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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2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인기 절정의 시리즈, ‘로마의 일인자’ 2권이다.
최하층민도 로마를 위해 싸울 수 있게 해 달라는 마리우스의 연설은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고, 자신의 엉뚱한 허영심 때문에 로마군을 전멸의 상태로 밀어넣는 카이피오의 어이없는 단호함에는 쯧쯧 혀를 찬다. 이 책에서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한다면, 역시나 사랑 이야기 그리고(혹은?) 결혼 이야기이다. 2권에서는 두 쌍의 결혼이 진행되는데, 운명의 상대를 찾은 겁나게 운좋은 선남선녀 한 쌍의 이야기와 집안의 필요 때문에 결혼해야만 하는, 당시로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쌍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아우렐리아는 명문가의 외동딸이자 로마 당대 최고의 미녀로 손꼽였다. 결혼할 경우 그녀가 가지고 가게 될 엄청난 금액의 지참금은 그녀의 매력을 한껏 부풀려 주었는데, 딸을 결혼시키려다 주변에 수많은 정적을 만들게 될까 두려웠던 아우렐리아의 부모는 ‘아우렐리아 스스로 그녀의 배필을 선택하게 하라’는 외삼촌 루푸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아우렐리아는 로마의 귀족 여인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흠모하는 여성인 코르넬리아(162쪽)의 입장에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고자 한다. 로마인의 힘과 끈기, 로마인의 고결함과 인내를 갖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한다.
아우렐리아는 본래 큰 자줏빛 눈을 더 크게 뜬 채 자기 운명의 상대를 쳐다보았다. 로마인의 이상이나 코르넬리아는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어쩌면 어딘가 그녀 마음속의 더 깊은 차원에서는 그랬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겠지만, 그는 실제로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순간 그녀가 그에게서 본 것은 로마인답게 긴 코와 긴 얼굴, 짙푸른 눈동자, 굵고 곱슬거리는 금발과 아름다운 입뿐이었다. 그간의 모든 내적인 갈등과 신중하지만 무익했던 숙고 끝에, 아우렐리아는 가장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자신의 난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사랑에 빠진 것이다. (170쪽)
그렇게 지혜로운 여성, 그렇게 로마인의 불멸의 이상에만 몰두했던 아우렐리아는 그간의 모든 과정을 간단히 뛰어넘어, 지금 이 순간, 이 잘생긴 청년에게 빠져버린다. 아우렐리아를 만난 청년의 심정이라면 두말하면 잔소리.
“그래, 내 조카딸을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급 투스카니아산 포도주가 나오자 루푸스가 물었다.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과 비슷한 말씀입니다!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애가 그렇게 좋은가?”
“그녀가 좋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사실 저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174쪽)
살아 있는 게 좋냐고 묻는 것처럼 당연한 질문이라고? 루푸스는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걸 괜히 물어봤다. 젊은 가이우스 역시 첫 눈에 아우렐리아에게 반해버렸다. 하지만, 로마에서 제일 지체 높고 부유한 독신남들이 그녀와 결혼하려고 ‘결혼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 가난한 가이우스에게 그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해결책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아우렐리아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카이사르 저택으로 카르딕사를 보내 청년에게 편지를 건넨 것이었다.
‘내게 청혼해 주세요.’
편지에는 대담하게도 이렇게 적혀 있었다. (179쪽)
가이우스는 청혼을 넣어 ‘대기표’ 마지막 번호를 받고, 아우렐리아는 자신의 부모에게 방금 ‘대기표’를 뽑은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의붓아버지 코타는 아우렐리아에게 청혼했던 남자들에게 ‘단체 편지’를 발송하고, 그녀가 가이우스와 결혼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아우렐리아의 구혼자 목록에 있던 사람들은, 아무리 혈통이 좋다고는 하나 한낱 원로원 평의원에 지나지 않는 자의 차남에게 밀려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 운 좋은 청년은 지나치게 잘생겼고, 밀려난 구혼자들은 대부분 그것이 불공정한 특혜라고 여겼다. (183쪽)
직업-학력-재산 정도에 따라 급수를 매겨 사람을 평가하는 근래의 결혼 정보 회사나 당시 로마의 결혼 풍습이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집안이 중요했지만, 그보다는 재산이 더 중요했다. 재산이 많은 쪽은 어떻게 해서든지 더 좋은 집안과 결혼하려 했고, 명문가이지만 돈에 찌들린 집안은 돈이 넉넉한 집안과 사돈을 맺어 자신들의 자녀와 자녀의 자녀 뿐 아니라 자신들도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자 했다.
더 좋은 집안의 남자, 더 부유한 집안의 남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아우렐리아가 선택한 남자는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2세’.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한 남자들이 한결같이 외치듯 ‘반반한 외모’ 때문에 그녀의 선택을 받은 행운의 남자.
부모가 자신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결국 ‘외모’인가, 하는 쓸데없고 필요없으며 의미 없는 생각을 1초간 해보다가 다음 커플로 넘어간다.
다음 커플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커플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커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두 커플은 첫 번째 커플의 탄생과 동시에 결혼이 진행되는데, 예선과 본선에서 동시에 탈락해 매우 불쾌한 드루수스가 친구의 아버지인 카이피오에게 결혼 동맹을 제안하는 것으로 그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자신이 친구의 누이동생과 결혼을 하고, 자신의 누이동생을 친구의 아내로 맞게 함으로써 공고해진 두 집안의 위세로 잃어버린 미스 로마 아우렐리아와 결선에서 승리를 차지한 가이우스 집안을 견제하겠다는 야심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여동생의 결혼을 진행하는 데서 발생했다. 드루수스의 여동생 리비아는 다리가 짧고 여드름난 얼굴에 어느 모로 보나 못생긴 세르빌리우스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갇혀서 지냈던, 오빠의 친구 한 두 명의 얼굴을 가끔씩 볼 수 있을 만큼 집 안에 갇혀 살았던 리비아는 자신의 침실에 감금된다. 음식이 제한되고, 빗장을 설치하고, 문 밖에 사람을 세워 항시 감시하게 했다. No라는 대답. 더 작은 방으로 옮겨가 감금되고, 식사도 효모를 넣지 않은 빵과 물로만 한정시켰다. 닷새 동안 완전히 혼자 있도록 했다. 그래도 리비아의 대답은, No. 그리고 또 다시 진지한 협박.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의 오빠. 실질적 가장. 삶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강조하는 오빠. 죽음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이야기하는 오빠.
리비아는 항복한다.
“너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내겐 진정한 기쁨이다, 리비아. 네가 적절한 로마 여성처럼 행동하고 네게 기대되는 일을 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나는 네가 자신의 결혼을 기뻐하는 여느 처녀와 마찬가지로 퀸투스 세르빌리우스를 대하기를 원한다. 그는 네가 기뻐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너는 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경의와 존경과 관심과 애정으로 그를 대해야 한다. 단 한 순간도, 결혼한 후 침실에서조차, 네가 그를 남편으로 택한 것이 아니라는 암시를 줘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228쪽)
사랑하지 않는, 아니 싫어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 그 사람에 대한 ‘애정없음’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는 오빠의 주문은, 가장의 이 엄숙한 요구는 그의 지배 아래있는 리비아를 완전히 굴복시킨다.
삶과 죽음의 통제권을 모두 빼앗긴 존재. 여동생. 여자. 리비아.
위의 사진에서 확인되는 바, 로마의 일인자 1권의 표지의 주인공은 금색이다. 2권의 주인공은 은색. 3권의 주인공은 당연히, 동색이다. 금, 은, 동. 나는 다음 시리즈의 표지 주인공이 무슨 색을 입고 등장할지 아주 궁금했는데, 금, 은, 동의 올림픽 배열이 끝났다면, 다음에는 빨강, 노랑, 초록의 신호등 배열 혹은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배열이 가능하겠다 혼자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도서관에 가서는 금색의 [로마의 일인자 3권]을 발견했다. 확인해보니 쇄가 다르다. 금메달은 1쇄, 동메달은 2쇄이다. 금, 은, 동 올림픽 정신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제 글을 마무리하려는 찰나, 서비스차원에서 아우렐리아 사진 한 장 투척한다.
좋아하시는 분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처럼 놀라시는 분들 여럿 있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