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 -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전혜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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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것중의 하나가 나이
가 들어 늙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고래로부터 부로 불사의 꿈을 뒤쫒는 노력이 무척 많았으니 중국의 경우 진시 황제가 불로 불사의 약을 찾아 신하와 동남 동녀를 봉래도로 보냈다는 전설-이 전설을 영화화 한 것이 무척 많으니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데 성룡,김희선 주연의 영화와 미이라3등을 들 수있다-이후로 많은 황제들이 도사를 시켜 만든 선약-그런데 이것이 주로 인간에게 매우 치명적인 주사와 수은을 배합해서 만든다-을 먹다가 오히려 단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서양의 경우에도 불로 불사를 위해 연금술을 개발되고 젊음을 위해 처녀들을 죽여 그 피로 목욕을 한 헝가리 백작부인도 있을 정도니 불노 불사를 향한 인간의 꿈은 처절하가 그지 없을 정도다.

현대에 들어서도 많은 사람들이 노화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니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노화를 방지한다는 화장품으로 이런 화장품들의 경우 일부 효과를 위해 1~2g에 수 천달라의 돈을 주고 살 정도이다.
이처럼 늙는 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불안은 노화 방지 연구를 계속케 했는데 며칠전인가 실험을 통해 쥐의 노화를 방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늙은 쥐의 세포를 젊게 활성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언제가는 이 약이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시판되겠지만 그 가격은 정말 어마어마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인간이 늙기를 두려워하고 젊어지려고 부질없이 노력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노화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로 보다 우아하게 늙으려는 사람들고 많은 편이다.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을 저술한 전혜성도 마찬가지다.

책 제목만 얼핏보면 사회에서 은퇴를 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분들이 충격을 받지 않고 늙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드리도록 도와주는 정신과 의사가 저술한 일종의 지침서 인줄로 예상했었는데 웬걸 팔순의 나이임에도 젊은이 못지 않는 열정을 지닌 전혜성 박사의 인생 목표에 대한 도전기를 배울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저자 전혜성 박사가 누군지 잘 몰랐는데 6남매를 미국 최고 명문대에 보내고 두 아들을 美 국무부 차관보로 키운 한국의 위대한 어머니이자 세계적인 사회학자라고 하니 본인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점에서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 뒤를 쫒을 만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은 인생의 법칙이고 자연의 순리이므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이런 자신을 모습을 무기력하고 인식하고 쓸쓸하게 사회의 한 켠으로 밀려난 쓸모 없는 존재처럼 여기는 것도 우리나라 현실의 ‘나이 드는 모습’이 아닌가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에 저자는 나이 들어 삶을 무기력하게 보내거나 자식들에게 의지하는 실버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면서 환갑이 넘은 은퇴 후에도 인생이 뒤안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가는 파워시니어`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고 있다.파워시니어는 벌어둔 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자식들에게 의지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며, 늘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쓸모’와 ‘보람’ 인데인데 보람을 키우는 것으로써 사람으로서 한 생을 살아간다면 비록 사소한 일이나마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가슴에 와닿는 구절들이 있다.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은 삶의 보람을 계속 키워 가는 것이다. p5

*나는 자신의 재주로 덕을 베푸는 방법을 터득한 것을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한다. p49
*가치 있는 삶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삶이다. p61

*인생을 가치 있게 살려면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 자신이 과거에 얼마나 화려하게 살았는지, 지난날 누구로부터 어떤 상처를 받고 살았는지 되새기며 번뇌하는 일은 현재를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의 행복까지 방해한다.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고 예견되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거나 마치 엄청난 기회를 얻을 것처럼 기대하고 상상하는 것은 현재를 사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현실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인생을 발전적으로 만든다. 그것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p62

*누군가에게, 어딘가에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그 의미에는 경중이 없다. 일을 통해 실질적인 소득을 얻지 못할지라도 이 세상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p74

*삶이 다했을 때 ‘당신이 이 세상에 다녀가서 다행이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삶은 없을 것이다. p225

이 책은 부모님들에 드릴려고 산 책이다.이 책을 읽어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60대 후반이나 70대 초반의 독자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부분은 나이들어가는 우울함을 떨쳐버리고 가치있게 나이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밀도있게 이야기 하기 보다는 전쟁 이후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학자로서 명성을 날리게 된 본인 젊은 날의 성공담과 고인이 된 남편과의 행복했던 순간및 자식들을 미국의 명문댕 입학시키고 미국연방정부의 차관보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등이 너무 많은 페이지에 할애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 민국의 60~70대는 자식을 먹여살리고 공부시키느라 자신의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한 분들이 상당수이다.그러다보니 만년을 아주 힘들고 쓸쓸하게 보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음을 우리는 뉴스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대한 민국에서 성공한 상위 10%인 저자가 말하는 파워 시니어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슬며시 부모님께 드리려는 생각을 접게 되었다.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대한 민국의 모든 노인분들이 저자가 말하는 파워 시니어가 되는 날이 속히 오길 기원하는 바이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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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을 지배하는 경영학의 힘
장영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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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영학과 경제학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딱딱하고 어려운 책도 많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쉽게 서술한 책들도 많이 나오는 편이다.
이 책과 비슷한 제목이 책중에 몇 년전에 나온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처음 경영학 콘서트란 제목을 보고 팀 하포트가 후속작을 내놓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자를 보니 미국에서 기계공학 석 박사 학위와 MIT 경영대학원인 슬론 스쿨(Sloan School)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받은 장영재란 분이 저자이다.즉 한국 사람이 저자인데 개인적으로 출판사에서 판매 증대를 위해 이런 비슷한 제목을 선정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선지 이 책 역시 경제학 콘서트와 비슷한 구성을 가지는데 여러 가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대 경영의 여러 주제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경영의 원리와 현대 경영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까지 진지하게 추적해 가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참고로 경제학 콘서트와의 차이점은 경제학 콘서트가 미국 저자이다보니 주요 사례가 미국적인 것인 반면 경영학 콘서트는 책속에 한국적인 경제 상황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저술한 교양서적이지 전문적인 경영학 서적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경영학이란 학문을 접한적이 있는데 부 전공으로 선택한 것인데 알고 보니 이 경영학 이란 학문이 알고보면 수학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학문이 아닌가! 게다가 경영 수학이란 학문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시는 안볼거라고 이를 북북 갈았던 미분/적분이 나와서 정말 죽을 뚱 살뚱 공부해서 학점을 맞추던게 불과 얼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나처럼 경영학은 수학과 관계없는 문과적 학문이라고 착각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 경영학이란 학문은 수학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데 사람과 감성의 영역을 다루는 인문적 요소와 함께 분석과 계산이 필요한 과학적 요소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영학 콘서트 역시 일반 경영 교양서 같아 보이지만 경영 과학에 바탕을 두다보니 책의 전반부는 항공권의 가격설정과 인터넷 상거래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흥미를 불러오게 하는 마케팅적 요소와 같은 인문적 요소에 중점을 둔 반면,책 후반부에 갈수록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관련된 부문을 설명하면서 과학에 무게를 실어 분석하고 있어서 책의 초반부는 쉽게 읽어 갈수 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책 읽기가 약간은 버거울 수도 있다.

경영학 콘서트는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개인이 현실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문제에서 시작해서 기업의 효과적인 운영에 이르기까지의 경영학이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피부에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 1장인 제1장 같은 항공권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까닭에서 저자는 왜 한 비행기의 항공권 가격이 제 각각인지를 수요-공급 곡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100석의 항공권이 무료이면 항공기는 만석일 테지만 만약 100만원이면 너무 비싸 아무도 안탈 수 있어 회사는 5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면 50석은 채울수 있다.하지만 50석은 비워지므로 회사는 손해가 날 수 있으므로 항공사는 비록 동일한 여객기이지만 여러 방식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에 차별점을 두어 가격 차별의 형평성을 두어 나머지 50석도 판매를 하게돈다.일등석인 25석은 최고급 와인과 6성급 호텔 음식 그리고 호텔 같은 편안한 침대 좌석을 통해 75만원에 판매하고 나머지 25석은 예약 취소가 불가능하고 출발, 도착 날짜가 특정 날에만 가능하다는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싸게 판매해 25만원 판매하여 100석을 모두 채워 고정 가격 50만원으로 했을 경우보다 50% 매출액을 더 늘릴수 있게 된다.
물론 항공사가 동일한 좌석티켓을 이처럼 다양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그 동안의 항공권 판매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데이터를 축적하여 소비자를 종류별로 구별하여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가격차별화와 시장의 분할이 가능한 상황에서 항공사 수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사례인데 이런 내용을 전문적으로 따지면 복잡한 수학 공식이 필요하겠지만 보다 쉽게 비행기 가격이 이처럼 천차 만별인지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경영학 콘서트에서 제일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제 3장에 있는 빨간 풍선을 찾아라였다.
“빨간 풍선 10개를 찾아라! 미국 전역에 흩어진 10개의 빨간 풍선의 정확한 위치를 가장 먼저 찾는 팀에게 4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란 글귀는 미 국방부 개발 부서들 중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인터넷의 정보 확산 속도와 정확도를 실험하기 위해 2009년 12월 미국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이벤트 홍보 문안으로 당초에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최소 9일정도 걸릴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이로 MIT 팀이 불과 9시간 만에 10개의 풍선의 정확한 위치를 가장 먼저 파악해서 상금을 받게 된다.
자세한 내용을 책을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MIT 팀은 거짓 정보를 탐지할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과 수학의 극한 개념통해 얻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소셜 네트워크 접목해서 사용하여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놀라게 한 것이다.
정보 공유로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 때문에 풍선 찾기 게임은 몇 단계만 거쳐서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결국 모든 풍선을 찾게 되는데 이는 SNS와 같은 개개인이 인센티브와 과학적 방법과 결합하게 되면 거대한 힘이 된다는 것을 일깨운 사례로 공중파 TV에 막대한 광고비용을 들여도 잘 얻을 수 없었던 홍보효과를 이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최근 기업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간단한 예로 트위터에 열중하는 CJ의 정용진 부회장이나 두산의 박용만 회장등을 생각하면 될것이다.

사실 이 책은 경영학 콘서트라고 명명하긴 했지만 책 속에는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수리적 최적화와 같은 재무, 인사, 전략과 같은 전형적 경영분야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덜 인식되었던 경영과학 이라는 분야를 소개하고 있어 기업에서 근문하는 사람들이 주로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하지만 저자가 스스로 말했듯이 경영학이 소수의 기업 경영진을 위한 학문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경영학을 일반인에게까지 확산시켜 21세기의 필수 교양으로 그 외연을 넓히고자 한다는 말처럼 일반 대중도 이 책을 읽으므로써 기업들이 어떠한 사고와 방법으로 대중들을 벗겨먹으려고(?)하는지 알 수 있으므로 한번쯤은 읽어야 될 책이라고 여겨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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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 - 노동은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상품으로 만드는가
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가람 옮김 / 이매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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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동자 하면 보통은 화이트 칼라,블루 칼라라는 말을 한다.뭐 요새는 골드 칼라가 되자는 말들도 많이 하지만,이 두 부류를 하이트 칼라는 정신노동을 하는자 블루 칼라는 육체노동을 하는자라고 보통 2분법적으로 나누곤 한다.

하지만 예전에 아이들 검사를 할적에 IQ(Intellence quotien) – 지능지수)하나만 검사하면 그만이었지만 요새는 EQ(Emotional quotient–감성지수),MQ(Morallity quotient –도덕성지수), PQ(Personality quotient–열정지수), DQ(Digital quotient-디지털에 대한 이해력 지수), GQ(Grobal quotient–글로벌지수), SQ(Social quotient-사회성지수), CQ(Creativity quotient –창조성지수)등등 다양한 지수가 있듯이 노동도 정신노동,육체노동외에 감정 노동이라는 분류가 생겼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의 사회학과 교수 앨리 러셀 혹실드는 델타 항공기 승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승무원 입사 면접과 연수 장면을 지켜보고 연구했는데 대부분 승무원이 웃어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고,승객들에게 여급 취급을 받거나 불유쾌한 행동을 받아도 화를 내지는 못한다고 호소했는데 스튜어디스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진심이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입사 면접을 볼 때부터 긍정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을 적극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합격했기에 회사로부터 미소를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는 여기에 노동조합 관계자, 성 문제 치료 전문가, 연수센터 강사 등 다양한 관련자들과 다양한 직업에서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난 결과까지 모두 모아 이 책 《감정노동》을 썼다.

육체노동(physical labor)이 예전부터 단순히 몸을 사용하여 일을 하는 전통적인 노동이라면 정신노동(mental labor)은 근대에 생겨난 머리나 신경을 써서 제 일을 처리하는 것인데 반해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은 말 그대로 감정과 기분, 느낌까지 조절해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는 일로 서비스업이 생겨난 고대부터 있었지만 서비스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조직적으로 설계돼 위로부터 철저히 관리되어 노동자들에게 감정 조절까지 요구하게된 70년대 이후 생겨났다고 보면되는데 정확히는 이 책의 출판이후 감정노동이란 것이 인정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음식점 종업원이나 대형 마트 직원,혹은 백화점 직원등이 딱딱한 말씨를 쓰거나 불친절한 태도를 보일 때면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고 내가 돈을 내는 줄 알아?"라며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우리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물건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돈으로 사고파는 곳이 자본주의 시장의 속성상 회사가 이를 철저히 상품화 시켜 고객에게 이를 각인 시켰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퇴조를 보이고 서비스 업이 증가됨에 따라서 고객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감정이 상품화됨에 따라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루어지던 감정 서비스는 공적 체계로 변화되고 감정노동자가 많은 회사(저자는 항공사를 주 예로 들었다) 는 자체적으로 감정관리를 교육하게 된다.예를 들면 항공 회사의 경우 스튜어디스 연수 등에서 화를 식히는 법, 좀더 진심으로 웃는법, 고객을 가족으로 상상하는 법 등 감정관리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감정 노동자에게는 힘든가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한 젊은 사업가가 승무원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미소를 짓지 않죠?" 그 승무원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쪽이 먼저 미소를 보이면, 저도 웃겠어요" 그 사업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좋아요" 승무원이 대답했다. "이제 그 상태로 열다섯 시간을 계세요" -165p

나는 비행기를 탈 때 상냥하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묻는 여승무원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어쩌다 불쾌한 일이 생겨도 미소를 짓고,승객이 웨이트리스 취급을 해도 화를 내지않는 그녀들을 볼때마다 그야말로 '하늘의 천사'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이 그 모든 모습이 회사의 엄격한 교육의 결과로서 15시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녀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고통일까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감정 노동자들에게는 판매를 위해서라면 정말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들의 하나인 연예인의 경우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늘 긴장하며 자기 감정을 관리해야 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로 감정 노동의 압박감에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마약을 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부모가 돌아가신 와중에도 TV 가요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른 가수나,가족이 아파 걱정이 되도 다른 이들을 웃겨야 하는 코메디언,배우 박중훈처럼 부친상을 당해 장례식장에 있다 잠깐 사우나에 갔는데 사람들이 사인을 해 달라, 사진을 같이 찍자며 해고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는 것들이 바로 감정 노동자들의 가장 힘든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남자의 자격이 김성민이 히로뽕을 투약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김성민은 몇 년몇년전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고 이번에 여자 친구와 헤여진 괴로움에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하는데 마약을 투약한 김성민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대표적인 감정 노동자인 연예인 김성민의 자신의 괴로움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웃음을 가장하며 속앓이를 하다 마마약 손댄 것이 아닌가해서 한편으로 불쌍하기도 하다.

나도 예전에 의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웬 진상 손님이 와서 7일전에 산 옷이 오늘부터 세일인데 이야기를 안 해주어서 손해를 보았다면 한참을 입은 옷을 환불해 달라고 가게에서 생 난리를 치기에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될것같아 사장한테 말하고 환불해준 경험이 있었다.그때 그 진상 여 손님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나갔는데 안녕히 가시라고 미소를 띄면서 인사했지만 정말 가서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은 적이 있다.내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들의 감정은 서비스란 대의 명분에 부딫져 가슴 한 구석에 꽁꽁 싸매여 있다고 여겨진다.

저자는 책 속에서 감정노동자들이 위와 같은 사례에 부딪치다 보니 결국 '자아 재정의'나 '직업과의 자아 분리'를 통해 자신을 지키려 한다는 점을 발견했는데 상황을 객관화해 직장에서 '연기하는 자아'가 '진짜 나'는 아니라고 믿고, 직장에서 손님과 자신을 분리한 상태에서 직업적 능력을 보여주면서 '직업상 필요하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존감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노동자들은 이런 '자아 재정의'에 실패하면 계속 상처를 받게 되고, '직업과의 자아 분리'에 성공하더라도 거짓 자아를 유지해야 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정신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서비스 산업 종사자 실태조사(2007년) 결과를 보면, 국내 백화점 노동자 중 56.2퍼센트는 우울증과 스트레스 질환을 앓고 있다고 조사되어 있다.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해서 직장인은 수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기 때문에 굳이 서비스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갑 을이라는 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일하는 현대인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든 감정노동자라고 할수 있다.
저자가 책속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감정의 상품화'가 이미 퍼질 대로 퍼졌다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저 사람은 친절해야 해, 그게 직업이니까!"라고 말하며 사람의 감정과 기분을 물건 취급한다고 말하고 있다.
육체노동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파업등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려는 경우가 많고 대중들도 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감정노동에는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회사는 감정 노동자들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인식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는 비겁한 전략을 쓰고 있다.기업은 감정 노동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기업의 목적에 맞게 바꾸도록 교묘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항공사나 백화점이나 기타 고객을 접객하는 경우가 많은 회사에서 주로 하는 CS교육이 그것으로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자아는 쉽게 무너져 버리고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 노동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고 감정 노동자들을 교묘하게 학대하고 착취하는 기업들에 대해 분노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대의 모든 직장인들은 다 감정 노동자이기에 언제 어느때 다른 이들의 불평 불만에 대해 미소로써 응대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책을 읽은 다면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저 사람들은 친절해야 돼. 그게 저 사람들 직업이니까!"에 대해 우리가 부지 불식중에 아무 생각없이 내 뱉는 이말을 다시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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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2-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흥미로운 걸요.
저도 감정노동자여서 그런가?^^

현대직장인들은 모두 다 감정노동자일 거예요~!!!

카스피 2010-12-07 19:41   좋아요 0 | URL
넵,모든 근로자는 감정을 감추고 사는 라보타에요ㅜ.ㅜ
(라보타는 슬리브 계통어로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게 영어로 가면서 로봇이 되지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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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나온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이 2010년도 알라딘 리뷰대회의 선정작으로 선택되었다.3년전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올해 성균관 스캔들로 인기를 얻어서 판매가 좋아서 그랬지 않았나 싶다.

성균관 스캔들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원작과는 소소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을 찾는것도 재미있는데 일단 등장 인물만 놓고 보면 주인공인 가랑선준을 곧고, 심성이 착한 선비인 반면,드라마 성스에서는 곧고 심성이 착하지만 다소 까칠한 면이있어, 동료들과 잘 융화하지 못하는 좀 코믹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대물윤희의 경우 원작에서 받은 느낌은 여성치고는 키가 크고(ㅎㅎ 그래서 남성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여성스러움을 간직하면서 남장 여인이라는 특성상 비밀을 간직해야 하기에 무언가 답답한 측면이 있는데 반해 성스에서는 자기 할말을 하는 당당함을 매력으로 하는 그래서 여장을 할 경우에도 남성 같은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드라마 성스를 보았겠지만 성스를 본 사람들이라면 원작 소설인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보면 드라마와 다른 또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성균관 스캔들은 달달한 로맨스 소설이다.우리나라 로맨스 소설하면 솔직히 귀여니로 대표되는 이른바 인터넷 소설만이 얼핏 기억나는데 그 오글거리는 문장을 보고 책을 휙 던져버린 기억이 난바 있는데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그와는 달리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성균관이란 곳에 대한 작가의 자료 수집이 충실해서인지 유치한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단숨에 읽을 수 있는 탄탄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야야기의 주된 요소는 남장 여인이 남자들만 득시글 거리는 성균관에서 합숙 생활을 하며 사랑을 키워간다는 것이다.사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이미 소설로도 영화로도 많이 있다.고전으로는 너무나 공부하고 싶었으나 여성이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남장을 하고 공부를 한다는 양산백과 축영대를 작품이 있고(가만보니 내용이 좀 비슷하긴 하다),영화로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라든가 축구가 하고 싶어 오빠대신 축구선수로 입학한다는 내용의 하이틴 영화도 있으니 뭐 새삼스러운 소재라고는 볼 수 없지만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가장 적었던 조선 시대의 성균관을 배경을 작가의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분명 흥미를 자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가 로맨스 소설을 쓰면서도 의외로 당시 자료 수집을 탄탄히 했다고 느낀 것은 대물 윤희가 책 한 권을 열심히 필사하여 수고비로 몇 푼 받아 동생 약값에, 가족들 쌀이라도 한 줌 사다가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기에 거벽을 한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출세하는 길이 관원이 되는 것 밖에 없던 조선 왕조 시대에는 그 첫 관문인 과거가 제일 중요했고,그러다 보니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 수 많은 비리가 저질러 졌는데 세도가와 시험관이 결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의 컨닝처럼 별아 별 컨닝 수단이 동원되었다.
숙종 실록을 보면 이런 글이 나오는데 성균관 앞 반촌(泮村)의 한 아낙이 나물을 캐다가 노끈이 땅에 묻힌 것을 발견하고 잡아 당겼다. 대나무 통이 묻혀 있었다. 대나무 통은 땅속을 통해 과거시험이 열리는 성균관 반수당(泮水堂)으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부정행위자는 대나무 통을 매설하고, 통 속에 노끈을 넣은 것이다. 과장(科場)에서 시험문제를 노끈에 매달아 보내면, 밖에 있는 자가 줄을 당겨 시험문제를 확보한다. 그리고 답안지를 작성해 노끈에 묶어 보내는 수법이었다. 당국이 조사를 했으나, 범인은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숙종실록 31년 2월 18일)고 하나 조선 시대 역시 관리가 되고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던 것 같다
그외에도 남의 글을 베껴 쓰거나 다른 사람의 대리시험을 봐주는 차술차작(借述借作), 답안지를 바꿔서 제출하는 정권분답(呈券分遝), 시험장 바깥에서 답안을 미리 써 가지고 들어가는 외장서입(外場書入), 시험장을 경비하는 하급관리들이 드나들면서 응시자에게 답을 알려주는 이졸환면출입(吏卒換面出入)이 있었는데 하도 이런 부정이 많아서 적발시 가차 없이 처벌을 했는데 성스에도 선준이 이에 대해 항의하는 장면이 나오니 작가가 나름 충실히 당시 상황을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 스캔들을 보면 마치 로미와와 줄리엣을 연상시킨다.로미와와 줄리엣의 가문이 철천지 원수였던 것처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에 등장하는 4명의 주인공 모두 당시 4색 당쟁하의 인물들이다.
영조와 정조가 탕평책을 하기 4색 당파의 인물들을 고루 기용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철저히 정치적으로 몰락해 있던 남인인 가난한 윤희와 당시의 실세인 노론 좌의정의 아들인 선준,권력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소론 대사헌의 아들 재선 및 나름 무당파로 자처하는 용하는 책 속에서는 서로 어울려 지냈지만 당시에는 철천히 원수 사이라 같은 당파외에는 철저히 혼인도 배제하고 여성들의 복식마저도 다를 정도라 윤희와 선준의 사랑은 실제에서는 불가능 하겠지만 작가는 이들을 한방안에 몰아 넣고 힘든 그들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달달한 로맨스만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나 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은 조선 시대의 피비린내나는 정쟁인 당쟁이라는 상황하에서 개혁정치에 앞장 섰던 정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정조의 개혁마인드를 뒷받침할 성균관의 신진 활력소가 요소요소에서 을 곁들어 있다.어찌보면 좀 묵직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4색 당파 싸움과 정조의 개혁정치에 대한 요소)이 이 책을 단순한 로맨스 소설만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단순히 로맨스 소설로 표방하기 보다는 성균관 유생들의 성장기라는 역사 소설에 로맨스를 가미한 소설이라고 마케팅을 펼쳤더라면 아마 지금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작이었다고 생각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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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덕혜 옹주를 읽으면서 망한 나라의 왕족이나 백성들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덕혜 옹주는 경술국치(1910) 뒤인 1912년 덕수궁에서 출생하였다. 고종의 고명딸로서 5살때 준명당에 유치원이 만들어질 정도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태어나서부터 총독부에 의해 왕족으로 대우받지 못하다 겨우 왕족으로 인정을 받아 덕혜 옹주가 되었으나 강제로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정신병을 앓게 되다가 대마도 도주인 소 다케유키와 강제로 결혼을 하게되고 이후 1953년에 남편에게 버림받고 정신 병원을 전전하다 62년 귀국하여 89년에 타계하게 된다.참으로 나라를 잃은 왕족의 고달픈 삶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청의 최후의 황제인 부의의 일대기를 그린 마직막 황제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덕혜 옹주의 삶은 참으로 서글퍼 보인다.임금을 아비로 둔 정말 금지 옥엽 같은 귀여움을 받은 딸이었지만 망한 왕조의 후손이기에 아버지의 죽음뒤에 펼쳐진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이후 딸과의 갈등과 남편의 버림으로 그녀는 한 남자의 부인으로도 딸의 어머니로서도 실패했다는 자각은 그녀의 정신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게다가 해방된 내 나라에서 조차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그녀를 더욱 절망스럽게 했을 생각이 든다.

덕혜 옹주의 일대기를 다룬 이책은 잊혀진 왕가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이미 흘러간 시간에 대한 일종의 노스탈지어가 아닐까 싶다.작가 자신도 이 책이 이처럼 베스트 셀러가 될줄 몰랐다고 하니 어찌보면 우리 마음속에 있던 이씨 왕조에 대한 푸대접에 대한 부끄러움이 무의식중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이 책은 픽션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논픽션90%+픽션 10%가 가미된 책이다.무슨 말인가 하면 작가인 권비영이 유일한 덕혜옹주 평전으로 평가받는 <덕혜희-이씨 조선 최후의 황녀>를 쓴 일본 여성학자 혼마 야스코의 책을 읽고 소설로 구상했기 때문이다.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혼마 야스코의 책을 많이 참조해서 소설 <덕혜옹주> 초안을 썼다고 털어놓았고 평전이 국내에 출간되자 재 창작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게다가 초안을 그냥 출판했다면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거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혼마 야스코가 국내 일간지를 통해 "소설 <덕혜옹주>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무단차용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녀는 덕혜 옹주의 남편인 소 다케유키의 시를 비롯하여 많은 내용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무단차용하면서도 표현을 바꾸는 식으로 표절을 했다면 소송에 들어가 있다.

솔직히 혼마 야스코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표절인지 아닌지 알수는 없으나 자자 본인이 그런말을 할 정도면 상당히 베꼈음이 거의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덕혜 옹주에 대한 자료가 그녀의 책 한권 밖에 없기에 작가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경술 국치 100년의 시점에서 비운의 덕혜 옹주에 대한 소설을 쓰면서 일본인 작가에게 표절 의혹을 제기 받는 것 자체가 너무 아이러니 하면 덕혜 옹주에게 창피한 일이 아닌가 싶다.

작가 권비영은 처음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이 책은 그녀를 위한 진혼곡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데 표절 시비를 걱정할 정도라면 다른 쪽으로 조사를 하고 이야기를 전개했으면 어떨까 싶다.

단순히 판매를 위해 한 여인으로 비극을 다루었다면 할 말이 없지만 조선 왕조의 마지막 후예에대한 글을 쓰고자 했다면 다른 것도 많기 때문이다.일제하를 거쳐 대한 민국이건군 후에 조선 왕조의 마지막 후예들의 서글픈 삶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만 우리는 이를 전혀 알 수가 없다.왜냐하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선 왕실이 매우 무능하게 일본에게 병합된줄 알지만 고종은 상하이 은행에 거액의 돈을 예치해 일본과 싸울 군자금으로 쓰려 했고, 1910년 한일합병 직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을 하려 했다. 순종은 붕어하기 직전에 "병합은 역신의 무리들이 제멋대로 선포한 것으로 나를 유폐하고 협박하여 명백히 말을 할 수 없게 한 것으로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순종의 동생인 의왕도 국권회복을 꿈꾸며 삿갓 모양의 방갓을 쓰고 상주(喪主)로 위장해 상해로 망명을 시도하다 만주 안동에서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온 이후 철저한 감시대상이 되어 술로 한세상을 보냈다고 하지만 일제의 거짓 선전탓에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 운동을 하려던 의왕은 12남 7녀를 낳았지만 왕실 가족수가 늘어나는 것을 반대한 일제는 큰아들(이건)과 둘째아들(이우) 2명만을 황실족보에 넣었다.
이들 역시 덕혜 옹주 못지않은 비극적인 삶은 살았는데 첫째 이건은 제2차 댄전 후 시부야역 인근에서 단팥죽 장사로 연명하다가 쓸쓸히 숨졌고 둘째이우는 일본에 끌려가 일본군 대좌가 되었으나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지면서 희생되고 평생을 독신으로 산 여덟째 이경길은 일본 순사가 혈통을 끊으려고 강제로 고자를 만들어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고 하는데 해방이후 덕수궁에서 쫒겨나 호텔 보이, 막노동꾼을 전전했고 비둘기 집으로 유명한 11번째 이석은 1979년 궁에서 쫓겨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0년간을 수퍼마켓 등에서 일하다가 귀국했다.

이처럼 우리가 어찌보면 일부러 무시했을지도 모르는 고종과 순종의 후예들은 우리 주변에서 이처럼 비참하게 살고 있다.아마도 조선의 마지막 왕들은 그들 역시 조선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음을 후대의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을지도 모른다.민주 국가인 현재의 대한 민국에서 조선 왕조의 후예라고 너무 우대할 필요도 없지만 얼마 남지 않은 그 후예들을 이처럼 홀대할 필요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권비영 작가가 덕혜 옹주의 이야기가 아닌 차라리 이분들의 이야기를 썼을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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