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도 안다, 행복해하는 사람만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그런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보기 좋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는
땅의 토질이 나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가 못생겼다 욕하기 마련이다.

해협을 떠다니는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만이 눈에 보일 뿐이다.
왜 나는 나이 마흔의 소작인 처가
벌써 허리가 굽은 채 걷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내가 시에 운을 맞춘다면
내게 그것은 오만이나 다름없다.

꽃 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그림쟁이의 연설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두 번째 것만이
나를 책상으로 몬다. - P1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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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25 22: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나온 시집이군요. 이책은 아니지만, 민음사의 이 시리즈를 산 적이 있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 이번 주말이 11월 마지막 주말이라고 해요.
낮에는 햇볕 따뜻하고 좋았는데, 다음주부터는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11-26 14:11   좋아요 3 | URL
예~
이 시집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네요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scott 2022-11-28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열독 하시는 그레이스님

책상 앞, 독서대를 펼쳐 놓고 계실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11-28 16:22   좋아요 2 | URL
ㅎㅎ
바쁘긴 하네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동경한다. 불행한 아이들의 동경은 가슴 아프다. 바라봐 주는 부모, 평온한 저녁, 따뜻한 식탁 등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누리는 것들을 꿈꾸고 있어서 비극적이다. 정원, 그것은 가족에게 얻을 수 없었던 행복, 고요함의 공간이고, 소년의 동경이다. 변하지 않는 어른들과 세상에서 유년의 정원은 문을 닫고 한줄기 빛의 기억으로만 남는다. 가부장제의 폭력 앞에 소외당하는 여성의 삶과, 어른들이 자신의 상처에 몰두하느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상처는, 독재 아래 묵인하며 견디는 민중들의 신음과 겹쳐진다. 한 가족의 상황도 그 역사를 닮았다.

 

상처가 많은 할머니, 그의 외아들인 아버지, 그 사이에서 매일 상처받는 어머니, 자신들의 상처에만 골몰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동구는 자신의 말을 마음속에 감춘 채 어른들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간다.

 

아주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들은 손바닥 위에 얹힌 눈송이처럼 어느 결에 스르르 잊히기 마련이지만, 어느 하루, 뒤꼍에서 맞이한 어느 봄날은 꿈결에 보았던 한 장면처럼, 현실감이 퇴색되어 오래된 수채화처럼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입으로는 앙앙 울고 귀로는 엄마가 내 엉덩이를 치는 철썩철썩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는 미풍에 실려 긴 대각선으로 내 눈앞을 지나가던 벚꽃 잎 하나를 가만히 쫓고 있었다. 꽃잎은 매끄럽지 않은 사선을 그리며 한들한들 바닥까지 내려와 마당 모퉁이를 두르고 있던 버드나무의 흰 솜털과 노란 송홧가루의 품속으로 파고 들더니 오랜 동무라도 만난 듯 함께 구르고, 튀어 오르고, 아장거리다가 마침내 내 시야를 벗어났다. 모처럼 유람을 떠나는 아씨마님들처럼 유유하고 평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엉덩이에 감겨드는 맵짠 매질의 아픔은 기억나지 않는데 투명한 햇살, 눈앞의 허물어질 듯 아물거리는 아지랑이 속에서 초라하지 않게 추락하던 그 꽃잎의 기억만은 어찌 그리 선명한 것일까.(22p)”

 

9살이 떠올리는 더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엉덩이를 맞던 아픔보다는 어른들의 화와 설움이 뒤섞인 분풀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과, 그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동구의 마음이 처연(悽然)하기까지 하다.

 

동구는 터울이 많이 나는 동생 영주를 좋아하고 잘 돌본다. 9살 남자아이가 여동생을 돌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만큼 동구는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 3학년이 되어도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동구가 난독증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아버지는 그 문제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할머니는 엄마의 탓으로 돌린다. 오히려 식구들의 관심은 어린 영주가 한글을 읽는 사실에 기뻐하며 관심을 둔다. 3학년이 된 동구의 담임 박영은 선생님은 이런 동구의 외로움과 상처를 알아보고, 방과 후에 한글 공부를 한다. 그러나 한동안 그들의 수업은 한글을 읽고 쓰는 공부가 아닌 말하기 공부다. 가족들에게 받은 서운함과 부모님의 불화로 인한 속상함과 영주를 향한 질투, 엄마에 대한 연민 같은 자연스러운 감정을 말하도록 도와준다. 선생님의 질문을 처음 받을 때는 예리한 것으로 가슴 속의 가장 여린 살점을 찔리는 것 같았지만 대답을 하면서 동구는 후련한 감정을 느낀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물어본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다들 착하고 똑똑한 영주, 미련 맞고 덜렁대는 동구라고만 생각했다. 커튼을 젖히고 무대 뒤편으로 가보면 그곳에는 아직 어리고 미숙한 영주, 생각 깊고 마음 넓은 동구가 있었다. 선생님이 지금 처음으로, 어두운 무대 뒤편에 쪼그리고 있는 착하고 멋진 나를 무대 위로 불러내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갑자기 조바심이 나고 숨이 가빠지면서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시작해 버렸다.(112p)”

 

할머니, 아빠, 엄마는 원망을 하고, 화를 누르고, 폭발시키고, 외면하다가 대화하는 법을 잃어 버렸다. 동구가 자신의 감정을 선생님에게 했던 이야기는 가족들이 들어줬어야 하는 것이었다. 동구가 선생님과의 방과 후 수업을 통해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자존감을 회복할 때, 그들은 여전히 대화할 줄 모르고 깊이 멍들어 갔다. 영주의 죽음은 이 가족이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고, 그 사고마저 며느리의 탓으로 돌리는 할머니와 어머니는 함께 살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할머니를 이해해보려 노력했던 동구의 결심은 어른인 나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박영은 선생님과 선생님의 대학 선배와 고시공부를 하는 주리 삼촌의 대화에서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청년들의 가슴앓이를 보게 된다. 유신시대의 막을 내렸던 10.26 사태 이후 서울의 봄을 기대했던 청년들은 12.12 군사 반란으로 더 짙은 어둠가운데 갇혔음을 알려준다. 선생님은 광주에 내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다. 동구의 유년기는 유신시대가 끝나고 80년대 새로운 군부독재가 시작되는 시점에 막을 내린다.

 

세상은 변하지 않고, 어른들도 변하지 않는다.

할머니처럼 세상을 편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한편 그 사람에 맞춰서 좀 더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341p)”라고 생각하는 동구의 마음은 군부독재라는 너덜너덜한 헌 신발을 신는 민중의 체념을 닮았다.

 

산동네 맨 꼭대기에 자리 잡은 3층집, 아주 가끔 문이 열려 있을 때마다 들여다보던 잘 가꾸어진 정원, 나무와 꽃과 연못을 찾아 날아들던 곤줄박이를 바라보는 것은 동구에게 즐거움이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은 비록 남의 소유이긴 하지만 동구의 유년기와 9살 소년의 꿈을 상징한다(아홉 살 인생의 뒷산을 떠올리게 한다). 동구가 그 정원과 작별하는 마지막 장면은 유년기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대문이 닫히면서, 아름다운 정원의 정경이 차츰 좁아지더니 마침내 가느다란 광채의 선이 되었다가, 갑자기 시야에는 녹슨 철문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 하지 않으려 한다.(350p)”

 

그렇게 다짐하고 반복하지 말자고 외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은 세상, 이전의 경험으로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책임을 회피하는 영리함만 배운 것 같은 사람들, 그 가운데서 체념하고 희생하는 누군가가 생겨난다.

 

나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어른이 아니라 칼날 같은 의식으로 살아있어 계속 성장하길 바란다. 그럴 수 있을까?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 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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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11 0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이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죠. 특히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은 이런 어른들이 모여 도돌이표가 되고 마는 사회적 책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동구에게 선생님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씁쓸하네요. 소중한 관심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그레이스 2022-11-11 10:38   좋아요 3 | URL
역기능 가정의 어른아이와 같은 모습이예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애완의 시대>를 떠올렸습니다

새파랑 2022-11-11 0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동구의 어린시절은 많이 아쉽네요 ㅜㅜ

표지가 좀 오래된 책처럼 보입니다 ㅋ

그레이스 2022-11-11 10:39   좋아요 3 | URL
작가와 작가의 오빠 사진이래요
참고로 작가의 할머니는 인자하시고 좋으신 분이라고...!

scott 2022-11-11 15: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혹쉬 드라마로도 제작 되었던 것 같은데,,,

유년 시절 상처와 트라우마가 평생 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동구에게 따스한 선생님이 계셨네요 ^^

그레이스 2022-11-11 15:11   좋아요 3 | URL
그랬나요?
전혀 모르고 있었네요
다행이죠
이런 선생님이 많이 계셨으면 합니다

Falstaff 2022-11-11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고 공감하면서, 심지어 눈물까지 짜면서 읽은 책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다소 전형적인 마무리...랄까요? ㅋㅋㅋ 제가 뭘 알고 하는 얘기이겠습니까. 강요된 해피엔드가 아쉬웠습니다. 물론 해피엔드로 끝나서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레이스 2022-11-11 19:00   좋아요 3 | URL
해피엔드로 읽으셨나요?
저는 넘 슬픈 마무리라고 생각했는데...ㅠ
동구의 작별과 체념때문에...!
물론 할머니의 누그러지는 듯한 뉘앙스도 있었지만, 또 반복되는 것이란 예상을 했어요.ㅠ
제가 넘 깊이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네요 ^^;;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서니데이 2022-11-11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가 제가 아는 것과 조금 달라서 찾아보니, 개정판이네요. 개정판도 나온지가 거의 10년 가까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표지의 사진 덕분인지 오래된 책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1-11 21:11   좋아요 3 | URL

개정판 나온지가 10년이 되었는데, 저는 이제야 읽었네요
요즘은 어떻게 쓰는지 읽어봐야겠어요
평안한 저녁 되세요

mini74 2022-11-14 17: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의 첫 문장부터 슬픈데요... 동구와 영주 둘 다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일뿐인데 말이지요.

그레이스 2022-11-14 17:25   좋아요 2 | URL

아이들은 따뜻한 돌봄이 필요하죠

서니데이 2022-11-16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주보다 이번주는 조금 더 차가워진 것 같은데, 낮 시간의 따뜻한 시간이 짧아졌어요.
그런데 내일 수능시험 보는날이라고 하니까 이제 그럴 시기도 된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1-16 17:44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2-11-19 01: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이를 먹고 부모가 된다 해도 아이보다 자기 아픔이나 상처를 더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가까이 있는 어른이 아이를 봐주지 않으면 아이는 참 쓸쓸하겠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다 해야겠지만... 한 가정 모습이지만 그 시대를 나타내는 걸로 볼 수도 있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1-19 05:10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을 시대쪽에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독서괭 2022-11-29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무대 뒤편에 쪼그리고 있는 착하고 멋진 나를 무대 위로 불러내려는 순간이었다˝ - 울컥하네요.. ㅠㅠ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레이스 2022-11-29 12:03   좋아요 1 | URL
ㅠㅠ
이 책 읽으면서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서니데이 2022-12-08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08 18: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행복하지만 식상한 느낌이다. 쉽지 않은 문제들이 쉽게 풀려간다는 생각이다. 삶에서는 깊은 고민가운데 막막함 속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에서 표현한대로, 작가는 인생의 우물에 빠져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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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1-09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이런 느낌의 작품이 많이 나오는거 같더라구요. 표지도 좀 비슷한거 같고 ㅋ

그레이스 2022-11-09 07:54   좋아요 3 | URL
지금 다시 읽으니 별4개 주고 부정적인 평가만 했네요^^ 너무 편하게 읽혀서 300페이지가 넘는 양이 지루하단 느낌이었어요.;;

책읽는나무 2022-11-09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딸이 읽고 싶대서 사줬었어요. 딸이 반쯤 읽더니 갑자기 서점 주인 하고 싶다고 꿈이 바뀌었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
마음 심란할 때, 착해지고 싶을 때,
읽어야지~ 찜해 두긴 했어요^^

그레이스 2022-11-09 08:34   좋아요 2 | URL
^^
작은 서점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듯요~♡
맞아요
마음이 심란할 때, 착해지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어요.~~♡

scott 2022-11-11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일본에 이런 일상의 소소함을 다룬 힐릴류 소설이 많이 나왔었는데 ㅎㅎ

인생의 우물!
그레이스님 말씀 처럼
작가님 삶의 큰 고난이 없으셨을지도 ^^

그레이스 2022-11-11 15:12   좋아요 2 | URL
^^;;
저의 편견일지 모르죠^^
 
이완의 자세 소설Q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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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읽고 사왔다며, 남편이 책을 내민다.


나는 종종 공중목욕탕에서 우는 여자들을 본다. 유난히 세수를 오래 하는 여자들, 그들은 하얀 김이 서린 흐릿한 거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물을 세게 틀어놓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혼자만의 욕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거울 앞에 서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흘리는 눈물보다 여탕 목욕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흐느끼다가 샤워기에 씻어내 버리는 눈물이 나는 조금 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7p)"

 

과연 마음 저 밑바닥 묵직한 것들을 느리게 움직이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나 역시 이 문장들을 읽고 페이지를 넘겼다.

 

주인공 유라의 어머니는 세신사다. 남편을 사별하고 받은 보상금을 사기로 다 잃은 후 유라를 데리고 동네 목욕탕에서 기거하며 때밀이를 해왔다. 빨간 속옷차림으로 때를 밀고, 목욕탕 탈의실에 전기장판을 깔고 잠을 잤다. 그렇게 해서 3년 안에 빚을 모두 갚았지만 엄마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형벌을 받는 시시포스처럼 씻겨도 씻겨도 또다시 더러워지고 마는 여자들의 몸뚱이를 닦아주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승용차를 샀다.(48p)”

 

유라는 이 기억으로부터 치유되지 않는 심리적 상처를 지니고 있다. 무용을 전공하는 그녀는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여자들을 보면서 자란 탓에,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 곡선과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배우기 이전에 그저 몸은 몸일 뿐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채버렸다. 그녀는 타인의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경직된다. 무용가로서는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곳 선녀탕을 찾는 사람들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육체 뿐 아니라 마음의 고단함을 푼다. 신호에 따라 손을 올리고 뒤집으며 몸을 맡긴다. 매일같이 여탕을 찾는 여성들은 노동으로 지친 몸을 달래 주어야 하는 이들이다. 그 중에는 직업여성도 있었다. 딸의 부축을 받으며 온 노인들이 있다. 소외된 몸이다.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고 때를 씻어낸 후에도 풀리지 않는 피로 때문에 누군가의 발밑에 깔려야 하는 여자들이 이 목욕침대에 매일 눕는다. 엄마는 천장에 달린 봉을 잡고 그녀들의 몸 위를 걸어 다니며 발끝으로 뭉친 곳을 찾았다.(166p)”

 

계급장을 떼고 알몸과 알몸이 만나는 그곳에서도 서열과 위계가 존재한다. 몸매 관리, 재테크, 자식교육에 능한 사람들이 위세를 한다. 그들은 잠시라도 권력의 중심자리를 누린다. 그렇게 소외된 몸과 마음은 위로를 받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때를 밀고 몸을 만져서 엄마가 번 돈으로 공부하고 무용학원을 다닌 유라에게 목욕탕은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었다. 그들 모녀는 생계를 위한 억척스러움과 비정상적인 공간에서의 성장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사랑을 줄줄 모르는 빗나간 관계가 되어갔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찜질방으로 바뀐 그곳, 탈의실에 엄마 오혜자씨는 벗은 몸으로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목욕탕에서 자란 유라, 때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엄마의 노동을 눈앞에서 보고 자란 그녀는 타인의 몸이나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탕 속에 들어가 사지에 힘을 빼고 앉아있는 유라의 몸에서 구멍들이 열리고 어떤 것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은 상태! 그 이완의 자세가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육아에 지쳐가던 어느 날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동네 목욕탕에 가서 몸을 담그며 너무 행복했었다고 울먹이던 어느 독서 모임 회원의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김장을 마치고 함께 목욕 가자던 말씀에 어색해서 쭈뼛거리던 며느리들에게 못내 서운해 하시던 어머님도 기억이 났다. 그 모습이 마음에 걸려 모시고 가면 내색은 안하셔도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중목욕탕에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이완시켜야 할 여인들이 많았다.

 

 

황금탕, 선녀탕 등으로 불리던 동네 목욕탕들은 사라지고 찜질방이 들어섰다. COVID-19로 위기감이 극도로 치달을 때, 찜질방에서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이런 상황에도 그런 시설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들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 했었다. 화물차 운전자들, 공사장 일용직 노동자들과 같은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제는 누군가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공간이 된 그곳에도 소외된 몸을 쉬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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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06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 인용문부터 감동입니다. 저자의 눈이 따뜻하고 섬세하네요. 첫 부분 읽고 책을 내미셨다는 옆지기 님 마음 이해가 되어요. 표지에 때타올과 모래시계도 보이고 표지도 이쁘고. 이 책 데리고 갈래요 ^^ 저는 요새 잠잘 때도 이완이 안 되어 힘들어요. 온전히 이완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하루종일 긴장 상태가 지속됩니다. 몸이 긴장해요. 대중목욕탕이 급 그리워집니다. 코로나 이후 안 갔는데 이제 슬슬 가봐야할까 봐요. 미끄러운 곳이 무섭긴 하지만요.

그레이스 2022-10-06 21:35   좋아요 4 | URL
그럴때가 있죠?!
프레이야님 숙면하시는 방법을 찾으시길 바래요.
이 책 보니, 이완의 시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청아 2022-10-06 21: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어머님도 목욕탕 친구들이 있으세요ㅎㅎ
그곳에서만 가능한 마음의 이완,평정상태가 있는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10-06 21:45   좋아요 4 | URL
저도 목욕탕 이용하던 시절 그런 어르신들 곁에서 많이 봤어요. 지금에서야 그분들께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mini74 2022-10-06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첫 문장 저도 마음이 찡합니다.목욕탕에서 자란 아이, 치유와 이완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그레이스님 남편분 멋지십니다 *^^*

그레이스 2022-10-07 10:21   좋아요 3 | URL
그럴때 잠깐 반해요 ^^

책읽는나무 2022-10-06 2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남편 분의 책 고르시는 센스!!!
첫 문장에서 완전 압도당할 수밖에 없네요?^^

그레이스 2022-10-06 22:23   좋아요 4 | URL
예~
첫 문장 너무 좋았어요
중간중간 작가의 경험인가 싶을 정도로 생생한 그림을 전하는 문장들이 있어요.

서니데이 2022-10-06 22: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19 시작되면서, 저희집도 동네 목욕탕을 가지 못했어요.
아마 이번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은 업종 중의 하나일 거예요.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동네 대중목욕탕이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첫 문장, 목욕탕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은 앞으로 나올 이야기를 궁금하게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2-10-06 23:06   좋아요 5 | URL
저희 동네 대형 찜질방은 폐업했습니다. 작은 목욕탕도 문닫았구요 ㅠ
사업주도 그렇지만, 세신사분들도 힘드실듯요

페넬로페 2022-10-06 23: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책을 내민다, 캬~~
친정 맞은 편의 옆옆이 동네 목욕탕이었어요.
어린시절부터 결혼할 때까지 항상 거기 다녔어요. 그래서 목욕탕에서 뜨겁게 사우나 하고 냉탕 들어가는 거 넘 좋아하게 되었어요. 결혼하기 전에 그 목욕탕 세신사(이웃에 있어 친했거든요)가 저 보고 결혼하면 한 번은 후회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이 뭡니까! 에휴
코로나로 젤 안 좋은게 사우나 못 가는 거예요 ㅠㅠ

그레이스 2022-10-06 23:23   좋아요 5 | URL
ㅎㅎ
저는 목욕탕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 드니까 가게 되더라구요.
여전히 좋아하진 않네요 ㅋ
7년은 된듯요.
ㅎㅎ

구단씨 2022-10-06 23: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았어요. ^^

그레이스 2022-10-07 07:12   좋아요 3 | URL
읽으셨군요~반가워요
모르는 작가였는데, 신동엽상 수상작가라고 띠지에 써있더라구요.
순식간에 읽었어요

희선 2022-10-07 0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이 사오신 책이라니, 멋지네요 앞부분 보고 그레이스 님이 좋아하실 듯해서 사오셨군요 한국도 목욕탕이 많이 없어졌네요 저도 거기엔 잘 안 갔지만... 목욕탕에서도 위아래가 있다니, 어쩐지 슬프기도 하네요 그런 게 없는 곳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10-07 10:23   좋아요 4 | URL
저도 목욕탕 숨막혀서 좋아하진 않지만,,
없어지는건 서운해요
북촌에 가면 목욕탕 굴뚝이 그렇게 정겹더라구요^^

scott 2022-10-07 0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 내미는 남편
다정😍다감
책장 정리도 해주실것 같습니돠 😊

그레이스 2022-10-07 06:50   좋아요 3 | URL
그렇지 않아요 ㅎㅎ
본인 책 정리하기도 바빠요

레삭매냐 2022-10-08 11: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예전에는 동네 목욕탕
들이 참 많았는데 -
신식 문물들이 들어오면서 목욕탕
문화가 사라져 버린 느낌입니다.

물론 코로나도 한 몫했구요.

며느리들이 시엄마랑 같이 목욕하
러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걸
모르시나 봅니다.

그레이스 2022-10-08 13:42   좋아요 2 | URL
신식 문물들 ㅎㅎ

아들만 있는 분들은 며느리랑 목욕갔으면 싶은신가봐요 ^^;;

서니데이 2022-10-10 0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동네 가까운 목욕탕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 들어요.
따뜻한 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어서요.
비가 와서 날씨가 더 차가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0-12 19:36   좋아요 2 | URL

이런 날씨에 생각나죠
따뜻한 탕욕!
휴일이 지났네요
ㅎㅎ
환절기 건강조심하세요

거리의화가 2022-11-09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상 축하드립니다^^
목욕탕에 가본지 정말 오래됐어요!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목욕탕이 주는 공간적 울림이 큰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 2022-11-09 17:20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기분도 처지고 상황도 그렇고 해서 이번 달은 축하 건너뛸려고 했는데
잊고 있던 책으로 축하받으니 새롭네요^^
감사합니다 ~

scott 2022-11-09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상 추카!
11월 건강 잘 챙기세요 ^^

그레이스 2022-11-09 17:2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스콧님도 축하드려요 ~

서니데이 2022-11-09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1-09 17:21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오랜만인 듯한 느낌은 저때문인듯요 ㅠ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11-09 1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11-09 17:2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도 행복하세요

모나리자 2022-11-09 15: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2-11-09 17:22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독서괭 2022-11-09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놓쳤던 글을 덕분에 읽었네요. 목욕탕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목욕탕이 꼭 필요한 이들, 자꾸만 없어지고 고급화 되는 바람에 곤란한 분들이 있겠군요.. 코로나 이후 가지 못해서 좀 그립습니다. 세신받는 거 좋아해서요.

그레이스 2022-11-09 17:23   좋아요 3 | URL
그렇죠
저는 목욕탕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계절엔 생각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1-09 20: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이렇게 좋은 리뷰를 저는 왜 못보고 지나갔죠? 아 그리고 첫문장이 너무 좋아서 사왔다고 책을 내미는 남편이라니.... 너무 멋지잖아요. ^^

그레이스 2022-11-09 21:00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

하나의책장 2022-11-09 2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11-10 06:2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11-10 19: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책을 내미는 남편분과 함께 사시는 그레이스님은 ‘행복‘이십니다**

그레이스 2022-11-10 19:50   좋아요 2 | URL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도 축하드려요~~♡

책읽는나무 2022-11-11 0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선견지명! 그래서 더 뜻 깊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11-11 07:56   좋아요 2 | URL
다들 칭찬한다 하니, 쑥스러워 하네요 ㅋ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14 16: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거 남편분 책도 한권 살포시 사드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ㅎㅎ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그레이스 2022-11-14 17:27   좋아요 1 | URL
두달 전에 적립금으로 필요한 책 한권 선물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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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적이다. 불행의 원인은 여러가지이고, 그 삶으로부터 우리는 경험적 직관을 얻기도 한다. 이 소설은 거기까지다. 좋은 문학은 사소한 서사에서도 확장된 사유와 질문을 이끌어 낸다. ‘인생은 그런거야‘ 정도로 결론을 내려면 굳이 텍스트를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냥 살아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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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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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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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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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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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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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3 1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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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3 1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문학은 확장된 사유와 질문을 이끌어낸다.
오늘의 말씀으로 기억하고 갑니다. ^^

그레이스 2022-09-23 17:2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mini74 2022-09-23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각성하게 만드는 100자평입니다 👍 그냥 살아보면 된다! 멋집니다 ㅎㅎ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9-24 11:38   좋아요 1 | URL
사실 이런 평가, 제 자신도 각성하게 하죠^^
감사합니다 ~~

2023-03-04 0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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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0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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