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를텐데 난 책을 홍보하는 데 불과한 띠지를 잘 버리지 않는다. 웬만하면 읽고 나서도 그대로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읽다가 불편해지면 거실 서랍장에 고이 보관해 두었다가 다 읽고 나서 책에게 띠지를 입혀준다(?). 이 책은 특별히 띠지가 참 예뻤는데, 다 읽은 후에 찾아보니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하여 내 책은 띠지 없이 헐벗은 모습.  

 

동네도서관 6군데에서 검색되지 않는 책이었는데, 옆동네 도서관 지하 서고에 잠자고 있기에 대출해와서 조심스레 읽었던 책이 『여성의 신비』다. 정희진 쌤의 해제를 담고 예쁜 모습, 새 이름여성성의 신화』로 다시 출간됐다. 밑줄긋기, 책소개, 간단한 인용을 더해 10개 이상의 글을 썼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새롭게 읽히기를.

 

















여성주의 책을 읽다 보면 베티 프리단의 이 책은 단골 손님 수준이다. 스테퍼니 스탈은 이 책을 읽었을 때 그의 삶에 다시 종이 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고전 읽기의 실천과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결과물이 가능했던 출발점이 바로 이 책이다. 카트리네 마르살은잠깐 애덤 스미스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에서 이 책에 대해 두 페이지 이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노동, 보이지 않기에 가치가 매여지지 않는 여성의 노동에 대해, 현대 여성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한 사회 및 경제 구조에 대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조망한다. 벨 훅스는 좀 다르다. 그녀는 이 책이 백인 중산층 교외에 살고 있는 전업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 책의 한계와 단점에 대해 아주 냉철하게 비판했다.

 

 

여성주의 책에서 워낙 자주 인용되다 보니, 자연스레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다. 책이 담을 수 있는 생각이라는 것은 한 가지이고, 어찌되었든 작가 역시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백인 중산층 여성에게만 속한 이야기라고 비판하며 건너뛰기에는 이 책이 고발하는 지점이 우리의 현실과 너무 가깝게 맞닿아있다.

 


한국의 여성 교육 수준은 세계 1위인 반면, 노동시장 진출의 질은 104, 언제나 100위권 밖이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100 58~62를 오간다. 교육 수준과 취업의 극심한 괴리는 고학력 여성을 결혼 시장으로 내몰고, 그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젠더-입시교육-부동산 문제의 핵심이다. (정희진 베티 프린단, 우리를 출발선에 다시 세우다’, 13)




조금 늦었지만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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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4-13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성실하고 단단한 읽기를 보여주는 테이블의 모습이에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은 책이며 커피잔과 받침이며 조화롭고 멋집니다. 펜꽂이도 도자기인가요? 예뻐요 예뻐@_@;;;
참, 저도 띠지를 함께 보관해요. 배송되면서 띠지가 찢기거나 구겨져서 오면 그렇게 속상해요ㅜㅜ

단발머리 2020-04-13 08:40   좋아요 2 | URL
제가 아주 애정하는 책이라 포스트잇이 빼곡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티코스터는 서니데이님이 전에 선물로 주셨던 거예요. 펜꽂이는 선배 언니 작품인데 꽃병이라고 주셨는데 저희집에서 생화 만나는 일이 워낙 드물어 펜꽂이로 쓰고 있습니다.
띠지 사랑 반가워요! 제 맘이 딱 moonnight님 맘입니다!!!

서니데이 2020-04-13 16:10   좋아요 1 | URL
moonnight님. 저희집 티코스터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0-04-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본받고 싶은 모습이에요. 전 쇼파에서 식탁에서 돌아다니면서 쪽읽기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독서가 정리가 잘 안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내 방, 내 공간’이 없어서 그런지도 몰라요. ㅜ ㅜ

단발머리 2020-04-13 08:45   좋아요 2 | URL
아이들이 쿨쿨 겨울잠을 자기에 가능하기도 하구요 ㅠㅠ 저도 식탁에서 주로 읽고 쓰는데 자꾸 저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있어 ‘내 방, 내 공간‘이 많이 그립습니다.

수연 2020-04-13 0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댓글 길게 썼다가 다 날아갔어요 -_- 요지는 나도 내 책상, 내 방 갖고싶다 이거였어요. 식탁을 책상으로 쓰고 있는데 식탁 말고 저도 나만의 책상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언제까지 식탁을 책상으로 써야하는걸까요. 아......

단발머리 2020-04-13 10:40   좋아요 2 | URL
저는 아주 오랫동안 김치 냉장고를 책상으로 썼고 그리고 이 댓글은 식탁에서 쓰고 있고요ㅠㅠ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이라고 외치고 싶네요. 모든 여성에게 책상을! 책상을! 책상을!

수연 2020-04-13 10:55   좋아요 1 | URL
근데 저 까만 물은 뭐여요? 아메리카노 설마?

단발머리 2020-04-13 10:57   좋아요 2 | URL
네네 그렇습니다! 카누 블랙 미니 반을 넣고 물을 잔뜩 부어만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 아메리카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오늘 아침에 시작했습니다. 서문 읽기를 막 끝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여즉 서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0:42   좋아요 0 | URL
서문이 참 다양한 버전으로 준비되어 있지요. 전 이제 반 정도 읽었어요, 라고 쓰고 싶은데 이제 막 챕터 1 중반을 지났습니다.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04-13 11:11   좋아요 0 | URL
아이쿠. 저도 서둘러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04-13 11:40   좋아요 0 | URL
천천히 오세요. 저 전동킥보드 타고 갈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syche 2020-04-18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이들 둘이 떠나 빈 방이 생겼는데도 거실의 식탁이 좋더라고요. 거실 구석에도 책상 가져다 놓고 컴퓨터도 두었는데도 식탁을 쓰는 게 완전 몸에 배었나봐요. 셋이 있을때는 식탁 반은 내가 어지러놓은 대로 놓고도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지금 애들이 다 와 있어서 밥 먹을 때마다 치우느라 엄청 귀찮은 데도 습관을 바꿀 수가 없네요.

단발머리 2020-04-19 22:16   좋아요 0 | URL
psyche님에게도 식탁이 책상이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지금 식탁에서 댓글을 읽고 댓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식탁에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나요.
작가의 식탁도, 번역자이신 psyche의 식탁도 덕분에 멋진 책상이 되었네요.
미국 코로나 뉴스 들을 때마다 걱정이 되네요. 가족 모두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래요, psyche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