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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 - 톤도, 가장 낮은 곳에서 발견한 가장 큰 행복
김종원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다/김종원/넥서스북스]빈민촌 톤도, 아이들의 웃음은 가난하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갑자기 눈앞이 희뿌옇게 되는 경우가 있다. 너무 슬픈 내용이거나 너무 감동적인 내용일 경우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진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한 장 한 장의 모든 이야기가 먹먹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톤도는 필리핀의 수도인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세계 3대 빈민도시이자, 필리핀 제1의 빈민도시다. 인구의 80%가 빈민인 필리핀에서도 가장 빈민촌이 톤도라니.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톤도의 아이들의 웃음은 가난하지 않다니. 이 모든 게 사실이라니.
판잣집과 좁은 골목, 쓰레기와 악취,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좁은 집, 맨발, 하의 상실 또는 상의 상실인 톤도지만 톤도의 사람들은 순간의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 자신의 행복과 함께 가족의 행복, 타인의 행복도 소중히 여긴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내가 돈을 주우면 나 혼자 행복하게 되지만, 쓰레기를 주우면 깨끗해지니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34쪽)
쓰레기와 돈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무엇을 주울 것이냐는 저자의 물음에 쓰레기를 택하는 톤도의 아이들이다. 학교 가기 전에 쓰레기를 주운 다음 공부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이다. 어린 나이지만 가족의 생계에 보탬을 주고 싶은 아이들이다.
빵 나눠준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이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받은 빵을 숨긴 뒤 다시 줄을 서서 빵을 받았다. 저자는 한 아이가 세 번씩이나 줄을 서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빵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몰래 그 아이의 집에 가보았더니 받은 빵을 아버지와 동생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자신은 많이 먹어서 배부르다며 가족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자신도 분명 배가 고팠을 텐데, 가족들을 먼저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그리 쉽게 가족을 배려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인데다 자신도 배가 고프면서 말이다.
-너희는 충분히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지긋지긋한 빈민가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선택을 한 거니?
-나만의 희망을 키우는 것보다 세상을 위한 희망을 키우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58쪽)
톤도에서 지원을 받아 필리핀 최고의 대학을 나온 아이들은 다시 톤도에 와서 행복한 봉사를 한다. 명문대를 나온 이들은 수많은 다국적 기업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차비 정도의 돈만 받으면서도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빈민가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톤도가 변화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분명 필리핀의 희망이다. 비록 발전은 느리겠지만, 비록 성장은 더디겠지만 톤도의 아이들처럼 살아간다면 몹시도 행복한 성장이다.
당신이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 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이 주는 기분을 즐길 수 없다면,
당신은 수백 번 이겨도 절대 행복해 질 수 없을 것이다. (71쪽)
쓰레기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기도 하지만, 모두를 위해 쓰레기를 줍고 있는 아이들이지만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비록 배고픈 아이들이지만 작은 것 하나라도 가족끼리 나누려고 한다. 자신도 톤도 출신이면서 명문대를 졸업하고 다시 톤도를 잊지 않고 찾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행복을 보게 된다. 총기 사용이 허가된 필리핀이기에 톤도는 가장 위험한 지역이기도 하고 가장 빈민가로 소문이 나있지만 이 곳 아이들의 웃음은 순박하고 행복하다. 상상 가능한가.
이 책은 필리핀 톤도의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톤도의 아이들을 위해 쓰여 진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치게 된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행복의 척도가 무엇일까. 돈일까 아니면 마음일까. 그 답은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먹먹했다가 따뜻했다가 흐뭇했다가 기특했다가……. 복잡 미묘해지는 에세이다.
처음 알게 된 톤도 이야기를 읽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다, 톤도의 아이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