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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이천번의 선

 

원 하나에 스물두 번의 선

 

도대체 어떤 마음이

 

이 문양을 만들어내었을까?

용도로 보면 앞 면의 거울인데

 

그 정신은 뒷 면에 있어

 

마음은 뒷 면에 머문다.

 

내 영혼의 무늬를 아로새겨

 

일만이천버의 선을 그어

 

난 너에게로 가는 길을 만들리라.

 

세상에는 없는 길이라해도

 

세상없는 마음의 길을 내어

 

너의 마음으로

 

직지인심의 길을

 

일만이천번의 무늬로

 

일만이천번의 발걸음으로

나 너에게로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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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자와 혜자가 호수의 다리 위를 거닐고 있었다.  

장자와 혜자는 다리 위에 서서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장자가 흥겨운 듯 물고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렇게 유유자적하며 노닐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겠지!" 그러자 혜자가 물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거늘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나?" 장자가 곧바로 대답했다. 

"자네는 내가 아니거늘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가?" 혜자가 말했다.  

"맞네! 내가 자네가 아니니 당연히 알 수 없을 것이고, 자네 역시 물고기가 아니니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 분명하네." 그러자 장자가 다시 말햇다. 

"아닐세,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해보세. 자네는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라고 물은 것은 이미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서 어디에서 알았느냐고 질문한 것일세. 그러니 대답해주지. 나는 호수 다리 위에서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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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25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언뜻 봐서는 언어 유희로 들리는데.. 무슨 진리를 비추고 있는 걸까요? ^^;;
지나가다, 발자국 살포시 남기고 갑니다!

달팽이 2011-08-2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혜자가 장자가 아니니 네마음을 당연히 알 수 없다고 한 것을 논리적 오류라고 하는데....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개체를 넘어 상대방과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가의 문제가 생기죠...그렇다고 또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것도 쉽지는 않구요...저도 잘 모릅니다. ㅎㅎ
 


vive de cirque
 

어린시절 소독차의 연기를 따라 온 거리를 헤매던 기억이 있다.

만병통치약을 파는 아저씨의 쑈를 보기 위해 어른들 틈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몰래 서서 구경했던 일도...

하물며 거리를 지나가는 가장행렬의 구경이라든지 시골집 어디에서 열리는 굿구경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라도 구경을 다녔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볼거리에 대한 호기심과 설레임은 인지상정이다.
도심의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서커스의 행렬...
그 긴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들..
그들의 마음 속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자리잡고 있다. 
  

 

  파리 운하가 보이는 길목을 따라 구경나오는 사람들..
호텔창가에 서서 구경하는 한쌍의 연인
저마다의 축제를 즐기는 양 마음을 거리로 향하고 있다.
처음 내 시선을 끈 것은 빛바랜 오렌지색과 낡은 회색계열의 건물이다.
드라크루아는 파리의 근대의 모습을 주로 그렸던 화가이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리고 사라져가는 파리의 옛 모습을 향수어린 마음으로 담아낸다.
낡은 벽, 회칠이 떨어져나간 자리에 드러난 벽돌
아득히 어두워지는 하늘 위로 오르는 굴뚝 연기들...
그 모든 것이 이 그림을 보는 파리 사람들에겐 따뜻한 추억의 온기이지 않을까?  

  

 

 

 

  다음으로 시선을 끄는 것은 아이들의 모습이다.
손을 앞뒤로 휘저어가며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몸동작을 보라..
축제같은 날 아이들의 동심이 빠진다면 무슨 재미랴..
아마 고명빠진 밍밍한 국수의 맛이리라..
하얀말의 발걸음 또한 경쾌하다.
그 앞으로 드러난 가득한 설레임과 즐거움...
선두마차 앞의 강아지의 즐거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레스토랑 앞에서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소녀와
서커스단의 행렬이 궁금해 창으로 고개를 내민 사람들...
즐거운 것은 구경꾼들만이 아니다.
화려한 복장으로 서커스단 행렬 속에 몸을 둔 사람들도 보자. 
프랑스 국기를 든 흑인도
말을 끄는 중년의 키작은 신사도
전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도
그 얼굴에 드리워진 웃음을 읽어낼 수 있다.

축제의 행렬을 중심으로 그림 속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축제의 마음이 된다.
건물 사이로 드러난 파리운하도 그 시선을 이 곳으로 향하지 않을까?

   다음으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어둑한 밤의 거리를 밝히고 있는 불빛들이다.
판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는 저 불빛들...
그 불빛의 번짐을 보라.
건물의 색깔과 형태에 따라 미묘하게 드러나는 색감의 차이는 빛을 처리하는 그의 사유구조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선이 닿은 곳은 하늘이다.
시선을 올릴수록 도시의 불빛이 점점 사라져가는 빛의 층차와 어둠의 층차들....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들이 그 어둠의 하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하다. 

 
이 그림을 그리는 그의 마음엔 유년시절의 축제가 함께 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따라 나는 그림 속으로 뚜벅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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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14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이어 이쁜 그림 올리시는군요..
하하

오, 들라크루아!


달팽이 2010-09-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판화가 아니라면...제가 어찌 이 그림과 인연이 되었겠습니까? 덕분에 요즘 눈의 호사를 누립니다. 직필 사인이 오른쪽 아래로 들어간 작가보유분이 저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집안이 갤러리로 변해갑니다.ㅎㅎ
 

 

 

 

내가 아침에 눈을 떠 처음보는 사람이 너라면...







  “한 점의 빛이 떠오르니, 한 세상이 펼쳐진다.”

멀리서 해가 뜨고 있다.

아직 그렇게 눈부시지는 않은...

그 빛은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의 한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또 다른 하루를 밝히고 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빛이다.




  소 

 

 

 

 

 

 

 

 

 

 

 

 

소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소녀를 내려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방금 눈을 뜬 듯한 한 소녀의 얼굴과 만나게 된다.

아직 눈이 부신 듯 왼손을 이마 위에 올려 놓고 쏟아지는 햇살을 피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열린 입속에서는 상쾌한 웃음이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흘러나오고 있는 듯하다.

오른손은 길게 늘어뜨려진 그녀의 금발 위에 제멋대로 놓아두고

편해보이는 드레스를 치켜올리며 왼쪽 다리를 세우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다리가 새벽 햇살 속에 빛난다.

테라스에 놓인 하얀 기둥 두 개에 스민 빛들이 기둥의 명암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손에 잡힐 듯한 질감을 느끼게 한다.  



  주고 받는 두 눈빛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성인이라고 하기엔 아직 소년과 소녀티를 벗어내지 못했고

소년과 소녀라기엔 그 몸의 굴곡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육체적으로는 이미 남녀의 모습을 갖춘 두 사람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속세의 욕정에 물들지 않은 듯한....

그래서인지 주고받는 두 눈빛에 욕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그러나 또 그 눈빛을 사랑의 감정이라 아니할 수도 없다.

사랑을 하면서도 존재에서 우러나는 크나큰 사랑...그것은 우정과도 같다.  



  Maxfield Parrish(1870~1966)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에 이상주의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그림을 그린 국보급 화가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스러운 풍경과 사람을 그렸으며 빛과 색채를 다루는 그의 독특함을 사람들은 ‘Parrish Blue'라고 불렀다. 그는 리디아라는 여인과 결혼하여 55년동안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고 그 우정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나자 그는 그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때는 봄일 것이다.

테라스의 기둥을 따라 내려오는 무성한 잎새들과 그 사이를 가득히 채우고 있는 꽃들....

아마 한창의 봄일 것이다.

봄의 야외테라스에서 맞는 아침.

그 첫 세상의 눈길이 사랑하는 이의 눈길과의 마주침이라...

내가 바라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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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0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달팽이님

이쁜 그림입니다. 하하


달팽이 2010-09-08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몇 점을 구입하였습니다.

실제로 보는 그림은 색채와 질감이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미국국립박물관에 있는 크롬특수인쇄를 사용한 귀한 그림이

어떤 인연으로 저에게 왔습니다.

기쁩니다. ㅎㅎ

라로 2010-09-08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ay break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귀한 그림을 얻으셨다니 기쁘시겠어요~.^^
저도 제가 바라는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마침 오늘 아침에 라디오를 듣는데
좋은 음악과 함께 행복한 아침을 맞으라는 멘트를 하더군요~.
음악이 함께하면 더 좋을것 같죠?^^
거기에 그림,,,와 환상적이에요~.^^

달팽이 2010-09-0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 저의 취미가 그림입니다.
책도 좀 읽고 그림도 몇점 사는데...
가끔 이렇게 그림을 앞에두고 한참을 바라보면...
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합니다.
이야기가 그림과 나 사이에 생겨 이렇게 그림에 대한 나만의 설명으로 덧붙여지기도 합니다.ㅎㅎ
물론 음악도 곁들여지면 더욱 좋겠죠?
다만 지금은 그림에 몰입하는 것이 더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