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를텐데 난 책을 홍보하는 데 불과한 띠지를 잘 버리지 않는다. 웬만하면 읽고 나서도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읽다가 불편해지면 거실 서랍장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가 다 읽고 나서 책에게 띠지를 입혀준다(?). 이 책은 특별히 띠지가 참 예뻤는데, 다 읽은 후에 찾아보니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하여 내 책은 띠지 없이 헐벗은 모습.  

 

동네도서관 6군데에서 검색되지 않는 책이었는데, 옆동네 도서관 지하 서고에 잠자고 있기에 대출해와서 조심스레 읽었던 책이 『여성의 신비』다. 정희진 쌤의 해제를 담고 예쁜 모습, 새 이름여성성의 신화』로 다시 출간됐다. 밑줄긋기, 책소개, 간단한 인용을 더해 10개 이상의 글을 썼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새롭게 읽히기를.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베티 프리단의 이 책은 단골 손님 수준이다. 스테퍼니 스탈은 이 책을 읽었을 때 그의 삶에 다시 종이 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고전 읽기의 실천과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결과물이 가능했던 출발점이 바로 이 책이다. 카트리네 마르살은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이 책에 대해 두 페이지 이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기에 가치가 매여지지 않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 구조에 대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조망한다. 벨 훅스는 좀 다르다. 그녀는 이 책이 백인 중산층 교외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책의 한계와 단점에 대해 아주 냉철하게 비판했다.

 

 

여성주의 책에서 워낙 자주 인용되다 보니, 자연스레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다. 책이 담을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은 한 가지이고, 어찌되었든 작가 역시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만 속한 이야기라고 비판하며 건너뛰기에는 이 책이 고발하는 지점이 우리의 현실과 너무 가깝게 맞닿아있다.

 


한국의 여성 교육 수준은 세계 1위인 반면, 노동시장 진출의 질은 104, 언제나 100위권 밖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100 58~62를 오간다. 교육 수준과 취업의 극심한 괴리는 고학력 여성을 결혼 시장으로 내몰고, 그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젠더-입시교육-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다. (정희진 베티 프린단,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다’, 13)




조금 늦었지만 이제 시작한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04-13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성실하고 단단한 읽기를 보여주는 테이블의 모습이에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책이며 커피잔과 받침이며 조화롭고 멋집니다. 펜꽂이도 도자기인가요? 예뻐요 예뻐@_@;;;
참, 저도 띠지를 함께 보관해요. 배송되면서 띠지가 찢기거나 구겨져서 오면 그렇게 속상해요ㅜㅜ

단발머리 2020-04-13 08:40   좋아요 2 | URL
제가 아주 애정하는 책이라 포스트잇이 빼곡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티코스터는 서니데이님이 전에 선물로 주셨던 거예요. 펜꽂이는 선배 언니 작품인데 꽃병이라고 주셨는데 저희집에서 생화 만나는 일이 워낙 드물어 펜꽂이로 쓰고 있습니다.
띠지 사랑 반가워요! 제 맘이 딱 moonnight님 맘입니다!!!

서니데이 2020-04-13 16:10   좋아요 1 | URL
moonnight님. 저희집 티코스터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0-04-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본받고 싶은 모습이에요. 전 쇼파에서 식탁에서 돌아다니면서 쪽읽기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독서가 정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내 방, 내 공간’이 없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ㅜ ㅜ

단발머리 2020-04-13 08:45   좋아요 2 | URL
아이들이 쿨쿨 겨울잠을 자기에 가능하기도 하구요 ㅠㅠ 저도 식탁에서 주로 읽고 쓰는데 자꾸 저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내 방, 내 공간‘이 많이 그립습니다.

수이 2020-04-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길게 썼다가 다 날아갔어요 -_- 요지는 나도 내 책상, 내 방 갖고싶다 이거였어요. 식탁을 책상으로 쓰고 있는데 식탁 말고 저도 나만의 책상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언제까지 식탁을 책상으로 써야하는걸까요. 아......

단발머리 2020-04-13 10:40   좋아요 2 | URL
저는 아주 오랫동안 김치 냉장고를 책상으로 썼고 그리고 이 댓글은 식탁에서 쓰고 있고요ㅠㅠ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이라고 외치고 싶네요.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책상을! 책상을!

수이 2020-04-13 10:55   좋아요 1 | URL
근데 저 까만 물은 뭐여요? 아메리카노 설마?

단발머리 2020-04-13 10:57   좋아요 2 | URL
네네 그렇습니다! 카누 블랙 미니 반을 넣고 물을 잔뜩 부어만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 아메리카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오늘 아침에 시작했습니다. 서문 읽기를 막 끝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여즉 서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0:42   좋아요 0 | URL
서문이 참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되어 있지요. 전 이제 반 정도 읽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이제 막 챕터 1 중반을 지났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11:11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저도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1:40   좋아요 0 | URL
천천히 오세요. 저 전동킥보드 타고 갈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0-04-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 둘이 떠나 빈 방이 생겼는데도 거실의 식탁이 좋더라고요. 거실 구석에도 책상 가져다 놓고 컴퓨터도 두었는데도 식탁을 쓰는 게 완전 몸에 배었나봐요. 셋이 있을때는 식탁 반은 내가 어지러놓은 대로 놓고도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 애들이 다 와 있어서 밥 먹을 때마다 치우느라 엄청 귀찮은 데도 습관을 바꿀 수가 없네요.

단발머리 2020-04-19 22:16   좋아요 0 | URL
psyche님에게도 식탁이 책상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지금 식탁에서 댓글을 읽고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식탁에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작가의 식탁도, 번역자이신 psyche의 식탁도 덕분에 멋진 책상이 되었네요.
미국 코로나 뉴스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되네요.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래요, psyche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던 때였다. 나는 진짜 전화를 돌렸는데, 수화기 너머로 놀란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 그래, 그래.  


이번에는 전화를 돌리지 않았다. 엄마와 이모에게 길이가 다른 투표용지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정당에 대해, 그 정당의 정확한 이름과 번호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는데, 나의 편중된 애정이 느껴졌는지 아이들이 자꾸 부정선거라며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모는 어제 사전투표를 마치고 오셨다고 카톡을 보내셨고, 친구 역시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고 카톡을 보내온다. 사전투표를 마치고 내게 카톡을 보내는 이 사람들은, 내가 사전투표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보낸다. 여기 있다, 사전투표. 니가 좋아하는 사전투표, 여기 있다.



어제 오후에 갑자기 외출을 해야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투표를 하고 왔다. 토요일 아침, 8시 조금 넘은 시간인데 사람들이 많았다. 줄을 섰고 체온을 쟀고 손소독을 했고 일회용 비닐장갑을 꼈다.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기계로 스캔을 하며 모니터로 본인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IT 강국 맞나 보다. 투표를 하고 돌아섰다. 나오는 길에 들어오는 사람들. 투표하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이사온 지 한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직도 지리가 익숙하지 않은데 상가 내 커피숍 문이 열어 있어 들어가 보았다. 직접 원두를 볶아서 판매한다고 하는 동네 커피숍. 바이러스가 사라질 때까지 테이크 아웃은 500원 할인. 3,500원짜리 라떼를 3,000원에 얻게 되니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말. 개이득. 집으로 간다. 크고 하얗고 아름다운 북극곰의 모습이지만 북극곰답지 않게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두 마리가 있는 집으로.  



오전 9시 현재 누적투표율 14.04%. 가장 쉽고 가장 명확한 방법. 우리보다 어리석은 자들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결심. 주권의 행사 또는 산책. 선택 그리고 커피.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0-04-1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날짜에 할 예정인데 이번에 고민 없이 뽑을 정당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투표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주민등록증 하나 냈을 뿐인데 코로나 땜에 다른 절차가 있어 전체 동선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고민 없이 뽑을 정당이 있으시다니 투표소 가는 발걸음이 더 가벼우시겠네요🤗

2020-04-11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2:39   좋아요 0 | URL
네, 길긴 길더라구요. 저는 비닐장갑이 미끄러워서 작은 칸에 야무지게 찍느라 집중도를 200% 올렸습니다.
행복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움하하하핫!!!

레삭매냐 2020-04-11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아침에 좀 일찍 출근해서
투표하고 출근했답니다.

동료들에게 사전투표하라고 독려
했더니만, 사전투표 믿을 수가 없다
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구요. 세상에
아직도 그런 가짜뉴스에 휘둘리다니...

단발머리 2020-04-11 15:29   좋아요 1 | URL
그럼 레삭매냐님은 사전투표율 견인의 당사자시군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더 많은 분들이 투표장으로 가시는 거 같아요.
사전투표 믿을 수 없다 보수 유투버들이 뿌리는 이야기라 하던데. 아, 어쩌나요.

겨울호랑이 2020-04-11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녁에 가족들과 사전투표 후에 장을 보고 왔어요.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 많더군요. 높은 사전투표율이 막판 정치 공작을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단발머리 2020-04-11 15:31   좋아요 1 | URL
저희 동네도 가족끼리 오신 분들이 많았어요. 참 아름다운 장면이죠. 높은 사전투표율은 국민의 입장이 어떠하든가에 상관없이 민의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0-04-12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에 남편이 휴무일이라 저흰 둘이서 사전투표를 했었는데 줄이 길어서 좀 놀랐어요.평일 낮인데??하면서요~~
저는 늘 당일 오전에 투표를 해왔던지라 사전투표 상황을 첨 봤거든요~~근데 올 해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대라고 하는 소릴 듣고 아~그래서 줄이 길었구나?생각했죠^^
비닐장갑을 끼고 있어 정말 손이 미끄러워 실수할까봐 신중을 기했습니다ㅋㅋㅋ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할텐데요^^

단발머리 2020-04-13 10:45   좋아요 1 | URL
전 토요일에 오전 일찍 나서서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오후에 주민센터 앞 지나다가 정말 깜놀했어요.
사람들이 줄을~~ 와~~~ 열기가 느껴지더라구요. 정말 코로나를 넘어서는 뜨거운 투표 열기에 저도 감동받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수요일에는 치킨 예약 분위기입니다, 저희집은요^^

블랙겟타 2020-04-12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금요일날 했었는데요.. 토요일이 주말이라 그런지 줄이 더 길더라구요. 다행히 편하게 금요일날 사전투표 완료했습니당 ^^
아 맞다 단발머리님 이사하셨다했죠? 동네도 잠시 둘러보는 시간을 가지셨겠네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20-04-13 10:46   좋아요 1 | URL
금요일에 하신 분들도 많은 거 같아요. 이젠 사전투표가 완전히 자리잡은 것 같고요. 아직도 골목길 여기저기 모르는 곳이 많아서요, 전 아는 길로만 다니는 사람인데 그 날은 좀 멀리 돌아서 걸어봤네요. 투표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 기분도 상쾌했구요.
블랙겟타님도 좋은 한 주 되세요!!!
 





 














나는 아메리카노를 못 마신다. 정확히는 아메리카노 핫을 못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다면 무조건 아이스로 마셔야 한다. 아메리카노는 너무 쓰다. 주로 라떼를 마시고 가능한 곳에서는 우유를 두유로 바꿔 마신다. 커피=아메라고 하던데, 아직도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없으니 나는 진짜 커피맛을 모르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거의 라떼를 마시지만 가끔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실 때가 있다. 너무 피곤할 때, 너무 애썼다고 느껴 스스로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 그럴 땐 카라멜 마키아또의 진한 단맛이 전해주는 위로를 받고 싶다.

 

카라멜 마키아또를 마시는 심정으로 이 책을 주문했다. 좀 달달한 연애이야기를 읽고 싶어서. 이제는 내게 먼.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연애를 추구한다면, 그건 다른 이름으로 불릴 테니까. 연애라는 상큼한 단어가 아니라 ㅂㄹ이라는 스산한 단어로.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달콤함'이 자본주의 체제 속의 '사랑-연애-결혼'으로 이어지는 이성애 가족의 성취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잠깐 미뤄두기로 하자. 나는 카라멜 마키아또를 주문하지 않았던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Love, Rosie> 2014년에 개봉되었다. 단짝 친구 로지와 알렉스는 영국의 작은 고향을 떠나 미국 보스턴의 대학에 함께 가기로 약속한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편안함에서 설레임으로 한 발짝 다가서려는 바로 그 때,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파트너와 졸업파티에 참석하고, 하룻밤 로맨스 때문에 로지는 고향에 남게 된다. 그 이후론 전형적인 패턴이다. 로지가 고백하려는 찰나 알렉스 옆에는 임신한 여자친구가 있고, 알렉스가 고백하려는 찰나 로지 옆에는 돌아온 나쁜 놈이 서 있다. 그렇게 엇갈리던 두 사람은 결국 마음을 확인하고, 그렇게 해피엔딩.

 


그러니까 내가 바랬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원작은 달랐다. 첫째, 이 소설은 편지형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어떠어떠하다. 그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식의 서술이 주는 한계가 있다. 글 속의 는 최대한 객관적인 것처럼, 최대한 사실을 묘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사실은 다를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정확히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난 나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자신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서술 방식을 좋아한다. 필립 로스의 글처럼 말이다. 편지글은 다르다. 로지가 알렉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추측해야 하고, 알렉스가 형 필립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렉스의 속마음을 탐구해야만 한다. 로지와 친구 루비와의 대화를 통해 로지의 심정을 예상해야 하고, 그리고 또, 또 다음 편지가 이어진다.

 

또 이런 부분.


 

All I do is wander around the house like a robot, picking up teddy bears and toys that I trip over. It’s hard to bring Katie anywhere because she just screams wherever we are; I’m afraid people think I’m kidnapping her or being a terrible mother. (62)

 

 

로지처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어떤 엄마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아이를 낳았고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엄마됨을 후회하지 않았지만 엄마여서 겪는 로지의 고통을 읽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고통을 가벼이 보아서가 아니라, 그녀의 고통이 너무 잘 이해되어서.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미 기혼자이었기에, 그들의 사랑이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하다 해도 그들의 배경으로 총천연색 무지개를 펼쳐줄 수는 없었다. 도덕적 잣대로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알았면서도 서로에 대해 이렇게까지 모를 수 있다는 점이, 울화 포인트였다.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나이를 서른 여섯에서 서른 여덟쯤으로 짐작할 수 있는데, 원작에서는 지천명에 이르러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른바 하늘의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

 



생각만큼 달콤하지 않아 마카롱을 불렀다. <소희네> 마카롱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니, 야무지게 달콤했고 충분히 푹신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생각나는 그런 오후.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4-0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오래전에 이 영화 봤었어요. 원작이 있는줄은 몰랐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기 때문에 함께 진학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게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 서로에게 가던 것도. 그런데, 왜 그들에겐 돌고 도는 과정이 필요했을까요? 왜 어떤 관계에는 그게 필요할까요?

그나저나, 단발님 ‘핫‘아메리카노 못 마시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요!

단발머리 2020-04-06 16:13   좋아요 0 | URL
그렇게나 돌고 돌아 전 정말 어지러웠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말로는 좀 부족한.... 그 어떤 어지러움.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로지의 18번째 생일파티에서 뽀뽀를 했는데, 술에 잔뜩 취해 고생한 로지가 뽀뽀를 기억하지 못한 채,
어젯밤 최악이야. (내가 술에 취해 쓰러진 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했는데 알렉스는 그게 뽀뽀 때문인줄 알고... 그 후로 그냥 돌고 돌죠.

보통은 따뜻한 라테를 마시구요.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해요. 집에서 카누 블랙 미니를 반정도만 타서 마시기도 하는데, 그건 커피보다 보리차에 가까워서요. 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0-04-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었군요@_@;;; 영화는 미남미녀 보는 재미로 즐겁게 봤었네요ㅎㅎ 릴리 콜린스가 필 콜린스 딸이란 걸 최근에 알았어요. 와이프가 엄청 미인인가보다 생각을..^^; 저는 잠깐 커피를 못 마시겠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500ml정도 병에 상온의 물과 카누블랙 세 개(미니 아님ㅎㅎ)를 넣고 흔들어서 마셔요. 너무 뜨거운 것도 너무 찬 것도 싫어하는데 이 조제법이 제게 잘 맞더라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48   좋아요 0 | URL
미남미녀 대잔치죠. 저는 메모장에 ˝알렉스, 알러뷰!˝ 이렇게 써놓기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고백타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씀해주신 제조법으로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근데 상온의 물이라서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어요. 저도 따뜻한 커피 식혀 먹는경우 많지만 처음부터 상온이면 어쩔까 싶어요.
카누는 집에 많이 있어서, 곧 도전해보겠습니다!

2020-04-06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0-04-07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시는 일인입니다ㅋㅋㅋ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직장동료에게 ‘어른은 아메리카노죠!!‘라고 말하는 글을 읽고 뜨끔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난 언제 어른이 될까??그러면서요ㅋㅋㅋ
무조건 라떼 라떼에요~~집에선 믹스 믹스에요~ㅋㅋㅋ
믹스 마시다 위염 도질땐 좀 참다가 몸 생각해서 잠깐 원두 드립백을 사다 마시기도 하는데....저도 물을 많이 추가?해서 보리차 마시듯 해서 다시 믹스,라떼로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결국 종점은 믹스나 라떼로~^^
근데 너무 단건 못마셔서 캬라멜 마끼아또는 또 피하게 되더라는~~그러면서 조각케잌 같은 단건 또 찾으면서~ㅜㅜ
취향이 차암~~~^^

요즘 코로나덕에 하숙집 아줌마 하느라 넘 바쁘고 피곤해서 믹스커피 꼬박꼬박 챙겨마시고 크림빵 엄청 챙겨먹고 있어요.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또 엄청 챙겨보고 있거든요~~근데 갈수록 달달하고 좀 행복한 영화나 드라마쪽으로 고르게 되더라구요.
지금 꽂힌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에요.(조정석 넘 좋아해서~^^)
맨날 눈물 콕 찍으면서도 의사들의 우정이 사랑스럽고 웃겨 행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영화도 좀 행복해지는 게 없을까?고심중인데...이 영화를 한 번 챙겨봐야겠군요~^^
‘더 테이블‘앞부분 정유미편 좀 보다가...한숨 절로 나온~~ㅜㅜ
집에 갇혀 사는데 우울한 얘기는 참~~힘들어요^^

암튼 또 댓글이 길어졌네요~~대화를 못하고 사니 여기저기 댓글로 수다?를 풀고 있는 듯한 시간들입니다ㅋㅋㅋ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구요~~늘 달달한 날들 만드시구요♡

단발머리 2020-04-07 13:59   좋아요 1 | URL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책나무님이 아메리카노 써서 못 마셔요, 이부분에서 제가 웃는 소리입니다. 암요, 암요. 우리는 어른이 아닙니다. 커피란 자고로 아메이죠. 그러나, 저는 철없는 어린아이. 아직도 아메가 써서 마실수가 없어요. 우리는 계속 어린이랍니다, 책나무님!!! 책나무 어린이님!!!
전 믹스는 자주 안 마시게 되더라구요. 취향이 고급져서가 아니라 먹고 나서 속이 너무 불편해요. 그냥 블랙을 보리차처럼 아주 연하게 해서 마시는데 그래도 가끔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하구요. 드립백 사면 기본 3번은 우려먹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아이들하고 계속 함께 있다보면 저절로 수련이 되지요. 전 그냥 너도 놀아라, 나도 놀겠다, 이런 심정으로..... 조정석은 저도 좋아하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한 번도 못 봤어요. 저도 책나무님 추천따라 살짜쿵 봐야겠어요.
코로나 대피 수다 앞으로도 제 방에서 해 주세요. 저도 책나무님 댓글 읽다가 맘 편히 웃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우리 자주 만나요. 못 다 한 이야기는 내일 만나서 하는 걸로 하구요!!
 
사랑받지 않을 용기 - 알리스 슈바르처의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모명숙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부제가 페미니즘을 뒤흔드는 11가지 독설에 맞서다, 인데 그 11가지 독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페미니즘이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역경, 페미니즘에 덧씌워진 오해, 여성을 가르는 페미니즘 내부의 갈등, 페미니즘 화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대해 대강이라도 알 수 있게 된다.




 



저자 알리스 슈바르처는 여성운동의 최전선에서 낙태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성운동에 비판적인 여성과의 격렬한 토론도 피하지 않는 투사형의 활동가이다. 페미니스트 저널 《엠마》의 발행인 겸 편집자로서 20년 가까이 그 일을 계속해온 열정과 담력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주옥같은 말씀들이 너무 많아 밑줄긋기로 소중히 보관한다. 인상 깊은 문단은 여기.

 



꼭 엄마여야 하나?

 


나는 엄마와 할머니가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엄마와 할머니는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극장에 가곤 했다. 집안일은 그분들이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행복했다. 우리 가정에서는 남자, 즉 당시로서는 상당히 젊은 할아버지(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40대 중반이었다)가 집안에 굴러들어온 이 어린 여자아이를 먹이고 기저귀를 채우고 양육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가게가 폭격으로 소실되고 제3제국을 위한 총알받이로 징집되기 전, 어떤 식으로든 살짝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린 나를 돌볼 시간도 있었다. (90)

 



모성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와 함께 사는 이들도 이미 알고는 있지만,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고 말할 때 부담을 전혀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내가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내게도, 가족들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기, 알리스 슈바르처가 그의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지칭할 때 느껴지는 이런 발랄함까지 이를 수는 없겠지만, ‘난 모성이 부족한 엄마였다는 나의 문장보다 엄마는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었다는 내 아이들의 문장이 조금 더 명랑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 다음 문장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엄마는 모성의 재능이 별로 없었다. 엄마는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하하하.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진짜 선택의 자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런데 선택의 자유는 실제로 이것을 바라는 ‘모든’ 부모가 전일제 탁아소, 전일제 유치원, 전일제 학교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어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부모들이 정말로 자녀들을 가정에서 돌볼 것인지, 아니면 가정 밖의 탁아소에 맡길 것인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95쪽)

육아휴직은 처음에는 1년이었는데, 결국 사민당과 녹색당의 활동적인 지원을 받아 3년이 되었다. 이 육아휴직은 독일 여성들의 함정 제1호가 되었다! 육아휴직을 신청할 자격이 있는 여성 중 96퍼센트가 육아휴직을 받아 직장에서 나갔다. 그리고 두 명 중 한 명은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머지 절반은 주로 시간제로, 그것도 그전보다 못한 자리로 돌아갔다. (104쪽)

성폭력과 고문, 그리고 여성 살해가 수년 전부터 팝문화와 영화, 광고사진 내지 패션사진 등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진과 영화, 텍스트가 예컨대 흑인들과 함께 연출된다면, 그러니까 천부적으로 리듬을 타며 눈동자를 굴리는 흑인이 주인을 기꺼이 섬기다가 흑인 적대적인 KKK에게 대단히 도발적으로 목매달려 죽거나 대머리들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이러한 영상들은 아예 시장에 나오지 못할 게 뻔하다. 인종주의적이라고 낙인찍히고 불법적으로만 소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끔찍한 영상의 경우에도 여성들과 함께 연출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격분한 것은 이제까지 기껏해야 몇몇 페미니스트나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뿐이다. (138쪽)

슬픈 진실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즉,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 조형예술에서 시작되어 연극과 영화를 비롯하여 문학에까지 문화의 포르노화가 진행되는 데 선도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성들도 문화의 포르노화에 적극 참여한다. 모던한 여자로 보이고 싶거나 그 일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150쪽)

기꺼이 매춘을 하는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일단 성매매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자신과 남들을 속이고 의기양양해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이것은 예를 들면 돈을 벌지 않는 가정주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정주부들이 "우리 남편은 상냥하고, 나는 행복해!"라고 말하는 스타일과 같다. 또는 "나는 매춘을 좋아서 하고 있어. 그 일은 재미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만 여성으로서 그 일이 공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상상력이나 감정이입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추측건대 많은 남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폐 몇 장을 받는 대신 자기의 몸과 마음에 손을 대게 한다! 그리고 여러 번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다. 왜냐하면 성매매의 상황이 점점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162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부만두 2020-04-0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모성 재능 떨어지는 저에게 이 책은 위안이 되는데요? 그래도 읽을 엄두가 ;;;

단발머리 2020-04-04 09:25   좋아요 2 | URL
오랫동안 잡지를 발행해서 그런지 다른 페미니즘 책보다는 덜 딱딱하더라구요. 물론 휙휙 던지는 이야기인데 제가 그 당시 사회 배경을 모르니 이해 못 하는 구석도 많았지만요 ㅠㅠ

해가 지고 날이 바뀌고 벌써 4월인데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니 그 날이 또 그 날 같고요.
그래도 주말 아침이라 모두 쿨쿨 자는 시간에 잠깐 여유를 부려 책 좋아하는 엄마가 되볼까 합니다. 헤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에서 정희진 선생님이 추천하신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읽는다. 2008년 출판된 책이고 현재 상태 절판이다. 도서관은 휴관이지만 지하철역을 이용해 대출할 수 있어 먼 길을 돌아돌아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우리말 제목이다. 《사랑받지 않을 용기》.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 남성 사회에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를 내자.”(245).  



페미니즘 책에 대해서라면 그냥 정희진 선생님 책을 읽고, 그 책에서 추천한 책을 찾아 읽으면 되겠다. 그런 생각이 요즘 더 자주 든다. 더하고 싶은 말도 없고, 더할 수 있는 말도 없다. 더 정확히는, 더할 필요도 없다. 남성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남성연맹의 일원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정치적 내지 사회적 여성연맹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이다(27). 이런 통찰과 인식에 무얼 더하고 무얼 뺄 수 있겠는가. 오늘의 선택은 알리스 슈바르처이다. 부제는 페미니즘을 뒤흔드는 11가지 독설에 맞서다’. 참고사항, 현재 절판.



오늘날에는 이들(여성 국가원수들) 중 누구도 자신들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거나 입증하려고 하지 않는다. 또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남성과 똑같이 정치를 한다거나, 그 반대로 바로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과는 다르게정치를 한다는 것을 입증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여성들은 그저 자기들의 일을 할 뿐이다. 그리고 모든 남성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를 가지고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는 한 가지 제한이 있다. 남성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남성연맹의 일원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정치적 내지 사회적 여성연맹의 일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여성들의 경우 직업과 관련된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그리고 성공한 여성일수록 그만큼 더 외로워진다. (27)




지금 딱 물어본다면, 화면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몇몇 여성들이 생각나기는 한다. 박근혜는 공주님이었으니 예외로 하고. 강경화 외무부 장관, 유은혜 부총리, 심상정 대표, 이재정 의원우리 동네 시의원 ㅊㅅ.(이름이 외자임) , 그리고 영웅 정은경 질병관리 본부장.


나경원 의원은 포함되는 걸까 아닐까. 원내대표 시절, 여당과 합의 혹은 협의해 온 결과물을 가져오면, 당내의 깡패 같은 의원들이 결사반대하면서 그렇게나 구박했던 걸 생각하면, 포함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0-03-31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희진 쌤의 두번째 책도 읽고 계시군요! 저는 그냥 얌전히 모셔뒀는데..
저 저 책 가지고 있어요! [아주 작은 차이 그 엄청난 결과] 예전에 사뒀어요. 아직 읽지 않은 책 중에 한권입니다...

제 경우엔 사랑받지 않는데에 딱히 용기가 필요없긴 한데, 이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그리고 그 용기를 다들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랑만이 유일한 답도 아니고 지상 최고의 가치도 아니니까요.
[토이 스토리4] 보면, 자기를 데리고 있어줄 어린이를 기다리고 선택되고 싶은 인형이 나오는데, 그 인형과는 달리 어린이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냥 제 삶을 사는 인형도 나오거든요. 저는 누가 자기를 사랑해주지 않아도 찾지 않아도 잘 사는 그 인형이 아주 기억에 남아요.

단발머리 2020-03-31 18:51   좋아요 1 | URL
알리스의 책을 이미 가지고 계시다니 완전 부럽네요. 전 이번에 정희진쌤 책 읽다가 알게 됐어요. 아주 시원시원한 분이네요.

아직 235쪽까지 가지 못 해서 사랑받지 않을 용기에 대해서,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예상하자면 남자들이 원하는 여자, 남자들이 바라는 여성성에 갇힌 여자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들리고요. 또 하나는 그 바로 앞의 문장, 자기 비하를 그만두고 다른 여성을 존중하자,에서 여성들간의 연대를 강조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부분에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구요. 쭈욱 읽어나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