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연이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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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연재는 무대공연과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개인으로서 자신을 조종해야 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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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가 메모에 끄적인 말씀이어요. 작가도 아닌 주제에, 오늘 이 말씀 무릎을 탁탁 치면서 고개 끄덕였어요. 물론, 아무도 관람하지 않는 것 같은 서글픈 마음은 많았지만 그래도 약속한 날까지 공연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 되었어요. 이 엉터리 잡문(이제 하루키 때문에 잡문이라는 표현도 못하겠잖아요 ㅠ)을 누군가 읽었다면 반드시 유치하며 모자르다, 아직 한참은 멀었구나, 혹은 그래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지... 생각했을 테죠. 이해, 이해, 백퍼센트 이해하고도 남아요. 어떤 구절, 구구절절, 저조차 그렇게 읽었으니까요, 하하. 어쩌겠어요. 아직은 이것 밖에 안되는 걸요 ㅠ. ... 변명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것으로 제 한계를 똑바로 마주하고 싶었어요, 뭐 이런 자기위로를 하고 싶어지네요.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의 배열은 그냥 제 수준대로 부끄럼을 무릅쓰고 집어 넣었어요. 어느 아침 갑자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이 시집 저 시집을 들추어 보다가 여기서 근사하고 멋진 단어 하나를 가져온들 내 수준은 달라지지 않아, 이렇게 눈물을 머금고 그냥 달렸어요.
#2. 약속을 지켰어요.
이제는 다 지나간, 애써 기억하려 해도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 열심히 사랑했을 때의 감정을 떠올려 보기 위해 20대 때 들었던 음악을 매일 밤 한 시간씩 들으면서 잠들었어요. 어느 가을날 비가 왔을 때 울면서 걸었던 순간을 다시 회상해보려 무릎 나온 츄리닝을 입고 그대로 산책을 하고 돌아왔어요. 어느 추위가 시작된 날엔 아침에 글을 올린 후 뻗어서 하루 종일 잠들었던 적도 있어요. 잠들면 그 다음 이야기가 꿈으로라도 등장할 줄 알았는데 시간만 흘러가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었죠. 아...그때의 암담함이란 ㅠ. 가장 예쁘고 가장 건강했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앨범을 들추어 보기도 했어요. 어떤 사진은 내가 보아도 정말 이런 모습,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나 싶어 사진속의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 적도 있었죠. 그렇게 거북이 같이 매일매일 이야기를 지었고 오늘 거짓말처럼 끝이 났어요.
원래는 50회로 마무리 하려 했는데 2회가 늘었어요. 웃겼어요. 이런 것도 작가를 따라하다니 ㅋ. 그래서 지난 주말에도 맘 편히 쉴 수가 없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줄거리도 구성도 결말도 아니었고, 제 시간에 쉬지 않고 올리는 일이었어요. 아무도 시간을 정해주지 않았고 누구 하나 안 올린다 뭐라 할 사람 없었지만 그냥 그 약속만은 지켜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젠 좀 내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리 허접한 내용이지만...아무리 틀렸다고 하지만 끝낸다는 어려움을, 그 막중한 결단과 인내심을 견디어 낸 것이니까요.
#3. 보고 싶어요
저는 제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소리 없이 끝까지 읽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알아요. 제게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신기하게 온 몸으로 느껴요. 그분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건 응원하고 있었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었건 모두다, 제게 많은 힘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그동안 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독서도 절제하고 다른 글도 쓰지 않았어요. 늘 그렇듯 내가 책을 집어 들지 않아도 책들은 쉬지 않고 나타났다가 또 사라지더군요. 연말엔 쌓아 두었던 소설들을 굶주린 거지처럼 마구마구 흡수해 버릴 듯 하네요. 실은 결말을 마치고 나자마자 <리투아니아 여인>을 들었는데 벌써 삼분의 일이나 읽어버렸어요. 저는 확실히 이문열, 김훈 같은 남성적이고 확고한 문체에 강렬하게 반응 하나봐요. 연재 소설에서도 최대한 여성적 향기를 배제하려 노력했는데 내용상 여성적 시점과 여성적 체험이 많아 뜻대로 관철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점심을 먹고 인사는 해야겠다 싶어 이렇게 조그만 인사를 올립니다. 한참이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책이 너무 그리웠어요. 물론 책에 대한 수다를 떨수 있었던 많지 않은 제 이웃님들도. 보고싶어요^^

덧붙임) 이 책을 다 읽으면 ..어쩌면 이 책 리뷰를 쓰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언젠가 다시 리뷰를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돌아오면 그때 쓰면 된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현재로선 반쯤 돌아왔어요. 하하 뭐 이런 걸 다 알려주냐구요?? 다시는 리뷰 안쓸 것 처럼 비장했던 적이, 아마도 있었던 것 같아서 찔려서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