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는 외식하지 않는 편인데, 화요일에는 원하는 식당에서 원하는 요리를 원하는 1인이 있어 식구들과 외출했다

식사를 마치고 맞은편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어갔다.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이라면 책애호가이자 인기 알라디너가 일년간 한 권의 소설만 읽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바로  아닌가. 간만에 득템이다, 외치며 결제를 마치고, 집에 와서는 인증샷을 찍고 즐거운 독서에 들어가려는 찰나. 










어머나. 『프랑켄슈타인』 특별판이 출판된거다. 인생은 역시 타이밍인가. 아니다. 인생은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

내가 정말 원하는 알라딘 중고서점 득템이 아니라, 산뜻한 리커버였음을. 나는 마침내 알아버린다. 



  

최초의 여성주의 이론서여성의 권리 옹호』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 

메리 셸리의프랑켄슈타인』, 

오늘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의 축하 커피를 마시며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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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8-03-08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나 그 알라디너님 추천 때문에 저도 보관함에 담아두고 있었는데 특별판으로 교체해야겠습니다^^
앗 메리 셸리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인가요?? 몰랐습니다!

단발머리 2018-03-08 16:07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좋으시겠어요.
독서괭님은 특별판을, 출간 200주년 기념판을 구입하실 수 있잖아요.
저는 (철퍼덕....) 그냥 문학동네 반양장판일 뿐입니다. ㅠㅠ

그리고.....
메리 셸리는 엄마가, 그 훌륭한 여성이, 바로 자기 엄마인데,
엄마 메리가 산욕열로 출산 직후 사망한 바람에 엄마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고 합니다.
슬픈 이야기죠....

다락방 2018-03-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특별판 보고 혹해서 살까..를 망설였지만, 이미 집에 있으므로 참기로 하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3-08 19:57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오늘 구판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삼고....
그래도 참기는 어렵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18-03-09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구판이 없으니 그럼 이번 기회에!!! ^^

단발머리 2018-03-10 10:01   좋아요 0 | URL
지금 이 순간, 난 야나님이 부럽군요~~~ 부러워요^^

2018-03-09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0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2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찬은, 내가 존경하는 그녀가 찬탄해 마지 않는 소설가다. 그녀는 그를여성이라고 말한다. “그가여성 이유는 고통을 분석하는 예술가, 현실을 진단하는 평론가, 뮤즈를 필요로 하는 예술가와 거리가 윤리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정찬을 읽는다. 




정찬 소설집 생애』 세번째 단편 <희생>에서 민호는 20 홀연히 사라져버린 어떤 소식도 없었던 애인에게서 편지를 받는다.(80) 그리운 당신으로, 시작한 편지는 민호를 자신의 집으로 간절히 초대하며 끝을 맺는다. 그녀의 정릉 옛집에서 민호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통해 그녀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그녀의 아픔은 야만의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 자체이다.  



누가 영서의 아버지죠? 남성이에요. 단순하고 막연한 대답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에겐 단순하지도 않고 막연하지도 않아요.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은 가해자가 없어요. 신은 여성에게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를 주지 않았어요. 이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예요. 저는 영서가 여성이었음을 알았을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어요. 기쁨의 이유는 가해자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며, 슬픔의 이유는 희생자적 존재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에요. 가해자가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여성이 희생자가 가능성을 갖고 있지요. (<희생>, 115)  







『제2 성』 1운명에서 시몬 보부아르는 개미, 꿀벌, 나비, 사마귀 등의 곤충과 동물들의 생식과 교미를 관찰한다. 몇몇 포유동물들의 암컷은 일단의 조류들처럼 울음소리, 교태, 노출 등으로 수컷을 부르는데, 거기 까지다. 암컷은 교미를 강요할 없으며, 주도권은 수컷에게 돌아간다.(49)   



비록 암컷이 도발적이고 동의적으로 나오더라도 결국 암컷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은 수컷이다. 그러므로 당하는 것은 암컷이다. 말은 대개 아주 정확한 의미를 갖는다. 수컷이 특수한 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또는 매우 강하기 때문인지, 수컷은 암컷을 잡아 꼼짝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이 교미행위를 능동적으로 행하는 것은 수컷이다. 많은 곤충이나 조류, 포유동물들은 수컷이 암컷에게 성기를 삽입한다. 그래서 암컷의 내적 본질은 침범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49) 




대부분의 수컷은 특수한 기관과 물리적 힘을 사용해 교미를 주도한다. 암컷의 내적 본질은 침범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찬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성에게는 남성의 발기된 성기와 같은 폭력의 무기가 없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여성은 숙명적으로 희생자다. 희생자가 되는 어디까지나 여성이다.


남자가 여자일 있을까. 남자가 여자를 이해할 있을까. 남자가, 여자 편에서 생각할 있을까. 모든 남성이 가해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가해자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받아들일 있을까. 티끌같은 여건만 마련되어도 쉽게 가해자가 되어 버리는 남자 스스로를,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내게는 이해되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남자들은 이해할 있을까. 



타들어가는 마른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그녀는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어렵게 질문하는 손석희 앵커에게 몸을 바들바들 떨며 힘겹게 대답하는 그녀를 보고 있을 , 입에서는 오히려 야멸찬 저주의 말이 나오지 했다. 그녀의 절망이 보였다. 쉽게 가해자가 되어버린 그를 향한 나의 실망과 분노는 그녀의 아픔 앞에 아무것도 아니다. 버릴 사람은 버리면 된다. 이제는 그녀를 보호해 줘야한다. 실명과 얼굴, 자신의 존재를 걸어야만 믿어주는 이런 방식의 폭로, 그녀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이런 방식의 폭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그녀들을 믿어줘야 한다. 희생자들의 말에 많이 귀기울여야 한다. 

그녀들을, 보호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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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쓰기의 말들』  




내게 은유는, ‘내가 여성성을 맞닥뜨린 결혼 이후다 은유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5) 알라딘 메인 화면에는박보검이 효리네 민박에서 읽은 이라는 문구로 광고하고 있다. 2 한달 내내 매일 적립금 100, 크레마 사용자 적립금 100원을 차곡차곡 모아 크레마 사용자 몰별 적립금을 더해서 30% 할인쿠폰를 사용해 10 대여했다. 무료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글쓰기 기술이나 쓰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책들을 뒤로 하고, 글쓰기 자체와 쓰는 인생을 연결해 설명한 책으로는 책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외국책으로는 스티븐 킹의유혹하는 글쓰기』 그렇다. ‘글을 쓰면 이런 저런 면이 좋다혹은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저런 방법을 써라 아니라, 글쓰기 자체가 가지는 무게와 힘에 대해, 글을 쓰는 이와 그녀/그가 쓰는 글의 관계에 대한 세밀한 통찰이 돋보인다. 




경험이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뻔뻔한 자랑이나 지지한 험담에 머물지는 않는가. 타인의 삶으로 연결되거나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는가. 이리저리 재어 본다. 자기 만족이나 과시를 넘어 타인의 생각에 좋은 영향을 준다면 자기 노출은 이상 사적이지 않다. 내고 들으려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읽고 쓰며 묻는다. 몸으로 실감한 진실한 표현인지, 설익은 개념으로 세상만사 재단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의 삶을 도구처럼 동원하고 있지는 않는지.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2.기린의 날개』 




콜라를 마셔 때쯤 젊은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마실래요?” 

마쓰미야가 자동판매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닙니다. 금방 들어가야 해서요.” 

그러더니 젊은이는, 하지만 지금 여기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해하던 마쓰미야는 민망해하는 젊은이의 표정을 보고서야 그가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마쓰미야는 웃으며 지갑을 꺼냈다. 

뭐로 할래요?”

녹차로 하겠습니다.” 

녹차 페트병은 350밀리와 500밀리의 가지가 있었다. 주저 없이 쪽을 사서 젊은이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라는 젊은이의 말을 들으며 마쓰미야는 살기가 힘든가 보다고 생각했다. (130)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기린의 날개』 처음이다. 1순위는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순위는용의자 X 헌신』이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만나 주말에 시작해 금방 끝냈다. 피의자의 죽음으로 급하게 마무리되던 도심  의문의 살인사건은 가가 형사의 활약으로 서서히 전모를 드러낸다. 추리/미스터리물은 많이 읽지 않아 어떠하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살인자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산재 은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 피의자이며 의식 불명 상태인 후유키의 직장 동료가 회사로 찾아온 마쓰미야 형사와 잠깐 대화를 나눈다. 지금 여기서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음료수를 건네받는 일본 젊은이의 말이 인상깊. 







3.달콤한 노래』 





그녀가 바라는 오직 하나다. 그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고, 자기 자리를 찾고, 그곳에 거주하는 , 몸을 숨길 둥지 하나, 따스한 은신처 하나를 마련하는 . (243)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단어는 뭘까. ‘완벽한 첫번째 후보가 아닐까 싶다. 완벽한 외모, 완벽한 몸매, 완벽한 상태, 완벽한 환경. ‘완벽함이란 흔들리는 저울추가 0점을 가리키는 순간에만 적확한 말이다. 완벽함은 지속될 없다. 넘침과 부족함은 완벽함과 함께 없고, 더러움과 흐트러짐 역시 그렇다. 



다시 변호사로 일하기 위해 보모를 찾던 미리암은 루이즈를 만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완벽한 보모 루이즈는완벽하게구현한다. 그녀와 함께라면, 그들은 완벽하게 행복하다. 하지만, 설명할 없는 불길한 예감은 완벽한 균형을 흔들어 대고,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미리암은 이를 모른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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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03-05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 말 넘 좋으네요^^

단발머리 2018-03-05 12:28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래요. 은유 작가가 니체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녀도 니체를 닮아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힘이 있더라구요.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인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8-03-0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기의 말들 저도 👍👍!!!!
넘 좋았어요.
박보검씨의 책 고르는 안목에 감탄을!!!ㅋㅋ
어제 효리민박 보니까 다음 주에 박보검씨 나오나 봐요?
후드티 입고 쓰기의 말들 읽던 장면이 있었어요.예전에 아이유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을 때 볼펜 들고 캠핑용 간이 의자에 앉아서 읽던데 멋있단 생각을 했었어요.근데 또 박보검이 후드티 모자 눌러 쓰고 심각한 모습으로 읽는 모습 보니 그것 또한 멋있더군요.이렇게 금사빠라~~~참참참!!!!ㅋㅋ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처음 접했었는데요~~첫느낌이 좋았었던 기억이 있네요^^
다른책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곤 거기서 멈췄네요ㅋㅋ
워낙~~읽을 책들이 좀 많아야 말이죠!!ㅜㅜ

단발머리 2018-03-06 08:5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스스로의 안목으로 골랐다면..... 정말 대단하지요.
쓰기의 말들,은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혹은 잘 알려진 책도 아닌데, 그걸 스스로 골라냈다면,
외모만큼이나 책 보는 안목도 멋지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멋지다 박보검, 멋지다 아이유~~~

저도 집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대출해온게 있어서요. 얼른 읽어봐야지, 하는데, 저도 기다리는 책들 때문에 ㅋㅋㅋ
미루고 있네요. 두꺼운 모든 책들이여,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낭만적 사랑의 허구에 대해 처음으로 들었던 고미숙선생님이었다. 근대로 들어서면서, 남녀간의 불꽃 튀는 찰나의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이상화되었는지 설명하셨는데, 사랑의 절대적 힘을 맹신하고 있던 당시에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사랑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니. 사랑이라는 허상에 대해 정희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결핍이나 욕망에 대한 자기 판단, 회계(대차대조표), 자기 확신의 활동이다.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절대로 사실을 잊어서는 된다. 사랑받음은 내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기 혼란이다. 사랑은 내가 타인의 상태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본인이 매력적이고 잘나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38)  




사랑 없는 삶이 흔하더라도 혹은 바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 없이 없다고 말한다. 사랑을 갈구한다. 사랑하기를, 사랑 받기를 원한다. 핑크빛 기류, 강렬한 눈맞춤, 격정적인 몸짓, 뜨거운 손길, 거부할 없는……. 하지만, 모든 것은 내가 아니라 나를 사랑한다는 말하는 그의 자기 혼란에 근거하고 있다고 정희진은 말한다. 사랑한다 말하는 그도, 사랑받고 있다고 믿고 있는 나도, 오해하고 있는 셈이다. 사랑을 역사적 산물로 이해하는데  『낭만적 사랑과 사회』(재클린 살스비),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울리히 , 엘리자베트 -게른스하임), 『현대 사회의 사랑 에로티시즘』(앤서니 기든스) 도움이 거라 하시니, 찾아보아도 좋겠다. (민음사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모아둔 글이라 혹시나 내가 영화가 있나 목차를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를, 나는 이미 알고 있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다. 아는 영화가 없다. 나는 영화를 모르고 산다. 영화가 하나도 없는데, 정희진의 영화평을 읽는다. 꼼꼼히 읽는다. 제일 좋아하는 문장은 19쪽에 있다. 




영화는 나의 세계를 확장할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인생 문제가 영화에서대부분해결되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타인이 필요치 않게 되었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19) 




정희진은 영화를 경험 너머 새로운 앎의 세계라고 말한다. 고급 도서관을 통째로 가진 기분이라 표현한다. 내게 영화는 그렇지 않은데,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음향, 구성과 편집으로 숨겨놓은 단서를 찾아가는 작업이 내게는 무겁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면, 영화가 이렇듯 인생 문제의 대부분을 해결해 있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타인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로 나를 이끌어준다면, 나는 영화를 보고 싶다. 왜냐하면 내게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나는, 외로움을 원한다. 



아침에는 『랩걸』을 마쳤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과학자이자 아들을 위해 호랑이로 변신하는 약을 제조하는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오후에는 『제2 성』을 읽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어 깜짝 놀란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읽었다. 마칠 것을 알기에, 마무리해야 새로 시작할 것을 알기에, 차분히 , 장을 넘겼다. 


저녁에는 아침에 주문해 오후에 배송된 『혼자서 영화』를 읽었다. 내게 정희진은 언제나 ///이기에 단어를 하나씩만 따라가며 천천히 읽었다. 



충분히 외로운 날이었다. 

후회 없이, 충분히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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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이거 사서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는 참인데 단발님은 역시!!벌써!! 읽으셨군요!!!

단발머리 2018-02-23 09:4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페이퍼 보고 신간 나온것 알았어요. 땡투를 그대에게^^
책이 작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2-23 09:52   좋아요 0 | URL
아니!! 제 페이퍼를 보고 알았는데 저보다 빨리 읽으셨다구욧??!!!!!!!!!!

단발머리 2018-02-23 10:04   좋아요 0 | URL
제가 집 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똬악! 신청을 해놓고요.
아, 안 되겠다 싶어 아침에 주문했는데, 저녁 먹기 전에 도착하더라구요.
부지런한 다락방님과 바지런한 알라딘 당일 배송의 협동과 조응^^

유부만두 2018-02-2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분히 외로우셨군요.
저도 외로움이 고픕니다.
혼자 어딜 가고 싶은데... 혼자 영화 보러 갈까봐요.

단발머리 2018-02-24 11:45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서 뭐든 잘하는데, 혼자 영화는 아직이예요.
유부만두님은 혼자 영화도 가능하시군요.
이제 며칠 안 남았어요. 곧 성수기가 끝나고, 개학이 열립니다^^

꿈꾸는섬 2018-02-2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영화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에요.^^
사랑이 만들어진 허상이라고 해도 저는 사랑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삶의 원동력이구요.ㅎㅎ

단발머리 2018-02-26 12:33   좋아요 0 | URL
제가 아직 안 해 본게 혼자 영화보기인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영화관에 사실 자주 안 가거든요.
그런데도 이 책은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저도 사랑이 좋아요. 사랑이 없으면.... 이 삭막한 삶을.... 어찌....ㅠㅠ
 



153쪽. 흙은 참 묘하다.



[랩 걸]은 참 묘하다. 맥도날드 치즈버거를 해동시켜 한 사람당 3개씩 (레바에게도 3개) 먹으면서 실험에 전념하는 과학자의 일상과 생각이 특별하고 새롭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왜 뒤돌아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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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2-1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맥도날드 햄버거!!!ㅋㅋㅋ


근데 왜 뒤돌아 보시는걸깡??

단발머리 2018-02-19 21:50   좋아요 0 | URL
마무리하지 못한 책이 <읽고 있는 책>의 뒷덜미를 잡고 있어요.
어서 끝내야하는데.... 하면서 표지만 보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