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피투게더》를 소설로?
영화 앱 <왓챠>에서 내 코멘트 중 가장 인기 있는 건 《해피투게더》다.

˝이구아수 폭포를 찾아가는 경로와 사랑의 대비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기억해보라. 혼자 당도한 자의 온몸에 퍼붓던 눈물 같은 폭포수를˝ ㅡAgalma

주기적으로 좋아요 알림이 온다. 그만큼 사람들이 잊지 않고 이 영화를 찾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기억을 부른다.
<왓챠>가 도서 앱도 같이 진행하면 그곳으로 갈까 했다. 사업 진행이 잘 안됐던 모양이다. 혹시나 알라딘이랑 연계되면 좋겠다 했는데...알라딘은 북플로 승승장구~

문득 《해피투게더》를 떠올리고 유튜브에 검색했다. 무삭제판 FULL 버전으로 올라와 있다; 무삭제판 비디오테이프를 지하 시장에서 거금 주고 샀던 게 다 뭐람;_; 대사를 대략 기억하니까 자막 없이 봐도 홍콩 말에 불편함이 없다ㅎ;; 영어를 이러고 싶다!


 


 

 

 

 

 

 

 

 

 

 

 

 

 

 

 

 

 

 

 

요즘은 영화 개봉과 함께 원작 소설을 같이 마케팅하는 추세다. 《해피투게더》가 소설로 나온다면 어떨까.

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려 보며 애니 프루 원작 단편소설 《브로크백 마운틴》 느낌 같을까 생각했다. OST도 두 영화 다 막상막하였지!
왕가위 감독 영화만 소설로 묶어내도 기발한 상품이 될지도! 트리뷰트 소설집이어도! 물론 잘 써야겠지....원작 능가하는 작품 없다 소릴 들을 거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니까.
원작 소설이 없는 인상적인 영화들을 옴니버스 소설로 내면 어떨까. 하지만 안 될 거야. 저작권, 판매 호응에 대한 위험 감수를 생각 하면...그래도 혹시...
이런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 다시 발견하는 순간들

《해피투게더》 첫 장면은 보영(장국영)이 이과수 폭포 환등기를 보는 장면이다. 그 나른한 분위기! 아,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또 떠올린다. 어린 마르셀이 보던 마술 환등기! 마들렌 쿠키보다 내게 더 중요한 기표가 된 마술 환등기!
《해피투게더》 원제는 春光乍洩(춘광사설: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이다.
《해피투게더》를 처음, 두 번 그리고 세 번, 볼 때마다 내 감상 초점은 달랐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고 나면 빛에 대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공간과 시간이 끝없이 섞이는 순간들에 대해, 두 작품을 비교해보고 싶다. 그때 질 들뢰즈의 이 말은 연결되어야 한다. 이구아수 폭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간을 삼키는 그 풍경!
˝늪이나 폭풍우의 커다란 혼합체 속에서 여명과 황혼은 구별할 수 없고 공기와 물, 물과 땅조차 구분할 수 없는 시간과 같다˝ ㅡ 질 들뢰즈

 

 



• 나는 이 관심을 지속하고 싶다

 

˝영화의 역사는 기나긴 순교학이다.˝
˝우리는 최종항이나 극점에 주목하고 그것을 본질적 순간으로 삼는다. 사실들의 전체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가 취했던 이런 순간은 과학에 있어서도 역시 그것(사실 전체)을 특정짓는 데 충분한 것이 된다˝
˝지속이 변화라는 사실은 지속에 대한 정의의 일부분이다; 지속은 계속 변화하며 변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ㅡ 질 들뢰즈 《시네마 1 》 : 운동ㅡ이미지

 

 접근해 가는 건 괴로우면서도 즐겁다. 내 변화를 느끼면서 막을 수 없이 다가간다. 내가 읽고 생각하는 이 모두가 이구아수 폭포를 찾아갔던 아휘(양조위)의 여로일지 모른다. 그래서 우린 그토록 감정이입이 됐던 거고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는 거다. 애초에 자신이 원했던 여행도 아니었고, 같이 가자던 이도 옆에 없고, 가서 딱히 뭘 얻는 것도 아니고 얻어도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닐, 흐릿하게 와 닿는 빛과 따가운 물방울만 만나는, 겪으며 결국 내 여행이 되는 삶.


한겨울엔 이 곡이 항상 듣고 싶다.

♪ Gustavo A. Santaolalla / Opening (Brokeback Mountain Cover)

1분 남짓 겨울날 여명 같은 여운.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자리 2016-01-10 18: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왕가위 감독이 연출하는 분위기와 양조위의 눈빛을 좋아하는 저로선 꼭 봐야 할 영화네요. 홍콩 영화는 제 마들렌 중의 하나거든요ㅎ 특유의 음악과 색감, 분위기들이 하나의 상징처럼 시간의 장막을 열어주는 느낌이 들어요.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리워하는 느낌이랄까,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꿈 속이나 다른 생으로 연결되는 느낌, 그곳에선 알고 있던 무언가를 이곳에선 잃어버린 느낌, 그것이 무엇이든 본질에 닿고자 하는 마음,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그 어렴풋한 느낌을 Agalma 님은 이해하실 거라 믿어요^^

AgalmA 2016-01-10 19:14   좋아요 2 | URL
물고기자리님은 어쩐지 <화양연화>를 아끼시지 않을까 그래요. 그냥 느낌으로...
왕가위 영화는 정말 그랬어요. 내가 잊어가면서 잃는, 잃어가면서 잊는 그런 느낌들을 사진 앨범 하나하나 넘기듯이 보여줘서 열광하며 빠져 들었죠. 한 두살 나이가 들고 다른 것들에 관심도 두루 가지게 되다보니 옛추억처럼 되어 버렸지만 잊을 수도, 놓을 수도 없는 끈이죠. 왕가위와 함께 한 이야기와 이미지들은...
요즘은 현실보다 꿈에 더 몰입해 있어서 일상이 어려워요. 현실 도피일 지도 모르고 병이 깊어가는 건 지도 몰라요.
깨어 있으면 또 현실에 적응할 밖에요. 어려워요. 어디서든. 풀 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물고기자리님이 함께 겪어가는 사유의 항해가 순항이길 늘 기원합니다.

물고기자리 2016-01-10 19:44   좋아요 2 | URL
전 꿈이 많기도, 그 내용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깨어나는 편이기도 한데 꿈속에선 무엇이든 진실하다는 걸 느껴요. 현실로 돌아오면 나의 상태를 연기해야 하지만 그곳에선 바라는 것도, 두려운 것에도 보다 더 정직하죠. 소설을 읽게 되는 이유도 다른 장르보다 정직한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고요. 진실과 사실 사이의 방황, 그 안에서 정신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읽고 또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화양연화>도 좋아해요. 곧 깨어나야 하는 걸 아는 꿈속의 느낌 같아서.. ㅎ

[그장소] 2016-01-2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주부분 한음씩 뜯는 부분이 너무 좋네요..곧 온다.
겨울...그지...하는것..같아.

AgalmA 2016-01-22 16:58   좋아요 1 | URL
겨울-거지...로 읽었다가 급하게 시각 교정;;;

[그장소] 2016-01-22 17:01   좋아요 1 | URL
ㅋㅋㅋ그지나...거지나...남루하게 걸치면 바람 슝슝은 똑같은데...겨울~~~띠링~~띵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8-09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잃어버린 서정성을 찾아서‘를 먼저 해야할 듯 하네요 ㅋ 미묘한 감정을 잡아내지를 못하는 미련퉁이 같은 부분이 있어 AgalmA님의 멘트가 많이 부럽네요^^:

AgalmA 2017-08-10 04:09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욕심이 많으신 거 아닙니까ㅎㅎ 감성과 지성 둘다 잡고 싶다는 말씀이시잖아요ㅎㅎ 저는 겨울호랑이님이 저보다 더 많은 지성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하지만 부럽지 않은데요ㅋ 님은 님이고 저는 저니까ㅎ 그리고 겨울호랑이님이 미련퉁이 같다고 생각도 안합니다^^a 말씀하시는 거 꽤 오래 봐 왔고 우리 대화도 참 많이 나눴잖습니까? 공감력 보면 남성 중에서도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지성도 여러가지로 살펴 볼 수 있듯(흔히 나누는 과학적 사고방식과 인문학적 사고방식의 차이처럼) 서정성도 세부로 살펴 볼 게 많지요.

겨울호랑이 2017-08-10 06:08   좋아요 1 | URL
^^: 저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진 모든 분들이 부러워요. 제가 가지지 못한 부분 안에는 삶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방편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평생 해야할 공부(功夫)겠지요... 이런 과제 상황은 죽기전까지 제 앞에 놓여있겠지만, 이를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물론, ‘박사모‘,‘조선일보‘ 등과 같이 별로 부럽지 않은 세계관도 있지만요.) 그런 면에서 알라딘 이웃분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참, 그리고 AgalmA님께서 말씀하신 제 지성은 제 것이 아니라, 책장에 있습니다. 아직 온전히 제 것이 되지 못해서요.. 제 것을 만드는 것도 공부겠지요.

AgalmA 2017-08-10 06:16   좋아요 1 | URL
이제껏 모두가 모두에게서 배워 왔습니다. 자신의 앎만으로 성장한 인간은 아무도 없어요. 배우는 과정(공부)가 현재 자신의 지성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저자들이 책으로 남긴 것도 그러한 과정을 기록한 것이고요. 도를 도라 하면 도가 아니잖아요^^

겨울호랑이 2017-08-10 06:29   좋아요 1 | URL
^^: 부족한 것이 많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즐겁네요. 아마 이런 것이 사는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 여태까지 살아왔던 삶을 2배, 3배 키운 것 같은 느낌이 이와 같겠지요...날이 제법 선선해지고 가을 분위기가 조금씩 짙어지네요. 배우는 속에서 우리의 삶도 지나가고, 시간도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AgalmA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꼬마요정 2017-08-10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투게더... 양조위의 무심한 듯 하지만 언뜻 드러나는 애절한 눈빛과 장국영의 절박한 몸짓이 기억에 남은 영화였어요. 개인적으로 화양연화를 더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계속 생각나는 무언가가 있어요. 해피투게더의 장국영과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구요. 홍콩은 무지 더운데 왜 해피투게더나 화양연화, 아비정전 같은 영화들에선 차가운 외로움이 느껴지는 걸까요...

AgalmA 2017-08-10 04:20   좋아요 1 | URL
해피투게더에서 마지막에 양조위가 떠난 집에서 담배 쌓아놓고 사는 장국영 행색이 참 절절했는데....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다 왕가위 감독이 참 감정선을 잘 잡아냈죠. 이와이 슌지도 그렇고 청춘의 감정과 상태를 참 잘 그려내는 감독이 있죠. 이런 걸 잘 잡아내는 작품은 내내 회자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청춘을 겪고 그 쓰라린 심정을 알게 되니까 말예요.
중경삼림에서도 차가운 외로움이 느껴지는 장면이 몇몇 있었지만 그 영화는 사랑스럽고 달콤하게 매듭지어졌죠. 꼬마요정님이 말씀하시는 ‘차가운 외로움‘이란 결국 그 인물들의 결말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 도일의 푸른빛 가득 도는 영상미도 단단히 한몫 하는 거 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