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받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오늘은 더 그랬다. 그래도 받아야 했다. 모든 것이 귀찮다고 솔직히 말하자 M은 10일 뒤쯤 전화할까 비꼬며 답했다. 차라리 전화를 받지 말 걸. M과 나는 상심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우리는 또 접촉하겠지. 마음의 위안을 우물처럼 찾는 가족이라는 관계. 아이에겐 부모의 관심과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부모보다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챙겨야 하나?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결과적으로 나의 이득을 위해서? 윤리는 깊이 들여다보면 가증스럽다.

가라타니 고진은 씨족 사회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의 저의에 대해서 말한 바 있다.

"포틀래치는 답례할 수 없는 증여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포틀래치(potlatch)란 미국 북서해안 지역의 인디언들이 각종 의식이나 행사를 치를 때 여는 잔치를 의미한다. 이때 잔치의 주관자는 손님들에게 모피나 동판, 통나무배 등의 재물을 선물로 나누어주고, 이 선물을 받은 이들은 답례를 하는 풍습(두산백과)

 

우리는 서로에게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선물로 답례해 상대에게 예속되지 않는 독립성을 가지려 든다. 의식적일 수도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의 과도한 ˝좋아요˝에는 그런 우위의 의미가 탑재해 있다. 타인 간에서는 ‘증여‘인 이것은 가족 간에는 ‘상속‘으로 바뀌고 곧바로 예속과 불화의 씨앗이 된다. 물론 돈이 많을 때 얘기다. 없는 사람끼리는 마음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각투하고...

좋은 삶이라... 나은 삶이라....인간이라면 이라...
인간은 질서를 포기할 수 없다. 세상과의 조화, 사람 간의 조화. 생존을 위한 조화.

이러한 삶의 고리가 끔찍하다.

또 전화가 울렸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어서 끊어지길 바랐다. 줄 수 없어 받을 수 없었다.

오늘 라디오에서 들은 시




내어주기


빈손이 없다.
사랑을 받으려고 해도 빈손이 없어 받지 못했다.
한 손엔 미움,
한 손엔 슬픔,
받을 손이 없었다.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했다.

언제나 가시에 찔리고 있었다.
온 손이 가시에 찔려 불붙은 듯 뜨거울 때
사랑을 주려고 해도 손이 아파 주지 못했다.
가시를 오래 쥐고 있어 칼이 되었고
미움을 오래 들고 있어 돌이 되었다.
칼과 돌을 내려놓지 못해서
사랑도 받을 손이 없었다.

내어버려라,
나무가 가을을 우수수 내려놓듯
네 칼을 네 돌을 내어버려라.

내어주어라,
십자가에서 온몸의 피를 다 쏟아내셨듯
네 안의 다스한 심장의 한 방울까지 다 내어주어라.

하얀 김 펄펄 나는 빠알간 심장에서
칸나 꽃이 움트고, 글라디올러스, 다알리아, 히야신스, 아네모네......
또 무슨 그런 빠알간 꽃 이름들아,
도끼날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스러지기 전에 다 내어주어라


#김승희《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우리는 서로를 알지만 뭘 알고 뭘 더 알 수 있을까.
지금도 꽃은 피고 지고 내 것이라 말할 수 없어 누구나 누린다. 다행이다.





Teen Daze - Cycle


 

 

I Am Dive - Summer 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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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5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6 00:00   좋아요 1 | URL
안다고 생각하는 게 착각이나 선입견 일 때가 많다는 게 곤란함 같습니다. 적정한 건 더 어렵고요~_~
 
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C. 클라크 지음, 박상준 옮김 / 아작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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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지 모르겠다. 촛불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허공을 바라보면 촛불의 환영이 내 시선을 따라 유영한다. 그것은 여러 개로 퍼지기도 하고 크기도 각양각색으로 변한다. 일종의 무아지경에 빠지는데 환상이라고 자각하더라도 신비함에 이끌려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오히려 그 상태가 더 강력히 지속되길 바라지만 금세 사라지고 만다. 라마와의 랑데부를 끝낸 노턴 선장의 심정도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4초 만에 자전하는 무시무시한 소행성인 줄 알았던 라마가 외계 생명체의 우주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류는 익숙한 두 자세를 취한다. 그들은 침략자인가 메시아인가. 오래전부터 소설이든 영화든 대개 이랬다. 최근 영화화된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도 외계 생명체는 인류의 메시아 역할이었다. "라마인의 세계는 모든 것이 3의 철학이다"를 마지막 문장으로 마친 아서 C. 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부는 그에 맞춘 듯 제3의 자세를 취했다. 외계 생명체는 인류와 어떤 접촉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에게 무관심하며 생각조차 안할 수 있다. 이는 최준식, 지영해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종말의 문제에 관하여에서도 논의되었다.
 
인간의 탐험과 모험에서 상징적 인물인 제임스 쿡 선장(1728~1779)을 빗댄 노턴 선장과 인데버 호 승무원들은 각자 그들의 열망과 사고방식에 따라 라마를 경험한다. 노턴 선장은 라마를 쿡 선장이 인류 역사에 남긴 전대미문 탐험 현장으로, 제5예수교 신자인 보리스 로드리고는 라마를 인류를 구하러 온 노아의 방주로, 피터 루소는 라마를 어릴 적 꿈꿔온 미지의 탐험 왕국으로, 로라 에른스트는 라마를 새로운 학문을 발견할 보고(寶庫). 행성연합의 라마 위원회 위원들도 각자의 연구 분야 가치로써 라마를 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라마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왔듯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라진다. 어떤 독자는 이 결말에 섭섭해할 것이고 어떤 독자는 나처럼 통쾌할 것이다. 박상준 역자도 밝히고 있다시피 인간의 정신적 한계, 인간중심주의 인식과 사고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아서 C. 클라크의 의도는 이 소설에서 거의 완벽하게 구축되고 있다. 외계 생명체가 우리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가정은 다분히 우리의 기대 심리겠지만, 중력과 현재의 물리법칙에 지배받는 인류가 이해하기엔 어려운 라마 세계의 물리법칙과 기이함에 대한 서술과 묘사는 매력적이었다. 읽는 내내 1973년 작품이라는 게 놀라웠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시각적 연출에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던 장면들도 보였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얼음 행성은 라마 바다 상황과 유사했다.
 
에드거 앨런 포우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읽었을 때처럼 밤새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끝내 라마인을 볼 수 없어서 더 매혹적으로 남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배경인 서기 2130년경에 인류는 공식적으로 외계 생명체를 볼 수 있을까(현재도 이미 봤다는 증언은 많지만). 한국은 통일되어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바람이 있다면 인류가 지금보다 좀더 현명해져 있길 바란다. 외계 생명체는 못 보더라도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테니까. 살아서 그 모든 걸 확인할 수 없는 게 다행일까 슬픔일까 잘 모르겠다. 아서 C. 클라크가 스리랑카로 이주해 죽을 때까지 별을 관찰하고 바닷속을 탐험했듯이 나도 남은 생의 계단을 걷겠지. 나는 여기서 계단을 오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라마 우주선 내부 계단이 위를 향한 것인지 아래를 향한 것인지 모호하듯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인지 방식에 따라 우리는 향한다고 나는 말할 뿐.


 

 


※ 표지는 원통 모양의 인공구조물 '라마'와 내부 이미지(어둠, 미로)를 잘 표현했다. 최초 발견자가 보일러통 같다고 우스개로 표현했지만 정확했다ㅎ '라마'는 자체 발전소였으니까.

 

Teen Daze -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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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4-14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못 읽어 보아 내용에 부합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만, 외계인뿐 아니라 인간도 대부분 3의 철학입니다.
헤겔의 변증법도 그렇고 삼위일체도 그렇고 가위바위보도 3세판 입니다. 그외 무척 많습니다.^^

AgalmA 2017-04-16 00:48   좋아요 1 | URL
아서 C. 클라크가 그걸 계산에 넣고 쓴 거죠. 과학뿐 아니라 통찰력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지능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인간의 지능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수학 능력은 획기적으로 상승하고 있지 않다는 건 재밌습니다. 추상적 사고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죠.
<당신 인생의 이야기>, <라마와의 랑데부> 뿐 아니라 대체로 SF 소설들에서 외계인은 특히 수학과 기하학 능력자죠.
 

노란 리본을 자꾸 잃어버려서 이번엔 인터넷으로 다량 구입했다. 모든 가방에 빠짐없이 달고, 몇 개 가지고 다니다 누군가에게 건네줄 수도 있으니까.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성묵 님, 정혜신 선생님 인터뷰를 들으며, 작은 실천으로 누군가 달고 있는 노란 리본이 유가족에겐 생명줄이었다는 얘기는 짐작을 확인해 주었다. 나부터도 출퇴근 길에 노란 리본을 보면 위안이 됐다. 세상이 덜 추악해 보였다.

노란 리본을 사려고 검색하다 기부와 수익 문제로 논란이 있는 걸 보며 가장 적(敵)은 자본 아닌가 싶었다. 생존자 김성묵 님이 그날 팽목항에서 경험한 앰뷸런스 일화를 말하며 ‘이 사람들은 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 돈 때문에 여기 왔구나‘ 싶어 앰뷸런스 타기 싫었다고 말한 증언처럼. 세월호 유가족 보상 문제, 세월호 인양 비용에 대한 각종 루머와 공격도 마찬가지 테두리. 노란 리본 인터넷 판매 경우만 해도 사재기 재판매 문제 때문에 개인에게 10개 이상 팔지 않고 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길게 생각하지 않는 세태, 노골적인 욕망을 보면 마음이 날로 어두워진다.
어떤 참여도 발언도 해선 안 된다는 더러운 조건을 내건 정부의 보상 서류에 모든 걸 잊고 싶은 마음에 서명했을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복잡한 심경도 생각해 보았다. 고통을 이겨내기도 힘들 텐데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기를. 잘못을 바로잡을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와야 한다.
모든 친구를 잃었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말하던 김성묵 님 얘기가 계속 맴돈다. 마음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들어줄 상담소를 찾아 여기저기 다녀야 했던 어려움과 비참함도 무척 이해됐다.

노란 리본이 박힌 운동화도 살까 생각도 했고, 좀더 이쁘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 텐데 안타깝다가.... 이게 쇼핑인지 기부인지 맘이 무거워져 화면을 닫고 그림을 그렸다.

 

 

 

Colin Vallon Trio - Tsunami (쓰나미:지진 등에 의한 엄청난 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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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4-13 0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다큐네요 . 긴장감 살리는데 좋은 듯한!!^^( 이럼서 아..쓰나미 ~! 한박자 늦은 이해~)
자본이 적 ㅡ 무척 공감!!
선의의 취지가 목적도 목표도 잃는 것을 이따금 보면서 아..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일들에 고개를 젖게되버려요 . ㅎㅎㅎ 말로 표현 못될 웃음만 혼자 여운남기고 가요! 굿밤 되시길!^^

AgalmA 2017-04-13 04:3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일부러 제목도 붙여 놓은 것^^;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앨범 다른 곡들도 다 좋아요. 역시 ECM!
정혜신 선생님이 세월호 자원봉사로 오신 분들이 상처를 많이 입고 떠났다는 얘길 하셨죠. 무리가 생기면 반드시 반목이 생기는데 좋은 목적과 취지를 가지고 모였을 때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더 크게 다가와서 그렇다고 하셨죠. 우리도 목격했다시피 자원봉사로 구조하러 가신 잠수사 분들께 정부, 해경, 언론, 사람들의 태도는 어땠습니까... 둘 이상만 모여도 너무너무 어려운 세상...
그장소님과 한밤의 대화는 늘 즐겁죠. 그장소님도 굿밤되시길/

[그장소] 2017-04-14 21:02   좋아요 1 | URL
아 ㅡ의도와 다르게 가버리는 선의 .
인간이란 것 자체를 부정하고 싶게 하죠 .
흙이나 돌이나 먼지가 되면 차라리 좋겠어 ..랄까 .
믿을 수 없게 선한 사람을 보고도 이젠 100% 그 선을 믿지 않는 걸 스스로 깨달아요 . 자세히 보면 , 어딘가는 도금 뒤틀린 데가 있을거야 랄지 .. 마치 그러길 바라기라도 한냥 .
ㅎㅎㅎ
저도 Agalma님과 한밤 대화 좋아요 . ^^

북다이제스터 2017-04-13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란 팔찌도 좋을 거 같아요....

AgalmA 2017-04-13 23:17   좋아요 2 | URL
길게 썼던 댓글이 지워졌네요... 다시 안 적겠습니다.

[그장소] 2017-04-14 21:02   좋아요 1 | URL
ㅋㅋㅋ별거 아닌데 이게 웃기네요 . 다시 안적겠습니다 ㅡ라니.. ㅋㅎ

2017-04-13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4-13 23:41   좋아요 2 | URL
네. 죽을 때까지 짊어질 트라우마일 겁니다. 희미해졌다 싶다가도 일시에 기억이 들이닥칠 거고 아무도 모를 고통 속에서 괴로울 겁니다. 삶 내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고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 참사는 정신적인 핵폭탄이 터진 셈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죄악이죠. IMF 이후 한국인들이 많이 달라졌듯이 이 일도 사람들에게 잠재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6.25 트라우마와 빨갱이, 전쟁 공포를 겪는 세대가 아직도 있듯이. 새정치의 발판이란 건 낙관적인 전망이고 당면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을 겁니다. 위축감, 자기 보호심리, 타인에 대한 불신....우리 모두에게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해요...

겨울호랑이 2017-04-14 1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난 것을 보게 되었는데, 다친 사람 옆에 두고 렉카들이 부서진 차를 서로 견인하려고 다투는 것을 보면서 참 씁쓸했습니다..

AgalmA 2017-04-16 00:13   좋아요 1 | URL
경찰에 도움을 청해 본 사람들은 다들 겪어 봤을텐데, 귀찮아 하죠...내 일처럼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은 건 알지만....인간은 참...
 
알라딘 굿즈 제안

 

 

 

알라딘 굿즈 T를 만들어 달라! 제안한 김에 한 번 그려봤다.

생각해보니 여성용, 남성용 사이즈를 고려하자면 일이 좀 많으려나 싶네ㅎ
S 사이즈는 아이들도 입힐 수 있으니까 S, M, L 다 만들어도 좋은 디자인이면 완판될 거라 예상한다!

구매자 비율은 알라딘이 잘 체크해 놓았을 테니 양 조절은 알아서 하시겠지. 

 

 

보르헤스 사진엔 유난히 손동작 들어간 게 많다. 왜지. 생김새만으로도 독특한데.

사진가는 그의 제스처에서도 특이한 인상을 받은 거 같다.

 

최근 알라딘 굿즈로 등장한 본투리드 연필로 그렸다. 
피츠제럴드(초록), 헤르만 헤세(회색) 연필을 깎아보니 나무 재질은 별로다. 나무가 밀린다고 할까.
둘 다 같은 종류.  필기감은 그럭저럭 괜찮다.



Deorro [Good Evening] (2017.3.31 발매) - "Guide me (ft. Sasha Sloan)"

이 앨범 좋은데 알라딘엔 아직 안 들어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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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4-11 2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연필을 좋아하시는 군요... 셔츠 사이즈까지 고민하시는 것을 보니 진정한 marketer이십니다.^^:.

AgalmA 2017-04-11 20:16   좋아요 2 | URL
창작하는 사람들은 연필 다 좋아하죠ㅎ 글쓰는 사람들도 필기구에 굉장히 신경쓰잖아요ㅎ 고가의 만년필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ㅎ
그림 공부할 땐 재료 욕심이 굉장히 많았는데 정말 돈 많이 들더라고요ㅎ;; 지금은 그릴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만 있어도 좋아요^^ 연필과 지우개만으로도 할 수 있는 건 많으니까^^ 전쟁통에 가난 땜에 재료를 수급하기 어려웠던 이중섭은 담배 은박지에도 그림을 그렸잖아요^^

다음달 알라딘 굿즈가 뭐가 나올지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ㅎ

AgalmA 2017-04-11 20:19   좋아요 2 | URL
바꾸신 프필사진 연의 표정 너무 귀여워요^^! 겨울호랑이님이 연의 버프 땜에 인기가 더 올라가시겠다능. 후후~

겨울호랑이 2017-04-11 20:20   좋아요 2 | URL
^^: Agalma님께서 재료 욕심을 버리셨다고 하니, 진정 내공이 올라가신 듯 합니다.. 일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Agalma님께서는 참 어려운 시기를 살아 오신 듯 합니다. ㅋ 이중섭의 전쟁은 한국전쟁이었겠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알라딘에서 Agalma님의 ‘알라딧 굿즈 청원‘을 받아들이고 소정의 option이 Agalma님께 부여되기를 기원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4-11 20:21   좋아요 2 | URL
^^: 딸을 표지모델로 조회수를 늘리겠다는 얄팍한 술수가 딱 걸렸군요.ㅋㅋ

AgalmA 2017-04-11 20:30   좋아요 2 | URL
이중섭은 어렸을 땐 유복하게 자랐는데 일제, 전쟁 다 겪으며 참 어렵게 어렵게 그림을 그렸죠. 민족, 가족, 아이, 상상력을 두루 아끼며 멋진 창작을 남긴 것도 존경스럽고... 이중섭 그림은 지금봐도 아주 현대적이죠. 디자인 감각이 놀라워요. 한국 미술계에서 이만한 사람 또 없죠.


연의를 낳고 기른 노력이 있는데 이 정도쯤이야ㅎㅎ
˝기회는 찬스다!˝ 연의 어릴적 모습 많이많이 항유하시길^^

겨울호랑이 2017-04-11 22:09   좋아요 2 | URL
^^: 매우 공감합니다. Agalma님 덕분에 혼자서는 알 수 없었을 부분에 대해 많이 알게 됩니다^^: 덕분에 눈 앞에 펼쳐진 수 많은 길이 어렴풋하게나마 보이네요.. ^^: 감사합니다.

AgalmA 2017-04-29 22:11   좋아요 1 | URL
프로슈머 prosumer ˝제품 또는 서비스의 설계, 제작 또는 개발에 잠재하는 소비자˝

적절한 용어가 있어서 덧붙여 보았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4-29 22:30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는 Leading prosumer이신듯 합니다.ㅋ 이 관심이 짝사랑이 되면 안되는데 말이지요..^^:

겨울호랑이 2017-04-11 2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처럼 독자적으로 그림을 보고 느껴보고 싶네요^^: 아직은 남들이 좋다하면 그런가 보다 하지만요..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AgalmA 2017-04-11 22:06   좋아요 2 | URL
직접 해보면 느낌이 다릅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원작인 영화 <일 포스티노> 아시죠. 거기서 우편배달부가 네루다에게 시는 어떻게 쓰는지 절실하게 알고 싶어 묻죠. 네루다는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고 넌지시 포인트만 알려줍니다. 그는 결국 독자적으로 찾아나서죠. 곳곳을 찾아다니며 마을의 종소리, 파도소리들을 녹음하며 자신의 시심을 깨닫게 됩니다.
시도, 소설도 직접 써 보니까 어떤 점이 어렵고 어떤 점이 탁월한 포착이다 하는 걸 알게 되더군요.
사유로서만 알 수 없는 게 분명 있습니다. 이론물리학도 실험물리학을 필요로 하듯이^^
공부만으로도 상당한 경지에 오를 수 있지만 체감은 다른 문제죠. 또 경험과 체득만으로도 부족하죠. 사유가 그 이상으로 도약하게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결국 몸과 정신이 따로이지 않듯이 관념과 경험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지성들은 예술, 인문, 수학, 과학 모두를 공부하고 다뤘지 않습니까. 그 뛰어남은 그런 바탕이 있는 것이죠^^

제가 뭘 대단히 잘 알아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 아니고 공부하다보니 그게 크게 다가와서 드리는 말씀.

[그장소] 2017-04-13 0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지의 직사각무늬 가운데 여러가지 지퍼 넣는건 유치해 보일까요? ㅎㅎㅎ
마음산책 책 디자인을 저도 무척 애정해서 말 시리즈 특히 ㅡ ^^ 사진이 좋네 그랬어요!^^

AgalmA 2017-04-13 04:24   좋아요 1 | URL
지퍼랑 찢어짐 아직도 한창 유행 아닌가요. 유행 살짝 피해가고 싶은데요ㅎ;
말 시리즈 표지 사진 정말 좋죠^^

[그장소] 2017-04-14 21:06   좋아요 1 | URL
오옷 ~^^ 아직도 유행? 몰랐어요 . 그건 .
워낙 유행옷을 안 입기도 해서 . ㅎㅎㅎ
비켜가요 . 비켜가~!! ^^

음음 , 마음산책 북 디자인 전 대부분 맘에 들어요 . 줌파라히리 시리즈 . 제임스셜터 시리즈 말 시리즈 , 사노요코 시리즈 등등 !!

AgalmA 2017-04-16 00:38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이 언급하신 책 시리즈를 생각하니 마음산책 디자인이 머릿속에 한눈에 그려지네요^^

2017-04-13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13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향을 피우다 이 불기운조차 뜨거우니 삶에 대해서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생각했다.

삶에 지쳐 있을 땐 생각도 쉬이 나아가지 않는다. 게으름도 못나게 부린다.

그래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문장은 뜨겁고 서늘했다.

 

 

빈둥거리다 보면 지칩니다.” 보스웰

그건 다들 바빠서 우리에게 동무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빈둥거리면 지치지 않을 겁니다. 서로가 서로를 즐겁게 해 줄 테니까요.” 존슨

 

모두가 돈벌이가 되는 직업에 종사해야 하고 이에 불참할 경우에는 책임모독죄를 묻는 법령에 위촉되어 거의 열광적으로 노고를 기울여야 하는 바로 요즘 세태에, 충분히 가진 것에 만족하고 주위를 돌아보며 즐기자고 주장하는 다른 편의 외침은 허세와 허풍으로 들린다. 하지만 그리 취급해서는 안된다. 이른바 게으름이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계층의 독단적 규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근면성 못지않게 그 입장을 진술할 타당한 권리가 있다. 6펜스 은화를 벌기 위한 악조건의 경주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 참여한 사람들에게 틀림없이 모욕과 환멸을 안긴다. 선량한 (알다시피 수많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려 6펜스에 찬성표를 던지고, 미국 영어 특유의 단호한 표현을 쓰자면, 거기에 사생결단으로 덤빈다(goes for)". 길에서 힘겹게 쟁기질을 하던 사람이 길옆 풀밭에서 술잔을 옆에 두고 얼굴에 손수건을 올린 채 시원하게 누운 사람을 볼 때 느낄 분노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의 무시에 민감한 급소를 찔렸다.[*] 로마를 점령하고 원로원에 밀어닥친 떠들썩한 야만인들이 저들의 승리에 동요되지 않고 고요히 앉아 있는 원로들을 보았을 때 로마 점령의 영광은 과연 어디 있겠는가? 계속 노고를 바치고 힘겹게 언덕 꼭대기에 올라 모든 일을 끝냈을 때 여러분의 성취에 무관심한 사람을 마주하면 마음이 쓰라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물론자는 물질적이지 않은 사람을 저주하고, 금융업자는 주식을 모르는 사람을 참아 주는 척하고, 문필가는 문맹자를 경멸하고, 온갖 것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을 얕잡아본다.

 

[*] 알렉산더 대왕이 금욕주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에게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하자 햇빛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말한 일화에 대한 언급

 

표제작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첫 문단

 

 

19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칭송받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보물섬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이 에세이집은 조지 오웰의 예리한 통찰력과 견줄 만하다. “Agalma가 뽑은 Best 서문으로 꼽는다. 서문 뿐 아니라 문장 대부분이 명문이다. 음미하느라 진도가 안 나간다;

 

게으를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끝없이 찾는다. 이거 게으르자는 게 맞는 건가.

여하간 음악에도 도착한다.

 

 

 

 

 

 

 

아르헨티나 출신 기타리스트 도미닉 밀러(Dominic Miller)는 스팅(Sting) “Shape of My Heart"를 공동 작곡하고 기타 연주를 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스팅 The Soul Cages(1991) 앨범의 기타리스트로 합류한 이래 30년 가까이 스팅의 모든 앨범과 공연 무대를 함께 해오고 있다.

도미닉 밀러를 스팅의 세션맨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의 리더작도 다수 있다. First Touch(1997), Second Nature(2000), Third World(2005), Fourth Wall(2006), 5th House(2012) 등 사색적인 멜로디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과 에너지 넘치는 록 스타일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곡이 담긴 솔로 앨범, 부다페스트 필름 오케스트라(Budapest Film Orchestra)와 함께 ‘Gymnopedie No.1’, ‘Ave Maria’, ‘Adagio in G Minor’와 같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한 앨범 Shapes(2004), 기타리스트 닐 스테이시(Neil Stacey)와의 듀오 앨범 New Dawn(2002)도 있다. 독일의 드러머 볼프강 하프너(Wolfgang Haffner)의 앨범 Heart of the Matter>(2012)에 참여하기도 했고, 5th House에서는 이스라엘의 피아니스트 야론 허먼(Yaron Herman), 2014년에 발표한 Ad Hoc에는 스웨덴의 베이시스트 랄스 다니엘손(Lars Danielsson)이 함께 하기도 했다.

한국에 스팅과 함께 여러 차례 내한했는데 나는 11th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서 그의 멋진 연주를 제대로 들었다.

 

 

 

 

 

"도미닉 밀러는 기타를 연주할 때마다 색채를 만들어냅니다. , 더없이 다채로운 감정을 모조리 표현하고, 음향은 물론 침묵으로부터 음향적 건축물을 이룩하는 것이죠. 그는 영혼을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립니다." - 스팅

 

 

 

 

ECM 레이블에서는 처음 나오게 된 Dominic Miller Silent Light(2017)ECM의 창립자라고 부르기엔 부족한 전설적인 존재 만프레드 아이허의 프로듀스로 오슬로의 레인보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ECM 레이블 특유의 사색적인 느낌과 도미닉 밀러의 풍부한 연주가 잘 어우러져 있다.

 

앨범 발매 기념으로 이 앨범 구매 시 내한공연 초대권(12)을 추첨해서 주는 행사가 있다.

  

 

도미닉 밀러 내한 공연

일시 : 2017426() 오후 8:00

장소 : 마포 아트센터 아트홀 맥

공연문의 : 씨앤엘뮤직 / 씨앤엘뮤직 미래광산 (02-522-1886)

 

    

 

 

머릿속에는 문장 하나가 계속 맴돈다.



 

"씨족사회의 난점은 평등하지만 자유로운 개인이 존재할 수 없다는 데에 있었다."

가라타니 고진 《세계사의 구조

 

가라타니 고진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원시공산제'의 모델을 유동민사회가 아니라 씨족사회에서 발견했다고 지적하며, 그들이 사회구성체의 역사를 '생산양식'이라는 관점에서 본 한계라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재화, 노동, 금융 모두 "교환양식"으로 복합적으로 연동된다는 점에서 "자본제경제를 하부구조로, 네이션이나 국가를 관념적 상부 구조"로 간주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체계는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게으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나와 세계가 양분되지 않고 교환 속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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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7 18: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을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겠어요. ^^

AgalmA 2017-04-07 19:10   좋아요 0 | URL
예, 그럴 거 같습니다^^ 스티븐슨 이 책도 말이 에세이지 아주 사상적이거든요. 여성 차별 반대 등등 그 시대 생각하면 급진적인 생각들이 많죠.

겨울호랑이 2017-04-07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995년에 여자 친구와 ‘스팅‘ 공연을 보러 갔었던 기억이 나네요..ㅋ 대학생 때 비싼 표를 나름 준비했었는데. 이제는 지나간 추억이 되었군요.^^:

AgalmA 2017-04-07 19:09   좋아요 1 | URL
저는 돈 여유가 좀 있을 때ㅎ 스팅을 보러 갔는데, 그 공연을 보고 나온 인파 속에서 10년 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었더라는ㅎ;;;

겨울호랑이 2017-04-07 19:11   좋아요 1 | URL
^^: 저도 비슷한 경험이... 같은 해에 미국 배낭여행을 갔었는데, LA 로데오 거리에서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딱 만났더라는... 그때 이후 만날 사람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만난다는 값진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ㅋ

AgalmA 2017-04-07 19:16   좋아요 1 | URL
그 분과 인연은 인연이었던 모양^^;
이건 제 생각 소설인데요. 두 사람 다 헤어진 상처 때문에 여행 갔는데 거기서 또 보면 무슨 기분일지....

겨울호랑이 2017-04-07 19:25   좋아요 1 | URL
^^: 저는 그 때 일단 소름이 끼쳤던 것 같아요.. 둘 다 상당히멍햇었던 같지만, 그냥 가볍게 인사 정도만 하고 지나갔었어요. <Before Sunset>같은 느낌은 없었더라는 ㅋ 만나야할 사람은 만나겠지만, 반대로 헤어져야할 사람은 헤어져야하는 것은 아닌가 싶더군요. 정말 거의 진화론적 확률이지만, 그 ‘우연‘을 ‘필연‘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 제 한계였는지 아니면 운명이었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ㅋ

AgalmA 2017-04-07 19:32   좋아요 1 | URL
크흑, 겨울호랑이님도 사연많은 분이군요ㅜㅜ

오쌩 2017-04-0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은 여전히 열심히 읽고 쓰시네요. 봄밤에 어울리는 곡이네요 ^^

AgalmA 2017-04-09 02: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니 더 반갑습니다! 이웃분들 두루 찾아뵙기 버거워서 격조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요^^
제 기준에는 그리 열심히라 할 수 없지만 일에 치이니 난항 항해입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겠죠ㅎ; 좋은 음악 나눌 수 있어 저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