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이 책을 읽고 있다. 1938년생 사노 요코의 책은 유쾌하다. 이 분 책을 펼치면 인생사 쩔쩔매던 커다란 문제들이 작아져 보이고 금방 다시 웃게 된다. 모두가 가난하기에 가난이 싫지 않고, 30년 전 추억은 오늘에도 미소 짓게 한다. 게다가 유머.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유머다.


앗짱에겐 장님인 할머니와 서른다섯 살 이후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 앗짱 엄마가 고생한다는 걸 알았다.

서른다섯 살에 집에 틀어박힌 할아버지는 중국의 학자처럼 흰 수염을 길렀고 마을에서 제일가는 지식인으로 통했다. 앗짱 집의 하얀 창고를 서재로 개조하여 어설프게 묶은 책을 쌓아놓고 늘 공부만 했다. 앗짱은 숙제를 전부 할아버지한테 시켰다. (47)


나는 남자와 여자가 할 것 같은 행위를 하는 부분에서만 눈을 크게 뜨고 읽었다.

그런 책이 아니면 야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으니까.

<비계 덩어리>에 눈을 딱 붙이고 보는데 아버지가 책을 낚아채며 이런 책은 읽지 마!”라고 호통을 쳤다. 모파상이 야하다는 걸 알았을까? 다음 날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제1, 루소의 <고백록>을 빌려왔다.

나는 읽자마자 기겁을 했다. 루소가 마차 안에서 묘령의 여인을 유혹한다. 아버지는 <고백록>을 읽지 않은 것이다. (54)


17년전, <초급 일본어> 교재를 하나 사서는 일찍 출근한 날이면 자리에 얌전히 앉아 히라가나를 외우곤 했다. 가타카나를 외우던 중, 문자들 사이의 심각한 유사성에 기겁해 일본어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역시나 나다운 이른 포기였다. 나는 외국어로서 일본어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시내 대형서점에 나가면 이런 책을 하나씩 구입해 기념촬영을 한다.


 












사노 요코 때문에, 그녀의 문장 때문에 나를 괴롭혔던 가타카나를 다시 시작해야되나 생각해본다.

나름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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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몽사’라는 출판사가 만든 <세계 명화 100선>을 보면서 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그 책에 나오는 누드화가 걸작인 줄 몰랐어요. 그냥 ‘야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 그런데 그 책을 안 봤으면 서양미술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을 거예요.

단발머리 2018-06-23 11:45   좋아요 0 | URL
계몽사,는 익숙한데 <세계 명화 100선>은 처음 듣네요. cyrus님의 서양 미술 입문사가 무척 특별하네요.
시작부터 고급스럽게 시작하셨어요^^

2018-06-23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23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자전적 이야기문맹』 읽었다. 알라딘서재 이웃님들이 인용해 주신 구절에서도, 미리보기에서도 페이지에 계속 눈이 갔다. 









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매일 읽기만 .” 

쟤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줄을 몰라.” 

저건 소일거리 중에서도 가장 나태한 소일거리야.” 

저건 게으른 거지.” 

그리고 특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쟤는 …… 하는 대신에 읽기만 .” 


무엇을 하는 대신에? 

실용적인 것은 아주 많잖아. 그렇지 않아?” 

여전히 지금도, 매일 아침, 집이 비고, 모든 이웃들이 일하러 나가면 나는 다른 것을, 그러니까 청소를 하거나 어제 저녁 식사의 설거지를 하거나, 장을 보거나, 빨래를 하고 세탁물을 다리거나, 쨈이나 케이크를 만드는 대신 식탁에 앉아 시간 신문을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쓰는 대신에. (13-4) 




다른 것을 모르며, 나태하며, 게으른 내가, 글을 읽는다. 즐거움만을 위해 읽을 , 모든 이들이 일을 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아침, 어제 읽던 책을 펼칠 , 가책을 조금 느낀다.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집안일을 미뤄두고 책에 밑줄을 긋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 가책을 조금 느낀다. 아침에 읽을 , 가책을 조금 느낀다. 





요즘 제일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움베르트 에코    밤에 소설을 읽는 거예요. 가톨릭 배교자로서 머릿속에는 아직도 낮에 소설을 읽는 것은 지나치게 쾌락을 좇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가느다란 목소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낮은 주로 에세이나 어려운 작업을 위한 시간이랍니다. (45)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다.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독서의 의미, 읽기의 의미에 대한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이런 말에 동감한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 읽을 있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활동은 그렇지 않은 활동보다 언제나 만족스럽습니다. 누구도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즐기기 마련이죠.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을 청소하고 영수증을 처리하고 서류 작업을 끝내는 일이, 30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성취가 크죠. 집안일이 독서보다 즐겁지는 않지만, 끝내면 깔끔해진 부엌과 말끔히 비워진 영수증 함과 정리된 서류들이 성취의 증거로 남으니까요. (중략)


하지만 우리는 일로만 평가받기를 거부해야 합니다. 우리는 사유, 성찰, 계몽, 이해가 똑같이 가치 있다고 고집해야 합니다. 고전을 스스로의 힘으로 읽어 나가는 프로젝트,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 앉아서 권을 읽는 행위는 생산물과 축적물로만 우리의 가치를 재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뭔가생산적 다른 대신에 아침에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면 구체적인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명령을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 저항하십시오. 앉아서 성찰하는 기쁨을 느끼십시오. 인간이란 생산력만이 아니라 이해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고집하십시오. 아침에 눈을 떠서 부엌을 청소하고 서류를 정돈하기 전에, 무엇보다 고전을 집어 들고 읽는 시간을 가지기 바랍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5-6)  




그럼에도. 


효용과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 국가에서 공식인정하는 비경제활동인으로서 국가공인노는 사람 나는, 접근이 쉽고, 적은 비용으로 시작할 있으며, 친구가 없어도 가능하며, 친구와 함께 하면 즐거운 취미활동 계속하는 것에 가책을 느낀다. 읽는 것에, 아침에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 일하지 않고 읽는 것에, 벌지 않고 읽는 것에 가책을 조금 느낀다. 





『잘라라, 기도하는 손을』에서 사사키 아타루는 말한다. 우주의 일부인 , 자체로의미 되는, 말을 얻어, 그것을 자아내 가는 . 그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이다. “읽고, 다시 읽는 , 쓰는 , 다시 쓰는 통해 변해갈 것이고, 과정만이 중요하다, 말이다. (295) 









그래서 오늘. 2018 6 20 수요일.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Chap. 13. 14 

『힐러리 클린턴』 30 



가책을 느낀다. 

가책을 조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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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6-20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도 《문맹》 저 부분에 밑줄 쳤는데!! 그랬는데!! 와, 얼레꼴레~~ 얼레꼴레....


응?

단발머리 2018-06-20 16:41   좋아요 0 | URL
얼레꼴레~~ 를 눈으로 보게 되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조그만 메모수첩 2018-06-21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부분이랑, ‘독서라는 치유할 수 없는 질병’이란 구절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단발머리 2018-06-21 06:5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부분 좋았어요.
치유하고 싶지 않은 질병이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조그만 메모수첩님~~
오늘 좋은 하루 되세요^^

psyche 2018-06-2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는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 식탁위에는 치울 물건들로 가득 찼는데 앉아서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은 사람들이 쓴 글을 읽고 있는 저는.....ㅜㅜ

북극곰 2018-06-21 16:14   좋아요 1 | URL
크흐흐.. 동감! 근데 그 글이 책만큼이나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거의 ˝치유할 수 없는 질병˝축에 든답니다. ㅠ.ㅠ

[문맹] 너무 좋았어요. 그이의 소설이 새록새록 생각나더라고요. 근데 분량도 안 보고 냉큼 주문하고 받아보니 너무나도 얇아서 놀라기도하고 아깝기도 하고...

단발머리 2018-06-21 19:17   좋아요 1 | URL
프시케님~~ 일단 저랑 함께 가책을 좀 느껴주시구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책을 읽은 사람이 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북극곰님~~ 치유할 수 없는 질병을 오래오래 간직하시기를 바래도 괜찮을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문맹>이 많이 얇기는 해요. 저도 첨에 와~~ 얇다 하기는 했어요.
전 아고타의 소설은 읽은 적이 없어서요. 읽어볼까 싶어요.

icaru 2018-06-2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책들 중에 같은 주제의 부분들만을 이렇게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은 단발머리 님 머릿속에 체계적으로 이 내용은 이 책 저건 저 책 체계적으로 내재화되었다는 것일텐데요~ 와우! 이런 주제도 흥미롭지만 한 데 소환할 수 있는 재주가 보통 매력적인것이 아닙니다 ㅎㅎ;; 역시 저 또한 수잔 와이즈 바우어 말에 동감이어요~ 양쪽 장르(육아와 독서) 모두 아우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단발머리 2018-06-22 09:0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제 머릿속은 항상 뒤죽박죽이지요. 가끔은 뒤죽박죽을 원합니다. 읽은 게 많지도 않지만 거의 대부분 다 사라져 버려서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부족한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래와 고래 엄마, 아빠, 친구, 동생도 춤추게 하는 icaru님 칭찬에
단발머리는 아침부터 춤을 춥니다!!! 이야호!!!

icaru 2018-06-22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전집은 6년 동안 고이 모셔져 있는데,,, ㅠㅠ)) 애들은 그 책들보다 재밌는게(책아닌것들) 넘 많아서 ㅠㅠ

단발머리 2018-06-22 09:12   좋아요 0 | URL
저희집 아이들은 아예 본 척도 안 해서요.
제가 읽어주겠다고 <교양있는 우리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1> 시리즈를 식탁 &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고이고이 보관(?)만 되고 있어요. 마음 먹은지 1년이 다되어 가는데, 아직도 <고대편>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icaru 2018-06-22 09:25   좋아요 0 | URL
아 고대편 ㅋㅋㅋㅋㅋ 저희도요저희도요!
지난주부터 단발머리 님 하면 생각나는 작가인 필립로스의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결론은,,, 한동안 시들했던 읽기라는 행위 특히나 픽션 장르들에 불꽃 활활 일게 이끄셨어요! 단발머리 님과 필립 로스가 합동으로 ㅎㅎㅎ

그중에서도 가장 강추하셨던 유령 퇴장을 이제 막 잡기 시작했는데 필립로스 작품으로는 두번째 입니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이 그 첫 책이었구요. 정말 좋았어요 어어흑,,, 물론 첫책은 네메시스 였나 하는 책이었는데요. 얇아서 제가 소화할 수 있을것 같겠다라는 자신감 뿜뿜하게 하는 외양을 갖춰 갖구요, 그런데 살짝 고백하면 중간에 읽다가 이건 나중에 (읽자!) 하면서 덮었어요! 내용이 잘 안 들어왔어요 ㅋㅋㅋ;;;;

나중에 단발머리 님하구 대화하게 되면 여쭤봐야지 하는 게 있었는데요.

작가란 무엇인가, 에서 필립 로스 편을 보면 281쪽 1979년에 <유령 작가>라는 책을 집필했다고 작품 연보에 나오는데, 그의 책을 검색하거나 단발머리 님 페이퍼에서 들은 바로는 유령 퇴장,이라는 책 제목이어서 같은 책인데 실제 번역본 제목하고 다르게 명시했나보다 했어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면서 보니까, 책에 911테러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거예요 ㅎㅎㅎ 2001년인가 그랬을텐데.. 그럼 집필 시기가 또 안 맞네 그럼서 ... ㅎㅎ;;

단발머리 2018-06-22 09:4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하면 필립 로스가 생각난다고 하셔서.... 제가 막 눈물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icaru님~~ 필립 로스님 타계 하셨어요. 5/22이니까 오늘로 딱 한달이 됐네요.
85세이면 요즘으로는 청춘인데..... 많이 슬프고 그랬어요.
전, 네메시스부터 시작해서 <로스님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 에브리맨 차례예요.

제가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그 부분 읽은 건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1979년에 집필하셨다는 <유령 작가>는 <유령 퇴장>이랑 다른 책 같아요. <유령 작가>의 원제는 <The Ghost Writer>인데 제가 알기에 아직 한국에 번역이 안 되어 있어요.
<유령 퇴장>의 원제는 <Exit Ghost>구요.
<유령 퇴장>에서는 <유령 작가>의 주인공이 퇴장을 하지요^^
icaru님 제 생각 많이 하시면서 필립 로스도 더 많이 읽게 되시면 좋겠네요.
필립 로스의 여성 혐오적인 생각들이 이제 예전과 다르게 뾰족히 보여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요.
저의 사랑이 멈춰지지 않습니다. ㅠㅠㅠ

icaru 2018-06-22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작가란 무엇인가,의 책 연보에서 편집 오류 같지요? ㅎㅎ

단발머리 2018-06-22 09:48   좋아요 0 | URL
저도 도서관 가면 다시 한 번 확인해 봐야겠어요.
평생에 없는 급꼼꼼함을 발휘하며~~~~~^^

icaru 2018-06-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와!!! 저 다 이해 되었어요~ 유령 작가,는 아직 국내 번역이 안되었다는 말씀에서 ㅋㅋㅋ
작가란 무엇인가 편집오류 절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아 역시 여쭙기를 잘 했다는~~

단발머리 2018-06-22 11:26   좋아요 0 | URL
와와와!! 필립 로스님 <유령 작가> 번역 안 된거 맞겠죠? 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18-06-22 11:37   좋아요 0 | URL
맞죠,, 그럼요그럼요 그 어느 검색창으로도 검색이 안 되어요... 김연수의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 외에는 ㅋㅋ

단발머리 2018-06-22 12: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icaru님 댓글에 혼자 웃다가, 김연수의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아직 읽지 않은 슬픈 현실이 떠올라 흠짓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피소드 1.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다락방님의 최근 <대한민국의 성별은 남자>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대한 리뷰이고 이와 관련해 다락방님은 강준만 교수님의 다른 룸살롱 공화국』 소개해 주셨다. 조선시대 속환된 여성들로부터 미군부대 양공주까지 여성의 성은 국가의 통제 혹은 무능력으로 인해 다양하게 소비되어 왔는데, 소비의 주체가 남성 개인 아니라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국가라는 설명은 불행한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보여준다. 



















에피소드 2. 평온의 기술 


저번 주에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맛난 점심을 먹고는 배를 두드리며 근처 서점으로 갔다. 평일의 조용하고 한산한 대형서점에서 강준만 교수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알게 됐다. 작가의 진정한 역량이 발휘된다는 3분의 2지점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마음에 콕콕 박히는 구절들이 인상깊다. ‘포기하라 뿐인 인생이다’. 이런 소제목은 쉽게 만나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차근히 읽어봐야겠다 결심을 해버렸다. 








에피소드 3. 월간 인물과 사상 창간 준비호 



강준만 교수님을 알게 1998년이다. 들뜬 표정과 몸짓으로 내게 <월간 인물과 사상> 건넸던 사람은이렇게 책을 쓰고, 이런 방식으로 책을 유통시키는 사람이 있어. 신기하지?”라고 말했는데, 당시의 나는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지 몰랐다. 강준만 교수님의 역사를 소유하 있다는데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현재와는 사뭇 다르다고 있겠다


















<월간 인물과 사상>으로 시작해, 『강남 좌파』, 『감정 독재』, 『싸가지 없는 진보』등은 한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던 화제작이다



















양과 질은 모두 포기할 없는데, 강준만 교수님은 감히현존하는 다산 정약용이라고 할 만한다. 특히, 『한국 현대사 산책』(23), 『한국 근대사 산책』(10), 그리고미국사 산책』(17) 그렇다. 정도면 아무리 편한 마음으로 읽는다 해도산책 수는 없을 같다. 한국 현대사 하이킹 정도라고 하면 모를까. 『한국 현대사 산책』 9권과  『미국사 산책』 서네 권을 읽은 사람의 의견이다. 


















내가 최고로 치는 그의 저작은김대중 죽이기』이다. 그리고노무현과 국민 사기극』. 사안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고, 변할 있고,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권만으로도 강교수님은 ‘평생 까방권획득하시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읽는 책이 강준만 교수님의 책이라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책인데, 어느 때보다도 도날드 트럼프를 좋아하게 시점에, 도날드 트럼프 때문에 대통령이 되지 못한,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되고 싶었던 사람에 관한 책을 읽는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지 못한 이유 내가 알고 싶은 전부다.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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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는 기도를 했다. 



6-7 전인가 스무 남은 앞에서 짧은 발표를 하는데도 전날부터 그렇게나 떨리고 잠이 오고 그랬더랬다. 취재진만 5천명,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세계 무대에 등장한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하지 했던 일을 이제 시작한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을 엎어버리겠다고 했을 문재인 대통령님께 만나자 4 정상 회담을 하고 헤어지는 장면에서 의지하고픈 마음을 읽은 사람이 혼자는 아니었을테다.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를 상대로 자신의 안전과 체제 전체를 걸고 모험을 한다.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  




북미 정상 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 


우리 힘으로 우리 뜻대로 한반도에 평화와 안전을 가져올 있다고 쉽게 말하지 하는 시대, 한반도에

그래도 평화의 기운이 조금 살아나기를. 



아침에,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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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8-06-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단발머리님.
저도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지만. 북-미가 만나다니! 놀라움의 연속이네요. (김정은의 셀카도 말이에요!!)
불과 1년전? 아니 몇달전만 해도 우스갯 소리로 이렇게 서로에게 으르렁하고 있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전격적으로 만난다면? 이란 발칙한 상상에 불과했던 게 현실이 될줄은...
그럼에도 있을 수많은 난관을 헤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2018년이 나중엔 어떻게 기록되어질지도 궁금하네요.

단발머리 2018-06-15 14:53   좋아요 1 | URL
불과 1년전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지, 미흡하다 부족하다 하는 사람들 보면... 참 물어보고 싶어요.
어디까지 어떻게까지 해야 마음에 들겠냐고요.

역사에 길이 남는 2018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보고도 믿기 어려운 트럼프 & 김정은 투샷도 그렇고요.
오늘의 매일매일이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이라 더 반가워요, 블랙겟타님^^
 



















책표지 왼쪽 날개. 박사 논문 작업을 위해 만난 저자 사람은 어느 곰브리치 세계사』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책에 여성들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책에서는 남자들만 전쟁을 하고 나라를 세우고 영웅이 될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에, 혁명의 자리에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책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기록으로서 오늘날 우리가 읽을 있는 기록 가장 오래된 것은 엔헤두안나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지역 하나인 사르곤 왕은 엔헤두안나를 달의 난나와 결혼시켜 우르의 대제사장으로 만들었다. 사원에서 신을 경배할 낭송하는 찬가를 직접 짓는 대제사장의 임무 이외에도 그녀는 많은 글을 남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 고통과 아픔, 인간적인 실수, 신과 자신의 관계에서 대해서도 글로 적었으며, 흔치 않게 많은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29) 나는 대제사장이었다. , 엔헤두안나는


이집트의 하트셉수트는 왕이 죽은 미성년 아들의 대리인 자격을 넘어 직접 왕위를 계승해 왕좌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녀는 가짜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했다. 최고의 교육으로 아들의 왕위 계승 준비를 도왔고,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나라 곳곳에 화려한 건축물을 지었는데, 하나는 자신의 신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후에는 직접 왕좌를 차지한 그녀의 행동을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이 벌어졌으며, 그녀가 세상을 100년이나 지난 , 아멘호테프 3세의 왕비 티예가 신전 벽에 새겨진 하트셉수트의 그림과 이름을 지우라 명해 하트셉수트의 흔적을 모조리 제거했다. (39)


기독교에서 인간이 낙원에서 추방되었던 상황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지식과 인식이 인간을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불행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며, 다른 편에서는 여자의 무지몽매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인류를 불행으로 이끈 장본인이 이브라는 것이다. 여성과 원죄, 죄가 서로 뒤엉킨 이러한 연상 작용의 효과로 수백 동안 학자들은 원죄를 들먹이면서 여자를 믿어서는 된다는 증거로 활용했다.(56)


여성 혐오의 원산지로 저자들은 그리스를 꼽는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노예가 아닌 남자에게만 허용되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농부도, 상인도, 수공업자도, 시인도, 철학자도 오늘은 연극을 하고 내일은 전쟁터로 나가 싸우고, 모레는 평의회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는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었고 공식적인 논의에 참여하거나 발언할 없었다. 여성들의 장소는 집이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천과 옷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양털이 실이 되고 실이 다시 천이 되려면 물레는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야 했다. 작가 크세노폰은 물레질이여성에게 가장 명예롭고 가장 적합한 이라고 말했다.(76)


여성의 활동범위를 가정으로 제한하고, 국가와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은 로마나 중국, 페르시아 모두 똑같았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황제의 어머니, 아내, 딸이 되어 물리적으로는 권력의 핵심부에 위치해 있었으나, 여성의 역할은 조력자로서만 한정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슨 혁명이든 혁명이 끝나고 나면 여성들은 대대로 내려오던 부엌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독교 교회가 여성에게 일체의 공동 발언권을 빼앗았을 때도 그랬다. 프로테스탄트가 마리 당티에르 같은 여성 사상가의 입을 틀어막았을 때도 그랬다. 루소처럼 계몽주의의 대표들이 자유와 권리는 여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을 때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프랑스혁명 역시 올랭프 구주를 처형해 여성들에게 경고장을 던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자가 집을 나와 정치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396)



여성에게는 자녀를 출산하고, 물레를 돌려 천과 옷을 만들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를 교육하는 일만 허용되었다. 이를 거부할 경우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 취급 받았고,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더더욱 금지되었다. 공장에서 수백만 노동자가 노예가 되었다고 비판하던 위대한 사상가 마르크스조차 여성이 가정에서 추가로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는 가정에서 아내의 위치가 노예와 다를 없음을 알아채지 했다.



나폴레옹 민법전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미성년자, 결혼한 여성, 범죄자, 정신박약자는 법적 권리가 없다.” 민법전은 여성이 남편의 소유물이라고 정했다. 따라서 남편에게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었다. 법적으로 여성은 범죄자나 정신 박약자와 동등한 지위였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규정인 듯했다. (397)



여성 참정권을 요구했던 최초 운동의 여성 주역들은 돌을 던지지 못했다. 특히 에멀라인 팽크허스트는 돌팔매질이 형편없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거실에서 결성된여성사회정치동맹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에는 돌을 던지는 추종자들이 충분히 많았다.



투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들은 정치집회를 급습해 의자에 올라가여성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펼쳤다. 가꾼 골프장 잔디에 산을 부어 글자를 새겼고 편지함을 폭파했으며 열차의 좌석을 칼로 긋고 불을 지르고 폭탄을 던지고 창문을 부수었다.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수상 관저의 창문도 무사하지 못했다. 하나, 사람을 향한 폭력만은 절대 쓰지 않았다. (440)





내가 특별히 마거릿 애트우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에서 그녀가나는..’이라고 말할 때의 무게 때문이다. 이를 테면시녀이야기』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있다.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6 9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혜화역 집회 관련 뉴스를 찾아 읽는다. 여성 참정권에 대한 투쟁이 없었다면 여성들은 이번주 수요일에 기초광역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그대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을 것이다. 말하고 소리지르고 함성을 지르는 행동들은 결국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한 여성의 역사 지우기는 계속될 테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은 쉬지 않고 말하고 쓴다.


여성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역사가 된다. 






이렇듯 중국은 변화를 이루어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주 질서를 논한 공자의 가르침이 통했고, 공자는 여자에게도 자리를 딱 정해주었다. 통치 형태와 국가 철학이 수천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 곳에서 여성 문제가 거론될 리 만무했다. 예로부터 돈 많은 남자는 첩과 정부를 두었고, 한나라의 황제들이 그랬듯 청의 황제들 역시 수천 명의 여성에게 에워싸여 살았다. 정부는 남성의 소유물이어서 사고팔고 선물로 주었다. 유명한 한 학자는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채워주어야 하지만 남성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다기 세트에 비유했다. "찻잔 넷에 다관은 하나이다. 찻잔 하나에 다관이 넷인 경우를 보았는가?" (402쪽)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주부와 엄마가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엔 주부와 엄마의 의무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 그러나 수백 년에 걸친 사회 교육은 대부분의 여성을 주부와 엄마로 만들었다. 그런 관념은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주부와 아빠가 되려면 출세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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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2018-06-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18-06-11 19:02   좋아요 1 | URL
김유나리님에게 적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무척 기쁘네요.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