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ㅡ이 글에는 다소 과격한 디스토피아에 관한 짧막한 글이 포함되어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제우스는 권좌에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다. 헥토르와의 대결에 나선 아들 아킬레우스를 살리려고 무릎에 기대어 간청하는 테티스의 모습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제우스는 서양에서 부권제 사회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존재다. 모든신과 인간은 제우스의 통제를 받는다. 그는 전능한 존재이고,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신이나 인간을 벼락으로 처벌한다. 폭군이면서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우스는 부인 헤라 외에도 수많은 정부를 거느렸다. 또한 사회에 온갖 금기를 강제 하면서도 자기 스스로는 금기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욕망을 충족했다. 그는 일부일처제라는 윤리를 여성에게 강제하면서도 남성 자신은 역사적으로 공창이나 사창을 통해 성적 자유를 누렸던 부권제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존재다. - P37
이 책은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마련한 '수요자 포럼'에 함께한 남성들의 의견을 담았다. 아무래도 남성들의 시각이다보니 성매매 수요자가 되기 쉬운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좀 더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의미있었다. 모임의 명칭은 수요자 포럼이지만 이들 대다수가 성매매를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람씩 분량을 맡아 남성문화에서 느낀 젠더 불평등과 성매매, 포르노에 관한 경험과 토론하면서 배우고 느낀것들을 글로 담았다. 일반화하기는 힘들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특히 군대나 사회생활에서 성매매나 포르노는 접근하기 쉬운 구조와 분위기를 내포하는 듯 했다.
남들에게 은근히 공격받거나 무시당할 것을 염려하지 않고 자기 약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남성세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남자 친구들은 자기 힘든 점을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 남자들의 관심사는 대게 남성 세계에서 유효한 어떤 기준과 관련된 것들이다. 누구네 집에 부동산이 몇채가 있고, 어떤 차를 타고 다니며 , 여자친구의 외모가 어떻더라 하는 것 말이다. 그 외의 개인사는 대개 관심 밖의 일이다. p.32
남성 집단 내에서 남자들은 개별적 자아이기보다 집단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그들의 만남에는 반드시 외부적 매개가 필요하다. 그것은 대부분 집단 공통의 욕구와 관련된 것들이다.(...)내 친구들의 경우에 10대에는 노래방이었고 20대에는 술이었다. 취향에 따라 게임이나 스포츠,여행 등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술은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문제는 적지 않은 남성들이 그들의 마지막 매개로 성매매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p.34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회문화와 군대도 이런 요건을 충족시켰을 것이다. 내가 예전에 잠시 살던 동네에는 축구장도 있고 각종 스포츠 시설의 접근성이 좋았다. 그런 곳에서 잠시 살다가 지금 있는 곳으로 이사해 보니 대부분은 스포츠 시설도 그렇고 청소년들이 또래와 함께 즐길만한 문화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능력주의와 취업을 위한 스팩준비로 이른 나이부터 아이들은 학원을 돌고 기껏해야 노래방이나 술집을 전전하며 유흥을 즐길 수 밖에 없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펜데믹 상황에서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다. 외출은 더 어려워졌고 만남은 줄어들었다. 전문대 졸업생이 M.T한번 못가보고 졸업을 앞두었다는 기사가 놀랍지 않을 정도다.
시기적으로 펜데믹 전의 일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발달로 N번방 사태를 우리는 경험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되자 법안 발의에 힘을 쏟겠다고 약속해 놓고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20~30대 남성표심을 의식해 말바꾸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손정우라는 ‘웰컴투 비디오‘ 운영자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고 단순히 다운 받은 경우에도 몇 년씩 징역형을 받은 해외 이용자들과 달리 운영자인 대한민국의 손정우는 불과 1심에서 징역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고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까지 받았다. 손정우에 대한 처벌로 더욱더 해외와 극명하게 비교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는 남성들의 성범죄에 너무나 관대하다.
사회 전반적인 남성우월의식과 빈곤한 놀이문화, 성매매와 포르노 산업, 온,오프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성범죄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성범죄에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군과 사법부의 행태는 여성을 쉽게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구조에 마치 불에 기름을 조금씩 부어주듯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맥락에서 성매매를 합법화 하자는 주장은 마치 일부 여성들을 성노예화하자는 말과 같게 들린다. 온갖 그럴듯한 포장으로 합리화를 말하지만 여성의 신체와 존엄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합법화가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국제 학술지 《세계 개발World Development》에 실린〈성매매합법화로 인신매매가 증가하는가라는 논문에서 독일과영국의 연구진들은 전 세계 150개국을 대상으로 합법화된 성매매가 인신매매를 증가시켰는지 조사했다. 연구 결과 규모의 효과Scale Effect‘가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 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성매매 합법화에 따른 인신매매 증가치 규모의 효과가 성매매 합법화로 인한 인신매매 감소치 대체효과보다 크다는 것이다. 특히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과 성매매 수요자를 처벌하는 스웨덴을 비교해보면,독일의 전체 성매매 종사자 수는 스웨덴의 음성적 성매매종사자 수의 60배가 넘으며, 독일의 인신매매 피해자는 스웨덴에 비해 62배나 많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합법화 정책은 음성적 성매매를 근절하는 데 실패하고 오히려 성매매 시장을 더 키운 결과로 귀결되었다. ㅡ P100
-아래 글은 육식문화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런 성매매에 관해 생각하다가 디스토피아를 상상해봤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이 모두 사라진 세게.
인간들은 한동안 강제? 채식으로 버텨나간다. 그러다 육식을 간절히 원하는 이들이 암시장에서 납치당한 여자들과 아이들을 거래한다. 유통관계에서 멀리 떨어진 이들은 그 고기의 출처를 묻지 않는다. 암묵적인 동의와 욕구속에 차츰 불우한 형편에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신체일부나 혹은 전부를 암시장에 내놓는 이들이 늘어난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취약계층의 여자들이었다. 때로 악의를 품고 자신의 아내를 내다 팔거나 헤어진 연인에게 약물을 먹여 거래하는 범죄도 늘어난다. 수요자인 이들은 점점 더 많은 고기를 섭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인간의 육식에 대한 욕구는 어쩔수없는 것이니 매매를 합법적으로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거리에는 도박빛이나 생계로 암시장에 자신의 신체일부를 판 사람들이 차차 늘어난다. 숫자가 너무 늘어나 이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장애인연금을 받게 할 것인지 찬반 논란이 불거진다. 남아선호가 이어지던 시기였기에 딸아이를 원치않는 부모도 아이를 낳자마자 인육으로 파는일도 적지않다.
이런 세계와 여성의 몸을 도구로 생각하는 성매매,포르노 산업이 나는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섹스는 무엇인가? 그리고 성매매는 무엇인가?"
"돈을 받고 성을 파는 절대다수는 어째서 여성인가?"- P118
이들(성 구매자들)에게 건강한 연애란 불가능한걸까? 사랑에 대해 이들은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을까?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비판을 넘어 이러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적인 문제ㅡ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군대문화, 성에 관해 아직까지 보수적인 교육과 미흡한 성교육, 포르노에 대해 무감각한 남성문화의 인식체계.여기에 최근 남초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있는 여성혐오와 사적 이익을 위해 오락가락 주장을 번복하는 정치인들의 고질적 병폐는 이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지역마다 소규모 네트워크를 조직해 성문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수요포럼'과 같은 모임을 활성화시키면 좋겠다. 여성들은 꾸준히 이런 문제제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남성문화의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성들끼리 모여 자신들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성을 대상화하는 문제를 넘어 그들 스스로의 존재에 관한 유의미한 탐구가 될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다 건강한 남녀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성매매와 포르노는 인간적이지가 않다. 진실함도 없고 존중도 없고 신뢰와 사랑, 행복도없다. 그래서 나는 반대한다.
붉은 등으로 된 어두운 방들과 언니들이 신었던 높은 신발들, 유리방 업소를 지날 때마다 보았던 높은 의자와 피임약, 진통제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의 행복했던 혹은 고통스러웠던 경험, 그리고 꿈에 관한 이야기를 녹음기를 통해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꿈 이야기 중에 한 언니가 공부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가질수 없었던 책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조그만 책상이 놓여있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 P138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Re- born프로젝트 관련 글
노르딕 모델 the Nordic Model
스웨덴을 중심으로 노르딕 국가 중 일부가 채택하고 있는 성매매관련 법, 제도, 정책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 노르딕 모델을 채택한국가는 강요나 강압에 의한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성매매를 했을 시,성 구매자에게 최대 1년까지의 구금 혹은 벌금형을 부과하고, 성매매여성이 미성년자이거나 강압에 의해 성매매를 했을 시에 성 구매자를가중처벌한다. 또 성매매 알선, 중재자의 경우 최대 5년형까지 처벌 받을수 있고, 인신매매범의 경우 최대 10년~12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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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재 달인이 발표되는등 북플이 파티분위기인데 무거운 글을 올리게 되어 쪼매 미안합니다.ㅎㅎ
이 기분을 사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