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는 첫 날이다.

아침에 아파트 단지에서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깨어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조용한 시간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서재로 갔다.

육조단경을 펼쳐 들고 책 속으로 들어갔다.

읽던 도중 문득 조주 스님의 '무'자 화두가 생각났다.

있다 없다는 상대적인 세상을 떠나 모든생각이 사라진 자리

성성한 화두 하나로 깨어 있는 자리

그 자리가 본래 내가 가진 자성

조주 스님의 무자 화두 하나가 모든 삿된 법을 깨뜨린다.

집을 나서니 훌쩍 높아지고 푸르러진 가을 하늘이 드러난다.

강버들 사이로 비치는 오랫만에 보는 강풀 그 사이로 도도히 흐르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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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08-2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바쁜 일상으로 들어가셨네요. 우린 아직 사흘 남았는데.
개학 축하합니다.^*^(축하 할 일 맞죠?)

달팽이 2005-08-2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날마다 새로운 세상이라 했는데, 늘 새로운 마음으로 돌아가야만 그 축하가 비로소 의미를 가질 듯 하군요...고맙습니다..
 

미루고 미루던 썩은 이를 치료하러 가던 날,

치과에서는 의사선생님이 "좀 더 늦었으면 이 몇 개는 뽑아야했겠군요.."한다.

누워서 쇳날이 돌아가며 썩은 이를 갈면서 신경을 건드리는 아픔이 온 얼굴로 전해진다.

이 정도의 아픔에도 내 마음은 가벼운 혼란이 인다.

마취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픈 것은 어쩔 수 없다.

스케일링까지 하고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쭈 욱 듣고 나니

그동안 내가 이를 함부로 다루었다는 반성이 든다.

술마시고 집에 오는 날이면 쓰러져 정신잃기가 수시이고,

어쩌다 집안 일로 밤 늦은 날에는 그냥 누워버리기 일쑤이고,

그렇게 돌보아지지 못한 이가 이제는 '나 이렇게 되었다.'한다.

'날 이렇게 반이나 들어내어 버리면 어떡하냐? 아유, 흉측해라...."

그러는 이에게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치열이 바르지 못해 언제 시간과 비용들여

교정을 하지 않는 이상 늘 조금씩 썩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처럼

교정을 해야 하는데 그게 늘 이에 쇠붙이를 붙이고 다니는 게

게으르고 뭔가 붙이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내가

늘 미루고 미루던 일이다.

헌데 이런 일을 또 겪고 보니

이제 띠우고 덮어씌우고 하지 않는 온전한 이들이

또 언제 나 차례인가? 하고 불안해 하는 것 같다.

마음먹고 2학기 때에는 치아 교정을 시작해야겠다.

이들아, 너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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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25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곤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잊혀지던 이...(제 경험담입니다)^^
잘 치료하세요.^^

달팽이 2005-08-2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분화구의 모습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에 몇 안되는 산...

다행히도 좋은 날씨 덕분에 오를 수 있었던 아소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분화구엔

부글부글 끓는 물과 그 위로 끝없이 솟아오르던 흰 연기들...

저 주체할 수 없는 열기로 끓어오르는 분화구의 에너지처럼

내 삶을 끓게 만드는 원동력이 내 속에서 꿈틀대고 있다.

지구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뻗어나온 저 분화구의 에너지는 그 원천의 힘을 묻고

내 존재의 중심에서 뻗어나온 나의 육체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나는 묻고 있다.

그가 수백수천만년의 지각변동과 지구의 역사를 묻고 있다면

나는 우주의 탄생과 그 마지막을 묻는다.

너의 끓어오르는 그 의문이 흰 연기로 솟아오를 때

나는 피할 수 없는 불기둥의 한가운데에서 세상을 허물어버리고 다른 세상의 문을 찾는다.

너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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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한 햇볕 사이사이로

문득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대나무 줄기처럼 굵어진다.

하우스 텐보스 수로위를 지나는 배에서

물결 위로 떨어져 바닷물로 변하는 빗물을 본다.

물결 위로 부딛혀 되튀어오르는 포말

무수한 꽃으로 피어난다.

순간 순간 피워내고 사리지는 생명의 꽃

우리 목숨도 저렇듯 한 순간의 일이 아닐까?

나가사키의 어느 오후에

생명의 실체없음을 본다.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본 산 위로

커다랗고 시원스런 무지개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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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부인이 핑거튼을 만난 나가사키에 걸린 무지개
갑자기 나가사키의 명물인 카스테라가 먹고 싶어져요
어머나, 저 오늘 삼겹살 30점 먹은 이야기는 절대로 읽으시면 안됩니다.!!^^

달팽이 2005-08-2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가스테라 정말 맛있더군요..삼겹살 30점 먹은 여우님의 포만감에 어린 얼굴 표정이 그려지는 군요...
 

난리가 났다.

마지막 삶을 불태우는

뭇매미들의 울음 소리가

숲을 가득 메운다.

아 저 웅웅하는 소리

숲을 가득 메워

내 가슴위로 떨어진다.

내 마지막 삶은

어떻게 불태워야 하나

내 마지막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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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1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리.....
마지막은 '항상'존재한다고 여겨요...
아, 울 동네에도 매미 난리 났어요^^

달팽이 2005-08-14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랫만에 보는 저 푸른 빛깔...내 가슴도 난리났군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