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책이다. 사람들에게 숨겨지지 않는 , 숨길 없는 몸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쩌다 록산 게이가 현재의 안에 살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백이다. ‘용기란, 인생이란, 페미니즘이란, 글쓰기의 모범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정희진은 썼다. 정확하며 적확하다. 록산 게이는 고통에 맞서는 용기를 가지고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풀어낸다. 진실이 전하는 무게는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녀는 그녀 식대로 풀어간다. 동정이나 공감이나 조언을 바라지 않으면서(57). 그렇게 안에 사는 자신을, 자신의 인생을 보여준다. 



나는 문단에서 읽기를 잠시 멈췄다. 벌목꾼의 아내, 나를 사로잡았다. 



박사 학위 과정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스턴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았다. 작가로서도 조금씩 이름을 알려가고 있었다. 희망이 있다고 느낄 모든 이유가 있었다. 존과 나는 우리의 앞날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나누었다. 그는 내가 이곳에 남아주길 바랐다. 나의 일부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냥 이곳에 눌러앉아 벌목꾼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부분은 내가 가는 곳에 그가 따라와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나는 5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이 이루지 못하는, 특히 흑인 여성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루었다. 나는 우리 러브 스토리의 해피 엔딩을 믿고 싶었다.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가 나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겠다거나 프로포즈를 한다거나 하는 웅장한 제스처를 보여주길 기다렸다. 나도 그런 것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다. (134) 



박사 학위 과정의 마무리 단계, 작가로서도 조금씩 이름을 알려갈 즈음,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계속 함께 하고 싶었다. 그가 프로포즈하기를, 그가 삶의 터전을 옮기는 과감한 결정을 해주기 바랬다. 직업적 성취를 목전에 두고 있는 그녀 곁에 있어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람은안녕이라는 없이 담담하게 이별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록산 게이는 자신을 탓했다. 자신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유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내게 반복해서 경고했다. 남자 파트너는 내가 자신의 섹시하고 반항적인 후배인 , 그리고 자기가 우월한 멘토가 있는 지성에 신경 쓰지 않지만, 내가 그를 능가하고 추월하면 달라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말로 지지를 거둬들였고, 나는 내가 뭔가를 잘못했다고 느끼는 비이성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187) 








자신의 파트너가 자신을 추월했을 , 자신보다 학문적 명성을 많이 얻게 되었을 , 훅스의 남자는 그녀를 떠난다. 훅스에 대한 응원과 격려는 그녀가 자신보다 처지에 있을 때만 주어진다. 자신을 넘어선 여성, 자신보다 능력 있는 여성 옆에는 있어주지 못한다. 응원하지 한다. 기나긴 박사과정 내내 학문적 동지였고, 그녀의 성공을 응원했으며, 경제적으로도 그녀를 돕기 위해 노력했던 남자. 바로 남자가 말이다. 





『랩 걸』 호프 자런은 팽나무의 씨를 강화하는 광물질이 오팔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 앞으로 과학자로서 살아가게 스스로를 인식한다. 






But as satisfying as it was, it still stands out as one of the loneliest moments of my life. On some deep level, the realization that I could do good science was accompanies by the knowledge that I had formally and terminally missed my chance to become like any of the women that I had ever known. (91) 








물론이다. 호프 자런은 여성일 아니라, 과학자다. 그녀는 이제 과학자로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순간에 그녀는 자각한다. 이제 나는 보통의 여자들의 삶과는 멀어졌구나, 이제 나는 그런 삶을 없겠구나. 호프 자런이 자신과 같은 직업군에 속해 있으면서 크게 성공한 여성을 보지 했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중요한 그녀가 보아왔던 대부분의 여성들은아내-어머니-주부 규격에 맞춰 살았다는 점이다. 그녀가 확고한 업적을 쌓으면서 동시에 행복한 가정을 이룰 있었던 , 덕분이다. 연구 협력자 빌이 연구소에서 그녀의아내 되어 주었기에, ‘아내 역할을 감당해 주었기에 가능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고 기억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품을 완성한 아내에게 보여준다고 했다. 아내가 스토리 혹은 전개 방식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 처음에는 화도 나고 속상하지만, 나중에는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여 작품을 수정한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김영하는 <알쓸신잡 시즌 1>에서 아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소설을 아내에게 도움을, 굉장히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아내라는 이유로, 아내가 과소평가되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스티븐 킹의 아내 테비가 쓰레기통에 처박힌캐리』 원고를 찾아내 스티븐 킹에게 다시 써보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나는, 하루키의 아내가, 김영하의 아내가, 스티븐 킹의 아내가 그녀들의 남편과 공동작업을 했다고 말하는 아니다. 그녀들의 노력과 수고를 알아달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들 곁에는 배우자의 성공과 성취를 도와 , 혹은 응원해 사람이 있다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록산 게이, 훅스는 그런 남자들을 갖지 했다. 직업적 성공이 바로 앞에 펼쳐지고 있을 , 꿈꾸던 ,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일을 함께 기뻐해주고, 함께 즐거워해줄 사람이 없었다. 좋아하는 , 잘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해야한다는 현실이, 그녀들의 현실이었다. 

 


주인공의 자리에 남자가 위치하고 아내가 그를 보조하고 도와주는 일은 흔하지만, 주인공의 자리에 여자가 위치하고 남편이 그를 보조하고 도와주는 일은, 이렇게나 보기 힘들다. 아내가 여왕 쯤이 된다면 모를까. 



여왕 정도는 되야 여자도 가운데에 앉을 있다. 

여왕 정도는 되야 여자도 주인공이 있다. 

여왕이 아니라면. 


, 여왕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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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4-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랩 걸, 북플 이웃님들이 하도 좋다고 해서
작년 가을에 사두었는데 여적 못 읽고
있네요...

빨랑 읽어야 하는 책들 읽고 나서 도전해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8-04-07 12:38   좋아요 0 | URL
책 한 권, 한 권 의미 없는 책은 없겠지만, <랩걸>은 제게 좀 특별해요.
하도 그 책 광고를 많이 봐서요. 혹은 표지의 식물때문에요.
좀 편안하게 이 책은 내 스탈일이 아니야, 읽지 않아도 되겠어, 하다가 나중에 읽게 되었거든요.

과장하거나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전해졌던 따뜻한 감동이 레삭매냐님께는 어떻게
전달되지 궁금하네요. 읽어야 하는 책들 마치시고 즐거운 도전후기 기대합니다^^
 

















지지난주 토요일에 유홍준 교수님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 사인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 조용히 줄을 서있다가 큰아이 초등학생일 녹색어머니 활동을 함께 했던 ㅎㄹ엄마를 만났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이 함께 왔다며 부러워했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점심을 먹이고 달래서 데려왔다 했고, ㅎㄹ엄마는 아이들은 이제 무엇으로도 꼬실 없다고, 지금은 학원에 갔다고 했다. 1초간 모를 미소. 아이들을 나란히 앉히고 박수로 유홍준 교수님을 맞았다. <어두운 오늘을 찬란한 미래로 바꿔줄 역사의 >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노트북과 연결된 파워포인트 화면이 켜지자마자 전체 조명이 약해졌다. 



시작과 동시에 큰아이는 서둘러 꿈나라로 떠나 버리고, 누나의 여행길에 동행하고자 둘째 역시 점퍼를 머리에 뒤집어쓴다. 바로 뒷자리에 ㅎㄹ엄마가 있다. 1초간 모를 미소는 의문의 1패로 변신. 가족끼리 오붓하게 꿈나라로 가는구나. 야나문 <작은 책방 투어>에서 유시민 작가님과 눈맞추는 거리에서도 바로 나라로 여행가더니, 오늘을 기억해 평생 너를 놀릴 것이다,라고 혼잣말을 하고는 부시럭부시럭 가방 속을 뒤진다. 초콜릿이다. 개가 있다. 눈을 감고 있는 큰아이 손에 쥐어준다. 일본 글씨가 적혀있는 정사각형 초콜릿은 마법의 묘약이 되어 잠자던 숲속의 큰아이를 깨우고, 둘째도 이상은 되겠던지 얼굴을 내밀고 큭큭 웃는다. 얘들아, 너희 앞에 계신 분이 유홍준 교수님이시란다.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 ’, 바로  , 한국의 살아있는 전설, 최고의 입담, 구라의 , 유홍준 교수님이시다. 깨어라, 들어라, 일어나라.      




한국의 절대미를 상징하는 종묘, 창덕궁, 부석사, 병산서원, 해인사, 송광사, 화엄사 , 제일 인상깊은 설명은 종묘에 대한 것이었다. 종묘가 새롭게 조명된 것은 종묘제례가 다시 재현되어 일반에게 공개된 1971 부터였다고 하는데, 국내 아니라 해외의 유명 건축가, 건축학자들이 감탄해 더욱 유명해졌다. 




일찍이 일본 건축계의 거장이었던 시라이 세이이치는 1970년대에 종묘를 보고서양에 파르테논 신전이 있다면 동양엔 종묘가 있다라고 극찬했다. 이는 이후 많은 일본의 건축가와 건축학자가 종묘를 방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23)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일화는 더욱 그렇다. 2012 9 로스앤젤레스에서 운영 중인 건축사무소의 50주년을 기념해 부인과 아들 내외와 함께 종묘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가족여행을 한국으로 것이다. 문화재청 종묘 관리소의 협조하에 단체 관람 시작 전인 오전 8 50분에 가족들과 조용히 종묘를 관람하던 프랭크 게리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용히 대답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아름다운 것은 말로 설명할 없다. 마치 아름다운 여성이 아름다운지 이유를 대기 어려운 것처럼.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그것을 느낄 텐데.” 


신문에서 박석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월대로 올라가는 계단도 그는 성큼 내딛지 않았다. 안내원이올라가시겠습니까?”라고 묻자 그는아니, 아직은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큰며느리에게 말했다. 


아래 공간과 위의 공간은 전혀 다른 곳이란다. 차이를 생각하면서 즐기렴.” (25) 




그래서아래 공간과 위의 공간의 차이를 느끼고 싶어 토요일에는 종묘에 갔다계단에 오르지 않고 한참을 그렇게 서서 정전을 바라보았다단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옆에서 살짝살짝 들으며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그리고는 계단을 올라 프랭크 게리가  있던  자리에  보았다 단순하고 절제된 건축물의 어떤 면에서 특히 감동을 받아야 하는지 곰곰 생각했다화려하고 웅장함이 아니라단순함과 절제된 아름다움이 선사하는 장엄함에 대해 생각했다그리고는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왔다잠깐아주 잠깐 서서 감상했지만나는 월대 아래쪽에서의 느낌이  좋았다계단 아래 섰다가끔 연인들가족들단체 관람객들이 우르르 지나가고 나면 넓어진 공간이  멀리  앞에 펼쳐졌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건물이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자기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27) 















평생에 한결같이 미술은 체육과 함께 내게 난공불락의 영역이지만, 책과 함께라면,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그냥 분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함께 하는 다른 친구도 있다. 금요일에는 섬세한 친구가 튀김소보루를 보내줬다. , 맛이란뭐랄까. 인생에는 종류가 있다. 튀김소보루를 먹어본 인생과 아직 튀김소보루를 먹어보지 못한 인생. 사람에는 종류가 있다. 튀김소보루를 먹어본 사람과 아직 튀김소보루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 


나는 튀김소보루를 먹어본 인생, 튀김소보루를 즐기는 사람이 되어, 책장을 넘겼다. 튀김소보루를 먹으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서울편 1을 읽어 가자니, 우리만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 무척이나 쉽게 느껴졌다. 유홍준 교수님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 덕분인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튀김소보루 덕분인지 헷갈렸다. 좋은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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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4-0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표현이 잘 된 거 같아요 . 월대 앞에서 느끼는 그 감정 ㅡ 가슴 높이라는 거 .. 완전 이해되잖아요!^^

단발머리 2018-04-02 11:38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충분히 못 느낀것 같기는 해요. 월대 아래쪽에서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도 못하겠구요.
그래서 책을 다 읽으면 다시 한 번 방문해보려고 해요.

그장소님은 아시는 것 같아요.^^ 가슴 높이라는 것도 주요 포인트가 되는군요.
다시 한 번 방문했을 때는 그 점을 기억하면서 감상해야겠어요. ㅎㅎㅎ

[그장소] 2018-04-02 11:43   좋아요 0 | URL
제가 유독 그 장소를 좋아한 것도 있지만 , 종묘는 딱 그 아래에서 서서 전체를 품듯 봐야 한다고 느꼈거든요 . 정면의 공간을 쑥 끌어 안는 기분으로요. 끌어 안으려니 가슴도 두 팔도 필요하잖아요 . 그러니 가슴높이가 딱 ... 설명하려니 외려 느낌이 달아나요! 꼭 꼭 다시 가보시면 그 공간을 품고 오시길 응원해 봅니다!^^

단발머리 2018-04-02 12:2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전 말로는 잘 표현을 못 하겠는데, 아래의 느낌이 좋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거든요.

정면의 공간을 쑥 끌어안는 기분이라고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그장소님 말씀이 이해돼요.
가슴높이~~ 이건 다시 가서 확인해봐야겠어요.
아아..... 그장소님이 설명해 주니까 이해되는 이 느낌, 넘 좋아요~~

[그장소] 2018-04-02 12:36   좋아요 0 | URL
저도요 . 아주 시선을 눕혀도 보고 올라서서 아슬아슬하게도 보고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모서리에 서서도 봤는데 역시 이곳 풍경은 정면에서 봐야 고스란히 전해지더라고요. 아.. 저도 기뻐요!^^ 뭔가 닿은 느낌!!

단발머리 2018-04-02 12:50   좋아요 1 | URL
맞아요, 맞아!!! 정면이요.
저도 이쪽에서 저쪽에서 쳐다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느낀건데요.
종묘는 옆쪽에서 혹은 옆으로 사진을 찍으면 그 느낌이 안 나요. 그러니까. 정면이 주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님 말씀과 딱이예요.
그장소님이 저보다 종묘를 더 잘 알고 계실뿐만 아니라, 더 큰 애정을 갖고 계시니
그장소님 설명에 더 잘 보이고, 더 잘 알게 되네요~~

[그장소] 2018-04-02 12:55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완전 깡총깡총 뛸 듯 기뻐함 10) ㅎㅎㅎ 단발머리 님 덕에 오늘의 행복 지수 올라가요!^^

단발머리 2018-04-02 13:02   좋아요 0 | URL
훌쩍~~~~!! 넘어갈 사람은 바로 저예요.
말로 표현 못 하는 이 마음을 시원하게 설명해주신 그장소님 덕에
저야말로 행복합니다^^

레삭매냐 2018-04-02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유홍준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부여답사
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지라
남달랐던 답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

단발머리 2018-04-02 12:31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문화유산답사기로 감동을 받은 후에 선생님의 설명을 듣게 되면 정말 감동적일 것 같아요.

전, 사실 선생님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강연에 모이신 분들은 정말 팬심이 철철 넘치시더라구요.^^

2018-04-02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4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4-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튀김 소보로 많이 먹어본 인생입니다. 대전에 8년 살았었거든요. 인생에는 대전에 살아본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이 있고, 대전에 살아봤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죠.

단발머리 2018-04-04 08:20   좋아요 0 | URL
튀김 소보로 인생 반갑습니다, 라로님~~~
아, 그런 인생이라면, 저는 대전에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네요. 의문의 1패입니다.
외삼촌이 오랫동안 대전에 사시는데, 대전에 방문한 인생은 어떻게 안 될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소은까페 2018-04-0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여행의 시작이 남도답사 따라하기부터 시작이었던것 같아요.
책들고 다니며 찾아보고 뜻 한번 더 새기고..
교수님 위트 넘치는 글들이 전 참 좋아요.
기회가 된다면 강연도 꼭 들어보구 싶네요^^

단발머리 2018-04-04 08:21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사실 멀리는 여행가지 않는 편이라 이번에 서울편이 특히 반가웠습니다.
그냥 스치는 구석구석의 의미에 대해서 알게 되어 좋았구요.
교수님은 요즘에 강연을 자주 안 하시는 듯 해요.
그 날 뵈었을떄도 좀.... 피곤하신 것처럼 느껴졌어요. 기운이 좀 없으시다고 해야할까요.
강의하시면서 오히려 기운이 나시더라는....
소은까페님 얼른 강의듣는 기회가 생기셨음 좋겠네요~~

유부만두 2018-04-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ㄹ 엄마 은근 신경쓰입니다;;; 아직 종묘는 시진으로만 봤는데 많이 읽고 가면 그만큼 더 보이고 느낄 수있겠지요? ..

단발머리 2018-04-04 08:24   좋아요 0 | URL
ㅎㄹ엄마 참 좋은 분인데, 저희 아이들이 자는 바람에.... 은근 신경쓰이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묘에 가시게 된다면....
월대 밑에서의 감상을 추천드립니다. 책으로 읽으시면 그 이유를 아실 수 있겠구요.
요 위의 그장소님도 댓글에도 그 느낌이 잘 나타납니다. ^^
정면의 공간을 쑥 끌어안는 느낌이요~~~~~~

AgalmA 2018-04-03 0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는 사람도 집중하라고 이렇게 먹는 거 끼워 넣으신 거에요ㅎㄱㅎ? 다 읽고 나니 일본 초콜릿이랑 튀김소보루밖에 안 남았...ㅜㅋㅜ...인류는 역시 먹는 정보를 더 중요히 여기는ㅎ;;;

단발머리 2018-04-04 08:25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을 앞에 두고도 쏟아지는 잠을 물리칠 수 있는 건 초콜릿이죠.
즐거운 독서여행도 튀김소보루랑 함께 해야 하구요.
그러니까, 책과 간식은 서로 서로 친구 아니겠습니까. 말 그대로 절친이요. 하하하.

psyche 2018-04-0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튀김 소보루를 먹어보지 못한 인생입니다. 아니 그런 게 있는줄도 몰랐던 사람이네요 흑 어쩐지 무척 억울한 느낌이...

단발머리 2018-04-04 08:30   좋아요 0 | URL
튀김 소보루 안에는 호두랑 팥이 들어 있어요.
그러니까, 튀김 소보루 옷을 입은 호두과자죠~~ 이 맛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어요.
엄청엄청 맛있습니다.
프시케님 억울한 느낌 또한 엄청엄청 이해가 됩니다. ㅠㅠ
어서 속히 프시케님도 튀김 소보루 먹어본 인생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psyche 2018-04-04 10:43   좋아요 0 | URL
튀김 소보루의 설명을 듣고 보니 더욱 억울하군요! 꼭 먹어본 인생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불끈!

단발머리 2018-04-04 19:44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제가 사진을 진짜 못 찍어서 예쁘게 안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 먹음직스럽습니다.
프시케님의 튀김 소보루 인생을 엄청 응원합니다!!!!

세실 2018-04-0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도 먹었습니다. 튀김소보로 많이 좋아해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팥 특히 좋아합니다^^
종묘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 여기 있어요. 프랭크 게리는 그 멀리서 왔는데 부끄럽네요. 조만간 꼭 가봐야겠습니다.

단발머리 2018-04-05 23: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튀김 소보루는 사랑입니다. 바삭한 튀김옷과 호두와 팥의 환상적인 만남^^
종묘 가시게 되면, 위쪽 아래쪽에서의 특별한 시간, 즐거운 감상 되시기를 바래요~~~~~
 






















ㅇㅂㅁㄷ님이 선물해주신 소중한 책.

아껴두었던 연두색 리본을 푼다. 

이 리본을 풀고나면 나는 

이 거실을 떠나 

읽었던 책, 읽고 있던 책의 세계를 떠나 

동화의 세계로 들어간다. 



동화의 세계가 아니라면, 

동화를 만드는 세계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나는 여기를 떠나 

동화의 세계로 간다. 



아껴두었던 연두색 리본을 푼다. 

이야기의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해 

연두색 리본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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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3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롱이는 3조이고, ppt 담당이다. 다음주 발표 수업 전에 1 숙제 검사가 있다. 조선 시대 여성의 ,이라는 중단원 제목을 보고 나서는 혼자 이렇게 정리를 했더란다. 


조선 시대 여성의 하나의 배역, 어머니. 


여성은어머니이외의 다른 역할을 수행할 없었다. 아이를 낳는 것만이 여성의 존재 이유라고 사회 전체가 믿고 있었기에 아이를 혹은 아들을 낳는 여인을 집에서 쫓아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아이를 낳는 것만이 섹스의 유일한 이유였기에, 여성은 출산 외의 성관계에 무심하거나 무심한 해야 했다. 여성의 몸이란 아이를 만들어내는출산 기계 이상 이하도 아니기에, 몸가짐은 물론 마음 씀씀이까지 제약 받았다. 어머니, 오직 이름 아래에서만 여성의 삶은 의미가 있었다.  




혼자 너무 나갔다. 오늘의 숙제는 교과서 질문에 답을 찾아오는 거란다. 


질문 : 여성의 입장에서 친정살이를 하는 것과 시집살이를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하늘과 차이,라고 쓰면 되겠지. 요즘 도통 마음에 드는 초록색 화면에시집살이 넣어 검색한다. 



며느리에게는 오로지 순종과 인내의 미덕만 요구된다. 친정 부모들은 시집가는 딸에게벙어리 3, 귀머거리 3, 장님 3년으로 살라.”든가, “개한테도하고, 소한테도하라.” 가르쳤다. 따라서 시집에서 며느리의 지위는 남편과 동등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시집의 어떤 식구보다 낮았다. 며느리들이 자기보다 어린 시동생이나 시누이에게 깍듯이 존댓말을 것을 보더라도 있다. … 경상도에서는 며느리를정지꾼이라 불렀는데, ‘부엌 하는 일꾼 의미하는 말이다. <시집살이(한국일생의례사전, 국립민속박물관)> 



ㅅㅎ언니가 생각난다. 자녀가 셋인 ㅅㅎ언니 막내는 아롱이와 유치원 친구다. 수다 삼매경 ,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신다. “말도 마라. 내가 처음 시댁에 갔더니, 국도 주더라.”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국을 줘요? 국이 부족해서요?” “아니, 국을 주기 아깝다는 거야. 너는 아직 국을 먹을 때가 됐다.” 귀하디 귀한 아들이 데려온 세째 며느리, 자랑스러운 세째 아들이 데려온 막내 며느리는 아직 국을 먹을 때가 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보기 싫은 설명과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믿기 어려운 에피소드는 맞아 떨어진다. 시집 어떤 식구보다 낮은 지위, 이게 며느리의 위치다. 




『비평 이론의 모든 것』 문학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연구하는 비평 관련서인데, 4여성주의 비평에는 이런 문단이 있다. 






여성주의자들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남성이 독점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활용되어 왔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러한 믿음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력을 획득할 교육적, 직업적 수단을 여성에게서 박탈하고 여성을 무력하게 만드는 기여했다. , 가부장제 사회에서 오래도록 여성의 몫이었던 열등한 위치는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는 아니라 문화적으로 생산된 것이다. (199)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생산된 , 오랜 기간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어 당연하게 여겨지는 믿음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내면화된다. 남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여자는 남자가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학교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은 바뀌었다. 21세기, 우주에 인공위성을 보내는 시대다.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 말로는그렇지 않아,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테다. 하지만 속으로는 말한다. 그래도 아들은 있어야 . 이래서 남자를 뽑아야 한다니까. 이렇게 말이다. 




조선시대 여성의 삼종지도 그림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오늘날 여성들에 비해 조선 시대의 여성들은 여러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습니다. 







어떤 책이던가. 정희진은여성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말할 비교 대상은 조선 시대 여성이다라고 말했다. 남성들의 삶이 조선 시대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살펴보지 않고, 여성만, 여성에게만 현재와 조선시대를 비교한다는 지적이다. 삼종지도가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여성들이 여러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오늘날 여성들은 조선 시대의 여성들이 받았던 여러 차별적인 대우를 받지 않고 있는가? 이젠 정말 많이 나아졌다고 말할 있는 정도인가. 



<여성의 삼종지도>에서 소녀, 아내, 어머니는 모두 눈을 내리깔고 있다. 아버지 앞에서, 남편 앞에서, 자식 앞에서 여자의 처신이 어떠해야 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눈을 내리깔아라. 의견을 말하지 마라. 조용히 해라.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를 보고, 이렇게 까칠하게 반응하는가. 자신에게 묻는 말이다. 아니면 거꾸로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이렇게 까칠한가. 


내게,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까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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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30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래서 저는 도망을 쳤지요.

단발머리 2018-03-30 10:16   좋아요 0 | URL
같이 가요, 라로님~~
저도 타코 엄청엄청 잘 먹어요.
저도 데려가세요~~~~~~

2018-04-02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04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3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3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3-30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또 불끈불끈 힘이 납니다. 단발머리님이 계속 생각하고 글을 써주고 계셔서요. 이렇게 멈추지 않고 까칠하게 보고 계셔서 말이지요. 우리 같이 까칠해져요!!

단발머리 2018-03-30 10:40   좋아요 1 | URL
전 주말에 치즈케이크 먹고 좀 다정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될려고 하다가~~~~~~~~~
다락방님 댓글에 맘 바뀌었어요!! 맞아요!!!
우리 멈추지 말아요! 까칠하게 보고 이야기해요!! 불끈불끈!

비로그인 2018-03-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국ㅠㅠ 내가 이따위집 국을 먹나봐라쳇이 되어버리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8-03-30 11:55   좋아요 0 | URL
국을 안 퍼주시던 엄한 시어머니는 새벽 2시에 기상하셔서 딸그락 딸그락 소리로 며느리를 깨우시고~~
참다 못한 며느리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명절을 준비하는...
슬픈 이야기예요. 그러면서 화도 나는...
국을 먹어야 힘내서 일을 할 수 있...... 으아앙~~~~~

cyrus 2018-03-3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페미니즘 시각으로 해석하면 현대의 기준으로 고전을 읽어선 안 된다고 말해요. 그리고 고전작품 속 남성들도 ‘미투’로 지목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반응도 있어요. 페미니즘 시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읽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괜까칠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단발머리 2018-04-01 06:30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게요. 페미니즘, 여성주의 비평도 분명 여러가지 비평 중의 하나일텐데요. 그것마저도 문제 삼는다면 그야말로 문제죠.
고전 작품 리스트에 속한 작품들이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이야기인 경우가 지배적인 것 사실인 것 같아요.
고전의 위대함은 다르게 읽고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인데... 여러 모로 아쉽네요.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 연보를 읽는 오래된 버릇이다. 작가와 작품을 인과관계로서만 이해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작품을 이해할 작가의 삶을 고려하지 않는 것에도 끌리지 않는다. 작품은 작가에게서 나와 스스로의 길을 찾아 떠나지만, 작품을 작가가 낳았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메리 셸리 연보 , 메리의 삶이다. 



1801


윌리엄 고드윈이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를 만나 재혼함. 계모는 아버지와 특별한 유대관계에 있던 메리를 질시해 사생활을 침범하기 일쑤였고, 자신의 제인 클레어몬트는 기숙학교로 유학을 보내면서 메리는 방치함. 따라서 메리는 가정교사였던 루이자 존슨에게서 글을 배우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독학함.



1806


... 윌리엄 워즈워스, 찰스 , 토머스 홀크로프트, 윌리엄 해즐릿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 나누는 대화를 어깨너머로 들으며 지적인 성장을 일구어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윌리엄 고드윈과 결혼하면서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패니 임레이를 데리고 오는데, 메리 셸리 출산 직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산욕열로 사망한다. 윌리엄이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와 재혼해서 제인 클레어몬트를 얻었으니, 윌리엄에게는 딸이 셋이다. 중에서도 윌리엄은 메리 셸리에게 각별한 마음이 있었던 하다. 계모는 바로 이유 때문에 메리 셸리를 미워했는데, 그래서 자신의 제인 클레어몬트는 기숙학교로 보내고 메리 셸리는 집에 남겨 방치한다. 메리 셸리는 가정교사를 통해 글을 배우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독학을 한다.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가 전혀 이해 되는 아니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다. 같은 엄마, 다른 아빠를 아이들이다. 남편은 자신이 낳은 제인보다 아이에게 신경을 쓰는 듯한데, 메리에게 각별하다. 메리는 영특하고 예쁘다. 그녀는 메리가 밉다. 



메리 제인 클레어몬트가 자신의 딸만 기숙학교로 유학을 보냈을 때는, 제인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을 것이다. 좋은 환경,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리라, 아름답고 지적이며 당당한 숙녀로 성장하리라 고대했을 것이다. 제인이 기숙학교로 것과는 달리, 메리는 집에 머물며 가정교사와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남고, 혹은 시간이 남아 돈다. 메리는 아버지의 책을 읽는다. 그리고는 아버지 친구들의 대화를 어깨너머로 듣는다. 어깨너머로 듣는데 말하는 사람들이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다. 어깨너머로 들으니 당연 무료다. 



제인이 다녔던 기숙학교와 기숙학교 선생님들을 무시하는 아니지만, 제인이 다녔던 학교의 선생님들은 기숙학교에서 가르칠 정도의 교양과 지식을 가졌을 것이다. 정도, 그만큼의 선생님들이다. 어쩌면, 기숙학교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생각, 몸가짐, 습관을 학습하는신부 학교였을지도 모르겠다. 제인은, 엄마의 열심으로, 당대 최고 사상가들의 친구인 아버지를 떠나 여기 기숙학교에 있다. 메리는 새엄마의 질시 때문에 원하는 교육, 당시 여성이 받을 있는 최고, 최상, 최선의 교육을 받지 했다.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고 있을 밖에 없다. 그런데, 그녀가 있는 서재는, 당대 최고의 사상가들이 놀러 오는 사람의 서재다. 여성으로서의 제약이 제일 느슨한 지점에 그녀가 있다. 주인의 . 메리는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지적으로 자극 받았을 것이다. 



메리 셸리의 삶이 행복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테고, 새엄마도 메리 셸리를 예뻐했다면 좋았을 테다. 새엄마가 메리와 윌리엄 부녀 사이를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테고, 메리 셸리도 기숙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처의 딸이자 눈엣가시 같은 메리 셸리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집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는데, 오히려 메리 셸리는 최고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어 버렸다. 

 


당시로서는 불행 혹은 불편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나중에는 좋은 것이 되어 돌아왔다. 최선의 것을 선택했더라면, 많이 행복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했고 아무튼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시간들이 좋은 것으로 변했다. 어쩌면 메리 셸리의 삶은 이런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녀의 힘든 시간들은프랑켄슈타인』이라는 좋은 결실로 손에 돌아왔다. 적어도 내게는 해피엔딩이라 한다면, 나는 너무 이기적인 사람인 걸까. 



작가 연보를 읽으면 해피해지고, 

작가 연보를 읽고 나면 해피 엔딩이 된다. 

작가 연보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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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메리 셸리와 일기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11-22 17:51 
    꼭 작가의 생애에 한정 짓지 않더라도 작가의 삶과 그의 작품이 맺을 수밖에 없는 관계를 고려할 때, 작가의 삶은 작품을 읽어갈 때 주요한 나침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2개월 특별 프로젝트인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은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긴 그 책만 그런 건 아니고, 실패를 인정하고 오늘 반납해버린 『실낙원』 2권이 그렇고, 65%에 머물러 있는 『교수』가 그렇고
 
 
2018-03-29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9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3-29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기억이 나서 바로
유투브로 찾아 봤습니다.

괴물이 닥터 프랑켄슈타인에게 한 번이라도
(창조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느냐는
질문이 압도적이네요.

연초에 한 번 읽어 보겠다고 하고서 사두고
는 아직까지도 못 읽고 있네요.

단발머리 2018-03-29 17:21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의 토니 모리슨 리뷰 잘 보고 있어요. 전 <술라> 하나 읽고 미뤄두고 있는데, 레삭매냐님 리뷰 볼 때마다
토니 모리슨이 호출됩니다.ㅎㅎㅎㅎ

괴물의 독백을 들을 때마다 전 괴물보다 프랑켄슈타인이 더 밉더라구요.
괴물의 질문은 정말 압도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