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둥그렇게 차오르기 시작하면 아주 오래전부터
내 마음은 늘 같이 차오르곤 했었다.
달빛이 온 우주에 비치면
나뭇잎도 들판도 산등성이도 모두 밝아지곤 했다.
사람사는 모든 집과 아파트의 창에 담겨진
달빛은 무수한 사람들의 동공을 통하여
가슴으로 스며들곤 했다.
어머니는 언젠가 말씀하셨다.
내 태몽을
꿈 속에서 갑자기 주위가 은은하게 밝아오더니
커다란 달이 어머니의 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태몽때문이었을까?
달이 차오르면
나의 마음도 함께 차오른다.
아니 차오른다고 말하기보다는 투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달은 어려서부터 늘 나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보름달과 설날은 쟁반같은 달처럼 풍성하고 기다려지는 날이었고,
달 밝은 겨울밤에는 늘 친구들과 어울려 쥐불놀이나 술래잡기를 하였고
언 냇가에서 썰매를 달리기도 하였다.
이젠 달 밝은 밤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달을 구경한다.
잔 속에 달빛을 담가서 마시는 흥을 그 무엇과 견주랴
값진 말로서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밤에
달이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달이 차면 게살이 빠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믐에 잡은 게가 맛있다고 한다.
달은 그렇게 게를 텅비게 한다.
그 달은 우리 마음도 텅비게 만든다.
그 텅빈 가운데
둥근 달이 드리우는 빛으로 온 세상은 소통된다.
우리 마음의 달도 그렇게 떠오른다.
"오직 마음의 달이 높이 떠올라
온 우주를 비추니
이것이 또 무엇인가 "하고
경허스님은 말씀하셨다.
달은 깨달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보름마다 비었다 차는 달의 주기를 따라
우리들의 마음에도 세상은 담겨졌다가 사라진다.
내 마음과 외부를 소통시키는 그 자리
내 마음과 달이 우선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