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아도 시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정좌를 하게 된다. 하얀 책을 읽을 때 장갑 끼는 걸 고려하시는 분에 비할까 보냐마는(안녕하세요~~ 아름답고 섬세하신 님^^), 시를 읽을 때는 손을 씻고 바르게 앉아 시집을 펼친다. 웬만하면 시집은 들고 다니며 읽지 않는다. 구겨지면 안 된다. 시집은 항상, 새 시집 같아야 한다. 한 편, 한 편 정성 들여 읽는다. 물론 오래 걸린다. 서너 편을 읽은 후에는 쉬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를 대하는 내 마음이 변한 건 아닌데, 이 두 개의 시집은 빨리 읽었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그게 싫기도 했고 또 좋기도 했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 중에서는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가 좋았다. 해설에는 이런 설명이 있다.

 

그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섹스, 알코올 남용, 폭력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반응과 마초이즘(Machoism)’의 풍자라는 정반대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129)

 

불편한 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불편하다는 건 그의 작품 속 알콜과 폭력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여성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마초이즘의 풍자라는 해설도 이해되기는 하다. 미묘하게 두 지점을 오가는 것 같다. 내가 더 불편해야 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이 한 개의 시에 대해서는, 나는 많이 불쾌하지 않았다. 팬레터를 쓰고 찾아오겠다고 하고 자신에게 전화하라고 말하는 여자들, 젊은 여자들에게 는 말한다.

 

 

부디 그대의

몸과 그대의

인생을

그것에

걸맞은

젊은 남자들에게

주세요

―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부분 47

 

 

 

 

 

 

 

 

 

나는 시를 잘 못 외우는데(사실, 나는 뭐든지 잘 못 외운다. 전화번호도, 계좌번호도, 우편번호도, 도로명 주소도. 모두 다 숫자들이군. 시도 더한다. 시도 잘 못 외운다.), 유진목의 시 중에, 몇 개는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당신을 중얼거립니다 나와 당신 하나의 문장이었

으면 나는 당신과 하나의 문장에서 살고 싶습니다 몇 개의 간

단한 문장 부호로 수식하는 것 말고 우리에게는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 「당신, 이라는 문장부분 76

    

 

나와 하나의 문장 속에 살 수 있는 당신을 생각하고, 인용도 참조도 필요하지 않은 당신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달콤하고 따뜻하다.

 

 

어디로 가야 당신을 볼 수 있습니까 모든 게 다 당신이야 나

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고맙습

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내가 그리로 가겠습

니다

― 「첩첩산중부분 80

 

하루 종일 달린다. 물 고인 논을 지나 마을을 지난다. 건장한 사내 백발의 노인 발가벗은 아이를 지나, 첩첩산중 사내들은 소를 데리고 사라져 가고, 나는 당신도 없고 사랑도 없고 욕망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달리고 달려간다. 남빛 하늘로부터 시작해 이렇게 달리고 또 달리는 이유는 당신에게 가닿기 위해서다. 고마운 당신, 당신에게만 있는 당신에게 가기 위해서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내가 그리로 가기 위해서다. 당신에게로 내가 가기 위해서다.

 

  

  

나는 일생을 다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또 없을 겁니다 무엇이 나를 중요하게 여긴단 말

입니까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은 편안합니다 행복한

순간이 오면 죽고 싶습니다 그럭저럭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도

보면 우유분단해서일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경우입니다

― 「밝은 미래부분 34

 

행복한 순간이 왔을 때,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고 싶지는 않다. 죽지 않고 살아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누리고 싶다. 어쩌면 내가 그런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죽고 싶도록 만드는 행복, 이젠 죽어도 괜찮겠다고 느껴지는 행복, 나는 그런 행복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느끼는 행복은, 이 순간이 멈췄으면 하는 행복이다. 어느 때, 어느 순간, 찰나의 느낌이다. 그냥 지금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 말이다.

 

아침을 먹고, 자리에서 두 권, 소파에서 1, 학습만화 와이를 정독하던 아롱이는 학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공기 연습을 시작한다. 요 근래에 학급에서 공기가 유행이라 요즘 부쩍 공기놀이에 열심이다. 공깃돌을 던지고 받고 또 던지고 받는다. 설거지를 하다가 공깃돌을 던지고 있는 아이 앞에 앉는다. 아이가 놀라며 왜에?”하고 묻는다. 나는 그 가 어떤 인지 안다. 아롱이의 ?’엄마도 같이 할 거야?”하고 묻는 이다. 고개를 저어 아니라고 말한다.

다시 공깃돌을 던지고 받는다. 던지고 또 받는다. 이번에는 손등에 올린 공깃돌을 공중으로 던져 움켜쥐는 연습을 한다. 다시 잡은 공깃돌 3. 아리랑은 더블이니까 6. 학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공기놀이에만 열중한다.

내가 말한다.

아롱아, 우리나라 4학년 어린이 중에서 행복한 어린이 10명 추리면, 네가 10명 안에는 들 거야.”

아무 말 없이 공깃돌을 공중으로 날리던 아롱이가 잠시 틈을 내, 고개를 들고는 말한다.

아마, 5명 안에는 들 걸?”

다시 공깃돌을 던진다. 이번에는 공깃돌 2. 아리랑에 성공했으니까 4연이다.

 

2016620일 오전 825.

멈추고 싶은 시간.

행복해서 잠깐 멈추고 싶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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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4:2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오늘도 한참을 머뭇거리다 당신 옆에 쉼표를 놓아 두었습니
다 나는 다음 칸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쉼표처럼 웅크려 앉는
당신 그보다 먼저는 아주 작고 동그란 점에서 시작되었을 당신...

- 당신, 이라는 문장

2016-06-20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4:39   좋아요 0 | URL
다시 사랑 샘솟는가요? 숙제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어요... ㅋㅎㅎ

2016-06-20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7   좋아요 0 | URL
만나면 내가 전할께요. 아멘!! ㅎㅎㅎ

2016-06-20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6-20 15:16   좋아요 1 | URL
1. 아롱이는 저도... 부럽습니다^^
2. 저는 이제 적응했어요. 이젠 전화번호 7자리도 한 번에 못 외워요ㅠㅠ
3. 고마워요. 저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님의 말씀이 고맙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icaru 2016-06-20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비밀댓글로 쓰야하는긴가,, 잠시 고민 ㅋ -- ˝왜에?˝ 라는 두 글자에 함축된 것을 서로에 대해 통찰을 발휘할 수 있다니 대단히 가까운 사이인거네요... 아 부럽부럽.. 언어를 뛰어 넘어요!

살아있는 것도 우유부단 ... 이라니 아... ㅎㅎㅎㅎ ;;

저는 우유부단 대마왕~~!!

단발머리 2016-06-21 08:53   좋아요 0 | URL
위에 분이랑 어느 멋진~~ 남자분 이야기를 하느라 비댓이었어요.
가끔은 비댓이 엄청 재미있습니다.
특히 못 읽는 사람들에게는 궁금증을 선물로 드립니다. 마구마구.
저는 이렇게 댓글 쓴 적도 있어요.
위의 비댓글 다 뭔가요? 공개해 주세요~~ 라고요 ㅎㅎㅎ

아롱이랑 저는 그런 사이입니다. 항상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지점이 여럿 있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우유부단합니다. 항상... 지금까지요.

cyrus 2016-06-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 시 전문을 꼭 읽어보고 싶군요.

단발머리 2016-06-21 08:54   좋아요 0 | URL
찰스 부코스키의 시가 모두 편한 건 아닌데, 이 시 <나는 여성혐오자가 아니에요>는 유쾌했어요.
cyrus님도 읽으시면 좋아하실 듯 해요. ㅎㅎ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이 보고 판단하는 자기 자신은 완벽하게 똑같을 수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실제는 더 형편없는 인간일 것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스스로가 믿는 것보다 더 괜찮을 사람일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실제의 나보다 더 멋져 보이고 싶다. 실제의 나보다 더 근사해 보이고 싶다. 그러니까 정직하게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실제보다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갈등한다는 이야기다.

 

어제는 좀 꿀꿀했다.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은 나를, 실제의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는 사람이었다.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만난 사람은 실제의 내 모습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게 싫었다. 많이 친하지 않은, 그리고 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나의 본 모습을 보게 되고, 알아채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 나는(어떠한 상황에서도 좋은 점 1가지를 찾아내는 훌륭한 미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제 오전에 만난 사람과 나와의 만남이 줄 수 있는 일말의 특별하고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게 쉽지 않았다. 오후에 아롱이를 바둑 학원에 보내고 청소기를 돌리는데 계속해서 기분이 울적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내가 그러함을 알고 있다는 게 유쾌하지 않았다. 꿀꿀했다.

 

아롱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를 친다.

엄마, 내가 선물 가져왔어!”

... 정말 선물이다. 멀리선 온 선물.

 

 

 

 

 

 

선물을 받고 나니 이번에는 선물을 보내 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됐다. 내가 실제로 어떠한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하는 그 사람을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같은 말인가?), 유치하고, 소심하고, 게으른가에 상관없이, 나를 좋아해주는, 나를 생각해주는 그 사람을 생각한 거다. 나를 실제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여겨주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기분이 업이 되어 버린다.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 사람의 애정을, 사랑을 받는 사람이야. 그런 생각들이 자꾸 자꾸 커져서는, 나중에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이 자주 먹는다는 호박전을 부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 사람도 저저번주에 반찬이 없어 냉장고를 열고 애호박을 꺼내 호박전을 부쳤지. 나도 부친다, 호박전...

38살 무렵 부터였던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쉽게 감동받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떤 형태의 강의던지, 마지막은 그래, 나도 이렇게 해보겠어!“의 결심으로 마무리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게 통 없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귀 기울이며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따라 읽고 싶은 책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 고마운 사람 때문에 읽게 된 책들이다. 물론 더 많지만, 오늘은 간단히 이렇게만 올려본다.

같은 책을 읽고, 그 사람을 따라 읽어 가면서, 나는 많이 웃고 행복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지는 몰라도, 좋은 사람이 되어 가는 그 길 위에 웃음과 행복이 있다는 걸, 그리고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고마워요, 좋은 사람.

당신은 좋은 사람이예요.

    

 

벨아미, 레 미제라블, 패니와 애니

초조한 마음, 내 연애의 모든 것, 집 나간 책

지상의 노래, 신중한 사람, 에리직톤의 초상

interpreter of maladies, 축복받은 집, 저지대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말할 수 없는 애인,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

 

 

 

 

 

 

 

 

 

 

 

 

 

 

 

 

 

 

 

 

 

 

 

 

 

 

 

 

 

 

 

 

 

 

 

 

 

 

 

 

 

 

 

 

 

 

 

 

 

 

 

 

 

 

 

 

 

 

 

 

 

 

 

 

 

 

 

 

 

 

 

 

 

 

 

 

 

 

 

 

 

 

 

 

 

 

 

 

 

 

 

 

 

 

 

 

 

 

 

 

 

 

 

 

 

 

그리고.... 화룡점정의 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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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7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나 훌륭한 책이 링크 되어 있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5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책들이 참 많죠.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들은 말 그대로 신세계를 열어줍니다.
이 책들의 화룡점정의 정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위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라는 책인데요.
소설 읽기를 즐겨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소설 읽기`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처음 책을 읽으려 하는데 책읽기가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랍니다.

좋은 책이니까 다락방님도 주위 분들에게 널리 널리 알려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이소오 2016-06-17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공감,사랑을 읽다, 너무 좋은 책이죠. 공감합니다 ^^

단발머리 2016-06-17 12:26   좋아요 0 | URL
네....시이소오님도 즐겁게 공감하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목도 아주 잘 지은 것 같아요. 독서공감^^

2016-06-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그 꿀꿀한 기분 공감, 업 되는 기분도 공감..훌륭한 책이 링크되어 있음도 공감요..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28   좋아요 0 | URL
꿀꿀한 기분 공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꿀꿀했어요... 어제 오후까지요^^

훌륭한 책이 링크된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네요.
저도, 훌륭한 책 다시 한 번 만져 보러 가야겠어요.
공감이란 자고로 부드러운 터치와 함께~~~~~~~~~ ㅎㅎ

꿈꾸는섬 2016-06-1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단발머리님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옆에 있으면 즐겁고 유쾌해요.
화룡정점..ㅎㅎㅎ저도 좋아해요. 제가 그분 팬이에요ㅎㅎ 다시 펼쳐봐야겠단 생각중이에요 독서공감ㅎㅎ
꿀꿀함은 돼지에게나 줘버려요ㅎㅎ

단발머리 2016-06-17 12:58   좋아요 0 | URL
꿈섬님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 주시니, 저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쪼금 좋은 사람이 되어볼까, 생각합니다.ㅎㅎ
꿈섬님도 화료정점의 정을 좋아하시는 군요. 맞아요, 우린 팬이지요. 사이좋은 팬들^^

꿀꿀함은 어제 호박전과 함께 뱃속으로 퇴장했어요. ㅋㅋ

수이 2016-06-17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싶다_ 독서공감은 읽고 읽어도 좋더구만유_
그나저나 저런 선물을 받다니_ 그대는 복 받고 복 받은 사람~

단발머리 2016-06-17 13:22   좋아요 0 | URL
ㅎㅎ 맞아요. 독서공감,을 읽고 소개된 책을 읽은 후에 다시 읽어도 참 좋아요~~

그나저나 저는 이런 선물을 받는 사람이랍니다. 브이 ㅎㅎ ✌
 

 

 

 

 

 

 

 

 

 

 

 

짝사랑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기억할 만한 사건 혹은 사고가 없다. 내 이야기는 나와 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내 추억 속 이야기는 나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만 했던) 내 친구의 이야기거나, 나와 그를 그리워했던 나의 이야기다. 나와 그와의 이야기는 없다. 소꿉장난 같았던 내 짝사랑에는 추억이 없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그 사람으로 인해 엉켜버린 나가 중심이다. 이 모든 혼란과 고통, 슬픔과 기쁨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는데, 그건 내가 사랑을 느낀 그 사람도 그러하냐는 것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

 

당장 이 자리에서 총을 맞아 죽어도 알고 싶은 것. 그 여자는 지금 어떨까? 나와 같을까, 다를까? 내 생각은 아예 안 할까? 진짜? 진짜? 설마. (197)

 

 

 

 

 

 

총을 맞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알고 싶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을까? 만약 그 사람도 나와 같다면, 나와 같은 혼란, 나와 같은 열망에 빠져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순간 천국으로 변한다. 하지만, 다르다면. 그 사람은 나와 같지 않다면, 나처럼 느끼지 않고 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무간지옥으로 변한다. 천국과 지옥이 눈 앞에 있다. 그 사람은 어떨까?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망각과 자유

 

 

내가 어떤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에게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타자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 타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1)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여길 때, 그 사람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걸 확인할 때, 그 때에만 나는 깊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나는, 기쁘게 그의 자발적 노예가 되려 한다. 사랑에 빠진 나는, 그에게 나에 대한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 오로지 그의 사랑을 갈구할 뿐이다

 

 

Twilight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우리의 에드워드가 처음 벨라를 만났을 때, 두려워하며 벨라를 적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벨라를 만나고 그녀의 생각을 읽는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과 달리 그녀의 생각이 읽히지 않을 때, 그는 당황스러워 한다.

 

“It was unquestionably a complication that I couldn’t simply read your thoughts to know what your reaction was to me. ... And then I couldn’t know if you really meant what you said. It was all extremely irritating.” (271)

 

먹지 않고, 자지 않고, 늙지도 않는 뱀파이어. 빛처럼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소유한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열등한 존재다. 뱀파이어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들이다.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일 뿐 아니라, 뱀파이어가 스스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먹이가 될 수도 있는 대상이다. 뱀파이어는 인간에 대해 괘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법칙을 거스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도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괴로워하는 우리의 에드워드. 결국에는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인정하고야 만다.

 

“And so the lion fell in love with the lamb ... , “ he murmured. I looked away, hiding my eyes as I thrilled to the word.

”What a stupid lamb,“ I sighed.

“What a sick, masochistic lion.” (274)

 

 

시도 때도 없이 혼잣말을 한다.

혼자 빙그레 웃는다.

혼자 깔깔대고 웃는다.

그의 말을 자꾸 따라한다.

 

I think you should eat something.

I’m tired of trying to stay away from you, Bella.

Bring on the shackles I’m your prisoner.

 

이런 것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세가 맞는다면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혼자 빙그레 웃고, 하하하 웃는다.

 

평소에는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열 권 정도는 아니고, 보통 5-7권을 동시에 읽는데, 요즘에 읽는 책은 이렇다.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이기적 유전자독파 실패를 뒤로 하고 시작한 책이다. 도킨스의 최근 책이고, 강의를 정리한 것이라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바디 무빙은 내가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의 책인데, 정말 말 그대로 작가를 좋아해서, 작가를 더 알고 싶어서 읽는 책이다.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구절이 여럿이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일단 <여성적 글쓰기>만 읽었다. 첫 번째 글이 시몬 드 보부아르라서 내심 기대가 크다고 하겠으나...

 

 

 

 

 

 

요 며칠은 한 권만 읽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읽고, 다시 또 읽는다. 사랑에 빠졌다.

그러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 하나. 내 안의 연애 세포를 이렇게 깨우면 무엇 하나. 계속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면 무엇 하나. 그래서 어쩔 꺼나. 휴우... 벨라처럼 한숨을 쉰다. 그만 웃고 그만 놀자. 넌 너무 달렸어.

 

말할 수 없는 애인

  

 

갑자기 생각나는 김이듬의 <겨울 휴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나도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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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갔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이 책을 품에 꼬옥 안고 둥가둥가를 했던지 보다 못한 아이가 그랬다. 엄마, 진짜 로맨스 소설 좋아하는구나. , 나 로맨스 좋아. 로맨틱, 로맨스, 에드워드, 다 좋아. 그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나왔어? Smells good? ? 어, 나왔어, 나왔어. 무슨 맨날 그렇게 냄새가 좋다고 그래? !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My family... we’re different from others of our kind. We only hunt animals. We’ve learned to control our thirst. But it’s you, your scent, it’s like a drug to me. You’re like my own personal brand of heroin.

 

물론, 벨라가 우리의 에드워드 향기에 취한다는 내용도 많이 나온다. 이건 가능하다.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다. 에드워드는 존재 자체가 미스테리하고 이해불가해하기 때문에 그가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는 것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인간 스스로 향내를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벨라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장하다, 벨라. 좋겠다, 벨라

 

 

 

 

  


『검은 꽃

  

냄새는 양반과 상민을 가리지 않았다. 우물도, 근대적인 위생시설도 존재하지 않는 선실에서 악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제 몸의 모든 구멍과 땀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여자는 여자의 냄새를, 남자는 남자의 냄새를 풍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보다는 성별의 구별이 분명해졌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냄새 때문이었다. ...

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어났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여자들은 수군거렸고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녀만이 한동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67-8)

 

 

조선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좁은 배안.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각기 인간으로서의 냄새,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그 때, 나홀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그녀는 얼굴에 환한 빛을 뿜을 뿐만 아니라, 노루피에 사향을 담가놓은 듯한 향내를 풍긴다(83). 남자들을 정욕으로 밀어 넣고 여자들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68). 

 

그래서, 노루피, 사향을 거쳐 musk등을 검색해 보았더니, 짜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우먼 오드퍼퓸.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향수다. 나는 연수가 아니라서, 연수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사향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더냐.

Smells good. 의 세계로 가기 위해, 내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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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1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냄새가 좋았으면 좋겠는데 제 냄새는 말 그대로 그냥 `냄새`인 것 같아요. 우엉 ㅜㅜ

단발머리 2016-06-10 14: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우리 에드워드가 특히 향내에 약한던데...
안 되겠어요.
더 강력한! 그 어떤! 냄새로 승부하리라!
(엥!?) ㅋㅎㅎㅎㅎ

2016-06-10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7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9-12-1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 만났을 때 사용했던 향수도 이 향수인가요? 음 좋은데_ 하고 혼자서 생각했음. ^^

단발머리 2019-12-11 13:08   좋아요 0 | URL
저 향수 다 쓰고 지금은 다른 거예요. 지금 쓰는 거는 지미추 피버에요.
자체적으로 향 발산이 안 돼서 향수의 도움을 받는.... 꼭 향수를 뿌려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꼭 뿌리고 싶은.... ㅋㅋㅋㅋㅋ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 만날 때만 뿌려요, 향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부터 계획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아 특별할 것 없는 나의 독서 여정에, 큰애의 책상에 꽂혀있던 이 책이 합류했다.

 

갑자기 생각난다. 내 친구 ㅁㅈ이. 고등학교 2학년. 꿈 많고 웃음 많던 시절. 독어 문과반. 여고생 교실

ㅁㅈ이는 뒤쪽에 앉았는데, 항상 피곤해 보이는 외모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머리를 풀어헤쳐서 그렇지 않았을까. ㅁㅈ이 자리 밑에는 사과 박스보다 조금 작은 박스가 두 개 있었고, 그 안에는 크기가 작아 한 손에 들어오는 10대를 위한 로맨스 소설이 가득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ㅁㅈ이의 로맨스 박스는 ㅁㅈ이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녔고 책들은 박스 위로 한껏 넘쳐났기에 교실 여기저기를 방황하는 ㅁㅈ이의 책들을 볼 수 있었다. ㅁㅈ이는 집에 그런 책이 몇 박스나 더 있다고 했다. ㅁㅈ이가 어느 자리로 옮기든, ㅁㅈ이의 자리가 우리 반 무료 도서 대여점 자리였다. 나는 ㅁㅈ이를 통해 풀하우스의 라이더를 알게 됐다. 라이더는 사랑이다.

아무리 라이더가 사랑이라 해도, 로맨스 소설은 읽지 않았는데, 그 때는 로맨스 소설을 하찮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뻔한 스토리, 뻔한 이야기, 뻔한 결말. 이런 식으로. 나는 그런 건 읽지 않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ㅁㅈ이의 도서 대여점이 하도 성황을 이루다 보니 나도 모르게 관심이 생기는 거다. 그래! 한 권은 읽고 이야기해야지, 읽고 나서 판단할 수 있는 거야, 라는 웬 쓸데없는 변명을 앞세우고 ㅁㅈ이에게 간다.

ㅁㅈ아, 나도 한 권 빌려줘!

그래? ... 너 처음이지? 잠깐만... 그럼.... 이거 읽어라.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그 어떤 한 권.

, 내용은 비슷비슷해. 다 거기서 거기야. 그래도 그게, 입문편이야. 정석이긴 한데, 재미있을 거야.

ㅁㅈ이에게서 한 권을 받아 들고 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빛의 속도로 독파! , 이렇구나.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구나. 이렇게 재밌구나. 그래서 그렇게들 읽는 거구나.

책을 들고 ㅁㅈ이에게 간다.

ㅁㅈ아, 나 다 읽었어. 고마워.

, 재밌지? 다음꺼 빌려줄까?

아니, 아니.... , 안 읽는 게 좋겠어. 너무... 너무 재밌어서, 더 읽으면 막... 빠질 것 같애.

그래, 그렇긴 하지. 근데 뭐, 다 거기서 거기야. 뻔하지. 읽지 마~~~

암튼, 고마워.

생각난다, ㅁㅈ. ㅁㅈ이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친구야, 잘 지내고 있니~~~

 

사랑이라고 한다면, 일단은 감정적인 측면을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설렌다고도 하고, ‘가슴이 쿵쾅거린다고도 한다.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말이 적어지기도 한다. 오버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사랑의 대상, 특히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대해 이런 사랑의 감정이 생길 때, 그런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진격해 올 때, 애달픈 우리 인간 사람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른다. 혼란스러워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새로 전학 온 벨라의 생각을 읽을 수 없어 당황스러워한다. 처음에는 자신을 해하려 찾아온 악마가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매력적인 대상에 대한 감정적 소용돌이 앞에서 무력한 인간, 아니 무력한 뱀파이어.

 

“But I resisted. I don't’ know how. I forced myself not to wait for you, not to follow you from the school. It was easier outside, when I couldn’t smell you anymore, to think clearly, to make the right decision. I left the other near home I was too ashamed to tell them how I weak I was, they only knew something was very wrong and then I went straight to Carlisle, at the hospital, to tell him I was leaving.” (270)

 

도망가려는 뱀파이어. 도망을 가다 가다 알래스카까지 간다.

By the next morning I was in Alaska.

  

 

 

 

 

 

 

 

 

사랑한다,고 말한다. 사랑한다,고 느낀다.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나와 다른 점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마음을 열 수도 있다. 내가 궁금해하는 건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태도를 첫 눈에 반한 상태에만 한정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어제 읽었던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에서 작가는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라고 미리 말한다고 썼다. 그렇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짧으면 3개월, 길면 1, 보통이 6개월이다. 3개월이니 이작가는 조금은 짧은 편이라 할 수도 있겠다. 3개월의 이작가는 첫 번째 글 손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으면서에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조금 변하고 있음을,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의 의미가 확장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고등학교 때 로맨스 소설을 딱 한 권 읽고, 그리고 10대를 겨냥한, 10대에 봄직하다는 이 소설을 이제야, 이제서야 읽는다. 재미있다. 우앗! 재미있다. 에드워드는 불타오르는 강렬한 눈빛을 발사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살인 미소를 날린다. 벨라는 자주 깜짝 놀라고 에드워드에게서 눈을 떼지 못 한다.

읽다보니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별그대 외계인 도민준씨가 자꾸 겹쳐져 둘이 얼마나 비슷한지, 그런 것들을 헤아려 보게 된다. ... 이 무슨 쓸데 없는... 탄탄한 경제력, 전방위적 지식, 빛처럼 빠른 속도, 가공할 만한 위력, 상처에 대한 놀라운 재생력, 치명적인 미모, 링클 프리 자동 노화 방지 시스템, 이에 더해 하트뿅뿅 여주의 마음을 한껏 밀어낸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다만 도민준씨가 조선시대 건강 밥상으로 정갈한 식사를 할 수 있는데 반해 에드워드는 동물의 피를 구하기 위해 몸소 사냥을 해야한다는 점에서는 도민준씨가 유리하고, 에드워드는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조심하면서 키스 정도는 할 수 있는데 반해, 도민준씨는 키스 한 번에 기절 내지 졸도니 그런 면에서는 에드워드가 낫다고 하겠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최고의 배우라고 한다면 어떤 각도에서도 예쁘게 잡혀야 한다. (이건 연기력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냥 말 그대로 화면빨, 그 자체를 의미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최고의 배우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각도에서는 그냥 그렇다. 그런데, 이런 몇 개의 각도, 몇 개의 사진은.

아하... 그래, 그래서 네가 에드워드구나, 할 수 있게 해준다.

 

 

 

 

 

, 에드워드...

 

2권에서는 제이콥과의 삼각관계가 시작된다던데, 흐흐흐. 절로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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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6-0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요.에.드.워.드.
우.윳.빛.깔.에.드.워.드.

이야..이런 페이퍼를 단발머리님이 써주시다니요. 제가 에드워드와 트왈랏의 광팬 아니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니까 내가 그걸 왜그렇게나 좋아했을까..궁금해졌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좋아했요. 책은 오래전에, 영화로 나오기 전의 책, 분권으로 된 책을 가지고 있다가, 2년후쯤 개봉한 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개정판으로 또 사고, 극장에서 두 번 보고, 디븨디도 사고...그랬었지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엔 제가 좋아하는 요소가 다 있었어요. 뱀파이어랑 늑대인간. 저는 늑대인간이란 존재, 뱀파이어란 존재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런데 우리의 에드워드가 뱀파이어 였지요. 에헤라디여~
이 영화는 1편에서 볼 때 에드워드가 제일 반짝 거려요. 심장이 쿵쾅거리는 미모. 그러나 2편부터는 그의 미모가 죽지요. 그건 아마도 2편부터 감독이 바뀌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1편을 찍었던 감독은,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를 잘 아는, 그런 감독이었는데 말입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에드워드는 좀 젊은 뱀파이어였고, 사실 저는 장 끌로드를 좋아했어요. 이건, [달콤한 죄악]에 나오는 뱀파이어에요. 애니타 시리즈요. 이게 3권까지만 나오고 안나와서 제 속을 태우는데, 네, 그 뱀파이어는 성인 남자 뱀파이어 였던 것입니다. 꺄울.

단발머리 2016-06-09 16:51   좋아요 0 | URL
우리는 뭐.... 좋아하는 남자 취향까지 비슷하군요. (전 세계 로버트 팬들이 비웃는가요? 지금 ㅎㅎㅎ)
저는 뭐랄까요.
남자가 너무 예쁠 때, 너무 멋질 때 부담스러워요. 가까이 가기 힘드니까요.
아니, 뭐, 제가 가까이 가서 뭐를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것도 아닌데, (아니 뭐를 어떻게 할 수도 없는데..)
그게 왜 부담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너무 완벽한 미모가 부담스러워요.
부담스러운데 좋아~~~~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책을 읽었구요. 아직 영화는 못 봤어요. 유튜브 1분 영상 movie clip 봤는데, 우리 에드워드한테 완전 반했습니다. 영화 기대됩니다.^^

영화는 1편에서 우리 에드워드가 제일 멋지군요. 1편 감독에게 감사와 사랑을~~
장 끌로드를 검색해 보았어요. 이름만 들어봐서 다락방님 좋아하신다니 얼굴 확인 완료~~


제가 지금 느끼는 이 쿵쾅거림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전 정말 에드워드를 사랑합니다.
왜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나요? 왜요, 왜!!!

에드워드를 사랑해요.
사랑하게 해 주세요!!!!!!!!!!!!!!!!!!!!

다락방 2016-06-09 17:10   좋아요 0 | URL
으응? 장끌로드는 책 속의 주인공이에요. ㅋㅋㅋㅋㅋ 애니타 시리즈(황금가지 출판사입니다) 의 주인공이에요. 이건 영화로 안만들어졌을걸요? 만들어졌나? 아닐걸요? ㅋㅋ

트왈랏 마지막 편이었나 ㅋㅋ 벨라랑 에드워드랑 베드신이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찌나 기운이 좋으신지 ㅋㅋㅋㅋㅋㅋㅋㅋ침대가 부숴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가 부서집니다! 꺅!!

단발머리 2016-06-09 18:30   좋아요 0 | URL
나... 어째요. T.T
네이버에서 장끌로드 검색했네요.
전에는 쉼보르스카 남자라고 했지요.... 제가요.....
나의 무식함은 도대체 지하 몇 층인가.... @@

벨라랑 에드워드랑 베드신은 역시 1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어찌나 기운이 좋으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침대야 부서져라~~
우리 사랑 영원히~~

2016-06-0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6-0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글은 남자배우 심쿵사♡특집이군요. ^^

단발머리 2016-06-09 18:33   좋아요 0 | URL
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제대로 저격! 당했습니다.
앞으로 세 권이나 남아있어요.
이 책들은 저의 소중한 간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