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의 시인,소설가,비평가로 사후 26년이 지나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 그의 명예와 작품. 보들레르는 포의 단편을 읽고 놀라 "여기에는 내가 쓰고 싶었던 작품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하며 평생을 포의 작품 번역에 바쳤다고 한다.(출:두산백과) 또 다른 곳에서는 포의 작품이 공상과학소설,공포소설,판타지 장르의 소설의 초석을 깔아놓았다고(출:세계문학사 작은사전)설명하는데 메리셸리는 이미 1818년에 <프랑켄슈타인>을 썼으니 새삼 그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818년에 포는 9살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릴 때 그의 단편집을 두어권 읽은 탓에 특유의 작품 분위기에 깊이 매료되었었다. 도스토옙스키처럼 도끼로 머리를 찍는 잔혹함을 묘사하지만(검은 고양이) 달리기로 치면 도 선생님은 주로 장거리, 마라톤에 최적화된 선수이고 앨런 포는 100미터 단거리 선수에 가깝지 않을까. 굳이 나와 공통점을 찾자면(뜬금없이) 나는 장거리보다 단거리 달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소설은 아직까지 오히려 장편을 선호하지만 달리기에서 비롯된 취향 때문에 강렬하고 파급력있는 짧은 분량으로 승부를 보는 그의 단편도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1.어셔가의 붕괴

그렇게 짧은 기간에 로더릭 어셔만큼 끔찍하게 변해 버린 인간도 없을 것이다. 나는 소싯적 친구와 눈앞에 있는 병약한 사내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의 이목구비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남달랐다. 송장처럼 핼쑥한 안색, 총명하게 빛나는 크고 촉촉한 눈, 약간 얇고 창백하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입술, 유대인을 닮은 섬세한 코,...(후략) p.16


어셔가의 저주였을까, 공포에 내몰린 인간이 자초한 파국이었을까? 극도로 쇄약해진 친구 어셔의 요청에 저택에서 함께 지내게 된 나는 그곳의 기묘한 분위기에 점점 공포를 느끼는데, 친구의 쌍둥이 누이가 갑작스럽게 죽게 되자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몰락으로 빠져든다. 이 작품은 산문으로 쓰여진 시(詩)라고 한다. 


2.붉은 죽음의 가면극


프로스페로 공은 전염병(흑사병)이 돌아 영지 인구의 반이 줄어들자 천명의 건강한 사람들을 모아 외딴곳에 함께 은둔하게 된다. 그곳에 충분한 식량을 비축하고 외부와의 출입구를 봉쇄해 안전하고 화려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가면무도회를 열었는데 뜻밖의 방문객이 등장한다. 

독자의 주의를 휘어잡는 괴이하고 환상적이며 섬뜩한 표현과 줄거리가 유독 두드러져 포의 이번 책에서 가장 몰입도가 좋았던 작품이다.


차임 소리의 마지막 메아리가 완전한 침묵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사람들 속에서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가면 쓴 인물의 존재를 알아차릴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그리고 이 낯선 존재에 대한 소문이 귓속말로 퍼지자, 결국 사람들 속에서 불만과 놀라움을 나타내는 웅성거림이 일어났고,마침내 공포와 두려움과 혐오감을 표현하는 중얼거림이 일어났다.p.52


3.검은 고양이


말이 필요없는 에드거 앨런 포의 가장 유명한 작품. 고양이에 대한 속설과 두려움을 소설로 잘 담아냈다. 주인공과 아내는 함께 여러종류의 동물을 키우게 되는데 그 중에서 검은 고양이 플루토가 유독 화자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의 라틴어 이름) 어느날 부터 알콜에 의존하게 되면서 성격이 난폭해지고 결국 아내를 비롯한 반려동물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 중 플루토를 끔찍하게 죽이게 된 후 미안함 때문인지 비슷한 모습의 검은 고양이를 집에 들이는데 여전히 알콜에 빠져 지내던 주인공은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게 된다. 


4.도둑맞은 편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단편 중<보헤미아 스캔들>과 줄거리가 상당히 비슷했다. 편지는 사진으로 바뀌었는데 추리과정은 사뭇 느낌이 달랐다. 포의 수학적 관심이 잘 드러난 작품. 코난 도일에게 탐정 셜록이 있다면 포에게는 뒤팽이 있다. 


"자네는 엉뚱한 생각을 많이 갖고 있지만, 그것 역시 자네의 그런 생각 가운데 하나겠군." 경찰청장이 말했다. 그는 자기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모조리 <엉뚱하다>고 말하는 버릇이 있어서, 엄청나게 많은 <엉뚱한 것> 속에서 살고 있었다. p.80



  







에드가 앨런 포에 대해 궁금해 찾아보니 그의 사진이 히틀러와 많이 닮아 신기해서 올려본다. 넓은 이마와 얼굴 형태를 비롯해 하관, 좁은 눈썹과 눈사이. 코의 길이와 모양,얇은 입술.그중 가장 비슷한 건 우울한 눈빛이다. 포는 워낙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뒤 다른 곳에 입양되어 자랐는데 그런 탓이었을까 그의 작품 속에는 우울과 비참함,공포와 환상같은 상반된 느낌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히틀러도 어린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잃고 가난하고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우울함은 빈센트 반 고흐나 에드가 앨런 포와 같이 아름다운 예술과 문학으로 발현될 수도 있고, 타자를 억업하고 탄압하는 독재나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0-10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등^^ 드디어 다시 시작하는군요~!!
이젠 관상학 까지 👍👍 사진으로 보니까 진짜 형제 같이 닮았네요 ㅎㅎ

저는 포의 작품속에 있는 음침한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미미 2021-10-10 19:33   좋아요 3 | URL
아웅...저도 모르게 그만 관상을 보고 있더라구요ㅋㅋㅋㅋ저도 이런 분위기 좋아합니다! 절대 읽는 동안 잠이 올 수가 없는!!ㅋㅋ😆

새파랑 2021-10-10 19:42   좋아요 3 | URL
표지가 안무서워서 다행이네요 ^^

미미 2021-10-10 19:44   좋아요 3 | URL
그럼요! 표지 무서웠음 구매는 힘들었을거예요ㅎㅎㅎ

독서괭 2021-10-10 2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히틀러랑 닮았는걸요?? 저도 이 작품집 중에 <붉은 죽음의 가면극>이 몰입도가 좋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미미 2021-10-10 20:29   좋아요 4 | URL
넓은 이마랑 턱, 얼굴 윤곽도 비슷하죠!!ㅎㅎ영상으로 제작해도 좋을 듯 한데 워낙 짧아서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붕붕툐툐 2021-10-10 20: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강력한 포의 세계 저도 영접하고 싶네용~ 저도 단거리 달리기가 훨씬 좋아요! 사실 저질체력이라 단거리밖에 못 달린다는..ㅠㅠ
관상학 미미도사님~😍

미미 2021-10-10 20:56   좋아요 2 | URL
저도 요즘 체력이 저질이라 간절히 키우고 싶어요!! 그런데 비온다는 핑계로 집콕하고 있으니ㅠㅠ툐툐님 남은 연휴 자유롭게,즐겁게 보내세요!💓🙆‍♀️👩‍🎨🍺🌸

Persona 2021-10-10 2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비슷하게 생겼네요. 이마가 넓고 굴곡도 크지 않은 거 같은데 왜 둘다 유년시절이 슬플까요. 눈빛과 혈색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광대가 조화되지 않아서 히틀러는 독단적이게 된 걸까요.
어셔가의 몰락은 미국소설 수업 때 어셔의 동사형 의미랑 같이 중의적으로 봤던 것 기억이 나네요. ㅎㅎ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미미 2021-10-10 21:19   좋아요 3 | URL
오~♡ 어셔가의 몰락 리뷰 쓰기전 검색해보니 안그래도 말씀하신 중의적 의미로 논문 제목이 주루륵 뜨더라구요. 더 찾아읽어봐야겠어요.궁금ㅎㅎ 요즘 조롱섞인 의미로들 표현하지만(관상은 과학이라고) 관상이 들어맞는 경우가 꽤 있는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10-10 21: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와 히틀러가 은근히 닮았어요.
포도 어린시절 상처가 많았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트라우마가 글로도 나타나는 것 같아요^^
계속 비가 내려 축축하고 울적한데 이럴 때 읽는 포의 소설이 무척 어울립니다**

미미 2021-10-10 21:52   좋아요 3 | URL
그쵸ㅋㅋㅋ오늘 비가와서 읽는 동안 더 빠져들었어요~♡ 비슷한 비극을 겪어도 결국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네요. 포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그 가치또한 계속 이어질테니 말이죠🌻😉🙆‍♀️🌼

서니데이 2021-10-10 2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들 두 사람 사진이 닮은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콧수염이 있긴 하지만 느낌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에드가 앨런 포는 검은 고양이를 처음 읽었는데, 제목만 보고 그게 그런 내용일 줄이야...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미미 2021-10-10 21:57   좋아요 3 | URL
닮은 꼴도 보는 시각마다 다르겠죠?ㅎㅎ검은 고양이는 역시 또 읽어도 흥미돋았어요~♡ 서니데이님 남은 연휴도 즐겁게 보내세용🦁👩‍🎨🙋‍♀️🌹

유부만두 2021-10-10 2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박인환 배우 사진 한 번 봐보세요… 제 눈에는 포우 작가가 보이….

유부만두 2021-10-10 22:01   좋아요 3 | URL
‘어셔가의 몰락’(으로 되있는 판본으로 읽었어요) 정말 클래식하게 무섭고 그런데 좋아합니다.

미미 2021-10-10 22:01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 무슨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어요ㅋㅋㅋㅋㅋ 궁금!!

유부만두 2021-10-10 22:04   좋아요 3 | URL
영화 엑시트에서 주인공 조정석 아부지 역할 맡은 박인환 배우요, 포우 작가랑 닮아 보여서요. 포스팅도 썼더랬어요. ^^;;;

미미 2021-10-10 22:09   좋아요 2 | URL
아!ㅋㅋㅋㅋㅋ그러고 보니 애수에 찬 모습이 닮았어요!! 박인환 배우님 알죠. 드라마에 감초같은 배우!!!😆👍👍

coolcat329 2021-10-11 07:08   좋아요 1 | URL
아! ㅋㅋㅋㅋㅋ 😂
정말 보이네요. 저는 히틀러보다는 박인환 배우가 더 ...ㅎ

mini74 2021-10-10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골상학으로 범죄자를 가려내곤 했다는 글 읽은 적이 있어요. 너무 비과학적인데 또 그 인물을 알고보면 괜시리 밤죄자처럼 생긴거 같이 보이고 그러네요 ㅎㅎ 저는 어릴 적 명화극장에서 어셔가의 몰락 보고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

scott 2021-10-10 22:58   좋아요 5 | URL
골상학 ! 제가 관상학으로 사알짝 풀어보면 커다란 이마 불쑥 올라간 두상 포우는 천재상 입니다 좌우 비대칭은 성정이 불안정하고 사물과 사람을 믿지 않는
히틀러 포우 둘다 엄청난 겁쟁이 입니다 히틀러 광대는 함몰되어 단명하게 되는 ,,

서니데이 2021-10-10 23:00   좋아요 4 | URL
네,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런 걸 시도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형사정책 과목에 조금 나와요.^^
그치만 효과가 없었을거예요. 왜냐면 그부분이 중요한 내용이라고는 안 하거든요.^^

미미 2021-10-10 23:10   좋아요 4 | URL
아!! 아까 검색했을 때 영화 이미지 봤는데 지금 봐도 무섭겠더라구요~♡ (공포영화 아주아주 좋아함ㅋㅋ)골상학이 범죄주사에 쓰였었군요. 눈썹뼈 튀어나온 경우 얘길 들어본 기억나요ㅋㅋ😆👍

미미 2021-10-10 23:17   좋아요 4 | URL
스콧님/스콧님이 알려주시는 관상정보 너무 재밌어요~♡♡ㅎㅎ👍👍
서니데이님/형사정책을 배우셨다니 서니데이님의 새로운 모습!😆 저는 민법들었어요ㅎㅎ(유일하게 맨 앞자리)

서니데이 2021-10-11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오늘은 대체휴일이었는데, 편안한 휴일 보내셨나요.
날씨가 조금 더 차가워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미미 2021-10-11 21:58   좋아요 4 | URL
네! 오늘 확실히 좀더 쌀쌀해진 느낌이예요ㅎㅎ소중한 가을입니다😆 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

바람돌이 2021-10-12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 많이 닮았는데요. 포는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요. 히틀러도 싫어하려나? ㅎㅎ
포는 저는 어릴 때 읽은 검은 고양이가 너무 무서워서 절대로 손이 안가더라구요. 겁은 많아서 공포영화도 못보는데 공포영화보다 더 오랫동안 오싹!!! ㅠ.ㅠ

미미 2021-10-12 07:30   좋아요 2 | URL
그쵸!! 특별히 무서운 장면이 없는 무서움의 원조가 포의 세계가 아닐까 싶어요ㅎㅎㅎ
포와 히틀러 모두에게 심심한 위로를~♡😉

프레이야 2021-10-12 00: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배우로는 브루노 간츠가 분한 히틀러가 제일 닮았더군요. 광대 함몰이 단명운이군요. 광대 나왔다고 성형하면 안 되겠어요 ㅎㅎ 광대를 사랑하자구요. 이밤에 파김치 담고 나서 댓글 보다가 뭐 이리 유익한 이러며 미소 날립니다. 굿나잇^^

미미 2021-10-12 07:34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광대 성형하시는 분들이 꼭 확인하셔야 할 부분인듯해요! 브루노 간츠 검색해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1-10-12 08:14   좋아요 3 | URL
다운폴,이라는 영화에요. ^^ 거의 완벽하게 나와요. 빔 밴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 에서는 젊은 브루노 간츠를 볼 수 있구요. 2년 전 세상을 뜨기 전까지 많은 영화가 나왔는데 저도 다는 보질 못했어요.

미미 2021-10-12 08:20   좋아요 2 | URL
오! 평점이 꽤 높은 영화군요~♡ 히틀러랑 똑닮았네요!!봐야겠어요ㅎㅎ<베를린 천사의 시>도 꼭 보고 싶던 영화예요😊

서니데이 2021-10-12 1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저녁 맛있게 드셨나요. 아직 8시 되지 않았는데, 저녁보다 밤 같아요.
공기가 차갑습니다. 따뜻하게 입으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1-10-13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지고 있는 세계 단편집에 포의 작품이 있어 읽었었죠. 검은 고양이. 섬찟한 느낌이 드는 건 작가의 재주겠지요.

미미 2021-10-13 17:06   좋아요 1 | URL
그쵸~♡ 실제 일어난 일보다 더 으스스한 전조들ㅋㅋㅋ 읽을 때마다 다른 각도로 보이기도 하네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서 코난 도일-보헤미아 스캔들

셜록 홈스에게 그녀는 항상 그 여자였다. 그녀를 다른식으로 부르는 법이 거의 없었다. 홈스의 눈에 그녀는 어떤 여자보다 우월하고 빛이 났다-p.9


긴 말이 필요없는, 아서 코난 도일의 차갑고 날카로운 지성의 캐릭터. 명탐정 셜록! 이 단편집에는 보헤미아 스캔들,빨강 머리 연맹,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3가지 단편이 실려있다. 오랜만에 다시 읽었음에도 생생히 살아 숨쉬는 셜록의 추리는 마치 처음 읽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홈스처럼 냉정하고 정확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균형 잡힌 정신의 소유자에게 감정이란, 특히나 연애 감정이란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내 생각에 홈스는 기계처럼 완벽하게 추리하고 관찰하는 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간이지만, 연인으로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고 무언가 부드러운 정서를 드러낸적은 한 번도 없었다. p.9


이런 완벽한 탐정 홈스에게 어울리지 않는게 있다면 그건 바로 로멘스! '보헤미아 스캔들'은 내가 알기로 셜록 홈즈 시리즈 속 유일한 그의 로멘스를 다룬다. 어느 날 사건을 의뢰하러 한 남자가 홈스에게 찾아온다. 상황을 다 듣기도 전에 의뢰인이 보헤미아의 대공이자 세습왕이라는 것을 간파한 홈스는 대공이 결혼을 앞두고 전 연인에게 사진으로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전 연인 아이린 애들러는 대공과 함께 찍은 사진을 빌미로 대공의 혼인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그는 침실에 들어가더니 몇 분 후 다정하고 소박한 비국교도 목사의 모습을 하고 나왔다. 챙 넓은 검정 모자와 헐렁한 바지, 흰색 타이, 자애로운 미소, 인자한 호기심으로사람을 응시하는 듯한 태도는 배우 존 헤어 정도는 되어야 흉내 낼 수 있을 터였다. 홈스는 단지 옷가지만 바꿔 입은 게 아니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따라 표정, 행동거지는 물론이고 영혼까지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는 예리한 연구자를, 연극계는 좋은 배우를 잃어버린 셈이다. p.35 


변장에도 능숙한 홈스는 그녀에게 접근해 사진의 행방을 알아내려 하지만 그녀는 켤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홈스에게 애들러는 '그 여자'로 불리우며 각인된다. 특히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는 이 이야기가 더욱더 강렬하고 로멘틱하게 다뤄진다.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짙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과연 그는 '그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선생들은 아이린을 모르겠지만, 심성이 강철 같은 여자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하고서 가장 단호한 남자의 정신을 지니고 있지.  P.24









백지영-그 여자


한 여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여자는 웃으며 울고 있어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여잔 웁니다
그 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그 여자의 마음은 눈물투성이
그래서 그 여자는 그댈 널 사랑 했데요 똑같아서
또 하나같은 바보 또 하나같은 바보 한번 나를 안아주고 가면 안돼요
난 사랑 받고 싶어 그대여 매일 속으로만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며
그 여자는 오늘도 그 옆에 있데요
그 여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
모를거야 그댄 바보니까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보 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니가 나를 사랑 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여잔 웁니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9-05 22: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미미 2021-09-05 23:05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1-09-05 23:11   좋아요 6 | URL
위에 아이린 애들러 사진과 밑에 아랍여성 사진, 그리고 하지원 영상이 나란히 있으니 완전 강렬한 느낌이 드네요. 저 코난 도일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는데 (추리소설 왕초보...) 읽어봐야 겠어요. 저는 코난 도일보다 명탐정 코난이 익숙하다는 😅

시크릿가든 백지영 노래 완전 좋아요 👍👍

미미 2021-09-05 23:20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마지막은 스포일이 될 수도(영드 ‘셜록‘의) 있는데 셜록이예요ㅋ 위기에 처한 아이린을 극적으로 구해주는 모습.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이고 원작에는 없는 이야기예요. 백지영 노래 너무 좋죠~!!😉

페넬로페 2021-09-05 23: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셜록의 로맨스가 있었네요~~
저도 이 책 읽으려고 꺼내놨어요 ㅎㅎ
작가의 경험을 쓴 건가요?
영드 ‘셜록‘은 저와 좀 맞지 않아 보다가 그만뒀어요^^
코로나 블루때문인지 제가 몇달전에 시크릿가든을 첫회부터 끝까지 넘 재밌게 다시 봤어요. 어떤 장면에서는 펑펑 울기도 했어요 ㅋㅋ본방때는 둘이 바뀌는 설정이 별로라 열심히 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좋더라고요~~
역시 로맨스는 뭐라도 좋아요♡♡♡♡♡

미미 2021-09-05 23:42   좋아요 5 | URL
안어울려서 더 로멘틱한ㅋㅋ 원작에서는 그런 면이 부각되진 않아요ㅠ (아쉽)본방보다 완결되었을 때 몰아보는 편인데 시크릿가든은 드물게 본방사수하며 저도 펑펑 울었어요~♡ 셜록도 언젠가 다시 재도전 하실 가능성이 있겠네요?🤭 이건 셜록 2시즌 1회인데 마지막 장면에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릅니다😍

초딩 2021-09-05 23: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단 전 베네딕트 컴버배치 사진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ㅎㅎㅎ

미미 2021-09-05 23:43   좋아요 5 | URL
아앗 유난히 잘 나왔죠~♡.♡
초딩님도 편안한 밤 되세요~셜록 꿈 꾸시길요😆

초딩 2021-09-05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밤 되세요~

독서괭 2021-09-05 2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셜록~~ 넘 재밌었는데 시즌 몇까지 보고 못 봤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은.. 절대 사랑따윈 안 할 것 같은 사람의 로맨스는 더 설레죠~❤️

미미 2021-09-06 00:07   좋아요 5 | URL
셜록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그 여자‘ ~♡
두 사람이 이루어졌다면 셜록이 츤데레적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으아~마지막 말씀 공감100입니다💕

scott 2021-09-06 00: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
\\ヽ ٩( ‘ω‘ )و ///
( ̄ ̄ ̄ ̄ ̄ ̄ ̄ ̄ ̄ ̄)
( ̄ ̄ ̄ ̄ ̄ ̄ ̄ ̄ ̄ ̄)셜록 만쉐!!

미미 2021-09-06 00:21   좋아요 4 | URL
만쉐 만쉐 만만쉐~♡
(/≡^∇^≡)/*:*♡

붕붕툐툐 2021-09-06 1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셜록에서 저 에피소드 너무 좋았어요~ 비밀번호 푸는 거 소오름~ㅎㅎㅎㅎㅎ
베네딕트 컴버배치 완전 제 취향(?) ㅋㅋㅋㅋㅋ

미미 2021-09-06 13:06   좋아요 2 | URL
툐툐님도 보셨군요!! 비밀번호가 참 로멘틱했죠~♡ 베니는 목소리도 제 취향~😆
흐흐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09-06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컴버배치 ㅎㅎ저는 어벤져스 본 이후로 자꾸 셜록이 중간에 시간의 구멍 속으로 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ㅎㅎ전 이 사랑 응원못합니다. 셜록은 왓슨이죠 ㅎㅎㅎ

미미 2021-09-06 19:08   좋아요 2 | URL
아앗ㅋㅋㅋㅋ두 사람 캐미 인정합니다👍👍
심지어 악역도 멋지잖아요?! 스타트랙 다크니스 후훗😆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이석원 소품집
이석원 지음 / 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93 나는 수많은 나의 동료와 연인과 친구들의 오랜 흔적의 집합체다. 누구든 그런 것들로 삶이 이루어져 있다.


일상에서 주워담은 생각들을 덤덤하게 써 놓았다. 덤덤하지만 깊은 생각에서 우려낸 것들이라 향이 진하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많이 담겨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이 많아도 글로 정리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생각이 아니었던 것 처럼 모두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운이 좋아 어떤 일로 되살아 나기도 하지만. 아무튼 평범한 경험들도 잘 정리하면 누군가에게는 뜻하지 않은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아끼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그만큼 좋았다. 그 친구도 좋았으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 키우던 식물 이야기, 아주 먼 곳으로 떠난 친구이야기 등 울컥한 지점도 더러 있었다. 솔직한 마음은 늘 감동을 준다.


이석원 작가님도 가수인데(언니네 이발관)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노래가 떠올랐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1-08-23 16: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고등어 좋아요 !! 저는 인생은 금물 함부로 태어나지는 마 사랑도 금물 함부로 빠져들지는 마 ~ 이 노래 좋아해요. 이석원님 글도 당연히 잘 쓰실거 같아요.~~미미님도 위로 많이 받으셨길 *^^* 저도 이 책 찜입니다 ~~

미미 2021-08-23 16:38   좋아요 4 | URL
미니님 댓글보고 노래 바로 들어봤어요~♡ 라이브로 듣고싶은 노래네요?!! 가사도 재밌고요ㅎㅎ위로 듬뿍 받았습니당~😉

scott 2021-08-23 16: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 언니네 이발소의 그분이 이석원? 작사!!
루시드 폴의 음악까지!!

라이카 전시회 때 언니네 이발소+스웨덴 세탁소+브로콜리 너마저
합동 공연 할때 오셨는뎅 ㅎㅎㅎ(루시드 폴은 난중에 단독 공연)

역쉬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가 있었네요
이책 찜!👆👆👆


미미 2021-08-23 16:43   좋아요 5 | URL
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네요~♡ 저도 이분들 공연에 가보고 싶어요! 일단 유튭에서 찾아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8-23 16: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한번씩 책을 읽다보면 미미님 말씀처럼 제가 한 생각들을 작가가 어쩜 이렇게 꼭 같이 하고 있나를 느끼고~~and 어쩜 이렇게 적절한 비유를 들어 잘 표현했나에 감동하거든요^^책에 대한 것 말고 따로 글을 써야하나를 매번 느껴요**

미미 2021-08-23 16:45   좋아요 6 | URL
써주세요,올려주세요~♡ㅎㅎ 페넬로페님 글 좋아요~♡ 글을 쓴다는 거 생각을 정리한다는게 나한테만 좋은게 아니구나 다시 느꼈어요🤭

새파랑 2021-08-23 16:5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대학교때 언니네이발관 한번 가봤다는 😆 그런데 이제 해체해서 다시 돌아올수 없어요ㅜㅜ 이석원 작가님 책 다 좋아요. 강추합니다~!!
다음번 읽으실 책은 <보통의 존재>로~!

미미 2021-08-23 17:04   좋아요 6 | URL
아앗 해체했다고요?!! 이 책에도 노래를 직업으로 선택한데 대한 회의?같은게 느껴졌었는데 결국 그랬군요. 뒷북이는 또 웁니다~♡ 😭 다음은 <보통의존재>!!ㅎㅎ

새파랑 2021-08-23 17:07   좋아요 5 | URL
2017년에 마지막 명반을 발매하자마자 해체 ㅜㅜ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음악창작이 힘들었나봐요. 마지막 앨범은 완전 비장미가 넘칩니다 😐

미미 2021-08-23 17:25   좋아요 6 | URL
아쉽네요~지금 듣고 있어요 분위기도 좋은데...쩝🥲

scott 2021-08-23 21:55   좋아요 4 | URL
전시회때 봤을때 음악 보다 글쓰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1-08-23 21: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석원 작가, 음악은 잘 모르지만, 연한 민트색에 가까운 표지의 실내인간을 읽었던 적이 있어요.
오래되어서 내용보다 표지가 더 잘 기억나지만.^^
음악도 소설도 에세이도 잘 쓰는 작가라니 부럽네요.
미미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은 밤 되세요.^^

미미 2021-08-23 22:01   좋아요 5 | URL
이석원 작가님의 책들 거의가 평이 좋은듯 해요. 아까 검색해보고 <실내인간>이라니 제목부터 작가님답다라고 생각했어요ㅎㅎ서니데이님도 굿밤되세요~♡

붕붕툐툐 2021-08-23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미미님도 잘 적어놓으심 훌륭한 수필을 뚝딱 쓰실 수 있으시겠어요!!
감성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 너무 좋죵~😍

scott 2021-08-23 21:53   좋아요 4 | URL
그쵸! ㅎㅎ 동감 합니다
툐툐님 댓글 ! 센스 짱 👍👍👍

미미 2021-08-23 22:05   좋아요 4 | URL
저도 그러고 싶은데 독후감 쓰다가도 자꾸 멘붕이 와서ㅋㅋㅋㅋ
글이란게 읽을수록 놀라운 연결고리란 생각이 들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4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네이발관. 가수이자 작가였군요. 냉큼 찜찜. 미미님 생각과 통했던 대목에서 플친들도 머물게 된다에 한 표.^^ 글고 페넬로페님 말대로 따로 글쓰기 프로젝트 해봐요.

미미 2021-08-24 00:28   좋아요 2 | URL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감성 충전 필요할때 표시해둔 곳 읽음 바로 만땅 될듯해요ㅎㅎ
일기부터 열심히 적어봐야겠어요🤗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버트 조지 웰스 ㅡ 타임머신


p.182  평생 웰스의 팬을 자처했던 보르헤스는 자신이 가장좋아하는 책으로 웰스의 <타임머신>, <투명 인간 >등을 들고, 이것들이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고,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읽게될 책이라고 했다.


'타임머신'을 말할 때 내가 가장 손꼽을 만한 영화는 마이클 J.폭스 주연의 1987년작 '백투더퓨처'다. 아마 당시 세대 중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1편만 본 사람은 없지 않을까. 보드를 타고 날아서 이동하는 미래라니 얼마나 멋진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전동보드 이용률이 늘어나는 데다 최근 도쿄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 종목이 첫 선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과학기술의 발달속도를감안하면 영화 속에서 처럼 지면에서 떠 이동하는 보드도 머지 않아 일상이 될것이다. 실제로 영화 속 호버 보드가 이미 개발되었지만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아직은 구리판 위에서만 작동가능하다고 한다.


p.15 「사차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사차원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겁니다. 사차원은 <시간>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이죠. 


참고로 영화에서 선보인 자동 끈 조임 운동화도 현재 판매중이라고 한다. 미래를 상상한 영화에 등장한 각종 장비는 보통 군사용으로 먼저 개발되다가 상업성을 인정받으면 일반에게까지 보급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예:드론)


                


물론 이번에 원작 소설을 읽어보니 원작과 가장 가까운 영화는 가이 피어스 주연의 2002년작 '타임머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과학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시간의 역학을 보여준 것은 '인터스텔라'가 아닐까? 그 외에도 웰스의 <타임머신>이 세상에 나온 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은 변주를 거듭하며 끊임없이 이어졌다. 소설과 영화를 통해 미래를 마음껏 재현한다는 것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설레는 일일 뿐 아니라 해당 기술의 발달을 촉진시키는 등 현실적으로도 그 파급력이 있다. 


p.79 이 세계를 직시해. 이 세계의 방식을 배우고, 이 세계를 관찰해. 그 의미를 너무 서둘러 추측하지 않도록 조심해. 그러면 결국에는 그 모든 수수께끼의 실마리를 발견하게될 거야.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은 1895년에 출간된 오래전 작품이다. 검색해보니 같은 해 우리나라(조선)에서는 을미사변이 일어났으며 상투를 자르는 단발령이 시행되었고 프랑스에서는 발명가인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세계최초로 영화가 상영되었다. 작가 조지웰스의 영국에서는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아내를 때리는 것이 불법이었다니 (그럼 그 외에는 합법이란 거잖아!) 당시 여성인권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짐작해 볼 수 있는 낯설고 아득한 그런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조지 웰스는 <타임머신><투명인간><우주전쟁>같은 기발한 작품들을 줄줄이 남겼다.


p.160 이 거대한 어둠의 공포가 나를 덮쳤습니다. 골수까지 스며드는 추위,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이 나를 압도했습니다. 몸이 덜덜 떨렸고, 지독한 구역질이 났습니다. 바로 그때 하늘에 태양의 가장자리가 새빨갛게 달구어진 활처럼 나타났습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시간여행자>는 의사,신문사 편집장,심리학자 등을 초대해 자신이 조금전까지 스스로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의 연구실에는 그가 미래에 다녀오는데 사용했다는 타임머신이 있었다. <시간여행자>가 다녀온 80만년 후의 미래 영국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지상과 지하에서 각각 살아가고 있었다. 지상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지적으로 오히려 후퇴했고 외모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진 '엘로이'가 존재했다. 그리고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인 '몰록'이 있다. 이들은 어쩌다 그런 모습으로 각각 다른 세계를 차지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그리고 어둠이 내리면 미소를 잃고 두려워하면서 한 곳에 모이는 지상의 엘로이가 경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p.106 지독한 냄새, 크고 무의미한 형체들, 그늘에 숨어 어둠이 다시 나를 덮치기만 기다리고 있는 추악한 몰골들! 그때 성냥이 다타서 내 손가락을 따끔하게 찌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빨간점 하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현재는 타임머신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얼마 전 블랙홀이 발견되었으니 먼 미래에 인류는 웜홀도 찾게 되어 <타임머신>에서 처럼 시간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해 인류의 진보는 이렇듯 점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외면적인 성장 속도에 내면의 성장은 과연 적절히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사회주의자였던 웰스는 이 작품에서 자본주의로 양극화된 사회가 만들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그렸다. 우리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문명을 결국 완성한다고 해도 그 이면에 어떤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경계하라고 경고하는 느낌이다.


p.172 축적된 문명은 결국에는 필연적으로 그 축적을 이룩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무너져 그들을 파괴할 게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에게 미래는 여전히 암흑이고 공백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으로 몇 군데 불이 켜졌을 뿐, 거대한 미지의 세계다.



댓글(29)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8-22 17: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저 하버트 조지 웰스 이름은 많이 들어보고 작품은 안읽어 봤는데, 뭔가 특이한 내용인거 같군요. 이 책이 나온 시기에 우리나라는 을미사변 이었다니🙄

미미 2021-08-22 17:31   좋아요 5 | URL
ᜊ( ‘ ⩊ ‘𖦹)ᜊ 에궁 감사합니다~♡헤헷😉
당시 우린 어떤 시기였을까 궁금해 찾아봤더니..ㅠ 제 검색능력이 좋았음 더 많은 정보를 담았을텐데 아쉽네요(스콧님 떠오름요👍)

scott 2021-08-22 21:43   좋아요 3 | URL
 타임 머쉰 헬기 타고  ___   ___
     ̄ ̄ ̄干 ̄ ̄ ̄
        _皿__    ( ̄ ̄)
      /∧_∧ \_// ̄
     /  (・ω・`)  / 
      L_O¶O_ノ】__/
      \___/
           |
           |
           |
           |
     

          |
          |
        ∩
       ∧_∧
       ( ´・ω・)
       |  U
        U U
착지 완료 ^ㅎ^

미미 2021-08-22 22:30   좋아요 3 | URL
럴쑤럴쑤!😍 헬기 프로펠러 회전하는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아요!ㅋㅋㅋㅋ👍👍

초딩 2021-08-22 18: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웰스의 타임머신 정말 경리로웠습니다. 그 시절 어떻게 그런 걸 쓸 수 있었는지
게다가 우주의 팽창과 지구의 소멸까지 다룬 스팩트럼이 정말 대단했어요 ㅎㅎ

미미 2021-08-22 18:40   좋아요 7 | URL
저도 읽으면서 여러번 놀랐어요! 과연 이 작품이 126년 전에 쓴 것이 맞는지
미래 모습도 의미심장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22 18: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조지 오웰이 에세이에서 조지 웰스 까는 거 보고 야 같은 조지끼리 왜 그래 ㅋㅋㅋ하면서도 타임머신 투명인간 궁금했는데 조만간(대체 조만간 읽을 책이 몇 권이여!!!!)읽어보고 싶네요. 진짜로 ㅋㅋㅋ

미미 2021-08-22 18:43   좋아요 6 | URL
그랬군요! 그 에세이 읽다 말았는데 뭐라 깠을지 알고 싶네요ㅋㅋㅋㅋ타임머신,투명인간,우주전쟁 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작품들을 다 쓴 건지 감탄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8-22 18:47   좋아요 6 | URL
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그냥 오웰이 웰스 까는 글 썼었지, 하는 거 말고는 뭘가지고 깠는지 기억이 안 나요 ㅋㅋㅋㅋ잠시 발췌해놨던 거 보러 다녀와도 뭔 소린지 모르겠고 ㅋㅋㅋㅋ이럴 걸 뭐하러 그리 읽니 나여…

미미 2021-08-22 18:51   좋아요 5 | URL
아앗ㅋㅋㅋㅋ더 궁금한데요?! 열반인님 덕분에 떠올랐는데 이 작품 읽으면서 1984 생각났었어요!! 전혀 다른 스토린데 말이죠😳

반유행열반인 2021-08-22 19:05   좋아요 5 | URL
미래를 그리는 책들이라 더 그럴까요? 오웰님은 각자 텔레스크린(스마트폰) 들고 다닐 걸 예언했지만 다들 자진해서 자기 일상 공개하고 정보 열심히 웹상에 올릴 건 몰랐다고 아무도 관심 안 가질까 봐 안달할 줄도 몰랐다고 누가 그래서 재미있던데 ㅋㅋㅋㅋ타임머신은 아직도 안 나왔으니 투명인간도 못 만들었으니 내맘대로 오웰 승 ㅋㅋ

미미 2021-08-22 19:12   좋아요 6 | URL
오 그러고보니 그렇네요?!!!ㅋㅋㅋㅋㅋㅋㅋ 두 작가 모두 과학자가 됐어도 뭔가 획을 그었을거란 느낌적느낌이 옵니다 막ㅋㅋㅋ

레삭매냐 2021-08-22 19: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오래 전에 몰록들이 나오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계속해서
타임머신으로 무언가를 바꿔
보려고 하는데 계속해서 다른
이유로 실패하는 장면도요.

지나간 것은 무슨 수를 써도
되돌릴 수가 없구나 싶었습니다.

미미 2021-08-22 19:17   좋아요 6 | URL
안그래도 찾아보니 꽤 그럴듯하게 영화로 재현했던것 같네요. 사진이 흔들린건지 좀 이상해서 차마 올리진 못했는데 순간 섬뜩했거든요.ㅎㅎ

저는 영화를 먼저봐도 재밌는 원작이 있다는걸 또 느꼈습니다.😊

그레이스 2021-08-22 19: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시간을 생각해보면 지구, 아니 태양계를 떠나면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이 사라져버리는 것을 알게되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여버리죠.
존재에 대한 개념도...!

미미 2021-08-22 19:20   좋아요 6 | URL
네! 그러고보면 이론물리학이 참 재밌고 흥미진진한 학문이란 생각이듭니다. 어쩌면 철학이상으로 본질에 가까운학문이 아닐까요~♡

페넬로페 2021-08-22 20: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미미님께서 역사를 정리해주시니 이해가 더 빠릅니다. 우리나라 을미사변 시절에 타임머신이라는 소설이 나오고 영화를 만들었네요. 조지 웰스의 작품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타임머신도 앞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해봐요.
이 시리즈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아요^^

미미 2021-08-22 20:46   좋아요 4 | URL
ㅋㅋ찾길 잘했네용?ㅋㅋ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참 재밌을것 같아요~♡ 작고 깜찍한데 컬러조합이 좋아 인테리어효과까지!

붕붕툐툐 2021-08-22 2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읽고 싶네요~ 세상엔 왤케 모르는 좋은 책이 많은지~ 저 허버트 조지 웰스 초면이에용~ㅋㅋㅋㅋㅋ
126년 전의 상상력을 마주하고 싶네요!

미미 2021-08-22 20:49   좋아요 5 | URL
저도 이번에 딱 한번 만났어요~♡(부끄)ㅋㅋㅋㅋ리뷰에 다른 얘길 횡설수설 담았는데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이예용👍

scott 2021-08-22 21:51   좋아요 5 | URL
전 어렸을때 어린이 용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투명인간과 세트로!
성인이 되고나서 읽어보니
걸리버 여행기와 함께 웰스가 영국의 계급 사회 비판과 빈부의 격차가 결국 인류를 파멸하게 만들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그렸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1895년 이책이 나온후 딱 10년뒤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 ㅎㅎ

시간 여행의 관한 잼 난 소설

영화와 세트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미미 2021-08-22 22:34   좋아요 4 | URL
투명인간도 궁금합니다~♡ 상대성이론 이후 작품인줄 지레짐작 했는데 웰스 더더 대단쓰!👍 <시간 여행자의 아내> 넘넘 로멘틱하죠!😉

붕붕툐툐 2021-08-22 22:46   좋아요 5 | URL
저도 시간 여행자의 아내 봤어요! 제가 영화를 잘 안 보는 이유가 보자마자 까먹어서인데, 그래도 이 영화는 본 기억이 확실히 나니 기억에 남는 영화임엔 틀림 없네요~ㅎㅎ

독서괭 2021-08-23 00: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호! 비곗덩어리 보고 나면 다음 작품은 타임머신으로 찜!
타임머신, 시간여행, 하면 저는 과거로 가는 게 더 먼저 떠오르는데,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가 똭.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영화보다 책이 좋았고 저는 그책보다 윤소리 작가의 <타임트래블러> 시리즈를 더 좋아합니다(로맨스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한국역사 고증에 기초한 본격 시간여행 소설이예요. 좋아하는 작품이라 슬쩍 홍보 ㅎ).

미미 2021-08-23 11:17   좋아요 3 | URL
헉 <시간여행자의 아내>원작 소설이 따로 있었군요~♡
말씀하신 그외 작품들 다 생소한데 알아봐야겠어요 한국역사를 배경으로 한 시간여행이라니 솔깃하네요!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8-23 0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리즈에 웰스도 있었군요. 세이건과 르 귄 여사 덕에 이 작가에게 훅 관심 생겼건만. 으으. 사고 싶어라.^^ 미미님 역사 평행선 긋기 굿이에요. 학구열 짱!! 혹 역사샘??^^

미미 2021-08-23 11:24   좋아요 2 | URL
오~♡ <코스모스>에도 <타임머신>이야기가 나오나요?읽었는데
완전 새로운ㅋㅋㅋ저건 검색으로 찾아낸 거예요ㅋㅋ😆 역사쌤한테 배워야할 수준입니다ㅋ

mini74 2021-08-23 1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좀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정말 미래가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과거의 책이 여전히 파급력이 있고 지금 시대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본다는 게 작가의 통찰력이 대단한 거 같아요. 백투터퓨처! 저기 나오던 나르는 호버보드며 신기했던 것들을 이젠 다 만들수 있다는 것도 좀 무서워요. 혹시 시간여행도 사실은 가능한거 아닐까요 ㅎㅎㅎ전 시간여행하면 둘리의 깐따삐아~ 도 떠올라요 ㅎㅎ

미미 2021-08-23 11:32   좋아요 4 | URL
호킹 박사가 시간여행의 불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시간여행자가 우리에게 발견되지 않은것도 근거로 들었다는데 제 생각엔 직접 걸어다닐 수는 없고 인터스텔라처럼 이미지로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ㅋㅋ우리 지금 다 관찰당하는?😳둘리 애정합니다~호이 호이♡♡
 
미시시피씨의 결혼 서문문고 178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서문당 / 197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만에 아주 훌륭한 희곡 두 작품을 읽었다.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남아 가슴이 울렁울렁 거린다.

지난번 <뒤렌마트 희곡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희곡이다. 역시 그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난데없이 작품보다 먼저 나오는 김창활님의 해설에 희곡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이 있어 먼저 몇 자 옮겨본다. 

p.5 ‘시골 학생은 소설을 읽고 도시 학생은 희곡을 읽는다‘라는 속설이 있다. 속설이니만큼 거기에다 무슨 의의를 붙여 본다든가, 척도로 삼으려 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스러운 생각이긴 하겠지만 희곡 문학의 일면을 적절히 묘사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희곡 작품에는 소설에서보다 비평의식(批評意識)이 강하고, 긴장미가 앞선다. 그것은 아마도 두세 시간 내외에 승부를가려야 하는 희곡 문학의 외적 조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가는 필요 없는 군더더기나 시간을 끄는 설명 같은 것을 깨끗하게 추려 버릴 수 있어야 극작가가 될 수 있다.


미시시피씨의 결혼

시작부터 한 사람이 총살을 당한다. 충격완화장치라나? 그리고 미시시피라는 한 검사가 최근 미망인이 된 아나스타샤를 찾아온다. 테이블 위의 커피 두 잔. 이 극의 중요한 무대 장치다. 검사는 아나스타샤가 남편을 독이 든 각설탕으로 살해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되어 죄값을 치르라고. 자신도 아내를 독살했으니 함께 치르겠다고. 대신 자신이 사형선고를 내리는 이들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며 도덕적인 징역을 살아낼 것을 요구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형리이고자 하나 재물이 될 뿐인 반복되는 충돌의 역사. 그 안에서 언제나 이득만을 꽤하는 권력자들. 거기 기이한 막장극이 버무려져 우스꽝스럽고 철학적인 희극이 완성된다.


p.98 
위벨로에: 이 바보 같은 양반에게 내가 지금 잔인한 짓을 하는구나. 흙으로 빚은 거인, 이런 사람한테 진실을 말하다니. 여자를 자기 작품 때문에 사랑하다니! 당신은 인간이 이룩해 놓은 일이 거짓이란 것을 모르오? 당신의사랑은 너무 무력하고, 당신의 법률은 너무 맹목적이란 말이오. 보시오, 나는 이 여자가 정직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기 때문에 사랑해, 되찾은 양으로서가 아니라, 길을 잃은 양으로서 사랑한단 말이오.


로물루스 대제

망해가고 있는 서로마 황제 이야기. 게르만족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긴급한 소식을 가지고 이틀 밤낯을 잠도 자지 않고 달려온 부하에게 황제는 전갈도 듣지 않고 우선 푹 좀 자 두라고 한다. 황제는 심지어 초라한 음식을 먹고 오로지 자신이 매일 먹는 달걀을 위해 양계장에 가장 신경쓰는 듯 보인다. 조상들의 흉상은 돈이 없어 헐값에 매일같이 팔아치우고 부하들에게 줄 급여도 없어 자기 월계관의 잎으로 대신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개 남음) 게다가 재무장관이 금고를 가지고 도망갔음에도 오히려 도망간 그의 안위를 걱정한다.이 황제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p.136 

로물루스(황제): 재무장관을 불러라
피라무스: 국가의 금고도 가지고 도망갔사옵니다.
로물루스(황제): 왜? 그 속에는 아무것도 들은 게 없을 텐데.
아킬레스: 그런 식으로 국가재정의 파탄을 감추려 했다 하옵니다. 
로물루스(황제): 똑똑한 사람이로다. 무릇 큰 스캔들을 감추려 하는 사람은 자그마한 스캔들을 따로 하나 연출하는 게 상책이지. 그에게 조국의 수호자란 칭호를 주도록 해야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이란 어쩌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그속에 비판의식을 마음껏 쏟아내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것. 뒤렌마트는 한바탕 소동극을 통해 무거울 수도 있는 시대에 관한 문제의식을 관객이 심심풀이 땅콩먹듯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얼마나 소화시킬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곱씹을 수록(재독) 더 많은 맛과 향이 블랙코미디와 풍자, 철학으로 진하게 올라와 풍미를 더하는 것은 분명하다. 


레아: 조국을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사랑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아버님?
로물루스(황제): 안 되지. 보다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 자기 조국에 대해선 무엇보다도 회의적이어야 하는 거야. 조국이라는 것보다 더 쉽게 살인자가 되는 건 없으니까.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5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8-17 17: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미미 2021-08-17 17:35   좋아요 6 | URL
감사해요~♡ㅎㅎ 컴퓨터랑은 다르게 올라가서 놀라 수정했어요. 너무 재밌는 작품입니다😉

새파랑 2021-08-17 18:25   좋아요 6 | URL
희곡 두편이 실려있군요. 두편 다 특이하고 재미있을거같아요. 특히 미시시피씨의 결혼은 제 스타일 같은 느낌이 😆

미미 2021-08-17 18:48   좋아요 6 | URL
네ㅋㅋㅋ새파랑님 뒤렌마트 희곡선 읽어보셨으니 느낌 아실거예요 저는 이번에도 두번째가 더 좋았습니다🤭

stella.K 2021-08-17 18: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뒤렌마트 훌륭하죠. 저도 오래 전에 작품 하나 읽은 적있는데
그후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못 읽고 있네요. 이 책은 문고본이라 가격도 착한데.
언제고 꼭 읽어야 할 텐데...

미미 2021-08-17 18:51   좋아요 7 | URL
정말 이 가격은 지만지 출판사가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야할 가격이죠!ㅋㅋㅋ😊 저에게 4500원의 10배 이상의 가치를 남겼습니다~♡

scott 2021-08-17 21:05   좋아요 3 | URL
가격대비 최고급 갬동!!

mini74 2021-08-17 18: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3등 !!! 3이 동양에선 완벽한 수라던데요 ㅎㅎㅎ이야기가 굉장히 참신하네요 ~ 황제 ㅎㅎ 맘에 드는데요. 이파리 두 개라 ㅠㅠ 작가님 인세 중 일부 황제분께 좀 드림 안될까요 ㅎㅎㅎ 저도 이 책 찜 !

미미 2021-08-17 18:53   좋아요 6 | URL
아 ! 뒤렌마트와 실제로 만나 이야길 나눈다면 시간가는 것도 모를것 같아요~♡ 웃음 코드가 완전 제 스타일ㅋㅋㅋㅋㅋ반전의 반전도 거듭되고요😆

페넬로페 2021-08-17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너무 감동깊게 읽어 가슴이 울렁울렁거리는 미미님의 표현이 이 책이 어느정도로 좋은지 알 수 있을것 같아요.
뒤렌마트의 희곡에 깊이와 많은 여운이 있을것 같아요. 어서 읽어 보겠습니다^^

미미 2021-08-17 19:18   좋아요 6 | URL
참고로 제가 감동과잉인것 잊으시면 안됩니다ㅋㅋㅋ책도 조그맣고 가격도 착해서 큰 기대 안했는데 이제 소중소중 합니다~♡🤗

독서괭 2021-08-17 20: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가슴이 울렁거리실 정도라니.. 너무 궁금하잖아욧!! 😭

미미 2021-08-17 20:13   좋아요 5 | URL
아! 마지막 문장 읽고 책을 덮을때의 그 기분~♡ 풍자,블랙코미디,철학 좋아하시면 꼭 읽어보세요. <뒤렌마트 희곡선>도 재밌고요ㅎㅎㅎ(feat감동과잉 미미)

scott 2021-08-17 2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작가 2021년 상반기 츠바이크옹!✋

2021년 하반기 뒤렌마트 옹!🤚✋🤚

미미 2021-08-17 21:15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인정합니다~♡♡
역시 스콧님 저를 잘 아심요~🤗

그레이스 2021-08-17 2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야말로 실로 꿰매서 가죽커버로 ...^^

미미 2021-08-17 21:54   좋아요 5 | URL
오~♡ㅋㅋㅋㅋ그럼 손때 탈 염려도 없고 읽고 또 읽고😆

바람돌이 2021-08-18 03: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음 뭔가 촌철살인의 풍자가 가득일 것 같은 느낌의 책이네요.
와 그런데 1975년에 나온 책이 아직도 구입 가능하다는데서 뭔가 전율이 느껴집니다. ^^

미미 2021-08-18 08:55   좋아요 6 | URL
네 맞아요~♡ 저는 뼈개그라고 하고 싶네요. 뼈속 깊숙히 스멀스멀 들썩이는?ㅎㅎ 게다가 가격도 아직 2021년에 이르지 못한 느낌입니다ㅎㅎ😉

붕붕툐툐 2021-08-18 18: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훠 엄훠 뒤마렌트 다른 작품 찾아 읽으셨군요~ 이것도 넘나 재미나 보이는 걸요? 와우~ 덕분에 저도 찜!!💕

미미 2021-08-18 19:08   좋아요 3 | URL
네~💕 재밌었어요!! 다른것도 계속 찾아 읽어야겠어요ㅎㅎㅎ 툐툐님 덕분에 이렇게 유쾌하고 심오한 희곡을 알게됐어요~😍

초딩 2021-08-21 1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북플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미미 2021-08-21 14:21   좋아요 2 | URL
앗😆 감사해요 초딩님~♡ 메일 확인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