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아 소파에 삐딱하게 기대 책을 읽는다. 엄마, 읽는 뭐야? 이거? , 제목이 뭐야?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그제야 알겠다. 내가 읽는 책의 제목을 물어보는 이유를. , 이거 만화야. 물어보지 않는 굳이 말해준다. 내가 좋아할 만한 만화겠나. 내가 읽을 만한 만화겠나. 고민하는 어린이 1. 화난 여자들의 화난 표정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괴짜 탐정의 두번째 사건노트 2』 돌아간다. 각자 자기 책으로, 자기 세계로 돌아간다.  




1. 페미니즘의 작은 역사 





나는 모든 책을 설렁설렁 읽는다. 읽고 나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생각해보니 교과서도 그렇게 읽었다. 꼼꼼하게 읽은 거라면 <성경> 뿐인데, 성경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기억을 한다. 근래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읽는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특한 생각을 했다. 이런 책을 읽고 나서페미니즘의 역사 작게나마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면 좋으련만. 평생의 습관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 같고, 길은 멀다. 














2. 여자라는 문제 















부제는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이다. 여자가 어떤 일을 없다고 주장할 때의 근거는 여자의 뇌가 작다는 것이었다. 남자의 뇌보다 작고 부드럽고 폭신하고 가벼운 물질로 이루어진 여자의 . 정리 정돈을 위한 여자의 .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없는 여자의 . 







여성이라면 연약한 손목과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가정부와 여자 노예, 탄광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남자같은 손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했다. 

 






3. 흑인 페미니즘 사상 





인종,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가 서로 맞물리면서 작동하는 여러 억압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 없이는 지속되지 못한다. 세릴길케스가 주장한 대로, “흑인여성이 불평등의 전체 구조와 갖가지 방법과 형식으로 표현되는 인종차별주의에 담대하게 저항하는 것은 기존 질서의 유지에 지속적이고 다층적인 위협이 된다”. 흑인여성을 유모, 가모장, 복지수당 수령자, 섹시한 여자 등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묘사하는 것은 흑인여성억압을 정당화하는데 복무한다. 흑인여성을 억압하는 통제적 이미지 controlling images 도전하는 것은 흑인 페미니즘 사상의 핵심 주제이다. (129) 





책을 조금 일찍 읽었어야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열심히 읽어서 겨우 184. 반납일을 5 앞둔 사람이 말은 아니지만 





4.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 





<이주의 발견>으로 책을 꼽는다. 그대로 페미니즘 리부트의 시대. 출간되는 페미니즘 도서를 모두 읽을 수는 없다. 소설도 읽어야 하고, 시도 읽어야 하고, 무더기로 출간되는 페미니즘 도서 중에서  책은 빛난다. 페미니즘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가 치른 곤욕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뜨거운(?) 고등학생들과의 페미니즘 공부는 실천하는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여성혐오에 대한 아래 문단은 가히 압권이다. 



대한민국에 여성혐오가 어디 있냐며, 이제는 남자가 살기 힘든 시대라 주장하는 남자들이 많다. 그런 분들 같이 모여 러시아 한번 가보시면 좋겠다. 늦은 길거리를 누비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보도록. 현지인 친구에게 인종차별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는 하소연을 했다가요즘 세상에 인종차별이 어디 있냐 핀잔을 들어보도록. 모든 백인이 그런 아니니 일반화하지 말라고, 자신을 욕하는 같아 기분 나쁘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그럼, 아니 그래야만 당신도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에 공감할 있을까? (80) 




남자가 페미니스트일 있을까.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있을까. 어느 만큼 여자를 이해할 있을까. 오바마 같은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가진 아빠가 페미니스트가 되기 쉬울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같다. 저자는 자신의페미니즘 사고 시작된 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자연(?)스럽. 고단한 엄마의 삶이 자신의 삶에 대한예고편이라는 사실을, 여자들은 불길하게 예감한다. 




열두 아이의 눈에도 어머니는 힘겨워 보였다.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어 가사노동을 시작했다. 빨래와 청소, 설거지 정도는 어렵지 않았다. 지친 얼굴로 퇴근한 어머니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는 대신 이불을 덮고 소파에 눕는 것이 좋았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들.” 어머니는 혼자 끓여 먹은 라면 그릇을 씻어도 고맙다고 했다. 이상했다. 함께 먹고 같이 입고 모두가 더럽히는데, 씻고 빨고 청소하는 오롯이 어머니의 역할인 이해되지 않았다. (27) 



엄마,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힘들어하는 보면서 엄마를 돕고 싶다고 생각하는 열두살 아이. 내가 있는 선에서 엄마를, 내가 사랑하는 엄마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하는 열두살 남자 아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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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08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달린 제 댓글에 대한 단발머리님의 답글과 이 글, [페미니즘 시작의 사고]를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단발머리님은 답글에서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 억압의 원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 백인 여성의 흑인여성 차별은 흑인여성 억압 문제와 별개라고 생각하시나요?

단발머리님은 《흑인 페미니즘 사상》 129쪽 문장을 인용했어요. 그 문장 내용에 따르면 흑인 페미니즘은 불평등뿐만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상입니다.

단발머리 2018-07-08 20:47   좋아요 0 | URL
일단 저는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끝까지 읽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서, 129쪽을 인용한 겁니다.

cyrus님 댓글대로,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중산층의 삶 개선과 인권 신장에 집중했고, 흑인 여성의 문제를 외면했어요.‘
그랬습니다.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에게 시급한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겠죠.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분개했을 테고요.
전 다만. 쉽게 이것이 모두 백인 여성 탓이다, 백인 페미니스트가 ‘원인이다‘라고 말하는 게 불편합니다.

인종의 측면에서 백인 여성은 가해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겠죠.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같은 인종에 속한 남성의 편에 섰을 테니까요. 하지만 젠더의 측면에서 백인 여성은 흑인 여성과 똑같이 피해자입니다. 페미니즘이 인종, 계급, 젠더 억압의 상호 연관성까지 밝혀내는 것으로 확장되는 것에 동의하지만, 백인 여성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건 아닐까요?
페미니즘의 역사를 어느 위치에서 이해하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다른 인종, 계급, 젠더를 악의적으로 억압해 온 백인 남성들이 있습니다.
페미니즘 의식을 갖게 되었지만, 아직 과거의 인종, 계급 차별에 익숙한 백인 여성들이 있습니다.
백인 여성들이 나쁘다, 라고 말하는 것에, 그렇게 쉽게 말해버리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저는 단정하는 듯한 cyrus님의 댓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네요.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간의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밝힌 사상이 흑인 페미니즘 사상입니다.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중산층의 삶 개선과 인권 신장에 집중했고, 흑인 여성의 문제를 외면했어요. 계급, 인종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백인 중산층 여성’을 기준으로 여성 문제에 접근한 백인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 운동의 분열을 초래한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cyrus님은 이미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다 읽으셨고, 요약의 의미에서 이렇게 댓글을 쓰실 수도 있겠지만...
다시 한 번 읽어보십시오. 댓글로서는....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읽힙니다.
저만 그런가요?

cyrus 2018-07-08 21:22   좋아요 0 | URL
제가 백인 여성이 나쁘다고 말했나요? 저는 그런 의도로 백인 여성을 비판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단정적으로 주장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네요..
 




 
















다들 보부아르와 사르트르를 떠받들던 시대,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처녀시절』 같은 책을 보란 듯이 들고 다녔던 사노 요코. 그녀의 속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보부아르가 싫었다. 몸이 튼튼해서 싫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고 치아가 볼에 박혔는데도 태연하게 주일이나 여행을 계속했다. 친구 중에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이상적인 남녀관계로 신봉하고 그대로 따라하는 바람에 인생을 망친 여자도 있다. 


사람의 결사적인 철학과 행동에 대해 뭐라고 비난할 있을까? 


나는 그녀의 강인한 체력이 못마땅했을 뿐이다. 여자는 뇌나 뼈에 치아가 박혀도 태연하지 않을까? 이런 속내도 다른 사람에겐 말할 없었다. 나는 그저 약하고 머리 나쁜 여자였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보부아르를 무시할 있었다. 그래, 그래, 잘났다. 자식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있지. 그렇게 살아. 나하곤 상관없어. 나는 사는 힘들거든. 일상이 힘들면 생활이 철학이 . (164)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지 않았고, 그리고 일생 태반의 시간을 호텔에서 머물었던 보부아르, 강철체력에 결사적인 철학을 구가했던 보부아르를 사노 요코는 싫다고 말한다. 보부아르에게도 한계는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여성운동의 선봉에 섰던 보부아르가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 역사를 이끌었던 훌륭한 위인들이 모두 도덕적으로 완벽했던 아니다. 보부아르에게, 특별히 보부아르에게 엄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부아르의 장례식장에서 엘리자베스 바댕테르가 낭독했던 조사처럼 세상 모든 여성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전부 보부아르 덕택이라고까지 것도 없다. 다만, 『2 성』 통해 본성이라 여겨졌던 소극적, 의존적인 여성성이 사회적 구조와 모순에 의해 구성된 사회적 문화적 산물에 불과한 것임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여성이 본질적 타자, 완전한 타자로서 인식됨으로써 여성 억압이 강력하게 구성되었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그녀의 공은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젊은 부부와 어린 아이가 있다. 나는 아들 외에 다른 아이를 진심으로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는 아들 이상으로 귀여웠다. 나는 아이들이 얼마나 귀여울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수만 있다면 30 전으로 돌아가 다시 귀여움을 느끼고 싶다. 60 전으로 돌아가 야무지고 강한 아이로 한번 살아보고 싶다. 젊은 아버지가 말을 타고 바람처럼 달려와 잃은 어린 나를 찾아내어 영화처럼 안아주길 바란다. 그리고 40 전으로 돌아가면, 배웠다고 억지 이론을 늘어놓거나 남녀평등을 외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그저 엄마로서 아내로서 식구를 먹이기 위해 치즈를 만들고, 쇠똥을 태워 고기를 굽고, 쇠똥을 갖고 노는 아이를 묵묵히 지켜보고 싶다. 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 식사를 하면서 최소한의 필요한 말로만 소통하고 싶다. (171) 



『처녀시절』 보란 듯이 들고 다니던 사노 요코가 말한다. ‘40 전으로 돌아가면, 배웠다고 억지 이론을 늘어놓거나 남녀평등을 외치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그저 엄마로서 아내로서 식구를 먹이기 위해 치즈를 만들고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 그녀가 보았던 영화는 <동굴에서 나온 누렁 >라는 제목의 몽골 영화이다. 푸른 초원 파오, 말을 타는 젊은 아버지, 쇠똥을 갖고 노는 아이들, 그리고 식구를 먹이기 위해 치즈를 만드는 아내. 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는 아내. 



나는 사노 요코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일단.  


1) 배웠다고 : 페미니즘은 배우지 않아도 있는 학문이다. 사회와 구조 속에 너무나도 깊숙이 뿌리 박힌 가부장제의 흔적을 여자들은 대부분 안다. 가부장제, 페미니즘, 여성혐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남자들 그렇지 ,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라고 말할 뿐이다.  


2) 억지 이론을 늘어놓거나 : 페미니즘은 억지 이론이 아니다. 억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구의 혹은 (희망적으로는) 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을 뿐이다.  


3) 남녀평등을 외치며 :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남녀평등.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 남자와 여자가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게 하자. 


4) 세상 밖으로 나가지 말고 : 여자를 가두어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세상 일에, 정치에,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자리에 나가고 싶지 않다면, 그건 개인의 선택이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면,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된다. 



보부아르가, 여성주의가, 페미니즘이 적잖이 그녀의 삶을 곤란하게 했을 거라 혼자서만 예상한다. 나를 포함해 사람들은 다른 이의 삶에 대해 쉽게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만, 타인은 없다. 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사노 요코의 어려움은 오로지 그녀만 있다. 『처녀시절』 들고 다녔던 사노 요코가 이렇게 말할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의외라고 한다면, 동의할 없는 문장들 옆의 이런 문장이다. 



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 



기다리는 사람이 여자냐고 물을 있겠다. 같이 말을 타고 나가지 않으려 한다거나, 멀리 나가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 것이냐고도 말할 있다. 나는 그저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 사노 요코의마음이해한다고만 말할 있다.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 X 민주주의』에서 정희진은 말한다. 




톰과 제리의 이야기를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로 바꾸면 어떨까요. 남성은 여성의 노동 없이 존재할 없죠. 누가 고양이고, 누가 쥐일까요? 아무리여성 상위 시대의 피해의식 시달리시는 남성도, 남성이 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고양이는 남성이고 여성이 쥐라고 말할 있겠지요. 강자와 약자. 


그런데 문제는 이거죠. 톰과 제리는 섹스를 하지 않아요. ‘재벌하고알바 섹스를 해요. 그런데 남성과 여성은 적대적 모순관계인데, 섹스를 합니다. (20) 







톰과 제리처럼 천적 관계, 고용주와 노동자처럼 모순 관계에서는 서로를사랑하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다. 섹스의 전제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아니다. 적대적 모순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은 섹스를 한다. 외적 존재인 상대방을 사랑하고, 서로의 진심과 사랑을 원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갈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이상적 가족에 대한 기대는 깨어진 오래다. 특정한 형태, 특별한 구성의 가족만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류다. 결혼하기도 하고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에게는진지하고 헌신된 관계 대한 갈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들 역시 진지한 헌신의 관계, 사랑과 의탁의 관계를 원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표현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다. 



나를 알아온 사람.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해주고, 나의 어떤 점까지도 이해해주는 사람. 


작은 일에도 나를 도와주려 애쓰고,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람이 말을 타고 멀리 나갈 , 그리고 금방 돌아오겠다고 말할 , 


그의 말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고 말이다. 



말을 타고 멀리 나가는 남편을 그저 믿고 기다리고 싶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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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나 다려라! Iron my shirt!” 2008 힐러리가 뉴햄프셔주 세일럼Salem 고등학교 강당에서 연설을 하는 도중 어떤 젊은 남자 명이 관중석에서 피켓을 들고 일어서더니 거기에 적힌 글을 큰소리로 외쳤다. 그의 외침은 멈출 몰랐고, 사람이 야유에 동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은 보스턴의 라디오 방송국 직원들이었다. 


힐러리는 웃으면서성차별의 잔재는 여전하군요라고 말했고, 젊은이가 밖으로 끌려 나간 무례한 시위를 자신의 메시지와 연결시켰다. “지금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신 것처럼 제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다른 이유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고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들딸과 자녀, 나라, 그리고 세계의 여성들을 위해서요.” (270)  



인간의 다양한 활동 일부를 여성의 , 남성의 일로 구분하고, 이에 적합한 성역할에 남성과 여성을 고정하려는 노력은 농경생활이 시작된 이래 계속되어 왔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은 가정 안에서 이루어졌다. 출산과 육아, 옷을 만드는 일과 음식을 만드는 것이 여성의 일이다. 






여성들의 장소는 집이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천과 옷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양털이 실이 되고 실이 다시 천이 되려면 물레는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야 했다. 작가 크세노폰은 물레질이여성에게 가장 명예롭고 가장 적합한 이라고 말했다.(<처음 읽는 여성 세계사>, 76)









여성이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할 조롱과 멸시가 이어진다. 미국의 양당 중의 하나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힐러리에게 셔츠나 다려라!”라고 말할 있는 조건은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 뿐이다. ‘셔츠를 다리는 자체로 말한다면 그것은 중성적이고 무성적인 일이다. 남성과 여성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지 않는 일이다. 자궁의 유무와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집에서 남편의 셔츠를 다리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집단에 속한 여성에게 셔츠나 다려라!”라고 말하는 것은 모욕적이고 적대적인 언사다.    



셔츠나 다려라!” 자매편이라면집에 가서 샌드위치나 만들어라!” 있겠다. 나는 스브스의 카드 뉴스를 보고 16세의 호주 소녀제이드 하미스터 야무진 유머감각에 완전 반해버렸다. 제이드 하미스터는 14살에 최연소로 북극을 탐험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테드 강연 영상이 온라인에 게재된 샌드위치나 만들어 달라!” 댓글들이 여러 달렸다








샌드위치나 만들어라!” 문구는 미국에서 여성을 비하할 자주 쓰는 표현으로, 2008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을 반대하던 온라인 커뮤니티 이름도힐러리, 대선 나가지 말고 샌드위치나 만들어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이드는 일부 남성들의 이런 질시에 굴하지 않고 남극과 북국, 그린란드까지 가로질러 또다시 최연소 기록을 깼다. 그리고 이런 기념 사진을 남긴다. <SBS 스브스 뉴스, 2018.02.13> 








샌드위치 만들었으니 37 동안 600km 스키 타고 남극으로 와서 먹어.” 





그녀/그의 피부색이나 태어난 계급의 조건에 맞는 직업, 감정표현, 옷차림, 섹슈얼리티, 가사 노동 일생 전반에 걸친역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계급 역할(당신은 가난하므로 공부하면 된다)”이나인종 역할(당신은 흑인이므로 실업자가 자연스럽다)” 같은 표현은 없다. 반면, 역할(gender role, “여자는 애를 낳아야지”)이란 단어의 존재는 성차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정치인지, 젠더가 얼마나 인식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인지, 얼마나 탈정치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24) 







젠더가 정치의 영역이라는 것을, 성차가 계급으로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남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요즘 가끔 한다. 젠더가 사회 구조 속에 인식하기 어려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이고, 문화라는 이름으로 덮어졌기 때문이고, 본성이라는 거짓 속에 감쳐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조차 사회 속에서 여성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알지 못했다. 온실 정도는 아니었을지라도 두꺼운 보호막이 쳐진 조직 속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왔다는 아주 최근에서야 알았다. 가장 약한 사람, 고통 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사람, 공감하는 사람, 공감할 아는 사람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거대한 구조 속에 깊이 감춰진 안타까운 모순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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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7-0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이드 넘나 멋지네요...저도 반해버렸습니다. ♡.♡

단발머리 2018-07-02 16:16   좋아요 0 | URL
남극, 북극, 그린란드 투지와 용기에도 놀랐지만, 그 유머 말이죠~~
와서 먹어라, 샌드위치~~
완전 반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라로 2018-07-0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역시 셔츠도 알아서 다려입고 샌드위치도 자주 만들어주는 남편 덕분에 여성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조그만 일이라도 노력하고 싶어졌어요. 단발머리 님의 이런 포스팅 덕분이기도 하고요. 화이팅!!

단발머리 2018-07-02 16:19   좋아요 0 | URL
저는 셔츠를 다리지만 샌드위치는 안 만들면서 살아요. 라로님 댓글 읽으니, 저도 조금만 일이라도 노력해야겠다 생각이 들어요.
라로님과 함께 화이팅을 하게 되니 아주 좋네요. 그나저나....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지네요.
집에는 식빵만 있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 29. 200원씩 모아 5,800. 결정의 시간, 이북을 돌아본다. 아무튼 시리즈 이렇게 권이 추려졌다. 『아무튼 스릴러』가 제일 먼저 탈락하고, 『아무튼 피트니스』와아무튼 외국어』 중에서 고민한다. 습관처럼 혹은 습관대로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책을 검색한다. 『아무튼 피트니스』는 바로 대출이 가능한데, 『아무튼 외국어』는 대출 중이다. 읽고 싶지만아무튼 외국어』를 2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 『아무튼 외국어』의 <바로구매> 버튼을 누른다. 

















이주의 책은흑인 페미니즘 사상』이었다. 훌륭한 책이라면 모두 그렇지만 책은 정말 놀랍다. 페미니즘 공부는 목적지가 없다. 방향도 없고 목표도 없다. 숙제도 없고, 물론 정해진 텍스트도 없다. 나는 권을 읽고 권을 읽는다.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읽고, 근간인 책을 읽는다. 열혈 응원해 주시는 분이 계셔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 간다. 읽고 줄을 치고 읽는다. 읽다가 천천히 읽다가, 이런 구절에 나는 전율한다. 



근거 없이 단언된 대로 여성이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라면 흑인여성은 어찌해서노새취급을 받으면서 고단한 가사노동을 할당받는가? 좋은 어머니란 가정에 머물면서 자녀를 돌보는 존재라면 생활보조금을 받고 사는 흑인여성은 자기 아이를 탁아소에 맡겨두고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하는가? 여성의 가장 고결한 임무가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면 10 흑인 어머니는 임플란트 피임기구와 피임약을 사용하도록 강요받는가? (39)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간의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강조해 여성주의 운동의 분열을 조장하는 비겁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흑인 여성의 출발점 자체가 백인 여성과 비교할 없을 정도로 열악하고 비참했던 또한 부인할 없다. 흑인 여성이 말하는, 흑인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된 페미니즘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나는 책을 끝까지 읽을 테고(자기암시), 읽게 테지만(자기 실현적 예언), 그럼에도. 책은 두껍고, 글씨는 작다. 그게 바로 내가 <이주의 > 뒤로 하고 <주말의 > 찾은 이유다. 



<주말의 > 『아무튼 외국어』는 새로운 외국어에 대한 끝없는 끌림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튼 외국어, 어쨌든 외국어.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16 국어를 구사하는 헝가리 출신의 통역사 롬브 커토는 그녀의 언어 공부』에서 외국어 배우기는 공부한 내용이 아무리 적더라도 바로 사용/활용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마녀체력』 이영미는우리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가지또는사람을 매력 있게 만드는 가지독서, 운동 그리고 외국어 꼽았다.(139) 하지만 외국어를 시작한다는 어디 쉬운 일이던가.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어떤 이유로, 어떤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외국어 배우기를시작했을까. 가수 이적은 일본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을 땄다고 하고(101), 서강대 철학과 강영안 교수님은 키에르케고르 원서를 읽어보겠다고 무심하게 네덜란드어를 마스터했다고 한다.(168) 단테의 신곡을 읽으려고 이탈리아어를 시작한 사람도 있다. 오에 겐자부로. 새로 공부한 이탈리아어로 <지옥편> 앞부분 일부를 외웠다고 했지. 정도면 기인열전 수준이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은 도달할 없는 어떤 심오함에 가뿐하게 착지하는 놀라운 점프력. 



저자는외국어 3개월 정도만 배워보기라는 취미활동, 바이엘 상권 반절 떼기나 <수학의 정석> 집합 부분 공부하기 같은 자신의 특별한 취미활동의 이유를 찾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말이 불어인 것은 알겠는데 무슨 말인지 없어 안타까운 순간을 선사하는 전공 프랑스어부터 시작해 모호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많은 규칙을 만들어내는 애쓰는 독일어. ‘A학점폭격을 맞고 싶어 시작했던 스페인어, <화양연화> 보기 위해 시작한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 최근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사서, 아침 저녁으로 둘러보는(?) 심정이 바로 이렇지 않을까. 하하하.  



다들 어려워하는 번째 고비에서 떨어져 나온 후로도, 어쩐지 일본어는내가 마음만 먹으면금방 있을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냥 두고(?) 있는데, 마치우리 애가 공부를 해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성적이 올라갈 이라고 생각하는, 공부 못하는 자식을 부모이 심정이 혹시 이런 건가, 싶다. (100) 
















사실, 내가 바라는 그런 아닌가 싶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아닌가 싶다, 아니라 그렇다. 나는 취미로 시작해서, 재미로 시작해서, 심심풀이로 시작해서 전문가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을 동경한다. 2 전부터 듣고 있는 팟캐스트 <피아노홀릭> 진행자이자피아노홀릭』 저자 김영욱 피디처럼 말이다. SBS 피디로 음악 프로그램 <김정은의 초콜릿> 담당했던 김영욱 피디는 초보자들을 위한 피아노 음악 즐기기 가이드북을 내놓았는데, 책이 바로피아노홀릭』이다. 신기한 사실은 저자 자신은 학원에서 바이엘 ,하권 정도만 교습 받은 상태에서 모짜르트, 베토벤, 하이든, 슈베르트, 쇼팽의 곡을 연주한다는 . 피아니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피아니스트에 못지 않다,라는 평이 전혀 아깝지 않은 연주실력을 뽐낸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헌책방과 서점을 휘저으며 악보와 음반을 모으고, 오로지 독학으로 이정도의 연주와 이정도의 이론 설명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모든 것은 취미였으니. 그냥 좋아서. 재미있어서. 즐거워서. 



하지만, 나는 그렇게 없을 같다. 이런 삶을 동경하지만, 내가 선택한 취미라도, 하고 싶어 시작한 외국어 공부라도 이렇게 연속적으로 재미있게 자신은 없다. 노력하지 않고 얻고자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기에 여기에서 그만 접으려 하다가도, , 작가의 이런 말에 그만   



대단한 대가가 되는 같은 애초에 기대할 없는 , 열심히 해도 잘하기는 쉽지 않은 , 무엇보다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매달리고 싶어지는 그런 때가 있다. 요약하면 그것이 바로쓸데없는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 이런 뜬금없는 질척거림, 모르는 말에 대한 쓸데없는 동경이 때때로 한국어로 가득 지루한 일상의 마라톤을 버티게 해주기도 한다. (75) 


















식구 명이 공부했다던 혼자 끝내는 일본어 첫걸음재팬이지』 펼친다. 



쓸데없는 일을 

시작하고야 만다. 

아무튼 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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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7-0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간의 현실과 인식의 차이’를 밝힌 사상이 흑인 페미니즘 사상입니다. 백인 페미니스트들은 중산층의 삶 개선과 인권 신장에 집중했고, 흑인 여성의 문제를 외면했어요. 계급, 인종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백인 중산층 여성’을 기준으로 여성 문제에 접근한 백인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 운동의 분열을 초래한 원인으로 볼 수 있어요.

단발머리 2018-07-08 19:40   좋아요 0 | URL
백인 여성의 페미니즘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분명 있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백인 남성, 서구, 자본주의, 가부장제의 억압이지 백인 여성이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라로 2018-07-0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 홀릭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에요!!! 막 반가운~~~😍 그분의 파드 캐스트가 있군요. 예전에 그분인가 다른 분인가 작가가 직접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기도 했는데 기억이;;;; 이누무 기억력~~~~ㅎㅎㅎㅎㅎ
이러고도 저도 외국어 한다고 깝칩니다. 제 문제점은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하려고 한다는 것. 님의 글을 읽으니 욕심 부리지 말고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

단발머리 2018-07-08 19: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김영욱 피디의 팟캐스트 <피아노홀릭>에 지금까지의 방송과 연주분이 고스란히 올려져 있어요. 관심 있으시면 들어보셔도 좋을것 같아요. 김피디도 인정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이 떨어지고 아주 맛깔스러운 방송입니다.
전 최근에...... 라로님이 북플에서 소개하신 <내 생애 한번은, 피아노 연주하기> 찾아 읽었답니다.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기호의 신작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에서 <최민진은 어디로>,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한정희와 > 읽었다. 이기호의 책은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읽었고, 『 박사는 누구인가』 대출해 놓았다. 



표제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제목이 스포일러다. 교회 오빠 강민호는 누구에게나 두루두루 친절하기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엉뚱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모른 , 누군가를 돕겠다며 여전히 친절한 태도로 나타나는 교회 오빠의 무심함이 얄밉다. 잘못했다 집어서 말할 없기에 더욱 그렇다. 



<한정희와 >현재 가장 절실한 문학의 윤리 숨김없이 드러내 보였다는 평을 받으며 17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한정희와 맺고 있는 복잡한 가족관계는 장치에 불과하다. ‘한정희에게서 조금 떨어뜨려 놓음으로 해서 갈등의 면면을 세세하게 그리려 아닐까 생각한다. ‘ 한정희에게 말은, 상대방에게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 말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해서는 되는 . 그럼에도 가끔 버리고 마는 . 상처를 주는 . 후회를 부르는 . 그리고 돌이킬 없는 . 



첫번째 수록작 <최민진은 어디로> 좋았다. ‘ 중고나라에서 자신의 장편소설에 대한 야박한 평가와 함께 그의 책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알게 된다. 판매자를 직접 만나기 위해 직거래를 제안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화자가라고 때마다 이야기의 어디까지가 소설가이기호 이야기인지, 어디까지가소설가이기호의 상상인지 궁금해진다. 




그의 소설집에서는후회 보인다.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을 끝까지 쫓아가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모를 오기. 도망쳤던 상대방에게서 듣는 , “… 말을 들으려고 마음을 때린다. 내가 이긴 같지만 조금도 통쾌하지 않다. ‘ 대한 모욕은 옅어졌겠지만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절망에 대해, 절망의 크기에 대해 생각한다. 찌질한 것은 참을 있지만, 모멸감은 참을 수가 없다. 근근하게 살아내는 가난은 감당할 있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삶은 감당할 없다. 삶을 지나쳐 절망에 대해서는 말할 있지만, 평생 삶을 떠나지 않을 절망에 대해서는 침묵할 밖에 없다. 



내가 되새기는 후회는 얼마만큼인가. 

내가 이해할 있는 절망은 어디까지인가. 

내가 감당할 있는 현실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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