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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 다경 -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다도茶道·다예茶藝·다사茶事의 안내서
육우 지음, 김진무.김대영 옮김 / 일빛 / 2017년 4월
평점 :
일시품절
중국의 역사는 수천년이 넘는데 차의 역사는 대체로 기원전 10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에서는 수천년동안 차를 음용하여 왔다는 이야기다. 보이차에 빠지면서 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권의 책을 구해 읽었지만 지금으로부터 1200여년 전에 씌여진 이 책만큼 차에 대해 체계있고 완성된 책을 보지 못했다고 말해야겠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나는 차의 본고장을 중국이라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왜 이 책이 '다경'이라고 불리우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것 같다.
차의 역사와 차의 이름이 기원과 차와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 처음부터 소개한다. 차의 기본적인 이해에 해당한다. '정행검덕' 차를 마시는 목적은 단순히 생리적인 목적이 아니라 인격 수양을 통한 인간의 완성에 있다. 유교식으로 말하자면 중용화해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육우는 차를 단순히 생리적 욕구나 문화적 욕구의 도구로 본 것이 아니라 차를 통해 인격의 완성과 깨달음에 그 목적을 둔 듯하다. 아마 어려서부터 절간에서 자라며 스님들의 수행적 면모에 많은 영향을 받은 탓이기도 하리라.
차가 몸에 좋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깨닫고 있는 중이지만 이미 천년도 더 전에 이렇게 몸에 좋은 것을 24가지로서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 나는 혈액순환계통의 병에 효과가 있으므로 내 가족력에 있는 심근경색, 뇌졸중, 협착증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래 음용하였는데 그 외에도 숙취해소, 기관지 계통의 질병, 치아를 건강하게 하고 신장을 건강하게 하고 해독효과가 뛰어난 등 통변을 잘하게 하고 거비니라 하여 지방을 태우고 정신을 맑고 편안하게 하는 등 아주 많은 효과들이 이미 이 때에도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차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음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의 '구난'이라고 하여 제조, 감별, 기구, 취화, 수선, 고적, 연말, 팽자, 음용의 어려움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 볼 때 차는 당시 문인들이 그저 문화적 욕구로만 마신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렇게 복잡하고 오랜 과정 동안의 노력을 거쳐야 비로소 차를 만들어내고 또 그 음용하기 위한 조건과 도구와 장치들이 아주 많았으며 또한 그 격식과 예절 또한 아주 복잡했다. 그러하니 당시에 내가 살았던들 보이차를 이렇게 상용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차는 천, 지, 인의 조화이다. 천은 하늘이 정해준 기후와 지형과 온도와 강수량 등의 조건들이 맞아야 한다. 지는 땅의 조건이다. 산비탈에 있어야 하고 햇볕이 잘 드는 산비탈의 음지여야 한다. 또한 땅의 수분이 잘 유지되어야 하고 이러한 지형적 조건이 차의 맛을 풍부하게 하고 품질을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인은 차의 생산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서로 행하여 상호작용하는 면이 있고 또 하나는 차를 음용하면서 차인들이 나누는 인격수양과 교류 및 화합을 의미한다.
수천년의 세월동안 인간의 문화생활에 사용되었던 중국보이차는 단순한 생활적 필요를 넘어서 인간적 정신을 고양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또 그를 통해 인격의 완성이라는 고차원적인 목적 아래 차는 그 생명력을 더욱 넓혀 왔다. 다경을 접하고 나서 나는 보이차를 우려낼 때 또 음용할 때 좀 더 경건하고 예를 갖춘 과정을 갖게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지금은 보이차 산지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생산되는 운남지역의 차산지가 당시에는 기록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다경에 씌여진 제다법과 음용법이 지금은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생산 및 발효 음용법의 변화가 다수 있어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경이 가진 차에 대한 의미는 결코 퇴색되지도 경감되지도 왜곡되지도 않고 그 중요한 위치를 이어가게 됨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