면 좋겠다 했는데...알라딘은 북플로 승승장구~

문득 《해피투게더》를 떠올리고 유튜브에 검색했다. 무삭제판 FULL 버전으로 올라와 있다; 무삭제판 비디오테이프를 지하 시장에서 거금 주고 샀던 게 다 뭐람;_; 대사를 대략 기억하니까 자막 없이 봐도 홍콩 말에 불편함이 없다ㅎ;; 영어를 이러고 싶다!


 


 

 

 

 

 

 

 

 

 

 

 

 

 

 

 

 

 

 

 

요즘은 영화 개봉과 함께 원작 소설을 같이 마케팅하는 추세다. 《해피투게더》가 소설로 나온다면 어떨까.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려 보며 애니 프루 원작 단편소설 《브로크백 마운틴》 느낌 같을까 생각했다. OST도 두 영화 다 막상막하였지!
왕가위 감독 영화만 소설로 묶어내도 기발한 상품이 될지도! 트리뷰트 소설집이어도! 물론 잘 써야겠지....원작 능가하는 작품 없다 소릴 들을 거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니까.
원작 소설이 없는 인상적인 영화들을 옴니버스 소설로 내면 어떨까. 하지만 안 될 거야. 저작권, 판매 호응에 대한 위험 감수를 생각 하면...그래도 혹시...
이런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 다시 발견하는 순간들

《해피투게더》 첫 장면은 보영(장국영)이 이과수 폭포 환등기를 보는 장면이다. 그 나른한 분위기! 아,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또 떠올린다. 어린 마르셀이 보던 마술 환등기! 마들렌 쿠키보다 내게 더 중요한 기표가 된 마술 환등기!
《해피투게더》 원제는 春光乍洩(춘광사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이다.
《해피투게더》를 처음, 두 번 그리고 세 번, 볼 때마다 내 감상 초점은 달랐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고 나면 빛에 대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공간과 시간이 끝없이 섞이는 순간들에 대해, 두 작품을 비교해보고 싶다. 그때 질 들뢰즈의 이 말은 연결되어야 한다. 이구아수 폭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삼키는 그 풍경!
˝늪이나 폭풍우의 커다란 혼합체 속에서 여명과 황혼은 구별할 수 없고 공기와 물, 물과 땅조차 구분할 수 없는 시간과 같다˝ ㅡ 질 들뢰즈

 

 



• 나는 이 관심을 지속하고 싶다

 

˝영화의 역사는 기나긴 순교학이다.˝
˝우리는 최종항이나 극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본질적 순간으로 삼는다. 사실들의 전체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가 취했던 이런 순간은 과학에 있어서도 역시 그것(사실 전체)을 특정짓는 데 충분한 것이 된다˝
˝지속이 변화라는 사실은 지속에 대한 정의의 일부분이다; 지속은 계속 변화하며 변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ㅡ 질 들뢰즈 《시네마 1 》 : 운동ㅡ이미지

 

 접근해 가는 건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내 변화를 느끼면서 막을 수 없이 다가간다. 내가 읽고 생각하는 이 모두가 이구아수 폭포를 찾아갔던 아휘(양조위)의 여로일지 모른다. 그래서 우린 그토록 감정이입이 됐던 거고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는 거다. 애초에 자신이 원했던 여행도 아니었고, 같이 가자던 이도 옆에 없고, 가서 딱히 뭘 얻는 것도 아니고 얻어도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닐, 흐릿하게 와 닿는 빛과 따가운 물방울만 만나는, 겪으며 결국 내 여행이 되는 삶.


한겨울엔 이 곡이 항상 듣고 싶다.

♪ Gustavo A. Santaolalla / Opening (Brokeback Mountain Cover)

1분 남짓 겨울날 여명 같은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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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6-01-10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는 분위기와 양조위의 눈빛을 좋아하는 저로선 꼭 봐야 할 영화네요. 홍콩 영화는 제 마들렌 중의 하나거든요ㅎ 특유의 음악과 색감, 분위기들이 하나의 상징처럼 시간의 장막을 열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리워하는 느낌이랄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꿈 속이나 다른 생으로 연결되는 느낌, 그곳에선 알고 있던 무언가를 이곳에선 잃어버린 느낌, 그것이 무엇이든 본질에 닿고자 하는 마음,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그 어렴풋한 느낌을 Agalma 님은 이해하실 거라 믿어요^^

AgalmA 2016-01-10 19:14   좋아요 2 | URL
물고기자리님은 어쩐지 <화양연화>를 아끼시지 않을까 그래요. 그냥 느낌으로...
왕가위 영화는 정말 그랬어요. 내가 잊어가면서 잃는, 잃어가면서 잊는 그런 느낌들을 사진 앨범 하나하나 넘기듯이 보여줘서 열광하며 빠져 들었죠. 한 두살 나이가 들고 다른 것들에 관심도 두루 가지게 되다보니 옛추억처럼 되어 버렸지만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끈이죠. 왕가위와 함께 한 이야기와 이미지들은...
요즘은 현실보다 꿈에 더 몰입해 있어서 일상이 어려워요. 현실 도피일 지도 모르고 병이 깊어가는 건 지도 몰라요.
깨어 있으면 또 현실에 적응할 밖에요. 어려워요. 어디서든. 풀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물고기자리님이 함께 겪어가는 사유의 항해가 순항이길 늘 기원합니다.

물고기자리 2016-01-10 19:44   좋아요 2 | URL
전 꿈이 많기도, 그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깨어나는 편이기도 한데 꿈속에선 무엇이든 진실하다는 걸 느껴요. 현실로 돌아오면 나의 상태를 연기해야 하지만 그곳에선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에도 보다 더 정직하죠. 소설을 읽게 되는 이유도 다른 장르보다 정직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고요. 진실과 사실 사이의 방황, 그 안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읽고 또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화양연화>도 좋아해요. 곧 깨어나야 하는 걸 아는 꿈속의 느낌 같아서.. ㅎ

[그장소] 2016-01-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부분 한음씩 뜯는 부분이 너무 좋네요..곧 온다.
겨울...그지...하는것..같아.

AgalmA 2016-01-22 16:58   좋아요 1 | URL
겨울-거지...로 읽었다가 급하게 시각 교정;;;

[그장소] 2016-01-22 17:01   좋아요 1 | URL
ㅋㅋㅋ그지나...거지나...남루하게 걸치면 바람 슝슝은 똑같은데...겨울~~~띠링~~띵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8-0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잃어버린 서정성을 찾아서‘를 먼저 해야할 듯 하네요 ㅋ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지를 못하는 미련퉁이 같은 부분이 있어 AgalmA님의 멘트가 많이 부럽네요^^:

AgalmA 2017-08-10 04:09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욕심이 많으신 거 아닙니까ㅎㅎ 감성과 지성 둘다 잡고 싶다는 말씀이시잖아요ㅎㅎ 저는 겨울호랑이님이 저보다 더 많은 지성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하지만 부럽지 않은데요ㅋ 님은 님이고 저는 저니까ㅎ 그리고 겨울호랑이님이 미련퉁이 같다고 생각도 안합니다^^a 말씀하시는 거 꽤 오래 봐 왔고 우리 대화도 참 많이 나눴잖습니까? 공감력 보면 남성 중에서도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성도 여러가지로 살펴 볼 수 있듯(흔히 나누는 과학적 사고방식과 인문학적 사고방식의 차이처럼) 서정성도 세부로 살펴 볼 게 많지요.

겨울호랑이 2017-08-10 06:08   좋아요 1 | URL
^^: 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진 모든 분들이 부러워요.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 안에는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편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평생 해야할 공부(功夫)겠지요... 이런 과제 상황은 죽기전까지 제 앞에 놓여있겠지만, 이를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물론, ‘박사모‘,‘조선일보‘ 등과 같이 별로 부럽지 않은 세계관도 있지만요.) 그런 면에서 알라딘 이웃분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참, 그리고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제 지성은 제 것이 아니라, 책장에 있습니다. 아직 온전히 제 것이 되지 못해서요.. 제 것을 만드는 것도 공부겠지요.

AgalmA 2017-08-10 06:16   좋아요 1 | URL
이제껏 모두가 모두에게서 배워 왔습니다. 자신의 앎만으로 성장한 인간은 아무도 없어요. 배우는 과정(공부)가 현재 자신의 지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저자들이 책으로 남긴 것도 그러한 과정을 기록한 것이고요. 도를 도라 하면 도가 아니잖아요^^

겨울호랑이 2017-08-10 06:29   좋아요 1 | URL
^^: 부족한 것이 많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즐겁네요. 아마 이런 것이 사는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을 2배, 3배 키운 것 같은 느낌이 이와 같겠지요...날이 제법 선선해지고 가을 분위기가 조금씩 짙어지네요. 배우는 속에서 우리의 삶도 지나가고, 시간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AgalmA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꼬마요정 2017-08-10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투게더... 양조위의 무심한 듯 하지만 언뜻 드러나는 애절한 눈빛과 장국영의 절박한 몸짓이 기억에 남은 영화였어요. 개인적으로 화양연화를 더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계속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어요. 해피투게더의 장국영과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구요. 홍콩은 무지 더운데 왜 해피투게더나 화양연화, 아비정전 같은 영화들에선 차가운 외로움이 느껴지는 걸까요...

AgalmA 2017-08-10 04:20   좋아요 1 | URL
해피투게더에서 마지막에 양조위가 떠난 집에서 담배 쌓아놓고 사는 장국영 행색이 참 절절했는데....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다 왕가위 감독이 참 감정선을 잘 잡아냈죠. 이와이 슌지도 그렇고 청춘의 감정과 상태를 참 잘 그려내는 감독이 있죠. 이런 걸 잘 잡아내는 작품은 내내 회자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청춘을 겪고 그 쓰라린 심정을 알게 되니까 말예요.
중경삼림에서도 차가운 외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몇몇 있었지만 그 영화는 사랑스럽고 달콤하게 매듭지어졌죠. 꼬마요정님이 말씀하시는 ‘차가운 외로움‘이란 결국 그 인물들의 결말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도일의 푸른빛 가득 도는 영상미도 단단히 한몫 하는 거 같고요.
 
유로피아나 - 짧게 쓴 20세기 이야기
파트리크 오우르제드니크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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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1이다 •
찌든 때(오염된 과거) 제거와 표백(새로운 인생)을 한 번에~ 하는 세제 광고는 아니다;
체코 소설가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 《유로피아나》를 읽으며 신선한 화법에 단번에 매료됐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죽은 각 나라별 병사 시체들을 이으면 몇 킬로가 되는가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공간을 종횡무진 오가는 플롯과 블랙 유머로 자신이 참전했던 2차 세계대전을 연결해 써 내려갔던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생각도 나고, 백과사전 식 나열과 실험적 글쓰기로 유명한 조르주 페렉 생각도 났다. 조르주 페렉도 전쟁 피해자인데,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아우슈비츠에서 사망해 고모에게 입양되었다. 그 트라우마는 《W 또는 유년의 기억》에서 건조한 문체와 독특한 설정으로 표현되었다. 《W 또는 유년의 기억》은 소설 속 알레고리 읽기를 어려워하는 독자에겐 호감도가 떨어지겠지만, 보르헤스나 이탈로 칼비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를 만끽할 소설이다.
커트 보네거트, 조르주 페렉 다 천재 글쓰기꾼으로 통하는데, 《유로피아나》를 읽어 보면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도 뒤지지 않는다. 역사 사실과 허구 일화를 교묘하게 섞어 어디까지가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어하며 읽게 된다. 역사가 사실 그렇고 소설이 원래 그렇기도 하다. 사람에 의해 전해지고, 그 의도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표현되는 성질을 생각하면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아주 정색하는 말투로 신문 논설 같기도 한데, 그게 또 만연체다. ㅋㅋㅋ 다른 소설에선 또 어떤지 궁금하다. 만연체를 싫어하는 독자라도 전개가 재밌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158 페이지)이라 어렵지 않게 읽으리라 본다.

 

 

 

 

 

• 내 이름은 역사만큼 어렵다? •

나는 작가 이름이 소설보다 어렵다;; 성은 당분간 계속 헷갈릴 듯. 《기억이 나를 본다》 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때는 발음이 어려웠지만, 오.우.르.제.드.니.크는 읽고 나서 바로 헷갈림. 오우...이런...르...제...길.... 역사 재해석 전에 기억 재구성부터 고민해야 할 듯_-)
짧은 소설인데도 읽는 내내 이런 저런 것들이 자꾸 겹쳐 보여 딴 생각을 참 많이 했다.

 

 

 

 

 

 

 

 

 

 

 

 

 

• 나는 1+1+1……이다 •

* 제임스 워드 《문구의 모험》 생각나는 대목

뜯어서 쓰는 화장실용 휴지는 1901년 스위스의 종이 제조업체에서 발명했는데 그날은 스위스 정부가 이탈리아 왕을 암살한 것으로 의심되는 어떤 무정부주의자를 이탈리아 정부에 넘겨준 날과 같은 날이었고 신문에서는 화장실용 휴지가 소박하지만 중요한 발명품이라고 보도했다.

ㅡ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유로피아나》 -p24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생각나는 대목

영국에서는 1백만 명의 여성이 군수 공장에서 일했고 그중 평균 열여덟 명이 매일 실명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군수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머리카락이 오렌지색에 얼굴은 노란색이어서 사람들은 그들을 카나리아라고 불렀다. 그리고 의사들은 전쟁이 끝난 뒤 그 여자들 중 3분의 2가 불임이 될 거라고 추정했다.

ㅡ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유로피아나》, p22

어떤 도시에서는 여자들을 대상으로 시신 화장법에 대한 특별 교육 과정을 열기도 했다. 나흘간의 교육에 열다섯에서 스무 명의 수강생이 편성되었다. 그들은 뼈 부수는 기계를 조작하는 법과 시신을 넣은 구덩이를 고르게 덮는 법과 나중에 그 구덩이 위에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흙을 체 치는 법을 배웠다.

ㅡ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유로피아나》, p29

 

 

 


* 박상연 소설 《DMZ》를 각색한 영화 박찬욱 《JSA 공동경비구역》 생각나는 대목
카랑시에서는 191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독일군과 프랑스군 병사들이 함께 캐롤을 부르면서 서로의 건강을 위해 건배했고 서로 소리치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독일군은 프랑스군에게 정말로 개구리를 먹는 거냐고 물었고 프랑스군은 독일군에게 정말로 맥주를 마시면 턱수염이 자라는 거냐고 물었다.

ㅡ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유로피아나》, p26



 

이 짧은 인용들에서도 수많은 정보와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이게 진짜야? 읽는 내내 눈으로 깜짝~깜짝~ 위에서도 당부했듯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사실에 바탕을 뒀지만 이 책은 소설이다. 하지만 왜곡을 목적으로 한 글이 아니라는 걸 주목해야 한다! 또한 사실을 충분히 섭렵했기에 이런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유로피아나》는 역사에 대해 알면 아는 만큼 또 모르면 모르는 대로 공부가 되고 재미를 준다.


요즘 ˝지대넓얕˝이 선풍이라지? 이 책은 바로 그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은 아닌 거 같지만) 지식˝에 걸맞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방대하면서도 잘 요약된 정보로 가득한데, 역사 책을 소설 식으로 썼다고 해도 말이 되는 작품이고, 르포 문학의 새로운 모험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수도 있다. 누가 보면 출판사에서 책 제공이라도 받은 줄 알겠네; 책이 너무 궁금해서 내 돈 주고 정가에 샀음-ㅅ-!


 

 

• 재해석 되어야 할 이야기, 역사와 소설 •
역사는 언제나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말은, 철학이나 사회학 개념이 아니라 현실 그대로를 나타낸다. 현재 국내 정치 사회 상황을 보면 가장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발하면서도 기이하기도 한 《유로피아나》는 역사를 살피며 작가의 생각을 선언처럼 문장 속에 잘 녹여냈다. 과장 좀 보태면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이 생각나기도 했다.

최근 소개된 공쿠르 수상작 《오르부아르》(피에르 르메르트, 2013 수상)는 1차 세계대전을, 《울지 않기》(리디 살베르, 2014 수상)는 에스파냐 내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그곳이 조금 부러웠다. 빠진 것이 없나 역사를 돌아보는 수행들이 건강하게 현재 진행형이라는 소리니까. 한국에서는 몇 해 전 5.18을 소재로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써 큰 성과를 보여 줬지만, 6.25 전쟁 경우 《태백산맥》 이후로는 주목되는 작품 얘길 들은 바 없다. 자료 접근과 수집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실질적인 작업 여건(경제 사정)과 의욕 문제가 더 크지 않나 생각해 보게 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린 역사 앞에 너무 얼어 있는 건 아닌지. 무기력이면 더 심각하고.

 


 

인생에서 태어남과 죽음이 가장 큰 변화라면, 역사에서 생과 사가 요동치는 전쟁만 한 격변은 없다. 시간이 흐르며 전쟁을 겪은 세대가 사라지면서 전쟁은 옛이야기 같이 취급되고, 현 세대는 현재를 전쟁같이 살아가기 바쁘다. 물론 어딘가에서는 계속 전쟁 중이다. 끝없이.
역사 속 망령들을 끄집어 낸 현 한국에서는 ˝빨갱이˝를 다시 ˝종북˝으로 바꿔 칼처럼 휘두르는데, 이 귀신 놀음 속에 빠진 자들은 현재를 재해석하기는커녕 누구든지 잡히는 대로 시신 구덩이에 처넣을 기세다.

정신 나간 시대를 분노와 우울 속에 살면서 내가 파크리트 오우르제드니크 《유로피아나》를 펼친 것은 세상을 읽고 말하는 작가의 혜안으로 또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있음과 없음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가 새로운 초점을 만들어 보도록 하는 소설, 그것만으로도 아니 그것이 진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실을 경직되어 보지 않으면서 재미도 만점인 젊은 한국 소설도 속속 상륙해주길 바란다. 미래파나 후장 사실주의 같은 사조가 나타날 때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난하지만, 내 보기엔 한국 문학 전반이 상처 핥기와 방어와 차단막 속에 도취되어 있는 인상이다. 각자 그들만의 리그 중이다. 이런저런 작품이 다 공생한다는 데 이의는 없다. 그러나 소재주의에 빠진 시야 좁은 작품이 너무도 많다. 그러니 표절 문제도 끊이지 않는다. 이런 풍조는 작은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단편 소설이 한국 문학을 주도해 온 탓도 있다고 본다. 등단 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과 ˝어떻게˝는 같이 가는 법이다. ˝무엇˝이 목적이나 소재로 전락할 때 그 문학은 정말 ˝무엇˝을 말하겠는가. 작가도 사람인데 시대 풍랑 속에 혼자 요령껏 헤쳐 나와 보라고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유로피아나》가 세상의 파도를 글로 서핑타기 하는 모습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도착할 것은 꼭 도착한다고 나는 믿는다

 


♪ Jon Brion - Something You Can`t Return To




 

 

• 사진은 서대문 형무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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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8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원뿔상품이군요^^ 책표지 보고 잡지인줄 알았어요 ㅎㅎ

AgalmA 2016-01-08 20:51   좋아요 0 | URL
소설 코너에 이 책 있는 걸 보고 생뚱맞게 느껴지긴 했어요ㅎ; 제목 아녔으면 문구도 그렇고 표지가 사회학 책 느낌이 나서^^;

물고기자리 2016-01-08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러시깁니까?^^ 프루스트 덕분에 시력저하가 오려고 하는데, 와중에 자꾸 본의 아니게 영업도 하게 되는데, 이젠 만연체로 꿈도 꾸는데, Agalma 님은 색감과 구도가 인상적인 사진도 찍어 올리시고, 심지어는 다른 작가 님에게 매료되다니욧!ㅎ

AgalmA 2016-01-09 06:59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 활자가 작은 건 아닐까요? 저도 프루스트 볼 땐 눈이 아파요ㅋ;; 만연체 꿈ㅎㅎ 저도 문장을 좀 만연체로 쓰는 편인데, 프루스트와 오우르지드니크 연타로 읽다보니 증세가 더 심각해졌;; 중간 중간에 일부러 단문의 다른 책을 읽어 눈 가글을 하기도;;
위 글도 만연체 안 되려고 엄청 수정했는데, 더러 보이죠;
사진이야 잘 찍으시는 분 많으니까 쑥스럽고요a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우르지드니크는 이번 한 번 매료지만 프루스트는 아직 만날 횟수가 많아서 유리하죠ㅎ;

cyrus 2016-01-08 1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토피아나》는 한 편의 문학적 꼴라주 같습니다. 한 편의 소설에서 또다른 여러 개의 소설들의 장면 일부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

AgalmA 2016-01-08 20:59   좋아요 0 | URL
네. 문학 콜라주, 정말 그래요. 위에 인용들도 올렸다시피 스쳐가는 소설, 영화 등등이 엄청 많아요.

비로그인 2016-01-08 1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대문 형무소는 지난 2013년 가을 모 재야 단체가 주관한 역사 글쓰기 대회 시상식
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길에 옆에서 보았습니다. 시상식장이 형무소 옆 그러니까 같은 울타리 안에
있었지요. 정신 나간 시대이지만 점차 세련된 야만이 극에 달하는 시대라고도 보입니다.

AgalmA 2016-01-08 21:02   좋아요 0 | URL
흔적님은 참 몸이 세 개라도 모자라시겠습니다.
형무소 안에 기념관 등등 해서 건물이 많더군요. 참 울적한 공간이라 눈 쌓인 겨울은 어떤 느낌일까, 다시 와야지 하고 있었는데 아직 실천을 못 했어요. 조만간 눈 오면 가봐야 할 듯...
한국에서 세련된 야만이요? 좀 어렵지 않을까요...수가 너무 보여서...

비로그인 2016-01-08 21:19   좋아요 0 | URL
듣고 보니 그런 듯 합니다... 우직한 야만이라고 해야 할까요? 소개하신 소설 읽어보고 싶네요...

AgalmA 2016-01-08 23:51   좋아요 0 | URL
우직도 글쎄요...야만 짜장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 지 야만이 참 빨리빨리 배달이 잘 돼서;; (중국집 비하 의도는 없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야만 짓도 워낙 잘 해대니...
전세계적으로 보통 사람은 휘둘려 상하고...

CREBBP 2016-01-08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대문 형무소 사진,... 상처는 씻기지 않았지만 사진은 멋지구리 네요. 저도 유토피아나 샀는데 너무 얇아서 사기당한 기분이었는데 읽으면 나아지겠군요

AgalmA 2016-01-08 21:09   좋아요 0 | URL
저도 너무 얇아서 애걔~~했었는데, 요즘 시집 한 권도 8000원이고, 소설 내용의 깊이를 생각하면 비싼 건 아니라고 생각 들어요 :) 그간 읽어왔던 사회, 역사 이슈 거리를 정리하게도 해 주니까.....소설 참고서? 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01-08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글 보면, 세상에 제게 새로운 책이 정말 많다고 새삼 느껴집니다. 언제 이런 책 읽어 볼 수 있을지. 흑 ㅠ

AgalmA 2016-01-08 21:08   좋아요 1 | URL
저도 국내 출판된 것만 읽는 걸요; 원서로 실시간으로 더 다양한 책을 읽는 분들 생각하면 더 놀라웁겠죠.
아니, 과학, 뇌과학 책도 열심히 읽는 분이 이런 책 못 읽는다고 우시면 어쩝니까ㅎ;

서니데이 2016-01-0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필사진이 자주 바뀌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AgalmA 2016-01-08 23:52   좋아요 1 | URL
기분 내키는 대로 막 바꿉니다.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ㅎㅎ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시길요~

해피북 2016-01-09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와 소설, 영화까지 이야기 하셨으니 1 1 1 아닐까요 ㅎㅎ 이 <문구의 모험>이 궁금하긴했는데 어떤 책처럼 장황하게 늘어지는 이야기일까봐 망설이고 있는데요. 이 책 가독성이나 재미(뭐 크지 않아도 상관없지만요) 면에서나 괜찮을까요...아 아니 음 ...잔소리같은 이야기만 아니면 좋은데 말이죠 ㅎㅎ

AgalmA 2016-01-09 18:31   좋아요 0 | URL
111 ㅎㅎ 그....그렇군요! 리뷰 상품 이미 팔아서 고치긴 그렇고ㅎㅎ
<문구의 모험>은 아직 절반 밖에 못 읽었지만 잔소리ㅎ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작가가 문구를 만나고 쓰는 얘기는, 정보는 내가 더 많이 알지? 라기 보다 공감을 얻고자 하는 시시콜콜함과 조심스러움이 더 강하죠^^ 덕후들의 두 양태 중 후자쪽ㅎ 국내에 없는 문구 얘기들이 많아 생소하기도 해서 관심도가 떨어질 지 높아질 지는 독자 호불호에 있을 거 같고요. 문구와 시대적 에피소드들이 많아 인문학 책으로도 좋아요. 마케팅 팔림 현상으로만 볼 수 없는, 제겐 좋은 인상을 준 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