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인솔하러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걸으며 나는
"APEC으로 입산 금지가 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만덕시장을 지나 은행나무 길을 들어서면서 나는 잊어버렸다.
노란 은행나무가 눈처럼 쌓여 또 하나의 설국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은행나무 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길을 걸으며 나의 시름들은 하나씩 잊혀져 갔다.
산행로에 들어서는 입구에는 입산금지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으나
그 아래로 14일부터 20일까지라고 씌여 있었다.
순간 마음은 갑자기 환해지고 무엇하나 걸리는 것이 없게 되었다.
하늘도 파랗고 높은데 게다가 구름 한 점 걸리지 않은 청옥빛이었다.
산길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어제까지 쏟아대던 비가 오늘은 이렇게 파란 하늘을 만들어낸 것을
보면서 이것은 마술이야...하고 생각했다.
숲에서도 낙엽은 무수히 바람에 날리었고, 바람은 연약한 나뭇가지와 잎에 부딛혀 온갖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아! 내 몸도 한 자루의 피리가 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저 바람에
내 마음은 갖가지의 선율을 만들어내고
그 선율의 리듬을 따라 넘는 산길은
마냥 즐겁고 푸르기만 하더라....
아이들과 시작한 산행은 그야말로 올 가을의 정취를 극대화시킨 산의 미학이었다.
낙엽이 쌓인 숲길을 걸으면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도 아이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했다.
그들도 이미 느끼고 있으리라. 때로는 힘들다고 투정하고, 때로는 이제 얼마나 남았냐고 하면서도
새들이 여기 저기서 날아오르고 청솔모가 나뭇가지를 타고 재주를 넘고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돌담을 지나서...
예쁜 집 돌담 아래로 피어난 들꽃들을 보며.....
남문에 도착하여 한 점씩 입에 넣은 수수떡이 입안에서 녹았다...
거기서 내려다본 동부산의 모습들을 둘러보는 시원함까지...아, 저기 광안대교도 보이는 군.....
남문에서 아이스크림과 물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이제 다왔다고 안도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길들을 자랑스럽게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정을 문자시로 옮겨본다면...
나뭇잎눈처럼쌓여
여기는또다른설국
내몸은한자루피리
가지사이로불어온
바람에내맘은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