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입...를 만났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해를 시키려 노력한다는 말, 묘하게 모순입니다. 이해란, 원래 시키는 게 아니라 하는 겁니다. (21)

    

얼마나 오랫동안, 선의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결국에는 남자도 차별받는다는 얼토당토없는 주장에, 순순히 대답해 왔던가. 공손하고 바른 태도로 임하려 애썼던가. 행복한 삶 정도를 바라는 게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릴 정도로 심각해진 여성 혐오현상 앞에서, 얼마나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애썼던가

 

...는 말한다.

당신에게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이해는 시키는 게 아니라 하는 것이다.

 

그 때 남성은 내가 보기엔 아닌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말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동시에 가장 의미가 없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아래라 생겨나는 불평등이라는 주제에서, 남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채로는 영영 당사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본인이 직접 느낄 수 없으니, 일부러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은 한 혼자서는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볼 수 밖에 없는 문제는 자신은 볼 수 없다고 자기 입으로 밝혔음에도, 공신력을 얻는 쪽은 상대입니다. 내 경험의 정당성마저 남성이 결정하는 겁니다. (27)

왜 이렇게 예민해?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그래?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라고 말한다. 가해자, 힘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이게 바로 다른 혐오발언보다 더 위험한 뭘 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차별은,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구체적으로 조직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여성의 삶을 억압하며 지속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차별에 대한 여성의 경험은 쉽게 무시된다. ‘경험의 정당성을 이런 차별을 경험해 보지 않은 남성이 결정하려 들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아닌데.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데. 요즘 많이 나아졌잖아,는 모두 같은 말이다.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차별을 받는 집단에서만 나올 수 있다. (49)

 

그렇게 똑같이 혐오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려면, 남성혐오가 생겨나기 이전에 그토록 만연했던 여성혐오에 대한 비판과 제재가 있어야 했고, 그것을 재밌다고 소비하거나 묵인 혹은 방관하는 이들에 대한 비난이 있어야 했고, 남성혐오 직전까지 여성들이 수없이 제기해온 온건하고 지적인 비판에 반응을 했어야 합니다. 여성이 더 나은 수를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남성이 저급하고 의미 없는 수에만 반응한 겁니다. (113)

 

이 책의 저자 이민경은 대학에서 불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외대에서 통번역을 전공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는 이런 훌륭한 책을 출판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강남역 살인 사건이다. 그녀 스스로도 그 일 이후로 자신은 이전과 같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7) 많은 여성들이, 특히 전체 여성들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여성들이, 남자들로부터 사회로부터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 2-30대 젊은 여성들이,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섰다. 여자이기 때문에 죽었다고, 당신이 바로 나라고... 포스트잇에 애도의 메시지를 붙이고, 함께 서고, 함께 울었다. 매순간 여성으로서의 삶,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협하는 공포와 두려움이 혼자만의 것 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한 개인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무지한 남자들의 말에 맞서다 각개전투에 지친 친구들을 보고 그녀는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원치 않는 대화는 애초에 끊어내고, 논쟁을 시작할 땐 기존의 흐름을 바꾸는 것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무례한 말에 지고 싶지 않을 때 통쾌하게 한 방을 먹이고, 기꺼이 대답해주고 싶을 때엔 적절하고 멋진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미니즘 말하기 실전편으로 말이다.(9

 

  

 

혐오를 혐오로 맞대응할 필요가 있는냐,는 물음에 그녀는 답한다.

여성이 더 나은 수를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남성이 저급하고 의미 없는 수에만 반응한 겁니다. (113)

여성을 향한 온갖 부당한 조롱에 그토록 오래 눈감아 왔으면서, 애초부터 만연했던 조롱의 대상이 자신이 되자마자 치를 떠는 모습이 사실 우습습니다. (114)

 

지난 메갈리아 티셔츠 논쟁 앞에서, 힘없는 계약직 여자 성우가 ‘Girls Do Not Need A PRINCE’ 티셔츠 인증사진 하나 올렸다고 벌떼처럼 일어나 그녀를 직장에서 내쫓는, 왕자는 아닌 것이 확실한 찌질한 남성들의 단결된 힘 앞에서, 내놓았던 논평조차 취소하며 원치 않게 정체성이 폭로되어버린 어떤 정당의 실망스런 모습 앞에서, 나는 그냥 정희진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 (http://m.hani.co.kr/arti/society/women/754513.html)

정확하고 절제된 언어로 말하는 여성주의를 보고 싶다면 정희진을 봐라.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지 않는 우아한 문체를 보고 싶다면 정희진을 봐라. 이민경이 있고 정희진이 있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가 있고 페미니즘의 도전이 있다.

  

 

 

 

 

 

 

 

2005년 출간된 페미니즘의 도전2013년판이 개정판이다. 20167, 독립출판사 봄알람에서 클라우딩 펀딩으로 4000만원이 모금되어 출판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펀딩 참여 독자들과 독립 서점 판매만으로 초판 7000부가 모두 팔렸다. 8월 12일에 구입한 내가 가진 책은 22쇄다. 각개전투의 지원군이 필요한 여성들과 여성이되 남성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여성들, 열린 마음으로 여성의 처지를 이해하기 원하는 남성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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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8-16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해는 시키는게 아니라 하는 것이다.
끄덕끄덕!!!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이해시킨다는 것은 맞아요
모순이지 싶네요!!
또 답답해지네요ㅜㅜ

말복이네요~~여긴 어제 소나기가 내린이후 기온이 좀 내려간 듯합니다??
그래도 죙일 선풍기를 틀고 있었지만요ㅜ
이젠 더위도,답답한 세상도 그만 물러갔음 싶네요^^


단발머리 2016-08-19 08:21   좋아요 0 | URL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해의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했는지.. 착하게 성실하게 예의바르게...
그렇게 애쓰고 듣는 한 마디..
내가 보기엔 안 그런것 같은데.... @@
대답할 의무가 없다는 이야기가 제일 솔깃했어요~~~

오늘도 아침부터 덥네요. 15일까지만 더울거라 하더니만 올해 기상청 예보는 완전 청개구리 예보예요~ 개굴개굴~
 

 

 

 

 

 

 

 

 

 

비교적 최근에 읽은 나는 왜 책읽기가 힘들까에서는 현대에 적합한 독서법으로 난독을 권한다. 빠른 책읽기와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을 때 독서의 화학반응’, 세렌디피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빠르게, 닥치는 대로 읽기를 권하는 독서법이다.

요즘에 다시 읽은 책은 이와 반대되는 독서법을 실천하고 있는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이다. 여러 번 읽는 장르는 소설이 유일한대, 제인 에어, 유령퇴장, 속죄, eclipse는 그리고 작은 것들의 신은 여러 번 읽은 책들이다. 읽고 다시 또 읽는다. 하지만, 소설 이외의 장르는 웬만하면 다시 읽지 않는다. 읽어야할 책이 너무 많고,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소설이 아닌 작품으로 최근에 다시 읽는 책으로는 이 책이 유일한 듯하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현재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이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비평가로 자리 잡은 아사다 아키라, 아즈마 히로키의 뒤를 잇는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사사키 아타루의 데뷔작 <야전과 영원 - 라캉, 르장드르, 푸코>은 박사 학위 논문을 출판한 것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사상서임에도 사상계와 독자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알라딘 책소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옮긴이 주석, 25

 

 

 

 

 

 

 

 

사사키 아타루는 정보를 모은다는 것이 명령을 모으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저는 다양한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술관에 다니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영화 보는 것도 그만두었습니다. 듣는 것을 그만두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습니다만, 음악 활동도 그만두었습니다. 텔레비전 보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잡지 보는 것도 그만두었습니다. 스포츠 관람도 그만두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담배도 끊었습니다. (18)

그가 말하는 바 이 시대에 정보를 차단한다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는 뜻이다. 자신이 정말 옳은지 어떤지를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보를 모으지 않음으로 오직 자신만의 명령만을 듣기로 한다. 지도 없이 이국의 숲을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것과 같은 삶을 살기로 한다. 창피하고 불안하며 한심한 삶을 살기로 하는 것. 다른 사람이 보면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의 삶.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는 죄책감 비슷한 감정에 시달린다고도 말한다. (28)

 

그는 읽을 수 없는 책을 읽는 것, 반복해서 읽는다는 것에 대해 말한다.

방어기제를 가동시키고, 따라서 기묘한 무료함이나 난해함을, ‘기분 나쁜 느낌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것은 책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사람을 몰아넣지 않고 안이하게 진행된 책이 과연 읽을 가치가 있는 것인지 어떤지. 그런 책을 읽는 것보다는 카프카의 무의식에 자신의 무의식을 비춰보고 자신의 무의식과 함께 변혁시키는 위험한 모험을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즐겁지 않을까요. (43)

그러니까 그는 기분 나쁜 느낌을 주는 책이야말로 진정한 책,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사사키의 독서법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법이다. 정독을 넘어서 암송에까지 이르는 정도다.

저는 몇 권 안 되는 책을 반복해서 읽기 때문에 입에 붙어 거의 원문 그대로 술술 나옵니다. 반복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정면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말 어리석은 일이지요. (45)

 

그의 독서법은 몇 권 안 되는 책을 반복해서, 원문 그대로, 입에서 술술 나오는 정도로 반복해서 읽는 독법이다. 반복적으로 읽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독법. 결국 그렇게 살아가게 하는 독법. 읽기가 삶을 압도하는 독법.

읽기가 혁명으로까지 이어진 예로 그는 대혁명을 꼽는다.

한마디로 하지요. 대혁명이란 성서를 읽는 운동입니다.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요? 성서를 읽었습니다. 그는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반복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것 역시 저의 독창적인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역사학자의 책에도, 프로테스탄트 신학 연구자의 책에도 쓰여 있는 것, 즉 상식에 속하는 것입니다. (75)

마르틴 루터는 말합니다. “나는 아이제나흐 근교 멜라출신 농민의 아들이지만, 그래도 성서 박사가 되어 교황의 방해자가 된 것을 인정하겠습니다.” 멜라 출신 농민의 아들이 책을 읽습니다. 성서 박사가 됩니다. 그리고 책을 씁니다. 그래서 교황의 방해자가 되고 그리하여 예술, 문학, 정치, , 신앙, 종교, 그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대혁명은 성취되었습니다. 반복합니다. 그는 무엇을 했을까요? 책을 읽었습니다. 성서에 그렇게 쓰여 있었으니까, 그것을 부정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해도 그런 건 알 바 아니었던 것이지요. 책을, 텍스트를 읽는 것은 광기의 도박을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버린 이상 그것에 목숨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따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여기에 선다. 나에게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104)

 

읽고 쓰는 것에 대해, 그 혁명성에 대해 생각한다. 혼자 있을 때, 이렇게 읽고 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 자신의 즐거움 이외 어떤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럴 때는 강신주의 이런 글도 한 번 뒤적여 보고...

 

 

 

 

 

 

 

 

당장 쓸모가 없어 보여도 우리가 공부하고 책 읽고 감동받아 놓은 걸 하나하나 저장해 놓는 건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우리를 보여 줍니다. 모든 것은 정확한 문맥에 놓여야만 제대로 음미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색깔을 가진 천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붉은 천입니다. 분명 붉은 천은 루비를 제대로 볼 때는 장애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붉은 천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붉은 천은 다이아몬드와 같은 투명한 보석을 보는 데는 유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좌절+열공, <강신주, 철학하는 즐거움> 174)

 

그리고는 또 생각한다. 읽는다는 것, 그리고 쓴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내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이 올 것인가에 대해.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 물론 회의적이다. 나 자신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을 보인다는 그것만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효용과 의미를 찾을 수 있나. 내 삶의 반경을 넘어서서 보여진 내 자신을, 나 자신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읽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가 앉은 자리, 내가 읽는 자리가 혁명의 근원지가 될 수 없다 해도, 내 스스로가 혁명적 인간으로 살 수 없다 해도, 겁 많고 용기 없는 내가 앉는 자리가, 적어도 혁명가들이 앉았던 자리와 같은 질감의 것이라면.

어떤 의미를 찾기 전에, 의미를 이루려 하기 전에, 그것 자체가 의미이기 때문에. (293)

더위가 막 시작되려 할 때는 eclipse를 읽었고, 더위가 막 시동을 걸기 시작할 때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들고 다녔다. 최고조의 더위는 아주 사적인 독서와 함께 지냈고 이제쯤 더위가 한 풀 꺾이나 헛된 기대를 하고 있을 때 이 책을 읽었다. 읽고, 쓰고 또 다시 읽는 일에 대해서 생각하며, 그 혁명성에 대해 생각하면서 이번 여름을 지냈다. 열대야 최장 기간 돌파와 서울 35.9도의 놀라운 기록을 뒤로 하며 이 여름을 보낸다.

 

 

 

 

 

 

 

 

더운 여름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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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0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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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1 14: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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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는 그냥읽는다. 물론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는 찾아보고 출판사 소개도 대충 훑어보고, 리뷰를 읽어보지만, 기본적으로 소설은 모르는 이야기를 그냥 읽는방식으로 읽는다. 그렇게 무작정 읽다보니 줄거리 이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뭐 그렇다고 특별히 억울하지는 않다손 치더라도 가끔은 제대로 읽은 건가, 제대로 가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럴 때, 혼자 소설을, 고전을 읽고 나서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혹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말들의 향연이 아니라, 정말 훌륭한 해설을 듣고 싶을 때, 그럴 때는 이 책이 제격이다.  

막상 책을 펼치고 목록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책을 읽지 않았다. 고전이니 그런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잠시 위로하고.

주홍 글자는 정말 오랜만이다. 여러 번 듣고, 읽고, 썼기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읽으며 따라갈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묘한 느낌이 있다. 이를 테면, “지상에서 받는 형벌이 구원에 한층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부디 그대와 함께 죄를 저지르고 함께 고통 받고 있는 그 사내의 이름을 밝혀달라는 딤스데일 목사에게 헤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너무나 깊이 낙인 찍혀 있어요. 그래서 떼어버릴 수가 없죠. 바라건대 저 자신의 괴로움은 물론이고, 그분의 괴로움까지도 제가 짊어지고 싶어요.” (58)

 

자신과 간통을 저지른 남자를 보호하겠다는 그녀, 그 몫의 죄까지 자신이 짊어지겠다고 말하는 그녀를 상상한다. 단죄 받는 순간까지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헤스터는 만약 이 청교도 무리 속에 가톨릭 신자가 있었다면 이 여인네 모습에서 성모마리아를 떠올렸을 것는 호손의 서술에서 빛을 발한다. 결국 모든 인간이 죄인이라는 가정 하에 이 세 사람을 감히 판단해 본다면, 호손은 헤스터를 죄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인간, 완벽에 가장 가까운 인간으로 설정한 것 같다. 반성하며 자책하면서도 불륜의 대상을 찾으려 복수심에 불타는 칠링워스나 가슴에 주홍 글자를 스스로 새겨 넣었지만 죽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죄를 고백한 딤스데일보다는 헤스터다. 헤스터야말로 죄의 대가를 치루고, 죄에 대한 징벌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는 유일한 인간이다.

 

마담 보바리, 주홍 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 손님

 

 

 

 

 

 

 

 

 

 

 

 

 

 

 

 

 

 

 

 

 

 

 

 

 

 

 

 

 

 

들은 대로, 익히 아는 대로, 알려진 대로 제일 흥미로운 책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될 터이고, 마담 보바리또한 관심이 가지만,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단 한 개만 고르라면, 석상 손님.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남편의 무덤 앞에서 미망인을 유혹하는 마초적 매력의 돈 구안. 돈 구안부터 만나봐야겠다.

예전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너무 또렷하게 떠올라 괴로웠다. (어릴 때는,이라고 쓰려했지만, 아직도 나름 젊다고 생각하고 싶어 예전에는,이라고 쓴다.) 황당한 말실수, 오버 액션, 허둥거림,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감추고 싶은 일들이, 그렇게도 강렬하게 또렷하게 생각나고 또 생각나 괴롭고 힘든 밤이 또 그렇게나 길고 길었다. 요즘에는 기억하고 싶은 일들이 빨리 잊힌다. 그렇게도 즐겁고 강렬한 경험이었는데도, 마치 1년 전의 일처럼, 아니 5년 전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그 때 그 시간의 느낌이, 생각이 그렇게나 멀게 느껴진다.

나는 늙은 건가. 늙고 있는 건가.

 

 

    

19세기에 와서는 밀란 쿤데라가 ‘묘사 소설’이라 이름 붙인 형식이 생겨납니다. 바로 이 묘사 소설의 대가가 플로베르입니다. 그러니까 묘사 소설이 본디 있었고 플로베르가 그 연장선상에서 소설을 쓴 게 아니라, 자기 식의 소설을 새롭게 발명한 것입니다. 플로베르의 소설 방법론은 일물일어(一物一語)설로 잘 알려져 있는데, 하나의 대상에 한 단어를 대응시킨다는 뜻입니다. (19쪽)

17~18세기 작가들은 소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실주의 작가들은 자의식 면에서 조금 남달랐어요. 가장 두드러진 경우가 러시아의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작가들인데, 이들은 소설을 생계 수단이나 재미로 쓴 것이 아니라, ‘뭔가와 경쟁하기 위해’ 썼습니다. 이를테면 톨스토이는 역사와 경쟁하기 위해서 썼습니다. 역사학이란 게 역사의 진리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톨스토이가 보기엔 역사서라는 게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기엔 대단히 불충분했습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식 소설을 씁니다. 《전쟁과 평화》 같은 소설이 그냥 읽을거리라면 그렇게 길게 쓸 필요가 없겠죠. 그게 19세기 소설입니다. (38쪽)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입니다. ..... 코니는 귀족 부인이고 분명히 지배계급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 계급 내부에서는 여전히 남녀 간의 차별이 있는 거죠. 신사들의 대화에 끼어들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신사들의 세계라는 것은 지극히 정신주의적인, 그저 말의 세계죠. 육체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이나 관계는 결여되어 있는 세계. 코니는 거기에 대해서 조금씩 환멸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99쪽)

로렌스의 성에 대한 생각의 핵심은 진정한 만족은 어느 한쪽만의 만족으로 얻을 수가 없다는 거죠. 왜냐하면 자기만족이란 상대방의 만족에서 얻을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121쪽)

《파우스트》는 수수께끼 같은 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라는 문구로 마무리됩니다. 만약 파우스트와 상대적인 것이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라면 파우스트를 ‘영원히 남성적인 것’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원히 남성적인 것’이란 무엇일까요? 파우스트의 편력은 이렇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타협하지 않는 것, 끝까지 가보는 것’ 혹은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 그것이 파우스트 스타일입니다.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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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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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0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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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0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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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0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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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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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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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9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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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08-09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는게 아니라,,, 음... 성숙해지고 있는 겁니다. 누님처럼.. 서정주 님네 누님처럼 ㅎㅎ!

단발머리 2016-08-09 22:31   좋아요 0 | URL
전 언제까지나 성숙과는 먼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예순에도 칠순에도 철이 안 들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재작년에 건강검진 받으러 갔는데, 세상에!!!
키가 1센티나 큰 거예요. 보통 제 나이 즈음해서는 줄거나 아니면 그대로잖아요.
저는 키가 큰 거예요. 그래서 흥분해서!! 자기야, 나 키 컸어!
그랬더니 신랑이 아직 철 안 들어서 키 크는 거라고... 그러더라구요. ㅎㅎㅎ
 

 

 

 

 

이름을 처음 듣는 작가의 책이고, 제목을 통해 내용도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라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몇몇 기억할 만한 구절이 있다.

당신의 편견을 깨는 생각지도 못한 독서법

끝까지 읽지 않아도 좋다

금세 잊어도 좋다

잘못 이해해도 좋다

빠르게, 닥치는 대로 읽어라

 

금세 읽고 잊어버리고 잘못 이해해도 괜찮다면 무엇 때문에 읽는가, 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읽은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도, 이해한 내용을 정확히 혹은 세세히 기억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저자가 제안하는 독서법은 난독법이다.

일반적으로 난독은 속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조잡한 읽기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편견이다. 의외로 천천히 읽으면 놓치는 내용을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빨리 읽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것이 바로 난독의 효용이다. 책이 별로 없어 귀중해 손에 넣기 힘들었던 시대에 정독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책은 넘칠 듯이 많은데 읽을 시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난독의 가치를 재정비해야 한다. (150)

 

같은 일본 작가의 책, 『,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가 떠오르는데, 저자는 이런 빠른 책읽기를 통해 독서의 화학반응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것을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통해 설명하는데, 세렌디피티 Serendipity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발견을 하는 능력을 말한다. , 역사적 방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문과 계통의 학문 연구에서 진보와 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발견을 하는 세렌디피티가 일어나야 하고 그것은 난독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예가 나오지만 특히 관심을 끄는 건, <정성스럽게 읽은 책이 화가 되어 돌아오다>라는 챕터에서 영어책도 빨리 읽어라는 주장이다. 외국어를 읽을 때는 아무래도 모국어로 읽을 때보다 읽는 속도가 느려지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내용을 해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저자는 천천히가 아니라, ’명확하게 소리를 내어 빨리 읽는 것만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쉽게 이해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흐름이 생겨 말의 자연스러움이 회복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말의 흐름은 영화 필름과 같다. 하나하나는 정지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여기에 스피드가 결부되어(영사하면)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필름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연결되면 움직임이 발생한다. 읽는 것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앞 장면과 다음 장면은 조금 떨어져 독립되어 있다. 여기에 읽기라는 움직임이 더해지면 단어 사이에 있는 여백이 사라지고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어 움직이는, 즉 의미가 발생한다. (96)

 

저자의 안내에 따라 이 더운 여름, 난독법으로 독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본다.

 

 

1.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이 책의 제목을 내 경우에 맞춰 고쳐본다면 이렇다. 그래요. 내 문장은 이상합니다. 다 써 놓고 나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를 때가 많다. 내 문장에서 자주 나오는 버릇은 “~ 것은 ~ 것이다이다. 이 책에는 20년 넘게 교정 교열일을 해온 작가의 생생한 예시가 아주 풍부하다.

 

상상하는 은 즐거운 이라고 말하는 을 이해해 주는 에서부터 상대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 내가 주장하는 바로 그이다. (33)

 

이 재미있는 예를 읽으면서도 웃지 못하는 이 마음. 좋은 문장의 길은 진정 멀리에 있단 말인가.

  

  

2. eclipse

 

Twilight Saga 시리즈는 Twilight-New Moon-eclipse-breaking dawn의 순서인데, 두 번재 New Moon은 가운데를 빼먹고 앞쪽과 뒤쪽만 읽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내가 좋아하는 에드워드가 등장하지 않아서다.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이별을 고하는 앞부분과 에드워드와 벨라가 재회하는 뒷부분만 읽었다. 제이크에게 미안하지만, 에드워드가 등장하지 않으니 집중이 안 돼 어쩔 수 없었다. 저번 주에 초간단 12일 약식 휴가 때 이 책을 들고 갔는데, 짧은 휴가 중에도 큰 기쁨을 선사했다. 벨라-에드워드-제이크의 삼각관계에서 벨라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에드워드를 만날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에드워드.

지금 나에게 는 오직 에드워드이며, 당연히 에드워드이고, 반드시 에드워드이다.

항상 에드워드이고, 아무렴 에드워드이고, 정말 에드워드이다.

에드워드와 환상 여행.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여행임에 틀림없다.

 

“There’s something . . . strange about the way you two are together,” she murmured, her forehead creasing over her troubled eyes. “The way he watching you it’s so . . . protective. Like he’s about to throw himself in front of a bullet to save you or something.”

I laughed, thought I was still not able to meet her gaze.

“That’s a bad thing?”

“No.” She frowned as she struggled for the words. “It’s just different. He’s very intense about you . . . and very careful. I feel like I don’t really understand your relationship. Like there’s some secret I’m missing . . .” (68)

 

 

 

3. 레이먼드 챈들러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은 모든 산문의 형식 중 가장 응축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단편 소설에 포커스를 맞추어 세계적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을 모아 연속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탐정소설을 오락물에서 문학의 자리로 끌어올린 하드보일드 문체의 마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책 뒷면의 소개된 레이먼드 챈들러에 대한 설명이다. 셜록 홈스와 함께 탐정의 대명사가 된 필립 만로를 아직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레이먼드 챈들러의 단편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들어가서 헤매지 않고 길을 잘 찾아야 할 텐데... 

 

    

 

 

4.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수단과 방법으로 배워갑니다

 

편집자 황예인과의 채팅

<대감놀이> 듣는다

언니 대감 복장도 어쩐지 어울리심

굿 듣고 싶어 미치겠다 밤새 틀어놔

무당 기운이 흐르나봐요 옆집에서 안 무서워하게 살살

틀어놔요

요령 흔들고 싶고 장구도 치고 싶고

요령 어서 구할 수 있지? 뭔가 해소해보아요

요령 사고 싶다 진짜

뒤져보니 방울처럼 생긴 건 안 나오고 종처럼 생긴 것

만 나오네요

? 어디서 파냐 이러다 작두도 사겠어.

http://shopping.naver.com/search/all_search.nhn?query=% ...

쥐마켓과 11번가에서 요령 파는 세상

나 이구절 시로 써도 되냐

언니와 나눈 대화 ....... 언니 다 가져요......

 

김민정 시인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은 알라딘 17주년 기념 비틀즈 노트를 주문하면서 선물로 받은 시집이다. 시를 다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일단 아름다운 외모, 연한 핑크빛 외모에서 70점 먹고 들어간다. 그리고 제목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에서 20점 얻고. 기본점수가 90점이라 더욱 기대되는 시집이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책을 펼쳐서 읽으면 되겠다.

책은 펼치고 사람은 만나고...

 

맨 앞줄을 넘어서다 못해 아예 벽에 등을 대는 곳에 자리를 잡다 보니 시간 대부분을 작가님 뒷모습을 보며 보냈다. 그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정훈이 작가님이 귀여운 만화사인을 해주시는 동안, 의자를 들고는 앞으로 나섰다. 작가님과 사이에는 빈 책장이 있었는데, 책장 칸막이 사이에 얼굴을 내밀고는 그 쪽을 쳐다보았다. 그렇게나 좋아하신다는 아메리카노. 그 날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위해 책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빨대와 조우하는 그 순간, 그 곳에는 내가 있었으니 작가님은 일순 깜짝 놀라셨다.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순간이 그렇게 빨리 오리라 예상치 못했던 터라 나도 잠시 놀랐다. 하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는 열혈 독자 모드에서 평범 독자 모드로 반갑게 인사. 안녕하세요~

여기에도 사람이 있었나, 작가님은 놀라셨지만 금방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시고는 환하게 웃으셨다. , 세상에... 안녕하세요~는 그렇게나 다정한 말이었다. 안녕하세요,와 환한 미소만으로도 사람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걸 알았다. 그날 밤에.

책으로만 만났던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이 항상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 속에서만 멋진 사람일 수 있고, 좋아했던 사람인데 직접 만나니 기대와 달라 실망할 수도 있다. 책으로만 만났던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을 직접 만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눈빛을 교환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다정했으니, 이번 여름도 역시 최고의 여름이다.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 여름. 올해 들어 최고의 여름.

자고로 책은 펼치고, 사람은 만나야.

그게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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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9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잠깐 조는데 꿈에 유작가님 등장. 우리?는 동네서점 야나문에 앉아 유작가님 얘기를 듣고 있었어요. 베를린 다녀오셨다믄서
장난감 우드블럭을 선물로 주시고. 게테 콜비츠 박물관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넘 잼나게 귀를 쫑긋 거리고 듣고 있는데 세탁소 아저씨의 초인종 소리에 꿈깨!
아 아쉽 ㅜㅜ 우드블럭이 넘 작고 아기자기해서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 촉감도 남아있는데, 다른 이들에게 선물한 것들도 기웃하며 보려던 찰나였는데. . .

단발머리 2016-07-29 16:32   좋아요 1 | URL
하하핫!!! 섬세한 꿈을 꾸는 사람들은 예술가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던대요. 쑥님의 꿈은 완전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지네요~~
저도 촉감이 살아있는 우드블럭 장난감 필요하거든요.
혹 꿈 속에서 유작가님 만나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제 꿈 속은 항상 조용하다고... 좀 전해주세요^^

cyrus 2016-07-2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이 너무 더워서 책을 읽기가 힘들어요. ^^;;

단발머리 2016-07-29 16:35   좋아요 0 | URL
cyrus님 사시는곳 대구 아니던가요? 아하... 대구...
서울은 월화수목까지 화끈하게 덥더니 어제오늘은 비 때문인지 좀 살것 같아요.
너무 더운 cyrus님에게 시원한 위로를...^^

세실 2016-08-07 1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호 좋은 자리 양보하시고 구석진 자리~~ 착하신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글의 내공이 깊은데, 젊고 예쁜 분이라 놀랐지요.
반가웠습니다~~
짧은 만남 아쉬웠어요.

단발머리 2016-08-09 08:2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자리 양보는 아니구요~
유작가님께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하다보니 벽에 붙게 되었어요~~ ㅎㅎ
아름다운 세실님을 만남으로 저는 세실님, 순오기님, 프레이야님 이렇게 오공주 다섯분중 세분을 만났네요~
잠깐이었지만 너무 반가웠어요~~
담에 또 뵈어요~~ 세실님^^

icaru 2016-08-09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으면 놓치는 내용을 바람과 같은 속도로 빨리 읽었기에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니,,, 정녕 그럴 수 있나 하면서,,, 음 그럴 수도 있겠어 결국엔 ㅎㅎㅎㅎㅎ

그런데,, 단발머리 님 페이퍼는 천천히 읽으면 읽을수록 맛이나긴 해요!! ㅎㅎ

훈훈한 조우가 되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만남으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에게 미덕이 있었기 때문일까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6-08-09 22:14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기보다 빠른 속도로 읽기는 특히 외국어 읽기에서 빛을 발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제 페이퍼를 천천히 읽어주신다니 더욱 감사한대요~~
천천히 읽어도 빨리 읽어도 별 내용은 없지만, icaru님 칭찬에 흥겨운 단발머리입니다.
 

 

 

 

 

 

 

 

 

  

김경욱에 관한 syo님의 페이퍼를 읽었을 때(syo~ 안녕하세요^^), 나는 마침 김경욱의 개와 늑대의 시간을 읽고 있었다. 친구들이 모두 김영하, 김영하 할 때, 김경욱이 좋았다는, 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는 syo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작품을 읽을 때,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한 목소리로 김영하, 김영하 해버리면, 나는 김경욱이 좋던데,라고 말하는게 쉽지 않다.

나도 그렇다. 다른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책들을 괜찮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다. 괜찮다,고 말할 만한 책이 아니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책을 대하는 나름의 자세다. 불평과 불만에 가득찬 소리를 한가득 쏟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마음에 안 든다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패쓰. 패쓰해 버린다. 밀려드는 책홍수 속에서, 진주같은 작가의 보석 같은 작품을 찾아낼 만한 감식안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만한 안목을 가질 수 있을만큼 많은 책을 읽은 건 아니니까. 그냥 그려려니 한다. 평가보다는 감상이 내게는 맞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2016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베를린 필을 대출했을 때, 역대 수상작가의 최근작이라고 소개된 김경욱의 천국의 문을 읽었다. 가족을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는 점, 병자를 돌보는 사람의 암울한 마음이 적나라하게 엿보인다는 점에서 김훈님의 화장이 자꾸 떠올랐다. 그렇게 머릿 속에 김경욱을 넣고 보니, 도서관 신착도서칸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 보였던 거다.

김경욱의 장편 중에서는 이 책이 처음이다. 작가 소개를 읽는데, 첫 줄이 이랬다.

김경욱은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아웃사이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이라면, .... 지금이 2016년이니까. 등단한지 20년이 넘었다. 언제 사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날개 속 작가는 무척이나 젊게 아니, 앳되보이기까지 하는데. 벌써 20. 20년이 넘게 계속해서 쓴다는 것. 작가로서 산다는 것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그 무게가 느껴져 작가소개를 한 번 더 읽었다. 그러고는, 김경욱의 손을 잡고(손을 잡고^^), 김경욱이 소개하는 세계로 입장한다.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는 이런 세계다. 열대아를 이기게 하는 이런 세계는 논리의 세계이고 깨알 웃음의 세계이다. 한 마디로 웃기는 세계.

 

말단 순경이라꼬 무시하는 깁니까? 이래 봬도 각하를 경호하던 몸입니더.”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황이 소리쳤다.

논점과 무관한 논거였다. 그래도 손미자는 고개를 끄덕끄덕.

그래 잘났는데 와 이 촌구석까지 왔노?”

백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논점 일탈 논거를 이용한 되치기.

저를 만나러 온 거죠. 손미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잘난 돌이 정 맞는다꼬, 너무 잘나가 물먹은 깁니다.” 그릇된 논거,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기합리화.

희한한 말 다 듣네. 잘났는데 와 물을 먹노?” 타당한 질문.

이순신 장군도 모함을 받아가 감옥에 안 갔습니까?” 논점과 한참 무관한 논거.

충무공께서는 감옥에서 나와가 나라를 구하셨다.” 논점과 한참 무관한 논거와도 한참 무관한 반박. 백부는 이렇게 반박해야 했다. 이순신 장군의 억울한 옥살이와 이 동거가 무슨 상관이냐? (개와 늑대의 시간, 132)

 

한국 소설 혹은 국내 소설. 어느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 소설을 찾아서 읽는 편이 아니다. 아주 유명한 작가들, 혹은 최근에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이름만 아는 정도다. 근래에는 어떤 서점이든 맨부커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도배되어 있던데, 올 봄 나름 일찌감치 그 책을 읽게 된 것도 찾아서 읽었던 게 아니라, 책을 정말 많이 읽으시는 님이 빌려주셔서, 빌려주셨기 때문에 읽게 된 경우다. 당연히 요즘 한국 소설의 경향이나 흐름 같은 것도 모른다. 표절이 나쁘다는 것만 알고, 문단권력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알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균보다 못한 보통의 독자다.

 

창백한 말

 

 

 

 

 

 

 

 

 

그런 보통의 독자인 내가, 외모에 반해, 표지에 혹해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읽었다. 신선했다. 물론 읽는 중간 중간, 브로드스키, 아흐마토바, 보리스 사빈코프등을 찾아봐야 했지만, 무식한 스스로를 탓하며 검색하고 위키피디아를 읽는 시간도 나름 즐거웠다. 봄에 시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을 이런 상황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는 그 시를, 참 좋게 읽었어요.

그러니까, 응용해보자면 나는 정지돈의 창백한 말을 참 좋게 읽었다. 후장 사실주의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에 해당하는 글도 앞만 대충 읽었지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지만. 나 혼자, 아무런 배경이나 설명, 이해 없이 그냥 이 단편을 읽었을 때, 나는 그냥 좋았다. 좋게 읽었다. 설명하기 어렵고, 설명할 수도 없지만.

 

장의 사보타주가 성공적이었던 것 같진 않다. 그는 틈만 나면 돈을 빌려달라고 했고 뭐 하나 번듯하게 해내는 게 없었다. 어느 날은 시를 썼고, 어느 날은 소설을 썼으며, 어느 날은 영화를 찍었다. 카페에서 보자고 해서 갔더니 커피 네 잔을 마시고 식사 대용으로 브라우니와 크루아상까지 먹어치운 상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계산은 내가 했다. 나는 운이 좋게 취직을 했고, 돈도 꽤나 벌었다. 시는 읽지 않은 지 오래였고, 영화는 멀티플레스에서만 봤으며, 소설은 읽을 시간이 없었다. (창백한 말, 32)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를 다음으로 읽어볼 생각이고, 등단 20년이 넘는 김경욱 작가의 책도 몇 권 골라본다. 제목에 대한 선호도로 다음 소설을 선택하는 이 독특하면서도 특별할 것 없는 소설 선택법에 근거하여, 다음 소설은...... 

 

 

위험한 독서, 동화처럼, 소년은 늙지 않는다

 

 

 

 

 

 

 

 

 

장국영이 죽었다고?, 야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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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7-2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이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지은 죄가 많은가봐요.....ㅎ

단발머리 2016-07-26 10:33   좋아요 0 | URL
아니 아니 아니예요. <너무 한낮의 연애>에 관한 페이퍼였죠? 즐겁게 잘 읽었어요. syo님 페이퍼 읽고 났더니 한국 소설이 막 읽고싶더라구요~~~*^^*

syo 2016-07-26 11:39   좋아요 0 | URL
그 글로 <너무 한낮의 연애> 마니아가 되고 말았어요. 그 글은 <너무 한낮의 연애>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그저 한 김경욱성애자의 커밍아웃 글일 뿐인데 말이죠. 뻘쭘합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6-08-01 09:31   좋아요 1 | URL
저도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고 싶기는 한대, 김경욱 소설을 한 권 더 읽고 싶기도 하구요.
저는 책을, 특히 한국 소설을 안 읽고 너무 오래 살아왔네요..
김경욱을 이번에 읽었습니다. 등단 20년이 넘었는대요 ㅠㅠ

다락방 2016-07-26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야구란 무엇인가>를 읽었는데, 별로 기억에 남아있는 게 없어요. 저는 김영하도, 김경욱도 안좋아하고요-syo님의 그 글을 저도 읽었습니다-, 이승우를 좋아합니다! 하하하하하.

(은근히 고백 놓고 사라지기.. )

단발머리 2016-07-26 11:04   좋아요 1 | URL
아하하... 그럼 저는 <야구란 무엇인가>는 패쓰하기로 하구요. 저는 김영하를 좋아하는데... 이번에 김경욱을 좋아하게 됐지요~~
<개와 늑대의 시간>은 30여 년 전 `남한`의 벽촌에서 하룻밤새 동네 사람 쉰여섯을 총으로 쏴 죽인 순경이야기가 모티브예요. 사연사연이 모두 절절하고 재미가 넘쳐나요^^

물론, 아무렴, 이승우도 좋지요~~
좋아하는 남자만 수두룩!!!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7-26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경욱 동화처럼을 인상깊게 읽었어요~ 그후론 안 봤는데.. 오늘 개와 늑대의 시간을 빌려왔지요~ 그때의 그 느낌을 다시 가질수 있을까 싶어서요 ㅎㅎ
저는 김경욱도 김영하도 안 좋아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16-08-01 09:33   좋아요 1 | URL
그 후로는 안 보신 이후가 별로여서인가요? ㅋㅋ
저는 <동화처럼>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요즘같은 폭염에 <개와 늑대의 시간>은 정말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김영하와 김경욱을 좋아합니다.
김경욱과 좋은 시간 되시기를요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8-01 09:58   좋아요 1 | URL
개와 늑대의 시간.. 도서관에서 빌려 놓고.. 두고만 있는데.. 봐야겠군요 ㅎㅎ

그 후 안본건 별로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잊혀진듯해요~ 그러다가 가끔 동화처럼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환되고 ㅎㅎ

2016-07-27 0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건 위험한거라고 했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전 김경욱도 김영하도 안읽었어요. 이승우만 읽었는데 까마득한 옛얘기네요^^정지돈은 가장 최근에 읽었네요.ㅎㅎ
인사는 담주에 나누려고 그냥 나왔어요(라고하면뻔뻔한거짓말이되려나요ㅋ)암튼 담주에 뵈어요(라고 우기기)♡

단발머리 2016-08-01 09:35   좋아요 1 | URL
네... 좋은 건 위험하죠. 제가 좋아하는 게 위험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저도 이승우님 좋아해요. 작품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좋아합니다. ㅎㅎ

쑥님의 따님을 붙잡고 꿈섬님이랑 제가 그랬죠.
설마... 엄마가.... 그대를 두고????
내일 뵈요. 만세만세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