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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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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의 최고 예술품인 국보는 오랜 세월을 걸쳐 국난에 희생되기도 하였고 또 침략인의 손을 타서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기도 하였다. 그냥 후세에 전해진 것이 아닌, 누군가의 애정과 보살핌 그리고 목숨을 건 보전으로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인류 문화 유산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은 국보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필요하게 만든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어느 누구가 알아줄 것이며 우리가 지켜내지 않는다면 누가 이것을 보존해서 후대에 물려줄 것인가?

 

  침략과 전란의 역사의 포화 속에서 운명처럼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수많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는 국보의 역사의 뒷면 이야기는 애절하고 슬프고 신비스럽다. 도굴꾼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된 수많은 유물들, 아직 그 규모와 진실조차 밝혀지지 않는 채 우리는 산산히 조각난 어려운 퍼즐맞추기를 오랜 세월동안 계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유물은 말한다. 그 유물의 역사와 그 제작시기와 방법 그리고 그를 향유했던 계층들의 미의식까지 유물은 말하고 있다. 그 사람의 말이 아닌 유물의 말을 통해 우리는 그 속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쳐 가야 한다.

 

  오랜 세월의 풍화 속에 점차 사라져가는 유물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이며,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그 드러날 날을 기다리는 땅 속, 바닷 속 유물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아니 세월의 흐름 속에 지금 우리들의 현재는 또 어떻게 역사가 되고 유물이 되어 후대에 전승될 것인가? 국보도 결국에는 후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름다움의 가치이자 문화적 자리매김이 아닌가? 우리는 다시는 전쟁과 침략으로 우리들의 인류문화가치를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국력이 필요하며 우리 문화윺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필요하다.

 

  고유섭 선생님, 전형필 선생님, 최순우 선생님 등 현재에도 우리 문화재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역사와 민족에 자긍심을 가지고 스스로 사랑하고 신뢰할 줄 아는 민족이야말로 과거 속에서 미래를 캐낼 줄 아는 민족이며 전통 속에서 창조의 꽃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일본의 독도 침탈 등 더욱 자국이기주의와 역사왜곡이 심해지는 오늘날, 우리들은 우리 문화를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나아가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바른 재평가와 재발굴을 통해 더욱 풍요롭게 우리의 문화유산의 연구 폭과 깊이를 더해가야 할 거이다. 무량수전의 배흘림 기둥을 바라보거나 신라의 불교문화 속에 불국정토를 이루고자 했던 신라인의 마음과 정신을 발견하거나 일상생활의 풍속에서 아름다움을 구하고자 했던 혜원의 정신이나 우리의 자연풍경의 아름다움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겸재의 화법과 그 정신까지....우리 문화 유산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눈 뜨지 못한다면 그것을 지키는 일은 더욱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역사와 유물 그리고 그 유물을 바라보는 인물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우리의 국보의 역사이야기를 각 각의 유물로서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은 국보 47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우리 문화재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아갈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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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조상인 지음 / 눌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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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많다. 하지만 보다 순수하고 진리에 가깝게 가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인류는 글과 문자라는 도구를 발견했고 그것을 통해 문화와 전통을 전수하였지만 여기에는 그 글과 문자를 버리고 그 의미의 모호성과 전달의 어려움 때문에 직접적인 그림을 선택한 시대의 화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나라 근대 역사를 관통하여 살아남은 화가들, 그리고 그 작품들....한국의 다이나믹한 근 현대사를 거치면서 살아남은 작품들은 한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았던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일제시대 때의 시인이나 문학을 하던 사람들은 왜 모두 천재였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다. 그 때 세샹을 관통해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았던 이들은 독립운동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였다. 글과 시를 통해서....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나는 그림을 통해서 시대를 표출하고 암시하고 드러냈던 또 다른 시대의 천재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아직까지 나는 추상미술의 세계에 대해 어려워했고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짧은 글을 담은 37인의 화가를 통해 조금 더 추상미술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김환기나 유영국, 윤형근과 이우환 화가님들의 세계에 조금 더 이해의 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인생을 보니 과연 그림을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삶의 방향과 사명을 이미 갖고 태어나 그 소명에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인류에게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은 그들이 처음부터 마치 짜맞추어진 각본처럼 이 그림에 인연이 닿았던 것이다. 그들이 남긴 미술혼과 열정이 그들의 몸과 생명을 도구로 작품을 탄생시켰고 또 그 작품이 격동의 근현대사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시대적 아픔을 뚫고서 살아남은 것은 과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삶은 늘 기적이다. 어찌 마음에서 펼쳐진 세계가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 줄 알았을까? 그 작품들이 또 우주의 격동 속에서 어찌 또 기적처럼 살아남게 되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감동을 울리게 하였을까? 시대를 넘어 공간을 벗어나 가슴울리는 존재나 사건과의 만남, 그것 또한 기적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기적의 모서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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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의 미의식 - 미술로 보는 삼국의 문화 지형
지상현 지음 / 아트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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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 일은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역사를 공유해왔다. 그래서 본토인 중국의 우수한 문물이 자연스럽게 한반도로 흘러들어왔고 섬나라인 일본은 한국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근대에 와서는 비록 일본이 중국과 한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눈을 돌려 먼저 서양화를 이룩한 국가가 되었지만 오랜 역사 속 형성된 동아시아적인 정체성을 무시할 순 없다. 일본의 핏속에는 아직 동아시아의 혈액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고 그 속에는 중국과 한국의 핏줄도 섞여 흐로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건축양식을 보면 중국은 아주 과장되게 많이 휘었고 한국은 수줍은 듯이 살짝 곡선을 사용했다면 일본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건축양식을 보인다. 이는 중국의 허풍과 한국의 멋과 일본의 단정함과 정리의식 간결함 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아주 여성적이고 유연하며 한국은 여성적이지만 남성성도 모두 갖추려고 하고 일본은 사무라이집단을 대표하는 강한 남성성이다. 그러나 회화나 조각에 사용된 곡선성을 보면 중국이 많은 원들을 사용한 데 비해 한국은 최소한의 원을 사용한 특징이 드러난다. 회화에서도 죽문을 보면 중국은 사실에 가까이 가려했던 반면 한국은 죽문을 통해 그를 그린 선비의 정신을 표현하려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곡선적 성격은 관계를 중시한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직선적인 일본은 관계보다 독립성이 중시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중국의 미술을 눈으로 생각한다. 미술품을 보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바로 작품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은유적이다. 회화에서도 대상을 그대로 모사하기보다는 대상에 비유되거나 은유된 뜻을 표현하려 하였다. 그래서 산수인물화에서 중국이 산수에 초점을 둔다면 한국은 인물에 강한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회화에서도 정돈되고 정리된 비레와 구도를 중시한다. 사찰에 쓰는 풍경의 모양을 보아도 물고기를 소재로 쓰는 한국은 좀 사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이어령 선생님이 표현한대로 압축적인 요소를 가진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쿠이다. "자세히 보면/냉이꽃이 피어 있는/울타리로다"라는 예에서 보듯이 상당히 압축적이고 촌철살인의 마음을 건드린다. 건축, 정원, 도시락 문화도 이로 설명된다.

 

  공예품이나 미술품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중국은 건륭황제시기의 도자기를 보면 인간이 가진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작품들이 많다. 아주 섬세하고 아주 복잡해서 도무지 재현해내기 쉽지 않은 법랑채 도자기들이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 도자기는 여백의 미가 많고 전체적인 조형과 문양에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대만고궁 박물관에 소장된 '취옥백채'를 봐도 청나라 때 만들어진 '상아조수세미형장식품'을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탐미적 강박을 가진 듯하다. 건축물에 드러난 약간이 오차도 틈도 인정하지 않는 건물, 장식적 투구 등을 보면 실용과는 거리가 먼 미의 집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고정불변인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와 상반되는 특성들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청이 그러하다. 삼국 중 한국의 단청이 가장 화려하고 복잡하다. 색상과 구조, 문양 면에서...풍자와 해학을 다루는 부분, 즉 삶의 절망과 우울과 스트레스를 다루는 부분도 서로 좀 다르다. 한국이 해학과 풍자라면 일본은 요괴문화와 스릴러로 나타나고 중국은 협객의 문화로 나타난다. 이러한 삼국의 문화들은 서로 갈등 협력하면서 독자적인 색깔을 띄어왔다. 하지만 역사공동체로서 같은 시대 같은 고민들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 각 각의 문화적 특색을 만들어갔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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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에 꼴리다
김중경 지음 / 프라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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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차를 마시면서 개인적인 맛의 느낌이나 주관적인 면에 대해서는 내가 느끼는 대로이니 따로 할 말이 없다. 그저 청차보다는 숙차의 편안함이 상대적으로 내 몸에 더 끌린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벌써 보이차를 마신 지도 십수년이 되어가니 보이차에 대해 조금 알고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권의 책을 뒤적이다가 인터넷을 검색하여 단편적인 사실을 접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보이차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하였다.

 

  이 책은 김중경님이 자신의 30여년의 오랜 보이차 실전을 토대로 펴낸 책이다. 경험이 다져진만큼 어조도 강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대체로 책의 구성과 내용도 읽기에 쉽고 잘 넘어가면서 보이차의 맛에 대한 실전을 잘 적어놓았다. 특히 보이차의 원료와 제작방법과 과정 그리고 보관에 대해 3단계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마음에 든다. 또한 보이차를 맛볼 때에도 이러한 3단계의 구분법에 의해 차잎은 어떠한지 살청과 유념과 쇄청은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차를 더욱 관찰하게 한다.

 

  청차가 쇄청과정을 거쳐 자연발효되어 탕색이 변화하는 과정은 경이롭다. 정말 보이차를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두고 보자'라는 말은 보이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생차는 오래 익혀둘수록 명품으로 변하니 말이다. 더욱 보이차의 검증된 약성을 보니 심혈관질환이 가족력인 나에게는 꼭 필요한 음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차가 좋아 어느덧 이런저런 보이차를 구입하고 그를 사용하기 위한 자사호도 소장하게 되어 앞으로 가진 것만으로도 상당 기간 차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더욱이 청차와 숙차와 자연발효 청차(오래된 것으로 도자기 속에 밀봉된 것)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앞으로는 차를 우려 마실 때 차잎의 관찰을 하게 될 것이고 차색과 맛을 음미하는 것도 조금 더 분석적으로 할 것 같다. 이 책으로 차생활을 한 걸음 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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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호 紫砂壺 - 인간과 자연의 조화가 깃든 다기 미학의 정화
배금용, 심재원 지음 / 다빈치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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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를 마시는 생활을 하면서 뒤늦게 자사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차를 우려마시는 품격에 있어 자사호를 빼놓을 수 없었다. 처음 자사호에 마음을 빼앗긴 것은 일체의 문양과 조형의 붙임이 없는 서시호나 철구호 그리고 방고호였다. 심플하면서도 그 선이 가진 아름다움에 반했고 또 차와 더불어 차도구로서 조화가 뛰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관심이 시작되어 도자기에서 자사호를 한 점 두 점 구입하기 시작하여 이제 스물 여점이 넘게 소장하게 되었다. 그와 함께 자사호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어떻게 이름붙이고 유명대사의 자사호는 무엇이 다른 점이며 자사호의 니토의 재료는 어떠한지 또 청차를 마실 때 숙차를 마실 때 오룡차를 마실 때 홍차를 마실 때 철관음이나 용정차를 마실 때 어느 자사호를 사용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도 좀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자사호는 보이차와 함께 중국에서 사용한 차도구이므로 원서를 구입해서 해독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나마 우리나라 번역본이나 차에 관한 책의 번역본은 내용과 문맥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중간 중간 그 이해가 끊어졌다. 자사호에 관한 책도 몇 권 읽었지만 자사호를 구할 때 전수공, 반수공, 기계제작의 구분과 이름붙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잘 알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재료와 제작방법 형태에 따른 이름의 분류 등 자사호에 대해 내가 궁금한 부분을 가장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잘 설명한 책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 책은 한 번 보는 책은 아니다. 자사호를 꺼내 보면서 그 흙의 특성을 살피고 제작과정을 두껑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또 나아가 고온소성인지 저온소성인지 자사색깔을 구별하고 전체적인 조형과 출수와 절수와 금수가 잘 되는지 살피는 등 실전에서 적용해야 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전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장점이 크다고 생각된다.

 

  자사호는 결국 차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차를 통해 하늘과 땅과 인간이 만나는 '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가장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다 크게 호흡을 들이키고 차 속에 스며든 천지의 기운을 들이켜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시공간적 공간 속에 자사호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그 차맛을 감상하고 또 벗들과 좋은 대화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인생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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