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씩 몸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몸 때문에 왠지 거추장스럽다는 생각...

자유로운 생각을 일순간에 깨뜨리고

몸으로 돌아오게 하는 추락의 순간에

나는 몸에 갇혀 있는 나를 느낀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생각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조그만 생각이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꼼짝도 하지 못할 정도로 나를 사로잡고 마는

그런 생각들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느낌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그 감옥은 없다.

마치 어릴 적 불어대던 물방울거품처럼

자꾸만 생겼다가 사라지는 그 방울 속에

생각은 갇혔다가 없어지고 갇혔다가 없어진다.

아! 나는 갇혔다

있는 것에 갇혀버렸다.

마음 속에서 빠져나갈 문을 찾아

우리는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그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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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8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쉿!!!

달팽이 2005-11-0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파란여우 2005-11-0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감옥..오늘 제가 갇혔던 곳입니다.
금강경을 읽으니 그 생각도 버려야 한다는군요...

달팽이 2005-11-08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

어둔이 2005-11-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강경의 제24품 복지무비분을 남회근선사는 이렇게 게를 붙였습니다

富嫌千口猶伶仃
貧恨身存似緤刑
何事莊生齊物了
一聲靑磬萬緣醒
부자는 천명의 식솔로도 오히려 쓸쓸하고
빈자는 한몸사는 것도 감옥처럼 여기네
어떤 것이 장자의 제물론인가
우연히 들리는 경쇠소리에 세상인연 모두 깨닫네

한몸사는 것도 형벌처럼여기는 우리의 삶
한 침묵에서 나는 소리로 벗어나기를 바랍니다.

"........."

홀연 바람에 손수건을 날리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젖은 땅을 보다가

시선을 하늘로 돌렸는데 먹구름이 산에 걸려 있었다.

어허, 이것 오늘 소풍은 어찌 되려나

비만 오지 않으면 참 좋은 소풍될터인데...

하면서 산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산 너머 저곳에는 하늘이 뚫려 파아란 속살이 드러났다.

아, 오늘은 좋은 소풍 날

아이들을 데리고 산길을 걷다가 비가 두둑 떨어지기 시작하여

발길을 돌려 공원 벤치와 잔디에 풀어놓고

막걸리 집에서 파전 시키고 김밥 들고 저수지 위로 떨어지며 수없이 만들어내는 동심원을 본다.

참 좋은 날이다.

꽃물드는 나뭇잎과 눈 앞을 가로막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희미해지는 풍경.....

아이들을 보내고 또 다시 산을 넘어왔다.

능선을 타고 오르며 내다보는 저 산 위로 부산에서 오랫만에 보는 대형 무지개가 걸렸다.

선명하고도 부산 전체를 감싸는 커다란 무지개 능선을 보니 마음이 떨리었다.

떨리는 마음 간직한 채 집에 와서 샤워를 한 후

몇 가지의 일을 마친 후

버스를 타고 동래 전철역으로 갔다.

티켓팅을 하고 칸막이를 넘어서는데 테러용 폭탄으로 의심되는 가방이 발견되었다는 역내 방송이 있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분주히 움직였고, 나는 멍하니 있다가 그냥 지하철을 탔다.

어찌 되었을까?

폭탄은....

부산을 드리운 무지개 빛깔에 녹아버린 것이 아닐까?

이 삶에 소풍온 날,

나는 또 하루의 끝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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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0-2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천상병 시인하고 벗하시는 달팽이님
폭탄은....제가 처리했어요(방법은 비밀^^)
뻥이구요...하루의 끝에서 이불을 펴고 뻗으러 갑니다.
꿈 속의 소풍을 기대하며^^

달팽이 2005-10-2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꿈 속에서나 말해볼까요?
우선 꿈 속으로 내 의식을 선명한 상태로 옮겨놓아야 할 것인데...

어둔이 2005-10-2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학산 억새밭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풀었다. 물론 아이들이 싸온 김밥이긴 하지만
술 한잔이 없는 아쉬움이었던 것일까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때 하늘에서 말씀이 같이 내려왔다.
"빗물에 젖은 김밥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소풍에 대해 논하지 마라"
"......."


달팽이 2005-10-2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강쌤 그 소리 오늘 여러번 듣게 되는군요..
모 선생님은 젖은 정도가 아니라 빗물에 말아먹었다던데요..
 

베어지지 않는 것을 베어야 할 때

그대는 무슨 칼을 쓰겠는가?

자신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베어내는

그 칼을 벼리자

날카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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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나무꼭대기에서부터 드러난 앙상한 가지를 보게 된다.

낙엽을 떨구고 있는 땅을 보긴 하지만

고개를 들어 나무의 벗은 모습을 올려다보는 것은 가끔이다.

항구의 뱃고동 소리위로 석양은 소리없이 짙어지고

차가와져만 가는 하늘엔 구름떼가 모여들어 흐린 회색하늘을 만들어낸다.

이 가을,

바닷바람에 떨고 있는 나뭇가지와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남은 생의 소멸을 기다리는 아직은 많은 잎새들...

내 생명의 빈탕,

인생사에 흔들리며 우주끝에서 우주끝까지

애처롭게 스며드는 삶의 연민

화두처럼 들고 있는 존재의 의문 속에

또 하루는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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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사위를 삼키는 밤에

달빛의 동그라미 안에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삶의 이야기

멀리서 고기잡이 배의 불빛은 반짝이고

가끔씩 들썩이며 부서지는 파도는

머나먼 바다의 생의 욕망

고기를 낚아올리는 방파제 아래서

달빛을 제각각 가슴에 품고서

술잔을 드는 이 밤엔

갈매기도 밤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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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게 옷 껴입고서 방파제 언저리에 앉아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크흣..

달팽이 2005-10-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달빛 가슴에 가득 안고서 서로의 체온으로 따뜻해지는 그 자리에...
이미 마음으로는 당신과도 함께 하였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