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편이 떠난 집에 들어가기 싫어 거리를 헤매는 피오나의 쓸쓸함에 한껏 몰입해, 폭풍우를 헤치고 무작정 그녀를 찾아왔던 그 애의 진심을 너무 무심하게 대했다. 나도 그의 경고를 알아채지 못 했다.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의 일인자 2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기 절정의 시리즈, ‘로마의 일인자’ 2권이다.

최하층민도 로마를 위해 싸울 수 있게 해 달라는 마리우스의 연설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고, 자신의 엉뚱한 허영심 때문에 로마군을 전멸의 상태로 밀어넣는 카이피오의 어이없는 단호함에는 쯧쯧 혀를 찬다.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한다면, 역시나 사랑 이야기 그리고(혹은?) 결혼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두 쌍의 결혼이 진행되는데, 운명의 상대를 찾은 겁나게 운좋은 선남선녀 한 쌍의 이야기와 집안의 필요 때문에 결혼해야만 하는, 당시로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쌍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우렐리아는 명문가의 외동딸이자 로마 당대 최고의 미녀로 손꼽였다. 결혼할 경우 그녀가 가지고 가게 될 엄청난 금액의 지참금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부풀려 주었는데, 딸을 결혼시키려다 주변에 수많은 정적을 만들게 될까 두려웠던 아우렐리아의 부모는 ‘아우렐리아 스스로 그녀의 배필을 선택하게 하라’는 외삼촌 루푸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아우렐리아는 로마의 귀족 여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흠모하는 여성인 코르넬리아(162쪽)의 입장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고자 한다. 로마인의 힘과 끈기, 로마인의 고결함과 인내를 갖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아우렐리아는 본래 큰 자줏빛 눈을 더 크게 뜬 채 자기 운명의 상대를 쳐다보았다. 로마인의 이상이나 코르넬리아는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어쩌면 어딘가 그녀 마음속의 더 깊은 차원에서는 그랬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겠지만, 그는 실제로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순간 그녀가 그에게서 본 것은 로마인답게 긴 코와 긴 얼굴, 짙푸른 눈동자, 굵고 곱슬거리는 금발과 아름다운 입뿐이었다. 그간의 모든 내적인 갈등과 신중하지만 무익했던 숙고 끝에, 아우렐리아는 가장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난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170쪽)

 

그렇게 지혜로운 여성, 그렇게 로마인의 불멸의 이상에만 몰두했던 아우렐리아는 그간의 모든 과정을 간단히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 이 잘생긴 청년에게 빠져버린다. 아우렐리아를 만난 청년의 심정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

“그래, 내 조카딸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급 투스카니아산 포도주가 나오자 루푸스가 물었다.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과 비슷한 말씀입니다!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애가 그렇게 좋은가?”

“그녀가 좋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사실 저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174쪽)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처럼 당연한 질문이라고? 루푸스는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걸 괜히 물어봤다. 젊은 가이우스 역시 첫 눈에 아우렐리아에게 반해버렸다. 하지만, 로마에서 제일 지체 높고 부유한 독신남들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결혼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 가난한 가이우스에게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해결책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아우렐리아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카이사르 저택으로 카르딕사를 보내 청년에게 편지를 건넨 것이었다.

‘내게 청혼해 주세요.’

편지에는 대담하게도 이렇게 적혀 있었다. (179쪽)

 

가이우스는 청혼을 넣어 ‘대기표’ 마지막 번호를 받고, 아우렐리아는 자신의 부모에게 방금 ‘대기표’를 뽑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의붓아버지 코타는 아우렐리아에게 청혼했던 남자들에게 ‘단체 편지’를 발송하고, 그녀가 가이우스와 결혼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아우렐리아의 구혼자 목록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리 혈통이 좋다고는 하나 한낱 원로원 평의원에 지나지 않는 자의 차남에게 밀려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운 좋은 청년은 지나치게 잘생겼고, 밀려난 구혼자들은 대부분 그것이 불공정한 특혜라고 여겼다. (183쪽)

 

직업-학력-재산 정도에 따라 급수를 매겨 사람을 평가하는 근래의 결혼 정보 회사나 당시 로마의 결혼 풍습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집안이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재산이 더 중요했다. 재산이 많은 쪽은 어떻게 해서든지 더 좋은 집안과 결혼하려 했고, 명문가이지만 돈에 찌들린 집안은 돈이 넉넉한 집안과 사돈을 맺어 자신들의 자녀와 자녀의 자녀 뿐 아니라 자신들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했다.

더 좋은 집안의 남자, 더 부유한 집안의 남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아우렐리아가 선택한 남자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한 남자들이 한결같이 외치듯 ‘반반한 외모’ 때문에 그녀의 선택을 받은 행운의 남자.

부모가 자신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결국 ‘외모’인가, 하는 쓸데없고 필요없으며 의미 없는 생각을 1초간 해보다가 다음 커플로 넘어간다.

다음 커플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커플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커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두 커플은 첫 번째 커플의 탄생과 동시에 결혼이 진행되는데,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해 매우 불쾌한 드루수스가 친구의 아버지인 카이피오에게 결혼 동맹을 제안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자신이 친구의 누이동생과 결혼을 하고, 자신의 누이동생을 친구의 아내로 맞게 함으로써 공고해진 두 집안의 위세로 잃어버린 미스 로마 아우렐리아와 결선에서 승리를 차지한 가이우스 집안을 견제하겠다는 야심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여동생의 결혼을 진행하는 데서 발생했다. 드루수스의 여동생 리비아는 다리가 짧고 여드름난 얼굴에 어느 모로 보나 못생긴 세르빌리우스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갇혀서 지냈던, 오빠의 친구 한 두 명의 얼굴을 가끔씩 볼 수 있을 만큼 집 안에 갇혀 살았던 리비아는 자신의 침실에 감금된다. 음식이 제한되고, 빗장을 설치하고, 문 밖에 사람을 세워 항시 감시하게 했다. No라는 대답. 더 작은 방으로 옮겨가 감금되고, 식사도 효모를 넣지 않은 빵과 물로만 한정시켰다. 닷새 동안 완전히 혼자 있도록 했다. 그래도 리비아의 대답은, No. 그리고 또 다시 진지한 협박.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의 오빠. 실질적 가장. 삶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강조하는 오빠. 죽음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이야기하는 오빠.

리비아는 항복한다.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내겐 진정한 기쁨이다, 리비아. 네가 적절한 로마 여성처럼 행동하고 네게 기대되는 일을 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나는 네가 자신의 결혼을 기뻐하는 여느 처녀와 마찬가지로 퀸투스 세르빌리우스를 대하기를 원한다. 그는 네가 기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너는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경의와 존경과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대해야 한다. 단 한 순간도, 결혼한 후 침실에서조차, 네가 그를 남편으로 택한 것이 아니라는 암시를 줘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228쪽)

 

사랑하지 않는, 아니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없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는 오빠의 주문은, 가장의 이 엄숙한 요구는 그의 지배 아래있는 리비아를 완전히 굴복시킨다.

삶과 죽음의 통제권을 모두 빼앗긴 존재. 여동생. 여자. 리비아.  

 

 

 

 

위의 사진에서 확인되는 바, 로마의 일인자 1권의 표지의 주인공은 금색이다. 2권의 주인공은 은색. 3권의 주인공은 당연히, 동색이다. 금, 은, 동. 나는 다음 시리즈의 표지 주인공이 무슨 색을 입고 등장할지 아주 궁금했는데, 금, 은, 동의 올림픽 배열이 끝났다면, 다음에는 빨강, 노랑, 초록의 신호등 배열 혹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배열이 가능하겠다 혼자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도서관에 가서는 금색의 [로마의 일인자 3권]을 발견했다. 확인해보니 쇄가 다르다. 금메달은 1쇄, 동메달은 2쇄이다. 금, 은, 동 올림픽 정신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서비스차원에서 아우렐리아 사진 한 장 투척한다.

좋아하시는 분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처럼 놀라시는 분들 여럿 있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9-17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비아의 오빠 때문에 빡치네요.. ㅠㅠ 그래서 리비아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ㅠㅠㅠ

단발머리 2015-09-17 15:05   좋아요 0 | URL
그 리비아의 오빠는 친구 여동생이 맘에 들었거든요. 집안끼리의 결합이기도 하고, 아우렐리아보다야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자기는 일단 괜찮으니까...

리비아는...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리비아는 오빠가 정해준 사람이랑 결혼하기로 했어요.
리비아가 결혼식을 어떻게 맞이했는지는 나오지 않아 모르지만, 아무튼 결혼하기로 했어요. 오빠 뜻대로요.
오빠의 협박은 정말... 압권입니다.

˝진심이다, 동생아. 책도, 종이도, 빵과 물을 제외한 그 어떤 음식도, 목욕도, 거울도, 여종도, 깨끗한 옷도, 새 이불도, 겨울에 화로도, 담요도, 구두와 덧신도, 목을 매어 자살할 수 있는 벨트나 띠나 리본도, 손톱과 머리카락을 자를 가위도, 스스로를 찔러 죽을 수 있는 칼도 주지 않을 것이다. 만일 네가 굶어죽으려고 하면 네 목에 음식을 강제로 밀어넣도록 할 것이다.˝ (225쪽)


다락방 2015-09-17 16:00   좋아요 0 | URL
이런 개자식 ㅠㅠ

단발머리 2015-09-17 16:02   좋아요 0 | URL
이라고 부르셔도 전혀 무방합니다~~

2015-09-1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3 0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세상 제일 흔한 게 사랑이다. 모든 시, 모든 소설, 모든 노래는 궁극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세상 하고 많은 사랑이 있겠지만 협소한 의미의 사랑, 남녀간의 사랑, 로맨틱한 사랑이 가장 많이 ‘사랑 받는다’.

이 세상 제일 찾기 어려운 것도 또한 사랑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던 입으로 어쩔 수 없다며 이별을 고하고, 떨림을 전하던 따뜻한 손으로 사랑하는 그/그녀를 가차없이 후려친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어렵게 만나서는 마침내 결별한다. 진정한 사랑, 모든 사람이 갈망하는 ‘진정한 사랑’이 이 시대에 가능한 일이기는 한가.

 

1. 사랑이란

정신의학자인 스캇 펙 Mr. Scot Peck이 1978년에 출간한 『아직도 가야할 길The Road Less Traveled』에서 그는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spiritual growth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규정했다. (35쪽)

모두 다 사랑을 원하지만, 모두 다 사랑받고 사랑하기를 원하지만, 아무나 다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랑하려는 ‘의지’를 갖고서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 (35쪽). 사랑이라는 선택, 즉 단순한 애정을 넘어선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헌신(36쪽)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스캇 펙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순간적 충동이나 끌림’이나 ‘폭발적 감정 몰입’의 유무로 사랑을 판단하는 우리에게 진지한 사랑의 단면을 제시한다.

사랑이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자아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 스캇 펙

 

2. 소리 지르는 딸

우리 집에서 오빠는 아무리 말대꾸를 해도 벌을 받거나 꾸중을 들은 적이 없었다. 오히려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것은 남자다운 모습이라며 권장되었다. 반면 딸들이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면 버릇없고 나쁜 행동이라며 제지를 당했다. 특히 아버지는 여자들이 자기 의견이 강하면 여성스럽지 않다며 꾸지람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경고를 무시했다. 우리 집안은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남자는 아버지와 오빠뿐이었고, 여자가 더 많았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하고 말대꾸를 해도 안전했다. (96쪽)

중국계 미국 여성들, 중국인인 어머니들과 미국인으로 자란 딸들에 대한 소설 『조이럭클럽』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10여전 전에 읽었던 거라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다. 주인공 중의 한 명인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였고, 새어머니는 새어머니, 소설 속의 ‘나’는 갖은 구박을 받게 된다. 당시 중국에서는 죽은 사람의 영혼이 그 다음 해, 새해 셋째날에 돌아온다는 미신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죽은 엄마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어지는 바로 그 날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객관성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싶다. 세상은 원래 자기중심적으로 돌기 마련이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할 수 있을 뿐이다.

내 주위에는 온통 고집 센 둘째들뿐이다. 아들-딸, 딸-아들, 딸-딸, 아들-아들의 경우를 모두 조사해보았지만, 결론은 똑같다. 첫째들은 말을 잘 듣고 눈치가 없다. 체제 순응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둘째들은 말을 안 듣고, 애교가 많다. 반항적이고 생존기술이 뛰어나다. 이럴 때, 가장 안 좋은 경우의 수는 딸-아들의 구성으로 태어난 ‘누나’, 여자 아이다. 애교가 많아 덜 혼나고, 고집쟁이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막내라는 이점을 마음껏 누리는 아들에 비해, 누나인 큰아이는 엄마, 아빠 말은 잘 듣지만, 융통성이 없어 더 많이 칭찬받지 못한다. 위와 아래에서 모두 치인다.

초등학교 1학년, 간식으로 나온 ‘콜팝’을 태어나서 처음 먹게 된 딸아이는 ‘환상적인 맛’에 완전 감동했음에도 불구하고, 10개의 팝콘볼중에서 4개만 먹고 6개를 고이 남겨왔다. 사랑하는 동생과 이 ‘환상적인 맛’을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나는 딸애에게 잘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그 다음을 더 강조해서 말했다.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남기지 말고, 네가 다 먹어. 맛있는 거잖아. 네가 다 먹어.”

둘째가 커가면서 싸우는 일이 잦아졌는데, 말로 몸으로 싸우고 나서 우는 아이는 누나인 큰아이였다. 동생은 누나를 때렸고, 누나는 동생을 때리지 못 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딸애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동생에게 양보하지 마.”

형이라고 언니라고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다. 스스로 선택해서 양보한다면 참 좋겠지만,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면, 자기주장이 강하지 못 해 항상 양보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억울한 일이다. 남동생에게 맞고 우는 여자아이라면 어디에 가서도, 누구에게도 결국은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나는 딸아이를 더 강하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롱이에게는 양보와 배려를 강조했고, 딸아이에게는 자기 스스로를 주장할 것을 가르쳤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가정이 그렇겠지만, 아이들도 부모의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다. 신기한 건,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들은 소리 높여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했고, 딸애는 무슨 이야기든 말만 할라치면 일단 눈물바람이었다.

다시 한 번,

아롱이에게는 양보와 배려를 강조했고, 딸아이에게는 자기 스스로를 주장할 것을 가르쳤다.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걸 딸애에게 말한 건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인데, 페미니즘 책을 읽었거나 읽지 않았거나 그에 상관없이, 나는, 딸애를 소리지르는 아이로, 소리 지를 수 있는 아이로 키워내고 있었다.

소리 지르는 딸, 소리 지르는 여자로 말이다.

 

3. 영적인 삶

나는 오랫동안 영적인 실천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나 동료들에게 털어 놓지 않았었다. 진보적인 사상가나 학자들은 ‘신성한 정신’에 열정적으로 몰두하기보다는 무신론적인 태도를 취하는 편이 더 멋지고 자신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 그토록 젊고 똑똑하고 멋진 학생들이 연구실로 찾아와 자신이 얼마나 삶에 낙담하고 있는지 고백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 고통을 위로만 하고 끝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21쪽)

청소년기 시절, 내가 기억하던 두 개의 다른 구절.

책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책의 한 구절, “이성으로부터 오는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위안”이다. 또 한 구절,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내면은 오직 신에 의한 사랑으로서만 채워질 수 있다. 인간은 오직 신, 하나님 안에서만 완벽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초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는 초등 6학년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나이 스물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 오빠의 손을 잡고는 결혼식장에 입장했다. 중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는 중학교 2학년 겨울부터 좋아하던 오빠와의 ‘연애전선’에 뛰어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게서 너무 멀리 있었고, 근처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그냥 그렇게 혼자였는데, 당시에는 이성교제가 요즘처럼 흔하지 않아 남자친구가 없다는 게 그리 유난한 일은 아니었지만,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남자친구가 있는데, 나만 남자친구가 없어, 쓸쓸한 나날이었다. 당시에는 조금 심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조금 웃긴다. 그 때는 진지했는데, 지금은 왜 웃긴가. 나는 왜 웃는가.

무튼, 나는, 혼자인 나는, 내게 사랑을 주는 어떤 대상을 갈구했다. 나를 사랑해줄 사람,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날 사랑해 줄 어떤 사람을 말이다.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내게서 너무 멀리 있었고, 그건 물리적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것을 포함한 거였다. 그런 사람을 찾고 찾았지만, 만나지 못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나지는 못 했지만, 그런 사랑은 만났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신God이 곧 사랑 ― 사랑은 모든 것이고, 우리의 진정한 운명이다 ― 이라는 믿음이다. 나는 매일 명상과 기도, 묵상과 봉사, 예배와 자비로움을 통해 이 믿음을 확인한다. (121쪽)

나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말, 정체성, 아이덴티디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이다. 나는, 내가 찾던 사랑을 찾았고, 그 사랑을 찾은 후에야 그 사랑이 먼저 나를 찾아왔음을 알았다. 그 사랑이 나를 먼저 찾아왔고, 나를 위해 죽었고, 나를 다시 살렸으며, 지금도 내 곁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로마서 5장 6-10절). 이 사랑이 내게는 가장 소중한 사랑이었고, 그리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우엔은 “아무리 친구가 많고, 사랑하는 애인이 있고, 남편과 아내가 있고, 어떤 탄탄한 조직에 속해 있어도 완전한 wholeness 자아, 통일된unity 자아를 찾고 싶다는 내면의 갈증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한다”면서, 그 갈증은 우리가 고독을 기꺼이 받아들여서 자기 안에 ‘신성한 정신’이 드러나게 될 때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3쪽)

남편, 아이, 애인, 부모, 동생 그리고 친구.

날 아껴주고 지금도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과 결혼했다. 사랑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뜨거운 사랑과 뿌듯한 사랑, 가슴 찡하고, 가슴 벅찬 사랑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하지만,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사랑은, 나의 진정한 첫 사랑은, 남편도 아이도, 내게서 항상 멀리 있던 그 사람도 아니다.

나의 내면의 갈증을 충족시켜주는 이는, 내 영혼을 만족케 하는 이는, 내 안에 사는 이, ‘신성한 정신’, ‘거룩한 성령’, 하나님이자 인간인 예수 그리스도다.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들과 오랫동안 대화를 해보고 내린 결론은, 진정한 사랑의 가장 공통된 특징은 ‘무조건적’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는다. 서로가 상대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고 건설적으로 투쟁하고 노력하는 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꽃피는 것이다. (234쪽)

결국엔 사랑이다.

마지막은 사랑이며,

또 사랑이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5-08-3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가끔은 신앙을 가진 분들이 대단하다거나 부럽다거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흠...모르겠어요.
앞일은 모르는거지만
이따위 세상에서는 제게 신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은 불가능하게 느껴지네요.

2.따님이 너무 착한건
아무래도 단발머리님을 닮아서 그런게 아닐까요? *^^*

단발머리 2015-09-01 13:07   좋아요 0 | URL
1. 흐음.... 맞아요.
신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을 갖고 살기 힘든 세상이예요. 그건 참 맞습니다. T.T

2. 저를 닮은 건 아닌 것 같구요. 헤헤.
강하게 키우고 싶어요. 당당한 여자로요. 그런데 조금 사근사근했으면 좋겠구요.
이거 가능한 건가요?

다락방 2015-08-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단발머리님의 바람대로, 소리지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같이 바랄게요.
잘 읽었습니다, 단발머리님.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글을 써주셨어요. 뭐랄까, 고마운 마음도 들어요. 읽고 써준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도요.

단발머리 2015-09-01 13: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뭐 이미 아시겠지만서도.
저는 이 책을 다락방님 서재에서 보고는, 나도 읽어야겠다~~ 하고서 한참 지나서 지금에서야 읽었네요.

정말 좋은 책이예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주었던 글이구요.
저는 기억력이 진짜 별로라서, 한 번 본 건 꼭~~ 잊어버리는데, 리뷰도 그렇고 다른 페이퍼에서도 다락방님이 이 책을 반복 소개해주셔서 제가 읽을 수 있었네요.

감사해요, 다락방님~~

지금행복하자 2015-08-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년생 두 남자아이를 기르면서 큰 애. 작은 애의 개념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었어요. 아들. 큰 아들 작은 아들 요련거 없이 항상 이름불러주고~
4
형의 의무 안 심어주려고 애썼고, 무조건 양보는 안되고~ 동생이라고도 의무. 무조건양보 이런거 없이 나름 동등한 개체로 키웠더니~~
음~~ 사춘기가 되니 집안이 ~~ ㅎㅎㅎ

어째든 좀 시끄럽기는 해도 자기목소리내고~ 엄마인 저 한테도 지지않으려고 하는걸 보면 원하는 대로 큰것도 같은데., 속으로는 쩝~~ ㅎㅎ

서운한건 서운한거고 자기 목소리내고 제 몫 다 해내는 아이로 기르는 것이 우리 부모들이 해야할 일인것 같아요~ ㅎㅎ

조이럭 클럽은 진짜 오래전에 봤었고 읽었던 책인데.. 지금 보면 좀 느낌이 다를것 같아요~

단발머리 2015-09-01 13:14   좋아요 0 | URL
무조건 양보 없이 키우는 엄마가 별로 없다고 봐요. 제 주위의 엄마들은 대부분 첫째에게 양보를 강요하더라구요. 지금 행복하자님, 정말 대단하세요.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저는 큰 아이가 딸이라는게 크게 작용했던것 같아요.
연배보다 성차이요.
그러니까, 큰애가 작은애한테 밀리는 것으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누나가 남동생한테 지는 상황이 싫었어요.
지금은 많이 싸웁니다. 정말 많이 싸워요.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오늘은 새벽에도요.
자기 주장은 하되, 배려를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게 제 목표이지만.... 가능한가요?
세상에 제일 어려운 일이 자식키우는 일... @@

지금행복하자 2015-09-01 14:37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싸워요~ 심할정도로.. 부모도 몰라보고~~ㅎㅎ
아직은 자기 목소리만을 내는 시기라 더 그럴거라 생각해요~ 생각해보면 남 생각하고 주위둘러보기시작한것이 그리 오래전은 아닌것 같아요. 많이 싸우고 싸우면서 타협도 하고 포기도 하고 하면서 배려라는 걸 배우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배려를 받아보지 못했는데 배려를 할 수는 없잖아요.
배려가 인권지수에서 높은 레벨이라고 하더군요~ 그 만큼 어려운거라고~~
잘 하실거에요~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요~~~

우리는 가장 힘든 자녀교육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ㅎㅎ 인성교육.
차라리 공부시키고 말지~~ 라는 생각 정말 많이 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5-09-07 15:18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소리 지르는 걸 너무 가르쳤나 하는 생각이. ...
소리를 정말, 너무 지릅니다. 그래서, 요즘엔 예절을... 불만이 있으면 조근조근 이야기하자.
나는 소리 안 지르는데, 넌 왜 소리지는냐, 한답니다.

저도 님 생각에 동의하는데, 사랑 받아야 사랑할 수 있고, 배려 받아야 양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충분히 사랑해 주려하는데.... 아
교육 중에는 인성 교육이 제일 어렵죠.... @@

cyrus 2015-08-3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년 전에 이 책을 밑줄 그어가면서 읽었는데 공감되는 문장이 많았어요. ^^

단발머리 2015-09-01 13:1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cyrus님의 좋은 책을 알아보는 놀라운 심미안~~~
3년 전에 읽으셨군요.
저도 이 책이 너무 좋아, 그녀의 다른 저서도 찾아볼까 하고 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랄까요~~~~~~~~~~~

icaru 2015-09-18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이럭클럽의 세세한 내용까지 기억하시네요 와아--..
저도 이 책을 읽고 밑줄도 긋고 했었던 것 같은데,,, 또 느낌이 달라요~ 단발머리님이 풀어내신 리뷰로 읽는 맛도 근사하고 말이죠... 분명한건.. 벨 훅스의 이 책 속에서, 스캇 팩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소개받았던듯 싶어요..오오 위에도 나와요! ㅋㅋ
첫째와 둘째 통계 내신 것 어쩌면,,딱.. 맞나요.. 체제순응적인 둘째와 구테타를 꿈꾸는 반골의 첫째 좀 한번 만나고 싶네요!!! ㅋㅋ 어디 있어 니들은..

단발머리 2015-09-22 11:19   좋아요 0 | URL
역시나~~~ icaru님은 조이럭클럽도 읽으셨군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위의 에피소드만 기억나네요.
벨 훅스의 책은 다른 책도 찾아서 읽고 있어요. 쉬우면서도 깨달음을 주는 책들이라 좋아요.

첫째, 둘째 통계 괜찮았나요? 제가 주변에서 보는 애들은 그렇더라구요.
체제순응적인 둘째는 그래도 몇 명 생각할 수 있는데, 반골의 첫째는.... 오호라....

수이 2023-12-23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지금 딱 맞춤인 페이퍼입니다 단발님 🥰

단발머리 2023-12-23 19:48   좋아요 2 | URL
그 사랑의 제일 큰 특징이 무조건적이라지요 ㅋㅋㅋ 무조건적 사랑🩷💕💖

수이 2023-12-23 19:56   좋아요 1 | URL
미친듯 공부하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2-23 20:24   좋아요 2 | URL
네 ㅋㅋㅋㅋㅋㅋ 그것이 곧 💕을 얻고 sexy해지는 길입지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2-23 20:27   좋아요 2 | URL
두번 사랑하면.... 곧 아인슈타인 되실 듯......... ㅋㅋㅋㅋㅋㅋ 섹시해지십시다!

수이 2023-12-23 20:51   좋아요 1 | URL
무조건적 사랑은 이번 생 한번으로 족합니다. 에너지가 후달려 두 번은🙄

단발머리 2023-12-23 21:02   좋아요 1 | URL
홀쭉해지신 근황에 후달린다는 댓글 이해도 됩니다만 ㅋㅋㅋㅋㅋ 뜨거운 화이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진 & 정진! 🔥🔥🔥

수이 2023-12-23 21:08   좋아요 1 | URL
같이 라깡 읽는 거야?

단발머리 2023-12-23 21:10   좋아요 1 | URL
지금은 그대만 읽으시는데요 ㅋㅋㅋㅋ

수이 2023-12-23 21:15   좋아요 1 | URL
전 입문서입니다. 라깡 읽자, 잼날 거 같아, 일단 입문서 먼저 읽어봐 자기야

단발머리 2023-12-23 21:17   좋아요 0 | URL
그럼 라깡 뭐를 읽자시는거에요? 수이님? 😳

수이 2023-12-23 21:23   좋아요 1 | URL
입문서 읽으면서 좀 알아보자, 쟝이랑 알아볼게
 
필경사 바틀비 - 미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깐 쉬는 시간을 갖자고, 내가 나를 꼬셔, 책장 앞에 선다.

진작에 ‘읽고 싶어요’의 범주에 들어 우리 집 책장에 꽂힌 책들 중, 자랑스러운 ‘읽고 있어요’와 명예로운 ‘읽었어요’의 전당에 들지 못하고 아직도 염치 없이 ‘읽고 싶어요’로 분류되는 책들을 돌아본다.

           

 

 

 

 

밀란 쿤데라의 『불멸』, 김승옥의 『무진기행』, 소세키의 『갱부』를 앞에 두고 잠깐 고민에 잠긴다. 갈길이 멀어 엄마 찾아 삼만리인데(여기에서 엄마는 물론, ‘페미니즘’ 엄마씨이다), 이 와중에 장편이 웬 말이냐. 김승옥님 작품은 경건하게 이어서 읽어야 하느니. 단 번에 끝낼 수 있는 단편 중에서 골라라. 그렇다면 예전부터 찜해두었던 게 있다. 『필경사 바틀비』. 

 

 

 

 

 

『필경사 바틀비』를 골랐다면, <필경사 바틀비>를 읽어야 할 테지만, 내가 읽은 단편은 <에밀리에게 장미를>이다. 대학 때 읽었으니까, 이게 얼마만인가,라고 말하며 정확한 년수를 밝히지는 않으니, 내 나이를 짐작조차 하지 마시라.

 

 

<에밀리에게 장미를: A Rose for Emily>은 1930년 3월 30일자 포럼(Forum)에 발표되었고 첫 단편집 『이 13편』(These 13, 1931)에 수록되었다. 에밀리의 장례에서 시작하여 그녀 생애의 특정 국면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화법을 구사하며, 화자가 에밀리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전개된다. (308쪽)

살아생전에 에밀리는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이자 걱정거리였고, 시장이던 싸르토리스 대령 ― 흑인 여자는 앞치마를 하지 않고서는 길거리에 나와서는 안된다는 포고령을 만든 장본인 ― 이 그녀의 세금을 면제해준 1894년의 그날부터 마을에는 일종의 세습 채무이기도 했다. (310쪽)

 

 

 

 

에밀리의 아버지가 죽은 후 그녀에게 남겨진 게 집 한 채밖에 없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사람들은 에밀리를 동정할 수 있어 오히려 기뻐했다. 그리어슨 가의 마지막 후예로서 얼굴을 꼿꼿이 들고 다니던 에밀리는 몸집이 크고 검게 탄 민첩한 북부 출신의 십장 배런과 노란색 바퀴의 사륜마차와 한쌍의 적갈색 말을 몰고 다니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듯 했다(316쪽). 그녀가 보석상에서 품목 하나하나마다 H.B. 라는 이니셜을 새긴 은제 남성용 의복을 주문했음을 알고는 사람들은 그들의 결혼이 임박했음을 알았다.(319쪽)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호머 배런도, 에밀리도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들락날락하던 흑인 하인의 머리가 점점 세어가고 등이 굽어갔지만, 에밀리는 그대로였다.

그렇게 에밀리는 세대에서 세대로 양도되었다 ― 소중하고, 피할 수 없고, 무감하며, 차분하며, 외고집인 존재로서. (321쪽)

 

하나의 전통이자 의무로 세대에서 세대로 양도되었던 에밀리, 그녀가 죽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고 나서야 층계 위쪽 닫혀 있는 방에서 사라졌던 그 남자, 호머 배런이 나타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떠난다고 할 때, 그 사랑 없이, 그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사람,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말없이 고이 보내드려야 할까,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날 것이라 저주해야 할까.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배런과 에밀리. 이별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확연히 다르다. 배런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헤어져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에밀리는 배런을 사랑하기에 잠시도 떨어져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혹 배런은 이제 그녀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에밀리는 그와 헤어진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배런과 에밀리의 차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즉, 배런이 에밀리를 덜 사랑했다거나, 에밀리가 배런을 더 사랑했다는게 아니다. 배런에게 에밀리는 ‘선택의 문제’지만, 에밀리에게 배런은 ‘생사의 문제’이다. 배런은 에밀리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테지만, 에밀리에게 배런 없는 세상이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세계일 뿐이니 말이다.

지고지순한 사랑, 지독한 사랑, 그보다 더한 이런 끔찍한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스토커다. 사건은 배런이 자신을 향한 에밀리의 이런 간절한 열망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데서 시작되고 그리고 거기서 끝난다.

떠나려는 애인을 막아서는 방법으로 에밀리는 배런이 자신의 방에서 영원히 잠들게 한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생명을 빼앗았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았고,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았다. 에밀리는 배런에게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유를 빼앗으려 했겠지만, 그의 생명을 빼앗음으로 해서, 배런이 그녀를 사랑할 자유 또한 영영 빼앗아 버렸다.

결국, 그녀가 빼앗은 것은 그녀와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었을 배런의 자유다. 그녀가 죽인 건, 연인 배런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해주었던 바로 그 사랑이다. 그녀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 그녀를 다시 살 수 있게 했던 바로 그 사랑 말이다. 배런이 죽음으로 해서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던 사랑도 이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찬장 아래칸 라면 한 봉지나 찬장 윗칸 예쁜 머그잔처럼, 잠시 배런을 소유한다는 것이 그녀에게 잠시 위로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배고플때는 라면 한 봉지 마냥 반갑고, 예쁜 머그잔으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면 우아할 테지만, 백골이 되어 버린 내 남자, 내 애인은 그냥 그렇게 누워있을 뿐이다.

배런이 침대 위에 고이 누워 버린 이후로 에밀리의 삶이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랑이 없으니 살아 있으나 죽은 것이나 진배 없다.

사랑 없는 삶, 사랑이 죽어 버린 삶을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그녀에게 남겨진 건 그런 삶이다. 에밀리에게 장미를 줄 일이 아니다. 아니다. 장미라도 주어야겠다. 사랑을 영영 잃어버린 그녀에게 장미를 준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사랑을 모르는 그대,

그대는 사랑을 잃었군요.

사랑을 몰라

그 소중한 사랑을 잃었군요.

그대,

사랑을 모르는 그대...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드라마인가 영화로도 있지 않아요? 들어본 이야기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5-07-31 09: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지금 행복하자님^^
저는 이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줄은 잘 모르겠는데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제 방에 가끔 놀러오시는 분들 중 고수가 많으시니, 혹 다른 정보가 있을 수도요.
아주 짧지만 강렬해서요.
한 번 읽고, 한 번 더~~ 하게 된답니다.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31   좋아요 0 | URL
ㅎ 그래야겠어요~ 무슨 소개해주는 글에서 본것 같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5-07-31 09:35   좋아요 0 | URL
오래된 작품이라 그렇지 않을까요? ㅎㅎ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님 말씀대로 영화면 더 근사할 것 같아요.
쇠락한 남부 가문의 마지막 상속자니까요. 작품 속에는 그렇게 예쁘다고는 안 나오지만, 엄청 야리야리하면서 예쁜 배우로요. 저는.... 한국 배우로는 에밀리는 아이유가 괜찮을 것 같구요. (외국 배우를 몰라요... 엉엉)
남주는....
에.. 몸집이 크고 호탕하고, 남성미 물씬이니까, 아... 20대에서 찾고 싶은데 없네요.
다들, 꽃미남들이라... 남자 배우는... 생각 좀 해보고 올께요. 끄응.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41   좋아요 0 | URL
김우빈은 어떠세요? 그나마 20대중에선 남성미 물씬파인데~~ ㅎㅎㅎ
몸도 좋구요 ㅎ

단발머리 2015-07-31 09:45   좋아요 0 | URL
앗!!! 맞아요!!!
김우빈 딱이네요. 제가 왜 김우빈을 생각 못 했을까요?
이민호, 송중기, 유아인... 아 이런 이미지 아닌데... 하면서요.

제가 `신민아-김우빈` 조합으로만 기억해서 아닐까요? ㅋㅎㅎㅎ
그럼, 어떻게, 김우빈으로 결정하고, 연락 함 넣어봐요?

지금행복하자 2015-07-31 09:47   좋아요 0 | URL
ㅎ 연락 넣으면 드라마 찍어지는 건가요? ㅎㅎ

단발머리 2015-07-31 09:56   좋아요 0 | URL
그 애가 바빠서요.
스케줄이 될까 모르겠어요. 요즘 연애도 하느라 많이 바쁩니다.
우리 셋이서 그냥 밥 한 번 먹고 말겠죠.
그 애 번호가 일단 010- ****-****
뒷번호는 개인정보보호.... 아시죠? ㅋ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5-07-31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우빈 번호 바뀌었어요!!모르셨어요?
어젯밤 단체문자 보냈더라구요 이제 자기번호 지우라고 번호 바꿀꺼라고ㅜㅜ
신민아랑만 함께 하고팠나봐요ㅜ
어쩌면 신민아랑 김우빈 이 둘이 찍어도 좋을 듯하군요(전 아이유보다 신민아를 더 좋아해서^^)

에밀리의 지독하면서 섬뜩한 사랑!!
저도 어떤영화에서 이런 똑같은 결말을 본 듯해요 남자를 사랑하여 결국 죽이더군요 보면서 섬뜩했어요!!
이책 무척 땡기는군요?
아~ 읽고 싶어요!에 부끄럽게 또 올려야하나요?읽지도 못하면서 읽고 있어요!와 읽고 싶어요!에 올릴때마다 양심이 찔립니다만~~읽고 싶어요!에 기록해놓아야만 훗날 찾아볼 수있기에^^

그나저나 이카루님 서재에서도 북스탠드 오오~~했는데 지금 여기서도 어쩌지?하고 있어요
이건 사진빨이 분명 아닌거죠??^^

단발머리 2015-07-31 16:21   좋아요 0 | URL
아하... 어쩐지 지금 행복하자님이랑 같이 밥 먹으려고 전화했는데, 먹통이더라~~~
어제 밤에 단체문자는 저한테는 왜 안 온 거죠?
제가 잘생김수현에게 너무 신경썼더니, 이제 그 쪽에서 그렇게 나오깁니까?
신민아는 예쁘지만.... 난 반댈세. 키가 커요. 에밀리는 작아야 합니다. 작고 야무진!!!

저도 읽고 싶어요!에 고민 많아요. 알라딘에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읽고 싶어요` 한 걸 다른 분들이 모르게 할 수 없나요? 가능하면 `읽었어요` 만 표시되면 좋겠어요. 뉴스피드의 내가 올린 `읽고 싶어요`도 싫을때가 있거든요.

북스탠드 괜찮지요? 이카루님 꺼랑 같은 거네요. 같은 구도로.... ㅎㅎ
사진빨 아니예요. 이뻐요. 이것만 켜고 책보기는 어렵겠지만, 분위기 살릴 때~~~ 유용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08-01 09: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김수현이랑 아이유 저 요즘 프로듀사 몇 편을 보고 아이유 그닥 안좋아했는데 자꾸 좋아져가고 있어요.
노래도 막 찾아서 듣고...나머지 편도 얼른 찾아봐야겠는데 애들 방학이라 모든 것이 올 스톱이 되버린 듯해요.ㅜ 저런 달달한 드라마는 애들 없이 나혼자 봐야 재미진^^
그래요...아이유에 저도 추천하겠어요.노래도 잘 부르니깐!!

분위기.....정말 분위기....
지금 저도 북스탠드 분위기에 빠져드네요.
다시 또 주섬주섬 장바구니를 살펴봐야겠어요.^^


단발머리 2015-08-05 10:20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달달한 드라마는 혼자 봐야합니다.
애들이 방학이라 바쁜데,... 라고 쓰면서 아직 아침을 안 차려주었다는...

알라딘 사은품은 진짜 소비를 부르는 지름신인것 같아요.
알아도 속아주는... ㅋㅎㅎ

2015-07-3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5-08-0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네네 같은 거 ㅎㅎ 정작 빙과 라는 책에 대해선 정보없음 인데, ㅎㅎㅎ
잠드는 머리맡에 켜두었다가, 잠들 즈음에 꺼두면 딱인듯 해요~~

단발머리 2015-08-05 10:21   좋아요 0 | URL
저도랍니다. 예의상 [빙과] 검색 한 번 해야겠는데요.

북스탠드 잠드는 머리맡에 켜두어야겠어요.
저는 정말 누으면 3초만에 잠들어서 잠들기 전에 꺼야하겠지만요... ㅎㅎㅎ
 
[다정한 편견]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정한 편견
손홍규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꼭 그렇다거나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글을 쓴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게는 그렇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나 스스로의 ‘강제’가 즐겁다. 어수선했던 요즘 같아서는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지만, 어쩌랴. 알라딘 신간평가단 리뷰작성일을 이틀이나 넘겼다. 기분 같은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회차 마지막이라 근사하게 잘 쓰려고, 기한도 잘 맞추려고 했는데, 제가 저번주에는 불끈하고, 흥분하고, 후회하고, 생각하느라 리뷰를 작성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사람이 가장 행복할 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다. 자기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다. ‘노예’란 자신의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극한경쟁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산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산다.

 

 

나는 종종 나를 소설가라고 소개하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다고 부러워하는 회사원이나 주부들을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당신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있단 말인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이지? 당신이 무의식 중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회사원이나 주부로서 안정된 삶을 살면서 소설가나 화가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겠어요!”라고 말하는 바로 그 삶이 아닐까?’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19쪽)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일상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에게 돈을 줄 수 있는 일을 선택한다. 말로는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다니 너무 멋져요. 너무 낭만적이예요. 당신은 행복하겠어요.”고 하지만, 실제로는 ‘돈’으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피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삶을 선택한다. 대부분 그렇다. 그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 없고, 그것 또한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멋지고 근사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불편한 삶까지도 감수하는 그들의 진짜 모습을 엿보게 될 때, 그럴 때, 웬지 짠한 마음이 든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밥을 먹게 되어 좋다. 밥상머리의 주된 이야깃거리는 대처에서 홀로 사는 아들 녀석 즉 가련하기 짝이 없는 가난하고 볼품없는 내가 대체 뭘 먹고 사느냐다. 어느 날 나는 생각 없이 라면 먹지요,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런 말을 내뱉은 이유는 내 한심한 신세를 견디는 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두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파나 양파 혹은 계란을 넣어 먹느냐고 물었고 나는 귀찮아서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때 아버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라면엔 계란을 넣어야지! 라면만 먹으면 죽어! (<라면엔 계란>, 14쪽)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과 명예, 인기를 얻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돈과 명예, 인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성실하게 해나가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할 때가 있다. 시와 소설, 내가 사랑하는 멋진 문장들, 내가 좋아하는 근사한 글을 써 주는 모든 ‘작가들’을 대표해, 손홍규님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산문이, 병원 보호자 침대에 누워, 멈춘 것 같은 시간과 씨름하던 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라면을 먹으며 써내려갔을 당신의 문장이, 여러번 제게 웃음을 줬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7-29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읽고 싶어졌어요. 헷 :)

단발머리 2015-07-29 08:55   좋아요 2 | URL
좋은 글이 많은데, 제가 이 페이퍼 급조하느라 다 옮기지를 못 했어요.
제가 좋아한 꼭지는 <환대>, <여름밥상>, <등록금>이예요.
산문을 읽었으니, 이제 손홍규의 소설을 읽어야할텐데... 바쁘군요.
제가, 주말에 약속도 있고 해서요. 후훗!

책읽는나무 2015-07-2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만 먹음 죽어!!
갑자기 웃음이 빵~~^^
아버지의 애틋함이겠죠?라면에 계란은!!
글이 좋아 읽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단발머리 2015-07-29 08:57   좋아요 1 | URL
아버지의 애틋함을 전하는 글이 꽤 많아요.
가난한 농부와 대지의 신 어머니 사이의 외동아들입니다, 작가님이요.
저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이런 글을 읽으면 아주 오래 전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작가가 젊더라구요. 75년생이니까요.
저보다는 많으시군요.@@

2015-07-29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30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9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07-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 다니며 공부할때 컵라면을 하도 먹어서 한때는 라면 스프 냄새만 맡아도 오바이트가 쏠리는것 같았거덩요.
라면을 다시 먹기시작한지 얼마 안됐어요.
전 라면을 꼬들꼬들하게 살짝 익혀먹는데,
이 글 보니 게란 넣어 푹 익힌 라면 먹고 싶어요, 추릅~~~~!

단발머리 2015-07-29 09:19   좋아요 0 | URL
저는, 집에 혼자 있게 되면서,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혼자 밥 차려먹기 싫어서 라면을 많이 먹었어요.
요즘엔 조금 자제하고 있어요. 라면이 먹을 땐 즐거운데, 끝이 별로인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꼬들꼬들한 라면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푹 익혀서^^ 먹습니다.

아무개 2015-07-29 09:33   좋아요 0 | URL
저는 늘 해장용으로 라면을 먹기때문에
푸욱~익혀서 계란 넣고 파도 넣고 후루윽 쫩쫩~ ^^

단발머리 2015-07-29 09:4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계란을 넣어야하네요. 파도 슝슝 넣고... 아, 라면 먹고 싶당/신라면/진라면/비빔면 중에서 ㅋㅎ

지금행복하자 2015-07-29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이 참 좋아요. 최근 읽은 책중 추천해달라기에 이 책 추천했어요. 내용도 좋고 제목은 더 좋다고~ 편견이 없을수 없으니 기왕 좀 다정해지자고요~~ ㅇᆞ

단발머리 2015-07-30 08:57   좋아요 0 | URL
다정해지기가 생각보다 참 어려워요.
제 모토가 다정한 엄마, 웃기는 엄마거든요.
실패할 때가 많습니다. @@

저도 이 책 많이 추천하게 될 것 같아요. 오랫동안 책을 안 읽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다가가기 쉽더라구요. 많이 추천해서, 작가님이 라면말고 다른 것도 드실 수 있도록...

에이바 2015-07-29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왜 제목을 보니 불독맨션의 ˝나성에 가면˝이 떠오르죠?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전 계란 넣으면 국물이 진해져서 아주 가끔만 먹어요. 국물라면은 잘 먹지 않는게 전 불닭볶음면에 빠져 있거든요ㅎㅎ 그래도 라면에 계란 넣으라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져서 좋아요 뭉클하고..

단발머리 2015-07-30 08:59   좋아요 0 | URL
전 불닭볶음면이 매워서요. 한 번 먹어보고 완전 아웃 당했는데, 이 지긋지긋한 더위가 다 지나가면, 꼭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먹고 나서 제가 리뷰를 올릴께요. ㅎㅎㅎ

소리치는 아버지 사랑이 완전 뭉클하죠. 아... 부모님 마음이란...

AgalmA 2015-07-2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 언급처럼...100%는 아닐 지라도 다들 가능한 선택지에서 자신이 원했고 선택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자본주의와 환경 등등은 살짝 넘어갑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열망이 ˝지금˝을 늘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게 만든다 싶습니다.
100% 완벽한 소녀(하루키 단편 제목 원용)를 만나 사랑하면 좋겠지만 그건 정말 천운^-^;

단발머리 2015-07-30 09:02   좋아요 0 | URL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게 쉽지 않으니까요.
원하는 삶에 대한 동경이란 건 죽을 때까지 계속될테구요.
후회가 더 많지 않도록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정 부분, 하루치라도 만족하고 살았음 해요.
전, 그래요~~ ㅎㅎ

오후즈음 2015-07-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전작들도 읽으면서 느낀것은 정말...작가가 정말 착한 심성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글도 이렇게 읽고 나면 흐믓하게 쓰는건가...뭐 그런 생각했어요 :) 저도 평가단이라서 겟한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나에게 와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단발머리 2015-07-30 09:04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도 그러셨군요. 항상 좋았겠지만, 이번에 신간평가단 책들 정말 다 마음에 들었어요.
더 많이 읽어야겠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글만 보고 사람을 다 알 수 있는건 아닐테지만, 그러게요.
글을 읽다보면 글을 쓴 사람이 막, 느껴지니까요. 신기한 일이예요.

오늘도 꿀꿀한 날씨네요. 그래두 즐거운 하루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