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펜, 파스텔, 소요시간: 50분 ※펜을 쓴 것은 매우 실수였다. 돌이킬 수 없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동화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은 그런 것들이 가득 담겨 있는 보석상자다. 나는 그런 보석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를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그걸 발견하게 된다.

 

 

 

말(馬)이 없는 마을

 


빨간머리 앤이 살고 있을 법한 작은 마을이 있다.
앤은 없지만 이 마을의 아이들도 늘 책을 읽는다.
아버지가 스님이었던 C는 헤세를,
아버지가 집을 나가버린 A는 세르반테스를 읽고 있었다.
그들의 형, 언니들은 도스토옙스키나 체 게바라를 읽었다.
그저께는 A의 삼촌이 죽었다. 사거리 시내에서 갑작스럽게.
그 포즈는 알베르 카뮈 같았다고 했다.
하필 너무 시적인 사람이 목격자였다.
C와 A는 그게 어떤 포즈였을까 이야기하며 걸었다.
아직까지 그들에겐 죽음은 시적인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는 중 A와 C는 동시에 한 곳으로 시선을 멈췄다.
곰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튼튼한 다리로 거뜬히 물살을 가르며.
A와 C는 들고 있던 책을 꾹 움켜쥐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조용한 6월이었다.
C는 가지고 있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ㅡ 한 번쯤 돌아봐 줘도 좋을 텐데.

A는 곰에게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ㅡ 우리에게 달려오면? 너는 아파서 도망도 가기 전에 숨차 죽을걸
C는 입가를 일그러뜨리며 A를 힐긋 보고 말했다.
ㅡ 너, 내가 얼마나 빠른지 알게 될걸? 하지만 죽진 않을 거야. 곰이 우릴 죽일 이유가 없잖아.
곰의 모습이 숲 속 나무 사이로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자 A는 말을 이었다.
ㅡ 요즘 그림을 그리고 있어, 조각을 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얄지 잘 모르겠어.
C는 A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이 흐트러진 채 대충 대꾸했다.
A도 그 시선을 좇으며 말을 이었다.

진규 馬頭 조각 본 적 있어?
C는 다리 난간쪽으로 발을 떼며 말했다.
ㅡ 어, 아니, 잠깐.
C는 다리 아래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떠내려 보낸 하얀 종이배였다.
어느 마을이나 그렇지만 이 마을 강가에도 온갖 것이 떠내려 왔다.
먹을 것이 담겨 있던 갖가지 포장지, 살이 부서진 낡은 우산,
어느 아기의 알록달록한 장난감, 누군가의 신발.
어느 날은 하구에서 젊은 여자 시체가 발견되었다.

형사들이 다녀갔지만 그 일은 물에 젖어버린 채 지나가 버렸다.
C는 그런 강가의 온갖 것들을 찍었다.
ㅡ 곧 여름이 오니까 떠내려 오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어. 올핸 어떤

사진들을 찍게 될까, 그런데 아까 뭐라고?  馬頭라고?
A는 C를 흘겨보곤 웃으며 말했다.
ㅡ 아니, 코뿔소라고 했어!
A는 미셸 투르니에가 얼마나 말 예찬론자인지 흥분하여 떠들었고,
C는 평생 말 한 번 못 타보고 죽을 거 같다고 짐짓 걱정스레 말했다.
말이 한 마리도 없는 마을은 이른 여름의 숲 냄새로 가득하고 그들은 스스로 차려 먹을  저녁식사를 위해 집으로, 집으로.

ㅡ 落馬하는 돈키호테

A는 자신이 만들 첫 조각의 이름은 그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랫동안 잊혔다.
내일은 또 다른 이야기로 그들은 이 마을에 살고 있을 것이다.

 

 

ㅡ Agalma

 

 

권진규(1922-1973, 자살)

"마두"(1969 / 34x58x20 /테라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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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7-02-01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이 그리시는 초상화.. 상상해봅니다...오랜만의 포스팅이네요...

AgalmA 2017-02-01 11:13   좋아요 2 | URL
예, 안녕하세요. 설 연휴 잘 보내셨습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서재는 좀 뜸했는데 그래봐야 일주일도 안된 걸요ㅎ;
초상화 그리기 저는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제 초상화는 더더욱ㅎ! 제 얼굴을 보며 거듭 지리멸렬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ㅎ;; 언젠가 제 사진을 매일 찍어본 적 있죠. 서글퍼서 그만뒀어요ㅎ...

[그장소] 2017-02-01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이 글 직접 지은 이야기 인가요? 흥미롭네요 . 이야기가 , 어디로 튈지모르며 돋는 빗방울같아요.
^^
아아..그 2월 오고 말았네요 . 그쵸?

AgalmA 2017-02-01 10:34   좋아요 2 | URL
네. 한 10년 전에 10분 만에 지은 이야기입니다. 요즘 제 글쓰기를 돌아보게 되네요ㅜㅜ
2월은 또 3월도 데려 올테고,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ㅎㅎ;;

[그장소] 2017-02-01 10:41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앜 ㅡ 친구네 집은 둘째치고 신발이나 ...( 끙 ~ )
Agalma 님은 요즘 돌아보시죵? 전 매번 매번 한계를.찍는 느낌 .. ㅋㅎ( 자랑이닷!!)
어찌 안그럴까..10분만에 재미진 구성의 이야길 도깨비 방망이 처럼 두들겨 내 놓는 분이 계온데~~^^♡

cyrus 2017-02-01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귀중한 보석처럼 소중히 잘 간직해서 추억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거의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가 몇 십 년 동안 애지중지하게 여겼던 추억의 보석이 한순간에 돌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죠. 그럴 때 정말 안타까워요.. ㅎㅎㅎ

AgalmA 2017-02-01 11:3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런 경험 많아요. 이런저런 얘기하면,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답이 돌아오면 ㅜ_ㅜ.... 뭐, 그런 거까지 기억해 하면 더 비수;;

양철나무꾼 2017-02-01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진규, 고딩땐가 미술 책에 나왔었죠.
친구의 얼굴.
덕수궁에 그거 보러 몇번 갔었던 기억이~^^
좋네요~^^

AgalmA 2017-02-01 17:35   좋아요 0 | URL
권진규 마두도 교과서에 나왔던 거 같은데요? 특별 전시할 때 못 가서 아쉬웠음요. 한국 조각가 특별전 같은 거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해외 유명 작품만 조명 때리지 말고.

yureka01 2017-02-0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무척 귀여워요^..^/

AgalmA 2017-02-01 17:37   좋아요 0 | URL
이번 그림은 촌스러움의 귀여움이랄까요ㅎ; 최민식 사진작가의 골목길 아이들 분위기 은근 바랐는데 실패!ㅜㅜ

겨울호랑이 2017-02-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유명사에 많은 내용이 압축되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만 해봅니다. 이야기의 이해는 다음으로 넘기고,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은 그림 즐겁게 감상하고 갑니다. Agalma님 따듯한 하루 되세요^^:

AgalmA 2017-02-01 17:40   좋아요 1 | URL
즐겁게 감상해 주신 걸로도 감사하죠^^ 담엔 스토리에 맞춰 그림을 그려봐야 겠어요^^

페크pek0501 2017-02-0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습니까?

AgalmA 2017-02-03 16:3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pek0501님. 울적해서 그림 취미생활 몰두 중이죠^^; pek0501님 취미생활은 잘 진행되어 가고 계신지... 무용으로 건강은 더 좋아지실 거 같으니 하길 잘했다 하시겠지요 :)
 

 

˝노르스름한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효과음을 들으려 했더니 테이프가 어디 갔지!
아아...


 

엔리오 모리꼬네 《미션》을 샀던 삼풍백화점 레코드점이 생각난다...

솔리드 1집을 들으며 의정부를 지나던 한겨울이 생각난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국악과 뉴에이지가 섞인 음악을 하는 숨[su:m]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박지하 씨 첫 솔로앨범 《Communin》이 카세트테이프 한정반으로 나왔다. 미니 레코드반은 종종 봤는데, 카세트테이프 한정반이라니!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라지겠다는 자동소멸기법 아닌가! 요즘은 어차피 육체 없는 음원의 시대.

벨기에 뢰번의 수도원 카이저버그 공연 리허설 중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멀어진 간격의 그리움‘, 김수영 시를 노래한 ‘사랑‘ 등이 아니어도 모든 곡들이 다 훌륭하다! 내가 가장 좋았던 곡은 All Souls' Day~ 국악에 색소폰이 이렇게 멋지게 어울릴 수가! 악기를 하나하나 다 알면 좋을텐데ㅜㅜ.. 생황과 양금은 어떻게 다른지 공부가 필요하다;_;

저작권 보호 때문에 국내에서는 유투브로 들을 수 없으나 해외에 계신 분은 이 주소로

https://www.youtube.com/channel/UCRL0NeMAQiO0EBYY4FL3l5A

 

 

꾸준히 나오는 카세트테이프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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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1-20 0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오랫만에 카세트 테이프를 Agalma님 덕분에 보네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으며 더블 테크로 라디오 음악을 공테이프에 담았던 아주 먼 옛날 기억이 납니다 ㅋㅋ

AgalmA 2017-01-20 00:48   좋아요 1 | URL
더블데크로 자기가 선별한 곡 녹음해서 선물하는 것도 유행이었잖아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1-20 00:52   좋아요 1 | URL
그리고 거리에는 리어카로 해적판 앨범을 판매하느라 음악이 끊이지 않아 흥겨웠었는데... 음원이 스트리밍 서비스 되는 요즘은 너무 삭막한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7-01-20 0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카세트 테이프로 음반이 나오네요. 요즘은 카세트 재생되는 데크 없는 경우도 많을것 같은데, 조금 신기해요.^^

서니데이 2017-01-20 00:49   좋아요 1 | URL
근데 노르스름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효과음은 왜 들으시나요?? 그게 갑자기 궁금합니다.^^

AgalmA 2017-01-20 02:48   좋아요 1 | URL
저는 카세트 재생되는 데크를 일부러 샀어요. 어학공부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유통되는 상황...좀 있음 그것도 사라지겠죠.
mp3로 변환해서 간직하는 분들도 더러 있던데, 저는 그냥 카세트테이프 side 1과 side 2로 흘러가는 이 아날로그 방식이 좋고, 제가 누릴 수 있는 이 자체만 경험하며 남아있는 이 카세트 테이프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어요.

문득 궁금해질 때 있잖아요. 그게 뭐 였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래서 뒤적거려 본 것. 집안 여기저기 수납되어 있어서 책 찾듯이 테이프도 찾아야 되는 상황ㅜㅜ

서니데이 2017-01-20 01:13   좋아요 1 | URL
어학용 카세트 미니타입이 아직 나오나요. 요즘은 카세트 플레이어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카세트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 처음에 무척 신기했었어요.
저도 그럴 때 있어요. 아주 조금 기억나서 그냥 계속 궁금해지는 그런 것들.^^

AgalmA 2017-01-20 01:16   좋아요 1 | URL
카세트 플레이어 검색하면 어학용으로 줄줄이 떠요ㅎㅎ;
그래서 한정된 것들 중에 맘에 드는 거 찾기가 어려웠어요.
휴대용으로 찾지 못해 데크로 샀다는...
내 워크맨 훔쳐간 x를 두고두고 욕함ㅎ;;

2017-01-20 0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0 0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0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LP가 아날로그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굿즈로 치지만, 카세트테이프의 가치도 무시 못 합니다. 향후 카세트테이프도 LP처럼 아날로그 감성을 대표하는 굿즈가 될 겁니다. ^^

AgalmA 2017-01-21 01:19   좋아요 1 | URL
lp 있어도 플레이어가 없어서 가지고 있던 레코드도 다 팔았어요ㅎ
사이즈도 작고 가격도 저렴해서 카세트 테이프를 선호하게 된 케이스인데, 이게 요즘은 또 귀해져서 무슨 특별한 취미 생활자인 듯 된 것도 이상해요ㅎ; 그만큼 시대가 빨리 변해서 그런 거겠죠.
이사할 때마다 짐이 되어서 많이 버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쉽고 그렇죠. 다들 그렇겠지만.

맥거핀 2017-01-20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보는 책이나 듣는 음악을 알게 되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고 믿는 단순한 관점으로 볼 때에, Agalma님의 저 사진은 참으로 혼란을 가져다주네요. 비창에 상여소리에 해리 코닉 주니어, 데이빗 샌본, RATM, 지지탑, 장어들(eels, 여기서 얘네들을 볼 줄은 몰랐습니다.), 라크리모사..그리고 효과음 6집!(그러면 이게 도대체 몇 집까지 있는?)이라니...이 리스트는 도대체...

저도 큰 상자로 2개 정도 테이프를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없는 돈에 핫뮤직이나 서브에 낚여서 샀던 테이프들..(요새는 트와이스 들어요.-_-) 아이와 워크맨도 어디 뒤지면 나올 거 같고...옛날 생각이 납니다.

AgalmA 2017-02-01 07:38   좋아요 1 | URL
와, 핫뮤직, 서브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트와이스ㅋㅋ 윤상 때문에 러블리즈도 들어보긴 했는데, 현재까지 나온 여아이돌 그룹들 음악이 딱히 끌리진 않더라고요; 시각적인 거는 잘 안 보는 편이라 캐릭터들의 매력도 알 수 없고ㅎ;
제가 잃어버린 게 아이와 워크맨ㅜㅜ 용산 가서 비싼 바가지 쓰고 산 건데...흑.

eels 제가 참 좋아하는 뮤지션인데 왜 놀라신 건지 이해 안 되는데요!
저는 한 가지에 꽂혀 몰입하는 취향이기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경험하며 모아보는 취향이라 저 사진 속은 그걸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죠ㅎㅎ

yureka01 2017-01-20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코드 살돈도 없고 턴테이블도 없어서 ,,,,테이프 사모았던 생각나네요...오랜만에 보는 카세트 테이프네요..^^.

AgalmA 2017-01-21 01:26   좋아요 1 | URL
저도요. 레코드, 턴테이블 건사할 능력 없어서 테이프로. 시디가 상용화되어도 카세트 테이프 꾸준히 샀던 듯^^
요즘은 경제력 때문에 스트리밍이나 유투브에 기대는 형국이죠. 불만도 많지만 계속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이 시스템에 감지덕지해야 할 여건이네요^^;

양철나무꾼 2017-01-21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많이 버렸는데 미샤 마이스키랑 오페라의 유령은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김현철, 들국화, 최성원 따위...해리코닉주니어도 좋았죠~^^


AgalmA 2017-01-21 01:27   좋아요 1 | URL
추억이 섞이면 더 못 버리게 되는 거 같아요. 마음을 어디까지 비워야 홀가분해 지는 걸까요ㅎㅎ;;;?
 

세수도 하지 않고 잤다. 거기서도 나는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놓쳤던가. 기차는 이미 저만치 가버린 것처럼.
눈을 뜨자마자 그림을 그렸다. 아무리 해도 표정은 잘 잡히지 않았다. 이 눈빛이 아닌데... 이 포즈가 아니데... 이 풍경이 아닌데... 자꾸만 달라지면서 남는 것. 다 그리고 나서 오는 또 다른 기시감. 로버트 파카 사진이 떠올랐다. 그런 것인가. 이런 것들은 우리의 원형일까. 원형으로 남고야 마는 것일까.

 

 

 

(재료: 연필, 파스텔, 소요시간: 50분)

 

 

 

  공화파 알코이 민병대원 페데리코 보렐 가르시아의 전사장면을 찍은 로버트 파카<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Spanish Loyalist at the Instant of Death)>(1936), 퓰리처 상 수상

 

 



증기기관차를 성적 이미지와 연결하는 프로이트를 가져온다면 그건 당신의 선택이라고 말하겠다. 나는 저 그림을 떠나감에 대한 절박함이란 감정과 연결하겠다.  그것은 내게 거의 언제나 그랬다. 인간의 개인적 위치와 무의식을 맞춰 보는 건 지난한 일이다.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방어벽을 끊임없이 깨고 들어가야 한다. 끊어진 연결들, 끊임없는 재구성.

 



오래전 찍어 놓았던 기차 사진들은 뗄 수 없게 붙어 있었다. 시간은, 이미지는 나도 모르는 사이 박제되어 있었다. 새벽인지 밤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나는 어디로 가려고 거기 있었나. 추측만 가득하고 사실이란 것은 거의 남아 있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손쉽게 과거라고 말한다.

 

 

 

 

 

 

기억과 기차...

 

 


그리고 또 내가 보는 것은, 당신이 나처럼 나이 들게 되었을 때의 어느날, 이미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어느날의 일입니다. 그날 당신이 많은 것을 보게 되며, 그렇게 바라본 사물들 중의 무언가가 당신의 기억을 건드려, 그 기억이 우리들 주변을 서성이게 되고, 그리고 어느 순간 당신은 이 편지를 읽던 때를 떠올리게 되며, 그날 하루, 정처없는 산책에 나선 당신, 생명의 열정은 미지근하고 검게 굳은 피는 이상할 정도로 천천히 흐르며, 무엇을 잊었는지 기억하지도 못하면서ㅡ아마도 당신은 그것이 열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ㅡ당신은 하루종일 그것을 찾아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떠돌 것입니다. 이 방 저 방을 느리게 돌아다니며, 간혹 누군가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까 헛된 바람을 가지고 창밖을 바라볼 테지요. 그러면 항상 당신을 형성해왔던 다른 사람들의 의식과 기억이, 당신이 연기해온 인물들, 당신을 연기해온 인물들이 정체를 숨긴 채 창문에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질 것입니다. 그 나타났다 사라짐이 일정한 속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당신은 기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창문에서 나타나는 그들은 반대방향에서 오는 기차를 타고 당신을 스쳐지나가면서, 당신과 마찬가지의 생각에 잠겨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때로 스스로를 정녕 낯설게 여기는 것은, 그런 가상의 인물들에 대한 당신의 유난히 높은 감수성과 호응력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일생 동안 헛되이 그들 사이를 헤매고 다닐 테지요. 그들을 마치 당신 자신처럼, 그렇게 친근하고 남몰래 안타깝게 여길 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분명 지금 어둡고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있을 나의 난,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린 상태로 그날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그날도 여전히 당신 기억의 깊은 아궁이 속에서는, 타오르지 못한 불씨가 오랜 세월 동안 저절로 말라죽어가는 쓰라린 냄새를 풍기고 있을 것입니다.

 

배수아 ,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기차와 미술...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폴 델보(Paul Delvaux 1897~1994)

건축을 하려다가 화가로 전환해 활동한 초현실주의 화가. 그래서 그의 그림엔 건축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초기엔 야수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이후 키리코에게 자극받아 몽상적인 그만의 회화 세계를 보여줬다. 나신의 여인들과 기차 등이 어울려 있는 그의 그림들은 누구든 한 번 보면 잊기 어렵다.

 

 

  Forestry Station(1960)

 

 

 

 The sabbath(1962)

 

 

 

 Hommage a Jules Verne  (1971)

 

 

 

기차와 음악...

 

 

 

Sioen - Cruisin
 

staring bright through the window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저 햇살
you're bending over to me 
넌 나에게서 획 돌아섰지
a sentimental forsaken 
감상과 고독에 젖어있는 날

you're trying hard yet to comfort
안락한 삶을 위해 넌 아등바등 노력 중이지
but you're waving me goodbye 
넌 내게 이별을 통보했어
a sentimental forsaken 
감상과 고독에 젖어있는 내게
 
you're looking around you are hasted 
넌 두리번 거리더니 급히 서둘렀어
you're supervising my chief 
넌 현재 내 상사를 감독하는 사람이지
my heart is ticking, let it on 
심장이 몹시 두근거렸고 그건 한참 계속되었어
looks like you're dying to say 
네가 다 죽어가는 소리로 말하는 듯했어
but now you turn your head away 
그러나 몸을 돌려
get out and leave me, let it on 
영영 날 두고 나가버렸지
 
but when it's going to be ok 
난 점점 원기를 회복하고 있고
i'm cruisin' on a train 
현재는 기차를 타고 여행 중이야
i've got to fear no holiday 
휴일이 없어서 힘들긴 하지
fear is where i'm in
그래서 끔찍해
 
staring bright through the window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저 햇살
you're moving closer to me 
넌 내게 벽을 쌓아가고 있어
a sentimental forsaken 
감상과 고독에 젖어있는 내게
you're trying hard yet to comfort 
안락한 삶을 위해 넌 아등바등 노력 중이지
but now you're waving me good bye 
하지만 넌 내게 이별을 통보했어
get out and leave me, let it on 
영영 날 두고 나가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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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1-13 0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대단한 실력이세요^~^ 파스텔이라서 그런가. 좀 따뜻한 느낌도 있고 말이죠.로버트 파커의 사진을 떠올리시고 프로이트까지! .제겐 조금 어려운 예술세계지만 아침 준비로 육수내던 짬에 잠깐 들러서 호강하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7-01-13 07:21   좋아요 1 | URL
파스텔 느낌이 꿈과 비슷하잖아요^^ 모호하면서도 아름다운...
저도 많이 아는 거 없어요. 계속 연결해보며 뭔가 발견하길 바랄 뿐.
어떤 맛있는 걸 만드시려고 육수를ㅎㅎ 김이 모락모락나는 부엌, 생각만 해도 따뜻해지네요.
^~^ 이 표정 다시 보니 더 훈훈^^

겨울호랑이 2017-01-13 0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제겐 ‘기차‘하면 ˝은하철도 999˝가 떠오르네요...너무 유치한 것 같지만..ㅜㅜ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어려운 내용의 만화를 용케 재미있게 본 듯합니다. 물론, ‘메텔‘이 있어서 가능했겠지만요..ㅋㅋ 오늘도 좋은 그림 보고 갑니다. Agalma님 감사합니다

AgalmA 2017-01-13 08:30   좋아요 1 | URL
유치하신 분이 <학문의 진보> 보십니까ㅎㅎ;
생각해보면 은하철도 999 어려웠어요. 내용도 그로테스크했고. 천년여왕, 하록 선장 등등...당시 우주,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스며 있었을지도.

hnine 2017-01-13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 사진들을 보면서 저는 여러 장의 연관된 사진들을 일부러 붙여서 만드신 꼴라쥬 작품인줄 알았어요. 멋있어요!

AgalmA 2017-01-13 09:38   좋아요 0 | URL
우연이 만든 묘미겠죠. 자료로 많이도 찍고 많이도 모았죠. 스크랩북에 테이프로 붙여 두었는데, 자기들끼리 붙어서 저러고 있더라는ㅜㅜ... 떼면 사진들이 손상될 거 같아 손을 못 대겠더군요;; 정리를 늘 해줘야 하는데, 요즘 디지털 사진만 찍다보니 소홀해서 저 사달이ㅜㅜ

yureka01 2017-01-13 0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파커..종군사진작가..전쟁터로 다니며 사진 찍었죠.결국 자신도 전쟁터에서 죽었던 사진 작가..그림이 오늘따라 강합니다.....어이쿠...

AgalmA 2017-01-13 09:28   좋아요 1 | URL
네. 전시회도 갔었는데 이상하게 큰 인상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증기기관차의 색조 때문일까요?

cyrus 2017-01-13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르조 데 키리코의 그림에 나오는 기차역이 ‘박제된 시간‘의 묘한 분위기를 드러냅니다. 거기에 사람도 없어요.

AgalmA 2017-01-13 10:14   좋아요 0 | URL
키리코에게 영향을 받은 폴 델보의 기차 그림들을 저는 인상적으로 생각하죠. 본문에 추가했어요^^

2017-01-13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13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7-01-13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차였군요. 저는 곰인형에 눈이없네, 생각했네요. ㅋ
50분만에 저런 완성도라니 부러운 재능이십니다 ^^

AgalmA 2017-01-13 11:11   좋아요 0 | URL
곰인형ㅋㅋ 토마스와 친구들도 생각하시면 안됩니다ㅎ! 아니, 왜 안 되겠어요. 이렇게 재밌다면^^
연상하시는 게 다양해서 저도 참 재밌습니다ㅎㅎ

그림은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올해는 더 잘 그리고 싶어서 공부책도 샀고^^;;

단발머리 2017-01-13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론 <50분>에서 제일 감동받았지만 ㅎㅎ 그림과 음악, 그리고 조근조근한 해설이 있는 이런 공간을 정말 뭐라하면 좋을까요. Agalma 문화 살롱~~~*^^
아침부터 눈호강, 귀호강 하고 갑니다ㅎㅎ

AgalmA 2017-01-13 13:44   좋아요 0 | URL
추적 60분도 아니고ㅎㅎ; 잡다함의 부비트랩으로 안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
처음엔 이런 글이 아니었는데 이웃들과 대화를 나누다 이러저런 것들이 떠오르고 계속 추가하다보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지요. 여러분 덕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살롱이 맞긴 맞네요ㅎ

양철나무꾼 2017-01-13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그림엔 목도리를 길게 두르는게 종종 눈에 띕니다.

이사도라 덩컨도 떠오르고, 영화 ‘페도라‘도 떠오르네요~^^

AgalmA 2017-01-13 19:54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 생각했어요. 그리고 누가 이 얘기 할 거 같은데 했는데, 제 그림에 관심 많은 양철나무꾼님이 먼저 해주셨군요^^
지금 시기적으로 그래서 지난 번 크리스마스 1일 1그림처럼 목도리가 많은 것도 같고, 제가 늘 세상을 여행하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도 작용하는 거 같아요. 아이템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다음엔 더 신경 쓰던가 아니면 더더 쓰던가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그것도 다 그리고나서 생각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싶으면 또 무의식적으로 그릴 테니까.
 
민음북클럽 블랙프라이데이 시크릿박스 개봉기

민음사 2016년 블랙프라이데이 시크릿박스 후기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 열 권을 받았습니다.
상품으로 받을 책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에서 본인이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민음 모던 클래식 전집 쪽이 더 나은 게 많은데 그건 선택할 수 없어서 아쉬웠던...

4권은 선물, 6권은 나에게 주는 선물.
제세공과금 22%를 주더라도 이것은 이익!
1등 되어 30권 받았으면 선물 마구마구 뿌렸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제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가 없어 좀 핸디캡이 아녔나 싶은데요. 그 계정 많이 활용하시는 분은 당첨 확률도 높고 높은 순위권이지 않을까 합니다. 담에 참고하세요.

이벤트 물건이 빨리 품절되었던 거에 비해 후기 작성한 사람들은 많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점잖은 거 아님? 난 이 경품 받으려고 엄청 애썼는데!
2017년 이벤트에 여러분들도 적극 참여해 보시길요/

흠... 응구기 와 시옹오 <피의 꽃잎들>이 이렇게 두꺼운 책이었군요. 플로베르 <감정교육> 예전에 읽을 땐 이렇게 얇은 책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번역 표절 문제로 말도 많은 <압살롬 압살롬!> 다른 번역도 없고 포크너 책이기 때문에 어찌 됐든 읽을 수밖에 없는ㅜ;...귄터 그라스도 오랜만에 만나게 되고...모두 만나게 되어 반갑/
책 친구를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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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7-01-04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페이퍼에 언급하셨던~?
완전 폼나지 말입니다~!^^

AgalmA 2017-01-04 14:38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시크릿박스 못 사서 안타까워 하시던 거 기억합니다ㅎ

2017-01-0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7-01-04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흣 ~ 예쁘다! 예쁘다는~~^^ 민음 책은 , 세계문학은 이쁨! 모던 인지 뭔지 , 은근 나눠진게 많다는걸 알게되네요. ^^
올 해 첫 책들임 ㅡ인거죠? 축하축하! ~

AgalmA 2017-01-04 14:49   좋아요 1 | URL
그러고보니 올해 첫 책 방문이네요. 예전 산 거 모아둔 건 무덤덤하게 보면서 새책으로 반듯하게 모여 있는 거 보니 인형들 보는 거 같고 계속 미소 터짐ㅎㅎ...아, 사람이란.. 보내고 싶어지지 않아진다ㅋㅋ

[그장소] 2017-01-04 16:13   좋아요 1 | URL
으흣 ㅡ 그맘 도 알거 같아요! ^^
가지런 나란히 그냥 두고 싶은 그 마음!
보기에 좋았다 ..라는!^^
ㅎㅎㅎ

2017-01-04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1-04 17:23   좋아요 0 | URL
전집이나 시리즈는 저렇게 모아서 볼 때 흐뭇함이 있죠^^ 전자책이 줄 수 없는 행복이랄까. 그런데 서재 사람들 대부분 그렇겠지만 과포화 상태라는 게 문제ㅎㅎ;;

달걀부인 2017-01-04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새해부터 사촌이 땅 산 듯 배가 아프군요.ㅋㅋㅋㅋ

AgalmA 2017-01-04 17:25   좋아요 1 | URL
언제 다 읽을래 불쌍하게 보아주셔야ㅎ;;
책에 관련된 건 기록 차원에서 다 올리려 하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배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ㅎ;
이벤트에 내가 설마 당첨되겠어 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하시면 이렇게 된다는 걸 알려드리려는 차원이기도 하고요^^

겨울호랑이 2017-01-04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축하드려요^^!

AgalmA 2017-01-04 18:08   좋아요 1 | URL
이번엔 책을 많이 받지 못해 선물 나눔 많이 못했는데 올해 혹 이 이벤트 또 해서 당첨되면 겨울호랑이님께도 꼭 선물할께요^^ 문학을 별로 즐기시지 않아도 받아야 함ㅎㅎ!

겨울호랑이 2017-01-04 18:1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대할께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기억의집 2017-01-0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는 요즘 민음사보다 열린책들 클래식에 꽂혀 열린책들 모으고 있어요.~ 열린책들 책등이 꽂아놓으면 이쁘더라구요^^

AgalmA 2017-01-04 19: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전집 시리즈들 각각 장단이 있죠. 저는 열린 책들 사이즈를 참 좋아합니다. 내용상으로는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책들이 가장 제 취향이고요.
다른 출판사에서도 이런 이벤트를 많이 해줬으면 합니다. 문학잡지 붐과 함께 출판사들이 활로를 이렇게 개발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기억의집 2017-01-04 19:02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저는 문동의 클래식도 세련되서 문동으로 할까하다가 열린책들 클래식이 좀 더 싸서 열린책들로 모으기로 했어요. 가격면에선 민음사가 젤 합리적인데... 언제나 도서비때문에 갈등을 해요~

AgalmA 2017-01-04 19:15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사서 이미 중구난방 사태라 전집 크게 신경 안 썼는데 그런 고민도 하며 구입하신 거군요. 요즘은 작가 세트류가 또 대세인 듯한데 여러모로 고민스럽죠^^;

책읽는나무 2017-01-04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부럽부럽!!!
전 한때 민음사 모아볼까 싶어 도전했다가 숫자가 넘 많아서 포기!!
문동책의 표지가 넘 이뻐서 요즘 문동으로 다시 쭈뼛거리면서 어제 두 권 주문했어요.전 문동으로 시작하려구요~~근데 확실히 가격면에서 쫌 쎄더라구요ㅜㅜ
열린책들은 확실히 꽂아놓음 이뻐요^^
예전에 어떤 드라마였는지?영화였는지?잘 기억나질 않는데 미스테리 살인극을 풀어나가는데 창고에 있는 책의 문구를 찾아 조합해나가는 장면이 있었어요.그때 주인공이 창고에 들어가 천막을 확 제꼈는데 바로 열린책 문학전집세트가 쫘악~~^^
그중 ‘황금 물고기‘책이 실마리였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암튼 그때 열린책이 넘 멋져보여 사다모아볼까?고민했었더랬죠ㅋㅋ

AgalmA 2017-01-05 02:30   좋아요 0 | URL
30권쯤 받고 책탑을 시전해야 부러움 받을 만 한 거 아닙니까ㅎ;
이동진 씨는 글 잘 안 풀릴 때 책장에 있는 책등 제목 한 글자씩 세로줄로 주욱 훑어본다는데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습니까ㅎ 책장이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그렇게 하지! 제 책장은 눈칫밥 먹는 아이들처럼 오글오글ㅎㅎ;; 멋진 미스터리물 근처도 못갈 듯;
도서관 문동 전집 책은 커버를 다 떼어버려서 시커멓기만 해 전혀 멋지지 않더군요. 그 책이 그 책ㅎㅎ;; 책등으로만 있음 문동 너무 시커매요ㅎㅎ
책등 이쁜이는 역시 열린책~
민음 세계전집은 낡고 누래지면 매력 급감소ㅎ;;

2017-01-04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5 0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벤투의스케치북 2017-01-04 2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책(소설이라기보다 세계명작이지만) 좋아하는 분께는 최고의 선물이네요...

AgalmA 2017-01-05 02: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어려운 사정인 거 알지만 출판사들이 이런 이벤트 많이 해주면 좋겠습니다. sns 이용하면 큰 비용없이 충분히 홍보할 방법도 많을 텐데 말이죠. 책 읽고 만드는 사람들답게 아이디어 좀 많이 발휘해 주면 좋겠습니다^^

시이소오 2017-01-04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갈마님 신년운수 대통이십니다.
축하드리고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

AgalmA 2017-01-05 02:33   좋아요 0 | URL
대통까진 아니고 소통으로 할께요ㅎ; 아쉬웠던 고전 이참에 가지게 돼 좋습니다. 늘 빌려 읽다가 다 못 읽고 반납하길 여러 번이라ㅎㅎ;

보슬비 2017-01-05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아갈마님~~~ 책 선물은 언제나 즐겁지요.^^
책옆에 살짝 보이는 북 다트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네요. ㅎㅎ

AgalmA 2017-01-06 01: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신년에 받으니 기분이 더 좋은 듯~ 책나눔할 수 있어 더욱 좋았고요.
북다트는 사진 찍어 놓은 게 있어요. http://blog.aladin.co.kr/durepos/8867246
얇아서 그냥 페이지 넘길 정도ㅎㅎ; 예뻐요^^
 

˝내가 해야 할 일 중 남아 있는 것은 하늘과 땅에는 인간의 철학으로 꿈꿀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들이 있다는 금언을 기억하는 것뿐이다.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확신을 더 철저하게 없앨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그런 것을 더 많이 발견할 것이다.˝(프로이트)


《라깡, 사유의 모험》중에서





 

 

생물과 무생물

해묵은 다이어리를 넘긴다. 알 듯 말 듯한 메모들. ‘사물에게서 받는 위로’ ‘책은 책꽂이에 꽂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해 강한 향수를 갖는다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붉은 동그라미에 갇힌 생물들. ‘L과 대학로’ ‘J의 생일’, 그리고 ‘I의 실종’.
생물을 생물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특성은 항상성. L과 J는 어제 내 기억 속에서 멸망해버린 무생물. 그러나 내게 불쑥 손을 내밀던 날부터 내 속에 살게 된 생물 I. 가끔 빛의 발자국에 내 발을 얹을 때, 그리고 그 길로 쭉 가다 바람 속에 몸을 던질 때, 그러다가 아주 태풍을 타고 날아가 버리고 싶은 날이면 I는 내 의식 속에서 외출을 한다. 아니 생물학적으로 멸망할 위기에 처하는 것.
I의 항상성은 아직 불안정하다. 잊혀진 날짜들처럼, 130만 년 전 지구에서 멸망한 공룡처럼 어느 순간 화석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I. I는 내 의식 속의 감정적 생물. 그런데 정말 위로를 받을 구석이 사물 밖에 없어? 책을 책꽂이에 꽂지 않으면 어쩌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시대라니!
돋보기로 I를 겨눈다.
햇살이 이마에 모인다.
이내 연기를 피우며 재가 되어버리는 I.



윤예영 《해바라기 연대기》중에서





 

 

 

 

 

 

 

 

 

 

 

§
사무실에 갇혀 내 궁금증은 1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림은 무한정 그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 인간의 구조는 참 신기하다.
감옥에 갇혀 어떤 이는 《소돔 120일》을, 어떤 이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썼다. 사무실이라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의 저 말처럼 성찰하되 한계로 가두지 말 것. 자유와 독단의 경계를 잘 살펴 걸을 것. 조금 지식이 있다고 쉽게 단정해 말하는 걸 보면 나는 정말이지 참기 어렵다. 그래서 ˝확증편향˝, ˝블랙 스완˝이란 용어까지 있잖은가. ˝자유간접화법˝을 쓴 질 들뢰즈는 참으로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타리와 협업도 할 줄 알았다. 이런 철학자 누가 또 있죠?
내게서 단정조가 느껴지면 수없이 고친다. 때론 언어의 한계, 인간의 한계 같아 아무리 고쳐도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은 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며 존재한다. 그 자체로 내 한계를 한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1월 1일이 어서 되어야 이런 글은 다이어리에 쓸 텐데 이틀 남았다. 다이어리를 감옥으로 쓰겠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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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2-30 0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2016년이 이틀이나 남았는데 오늘이 금요일이어서인지 마지막 날 같네요^^: Agalma님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AgalmA 2016-12-31 00:00   좋아요 1 | URL
일 때문에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연말을 제대로 정리도 못하고 흘려 보내는 거 같아 아쉬움도 많지만 지긋지긋했던 이 한 해 미련 하나도 없으니 어서 잘가라 하렵니다^^
겨울 호랑이님은 일찍 일어나시는 스타일이니 마지막 날 새벽에 이 댓글을 보시겠구낭ㅎ
오늘도, 내년도 모두 행복하시길 :)

단발머리 2016-12-30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알라딘의 유행 중에 ‘1일 1그림‘이 참 좋아요.
미술 시간을 고통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는 저로서는... 정말 감탄의 연속입니다.
오늘 그림도 멋져요~~ 엄지 척!
앗! 엄지가 아닌가용?!? ㅎㅎㅎㅎㅎㅎ

AgalmA 2016-12-31 00:05   좋아요 0 | URL
제가 그림을 띄엄띄엄 그려 올렸던 거 기억하실 거에요. 여러가지에 치여서 못하고 있다가 양철나무꾼님 덕에 요즘 많이 집중하게 됐어요. 그린다고 다 좋은 그림이 나오진 않죠^^; 어제 저도 그림이 안 풀려서 저 그림은 두 번째로 시도해 본 것^^..
최근 보니 성인용 그림일기 책도 나왔던데 단발머리님도 같이 해보면 좋겠어요^^ 그림은 정말 작지만 도움이 큰 활동입니다!

어떤 손가락이든 멋지게 흔들어 주세요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12-30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슨 손가락이든 척!!
저도 1일 1그림 좋아요. 유행을 쫒아서 1일 1뭔가를 해보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6-12-31 00:12   좋아요 1 | URL
무슨 손가락이든ㅎㅎ
그림은 돈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옆에 있는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쉽고 멋진 취미. 그림 욕심이 생기면서부터 비용에, 괴로움도 늘어나긴 하지만요^^
저는 딱 1시간만 투자한다 생각해서 그림을 그려요. 하루 일정 생각하면 긴 시간 투자는 힘들거든요.
지금행복하자님도 시간을 어느 정도 쓸 수 있을지 계획 한번 짜보시고 하나 추진해 보시길^^

새해인사 먼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행복하자님도 내년 출발 근사하게 시작되길 빕니다^^

yureka01 2016-12-30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올한해도 뻑유,,라고 해도 이해되는 시간입니다.ㅎㅎㅎ어찌나 스펙타클했던지요.. 한해의 의미를 퍽이란 그림 한장에 모두 쏟아 부은느낌이랄까요..

AgalmA 2016-12-31 00:15   좋아요 1 | URL
정말 그렇죠. 그림공간이 넉넉했음 Park! Fuck!이나 2016! Fuck!도 한 번 고려해 봤을텐데 말입니다.
저 그림 그리고 나니 여러 모로 좀 시원하긴 하더라고요ㅎㅎ

프레이야 2016-12-30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누구 닮았네요 ㅎㅎ

AgalmA 2016-12-31 00:17   좋아요 2 | URL
예, 그 누구님이 부탁을 좀 하시길래 연말 선물로 그려 드렸죠ㅎㅎ 기분 내킬 때 그려 드리겠다 했는데, 기분 신이 빨리 오셔서 그리 되었습니다.
프레이야님, 내년 건강&복 많이 받으세요.

물고기자리 2016-12-30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들뢰즈가 그렇군요^^ 저도 왠지 호감입니다 ㅎ

언어란 한계가 많다는 걸 느껴요. 표현하려 하면 할수록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 같거든요. 그 대상에서 멀어지는 것 같기도, 벽을 세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새삼 확언하지 않으면서도 그림을 그리듯, 연주하듯 묘사하는 작가들이 대단하단 생각도 듭니다 ㅎ

모호함을 말해도 대화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시는 아갈마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인사 남겨요^^(디테일이며, 액자 같은 외곽선까지, 이런 그림은 막 조르면 그려주는 겁니까? ㅎ)

AgalmA 2016-12-31 02:51   좋아요 2 | URL
물고기자리님 센스쟁이~~ㅎㅎ!
연말이라고 부러 챙겨서 덕담 나누러 와주셨네요. 우앙, 좋아라~

사유와 언어에 대한 고민은 물고기자리님 글에서도 주요 화두이기도 하잖아요. 현실과 퍼즐처럼 맞춰보며 웃으며 울며...
실력을 떠나 글도 그림도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하는 게 몹시 어렵죠.... 그래서 되도록 작가에게 호의를 품고 작품을 읽게 됩니다.

모호함도 통해야 대화가 되지 서로 모호하기만 하면 대화가 되겠습니까ㅎㅎ;
서재 생활 잘 꾸려 가시라고 선물로 드린 것. 물고기자리님께도 하나 선물로 드릴까요. 헌데 영감의 신이 오셔야 그리고 헌정할 수 있다는ㅎ;; 저 그림은 예상보다 빨리 오긴 했어요ㅎ;
외곽선은 핸드폰 조수가 잘 처리해줬습니다ㅎㅎ

물고기자리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같이 여유롭고 즐겁게 얘기 나누는 시간도 많아지길 바랍니다^^

해피북 2016-12-30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깊이 못지않게 그림의 깊이도 남다르신 님. 우앗. 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림 정말 멋져요 ㅎㅎ
저도 그림 그리는걸 무지 좋아하는데 저는 유아기 수준의 그림이라서 사람을 그리면 아직 눈 코 입만 간신히 구분되는
실력이라서인지 그림 잘 그리시는 분들을 보면 무지 부럽습니다. ㅎ 마지막 이틀.. 아니 이틀도 부족한 이 시점에서 인간에 사색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이야기가 참 재밌기도 하고 제 마음을 반성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ㅎ 무튼 올 한해는 참 짧은 만남이었지만 내년에는 더 풍성한 인연이 되길 희망해봅니다.

제 서재에 들러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했고요. 올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 즐거움고 행복 가득한 시간으로 채워가시길 바랄께요!

AgalmA 2016-12-31 00:36   좋아요 1 | URL
오늘은 반가운 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네요^^
글도 그렇듯이 그림을 통해 날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도 좋은 공부입니다.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것만 좋아하는 저를 딱하게 생각하면서도 이것들이 내 행복이다 생각하며 살아요^^
돌아오셔서 무척 기쁩니다. 해피북님도 저도 올해 많이 힘들었던 만큼 내년에는 이보단 낫겠지 소심하게 기대하며^^/

2016-12-3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31 00:39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이 제게 주신 행복도 있다는 걸 전하고 싶고 감사히 생각합니다. 더많이 돌려 드리지 못한 거 같아 아쉽고...
저도 내년에 잘 부탁합니다. 건강하시고 공부도 엄청 잘 되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겨울호랑이 2016-12-30 2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문학과 미술, 철학을 넘나드는 Agalma님의 지식과 깊이를 다 알지못하지만, 제 부족함을 통해 배우는 기쁨을 한층 더 느낍니다. 2017년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AgalmA 2016-12-31 02:53   좋아요 2 | URL
제가 깊이가 있는 건지 저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노력은 엄청 하고 있습니다^^; 서재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겨울호랑이님께도 제가 많이 배웁니다. 서로 격려하며 같이 공부해나가는 친구로 잘 지내면 좋겠습니다.
2017년 겨울호랑이님 연의 사랑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기대됩니다ㅎ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2016-12-31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31 0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