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갔을 때부터 내가 얼마나 이 책을 품에 꼬옥 안고 둥가둥가를 했던지 보다 못한 아이가 그랬다. 엄마, 진짜 로맨스 소설 좋아하는구나. 응, 나 로맨스 좋아. 로맨틱, 로맨스, 에드워드, 다 좋아. 그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나왔어? Smells good? 응? 어, 나왔어, 나왔어. 무슨 맨날 그렇게 냄새가 좋다고 그래? 흥!
나는 이런 걸 좋아한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My family... we’re different from others of our kind. We only hunt animals. We’ve learned to control our thirst. But it’s you, your scent, it’s like a drug to me. You’re like my own personal brand of heroin.
물론, 벨라가 우리의 에드워드 향기에 취한다는 내용도 많이 나온다. 이건 가능하다.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다. 에드워드는 존재 자체가 미스테리하고 이해불가해하기 때문에 그가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는 것을 상상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다. 인간 스스로 향내를 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벨라는 이 어려운 일을 해낸다.
장하다, 벨라. 좋겠다, 벨라.
『검은 꽃』
냄새는 양반과 상민을 가리지 않았다. 우물도, 근대적인 위생시설도 존재하지 않는 선실에서 악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제 몸의 모든 구멍과 땀샘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여자는 여자의 냄새를, 남자는 남자의 냄새를 풍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보다는 성별의 구별이 분명해졌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냄새 때문이었다. ...
연수의 경우가 그랬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어났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여자들은 수군거렸고 남자들은 고통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 그녀만이 한동안 영문을 모르고 있었다.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67-8쪽)
조선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좁은 배안. 먹지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각기 인간으로서의 냄새, 악취를 풍기기 시작하는 그 때, 나홀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그녀는 얼굴에 환한 빛을 뿜을 뿐만 아니라, 노루피에 사향을 담가놓은 듯한 향내를 풍긴다(83쪽). 남자들을 정욕으로 밀어 넣고 여자들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질투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68쪽).
그래서, 노루피, 사향을 거쳐 musk등을 검색해 보았더니, 짜잔~~~
랑방 에끌라 드 아르페쥬 우먼 오드퍼퓸.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향수다. 나는 연수가 아니라서, 연수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 사향을 구입해 사용한 것이더냐.
Smells good. 의 세계로 가기 위해, 내 스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