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감독 캔터 선생님이 가장 아끼던 아이 앨런이 죽었다. 앨런 마이클스. 



곳에도 폴리오를 퍼뜨려야지라며 놀이터에 나타나 한가득 침을 뱉고 돌아간 이탈리아인들 때문인지, 시드 가게의 핫도그 때문인지, 원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앨런은 목이 뻣뻣해지고 열이 오르더니 사흘 만에 그렇게 가버렸다. 



바랄 있는 가장 훌륭한 아이. 숙제를 하고, 자기 엄마를 돕고, 안에 이기적인 뼈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죽었다. 내가 아니라 그애가 죽었냐는 앨런 아버지의 물음에 캔터 선생님은 답을 없다. 장례식 , 앨런의 삼촌 아이사도어 마이클스가 울음을 참으며 추도 연설을 한다. 







앨런의 삶은 끝났지만,” 그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 무한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호기심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다정함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앨런은 사는 동안 행복한 아이였고, 무슨 일을 하든 일에 자신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나쁜 운명도 있습니다.” (72)




앨런이 자꾸로스 읽힌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호기심, 그의 열정, 그의 다정함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 무한의 시간을 산다. 


계속해서네메시스』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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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5-2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스의 죽음을 이틀 뒤에 알고 너무 놀랐어요. 아직 마지막 작품을 쓰지 않았다 여겼는데... 필립 로스도 죽는구나, 생각하니 삶이 더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런 사람은 불멸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네메시스 인용해 주신 대목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 2018-05-26 14: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blanca님~~
저 역시 필립 로스님의 책 한 권 또는 두 권 정도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필립 로스는.... 늙어감에 대해서, 죽음의 대해서, 세월 앞에서 인간의 무력함에 대해 그렇게 많이 말하고 썼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필립 로스는 오래 살 것이다. 그는 오래오래 살 것이다 ㅠㅠ
 



어제 오후에, 문자를 받았다. 필립 로스가 타계했다고, 단발머리가 생각난다고, 알라딘 친구는 썼다. 필립 로스가 노인이라는 , 80 넘는 노인이라는 처음 알게 사람처럼, 나는 멍하니 있었다. 이런 






그의 어머니는 여든에 죽었고, 아버지는 아흔에 죽었다. 그는 소리 내어 말했다. “저는 일흔하나예요. 당신네 아들이 일흔하나라고요.” “좋구나, 네가 살아 있구나.” 그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되돌아보고 네가 속죄할 있는 것은 속죄하고, 남은 인생을 최대한 활용해봐라.” (177) 








『포트노이의 불평』 우리나라에 2014년에 출간되었는데, 한참 동안이나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 표지가 눈에 익었는데도, 좀처럼 관심이 생기지 않았더랬다. 나는포트노이의 불평』 통해 필립 로스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처음 읽은 필립 로스의 책은미국의 목가』이다. 2014년이었는데, 기억으로는 읽었던 그의 책들 중에 제일 어려웠다. 『미국의 목가』 출발점으로 해서 필립 로스 읽기를 시작했고, 하나 읽고 하나 , 하나 읽고 하나를 더했다. 구할 없는 단편집 모음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제외하고는 한국에 소개된 필립 로스의 책을 전부 읽었다. 



『포트노이의 불평』에서는 쉼없이 몰아치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사실은 그의 부모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는 주인공에게 그의 엄마가 말한다. “어느 쪽이 되고 싶니? 인간이야 쥐야?”




왜 이러니! 너처럼 잠재력 많은 아이가! 너의 소양! 너의 미래! 하느님이 너에게 아낌없이 주신 모든 선물. 아름다움, 두뇌라는 선물. 그런데도 이렇다 이유도 없이 그냥 굶어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어디 가당키나 ?

평생 사람들이 비썩 마른 아이로 멸시하며 내려다보기를 원하니, 아니면 당당한 어른으로 우러러보기를 원하니? 

사람들이 너를 마구 밀치고 놀려대는 꼴을 당하고 싶은 거야? 다른 사람들이 재채기만 해도 자빠지는, 뼈하고 가죽만 남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니면 존경을 받고 싶니? 

커서 어느 쪽이 되고 싶니? 약한 사람이야 강한 사람이야? 성공한 사람이야 실패한 사람이야? 인간이야 쥐야? (28)






가장 최근에 읽은 필립 로스의 책은아버지의 유산』이다. 거부할 없는 힘을 가진 아버지, 죽도록 미워하지만 도망칠 없는 지독한 그의 아버지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쇠약해졌을 , 나이 아버지를 향한 필립 로스의 따스한 애정에 나는 한없이 부끄러웠다. 










2016 책의 기념 설문 조사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누구라도 만날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필립 로스요. 만날 있을 거라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됩니다.

무엇을 알고 싶냐고요? 나는 그에 대해 없습니다. 그가 말한 것만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나눌 있다면.... 만난 아침에 드셨는지, 그걸 묻고 싶습니다.



















2015, “절필을 선언한 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띠지와 함께네메시스』 번역되었을 때만 해도 여유로웠다. 읽지 않은 필립 로스의 작품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고, 내게는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이상 것이 없다, 그의 말에 새로운 소설은 어렵겠지만, 『작가란 무엇인가』 비슷한 종류의 인터뷰집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딜런이 2016년에 노벨문학상을 탔을 때는 작가님은 3-4 기다릴 있으시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유령 퇴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Exit Ghost』 시작으로 필립 로스 컬렉션을 시작했다. 읽지도 않는 원서로 필립 로스의 책을 사냐고, 꽂아만 두는 책을 사냐고 묻는다면 말이 없다. 그가 단어, 그가 문장을 원한다고 말할 밖에. 필립 로스를 읽느냐고, 필립 로스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똑같이 대답하고야 만다

그를 사랑할 밖에 없다고, 그를 원한다고. 




『유령 퇴장』  그녀의 질문에 나는 주커먼이 되어 답한다.  



그녀        제 어떤 점에 그토록 끌리시는 거예요? 


            그            자네의 젊음과 아름다움, 우리가 소통에 들어선 속도, 자네가 말로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178)




당신의 , 아름다움, 우리가 소통에 들어선 속도, 당신이 말로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분위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당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많이 고마웠어요. 


이제 쉬세요. 


이제, 편히 쉬세요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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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5-2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서 부고를 접하고 서운했어요. 사놓고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있어서 다행인건지ㅜㅜ;

단발머리 2018-05-24 16:58   좋아요 0 | URL
사 놓고 아직 못 읽은 책들이 있으시다면 전 moonnight님이 부러운대요.
전, 다시 읽기에 돌입했어요.
슬프고 아쉬운 마음을 모아서요. ㅠㅠ

psyche 2018-05-2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 로스 책 ‘에브리맨‘만 읽었는데요. 좋아하시는 책 많겠지만 제게 한권만 추천해주세요.

단발머리 2018-05-25 16:53   좋아요 1 | URL
저는 <유령 퇴장>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의 최애 작품이예요.
화제성에서는 <포트노이의 불평>을 추천합니다. 색다른 세계가 열렸습니다^^
<아버지의 유산>은 에세이집이구요.
저는 <네메시스>부터 다시 읽고 있어요.
한국에는 필립 로스 작품이 다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요. 또 다른 작품들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극곰 2018-05-2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제야 소식을 접했어요. 단발머리 님 글을 쭉 읽다보니 왠지 더 슬퍼요. ㅠ.ㅠ

단발머리 2018-05-25 16: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많이 아쉽고, 또 쓸쓸하기도 하구요.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와 동시대를 산다는 게 참 행운이라고 자주 생각하곤 했는데.... 슬픕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눈먼 암살자』 읽고 싶다면 앞에서 뒤로 읽으면 된다. 1권을 읽고 나서 2권을 읽으면 된다.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면 뒷면의 소개가 딱이다. 



20세기 캐나다의 명망 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아이리스는 아버지가 도산 위기에 처하자 정략결혼을 통해 탈출구를 마련한다. 소녀는 여동생과 함께 남편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그곳에서 자매를 기다린 것은 타락한 욕망과 비극적인 운명의 예감이다. 병들고 쇠락한 아이리스의 노년과 과거 회상이 교차하는 가운데, 죽은 여동생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 <눈먼 암살자> 곳곳에 삽입된다. 명망 있는 집안의 젊은 여인과 과격한 노동 운동가가 밀회를 즐기며 자이크론이라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설은 점차 현실과 얽히며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책소개>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젊은 지금 읽을 있어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립 로스가 그려내는 노년은 어디까지나선택한삶이다.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지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세상에 대한 모든 소식을 끊고, 오로지 읽고 쓰는 삶은 깊은 수도사의 삶을 연상시킨다. 『유령 퇴장』에서 네이션이, 나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고 말할 (13), 나는 그런 삶을 원했다. 고독 그리고 고립



마거릿 애트우드의 노년은 이와 다르다. 설정된 노년의 나이가 다르기 때문에 약해져 버린 육체를 가지고 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노년은 도움 받아야 하는 노년이다. 혼자 있을 때는 손가락으로 땅콩잼을 퍼먹고, 빨래감을 가지고 계단을 내려가다가 빨래통을 놓치는 . 죽음에 가깝고 무기력한 삶이다. 



일상 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리스가 남아 있는 힘을 그러모아 하는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 그녀는 이야기를 남기려 할까. 



나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쓰고 있는가? 자신을 위해서? 그건 아니다. 나중에 이것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할 없다. ‘나중이라는 시간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니까. 미래에, 내가 죽은 이후, 어떤 낯선 사람을 위하여 쓰는 것인가? 내겐 그런 야심, 그런 소망이 없다.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 이것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위에 자신의 이름을 갈겨 때처럼. 

나는 예전처럼 민첩하지 못하다. 손가락은 뻣뻣하고 서투르며, 펜은 흔들리면서 두서없이 흘러가고, 글자를 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나는 달빛 아래서 바느질을 하는 것처럼 구부린 자세로 앉아서 계속해서 쓴다. (1권, 76) 



작가와 화자를 등치시키는 순진한 소설읽기법이겠지만, 나는 자꾸 아이리스와 마거릿 애트우드를 동일시한다. 그녀는 쓰는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쓰는가. 전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녀는, 우리는 전하려 하는가. 무얼 말하고 싶은가. 




두번째 이야기 액자 속의 연인은 사람의 관계가 탄로났을 때의 위험을 무릅쓰고 만남을 계속한다.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 말을 하지 않지만, 사람은 서로 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마주 사람을 보기 위해 여기에 왔다. 연락을 취하고, 만날 장소를 정하고, 그리고 장소로 간다. , 그녀를 만나기 위해. 보기 위해. 안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Friends> 내가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유일한 미드다. 시즈 9 이야기다. 로스와 레이첼은 연인이었는데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 뜨거운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함께 살기로 한다. 집에 살고 있지만 사이는 정리되지 않은 묘한 부분이 있었는데, 레이첼이 로스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했던 , 바에서 레이첼의 번호를 받은 남자가 전화를 한다. 메시지를 남기겠다고 했지만, 서로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첼이 다른 남자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 로스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에 다른 여자를 만나려고 노력한다. 로스가 데려온 여자 때문에 다툼이 생겼을 , 레이첼에게 왔던 전화 메시지를 로스가 전하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고. 화가 난 레이첼이 말한다. 


“Why didn’t I get the message?” 




문단을 읽을 , 레이첼의 말이 겹쳐졌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전보 다섯 통을 보냈대요. 당신은 나에게 아무 말도 주지 않았어요. 나는 말했다. 


메아 쿨파(‘나의 잘못이라는 뜻의 라틴어). 말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신의 걱정을 덜어 주고 싶었어, 여보. 그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고, 장례식에 시간을 맞춰 돌아갈 길도 없었잖아. 그리고 당신을 위해 계획한 일이 어긋나는 것도 원하지 않았고. 내가 이기적인 탓도 있었지. 잠시만이라도 당신을 혼자 독점하고 싶었던 거야. 이제 앉아서 기운 내고 이걸 마셔. 그리고 나를 용서해 . 아침이 되면 모든 일을 처리할 거야.” (2, 55) 




참고로 레이첼은 로스와 대판 싸우고 조이의 집으로 이사한다. 그녀에게는 직업과 친구가 있었다. 

가엾은 아이리스는 



걱정.’ ‘시간.’ ‘어긋나는.’ ‘이기적.’ ‘용서해 .’ 


거기에 대고 내가 무슨 말을 있었겠는가? (2,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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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강간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서다. 저자 본인은 심혈을 기울인 <3 : 전쟁과 강간>편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는데, 경우에는 인디언과 노예제의 역사 속에서 강간의 정치적 속성을 증명하는 서술 과정이 인상깊었다. 



남부의 가부장적 노예제는 백인이 흑인 위에 있는 형태를 취할 아니라 남성이 여성 위에, 정확히는 백인 남성이 흑인 여성 위에 있는 형태를 취했다. 흑인 여성은 노동자일 아니라, 재생산자였다. 노예제 하에서의 성적 착취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흑인 여성의 재생산 기관을 완전히 통제함으로써 6 내지 8세가 되면 바로 작업에 투입할 있는 노예 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가 흑인인지 물라토인지는 상관이 없었다. (237)



흑인 여성은 이중으로 억압당했다. 흑인 여성은 주인인 백인 남성과 가장인 흑인 남성의 지배 아래 있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도 착취당했다. 흑인 여성은 밭일꾼과 집안 하인, 번식자라는 경제 근간을 이루는 역할을 맡았을 아니라, 백인 주인의 성적 노리개로 이용당했다.(243)




레베카 솔닛, 『백래시』 수전 팔루디 그리고 책의 저자 수전 브라운밀러는 소설, 영화, 잡지, 텔레비전, 매스미디어에서 만들어내는 여성의 이미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뇌를 써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늘어날수록 소설, 연극, 시에서 여성을 육체밖에 없는 존재로 재현하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백래시』  언급처럼, 미쳐버린 연쇄살인범의 살인 대상으로서의 여성, 아름다운 외모에 무기력한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여성을 순수하고 어리석으며 수동적이고 무력한 존재로 그려내기에 바빴다. 여성이 보는 여성의 모습 또한 그랬다.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범죄의 대상이 되어버린 아름다운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다. 





이제야 토니 모리슨의 말이 이해된다.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토니 모리슨. 





말씀은 남성들은 작가로서의 자격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겁니다저는 그럴 수가 없었는데 말입니다이상한 일이지요글쓰기가 인생의 핵심이고 마음을 몽땅 차지하고 있고기쁨을 주고 자극을 주는데도 저는 제가 작가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어떤 사람이 “직업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저는 작가랍니다.”라고 대답하지 못했어요대신 “편집자랍니다.” 아니면 “교사예요.”라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아는성공한 여성 작가가 전혀 없었어요작가가 되는 남성의 영역처럼 보였지요그래서 주변부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작가라도 되기를 바랐습니다허가라도 얻어야 것처럼 느껴졌지요. (311







마찬가지로헝거』 록산 게이가 말했던특히 흑인 여성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 또한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냥 이곳에 눌러앉아 벌목꾼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부분은 내가 가는 곳에 그가 따라와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나는 5 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많은 사람이 이루지 못하는, 특히 흑인 여성이 쉽게 이루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루었다.(134) 










요리, 청소, 정리 정돈. 집안 하는 여자 메이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백인 주인의 부름을 거부할 없는 메이드. 백인 안주인의 분노와 증오를 받아내야만 하는 운명. 자신과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냈던 삶의 그림자는 어쩌면 현재까지 이어져 그녀들을 억압한다. 흑인 여성이 . 흑인 여성이 글이라 


흑인 여성으로 산다는 , 흑인 여성으로 쓴다는 , 흑인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얼마나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을까. 책이나 소설로 멀리 떨어진 채로 짐작할 뿐이지만, 고통의 무거움은 아련히 전해진다.    




흑인 여성이 흑인으로서의 차별과 여성으로서의 억압 어떤 것을 힘들어할까,라는 멍청한 질문을 치아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게 해본다면 어떨까. 그녀는엄마는 페미니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내가 인종차별보다 성차별에 많이 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 왜냐하면 성차별에 대해 화를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주위의,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종 불평등은 쉽게 알아채면서 불평등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야. (38)










이것은 계급 역할이나 인종 역할에 비해 역할이 얼마나 일상화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정희진이다. 





그녀/그의 피부색이나 태어난 계급의 조건에 맞는 직업, 감정 표현, 옷차림, 섹슈얼리티, 가사 노동 일생 전반에 걸친역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계급 역할(당신은 가난하므로 공부하면 된다)”이나인종 역할(당신은 흑인이므로 실업자가 자연스럽다)” 같은 표현은 없다. 반면, 역할(gender role, :여자는 애를 낳아야지”)이란 단어의 존재는 성차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일상의 정치인지, 젠더가 얼마나 인식하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인지, 얼마나 탈정치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24) 






껍데기 뿐인 특권을 누렸던 백인 여성은 아니지만 

정신과 육체가 이중으로 착취당했던 흑인 여성도 아니지만 

현대를 사는 3 세계 여성으로써  

목격자이며 당사자로써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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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행동 징후로 크게 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환기를 해야한다 해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한결같이 굳게 방문을 걸어 잠그는 아이를 , 짐작한다. 아이는 이제 나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가는구나. 다른 세계로 가는 길에서 쪽으로 향하는 문을 이렇게 닫고 가는구나. 



번째 징후는 자신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찾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둘째에게는 채널 선택권이 없던 셈이다. 누나가 듣는 <Uptown Funk> 들어야 하고, 엄마가 듣는 김동률을 들어야 한다. 둘째는 아는 노래가 없으니, 좋아하는 가수가 없으니 그럴 밖에 없다. 그랬던 둘째에게 플레이 리스트가 생겼다. 그대로 질풍 노도의 고속도로 위에 이제 발을 내딛는다.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는 하도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대기에가수하라 진지하게 권했다. 손사레를 치고는 재빠르게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댄다. 



하여, 노래방에 갔다. 

전인권으로 시작해 이문세로 떠나는 세계와 스크립트의 <Breakeven>, Ed Sheeran <Castle on the hill>, 그리고 워너원의 <Beautiful> <부메랑> 세계가 어색하게 조우하는데, 개의 세계를 모두 아는 사람은 뿐인지라, 나는 모든 세계에서 의연히 즐거웠다. 엄마도 하나 부르라는 말에,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불렀다. 에일리는 , 노래를 잘하는 가수였네. 몰랐다. 듣기만 해서. 나는 몰랐네. 



친한 후배에게 전화를 하다가 흘러나오는 노래에화아~~” 박하사탕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후배가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했다. 




우효 <민들레> 









이승우는 문학이란 예술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늦게 하는 거라고 했다. 최대한 미루고, 최대한 돌려 말한다 하더라도, 결국 하고 싶은 말은 그런 아닐까 싶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 

당신을 기다린다는 , 

당신을 위해 많이 웃겠다는 . 



오늘도 어김없이 굳게 닫혀진 앞에 선다. 똑똑! 

“**! 엄마 신곡 발견했어! 노래방 가자,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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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5-1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은 글이다... 그리고 에일리의 저 노래는 ㅜㅜ 저도 약간의 사연이 ㅜㅜ(폭풍 눈물) 그리움이... ㅠㅠ
단발머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엉엉

단발머리 2018-05-15 10:12   좋아요 1 | URL

한번쯤은 행복하고
싶었던 바람
너까지 울게 만들었을까

모두, 잊고 살아가라
내가 널, 찾을 테니
니 숨결, 다시
나를 부를 때

잊지 않겠다
너를 지켜보고 설레고
우습게 질투도 했던
니가 준 모든 순간들을

언젠가 만날
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너에게 내가 가겠다

다락방 2018-05-1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를 울리시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8-05-15 10:15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이 운다니 나도 울고 싶어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clavis 2018-05-15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방♡♡초대하는 엄마 너무 멋져요♥

단발머리 2018-05-15 10: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같이 가고 싶어해서 좋기는 해요.
아이들 맘 변하기 전에 여러번 고고싱하고 싶네요~~~~~~

transient-guest 2018-05-1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세요 ㅎㅎ 저는 우효 노래 좋아합니다

단발머리 2018-05-15 11: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는 우효 입문자로서, 우효 노래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가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네요.
아이 러브 우효~~~~~^^

moonnight 2018-05-1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엄마이십니다^^

단발머리 2018-05-18 18:59   좋아요 0 | URL
아이고, 부끄럽습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부끄럽네요~~~~~~~~~^^

꼬마요정 2018-05-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멋진 엄마시네요. 전 엄마랑 노래방 안 갑니다. 갔다가 죽는 줄 알았어요. ㅎㅎㅎ 저는 엄마랑 가면 탈진해서 기어나와야 하거든요. 그나저나 노래방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전 이소라의 ‘제발‘이 참 좋은데...^^;;

단발머리 2018-05-18 19:00   좋아요 1 | URL
전, 멋진 엄마는 아닌데, 그런데 칭찬해주시니 좋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희집은 곧 노래방 방문계획이 있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신곡을 많이 발견했거든요. 참, 이소라의 ‘난 행복해‘가 제 18번이라서,
웬지 꼬마요정님과 통하는 이 기분!!!

psyche 2018-05-16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효 처음 들어봤는데 노래가 너무 좋네요. 단발머리님 덕에 좋은 노래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노래방 너무 좋을거 같아요.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요즘 둘째가 방탄과 워너원에 빠져서 노래방 가면 같이 부를게 생겼거든요. 한국가면 꼭 같이 가봐야겠네요. 막내는 싫어하겠지만 ㅎㅎ

단발머리 2018-05-18 19:11   좋아요 0 | URL
아, 우효가 제게는 올해의 발견입니다. 제 후배는 <소녀감성 100 퍼센트>도 추천해줬는데,
전, A Good Day도 좋네요~~~~
미국에는 노래방이 없나요? 한국도 좀 시들해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중고등학생들이 꾸준히 이용해주고 있어서
노래방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요.
한국 오시게 되면 좋은 시간 가지게 되실 바래요~~~~~~~^^

요즘 저희 아롱이도 방탄 MIC Drop을 얼마나 부르는지... 저도 외울 지경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