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에 관해서라면 일가견이 있다고 여겼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기억할 만한 사건 혹은 사고가 없다. 내 이야기는 나와 그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내 추억 속 이야기는 나와 내 이야기를 들어줬던(어쩔 수 없이 들어줘야만 했던) 내 친구의 이야기거나, 나와 그를 그리워했던 나의 이야기다. 나와 그와의 이야기는 없다. 소꿉장난 같았던 내 짝사랑에는 추억이 없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그 사람으로 인해 엉켜버린 나가 중심이다. 이 모든 혼란과 고통, 슬픔과 기쁨은 단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는데, 그건 내가 사랑을 느낀 그 사람도 그러하냐는 것이다.

 

내 연애의 모든 것

 

당장 이 자리에서 총을 맞아 죽어도 알고 싶은 것. 그 여자는 지금 어떨까? 나와 같을까, 다를까? 내 생각은 아예 안 할까? 진짜? 진짜? 설마. (197)

 

 

 

 

 

 

총을 맞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알고 싶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을까? 만약 그 사람도 나와 같다면, 나와 같은 혼란, 나와 같은 열망에 빠져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순간 천국으로 변한다. 하지만, 다르다면. 그 사람은 나와 같지 않다면, 나처럼 느끼지 않고 있다면, 내가 있는 그 곳은 무간지옥으로 변한다. 천국과 지옥이 눈 앞에 있다. 그 사람은 어떨까? 나와 같을까, 나와 다를까?

  

  

망각과 자유

 

 

내가 어떤 사람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타자로 하여금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에게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혹은 그러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자도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타자를 사랑할 수 있지만, 그 타자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21)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여길 때, 그 사람의 마음이 나와 같다는 걸 확인할 때, 그 때에만 나는 깊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나는, 기쁘게 그의 자발적 노예가 되려 한다. 사랑에 빠진 나는, 그에게 나에 대한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 오로지 그의 사랑을 갈구할 뿐이다

 

 

Twilight

 

 

 

 

 

 

 

 

 

뱀파이어 에드워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우리의 에드워드가 처음 벨라를 만났을 때, 두려워하며 벨라를 적의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벨라를 만나고 그녀의 생각을 읽는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과 달리 그녀의 생각이 읽히지 않을 때, 그는 당황스러워 한다.

 

“It was unquestionably a complication that I couldn’t simply read your thoughts to know what your reaction was to me. ... And then I couldn’t know if you really meant what you said. It was all extremely irritating.” (271)

 

먹지 않고, 자지 않고, 늙지도 않는 뱀파이어. 빛처럼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을 소유한 뱀파이어에게 인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열등한 존재다. 뱀파이어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무심하게 바라본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 그냥 지나쳐가는 사람들이다.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일 뿐 아니라, 뱀파이어가 스스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했을 때 자신의 먹이가 될 수도 있는 대상이다. 뱀파이어는 인간에 대해 괘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법칙을 거스르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녀의 생각을 알고 싶은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도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도대체 그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괴로워하는 우리의 에드워드. 결국에는 이렇게 말하고야 만다. 인정하고야 만다.

 

“And so the lion fell in love with the lamb ... , “ he murmured. I looked away, hiding my eyes as I thrilled to the word.

”What a stupid lamb,“ I sighed.

“What a sick, masochistic lion.” (274)

 

 

시도 때도 없이 혼잣말을 한다.

혼자 빙그레 웃는다.

혼자 깔깔대고 웃는다.

그의 말을 자꾸 따라한다.

 

I think you should eat something.

I’m tired of trying to stay away from you, Bella.

Bring on the shackles I’m your prisoner.

 

이런 것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세가 맞는다면 나는 사랑에 빠져있다. 혼자 빙그레 웃고, 하하하 웃는다.

 

평소에는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다. 열 권 정도는 아니고, 보통 5-7권을 동시에 읽는데, 요즘에 읽는 책은 이렇다.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이기적 유전자독파 실패를 뒤로 하고 시작한 책이다. 도킨스의 최근 책이고, 강의를 정리한 것이라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다.

 

 

 

 

 

 

바디 무빙은 내가 좋아하는 김중혁 작가의 책인데, 정말 말 그대로 작가를 좋아해서, 작가를 더 알고 싶어서 읽는 책이다.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구절이 여럿이다.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은 일단 <여성적 글쓰기>만 읽었다. 첫 번째 글이 시몬 드 보부아르라서 내심 기대가 크다고 하겠으나...

 

 

 

 

 

 

요 며칠은 한 권만 읽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읽고, 다시 또 읽는다. 사랑에 빠졌다.

그러면서 드는 또 다른 생각 하나. 내 안의 연애 세포를 이렇게 깨우면 무엇 하나. 계속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하기만 하면 무엇 하나. 그래서 어쩔 꺼나. 휴우... 벨라처럼 한숨을 쉰다. 그만 웃고 그만 놀자. 넌 너무 달렸어.

 

말할 수 없는 애인

  

 

갑자기 생각나는 김이듬의 <겨울 휴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나도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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