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연이 끝났어요


   
 


‘일일연재는 무대공연과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개인으로서 자신을 조종해야 하는 점.’

 
   


   은희경 작가가 메모에 끄적인 말씀이어요. 작가도 아닌 주제에, 오늘 이 말씀 무릎을 탁탁 치면서 고개 끄덕였어요. 물론, 아무도 관람하지 않는 것 같은 서글픈 마음은 많았지만 그래도 약속한 날까지 공연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 되었어요. 이 엉터리 잡문(이제 하루키 때문에 잡문이라는 표현도 못하겠잖아요 ㅠ)을 누군가 읽었다면 반드시 유치하며 모자르다, 아직 한참은 멀었구나, 혹은 그래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지... 생각했을 테죠. 이해, 이해, 백퍼센트 이해하고도 남아요. 어떤 구절, 구구절절, 저조차 그렇게 읽었으니까요, 하하. 어쩌겠어요. 아직은 이것 밖에 안되는 걸요 ㅠ. ... 변명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것으로 제 한계를 똑바로 마주하고 싶었어요, 뭐 이런 자기위로를 하고 싶어지네요.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의 배열은 그냥 제 수준대로 부끄럼을 무릅쓰고 집어 넣었어요. 어느 아침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이 시집 저 시집을 들추어 보다가 여기서 근사하고 멋진 단어 하나를 가져온들 내 수준은 달라지지 않아,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그냥 달렸어요. 

  

#2.  약속을 지켰어요.

 

   이제는 다 지나간, 애써 기억하려 해도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열심히 사랑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려 보기 위해 20대 때 들었던 음악을 매일 밤 한 시간씩 들으면서 잠들었어요. 어느 가을날 비가 왔을 때 울면서 걸었던 순간을 다시 회상해보려 무릎 나온 츄리닝을 입고 그대로 산책을 하고 돌아왔어요. 어느 추위가 시작된 날엔 아침에 글을 올린 후 뻗어서 하루 종일 잠들었던 적도 있어요. 잠들면 그 다음 이야기가 꿈으로라도 등장할 줄 알았는데 시간만 흘러가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었죠. 아...그때의 암담함이란 ㅠ. 가장 예쁘고 가장 건강했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앨범을 들추어 보기도 했어요. 어떤 사진은 내가 보아도 정말 이런 모습,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나 싶어 사진속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 적도 있었죠. 그렇게 거북이 같이 매일매일 이야기를 지었고 오늘 거짓말처럼 끝이 났어요.

   원래는 50회로 마무리 하려 했는데 2회가 늘었어요. 웃겼어요. 이런 것도 작가를 따라하다니 ㅋ. 그래서 지난 주말에도 맘 편히 쉴 수가 없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줄거리도 구성도 결말도 아니었고, 제 시간에 쉬지 않고 올리는 일이었어요. 아무도 시간을 정해주지 않았고 누구 하나 안 올린다 뭐라 할 사람 없었지만 그냥 그 약속만은 지켜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젠 좀 내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리 허접한 내용이지만...아무리 틀렸다고 하지만 끝낸다는 어려움을, 그 막중한 결단과 인내심을 견디어 낸 것이니까요. 

 

#3. 보고 싶어요


   저는 제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소리 없이 끝까지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알아요. 제게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신기하게 온 몸으로 느껴요. 그분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건 응원하고 있었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건 모두다, 제게 많은 힘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독서도 절제하고 다른 글도 쓰지 않았어요. 늘 그렇듯 내가 책을 집어 들지 않아도 책들은 쉬지 않고 나타났다가 또 사라지더군요. 연말엔 쌓아 두었던 소설들을 굶주린 거지처럼 마구마구 흡수해 버릴 듯 하네요. 실은 결말을 마치고 나자마자 <리투아니아 여인>을 들었는데 벌써 삼분의 일이나 읽어버렸어요. 저는 확실히 이문열, 김훈 같은 남성적이고 확고한 문체에 강렬하게 반응 하나봐요. 연재 소설에서도 최대한 여성적 향기를 배제하려 노력했는데 내용상 여성적 시점과 여성적 체험이 많아 뜻대로 관철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점심을 먹고 인사는 해야겠다 싶어 이렇게 조그만 인사를 올립니다. 한참이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책이 너무 그리웠어요. 물론 책에 대한 수다를 떨수 있었던 많지 않은 제 이웃님들도. 보고싶어요^^





 

 

 

 

 

 

덧붙임) 이 책을 다 읽으면 ..어쩌면 이 책 리뷰를 쓰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언젠가 다시 리뷰를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돌아오면 그때 쓰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현재로선 반쯤 돌아왔어요. 하하 뭐 이런 걸 다 알려주냐구요?? 다시는 리뷰 안쓸 것 처럼 비장했던 적이, 아마도 있었던 것 같아서 찔려서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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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2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했습니다.
전 매번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곤 하는데,
이런 연재물은 아무래도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엉터리건 아니건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마쳤다는 게 중요하죠. 그런 의미에서 한사람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리투아니아 여인은 저도 읽고 싶어요.
정말 요즘 꽤 오랫동안 멀리했던 이문열의 문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언젠가 읽게 되겠지요.
기운 좀 차리면 마실은 다니실건가요?ㅋㅋ
다음 번엔 더 좋은 작품 쓰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추스리시고 돌아오시길...^^

한사람 2011-11-29 09:1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지난 여름에 스텔라님 100일 프로젝트 할때,
어떤 날은 글이 정말 쓰기 싫다고..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쓴다고
하셨죠. 비슷한 심정이었어요. 어짜피 나 혼자 아무에게 안 알리고 도닦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리는 것은 나를 시험한다는 생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올렸으니까..올리기 시작했고 내일도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까요, 하하

<리투아니아 여인>은 생각외로 재미나네요.
이문열 특유의 사색의 분위기보단 이야기 중심이라 술술 넘어가요^^
마실이야 뭐~ 몇몇 정해진(?) 곳만 가는거 아시잖아요 ㅋ

아이리시스 2011-11-2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고마웠어요.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요.
이문열 다 읽고 얼른 돌아오세요^^

한사람 2011-11-29 09:18   좋아요 0 | URL

하하, 그렇게 되나요.
수준이야 어떻든...써지더군요 ㅋ

이문열을 이렇게 빨리 읽어도 되나 싶어 속도 조절중입니다 ㅋ

2011-11-28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9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도둑 2011-11-2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다행이에요...반쯤 돌아오셨다니,,,
비장함이 느껴집니다...연재를 이렇게 할 수 있는 저력도 그렇거니와
자신과의 약속도 지켜내는 독기! ㅋㅋ 그 독기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죠.
저도 그 독기를 배우고 싶어요, 저는 마냥 물러터져서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거든요..ㅡㅜ
농담아닙니다..
언능 리뷰 올려주세요,

한사람 2011-11-29 09:26   좋아요 0 | URL

꽃도둑님^^
잊지 않고 있습니다. 리뷰 기다리신다고 ㅠ

다른 건 많이 물러터진 편인데
시간 약속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지키려고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순전 엄마 탓이라고 봅니다.
울 엄니 별명은 칸트였고 굉장히 정확하고, 규칙적인 분이었거든요
시간에 임박해서 제출하고 약속장소에 늦게 가고..이런 걸 아주 죄악시(?) 합니다, 하하
(사람들이 알면 피곤해하죠 ㅋㅋ)

생각같아선 죽는 날도 미리 예약해 놓고 싶은 사람입니다, 하하하

마녀고양이 2011-11-28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드디어 끝내셨구나, 대단하시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을 머라고 달기가 그래서, 그냥 보기만 했습니다.
(제가 원래 한국여류작가 소설을 거의 안 읽습니다... 이해해주세요. ^^)

여하간........... 축하드립니다, 목표한 바를 끝내셨다는 것 자체가 이미 몇발 건너뛰신게 아닐까 부러워집니다.

한사람 2011-11-29 09:32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대단은요 ㅠ
창작 블로그라는 연재방법과 시스템을 활용해서라도 어떻게든 글을 써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 마음 먹기까지가 쉽지 않아서 그렇죠,,

글의 질과 수준이야 뭐..멋도 모르고 덤빈 딱 그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걸 지나야 또 다음을 도전할수 있으니..만족합니다.

여류작가라면,,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이런 분들 말씀 하시는걸까요??
예..저도 썩 좋아하는 문체는 아니지만, 한 시절 많은 영향을 주었던 분들이죠..

고맙구요, 그리고...또 고마워요^^

잉크냄새 2011-11-29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달지는 못했지만 시간날때마다 읽던 글이 연재가 끝났군요.

축하드리고 또 좋은 글로 만나길 바랍니다.

한사람 2011-11-29 10:0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잉크냄새님 !
시간날때 읽었던 모든 글들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더 좋은 글로 다시 뵙기를 저도 바랍니다^^

cyrus 2011-11-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록 연재하신 글들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시지 않고 목표대로 묵묵히 글을 쓰셔서 수고하셨습니다. ^^

한사람 2011-11-30 08:47   좋아요 0 | URL

히히, 저도 다 읽어보지 못했는 걸요^^
고마워요~

2011-11-2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30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안부  

 

나는, 잘 있어요.
당신도 잘 있나요?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날이 있죠.
울었지만 웃고 있다 말하게 되는 날이 있죠.

고맙고도 그리워요.
이 모든 가을에 울고 있을 당신들이.

인연은 행운이 아니라 생각하고
인간은 불운의 존재라 생각해요.

나는 행운도 불운도 바라지 않지만
인간이기에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인연에 손 내밀지 않던 내게 마음을 열어준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도 가을이 많아 아팠던가요.
그래서 누군가의 가을을 기꺼이 안아줄 수 있었나요. 
 

 

 #2. 지나간 시간  

 

 <그해 가을>에 이성복 시인은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라 말했던가요. 오랜만에 시집을 빌렸어요.   

 왜 하필 이 시집이었냐 하면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덕분이었죠. 이 책의 리뷰를 근사하게 써 볼 생각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제 리뷰는 쓸 자신이 없어요. 바보같지만 써지지가 않을 듯해요. 대신에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답니다, 하하. 강신주 교수는 첫장부터 이성복 시인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는 그만 이 시집에 빠져버렸어요. 그중에 저를 가장 울게 하던 시를 적어봅니다.  

 


<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 

이제는 송곳보다 송곳에 찔린 허벅지에 대하여 
말라붙은 눈꺼풀과 문드러진 입술에 대하여 
정든 유곽의 맑은 아침과 식은 아랫목에 대하여 
이제는, 정든 유곽에서 빠져 나올수 없는 한 발자국을
위하여 질퍽이는 눈길과 하품하는 굴뚝과 구정물에 흐르는
종소리를 위하여 더럽혀진 처녀들과 비명에 간 사내들의
썩어가는 팔과 꾸들꾸들한 눈동자를 위하여 이제는
누이들과 처제들의 꿈꾸는, 물 같은 목소리에 취하여
버려진 조개 껍질의 보라색 무늬와 길바닥에 쓰러진
까치의 암록색 꼬리에 취하여 노래하리라 정든 유곽
어느 잔칫집 어느 상갓집에도 찾아다니며 피어나고
떨어지는 것들의 낮은 신음 소리에 맞추어 녹은 것
구부러진 것 얼어 붙은 것 갈라터진 것 나가 떨어진 것들
옆에서 한 번, 한 번만 보고 싶음과 만지고 싶음과 살 부
비고 싶음에
관하여 한 번, 한 번만 부여안고 휘이 돌고 싶음에 관하여
이제는 다만 때 아닌, 때 늦은 사랑에 관하여 

(112p 책의 본문과 똑같이 옮겼어요. 아직도 띄어쓰기를 이해 못하겠어요.)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에는 문정희 시인도 소개되어요.  고백을 하자면  80년대 사춘기를 보낸 제가 기억하는 시인은 서정윤과 도종환이 마지막이래요.  어쩌다보니 여간해선  요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일절 읽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런 제가 유일하게 가슴에 품은 시집이 문정희 시인의  <이 세상 모든 사랑은 무죄이다>입니다. 일년에 시집 한 권 안사는 주제에 시인을 존경한다 말한다면 염치 없음을 아는 제가 촌스럽게 들쳐보는 유일한 시집이지요. 이성복 시인의 시를 읽으면 이상하게도 잘 못 외우는 시지만 그래도 입에서 맴도는 문정희 시인의 시가 생각나요.  


< 목숨의 노래 >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엄마의 젖가슴같은 시이죠. 매년 습관처럼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려 할때 꼭 이 시집을 만지작 거립니다.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에서 한용운의 시와 함께 롤랑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이 소개됩니다. 미루어 두었던 <사랑의 단상>을 다 읽고는 뒤늦게 베르테르의 자살에 깊은 애도를 했습니다. 많이도 사랑하고 싶었던 것인지 저는 그만 제가 아는 사랑을 떠들고 싶어 소설을 써야겠다 아주 무책임한 결심을 다하게 되었어요. 정말 좋더군요. 어줍짢은 제 언어로 무엇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예,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요. 내가 아프듯 그도 아플 것이라는. 내가 사랑이었다면 그도 사랑이었을 것이라는. 그래서 우리는 아무 말할 수 없다는.

   

 

#3. 가을을 닦다

 

저는 요즘 도올 서생의 <중용 인간의 맛>을 읽고 있어요. 아주 아껴가면서 페이지를 넘겼는데 얼마남지 않았어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아주 교양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하하. 도닦는 기분도 들고요. 해설이 아주 재미나고 쉬우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요. 이쪽과 저쪽의 중간이 중용인지 알았던 제 무지가 참으로 부끄러웠답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밑줄긋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생각같아선 두어줄 옮겨 놓고 싶지만, 그것도 저어하게 되네요. 저자의 주장과 논리가 좋다고 그것에 감동받았다고 하는 것이 제게는 어떤 트라우마가 될 듯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되는 것이니까요.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쓸쓸하고 가끔은 서럽지만 

아직은 괜찮습니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인 걸요. 

이번 겨울엔 첫눈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첫사랑이 그리울 것 같아서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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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게 물들었네요. 잘 지내시죠?
안부를 듣고서 안부를 묻는, 아이러니한 상황 :)

한사람 2011-11-12 08:44   좋아요 0 | URL

예, 단풍이 질 때 까지만요^^
수다쟁이님도 좋은 가을,기쁜 주말 이여~

아이리시스 2011-11-12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사지 않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이고 내면적으로는 시집은 시가 어려운 줄 모를 때 막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읽히면 그건 시가 아닐 것 같거든요. 저한테는 그게 벽이고 그 벽은 한때 글을 쓰고 싶던 사람으로서 허물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좋으면 더 좋아하는 티를 못 내겠는 그런 마음. 언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없어요. [사랑의 단상]을 읽을 때 베르테르보다 사랑보다 먼저 느껴진 건 그거였어요, 한사람님.

예,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요.

이미 다 알고 계실테니까요.^^

한사람 2011-11-12 08:47   좋아요 0 | URL

일년에 두어권 시집을 읽는 것 같구요.
그러다 우연히 가슴을 때리는 시를 만나는 것 같아요.
그럴때 무심했던 마음이 부끄럽지요.

<사랑의 단상>은 짜릿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다 느낄지라도 그런 글은 본적이 없었어요 ㅋ

아무 말 할수 없다는 말이라도 들어서 좋은걸요^^

이진 2011-11-12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정희 시인의 시, 너무 좋습니다.. 원래 시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감성적인 알라디너분들 덕분에 시에대해 관심이 팍팍 생기는것 같은걸요? [이제는-]이라는 시는...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는군요. 해설집이 따로 없나요 ㅎㅎ

한사람 2011-11-12 08:50   좋아요 0 | URL

하하, 저도 다는 이해 못했어요.
다만 볼드로 눌러쓴 부분은 무슨말인지 어떤 기분인지 알것 같아서요 ㅠ
강신주 교수가 '정든 유곽'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시네요. 시집 뒷부분에도 해설이 있구요..

한 편의 시와 거기에 사용된 단어들은 시인의 삶을 알지 못하고선
이해는 불가능하다고 봐요. 그래서 전 늘 오독하는 독자랍니다^^

2011-11-12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2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3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3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1-11-1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사하게 쓸 예정이었던 리뷰... 아쉽네요ㅠ 저는 요즘 잘 못지내고 있지만.. ㅎㅎ 저는 이번 겨울이 왠지 옆구리가 시릴 것 같아서 싫구먼요, 풋

한사람 2011-11-13 20:59   좋아요 0 | URL

어떤 일을 중단하게 되었을때 그 일에 쏟아지던 에너지는 반드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봐요 ㅋ
이제 숙제같았던 리뷰쓰기(?)에서 벗어나 다른 글을 쓸수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려구요

내일부터 추워질거라네요. 월요일부터 추워지는거 정말 싫습니다.
마음을 먹어야 하는 아침이 싫어요 ㅋ

2011-11-17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7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1. 신간평가단 활동 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인지자본주의, 조정환>

모두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장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 때 생각도 나고 리포트 내는 심정으로 리뷰를 작성했다. 처음엔 이렇게 어려운 책을 추천한 평가단 분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 책 덮고 나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평가단이 아니었으면 이 책을 만날 기회도 없었을 것이고 읽었다고 리뷰까지 쓰지도 못했을 터이다. 불운이 행운으로 바뀐 우연적 필연이었다.


 
<강남좌파, 강준만>

평가단 책으로 리뷰쓴 것 중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내용상 비판을 많이 했던 것 같아 미안한 책 중 하나이다. 강남과 좌파에 대해 논리를 연결해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시의 적절한 경험이었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 중에 적어도 강남좌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듯 하다.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 이택광>

많은 기대를 했기 때문에 약간의 실망은 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문화로 먹고살기>, <아이콘>, <닥치고 정치>, <직설>같은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식의 비평집을 시작으로 사회 및 문화, 정치 비평 서적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할까. 한수 배운 게 있다면 동전 뒤집기와 뫼비우스 띠처럼 생각하기가 될 것 같다.





2.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 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기억에 남는 책과 좋은 책의 경계가 참 애매하다. 좋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책도 있었기 때문에. 이 항목 때문에 위의 기억에 남는 책은 (크게 좋지는 않은 채로)기억에만 남는 책이 되어 버린 듯하다. 이건 기억에 남는 작품과 좋은 작가를 분류해 질문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식의 분류로 인해 ‘좋은’의 사회적 해석이 마치 작품성이나 수준이 높은 책을 뜻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본 듯하다. 김어준 식으로 답하면 이 질문은 후진 질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질문을 위한 질문, 어떤 통계적 평가를 위한 질문. 그러나 나는 질문을 하는 위치가 아닌 답을 하는 입장이므로 좋다는 기준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는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이 일단 좋았는데 그 직관을 논리로 정리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사실 이 작업이 썩 마음 편하지만은 않았다.


   ‘좋은’ 책의 기준을 크게 도움의 정도와 재미의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그러면서도 얼마나 흥미로왔는가. 확실히 인문서적은 몰랐던 것들을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천천히 알아가는 재미는 쏠쏠한 듯 하다.

 

1. 사르트르와 까뮈 '우정과 투쟁 - 로널드 애런슨

두 사람의 우정과 투쟁을 지켜보는 시간이 흥미진진했다.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많이도 유익했다. 아주 오랜만에 <이방인>을 다시 찾아 읽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뒤에 실린 사르트르의 칼같은 해설도 나는 참 아프게 느껴졌다. 아직도 뇌리에 각인된 두 사람의 모습이 선명하다.


2. 언어의 감옥에서 - 서경식

어느 재일 지식인의 논리가 아름답다 못해 슬프기까지 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논리의 아름다움이 눈물을 자아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리뷰쓸 때 살짝 설레기 까지 했고 다 쓰고 나서 무언가 내 논리의 틀을 깨부순 느낌도 들었다.



3. 아렌트 읽기 -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말로만 듣던 아렌트에 대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요약해서 공부한 느낌이 들었다. 아렌트의 제자인 저자는 이 책이 단순한 평전이 아닌 독창적인 문학의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로 의미있는 사유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다른 아렌트 서적을 선물받기도 했다.


4. 국가란 무엇인가 - 유시민


유시민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는 말빨뿐 아니라 글빨도 수준급이었다. 학문적으로 의미있는 서적이었다. 국가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답하는 글이 아니고 스스로 배워왔고 알아왔던 국가를 유시민식으로 정리했다는 의미가 호감으로 다가왔다.


5. 직설 - 한홍구, 서해성


MB정권이 저지른 만행을 집약해서 정리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것들과 투쟁하며 내일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았다는 확인도 하게 되었다. 또 서해성이라는 구라문학의 선두주자도 알게 되어 그의 뼛속 구라로 두어번 감동 먹었다는 기억도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덧붙임 ) 

3.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 맘 대로 나쁜 책


<불안의 시대, 기디언 래치먼>


제목의 아우라에 제대로 낚인 책이다. 미국의 흑심과 서구의 시각을 정리한 책이라는 의미성만 빼면 불쾌하기까지 한 책. 나는 이 책을 추천한 과오로 인해 다음부턴 될 수 있으면 서점가서 책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버트런드 러셀>


저자의 콜렉션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책이다. 편집의 악덕만 발현한 책. 러셀 모르는 독자가 보기엔 러셀의 수준을 하향조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 책을 계기로 모음집의 유혹에서 좀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까. 
 




   그동안 평가단을 하면서 힘들었다고 느낀 건 거의 약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얻었다. 인문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사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콕 집어서 맘에 드는 한사람의 글만 읽는 습관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ㅋ) 이걸 그다지 고쳐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그렇다면 이번 평가단 할 때도 부디 내 맘에 드는 분이(?) 나타나주길 기대하는 쪽으로 물타기를 하게 된다. 나도 이웃 분들의 리뷰를 애써 찾아 읽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남의 글을 진심으로 꼼꼼히 읽어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수고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길고도 지루한 내 리뷰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한다.


어려운 책의 리뷰를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작성하는 건 어려운 말로 빈칸을 채우기 보다 사실 어렵다. 엊그제인가 강심장에서 조혜련이 뜻밖에도 <의식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나름대로 느낀 것을 강의하는 장면을 보았다. 인문 MD왈, 그 프로 덕에 책 주문이 늘었다고 하더라. (나도 평가단 책으로 추천은 했는데 다른 분들이 관심이 없는 통에 선택될 확률은 없다 ㅠ) 조혜련은 그 책을 가지고 쉽고 재미나게 사람이 더 행복해지는 법을 강의했는데 정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수준이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한비야와의 개인적 만남과 책과의 연계성, 개인적인 의견까지 아주 좋았다.)

내가 바라는 게 있다면 내 리뷰를 읽어 본 사람은 그 책을 읽어본 것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되거나 혹은 내 리뷰를 읽었기에 더 그 책이 궁금해지는 효과를 얻었으면 한다.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살린다’는 말이 꼭 안 좋은 책도 좋게 말하라는 뜻은 아닐 게다. 나는 아직 좋은 리뷰는 어떤 리뷰인지 잘 모르겠는데 분명한 건 그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을 진심을 다해 적는 것이 역시 진심을 전달하기 쉽다는 쪽에 고개를 끄덕인다. 한가지 아쉬운 건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많은 추천을 받아보았지만 쌩쓰투는 거의 평가단 책이 아닌 책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평가이니 객관성 면에서 그다지 호응도가 높은 건 아닌 듯하다. 더욱더 평가단 책은 리뷰로만 이해하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리뷰를 대충쓰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책을 많이 읽고 또 책 읽었다는 글을 많이 쓸수록 책에 대해 할 말이 많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책에 대해 또 맘껏 떠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 행복하다. 9기 활동은 그렇게 많은 행복을 주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허망하게 사라진 것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이 페이퍼를 남겨본다. 
 

   

 

  정직한 인문정신이 건네는 불편한 목소리를 견디어 낼수록,
우리는 자신의 삶에 직면할수 있고, 나아가 소망스러운 삶에 대한 꿈도 키울수 있다.

-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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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10-20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서점에서 아리따운 아가씨가 카운터에서 '의식 혁명' 있냐고 물어봤어요. 직원이 '의식 혁명'을 보여주면서 "이 책인데 이건 다른 분이 주문해놓으신 거라서 손님께 드릴 수는 없어요." 그랬더니 그 아리따운 분이 "아 그래요? 그럼 지금 주문 하면 언제 와요?" 하더라구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이번에는 잘생긴 총각이 와서는 "주문한 책 왔다고 해서 왔는데요." 하니까 직원이 '의식 혁명'을 꺼내서 주는 거예요. 여기서 또 이렇게 보게 되니 '우연이 세 번, 필연이다' 생각하면서 담아갑니다. 『언어의 감옥에서』는 제목 때문에 제꼈던 책인데('감옥'이란 말이 너무 두려워요.) '논리의 아름다움이 눈물을 자아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는 말에 솔깃해서 같이 담아갑니다.

아이리시스 2011-10-20 14:37   좋아요 0 | URL
그래서 아리따운 아가씨하고 잘생긴 총각하고 뭐 없대요? 포핀스님. 히히히히히히. 그런데 서점에 왜 책이 주문해야 오는 거예요? 딱딱 제때 안 갖다놓고,,

한사람 2011-10-20 16:46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런 날이 있죠. 그런 책도 있구요.
저는 읽어볼까 하는 책이 주로 그렇던데 ㅋ
<언어의 감옥에서>는 세심한 논리전개가 압권인데 저는 평가단 책으로 맨처음 그 책을 읽었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고 공감도 많이하고 그랬어요.
감옥의 의미를 더 절실히 느끼게 되었구요.

어제 하루만 <의식혁명>이 <닥치고 정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하던데
조혜련효과가 크긴 컸나봐요^^

고마워요, 메리포핀스님!

아이리시스 2011-10-2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지자본주의, 게다가 저렇게 두꺼웠어요?ㅜㅜ 대여수준이네요. 집에 있으면 질식할 것 같아요, 푸하하. <의식혁명>은 제목도 고루한데 내용도 고루할라나 했는데 행복이라니, 조혜련이라니, 저도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어 '의식 혁명' 있냐고 물어봐야겠어요!

한사람 2011-10-20 16:49   좋아요 0 | URL

그렇죠..확실히 두껍죠? 저 책 받았을때 암담하던 심정이...벌써 옛날이 되었어요
<의식혁명>의 소개를 보니 사람의 의식수준을 점수화한 게 흥미롭던데
한비야님이 500이고 우리의 목표가 350이고
보통 사람은 200이라는데 웃기면서도 솔깃해요.
그 책도 책이지만 조혜련을 다시 봤습니다 ~

가연 2011-10-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지막 사진이 찡하네요ㅎ 저도 이 페이퍼를 보고 저거 따라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였었지만 의욕부족으로...ㅠㅠㅠ 내 맘대로 나쁜 책은 저랑 똑같네요. 주로 한사람님의 리뷰를 스마트폰으로 보는데 집중이 더 잘되고 좋더군요ㅎㅎㅎ 10기에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ㅎㅎㅎ

한사람 2011-10-25 08:45   좋아요 0 | URL

서재 책꽂이 한칸에 모아놓았죠. 소설은 가져가는 지인들이 있었는데
인문은 싫어하시더라구요, 하하

리뷰 스마트 폰으로 보시는데 감동했어요
긴 리뷰는 힘들던데요 ㅠ
집중은 잘 되지만 더 길어 보이잖아요 ~

여튼, 가연님이 10기도 하신다고 해서 마치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또
만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물선 2011-11-17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한나 아렌트가 같이 있네~
완전 폼난다!! ㅎㅎ
 
<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영광(?)스럽게도 9기에 이어 10기 인문평가단 활동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웃분이 소설을 쓰려면 소설을 읽을 것이 아니라 인문을 읽어야 한다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에 동감아닌 통감을 했다. 한달에 두권이었지만 나는 그 시간들 동안 소설만으로는 할수 없었던 영역의 고민들을 할수 있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당연히 소설을 읽어야 소설을 쓸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는 동안 나는 소설을 시작하지 못했다. 소설을 쓰려면 소설 읽는 것을 중단해야만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내가 소설을 써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지만 사실 내가 소설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오래전에 멈춘 상태였다.

   어느날 아침 나는 이제 소설을 쓰고 싶다에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무지막지한 믿음 하나로 나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역시 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터무니없는 논리를 확인해가면서. 그래서인지 이번 평가단 활동은 처음 인문활동보다는 조금은 여유를 가질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한다.(어쨋든 시작은 했으니까 ㅋ)  짜집기식의 정치서적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내 중심을 잡아줄 책들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바이다. 이상한 논리다. 소설을 쓰고 싶어 소설을 안읽는다는. 그러기 위해 인문을 택하였다는.




1. 맹신자들 ( 에릭 호퍼 지음|이민아 옮김, 궁리 ).........................사회과학>사회사상


   세상은 한 번도 우리에게 신념을 요구한 적 없지만 그 무엇도 그 누구도 맹신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아주 오래전에 선배따라 다단계회사의 설명회에 불려 다닌 적이 있다. 그때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어디를 보아도 멀쩡하고 똑똑해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같은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창궐한 집단 속에서 가치는 종교에 다름 없었다. 성공을 위해 그 자리에 모였다기 보다는 같은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한 듯했다. 이 책이 궁금한 이유는 바로 그러한 ‘광신 현상의 심리적 요인’과 ‘대중운동의 본질’을 추적했다는 것이다. 맹신이라는 단어에 필요이상의 과다, 긍정 너머의 부정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은 대중운동의 역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동기와 심리, 내면을 통해 대중운동의 올바른 역할수행을 주장하고 있다.


“ 특히 군대, 증오, 설득과 강압, 지식인, 소수자 등을 논하는 호퍼의 혜안은 아주 빛난다. 호퍼는 마지막 장에서 대중운동의 발단과 성숙기까지를 살피며, 대중운동이 제대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유형의 사람이 발전 단계에 따라 각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중운동의 토대를 닦는 것은 지식인, 대중운동을 실현하는 것은 광신자, 대중운동을 굳건히 다지는 것은 실천적인 행동가라야 한다고. 나치즘이 재앙으로 끝난 것은 히틀러라는 광신적 지도자가 성숙기까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좋은 지도자, 나쁜 지도자를 예로 들며 궁극에 유익한 대중운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이한건 거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저자 에릭 호퍼(Hoffer·1902~1983)가 '맹신자들'(원제:The True Believer)을 집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1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금광 및 부두 노동자, 웨이터등을 전전하며 노동자 시절에 이 책을 발표했다. 이론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목격한 나치즘과 파시즘, 스탈린의 전체주의의 폐해를 목격한 후 예리한 통찰력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정리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좋았던 시절의 기억으로 피가 끓는 신빈곤층"이 맹신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영국의 청교도혁명,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무너진 중산층 출신 빈민들이 그랬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적절한 충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산층이 제대로 무너지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일련의 사회현상은 마치 쓰나미처럼 신념에 호소한다. 이것이 집단의식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불평불만은 문제가 시정될 수 있을 것 같을 때 가장 신랄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정을 바래서가 아닌 불평을 위한 불만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치 불평만이 우리를 연대하는 것 같은 착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언론에서의 평도 좋은 평인데 그건 아마도 진보든 보수든 대중운동에 대한 필요성 이전에 그것을 행하려는 우리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에 대한 공감때문인 듯하다.



2.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강신주, 동녘 )...................................인문학>교양인문


   솔직히 요즘 시 읽는 일이 내겐 즐겁지 않다. 언제부턴지 시는 인문보다 어려워졌고 시를 통해 철학을 발견하고 싶지 않은 나는 시를 외면해온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니 이 책도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고 작년에 출간된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처럼 선택하기 맘 편한 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괴로움이라 고백하는 편이 내겐 더 정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때 다루지 못했던 시인중 문정희, 고정희, 김행숙 등 여성 시인들과 백석, 신동엽, 이성복, 김정환, 허연 등을 다룬다고 한다. 전편을 읽지 못하고 속편을 읽는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좋아한다 대답하는 시인이 문정희님인데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성의 문화를 문정희님으로 대변하고 있다. 어떤 책에 끌리는 이유는 이처럼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이 가을을 기꺼이 시 읽는 괴로움으로 채워놓고 싶은 이유가 알고 보면 사소한 자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진실. 또 하나 대중철학자로 불리는 강신주 저자가 항상 학문이 아닌 우리 삶에 오랫동안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믿음 또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나는 읽지 않고도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진실의 사실화, 이것이 추천 이유다

“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노래하거나 논증합니다. 그들의 시와 철학에는 유사성은 있지만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습니다. 김수영의 시와 신동엽의 시, 그리고 바흐친의 철학과 바르트의 철학이 유사하지만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모든 시인과 철학자는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시인과 철학자들의 궁극적 유사성은 바로 그들이 자기만의 제스처와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시와 철학을 읽는다는 것은 우리도 그들처럼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3. 의식혁명(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 백영미 옮김, 판미동......................과학>정신과학



   이 책은 아주 흥미롭다. 영적담론을 과학으로 펼쳐내 보인 책이다. 정신과학에 대한 서적은 최초의지만큼이나 이해도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진실 대 거짓>, <내 안의 참 나를 만나다>를 비롯한 의식지도의 다양한 개념의 출발점이 된 책이고 ‘의식 연구의 과학화’라는 혁신적인 패러다임을 완성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의 의식 수준을 1부터 1,000까지의 척도로 수치화한 지표인 ‘의식 지도’는 ‘신체운동학kinesiology’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몸이 유해한 자극에 노출되면 근육이 약해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근육테스트법’을 통해 우리 몸의 다양한 반응을 관찰했다. 의식지도는 20년에 걸쳐, 모든 연령대와 성격 유형을 망라하는 각계각층의 피험자 수천 명에 대한 수백만 건의 테스트를 근거로 한 개념인 것이다.

“호킨스 박사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이성, 자발성, 사랑, 기쁨, 평화로 대표되는 힘을 따르느냐 무감정, 두려움, 욕망, 분노, 슬픔으로 표현되는 위력을 따르느냐에 따라 사회, 문화, 정치 분야에서 우리가 얻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 둘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위력에 따라 행동할 때 우리의 삶은 폭력, 전쟁, 죽음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에너지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했다. 즉, 힘과 위력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하는 숨어 있는 결정자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위력과 힘을 구분함으로써 ‘본인의 이익에 영합하고자 하는 정치인과 공공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며, 우리의 의식 수준을 끌어내리는 예술 작품과 보기만 해도 의식 수준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예술 작품을 구분하는 일’ 역시 가능하다고 말한다. 긍정과 부정을 가르는 기준을 새롭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 듯하다. 살아가는데 있어 철학은 과학을 보완하고 과학은 철학을 증명하는 일의 반복이 결국 생의 의미를 진화하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4. 선택의 과학 (리드 몬터규 지음 | 박중서 옮김, 사이언스북스)...............인문학>뇌과학


   이 책을 덮고 나면 인간이란 별스런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과 우리 뇌는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 것 같았다. 저자의 연구결과를 훑어보니 결국 인간은 ‘다음 단계’라는 목표를 위해 죽음도 단식도 테러도 가능하다는 생존기계에 불과하다 말한다. ‘다음 단계’라는 생각이 일종의 보상신호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이 보상신호가 우리 신경계의 내적구조를 지배하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인간의 선택이라는 것이 결국 다음 단계라는 보상신호에 의해 반복되는 학습이며 이것을 다양하게 재배치하는 과정이 곧 선택하는 패턴이 되며 그 선택의 종류에 따라 얼마든지 자살이나 분신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어떤 사람이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질문은 생의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아도 나이들수록 사실 그 어떤 선택에도 놀라지 않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나는 이것이 더 궁금해진 독자였다. 막연히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게 하는 뇌구조가 그 사람의 일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 수준에서 나는 생각을 멈추곤 했는데 이 생각하는 과정을 뇌과학으로 체계화한 것에 대한 인문서적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 책의 원제는 '왜 이 책을 고르지?(Why choose this book?)'이다. "당신의 인생이란 이 책을 고른 것과 같은 선택의 순간 수십억 가지가 합쳐진 것에 불과하다"는 도발적 선언이다. 선택의 과학적 과정,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그 보편적 원리를 찾는 최신 신경과학 실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


   이 과정을 이해하면 무엇을 선택하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될 것 같다. 살다보면 의외로 똑똑한 여자들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남자를 택하곤 하는데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그녀들의 선택은 단지 과학적인 작용이었고 고로 그녀들의 인생은 상당히 과학적인 삶이었다는 사실을.




5. 자아폭발(스티브 테일러 지음 | 우태영 옮김, 다른세상)...............역사>고고학/인류학


   언론의 소개를 보았을 때 이 책은 역사적이면서 철학적이면서 또한 심리학적인 책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책은 방대한 사유와 그 깊이에 비해 자칫 막연하고 허탈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책 덮고 난후 저자와 같은 의문만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안보고 가진 의문보다는 다 읽고 난 후의 의문이 낫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추천하고픈 이유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지난 6천년 동안 인류가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을 앓아 왔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우리 바깥이 아닌 우리 내부로 쟁점화하였다. 인류의 역사를 ‘자아폭발’이전과 이후로 구분하고 자아폭발 이후가 곧 타락이라 규정한다. 그러므로 인류는 진보가 아닌 퇴보의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것이다. 저자가 근거로 제시하는 병리적 현상은 가부장제, 남녀불평등, 인종차별, 물질주의 같은 우리가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모든 진화의 산물들이다. 나는 사실 인간의 죄의식을 유발하는 인문서적들을 선호하지 않지만 내가 궁금한 건 문제의식을 통찰하는 관점이다. 알고 있는 역사과 알려진 사건이지만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이다.


“ 테일러는 수십 년간 축적된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자아폭발” 이전, 즉 선사시대의 인류는 우리보다 훨씬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했으며 즐거움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고대 인류의 삶은 “자아폭발” 이후 폭력과 억압으로 점철된 삶으로 바뀌었지만, 그들의 흔적은 아프리카 원주민과 아메리카 인디언, 오스트리아 애버리진을 비롯한 원주민 집단들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원주민 집단은 결코 “미개한” 존재가 아니다.“ 

“ 아메리카와 남태평양의 원주민은 이미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라는 무계급사회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사회는 루소의 《사회계약론》, 프랑스대혁명, 미국 헌법 기초에 깔린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생각한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킨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 책에 의하면 인간은 폭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타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듯하다. 그것은 썩 기분좋은 결말은 아닐 것이나 분명 인정하기 어려운 일만은 아닐 터이다. 타락이 진화의 다른 말인 것을 우리는 알고서도 침묵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덧붙임)

현재 10월 신간들을 추천하라는 안내 페이퍼는 올라오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대부분 신규로 선정된 평가단 분들이 벌써 추천 페이퍼를 작성하고 계시는 듯하다)
9월 말에 10기 평가단 발표가 있었고 바로 10월 달부터 활동을 시작해야 하는데 연휴를 맞아 일정이 늦추어 지고 있는 듯하다.
이번달 평가단 마지막 도서들도 선정공지만 뜬채로 아직 배달되지 않은 상태이다.  
일정이 꼬이는 것 같아 짜증은 나지만 늘 그렇듯 운영측은 턱없이 바쁠 것이므로 속좁은 내가 이해하기로 한다.

어짜피 작성해야 할 페이퍼였고 안내페이퍼 공지없이도 이렇게 추천은 가능하다.
하지만 월례조회때 선생님없이 우리반 줄선 것 같은 기분은 든다.  

그리고, 2만원 넘어가는 서적들은 (눈물을 머금고 양심상? )제외했다.(정가는 2만원 넘어도 알라딘에서의 가격으로 결정)
사실 인문서적은 소설, 에세이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지난 평가단 활동때 <인지자본주의>같이 두껍고 비싼책을 받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런데 책이 비쌀 경우 더 전문적인 내용일 경우가 많아 그 책이 지지를 많이 받아도 선택될 확률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비싼 책은 평가의 목적이 아니라 소장의 목적으로 추천을 한다는 소리도 들려와 스스로 좋은 책이라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클릭을 망설이게 되더라는 것. 

내 스스로는 될만한 책 위주로 추천을 하지 말고 서점도 가보고 직접 확인을 해보고
한계를 인정한 상황내에서 최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해 책을 선택하려 노력은 한다.
그런데 선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출판사의 수락여부와 평가수용의 의지임을 인식하다보니
나 좋다고 책을 선뜻 추천하기는 힘들다 말하고 싶다.(그렇담 과연 이렇게 페이퍼를 작성하는 것이 큰 의미일까? 하는 딜레마에 당연히 봉착하게 된다)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가장 혐오하지만 위의 페이퍼는 할수 없이 그러한 잔머리의 결과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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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발송을 수, 목에 걸쳐 한다더니...
그렇지 않아도 물건 살 일이 있어 그것과 이것을 어떻게하면 한날 한시에
한꺼번에 받을 수 있을까? 잔머리 좀 굴려봤는데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어요.ㅠ

저는 그냥 추천해 달라고 공지 올라오면 그때 올릴 생각입니다.
암튼 참 부지런하심다.^^

한사람 2011-10-03 22:01   좋아요 0 | URL

숙제는 빨리하고 놀아야죠 ㅋ
연휴에 평가단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벌써 연휴는 끝났네요 ㅠ
날씨가 많이 추워졌더라구요
오늘 나갔다가 제대로 떨었습니다..

비로그인 2011-10-0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례조회 때 선생님 없이 줄 선 기분'이라는 표현이 재밌어요 ㅎㅎ
저는 대충 끌리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추천했는데, 조금 뒤통수가 구리네요.
저도 다음 기회가 되면 인문 서적에 도전해보렵니다!

한사람 2011-10-03 22:56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저도 소설때는 대충 본능적으로 끌리는 책으로 다섯개를 채웠어요 ㅋ
장르쪽 걸릴때가 가장 난감했는데 것도 읽고나서 리뷰쓰면서 새로운 시각은 생기더군요
평가단 하면서 무엇보다 같이 추천을 하게 되는 평가단분들을 신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내가 택하지 않는 책이지만 다른 분들의 이유도 소중한 것이라는 배려가 없으면
나중에 택하지 않은 책이 왔을때 불만이 생기게 되더라구요

저는 평가단 하면서 어렵고 지루하거나 내 관심분야가 아닌 책들이었지만
그런 책들 때문에 리뷰쓰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거든요

뭐, 소설은 편차가 심하지 않은 편이라 선호도의 문제일수 있지만
인문은 맨땅에 헤딩한 저를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ㅠ
그런데 인문에 도전하신다고 했으니 그렇담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씀? 하하

그렇담 도전 강력히 추천합니다 !!

맥거핀 2011-10-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번에도 서평단을 하시는군요. 책 선정에 대한 얘기를 하셨는데, 저도 예전에 8기때 서평단을 했었는데(인문 분야) 하면서 늘상 책을 추천할 때 고민하게 되더군요. 어쩌면 그냥 아무 고민 없이 지금 현재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면 될텐데도, 아무래도 어떤 정치적(?) 고려들을 알게모르게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알라딘 측에서 공식적으로 뭔가 확실히 세워놓은 원칙이 없기 때문에 조금은 이런저런 말들도 나오는 것 같구요.

추천해주신 책들 중에서는 <의식혁명>이나 <선택의 과학>과 같은 책이 흥미를 끄는군요. 특히 어떤 영적인 부분에 과학적인 측정을 도입했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 가능할 것이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흥미롭구요. 저는 오늘 홍대에서 하는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서 당장 읽지도 못할 몇 권의 책을 건져 왔어요. 날씨는 좋고, 읽을 책은 쌓여가고 큰일입니다. 서평단이라도 하면 억지로라도 읽게 될려나요..?^^;

한사람 2011-10-04 00:34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인문 선배셨군요 ㅋ
정치적 고려를 안할수 없죠. 기왕이면 내실있는 책을 읽고 싶은건 마찬가지니까요.
또 함부로 추천하기도 어렵구요.

저도 <의식혁명>은 관심이 많이 가는데요. 정신과 육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와요^^
오늘 날씨가 쌀쌀하던데 홍대는 활기찼겠어요. 책을 그만 사자하면서도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수 없듯
책만 보이면 또 이것저것 사게 되는거 같아요. 책을 읽기 위해선 책을 그만 사야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ㅋ
저는 평가단을 하게되면 억지로라도 리뷰를 쓰게되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읽은 책들을 다 리뷰쓸수는 없고 자발적인 리뷰가 힘들죠. 소설리뷰는 그만하고 싶기도 하구요 ㅋ


가연 2011-10-04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오랜만에 들어왔네요ㅎㅎ 10기에도 뵐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네요ㅎ 개인적으로는 자아폭발이라는 책이 괜찮게 보이네요. 왠지 연작의 일부분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사람 2011-10-05 09:58   좋아요 0 | URL

10기도 같이 하는 관계군요 ㅋㅋ, 잘됬네요
리뷰쓰기전에 꼭 가연님글 컨닝해요, 하하
쓰 다음에도 확인하구요
9기때 보다 기대가 되네요
<자아폭발>이 역사분야로 분류되어 있어서 그래서 택했어요
도움이 될거 같아서리..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언제나 정성스런 페이퍼 :)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사람 2011-10-12 09:19   좋아요 0 | URL

히, 고생은요~(고생은 취합하고 선정하시는 쪽이 더 하겠죠 ㅋ)
언제나 안 읽어본 책에 대한 페이퍼를 쓸 땐 민망한걸요.
대충 보니 이번 인문평가단의 성향을 알수 있겠던데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1. 미학적 퍼포먼스

 

   이 책은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이라는 부제가 붙은 교양철학 서적이다. 제목이 된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시각화된 명령어)을 뜻하는데, 저자는 복잡한 명령없이 아이콘을 클릭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자신이 말하는 ‘개념어’를 알고 있으면 전문적 철학지식이 없어도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여, 이 책에선 ‘파타피직스(pataphysics)’, ‘앵프라맹스(inframince)’같은 개념이 38가지가 등장하고 이 개념을 적용한 문화, 시사, 정치, 인물분석이 저자특유의 시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분명 하나의 개념에 한 권(이상)의 책이 필요할 내용들이지만 저자는 이것들을 모두 모아 한 권에 요약집처럼 묶었으니 철학이나 인문학에 마음이 급한 독자들은 충분히 혹할만한 기획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개념정리나 하자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고  무엇보다 매뉴얼이라는 부제에 소장용의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나는 아주 오래전 시험공부를 안해놓고 급한 마음에 참고서 요점정리만을 읽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 그냥 내 선택에 헛헛한 미소만 띄우고 말았다. (요점정리는 모든 걸 공부한 사람한테나 필요한 정리가 아니던가 ㅠ)

   한마디로 이 책은 주기적으로 생산된 기사를 잘 묶어 절차에 따라 잘 엮어진 모음집이었고 그걸 ‘진중권’이라는 네임 밸류와 인문학이라는 포장으로 그럴싸하게 상품화한 책이었다. 현재 이 책은 국내도서> 인문학> 철학일반 > 교양철학 혹은 국내도서 > 인문학> 동양철학>한국철학> 한국현대철학의 분류속에 어엿하게 자리하며 현재 인문학 주간 2, 3위를 달리고 있다. 나 같은 독자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스스럼 없이 판매부수에 기여한 참으로 어리석은 독자였을 것이다. 이건, 출판기획이 아니라 전형적인 기획출판이다.

   나는 미학자이자 문화, 시사평론가인 진중권을 새삼 비판할 마음은 없다. 그럴 주제도 안되고 그런다고 내게 돌아오는 것도 없다. 일부 평론가들은 5천년이 넘는 한국의 문화를 서양의 이론 잣대로 분석하고자 하는 일 자체가 서구문화 사대주의라는 시각도 있다. 진중권의 비평을 '서양의 권위에 기대어 주체적인 사유나 고민도 없이 너무 쉽게 학자로 행세해 보려는 일종의 사기짓'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젝과 라캉, 벤야민만 들먹이면 모두 문화비평이냐는 것이다. (글쎄, 그럼 누구를 들먹여야 하는 것인지) 요즘 유행하는 심리학 책에 보니 작가와 작품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쓰는 것이 굉장히 지적으로 보이는 지름길 서평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일반독자들은 잘 알려진 평론가나 유명 정치인, 성공한 소설가를 대놓고 지적하거나 그들의 작품을 짜깁기나 쓰레기라고 하는 사람을 늘상 기다리며 그들의 논리에 일단 접고 들어가 박수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적절한 논리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지식을 첨가하여 순수한 독자로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돈 한푼, 책 한권 안 받고 그런 글을 올렸다면 열에 아홉은 그 사람을 배운 사람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렇게 비난하는 걸 보니 믿는 구석이 있겠군 ㅋ, 그만큼 배웠겠지 ㅠ) 그 글을 보며 나는 그렇게 생각안한다  손을 들고 싶었지만 이곳 서재만 해도 ‘감동이다’하는 서평보다는 ‘문제있다’ 지적하는 서평이 일단 추천이나 댓글도 많은 걸로 보아서 어느정도 인정해야 하는 연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그런 서평을 쓰겠다는 뜻은 아니다 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러니까 진중권의 비평시각이나 저자의 성향같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책을 덮고 났는데 38가지 개념 중 크게 기억나는 것이 없어 내 스스로 허탈감을 감당하지 못했다하는 건 제쳐두고 싶다.  몇가지 용어들은 수첩에 적어보고 입으로도 소리내 보았지만 이게 이렇게 간단히 말해야할 개념들인가, 하는 생각은 떨칠 수 없었다. (아니 과연 저자가 이러한 개념들을 가르쳐 주고 이 개념을 기준으로 비평을 학습하라는 뜻으로 이 기사를 썼을까) 내가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될 것이라는 무지의 전제를 배려하더라도 이건, 쫌.(이 책에 데리다가 두어번 등장하는데 내가 데리다를 모르면 도통 뭔말인지는 접수할 수 없다. 이 책은 데리다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에서 시작하는 식이 아니라 그건 데리다의 무엇이고 저건 벤야민의 무엇인데 내가 보기엔 이것이다, 식이다) 언젠가부터 트렌드가 된 신문 및 잡지 연재 기사, 칼럼이 인문학, 사회과학 서적으로 깔끔하게 포장되어 출판되는 서적들에 관한 논의만 하고 싶다. 물론 소설도 카페나 계간지, 온라인 서재에 연재된 후 출판이 되고 있고 반응도 괜찮은 줄로 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설은 처음부터 장편으로 기획된 창작물이고 어느 정도 수정이 가해지긴 하지만 집필하고 나서 시류에 맞춰 작가의 네임 밸류를 이용해 다른 장르로 왜곡, 포장, 출하하진 않는다.

   또 신문칼럼, 잡지기사, 특집토론등이 책으로 출간되는 것 자체의 출판기획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시대마다 정치성, 화제성, 의미성, 윤리성에 대한 판단은 출판기획의 몫이고 또 대중에 호소하며 유익한 책들도 있어왔다. 그런데 가끔은 원래 연재되었던 시사적 수준 이상의 과장적 수사를 적용하여 이렇듯 철학이나 인문, 문학서적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된 글은 철저하게 시의성을 담보로 한다. 까놓고 말해 철학 개념 정리하려고 그때 그 기사를 쓴 것은 아니라는 말씀. 예를 들어 지난 여름에 임재범이 콘서트에서 나치복장으로 카리스마를 강조해 공연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진중권은 그때 나치군복은 미학적으로 후진 퍼포먼스였다는 평가를 바로 ‘나치 코스프레의 구린 미감’이라는 제목으로 <진중권의 아이콘> 칼럼에 기재한 적이 있다.(2011.7.15) -물론 임재범 논란은 이 책에서 빠졌다. 빠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건 이런식의 주장을 연속하는 기사가 철학의 하위에 속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당시 그는 임재범의 공연미학과 공연윤리 수준을 언급하기 위해 아방가르드의 파토스와 벤야민을 인용하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얘기를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방식으로 하던 90년대 베네통의 얄팍한, 그러나 탁월한 사진 프로젝트처럼’ 위선적이라는 평가를 내렸고 차라리 도발이 되길 원했다면 후에 변명같은 건 안했다면 좋았겠다고 부연했다. (임재범은 예전과 달리 요즘은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한데 거기다 대고 미학적 기준을 천명할 것 까지는 없지 않았을지) 뭐 논리적으로 틀린 말도 아니고 ‘미학적’이라는 잣대로 본다면 적어도 미학전공자인 그를 반박할 여지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그도 지적했듯이 그러한 퍼포먼스가 논란을 일으킬 것을 미리 알고서 애초부터 윤리적인 알라바이를 만들어 놓았던 임재범처럼, 그 역시 한창 인기 절정이었던 임재범의 단독콘서트 시즌에 바로 뜸들이지 않고 직설적인 평가를 내린 것, 어짜피 뜨거운 감자를 손대보고 뜨겁다 말하는 것 자체가 촌스럽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저자의 한계만 같아서 ㅠ) 


<진중권의 아이콘- '나치 코스프레의 구린 미감'(2011.7.15) / 씨네 21 기사 中에서> 

http://www.cine21.com/do/article/columnList?menu=M551





#2. 지적인 퍼포먼스



   진중권의 아이콘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상대적 관점을 바라보는 너그러움, 정도가 될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유독 '시차적 관점'에 대한 사유를 빈번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논란이 되는 평가를 많이 해왔기 때문인지 내가 보기에 그 논리야 말로 저자자신을 지적으로 방어하는 습관이라고 보았다. 저자는 시차적 관점이 '팽팽한 긴장속에서 유지하는 새로운 사유의 습관'이라 말한다.  쉽게 말해 당신도 당신 기준 있듯이 나도 내 기준 있는데 서로 기준이 틀리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각자 인정한 채로 살아가자는 것이다. 팽팽하지만 늘 새롭게.

   
 
말로 상대주의를 선언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문제는 현실이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데 있다. 어떤 가치가 진정으로 중요한지 말해줄 객관적 기준없이 우리는 살기 위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선택을 대체 어떻게 정당화할수 있을까? 또 그 선택이 선택되지 않은 다른 입장들에 부당한 것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78p
 
   

 
   이 책이 내게 고민을 던진건 철학적 개념들에 대한 요약과 상관없이 바로 저자가 고민하는 상대주의적 관점의 합목적성과 그 과정의 실현이다. 어느 한쪽을 위한 상대적 관점이 아니라 그냥 상대주의 자체를 목적하는 습관, 세간에 알려진 비평가들은 애석하게도 그렇게 보인다. 나는 그가 여러 문화, 정치 현상과 대중 예술계인사들을 평하는 잣대처럼 마찬가지로 그를 평하는 다른 잣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도 모르진 않는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내가 이해한 그의 방식은 이런 것이다. 나는 지난 시절 여성잡지에서 열페이지 걸러 심심하면 등장하던 ‘이 사진은 해당기사와 특정한 관계가 없다’는 한 줄의 변명과 같은 수준으로 그가 ‘이 책에서 표명한 나의 주관적 견해나 주장들은 고스란히 잊어도 좋다’는 안전장치를 인식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임재범과 타블로, 허경영, 그리고 요즘엔 양악으로 성형수술을 한 여배우들까지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철학개념들로 스스로 내린 평가는 ‘씨네 21’이라는 잡지속의 훌륭한 칼럼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교양철학’이거나 ‘한국현대철학’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소견을 전해 드린다. (진중권의 아이콘 연재당시의 칼럼제목은 이 책의 소제목들과 관련이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동종업계의 오래된 커넥션에 의해 트렌디한 '교양철학'을 기획했고 그것을 '한국현대철학'의 하위분류에 삽입되길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잘 모아서 크리넥스 뽑듯 철학적 개념을 톡톡 추려내고 그것을 기획된 순서에 의해 소제목으로 네이밍하느라 수고한 책이다. 후편집의 승리요, 기획포장의 진화이다.

   가뜩이나 어렵다는 출판계에 찬물을 끼얹는 독자가 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이런 식의 기획출판은 출판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필히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가수’도 처음엔 장기침체된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되었다고 했지만 알고 보면 자신들의 음원사업 확장의 장기 프로젝트였었고 그 결과 새로운 음반 시장을 알게 모르게 죽이는 결과도 나타나지 않았던가. 아무래도 새로운 소설이나 시집, 정통 인문학 서적보다는 이러한 책이 잘 선택될 시장이라는 것을 알고서 저지르는 만행이 더 얄밉고 괘씸하다. 이건 내 생각인데 온라인 서점에서도 이런 책은 장르를 따로 분류해 국내도서 > 연재 > 신문(잡지) > 칼럼(에세이) 식으로 위치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그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말하기를 "이 책이 이른바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 말하자면 독자들의 머릿 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었으면 한다‘고 하였다. 미학적으로 멋지고 촌스럽게 써먹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서 요즘 출간된 책들 중에서 마찬가지로 잡지와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잘 묶어서 더 잘 엮어낸 책들을 찾아 보았다. 그렇다고 다음 책들을 읽어보지 않고서 무조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소장용의 목적도 의미가 있고 또 연재로 볼 때와 한권의 책으로 넘길 땐 그 진중함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바이다.(나 역시 인문서적 추천할때 선택한 책도 있다) 그러나 김여진의 글과 김영희 PD의 인터뷰를 온라인 기사로 보는 것과 책으로 읽는 것의 차이는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아니 그쪽가서 클릭 한번으로 기사를 읽어보고 책의 구입은 그 판단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듯하다. (나같은 시행착오를 방지하려면)

  


 이 책도 '한겨계 훅hook'에 연재된 특집 기사를 엮은 에세이집이다. 그래도 이 책은 사회과학>여성문화, 외에도 에세이>명사에세이로 분류하긴 했다. 하지만 진짜 에세이집으로 출간된 책들에 좀 미안한 책은 아닐까. 아래 주소에 방문해서 김여진 글만 읽어봤다. 물론 다른 분들도 있다.

(http://hook.hani.co.kr/archives/category/%ec%97%b0%ec%9e%ac%ec%b9%bc%eb%9f%bc/%eb%b0%b0%ec%9a%b4-%eb%85%80%ec%9e%90)

 

 

 

 

 이 책 역시 한겨례에 연재한 ‘한홍구 서해성의 직설’을 묶어서 엮은 책이다. 장르는 사회과학> 비평/칼럼에 위치해 있다. 뒤늦게 인터뷰를 찾아서 읽어보니 온라인에서 더 생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책으로 출간되니 확실히 개념서적으로 보이는 건 맞다.

(http://www.hani.co.kr/arti/SERIES/248/)



마침, 오늘 이번 달 평가단 도서로 선정이 되어 이 책은 자세히 읽고 리뷰를 남길수 있게 되었다.
(안그래도 내가 추천한 책이라 또 실망스럽다면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ㅠ 얄궂은 운명이구나 ㅋ)

 

 

 

   지적인 저자, 더 지적인 출판사, 더더 지적인 서평자들은 많다. 우린 더더더 지적인 독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쓰고나니 괜히 좋은 기획으로 탄생한 책들을 싸잡아 깎아내린 듯한 기분이 들지만, 진중권의 <아이콘>은 아이쿠였다. 헐.  아침에 트윗에서 출판계에도 '나는 꼼수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문 MD의 글을 보았는데 대단히 공감하는 바이다. 독자들은 사실 그 속내까지 판단해가며 책을 고르기가 쉽지않다. 마케팅과 화려한 광고, 그리고 기존 네임밸류를 믿고 책을 샀다가 읽은 후라야 후회할 수 있다. 그렇게해서라도 출판이 활성화되고 책 읽는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글쎄, 그러한 기획출판이야 말로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구린 퍼포먼스'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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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아이콘] 읽고 있는데, 무지 재밌네요. 짧은 한 편 한 편이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잘 써놨는지 모르겠어요. 지적인 독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책이 제게 오지 않았나 싶네요 ㅎㅎ

한사람 2011-09-27 19:11   좋아요 0 | URL

하하, 수다쟁이님. 저 여기 있었어요 ㅋ
저도 재미는 좀 본거 같습니다 ㅠ 쬐금 속은 느낌은 들지만요~
글들이 영화잡지에 연재된 문화비평이라 철학개념서적으로 포장한건 .. 뭐 저같이 기대한 독자만 아니라면
요약집으로 꽂아둘만하구요. 그런데 저는 왜 그 개념들이 잘 기억이 안날까요 흑..

비로그인 2011-09-27 19:42   좋아요 0 | URL
ㅎㅎ 아무래도 개념을 소개해주는 책이라서 많이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네요. 며칠 전에는 [철학 vs 철학]을 읽는 사람을 만났는데, 진짜 대단하게 보이던걸요. 칠백쪽이 넘는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요? 하아, 소설만 읽는 소설쟁이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 '')~ 우선 이 책부터 다 읽고 나서 또 도전해봐야지요!

맥거핀 2011-09-2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21'을 상당히 자주 보는 독자로써 한마디 하면, 진중권 씨의 그 꼭지는 거의 시사칼럼에 가까웠거든요. 말씀하신 임재범 경우만이 아니라, 당시 회자되던 문제 중 진중권 씨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 - 예를 들어 민노당의 북한에 대한 입장, 진보 진영의 통합 문제 등등 - 에 대해서 철학이라는 옷을 입힌 다음에 돌려 까는(?) 글들이 거의 대다수였는데, 이것을 괜히 기초철학 입문서 같이 포장한 거 같네요. (시사와 철학의 연결이다 보니, 그래서 뭔가 상당히 논리정연한 듯이 보이는 글들도 있었지만, 또 어떤 글은 약간 뭔가 조금 이상해보이는 글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씨네21' 사이트에서 개념의 오용이니 어쩌니 하면서 댓글 논쟁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고...물론 그런 개념 오용에 대한 논쟁은 진중권 씨만이 아닌, 다른 분들의 글에서도 흔한 논쟁이긴 합니다만..)

진중권 씨 글들을 나름 재미있게 본 저같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름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이 글들을 모아서 차분히 보고 싶다는 생각들을 했었거든요.^^; (한사람님 글을 보니, 예전에 진중권의 '이매진'도 그렇고, 차라리 그냥 글을 잡지에 게재한 순서대로 묶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한사람 2011-09-28 14:55   좋아요 0 | URL

히히, 철학 옷 입혀서 돌려깐다 ㅋㅋㅋㅋㅋ, 이 죽이는 적절성^^
이게이게 온라인 서점에선 목차가 중요하잖아요. 한눈에 구성된 목차가 씨네 21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제가 원 기사와 비교를 해보니 더 그래요. 차례도 잡지기고 순과는 상관없고(그러니 산발적으로 사건이 나오는데 뜬금없어 보이죠 ㅠ) 칼럼중에 개념용어다 싶으면 쏙 뽑아서 그걸 목차로 들이대요. 그러니 전체 구성만 보면 그럴싸해보이고 음...괜찮군 싶은거죠. 그걸 언제 다 공부하겠어요.

개념공부가 아니라 그냥 진중권 비평 관심있게 보는 독자들은 맥거핀님처럼 의미있을수도 있구요.
하지만, 다 좋은데 진짜 철학개념서적인척 홍보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출판해도 될텐데 꼭 장르이탈(을 통한 격상? ㅋ)을 원하는 자체가 열등감의 산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