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 곁, 증거


  가을은,

  방황하기 썩 좋은 계절은 아니다. 성인으로 이십년 살아 오면서 내 스스로 방황하고 있다 느낀 건 늘 여름이었다. 어떤 조짐이 보이는 건 약 오월 무렵 부터이고 한여름이 되면 뜨거워진 태양만큼이나 방황하는 깊이도 커지곤 했다.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는 건 추석이 지나 찬바람이라는 가을이 피부로 체감될 때, 두어장 남은 달력을 넘겨보며 한해의 이익과 손실을 따져보게 되는 시기. 바로 시월이 오기 전, 이 무렵 부터인 것이다.


  같은 무렵,

  여자들은 필히 자신들의 노화 정도를 체감하게 되는데 주로 탈모, 피부처짐, 소화불량, 불면증등을 호소하게 된다. 이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감기와 몸살에 시달리고 몸이 좀 나아진 후 여행이라도 가볼라치면 반드시 겨울이 눈앞에 닥쳐와 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준비없이 시간에 이끌려 관성대로 두어 개의 모임에 참석하고 나면 한해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 나이들면서 점점 느끼는 것이지만 한 계절을 무사히 그러고도 알차게 통과한다는 건 결코 쉽거나 작은 일이 아니다. 더불어 앞으로 계절이 중년에 축복이 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을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그러면서 인간은, 여자는 지나간 계절을 회상한다. 가을은 증상으로 여자의 노화를 유발한다.


  자주,

  발견되는 증상으로 흘러간 가요를 찾아 자꾸 듣게 된다는 것, 가사를 확인하고 새삼 몇 구절에 맞장구를 친다는 것. (나는 오늘 무도를 접고 불후의 명곡을 보았다.) 지금 그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 할까, 나 없이도 잘 살아갈까... 이런 류의 가사는 유독 전기고문처럼 가을의 일상을 내버려두지 못한다. 나의 첫사랑은 얼마 전 스마트폰의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사람들은 어떨 때 프로필 사진을 변경할까. 내 경운 하나의 사진에 꽂히면 그 사이트가 폐쇄될 때까지 프로필 사진 같은 건 잘 안 건드리는 쪽인데. 또 내가 아는 남자들은 사진같은 걸 자주 변경하고 꾸미는 세심함 같은 게 없는 사람이 많은지라 그가 멀쩡한 자신의 얼굴에서 그냥 바닷가 같은 사진으로 바꾸어 놓은 게 나는 자꾸 걸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면 사진은 보다 자신이 자신임을 증명하는 증거일 것이고 자연환경은 자신보다 메타포적이니까. 예를들면 떠나고 싶다거나, 자유가 그립다거나, 나는 사라졌다거나 뭐 이런. 그래 어쩜 그도 방황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야무진 추측을 해보곤 폰을 던져버렸지만.



#2. 서점 옆, 영화관


   한 달에 한번은 직접 걸음으로 서점엘 가는 것 같다. 서점에 가보면 온라인에서와는 양상이 많이 다르다는 걸 실감한다. 확실히, 사람들은 가을에 책을 안 읽는다. 텅텅빈 서점에서 나는 방황할 수 없겠다는 실망감이 들었다. 정신은 여름보다 더 뚜렷하고 그래서 어디론가 도망가거나 떠나고 싶거나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나질 않는다. <도가니>의 개봉에 맞춰 현재 소설베스트는 도가니였고, 약 삼년 째 2,3위는 <엄마를 부탁해>이다. 지겹고 신물이 난다. 언제까지 공지영과 신경숙만이 소설을 지배하는 서점이 되어야 하는 걸까. 유재석과 강호동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이승철과 이문세도. 김건모와 신승훈도. 이들의 공통점은 한 시절이 십년은 간다는 것인데 그럼 앞으로 몇년은 더 공지영, 신경숙이어야 하지 않나. 제길.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캐이트 윈슬럿, 주드 로, 마리옹 꼬띠아르>


   울 동네는 운좋게도 서점과 영화관이 같은 건물에 있다. 아이와 함께 <도가니>를 볼 수 없어 <컨테이젼>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우린, 충격을 머금고 영화관을 나왔다. 장르와 소재가 전혀 다른 영화였지만 지난번 <혹성탈출>의 마지막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제 미국은 누구를 대놓고 비판하고 자기들을 치켜세우기 보다는 다같이 구별없이 인간임을 반성하자는 것이구나. 그러니까 세상이 이렇게 된건 자기들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구나, 싶었다. 늘 그렇듯 그들은 영리하다. 이데올로기나 경제, 테러, 환경 등 모든 문제를 따져보기 전에 그 모든 것은 우리 다같은 인간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근본주의,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는 과도하지 않으면서 진중한 메시지를 남겼다. 스티븐 잡스와도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맷 데이먼, 주드 로, 케이트 윈슬럿, 기네스 팰트로같은 흥행배우들을 데리고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색다른 영화를 연출했다. 시간상 오래 견딘건(?) 맷 데이먼 이었지만 그의 연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외려 평이해 보였달까. 나는 이들 주연배우들을 보면서 새삼 내가 살아온 그간의 세월을 느꼈다. 약 십년 전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는 <리플리, 2000>라는 영화에서 이미 삼각관계로 출연한 바 있다. 그땐 그들도 한창 팽팽했었는데 어느덧 나처럼 아저씨, 아줌마가 되어 있더라는 것. 그들 중 그런대로 가장 원형을 보존(?)하고 있던 배우는 주드 로였고 솔직히 캐이트 윈슬럿은 이토록 연기파로 성장할지는 몰랐었다.  

 


<리플리 - 안소니 밍겔라 감독, 2000 /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컨테이전, Contagion, 2011>은 말 그대로 전염을 뜻하는 의학 스릴러 영화이다. 신종 플루처럼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속수무책으로 사람들은 죽어나간다. 내용상 소재가 전개되는 모습은 재난장르의 영화처럼 보이지만 재난형 블록버스터나 SF적 서사를 표방하진 않았다. 비슷한 류의 바이러스 의학 영화의 경우 대개 미국식 영웅주의를 결말로 내비치거나 가족의 의미, 사랑의 복원등 인간성 및 가치중심주의로 회기하는 패턴인 것에 비해 상당히 바이러스를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한 영화이다. 교육적으로 본다면 구성주의적이고 서사적으로 본다면 열린 결말에 가깝다. 한마디로 문제해결이 아닌 의제 제시형 컨텐츠에 해당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가 아닌,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인 것이다. 이런 영화를 가지고 대개 평하는 자들은 감독의 주제의식이 높다, 이렇게 말하던가.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이튿날, 그러니까 최초 감염자가 전염된 다음 날인 D-2 번째 날부터 영화가 시작되고 라스트에 D-1, 그 첫째 날이 역으로 공개된다. 기네스 팰트로가 왜 어디서 어떠한 경로로 감염이 되었는지 마지막에 제시되는데 이 마지막 장면이 미치도록 뇌리에 남는다. 러닝타임으로 보았을때 기네스 팰트로는 그리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데 생각나는 건 온통 그 여자가 나오는 장면이 거의 지배적이다. (이런걸 밝히는 걸 스포일러라고 하던데 영화로 확인하시기 바란다. 기네스 팰트로 때문에 나는 구역질이 나올 뻔 했고 죽어도 부검은 당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ㅠ)

   내가 이 영화에서 느낀 게 있다면 그건 치명적 바이러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위기상황에서의 인간이 행하게 되는 최소한의 윤리의식이다. 감독이 마음에 들었던 건 등장하는 인물마다 교묘하게 해당직업, 놓인 위치에 따라 극한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자기중심 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관객에게 그 정당성을 질문했기 때문이다. 눈에 띄던 인물은 유명 블로거로서 음모론 같은 걸 제기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주드 로였다. 그는 바이러스로 숨진 최초 피해자를 취재한 사람이었고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소위 말하는 민간요법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블로그에 게시하여 떼돈을 벌게 된다. 정부와 보건당국, 제약회사간의 이권을 둘러싼 꼼수를 고발하고 자신이 사회정의를 위해 취재를 하고 있다는 식의 인터뷰를 자행한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는 병이 걸리지도 않은 자신의 몸에 개나리즙이라는 요법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국민 대 사기를 친 인물이었고 나중에 이미 번 떼돈으로 보석금을 내고 당당히 석방이 된다. 처음엔 그도 정의감 불타는 저널리즘 정신으로 개인취재를 하던 블로거였지만 유명 인기 블로거가 되고 보니 자신의 말 한마디가 법전처럼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에선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현상과 인터넷을 통해 사회학적 바이러스가 유포되는 것을 동격화 한다. 정의감이라는 것도 결국 나르시시즘이라는 바이러스에 얼마든지 빠져들 수 있는 면역력 약한 인간의 심리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 작품에선 신기하게도 이렇게 사회나 국가를 위해 정의롭기 보다는 오로지 개인 자신만을 위해 정의롭던 사람들만 살아남는다. 누구보다 그 위선을 경쟁력 삼아 바이러스 가득한 이 사회를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선하지도 남달리 악하지도 않은 필요에 따라 자기위선과 자기기만을 반복하는 사람들이다. 죽기직전까지 알량하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행하는 모든 것들은 참 사소하고 애처롭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을 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슬펐다. 이야기는 실종되고 문제의식만 남았다. 가을도 그렇지않나. 계절은 사라지고 언제나 고독만 남는것.



#3. 방황 후, 시작


   고로, 나는 방황한다.

   적어도 아직은 방황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내가 지금 방황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 사실 괴롭거나 우울하지는 않다. 나는 언젠간 이 시기를 작별할 것이고 다시 세상과 조우하는 날을 맞이 할 것이다. 아마 내가 방황을 끝낼 시점엔 이렇게 팔자좋게 글이나 쓰고 있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많이 알지 못하는 친구 하나는 아침방송 보며 커피마시는 호사를 누리는 주부들이 제일로 부럽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런 주부들이 되기 싫어 사실 아침에 TV를 켜지는 않는 주부였다. 스마트폰에 내 소개가 ‘가장 얇은 단위의 인연의 끈’이라고 되어 있다는데 학습지 선생님은 나더러 혹시 책을 많이 읽으시냐고, 시집이나 아니면 특이한 책을 많이 읽으시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이 상당히 모욕적이었지만(선생님은 나 기분나쁘라고 한 질문이 아니지만 ㅠ, 나는 보기와 달리 책을 많이 읽으시는 군요 식의 평가가 미치도록 안듣고 싶었던 이중인격의 소유자이므로) 아,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기만 했다. 자존심이 센 것이랑 자존감이 높은 건 다른 문제인데 말이다. 괜한 일로, 사소한 한마디로 하루를 고민하기 싫어 나는 그 질문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내 방황의 핵심에 그 '보기와 달리'는 어엿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나는 어딜 가서 혹은 누군가가 책 많이 읽냐는 말이 왜 이리 싫은 걸까. 나는 정말이지, 책 좀 읽고 글 좀 쓴다는 말이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내 생애 지독한 욕처럼 들린다. 내가 그들 한테 책 사달라고 한 적 없으며 내 글 읽어 달라 한 적 없는데. 풋, 이런 막되먹은 식의 자기방어 논리를 갖다 붙이고 싶어진다. 모든 건 현재, 내가 방황하고 있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싶다.

   서점에서 어떤 책을 펼쳤는데 거기 내 폐부를 정통으로 찌르는 말이 적혀 있었다. 심리학 책이었는데 사람들은 칭찬하는 사람보다 비판하는 사람을 더 지적이고 똑똑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필 예로 서평을 들었는데 어떤 책이 좋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그 책과 작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에게 호감은 덜 느끼지만 그 작자가 훨씬 더 유능하고 많이 배운 사람이라고 느낀다는 연구결과. 하하하. 그러니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호감도는 낮더라도 능력있게 보이고 싶으면 누군가를, 무슨 책을, 이 사회를 실컷 비난하라는 말씀. 그 챕터를 읽고 나는 그 책을 사고 싶지 않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서가를 한참 방황했다.



   그러곤 그냥 본능적으로 방황스런 책을 집어 들었다. 내가 가장 못 견디는 것은 결국 사고 싶었던 옷을 그 옷을 입는 것과는 별개로 사고 만다는 것과 같은 이치로 나는 어떠한 책을 본능에 못 이겨 사고 만다는 것이다.  알라딘의 할인, 적립금같은 걸 포기하고 나는 그냥 제 값을 내고 말 때가 한달에 한번은 꼭 무슨 생리하듯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소설이 매우 싫어졌다. 대중소설에선 스토리에 대한 갈증을 못 느끼고 본격문학에선 난해함의 이성에 도무지 감성이 동하질 않는다. 시집에선 관념을 해체시키는 방식들이 지겹고 젊은 작가들의 말장난도 역겹다.(이것을 언어의 유희라고 할 너그러운 가슴이 아니시다, 지금은) 그렇다고 나이든 작가의 선 굵은 서사가 뭐 애국할 일 있다고 예전처럼 와 닿지도 않는다. 트렌디한 신문이나 잡지 연재 모음집은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빤한 정치서적들은 그들의 정의로운 위선이 내 선량한 존경심을 방해한다. 그래서 아무런 의도없이 내가 알지 못하는, 내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나만 조용히 알고 싶은 책들을 찾게 된다.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보물찾기라도 하듯 나는 서점에서 아무도 찾으라 한적 없는 책들을 찾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 사실, 진중권의 <아이콘>을 읽으며 약간 실망을 했다. 이 분은 참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하는 범상치 않은 재주를 가지셨구나. 나는 그냥 무거운 것들은 무거운게 좋다.)

   그래, 나는 사실 조금은 더 방황하고 싶다. 가을에 자꾸 무언가를 계획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 어제 이승철이 오래 간만에 뼈있는 한마디를 하더라. 언제든지 대중의 껌이 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사실 지난 시절, 오랜 세월동안 자타공인 달콤 쌉싸름한 껌이 되어온 그가 그렇게 씹어 대온 대중들에게 던지는 공개적인 대답이기도 했다. 그의 젊은 시절은 그리 순탄치 않았고 마약, 이혼같은 음악인으로서 진부한 개인사로 잊어먹을라 하면 구설수에 오르곤 했었지. 그의 노래에도 '방황'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내가 대학생 때였던가. ‘파란 넥타이, 줄무늬 팬티, 그것만이 전부는 아냐’ 뭐 대충 이런 가사가 생각난다. ‘어딜 가야 찾을 수 있을까’, 하던 구절도. 사랑을 찾아 떠난 것도 방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이십 년전에 사랑을 찾아 헤매는 방황을 노래하는 가수였다.

  그런데 살아보니 사랑을 찾아 헤메는 건 방황은 아닌 것 같다.

  방황은,

  방황은, 자기 자신을 찾을 때라야, 대체 어디있는 건지 자신을 찾아 떠날 때라야 방황답다는 결론이다. 나는 내 실체, 내 본질, 내 진실 이런 것들과 매일을 싸우고 견디느라 이 방황의 시간이 바쁜 사람에 속한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이제 내 방황의 내용이 아니고 그것의 종결 시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어쩌면 내가 멈추고 싶은 것은 방황이 아니고 방황의 인식, 마무리, 그로 인한 또다른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더 방황하고 싶다. 나는 정신을 좀 똑바로 차린 채로 방황을 이어나가고 싶은데 이 책은 ‘정신차린 방황’을 선호하는 나의 의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 나는 이제 불확실한 삶이 가장 두렵지 않다는 것을 깨우친 꽤 영악한 방황기술자가 된 것은 아닐까.


   
 
방황의 기술이 안전지대를 박차고 나와 경계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죽음과의 만남도 반드시 그에 포함될 것이다. 죽음은 납득할수 없는 우리 인생의 경계다. 죽음은 삶을 경솔하게 낭비하지 말라고 외치는, 삶을 존중하라고 호소하는 비밀이다. 그 비밀로 혼란에 빠져보자. 바로 지금. 모든 순간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라는 것을, 모든 순간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기회라는 것을 명심하자. ‘늙는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건 굳이 늙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지금부터 시작하자.    -215p
 
   


   방황을 정신차리고 똑바로 제대로 기술적으로 시도하라는 건 사실 방황을 하지 말라는 뜻과도 통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그건 방황이 아닐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웃기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을 울리거나 공부하지 말라고 하면서 공부하게 하는 류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내가 방황을 그만두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방황을 더 깊게 하고 싶어서라 반박하고 싶다. 올 가을엔 더. 제대로. 그건 어쩌면 방황을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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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9-25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처음에 포스터만 보고는 이 영화 주연배우들 모으느라고 돈 좀 썼겠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한사람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영화가 급 땡기네요. 소더버그 감독이라면, 오션스 시리즈나 트래픽 같은데서, 여러 배우 떼거리로 나오는 이야기를 솜씨좋게 비벼내던 능력이 있으니, 일단 기본은 할 거 같은데 말이죠.^^ 형이상학적인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영화라..도대체 어떤 식의 영화일지 짐작이 잘 안갑니다. (그리고, 혹시 방황이 끝나시더라도, 글은 계속 써주시면 참 감사할 것 같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ㅋ)

한사람 2011-09-25 12:28   좋아요 0 | URL

예, 전 무심코 보았는데 나중에 기억해보니 '더 자켓'이라는 영화가 기억나더라구요.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감독으로 기억해요. 오션스 일레븐도 기억나고. 맥거핀님 말씀 처럼 떼거지 영화로서 어느 누구에게 촛점을 맞춘 연출보다는 모두 모아서 사회적 문제를 던지는 성향이 많은 것 같네요. 형이상학적 바이러스는 그냥 제 생각이고요. 주드 로가 계속 혼자서 취재를 하고 다니는데 감독은 정부의 거짓말이나 블로거의 거짓말이나 층위만 다를뿐 우리는 보도된 진실만을 비판할수 있다, 뭐 그런 메시지를 던진다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 적당한 위선과 거짓이야 말로 복잡한 사회에서 살아나가는 항체라고 말하는게 아닐까 싶어요 ㅠ

전반적으로 저는 추천할 만했습니다~ 제가 워낙 영화보고는 아니다, 그런 말 안해요 ㅋㅋ
예전엔 책보다 영화를 좋아했는데 요즘은 책으로 턴하면서 영화보면서 자꾸 문학적 분석을 하려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그냥 즐기지를 못하는게 아쉬워요. 그래서인지 저는 시각적 효과 화려한 영화보다는 이런 질문형 영화가 좋아요^^

글이야 뭐~ 하하, 그런 말 들으면 제가 감사하고 뭉클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소리 들을 자격있나, 뭐 그런 또 시답지 않은 자기검열로 들어가네요..병입니다 ㅠ

노이에자이트 2011-09-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고 나니 한사람 님이 가까이 있다면 왁스의 '여정'을 불러드리고 싶군요.이 노래 아시죠?

한사람 2011-09-25 23:30   좋아요 0 | URL

잘 기억이 안나서 찾아서 들어보았어요..
가을과, 여자와 잘 어울리더군요.
안그래도 어제 오늘 거의 지나간 노래들과 시간을 보내네요 ㅋ

고마와요. 근데 왁스는 요즘 보기 힘들죠. 나가수 같은데 안나오나 ㅠ

노이에자이트 2011-09-25 23:45   좋아요 0 | URL
왁스 노래 괜찮은 게 많죠.10대 부터 40대까지 팬도 다양하고...'여정'은 제 애창곡이죠.

2011-09-25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5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빅브라더스, 궁금하다


   어제 KBS 예능프로에서 황석영작가를 볼 수 있었다. ‘빅브라더스’라는 파일럿 프로였는데 4명의 MC중 어엿한 한자리를 차지하고 계셨던 것. 지난번 무릎팍 도사 유홍준 편에서 조선 3대 구라중 한명으로 언급된 황석영 작가는 이미 사석에서 그 입담이 유명하시다 들었다. 책과 작가가 나오는 프로치고 11시대 편성인 것은 모험적인 시도로 보였다. 아무래도 무릎팍의 하향세를 틈타 기회를 엿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하지만 S본부 '짝'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을터) 첫회 게스트는 소녀시대 유리, 티파니, 태연, 서현이었고 이들은 다른 예능에서와는 달리 그래도 진지한 답변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표방하는 프로그램 취지는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었으나 글쎄, 내용상으로는 아저씨 이상의 나이드신 분들이 소녀시대에 궁금한 점들을 맥락없이 인터뷰하는 수준에 그친 것 같다. 사실 게스트는 거의 황석영 작가인듯한 분위기가 많이 느껴졌고 무엇보다 MC들의 질문이 실망스러웠다.(면접식 질문은 좀 쌩뚱, 서현의 답변은 좋았지만) 하지만 지난번 이외수 작가, 김정운 교수를 투탑으로 하는 인문학 버라이어티 ‘야동’이라는 파일럿 프로보다는 그런대로 재미는 제공했다고 본다.(그러나 야동에서도 게스트가 소녀시대였다면 흥미는 제공했을듯) 빅브라더스가 실험에만 그치지 말고 좀 오래갔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는데 그럴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듯하다.

   우선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대변해주는 상징적 존재는 단연 황석영 작가이다. 촬영장소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북카페로 유명한 홍대 카페 꼼마의 천장형 서가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즉 MC 네 사람이 잡힐 땐 고스란히 뒤에 배치된 책들이 (장시간)노출되고 있다는 것. 상당히 문학적인 뉘앙스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같이 유난히도 책들의 제목이 눈에 팍팍 들어오는 사람은 왜 하필 저책이 작가 뒤에, 김용만 뒤에 있는 것일까 그게 더 궁금하다. 황석영 작가를 의식해서 그런지 구성상 게스트들이 만들어 보고 싶은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긴 했지만 스타가 아닌 청춘이라면 외려 박탈감만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차라리 상투적이긴 해도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좋아하는 작가를 말하는 것이(그도 없으면 좋아했던 작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이라도) 어떨까 싶었다. (엄청난 간접광고의 효과를 볼 것이고 태연효과, 유리효과등이 나타나겠지만 그렇게라도 책이 팔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해서)

   그런데 MC 들중 송승환은 ‘난타’로 뮤지컬 한류를 이끈 어엿한 문화계인사이고 김용만 역시 예전 ‘느낌표-책을 읽읍시다’에서 공익성 강한 버라이어티를 진행한 바 있다. 조영남도 가수이긴 하지만 미술, 문학, 전시등 예술 전방위 분야에서 인텔리한 연예인의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다. 이미 문화로 먹고 살면서 나름 성공을 이룬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자신과 같은 분야의 신세대를 알 수 있도록 돕는다는 발상이 썩 이해되진 않았다.

   우선 신세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누가 느끼는 것일까. 신세대를 왜 알아야 할까. 알아야 한다면 그것을 왜 누구에게 알려야 할까. 그리고 알리는 사람은 누가 되는 것이 좋을까. 소녀시대는 신세대를 알려줄 수 있는 대표적 걸그룹일까. 아니 신세대를 말하는 대표군으로 적정한 선택일까. 그들이 자신의 세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MC들이 알아낸 것은 무엇일까. 그 알아낸 바를 우리가 같이 아는 것은 어디에 도움이 될까.

   소녀시대가 대답한 내용들은 서현의 연습생 친구 환희를 제외하면 거의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우리가 알고 싶은 신세대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냥 나이지긋한 아저씨들이 보기엔 마냥 이쁜 처자들의 사생활이 궁금해 이 질문, 저 질문 해보는 수준이었달까. 보아이후 한국의 아이돌들은 초등생부터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학교생활과 친구를 외면한 채 오로지 스타를 향해 혹독히 조련된 친구들이다. 나는 보아가 성인이 된 후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볼때 예전처럼 놀랍다거나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것은 그녀의 얼굴에 스쳐가는 알 수 없는 그림자, 찰나의 표정에서 감지되는 어떤 슬픔 때문이다. 완벽한 무대매너와 가창력 뒤에 자신이 버려야 했던 모든 것에 대한 외로움, 차갑게 변화된 보아의 얼굴에서 나는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와 문화계 인사가 나와서 이들에게 새삼 뭘 물어볼 것인가. 이들을 앞장세워 한류를 수출해온 어른된 입장에서 이들의 공을 치하하기 보단 이들이 놓치고 버리고 온 것들을 위로하거나 깨우쳐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빅브라더스가 어짜피 소녀시대처럼 젊은 나이에 성공한 게스트들을 초대해 신변잡기식 인터뷰를 이어나가는 포맷이라면 이 프로그램의 차별성은 연예가 중계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기왕 서재를 배경으로 할 거, 기왕 대작가를 모셨을 거 문학과의 만남을 시도하던지, 책이야기를 하던지, 그게 시청률이 안 될 거 같으면 그들의 고민이라도 상담을 해주던지,(아이돌로서 부족한 문화소양 함양? ㅋ, 혹은 심리치유? ) 아니면 역으로 질문을 받던지, 특정한 주제를 놓고 토론이라도 하던지 하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황석영 작가는 지난여름 60대 문화계인사 대표격으로 ‘희망버스’를 탄 분이다. 배낭메고 청바지입고 다녀와 선배로서 김진숙에 면목이 없다며 편지형식의 후기를 쓰신 분이다. 이외수 작가가 방송에 나와 줄기차게 ‘감성’을 부르짖고, 김정운 교수가 ‘여자’를 외치고 다른 작가 분들이 ‘폭력’이나 ‘자본’, '인권', '개발'등의 개인 작품과 화두에 해당하는 이념을 대외적으로도 언행일치시키듯 좀 더 색깔있는 목소리를 내주셔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다. 황석영 작가는 서사적인 작품과는 달리 방송에선 여간해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벗지 않는 분이다. 화면상으로는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인사에 속한다. 아마 어줍짢게 목소리를 암시하느니 아예 방송용과 비방용으로 나누어 깔끔하게 분리하시는 행보를 택하신듯하다. 그렇다고 예능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이나 강연식의 계몽주의를 설파하시라는 건 아니고 평소 젊은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씀은 해주셨으면 한다. 작가만이 할수 있는 조언과 배려가 돋보이길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욕심일까.



#2. 빅브라더스, 오래가자


   그리고 어제 서재에선 유난히도 특정 출판사의 책이 거의 백프로였다고 본다. (문학동네가 꼼마에서 행사를 많이 하는 것도 아는 분들은 아실터 ㅋ) 그런데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과 <낯익은 세상>은 그렇다 치고 눈에 확 띄던건 김언수 작가의 <캐비닛>이었는데  이 책이 하필 황석영 작가 바로 어깨뒤에 정면으로 배치되어 상당시간 노출되었다. <설계자들>도 다른 쪽에 있긴 했지만 그 책이 메인에 배치된게 끝까지 의아했더라는 ㅋ. 기왕 노출시켜 줄거 마치 현빈처럼 게스트중 한 명이 슬그머니 서가를 둘러보다 한권을 빼내든가 하여 그 책의 판매고나 올려줄 것이지.

 <조영남과 황석영 사이 어엿한 '캐비닛'>
 

  줌 아웃된채 훑어 보아도 상단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전집이 포진되있고 중간층에 적절히 <신의 궤도>, <꽃의 나라>, <1Q84>,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같은 소설, 시집들도 보인다. 오래된 <람세스> 같은 책들도 꽃혀 있어서 흡사 내 서재인줄 알고 얼마나 반가왔던지.  

   나는 점점 서가에 무슨 책이 꽂혔나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무슨 숨은 그림찾기 하듯 다음의 책을 발견하고 잽싸게 찾아보았다. 참 골고루 장르별로 신간이 배치되 있었다는 걸 알았고 내가 모르는 채 이토록 신간들이 세월가듯 휙휙 스쳐지나가고 있구나를 새삼 통감했다.

   

 

 

 

 

 

 

 

< MC들 뒤 서가에 꽂혀 있던 신간들> 

 

   최근에 소설에 관심이 멀어져 억지로 두어권을 읽었는데 한국소설이 아주 관념적이거나 아니면 대중적이거나 극과 극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능도 마냥 웃기기만 하고 던지는 메시지가 없으면 실패하듯 소설도 수준이 되면서 재미도 곁들이지 않으면 점점 선택을 받기 힘들어질거라는 예감이 든다. 올해는 <7년의 밤> 이후 대박소설이 나오지 않고 있는 듯한데 이건 외국소설도 마찬가지인듯하고 작년의 <덕혜옹주> 열풍과 <1Q84>의 독식에 비하면 낯설은 광경이다. 더군다나 유명인사들의 정치관련 서적들이 득세를 이루는 실정이라 올해 소설전망은 이후 김훈의 실적에 달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하여튼 나는 TV를 보다 우연히 책을 보게 되는 현상을 바란다.  TV보다 책이 더 좋을때도 있다는 걸 알게되길 바란다. 그래서 빅브라더스가 좀 오래 버텨주길 바란다. 나는 그들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여전히 감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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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9-2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봤군요.
저도 조금 보다 말았습니다. 하도 피곤하기도 하고, 첫번째 게스트가 소녀시대라 별로 구미가 안 당기더군요.
근데 과연 이게 오래 버텨줄지 그게 좀 그래요.
그 인터뷰 장면 저도 봤는데 과연 그럴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MC가 네 명이라는 것도 좀 그렇고.
난 예전엔 안 그랬는데, 조용남이 다시 나와 설치는 게 영 맘에 들지가 않아요.ㅋ
황 어르신이 MC로 나으셨다는 것도 좀 어색하고.
그도 자리를 잡아가면 괜찮을 것도 같지만 울나라에선 아직도 좀 낮선 일이죠.
만약 이것이 자리를 잘 잡는다면 그건 강호동 덕이 클거라고 봅니다.^^

한사람 2011-09-22 18:37   좋아요 0 | URL

예, 저도 네명인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어요. 조영남 거슬렸구요 ㅋㅋ
(조영남씨는 게스트로 나올땐 웃긴데 MC가 되면 산만해지거나 엉뚱해져서리)
차라리 김용만보다 젊은 아저씨가 한명이 더 필요해 보였어요.

자리잡는다면 강호동 덕이라는 말씀 공감해요~
무엇보다 황석영 작가가 그 프로에서 뭘 할거냐, 이게 제일 큰 문제이자 답일거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9-2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볼 때는 서현이가 무슨무슨 위성이랑 영양제를 무인도에 가져가겠다고 했는데. 이건 뭔가 이러면서 채널을 변경했어요. 11시에 하는 예능은 거의 안 보는 편인데 그래서 이것도 모르겠고 이전 파일럿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책이 있었구나, 거기에, 책! 아아아아아아, 새로운 사실이에요, 한사람님.^-^

한사람 2011-09-22 18:40   좋아요 0 | URL

히히, 무인도 질문이요? 갑자기 면접식으로 질문하는거 보기 좋지 않았어요. 얻은건 서현답 정도 ㅋ
이전 파일럿은 일요일밤에 하던건데 이외수 작가, 김정운 교수가 MC였고 주제가 있었는데 기억 안나요
내용이 너무 진부하고 없어지겠다 싶었는데 그 이후로 안하더군요 ㅋㅋ

이 프로는 책에 관련된게 아닐거면 뒤에 서가배경은 좀 아닌것 같고
책으로 할거 같으면 구성상 보완이 절실해 보여요
그래도 반응은 괜찮은 거 같으니 시청률 상관없이 꾸준히 밀고 나갔으면 해요

맥거핀 2011-09-22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황금어장이 안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무심결에 보게 된 프로그램입니다. 마침 소녀시대가 나오기도 하고..(-_-) 약간은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 뒤편에 엄청난 책장을 보고 놀랐지만, 보다보니 왜 저기서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느낌. 뭐 예를 들어 뉴스에서 학자들 인터뷰하면 꼭 뒤에 책장을 놓고 하는 듯한 그런..병풍으로서의 느낌밖에는 안되는. 말씀하신대로 게스트들에게 좋아하는 책이나 최근에 읽은 책들을 물어봤으면 것도 나름 재미있었을 듯 한데(그 사람이 읽은 책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뭐 가상의 책 어쩌구 하며, 결국 해피투게더나 놀러와에서 에피소드 말하는 식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사실 파일럿이라 그런지, 약간 균형이 안맞는 느낌은 있어요. 하기는 뭐 옆에 패널로 계신 분들이 황석영, 조영남, 송승환 이런 분들이고 보면, 뭔가 어지간히 균형을 잡기도 힘들겠지만.. 그분들도 말로 한마디 하는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고, 나온 게스트들도 그렇다고 말들을 안시킬 수 없으니, 뭐라도 들어야 하고..프로그램 측에서 적당히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갈 것 같다는 느낌.

저는 게스트보다 그양반들 얘기를 좀 들었으면 하는데, 뭐 프로그램의 취지상 그분들 말씀이 많아진다는 것은 프로그램이 망하는 지름길이겠지요.;; (개인적으로 김용만 씨를 좋아해서, 진행력을 믿어 봅니다.)

한사람 2011-09-22 18:45   좋아요 0 | URL

저는 황석영 작가 나온다 해서 봤어요. 짝 볼까 하다가 ㅠ
서가 배경은 너무 장시간이었죠? 놀러와 처럼 면접 끝나면 공간을 좀 바꾸던가 했으면 좋았을텐데 카페다보니 어려웠을거 같구요. MC간 정리가 안된게 제일 어수선해 보였죠. 거기다가 반말도 가끔 나오고 자기가 개인적으로 궁금한거 물어보느라 시간 다 보내고 ㅋㅋ

그런 프로 하다보면 연예인들 지식이 어느정도 뽀록 나잖아요. 어제 서현은 그래도 생각을 좀 하는 친구 같더군요. 가장 자의식이 뚜렷해 보였거든요. 저도 김용만 좋아하는데 프로성격과 잘 어울리니 삐그덕 거리더라도
계속 방송하길 바래요. 시도는 신선했거든요.

프레이야 2011-09-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어제 첫방영이었군요.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잠시 봤어요.
그들의 대화는 잘 듣지 못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면 한사람님 말씀처럼 좀더 보강이 필요하겠네요.
세대간의 괜찮은 대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개밥바라기별'과 '캐비닛'을 책꽂이에서 발견했어요.
책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풀어가도 좋을 것 같은데 글쎄요 작가의 마음이니까요.^^

한사람 2011-09-22 18:49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프레이야님 !

뒤에 책 보이던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유심히 보잖아요 ㅋㅋ
슬쩍 꽂아놓은거 다 알죠. 책으로 풀면 시청률 안나올까봐 주저하는게 역력히 보이던데
그럴거면 왜 서가를 배경으로 할까 싶기도 하고
제작진이 일단 반응을 보고 정할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승승장구보다는 시청률 좋게 나왔다고 하니까
없어질거 같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 책 소개도 저런 예능프로에서 좀 다루어 졌으면 좋겠고
그게 좀 너무 교양적이면 문학적 이야기만으로도 좋을 거 같은데 더 두고 봐야죠.

글구 황석영 작가가 언제까지 나올까 싶기도 하구요 ㅋㅋ

루쉰P 2011-09-2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듯 티비 프로에 대한 소상한 리뷰를 해 주시니 이 프로그램 피디가 꼭 한사람님의 글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네요. 근데 재밌는 건 장사하는 사람은 자기 것만 보인다고 하듯이 책을 좋아하시니 프로그램에서도 책들을 찾아내는 한사람님의 실력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ㅋㅋ
문학적 프로그램이 좀 생겼으면 하는 것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물론 책을 주제로 해서 어떻게 재밌게 풀어갈 것이냐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뿔테 안경을 쓰고 비평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이 책이 상징하는 바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프로그램은 사절이지만 그래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끔 만드는 프로그램이 좀 있었으면 하네요.
그렇다고 제가 방송국 가서 만들 여건은 안 되고 말이죠. -.- 암튼 한사람님 리뷰에 공감하고 갑니다. ㅋㅋㅋ

한사람 2011-09-23 08:37   좋아요 0 | URL

히히 유심히 봤죠, 무슨 책이 꽂혀있나 ㅋㅋ

지난번 무릎팍 도사 유홍준편에서 보았듯이 예능이 지적으로 흘러가면 말로는 좋다고 하면서 바로 시청률이 낮아진다고 해요. 유익하다, 고상하다, 품격있다싶으면 그래 ~ 하면서 채널을 돌린대요.
주입식 교육에 하도 치여 살아서 그럴까 싶구도 하구요 ㅋ

어제도 조영남씨가 태연에게 뽀뽀한 기사만 화제가 되었잖아요. 모든 관점을 늙다리 아저씨들이 헤벌레 하는 새파란 아가씨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하니까 그런일이 발생하죠. 제가 보았을땐 그 장면이 문제되지 않았거든요. (물론, 조영남씨가 평소에 여성편력이 심하다는 평을 들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ㅋ) 시청자나 제작진 모두가 걸그룹을 일종의 성적환타지로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죠.

그러니까, 저 프로도 예능이냐, 교양이냐 확실히 하지 않으면 외면당하리라고 봅니다.
그런면에서 어제식이라면 뒤 서가배경은 필요없었다는 뜻 ㅋ

언제나 루쉰님 덧글은 묘하게 에너지가 되요~ 고마워요!

2011-09-23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4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녀시대 이름 다 알고, 얼굴도 다 아는데...다 똑같아 보이다니...역시 황석영 아저씨는 만주 장춘에서 태어난 티가 나서 어쩔 수가 없군요.

조 영감이 왜 포옹하자 제안했는지 속이 다 보여서...우리 태연누나 얼굴에 입구린내 다 묻히고! 으아! 분노의 밤! 팬들은 분노한답니다.

한사람 2011-09-24 23:20   좋아요 0 | URL

후후, 저는 그 장면을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보았어요
원래 여성 게스트들 잘 껴안지 않았나요?
그런데 기사로 보니까 유독 얼굴이 크로스되긴 했더군요. 태연도 놀라는 표졍을 짓구요 ㅋㅋ
소녀시대는 워낙 예능과 인터뷰에 훈련이 된 친구들이라 그들이 알려고 하는 것들은 절대 알수 없었을텐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노이에자이트님은 전혀 제 윗세대가 아니신걸로 보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9-25 15:41   좋아요 0 | URL
으아~ 우리 소녀시대 누나들을 건드리는 놈들! 미워할 거야!
 



#1. 붐이 붐을 일으키다


   지난 추석 연휴의 TV 예능에서 자주 눈에 띄던 인물은 단연 붐이었다. 본방, 재방, MC, 게스트 할 것 없이 붐은 안나오는 데가 없어 보였다. 많은 예능인들이 제대를 하고 늘 그렇듯 컴백을 하였지만 붐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방송 3사를 통틀어 열렬히 환영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김종민과 하하는 자신의 고정프로로 복귀했지만 초반엔 잃어버린 감을 찾는데 힘겨운 시간을 보내었고 노유민, 천명훈은 존재감이 없어진지 오래이다. 김종민과 하하도 강호동과 유재석이라는 메인 MC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체 독립적으로 다시 감을 잡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그런데 붐은 마치 어제까지 그대로 방송을 이어온 사람처럼 강호동, 이경규, 이휘재, 김제동등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입담으로 추석 예능 MC계를 올킬했다.

   붐이 입대하기 직전에 가장 인기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붐이 이렇게 환대(?)받을 만큼이었나 싶을 정도로 갸우뚱해질 정도였달까.(솔직히 톱스타 MC는 아니었잖나)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붐은 오랜 유-강체제가 허물어질 조짐을 보이는 이 시기에 절묘하게 등장해 당분간 메인 혹은 보조 MC의 자리를 독차지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그런데 가만 보면 이것이 단순한 운발 만은 아닌 것 같고 순발력과 능숙도, 타이밍등을 보았을 때 본인 자신이 군대행사 4백 여회를 통해 더욱 내공을 쌓는 기회를 갈고 닦아 왔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강호동이나 유재석의 도움없이 오로지 혼자서 혼자 몸과 입으로 2년 반을 버틴 자생(?)의 시간이 그를 키운 건 아닐까 싶다. 기본이 가수출신에 댄스가 능하고 오랜 리포터 활동을 통한 인터뷰 및 대응능력, 각종 행사진행에서 비롯된 현장 순발력, 그리고 군대생활로 다져진 체력, 인내력까지 합쳐져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오를 확률이 많아졌다.

   붐을 보면서 사실상 ‘스타킹’과 ‘강심장’에서 (강호동 보조 진행으로서)인기절정(?)일 때 군대 입대한 그의 경력이 기억났었고 자연스레 추석 전 전격 은퇴선언을 한 강호동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붐 아카데미 출신인 이특도 이제는 어엿한 진행자로서 한층 성숙해진 느낌이고 1박 2일의 이수근도 명절특집, 신규 프로에 단골 MC로 등장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 되었다. 강호동과 함께 두 프로를 해온 이승기 역시 일,이년 전과 비교하면 그 입답과 진행실력은 일취월장 했다고 볼 수 있다. 무릎팍에서의 유세윤 정도가 공중파에서 독립적인 행보를 보여주지 못했는데 내 생각엔 캐릭터가 강하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약점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튼 나는 붐을 보면서 새삼 강호동과 함께한 보조 MC들의 경쟁력을 떠올려 보았는데 경쟁자인 유재석과 함께하는 MC들과 비교해 보았을때 확실히 (MC로서)발전도가 더 높아보였다. 나는 이 결과가 강호동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강호동이라는 1인자가 지향하는 방송정체성과 개인 야망도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강호동과 오래 같이 하고 그에게 방송을 배웠다면 결국 강호동 같은 진행자가 될 확률이 많지 않을까. 강호동은 이경규를 넘었듯이 결국 그들중 누구는 강호동을 넘을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는 유재석과 함께 하면 유재석의 방송정체성과 개인 야망도에 따라 마찬가지로 (유재석을 넘기보다는)유재석과 영원히 함께하는 방송인이 될 확률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그들 자신도 대부분 유재석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고 유재석 손을 잡거나 그의 품안에 있고 싶어 할 듯하다)

   다시 말해 강호동은 본인의 정체성과 시청자가 바라는 캐릭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 2, 제 3의 강호동에 의해 왕좌를 내어주게 되고 필연적으로 이경규와 같은 1인자도 2인자도 아닌 그저 특등자로 남게 될 인물이라는 것. 그렇기에 유재석에 비해 좀 더 마초적이고 형님적인 강호동은 어쩌면 유재석보다 더 외로울 수 있는 성향은 아닐까. 승부에서 진다는 것을 곧 자신과의 싸움에 진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그가 이번 한 번의 실수로 은퇴를 선언한 것을 보고 그답다고 하는 말들은 어쩐지 그가 그동안 얼마나 실수나 오점을 남기지 않으려고 철저했을까를 역으로 상기하게 된다. 좀 안타까운 것은 기질적인 이유로 강호동은 승부를 걸어 승패가 결정나는 일이 아닌 것에는 좀처럼 도전의식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강호동이 반드시 새로운 것에의 도전을 위해 방송에 복귀하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2. 일인자는 은퇴를 한다


   강호동을 보면서 나는 일인자의 은퇴를 생각했다. 그가 일등이 아니었다면 은퇴를 선언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조용히 국세청의 조사를 받아들이고 성실히 금액대로 세금을 납부하면 그만이고 사람들은 한 연예인이 덜 낼 뻔했던 세금을 가지고 바빠죽겠는데 소송을 걸 리가 만무하다. 나도 조그만 개인회사를 운영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세무사와 미팅을 할 때 애매한 경비정산은 무조건 회사경비로 처리하도록 부탁했지만(예를들어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산 것도 능력자 세무사는 추석용 접대선물로 분류한다) 세무사의 능력은 곧 기업의 대표가 세금을 덜 내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 쯤은 세금내는 대표에겐 일반상식에 불과하다. 나는 강호동이라고 무슨 성자처럼 될 수 있으면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도록 정산을 분류해주시오, 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백 만원에 십 만원하고 백억에 이십억은 (아까운 정도가 ㅋ)차원이 다르다. (전문가들의 절세수단은 간이영수증의 그것과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그리고 강호동의 세무사가 특별히 도덕적이지 않아서 내도 될 것을 굳이 어떻게든 안내려고 머리 굴려 서류처리했다고 보지도 않는다. 세무사들은 보통 애매모호한 상황일때 관례에 따라 처리하고 자기 월급주는 사람의 편에 서게 되있다. 세무사 월급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바로 절세 때문인데 까놓고 말해 이 나라에 내가 번 돈에서 얼마라도 세금내고 싶은 납세자가 몇이나 될까. 내가 강호동이라도 세무사가 될 수 있으면 적게 내는 쪽으로 (머리좋게)정산해온 서류를 보고 나는 공인이니 나라를 위해 모범을 보이기 위해 우리 한 푼이라도 더 냅시다, 이렇게 안한다. 나보다 똑똑하신 세무사님께서 알아서 해주셨겠죠. 믿겠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서 아닌가. 무식한 강호동이는 틀림없이 유식한 세무사에 기댈 수 밖에 없었을 터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세금에 관해선 세무사보다 무식하다. 혹시 약간의 서로 간에 양심이 찔리거나 애매모호한 사항들은 어련히 알아서들 잘난 국세청쪽에서 잘 지적해 주신 후 그때 내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 않는가. (물론, 안걸리면 다행이고 ㅋ) 나는 누구도 강호동이 더욱 엄격하게 경비처리를 하지 못한 것에 혹시라도 알고서 슬그머니 넘어가려 했다 할지라도 돌을 던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경비고 어디서부터 개인지출인지 이거야 말로 '애정남'에게 묻고 싶다. 애초부터 대기업 빠져나가기 좋으라고 가이드라인 흐리멍텅하게 짜놓은 국세청이 그런 일도 안할 것이면 그냥 은행에 전기료 고지서 내듯 내버리면 될 것이지 뭐하러 서류는 내고 복잡하게 확인을 할 것인가.

   이쯤에서 현장 PD나 연예인 측근 스탭, 코디와 매니저등의 증언이 올라오기 마련인데(예를들어 강호동은 늘 제 택시비를 내주었어요, 제 학원비도 대주셨죠, 전세금을 꿔줬어요 앗 그런데 영수증을 못드렸어요 뭐 이런 ㅋ) 내 생각엔 강호동처럼 경비정산한 연예인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불똥이 자신에게 튈지 몰라 몸을 사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MC계 일인자의 세금처리 방식은 곧 예능계의 세금처리 방식이 아닐까. 한번의 실수로 은퇴를 선언한 강호동도 있는데 자칫 세금문제로 일이 터졌다간 밥줄 끊어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강호동은 어쩌면 여러 사람 밥줄, 명예줄, 인기줄때문에 혼자 짊어지겠다고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강호동이 억울하다는 건 연예계에서 더 잘 알고 있을 것. 잠시, 글이 옆으로 새었는데,

   다시, 그렇다면 일등은 왜 은퇴를 선언하는가.
   사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본 것은 어느 분야나 자타공인 일인자로 회자되는 인물의 은퇴, 그리고 은퇴방법이었다.

   연휴에 ‘카페 정윤희’라는 다큐를 보았다. 그녀가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건 대략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였는데 소위말해 전성기 때 쿨하게 연예계를 떠나 지금까지 그 어떤 토크쇼나 예능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설의 탤런트였다. 물론 쓸데없이 어린 시절의 기억력이 좋은 내 기억속의 그녀의 마지막은 ‘간통사건’이긴 했다. 어느 중소기업 사장과 간통으로 고소되어 어쩔수 없이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는 기사였고 그땐 간통이 큰 범죄였기 때문에 그녀가 원한다 해도 계속하여 배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관능적인 외모에 비해 솔직히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발음이 부정확하고 시선처리가 불안했고 디테일이 많이 떨어지는 배우에 속했다. 내 기억으로 그녀는 드라마왕국 MBC에 출연한 드라마는 없었다. 당시 연기 좀 한다하는 정애리, 차화연, 이경진에 비하면 그녀는 정말 미모와 분위기 하나로 히로인이 된 경우였달까. 하지만 누가 뭐래도 톱탤런트로서 그녀는 일인자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때 선데이서울에 1면 기사로 등장한 ‘정윤희 간통’ 기사가 간접적이고도 타의적인 은퇴기사라고 여긴다. 아직까지도. 이건 순전 또 내 추측인데 그녀가 절대로 대중앞에서 복귀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아마도 간통에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간통으로부터 호출되어야 하는 자신보다는 간통과 동시에 잊혀지는 걸 선택한 것은 아닐까.

   가요계 은퇴는 아니지만 자발적인 선언에 의해 가요대상 및 각종 예능프로의 방송 은퇴를 선언한 사람은 조용필이다. 그는 더 이상 가요대상을 수상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나서 90년대 이후 방송계를 떠났다. 그리고 콘서트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대중과 소통하는 진정한 음악인의 행보를 보여주었다. 서태지의 경우도 비슷했는데 창작의 고통을 앞세워 그는 무늬만 은퇴를 선언 했고 (방송이 아니어서 그렇지)잘은 모르지만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밖에 영화계, 문화계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아본 일인자는 이렇듯 자주 은퇴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간혹 천재적인 일인자는 세상과 그에 적응하는 혹은 못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죽음으로 은퇴를 선언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3. 자신을 이기지 말자


   일인자는 어느 순간 일인자인 자신과 외다리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이기는 것만이 일등인 순간이 왔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일인자는 그다지 행복할 것 같지 않다. 대중들도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일인자에겐 필연적으로 실망을 하게 되어 있다. 지금 일인자보다는 못하였지만 기존의 자신을 넘으려 최선을 다한 이인자, 삼인자에게 더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잔인하지만 일인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인순이를 보라. 누가 보아도 그녀는 그중에서 가장 멋지고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지만 그건 원래 일등인 인순이의 모습이었고 그전 일등의 무대보다 특별히 나은 것은 아니었기에 또 언제나 일등을 할 수 있기에 쉽게 일등이 되지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 스스로 일인자라 여기는 사람들은 어쩌면 반드시 자발적 은퇴를 하게 되어 있지 않을까. 물론 그 부담마저 매번 극복하고 또 매번 일등을 하는 박정현 같은 예외의 전교 일등 부류도 있긴 하다만. 일등중에서도 모두 전교일등, 전국수석이 되지 못하듯 평범한 고통으로 번민하는 일등이 다수일 듯하다. 오랜 세월, 여러 번 일등을 해온 사람은 일등이었다는 자의식, 앞으로 그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부담감, 일등이 아닌자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는 음해와 시기, 혹시나 실패나 실수로 추락할까 두려운 불안등을 모두 같이 짊어지고 가는 고독한 러너인 것이다.(강호동이 그랬지. 스타와 슈퍼스타는 그 부담감을 이기느냐 못이기느냐의 차이라고) 

   연휴에 사르트르와 까뮈를 읽으면서 그들 일인자들은 무엇보다 세상과 사람들이 아닌 자기자신을 극복하려 했던 점이 참 인상깊었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자신이 못가진 재능을 알아보고 친구로 지내지 않았다면, 그래서 라이벌이 되지 않았다면 그토록 자신을 극복하려 모든걸 걸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여지껏 강호동에 필적하는 라이벌은 본인 자신도 말했듯이(이건 유재석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유재석뿐이었다. 예전에 이휘재와 남희석이 양강체제를 이루어 갈 때, 김용만과 김국진이 커플이면서 라이벌이었을 때 한명씩 살아남으면서 양강체제는 변화를 반복하며 유재석-강호동의 체제까지 이어져왔다. 그리고 한명이 이탈하는 것이 남은 한명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 것을 보아왔다. 그래서 일인자에겐 자신의 추락이 자신의 추락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고 어쩌면 자신만이 추락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무언의 책임감으로 슬픈 존재인 것이다. 나는 솔직히 같은 사태가 유재석에게 일어났다면 유재석은 잠정은퇴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모든건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일인자의 성향과 연결되어 있다는 결론이다.

   그래서일까...나는 요즘 내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스스로가 너무 힘들다.(힘들다기 보다 지겹다)

   오늘 아침 전설의 투수 최동원 감독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보면서 일인자가 남긴 한마디, 괜찮다는 말씀을 떠올린다. 유독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운동선수, 여배우들의 자존심을 생각하며 일인자가 되고자 소망하던 내 자신을 처절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 가을이 시작되어 그런걸까. 조금은, 조금만 덜 진지해졌으면. 덜 엄격해졌으면. 못난 자신에 못견뎌 하지 말았으면 ...












 

 

 

 
덧붙임) 갑자기 생각났어요. 80년 그러니까 제가 4학년 때인가, 드라마 <축복> 
이라고 주인공이 골수암에 걸린 정윤희였는데 드라마 주제곡이 조용필의 '촛불'이었어요.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  그때 돌쟁이 조카중에 한 녀석에게 제가 누가~ 하고 부르면 
지키랴~ 하고 대답했었죠. 그 자식이 벌써 결혼을 했다네요. 세월이 일등을 추억하게 하네요
은퇴도 그리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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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5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5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1-09-15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저는 솔직히 강호동의 잘못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어쩌면 한편으로는 제가 지금까지 어떤 사업을 해본 적이 없고, 항상 월급을 받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은퇴가 되어야 하는가는 잘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단 처리할 건 처리하고, 한 6개월 정도의 자숙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잠정은퇴기 때문에 실제로 언젠가는 컴백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말씀하신대로 강호동의 은퇴는 어떤 식으로든 유재석에게도 영향을 미치겠지요. 유재석 강호동 진행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르고, 그것이 지금까지는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측면이 있으니까요. (붐과 관련하여 하신 말씀도 공감이 가구요. 확실히 두 사람이 주위 사람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니까..)

이런..달을 보랬는데, 달을 가리킨 손가락만 보고 있네요. 아무튼 글 잘 읽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갑니다.^^

한사람 2011-09-15 08:33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연휴에 미드와 미친하셨나요? ㅋㅋ

예, 저도 솔직히 강호동이 어떻게든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번의 실수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비난을 견디는 내성은 전혀 기르지 못한것 같아 인격적으로 성숙치 못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ㅠ
(어찌 되었건 본인 괴로움을 못견디고 무너진 것이니까요)

저는 개인사업을 3,4년 했는데요.. 부가세 때려맞는 달은 죽을맛이었어요..
이곳에서 풀어놓을 말은 아니지만 아마 사업자들은 그놈의 세금 안내기 위해 어떤 편법을 쓰는지
또 대기업으로부터 어떤 부당한 관례를 안고가는지 보이지 않게 새나가는 돈, 영수증 없이 거래하는 돈, 이런 것들이 얼마나 비일비재한지 차마 말로 다 꺼낼수 없을 것 같아요 ㅋ
그래서 세무사들은 마트에서 장보고 백화점에서 쇼핑할때도 절세방법을 알려주죠(이런데서라도 줄이려구요)
제가 월급받고 할때는 아깝긴해도 그래도 동료도 같이 낸다는 연대의식이 있었는데
사업을 하다보니 될수 있으면 비리를 많이 저지르는것이 살아남을 길이더군요
연예계가 기준없는 현금거래가 많잖아요. 영수증처리도 잘 안하구요
저는 강호동의 세무사가 판단한 해석및 분류기준이 곧 대한민국 예능계의 세금기준이라고 보았어요

그리고.. 왜 음주운전은 틀림없이 불법이고 특히나 유명인의 경우는 조심해야 하는데 방심하다 걸리는 것처럼
세금건도 우연히,,걸린것이라고 생각했죠.. 또 비난의 강도가 높은 것이 (세금건 자체보다는)앞서 일어난 1박2일의 일방적 하차와 종편행의 거액스카우트설이 연계되있기 때문에 그 서운함이 같이 투사된 것이라 보았구요

저는 일인자가 되는 것보다는 그 품위와 전설을 유지하는 것이 몇 백배 더 어렵다고 느낍니다
일인자가 되기까지는 개인의 노력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 이후의 행보와 평가는 개인적인 기질, 성향, 야망의 방향이 우선시 된다고 봐요. 그리고 그 부담감을 못이길 경우 어떤식으로든 은퇴를 선택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달 이야기도 좋지만 달 그림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같이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라주미힌 2011-09-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저는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것 같던데요...
은퇴도 은퇴가 가능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지, 보통은 퇴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죠.
조세제도가 워낙 저질이라 심지어 장관이나 대통령 조차 약간의 흠 밖에 되지 않는,
탈세가 절세로 밖에 인식 되지 않는,
이 나라 실정에서 강호동의 처사는 나름 우월해 보이는 효과까지도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ㅎ
법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이 작위적이고 자의적으로 작동하며,
기질 또는 여론에 의해 결정적으로 작동하는 현상들을 보면
역시 잘나고 볼 일입니다. ㅎ

한사람 2011-09-15 13:10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 연휴는 잘 쉬셨나요..?
그렇죠 !! 확실히 은퇴선언을 할만한 위치니까 과감한 행보도 펼칠수 있는 것이겠죠..
웃긴건 퇴출운동 할때는 언제고 반대로 복귀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도 이만명을 바라본다고 하잖아요
나혼자 다 짊어진다는 뜻일수도 있지만 가만보면 애꿎은 제작진, 강라인, 시청자들이
결국 그의 고통을 나누는 셈이 된것이구요
뉴스나 언론도 강호동 개인의 책임보다는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한 연예계 경비정산문제를 화두로 내세우고..
그가 결코 자신으로 인한 파장을 예상안하고 아무데나 누워버린건 아닌듯 합니다 ㅋ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꿈도 못꾸어 볼 금액이기에. 가늠조차 안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무래도 사업에 많이 관여하다보면 이해관계때문에
적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세금 탈루건은 최근 탄력받은 강호동의 수익구조에 대한 투명성, 의문, 시기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네요^^

cyrus 2011-09-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 때만 되면 하는 TV 프로그램들이 나오는 사람만 다를 뿐 내용상 그 나물에 그 밥이더군요.
물론 나오는 사람들 역시 평소에 TV에 자주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이지만요 ^^;;
그래도 이번 연휴 프로그램을 보면서 눈에 띈게 역시 붐의 예능 복귀였던거 같아요.

그리고 저 역시 최동원 씨의 부고 소식이 참 안타깝게 느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동원 씨가
돌아가시기 전날에 스포츠 채널에서 추석특집으로 최고의 한국시리즈라는 제목의 방송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때 나온 한국시리즈가 바로 최동원 씨가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웠던
84년 한국시리즈 경기였거든요. 저는 그걸 보면서 최동원 씨가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하필 그 다음날에 그 분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어서 허무하더군요.

한사람 2011-09-15 13:20   좋아요 0 | URL

어제 라디오 스타에서도 붐이 나오더군요 ㅋ
박효신 애국가 흉내에서 빵 터졌죠 ㅋㅋㅋ

최동원 감독은 특히 울 엄니가 좋아하시던 분이라 더 짠하고..마음 아픕니다 ㅠ
옛날에 최동원 선수가 전성기일때 롯데가 우승도 하고 그랬잖아요.(시루스님은 모르겠다 하하, 그 84년 한국시리즈 4승할 때가 그때죠)
오십대면 한창인데 너무 일찍 가버리셨어요..

우리 어릴땐 전두환 정책으로 완전 프로야구를 주말마다 매번 생중계했습니다..
무슨 의무처럼 시청한 것 같기도 하고..그때 선수들이 많이 기억나는데
한 시대의 전설이 별세한다는 건 다시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림으로만 박제되는 것 같습니다..

stella.K 2011-09-1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내 서재에도 썼지만,
왜 이제와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6억이면 적은 돈 아닌데,
1,20만원 같아야 피라미 같아서 세무서 사람들 모르고 넘어 간다죠.
그래봐야 세무서 사람들 자기도 직무유기 한 거 아닙니까?
몇번 경고장 같은 거 가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강호동 정도면 밑에 사람 두고 관리 받고 있겠죠.
그럼 그 사람의 농간으로 일이 이 지경이 났다는 건데...
말에 의하면 강호동이 저래뵈도 상당히 무섭다고 하더군요.
사병도 있다는 소리 들었습니다.ㅋㅋ
어쨌든 미운털 박혀서.

한사람 2011-09-15 14:3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잘은 모르지만 시점도 그렇고
뭔가 강호동이 적을 만들었거나 위로부터(?) 밑보였거나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건 왜 일까요 ㅠ

추석연휴는 안철수와 강호동을 밥상으로한 난상토론장이었네요..
연신 출연하는 붐을 보면서요 ㅋ

결국 돈도 많이 버니까 낼 세금도 많다는 건데
저는 6,7억 세금이 상상도 안가요~

언젠가 저 사는 동네에 강호동이 육칠팔이라는 고기집을 오픈했는데
그때 유재석, 이휘재, 장동건, 비까지 나타나서 동네가 난리가 난적이 있었어요
조그맣고 별 볼일 없는 가게였지만 그이후 그 지역 상권은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동네 아줌마들이 그때 강호동을 다시봤답니다^^

2011-09-15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6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오신 분들이 모두 강호동,최동원 이야기를 하셨군요.저는 좀 명랑한 추억인 정윤희 누나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시기로 보아 '축복'은 TBC의 마지막 무렵 드라마 같아요.그 무렵 언론통폐합이 진행되었으니까요.그리고 나훈아 씨가 김지미 씨와 이혼하고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1982)이란 영화에 주연으로 나왔는데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정윤희 씨였죠.
탈세 이야기가 좀 무거워서 연예계 이야기 남기고 갑니다.

한사람 2011-09-16 08: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노이에자이트님 !

TBC를 알고 계신걸 보니 연배가 한참 아래는 아니신듯해요 ㅋ 어쩜 저보다 위일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ㅋㅋ 듭니다^^

제가 어릴때 잠깐 TBC를 기억하는데 그 방송이 재미난게 젤루 많았었죠
글구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은 제가 모르는 영화여요.. 정윤희 영화는 앵무새와 뻐꾸기 밖에 모릅니다, 하하
어제 서울쪽만 정전되는 줄 알았는데 저희동네도 오후 늦게 정전이 되서
가게들이 난리가 났었어요. 올해는 예기치 못한 난리들이 뜬금없이 나타나네요

날도 더운데 건강 챙기시기 바래요^^

노이에자이트 2011-09-16 16:45   좋아요 0 | URL
하하하...저는 일제시대 가수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어요.그러면 제 나이가 90살? 한국대중연예의 역사관련 지식을 여기저기서 흡수하고 있어요.

서울 부산 지역에 살던 분들은 TBC를 보셨겠지만 그외 지방에선 볼 수 없었어요.라디오방송은 나왔지만...이 사실은 처음 아시나봐요.

언론통폐합은 5공청문회 때 중요하게 다뤘고요. 1989년 시사월간지에 자세히 나와있죠.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참으며 살아요.

앵무새와 뻐꾸기라는 제목이 있었나요?

한사람 2011-09-17 08:15   좋아요 0 | URL

아하, 저도 옛날 노래는 쫌 알아요~
특히 70년대 말 흑백 TV에서 유행하던? ㅋㅋ

옛날에 부산에 가면 드라마를 (재방이 아니고 본방을)서울보다 약 4,5일 늦게 방송하던 기억이 나요
90년대에 생긴 SBS도 부산에 가면 안나왔던거 같구요
언론통폐합때 탤런트들이 울고 하던 장면이 스치네요

정윤희 영화중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와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를 기억해요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제목만 기억하네요 ㅋ)
모두 야한 영화로 기억하는데 실은 그 영화들이 저항영화였다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님은 확실히 대선배님이 맞으시군요 ㅠ

그럼, 편안한 주말되시어요^^ 하하

노이에자이트 2011-09-1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사놓은 1984년~2002년 시사월간지가 있어서 그걸 가끔 본답니다.1975년~1978년 시사주간지도 있어서 그 시절 이야기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참고하죠.

옛영화는 EBS에서 일요일 밤 11시에 하는 <한국영화걸작선>을 2년 간 매주 봐서 그 방면에 빠삭하죠.제 부모 님이 가물가물하면 제가 정확히 알려줄 정도니까요.<앵무새~>와 <뻐꾸기~>도 여기서 방영했죠.이대근,윤양하가 정윤희 상대배우였어요.로케 촬영한 곳의 산골경치가 정말 기막히죠.

방금 어떤 분은 저의 글을 읽고 10대 청소년 같은 느낌이 난다고 했는데...앞으로 걸그룹 이야기를 몇 번 더 할테니 그땐 한사람 님이 저를 10대나 20대로 생각할 거에요.
 

 


#1. 이루지 못한 결말


   내가 처음 드라마라는 걸 연속해서 보게 된 것은 MBC 주말극이었던 것 같다. 그땐 흑백이었고 TV에서 내일을 위하여 어린이들은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라는 캠페인성 멘트를 9시 뉴스 전에 내보낼 때였다. 그렇고 그런 신파조의 드라마 속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들이었다.(이덕화, 정애리 주연의 '안녕하세요) KBS가 주로 홈드라마가 많았던 반면 현대극으로서 사랑과 배반, 불륜과 복수등을 그린 MBC 드라마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도시적, 감각적, 비극적이었다. 열 살이 되기 전부터 나는 김수현 드라마에 꽂혀 한때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꾼 적도 있었다. 대학시절 MBC 베스트 극장 극본 공모를 쓰다가 집에 뭔 일이 터지는 바람에 완성을 못한 적도 있었다. 그때 극본 내용이 대학을 다니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돈을 벌기위해 유흥가로 발을 들여놓는 여학생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웃긴 건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쓰러진 아버지를 둔 내 처지를 비관해(?) 그런 유치한 시놉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때 내지 못한 결말이 꼭 두고 온 숙제처럼 가끔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사회에 나와 직업을 가지고 여전히 늘어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그리고 드라마 작가로 성공하는 (비슷한 나이의) 작가들을 보면서 한번 씩 회사를 때려치고 싶을 때 에이씨, 드라마나 써볼까 지금부터라도, 하하. 이런 생각을 주기적으로 했었던 것도 같다. 그 생각을 하면 여지없이 그때 내지 못한 결말, 비록 공모에 접수했다 하더라도 당선도 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어찌되었건 내가 만든 이야기의 결말을 짓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살아오면서 내게 적지 않은 의미를 지녔다고 할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결말을 어떤 식으로 지어야 할지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인생의 미래처럼 많이도 두려웠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여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쓰레기가 되든 완성을 했어야 하는데, 그 미련은 이상하게도 드라마작가에는 다시 도전할 수 없도록 만드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버린 듯하다. (그 이후로 나는 서평에서도 내 식대로 결론을 내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안한다는 ㅋ)


#2. 이루어진 결말


   드라마가 또 한편 끝이 났다.
   드라마가 끝이 난다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본다.

   예전에 방송사가 딱 세 개였을 때, 지금처럼 아침부터 한밤중 까지 일주일 내내 본방, 재방, 케이블까지 합쳐 허구헌날 드라마가 방송의 메인이지 않았을 적에, 그땐 드라마 선택권도 별로 없었다. 미니시리즈라는 개념도 내 기억엔 ‘질투’가 처음이다. 특별기획이라는 것도 ‘여명의 눈동자’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땐 인터넷은 없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내가 보는 드라마는 거의 남들도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드라마에서 전격적으로 키스를 하기 시작한 것도 80년대 후반, 김희애, 채시라, 최진실이 주인공인 드라마였었다. 오늘날 한예슬 사태를 보면 참 그때만큼 근성있고 책임감있으면서 연기까지 악바리인 배우들이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많고 많았던 드라마를 거쳐 왔으면서 드라마 마지막회의 결말이 생각나는 건 몇 개 되지 않는다는 것. 끝나는 걸 분명 아쉬워 했던 기억은 선명한데 그에 비해 뇌리에 저장된 장면은 드문 듯하다. 해피엔딩을 지향하지 않는 대표적 작가 김수현 작품에서도 내 맘에 들었던 결말은 거의 없었다. (김수현 작가는 시청자와 타협하지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선 열린 결말도 썩 개운치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대체로 해피엔딩은 잘 기억이 안나고 주인공이 죽은 것으로 마무리 되는 작품들이 여운이 오래갔었던 것 같다. (예를들어 조인성, 소지섭, 하지원의 동반죽음 같이) 언젠가 고현정, 최재성이 주연인 ‘두려움없는 사랑’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에서 최재성이 시한부 인생이었건만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반대로 최재성은 죽지 않고 둘이서 알콩달콩 잘살게 되었던 기억도 있다. (이건 내 생각인데 그때 고현정의 불행에 동의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은 마찬가지로 고현정의 실제 불행때문에 드라마에서 묘한 부채감을 느끼는게 아닐까. '두려움없는 사랑'은 울컥하는 고현정 연기의 시작이었기에)

   그래서였을까. 어제 막을 내린 <여인의 향기>는 그 결말이 좀 새로웠다.
   너무나 익숙하게 당연히 여주인공이 죽고 나서 그려지는 틀에 박힌 장면들을 예상했던 탓일까. 아마도 깨끗이(?) 연인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버킷리스트의 완성을 예상했다면 시시한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드라마의 절정과 사실상 결말은 엄마에게 시한부인생을 고백한후 엄마가 아이처럼 오열하는 장면이었다고 봄) 우리는 추억에 잘 학습된 시청자들이니까. 또 언젠가 김희애가 차인표의 품안에서 조용히 죽어갔던 드라마 ‘완전한 사랑’의 한 장면도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연재는 언제 죽을지는 모르나 아니 빠른 시일 내에 언젠가는 죽겠지만 어쨌든 드라마상에선 그래도 여전히 내일을 기다리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남은 시간이 하루인 사람일지라도 그 남은 내일은 희망으로 본 것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육개월이었으니 육개월을 더 산 주인공은 아마도 한 달 안에 죽을 수도 정말 운이 좋아 지금 계절을 넘기고 내년 봄을 맞이할 수도 아니, 기적이 일어나 몇 년을 더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죽기 전까진 변함없이 오늘에 최선을 다하고 내일을 기다리는 평범함. 죽는 시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죽음 전의 우리는 어쩌면 이런 모습이 되어야겠지 않느냐고. (사실, 이게 더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지만)

   <여인의 향기>는 자꾸 비교되는 <시크릿 가든>보다 화제성은 덜 하였지만 우리 실생활에 많은 의미를 선사해준 드라마였다. 환타지 측면에선 모두 변변찮은 노처녀와 재벌 2세와의 로맨틱한 사랑을 핵심으로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결말은 낭만성과 그로인한 카타르시스를 버리고 덤덤했다. 적어도 대리만족에선 실패했다. 내가 혹시 김선아가 내 대신 죽는 것을 바랐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내 자신의 진부함과 잔인함에 놀랐다. 우리 삶이라는 게 정도의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실은 모두가 시한부 인생이고 주어진 삶을 아니 그래서 놓여진 죽음을 살아가는 것 아니었나. 육개월이라는 극단적인 시간표가 우리 생을 더 절망의 도가니에 빠지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하루하루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남은 인생의 시간표를 알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에게 묵직한 교훈을 주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인의 향기>가 끝나면 엄청 서운할 줄 알았는데(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싶어 ㅋ) 어쩐지 그 헤어짐이 아쉽지만은 않았다. 허탈하지도 않았다. 조용히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괴롭지도 않았다. 참 기특한 드라마였다. 아니 그러한 내가 더 기특했는지 모르지만.


#3. 알지 못하는 결말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인순이가 나가수에서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를 가지고 자신의 지나간 인생을 돌아보는 모노드라마로 한편의 뭉클한 무대를 꾸몄다. 인순이는 인터뷰 할 때 지나온 시절의 고생이 생각나 눈물을 보인 것이 아니고 삼십, 사십, 오십을 지나오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을지, 그때도 사람들이 나를 반겨줄 것인지, 만약 못하게 된다면...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스스로의 감동, 슬픔, 회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깨달았다.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 반드시 앞으로를 그리게 된다. 슬프게도 그렇게 돌아보기 시작한다는 건 바로 지금부터가 그 돌아본 만큼보다 많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내 나이 서른 즈음엔 황금기였지, 거침없었지..
내 나이 마흔 즈음엔 불같은 사랑을 했지
그리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아이를 선물 받았지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때 였어
내 나이 쉰 즈음 난 달리고 있어
목적지도 모른 채 하늘 한번 보지 못 한 채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도 모른 채난 달리고 있어 습관처럼
조금 있음 나의 다른 나이 즈음을 경험하겠지
그때 난 어떤 모습일까         - 인순이, <서른 즈음에> 中에서
 
   


   내가 서른 살 즈음에 김광석의 노래를 들었을 땐 내 인생이 너무 바쁘고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그 노래는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노래처럼 서른 살이라고 모두 서른을 노래한 가사가 와닿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내 서른은 숨가쁘고 거침없었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노래가 갑자기 가슴을 때린 건 서른이 한참 지난 거의 삼십대 중후반이었던 것 같다. 김광석 베스트 앨범을 선물로 받아 차에서 흘려 들었는데 노래 가사 중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라는 부분이 스며들듯 내게로 다가왔다. 이별과 실패의 실행자가 그 주체가 내가 아니었다는 것이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나는 시간과 사람과 계절과 바로 오늘의 내 자신과.

   늘 그렇듯 하루 하루가 또 멀어져 내 청춘의 시간들과 많이도 멀어진 지금, 그러니까 서른이 한참 지난 후 뒤돌아보니 나는 여기까지 이별해 와 있었고 그건 내일도 마찬가지 일거라는 깨달음. 청춘이 그렇게 흘러온 것과 마찬가지로 남은 내 인생도 지금처럼 똑같이 흘러갈 것이라는 슬픔. 절대 누구든 돌아갈 수는 없고 그저 이렇게 매일과 이별하며 앞으로만 나아가야 하는 두려움. 이별만이 인생을 완성하는 슬픔이라는 사실. 그러니 그 노래는 서른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서른을 지나온 모든 서른이었던 사람, 이제서야 자신의 서른이 기억나기 시작한 사람을 위한 노래였던 것이다. 서른 즈음에 들어야 할 노래가 아니라 이제는 비로소 서른 즈음을 돌아볼 나이에 겨우 들려오는, 마흔도 쉰도 그 다음도 돌아보듯 그려볼 수 있는, 그래서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노래였던 것이다. 그건 다시는 서른을 돌아갈 수는 없고 오로지 서른을 서른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할 수만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잔인한 노래였던 것.

   나는 내 남은 인생의 시간을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내 아버지는 대충 마지막을 아셨고 내 어머니는 전혀 모르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더 불행한 인생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마지막을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 또 다른 삶의 시간을, 계기를 마련해주지 않았을까. 만약 혹시 알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그리 놀라지는 않고 싶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별개로 내 인생은 변함없이 나의 것이었고 그 인생을 지키고 살아내는 것도 내 몫일 것이기 때문에. 혹시 터무니 없이 짧다면 그것도 그리 큰 불행은 아니라고 여기고 싶다. 무작정 길다고 썩 좋을 것 같지도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그렇게 매일을 매일과 이별하며 또 내일을 기다리고 싶다.

   내게 드라마가 끝난다는 것은 내가 살지 못했던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것이고 그래서 내가 맺지 못한 결말이 하나 탄생하는 것과 같다. 살아가면서 결말이 다양해진다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그래서 어떤 결말이라도 소중히 받아들이는 양분이 되어주길.

   운좋게도 이번 결말은 달보고 소원을 빌어보기 참 적당한, 그래서 가을 즈음에 유익한 결말이었다.






 

 

 

 

 

 

 

 

덧붙임) 그 와중에 짬짬이 <사르트르와 까뮈의 우정과 투쟁>을 읽었다.
참 재미나게 덮었다. 여인의 향기와 인순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암튼, 나는 TV를 보다 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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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9-13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순이 모노드라마를 보았는데
참 감동이더군요.
그렇게 청중들과 함께 무대를 공유하고 감동으로 이끄는 무대 장악력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언제 또 인순이의 독백을 외우셨습니까?ㅋ
한사람님의 글은 언제나 진지하고 짠한 감동이 있군요.^^

한사람 2011-09-14 20:24   좋아요 0 | URL

히히, 외운건 아니고 ㅋㅋ
늘 진지하기만 한게 ㅋ 제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해요 ㅠ

2011-09-15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5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만 되면 한국을 떠나던 이모가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꽃이 피는 게 그렇게 싫더랍니다. 만물이 소생하는데 자신만 그대로인 것 같다구요. 이모는 봄만 되면 엄마에게 통장을 맡기고 만약 내가 비행기 타고 가다 사고가 나서 죽게 되면 이 통장은 언니가 다 가져라, 하며 훌훌 떠나곤 했습니다. 별소릴 다한다, 니 죽고 나면 내도 살 수 있을 거 같나, 저는 옆에서 어렴풋이 그렇게 들었습니다. 엄마는 유난히도 형제들 중 그 이모에게 각별했습니다. 이모는 남편따라 미국에서 삼십여년 외롭게 사셨어요. 이모부는 한국에 돌아와 승승장구했습니다. 아주 높은 고위직까지 승진하며 신문에도 자주 나더군요. 이모는 엄마에게 많이 의지했던거 같아요. 이모는 돈이 많았습니다. 내 어머닌 그렇지 않았구요.

   언젠가 이모는 자기가 어렸을 때 엄마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야기해 주셨어요. 엄마는 그 시절 양재학원의 원장이었는데 학생들이 수강비라고 돈을 서랍에 놔두고 가면 자신에게 마음껏 쓰라고 하셨대요. 기쁜 마음에 서랍을 열어보면 지폐가 수두룩했고 엄마는 얼마를 빼내가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나요. 아예, 돈이 얼마나 있는지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대요. 이모는 그 돈을 가져가면서 훗날 자신이 돈을 벌면 언니에게 꼭 갚을거라고 다짐했대요. 그렇게 수차례 빼내간 돈을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다 하셨죠.

   이모는 마음이 많이 아픈 분이었는데 소위말하는 정신과 병동에서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던 분이었어요. 일종의 피해망상증, 우울증이 깊어 주변 누구와도 대화를 이어가기 힘든 분이었습니다. 이모는 명절이면 자신의 집에 배달되어온 고가의 선물을 모조리 엄마에게 가져다 주셨어요. 어떤 상자는 명함이 떼어지지 않은 채로 우리집으로 배달된 것도 있었죠. 항상 가락동 시장 단골집에서 최상품의 과일만 사다가 직접 가져다 주셨어요. 형부와 저 말고 언니 꼭 먹으라구요. 엄마는 그걸 아꼈다가 저와 손자 주신다며 챙겨주셨지만요.

  아이는 그 이모를 '과일할머니'라 불렀어요. 정말로 맛난 과일만 사다 주셨으니까요.
  오늘아침, 아이가 뜬금없이 과일할머니 보고 싶다, 하는 것이었어요. 추석이 낼모레이고 마트에 가면 과일들이 많으니까 아마 과일 생각이 났나봐요. 그런데 아이는 말했어요.

  " 엄마, 나는 태어나서 과일할머니가 사준 과일만큼 맛있는 걸 먹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요즘 과일은 왜 맛이 없어? "

  그러게요. 과일이 정말 맛이 없어졌습니다. 우리 땐 한여름 은쟁반에 큼지막하게 잘라먹던 수박도 참 맛있었고 복숭아도 향이 그득했고 배도 참 달콤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비싸기만 하고 그때만큼 맛나고 싱싱한 과일을 만나기 참 힘들죠. 우리가 입맛 수준이 높아진 건지 과일이 맛이 없어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과일을 건네던 서로의 정이 사라져서 그런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모를 생각하면 맛난 과일에 이모의 사랑까지 곁들여 입으로 들어간 것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아이가 사라지자 눈물이 나네요.

   엄마는 이모와 같은 날 돌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은 운전자였던 이모를 따라서 차에서 내리지 않은 거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모를 많이도 원망했어요. 사고를 낸 운전자보다 운전을 한 이모를 더 미워했습니다. 엄마는 의심없이 저를 버리고 이모를 따라간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좀 알 것도 같습니다. 만약 이모 혼자서 가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외로왔을까 하구요.  하루에 사십명 넘어 자살을 하고 칠백명 넘게 사망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런 기사를 보면 내 차례는 언제일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죽는게 무섭다기 보다는 죽을때 혼자 있을까봐 두려워요. 엄마는 참 멋진 분이셨죠. 저는 그런 언니가 없지만요. 오늘은 그런 언니를 가진 이모가 참 보고 싶습니다. 추석이 되면 맛난 과일과 선물 꾸러미를 가득 가져다 주시던 과일할머니, 그 모습 그대로요. 웃기죠? 과일이 보고 싶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부모님이 없는 추석이 벌써 다섯 번째네요.
   그땐 몰랐는데 명절이라는 것이 결국 부모님과 한 가족임을 나는 그 속에서 안온한 존재임을 재차 확인하는 인증식 같은 거 라는 생각입니다. 차례상 차리는게 귀찮고 찾아 뵙고 돌아오는 것이 고단하고 친척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시간들이지만 돌아보니 나는 그 속에서 그들속에서 어제도 추억하고 내일도 기다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올해는 산소에 가지 못할 듯 하네요. 너무 먼 곳이라 일년에 한번 가기가 힘듭니다. 실은 지금 제 꼴이 형편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좀 쓸쓸합니다. 추석이 외로운 분들은 그 외로움을 벗삼아 추석을 견디지요. 어느 통계조사에 보니 며느리들이 보기 싫은 사람은 시부모가 아니고 시누이 부부와 형님과 동서네라고 해요. 시부모야 어짜피 감당해야 할 몫으로 여기지만 옵션으로(?) 붙어오는 시누이네와 형님, 동서네는 경쟁구도속에서 삶 자체가 비교화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남자들은 밥상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언제나 우아하게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부엌에서 꼭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요. 그러면서 웃고 떠들다가도 집에 돌아갈 때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르죠, 하하. 갑자기 효녀 시누이와 엄청 바쁜 동서도 생각이 나네요.

   사는게 참 여러 과일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떨 땐 겉은 빨갛지만 속은 하얀 사과같기도 하고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수박같기도 하고 조그만 알알이 모여 한 송이 기쁨이 생기는 포도 같기도 하고.

   아주 예쁘고 토실토실한 복숭아를 가져와 접시에 단정하게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어주시던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앞치마에 사과를 쓱쓱 닦아서 윤이나는 껍질채로 한입 베어 물고는 아 맛있다며 먹어보라던 이모를 생각해요. 홍시를 좋아라 하시던 할머니도 생각납니다. 단감을 좋아하던 아버지, 그렇게 대추만 골라먹던 사촌동생도 기억나요.

   예, 저는 딸기를 좋아했는데 항상 명절땐 딸기철이 아니어서 별로 과일에 관심이 없었죠. 아주 어렸을때 그땐 제철이 아니면 과일을 먹지 못할 때, 한 겨울이었는데 리어카에서 딸기를 파는 겁니다. 엄마에게 떼를 쓰며 사달라고 울면서 버텼더니 오백원인가 주고 사주셨어요. 집에가서 먹어보고 다 뱉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옆에 있던 바나나를 사달라할 걸 그러면서요.

   얼굴도 이름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모르지만
   저를 알고 제 글을 알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이 물컹한 과일같은 마음을 전합니다. 혹시나 서재일로 저때문에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면 그 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글을 쓸 때는 억하심정이 있어 그러는게 아니지만 읽다보면 꼭 내 이야기를 하는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바람같은 면도날이 스치우죠. 하지만 제가 그랬듯 일시적인 서운함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이곳은 얼굴보고 털어버릴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마음이 그대로 굳어버리는 것이 안따까울 뿐이죠. 예전에 돈 좀 있을 땐 겉치례로 과일이고 굴비고 김이고 멸치고 한과같은 선물도 많이 보내드렸는데 지금은 그저 마음뿐입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알게 모르게 마음으로 힘이 되던 분들이 생각나서요. 그래도 마음 하나라는 거 그게 이렇게 울컥하고 소중한 건지 몰랐습니다.

   추석 연휴 예쁘게들 지내시라구요. 혹시 저처럼 부모님 안계시거나 누구 그리운 사람이 간절한 분들에게 용기와 위로도 전합니다. 달보고 소원 비실 거 같으면 소원 생각하다가 갑자기 옛날 생각나서 훌쩍거리지 않기로 해요. 달려가 손수건이라도 드리지 못하니 그저 남몰래 숨어서 구경하기로 합시다.  

  이번 달은 아주 커다랗고 깊은 호수였으면 좋겠어요. 보고 싶은 얼굴들이 거울처럼 비추어 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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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님, 이모저모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래 아이리시스님과의 댓글 읽었고, 아마 심정적으로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허탈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결론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저와 친한 다른 알라디너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또한 알라딘 서재에는 다른 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이고 평지풍파없이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지쳤지만, 친한 분들 중 이번 일로 굉장히 힘들어하시면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서재 폐쇄를 먼저 고려한 점이 너무 큰 파장을 불러왔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저 역시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로 인해 한사람님과의 대화 즐거웠습니다. 제 과일같은 마음도 전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시기 바랍니다. 종종 뵐게요.

한사람 2011-09-10 00:40   좋아요 0 | URL

어휴..제가 좀 오늘 잔일이 많았는데(하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바쁘네요 ㅋ) 답이 늦었죠.
벌써 하루가 흘렀네요. 모든 건 지나간다고 시간이 약입니다. 모두들 법적이고 냉철하고 온라인에서 공개글 쓸때 어느 정도 비난이나 혹은 예상치 못한 앞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거..왜 모르겠어요. 커뮤니티 일이년 한분들도 아니고. 블로그 한두번 접어봤나요 ㅋ. 이번 일같은 경우 대개 운영측보다는 이용자쪽의 관리문제로 귀결될거 뻔하죠.

예, 저는 원칙이나 관례, 그런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을때 사소하더라도 피해본 사람이 있다면 다같이 위로해주고 이해해주고 한번쯤 피해본 당사자(설령 그 피해가 웃겨보여도) 입장에서 토닥여주는 분위기가 아쉬워요. 남들에겐 먼지같은 상처도 내게는 우주 같은거 잖아요. 저도 그리 살갑게 선뜻 위로하는 편은 못되지만 ..가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히 필요 이상으로 이성적인 분들 자주 보는거 같습니다. 9시 뉴스 피해자 명단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더라구요. 저는 쿨하지 못해서 그런지..마고님이 받아본 댓글 같은거 억울하고 분해서 그냥 아무말 안하고 자폭했을 겁니다. ㅋ

그리고 이곳에선 말 한마디가 거의 모든 표시니까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 맞고, 다 이해합니다..

그치만 마음은 쓸쓸합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추석때 가족들과 많은 정 나누어요^^

2011-09-1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9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June* 2011-09-0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추석 ,되어요. 히히.
 

한사람 2011-09-10 00:46   좋아요 0 | URL

앗, 준님!
중요한 순간에 짠~ 정말 고마워요^^ 하하. (따라해 본거여요 ㅋ)

라주미힌 2011-09-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네세요 ㅎ.
뭉클하네요 .

한사람 2011-09-10 00:47   좋아요 0 | URL

어멋, 라주미힌님.
오년전에 뵈었으면 제가 좀 발랄했을텐데요 ㅠ
맘 편한 추석 되시길요, 고맙습니다!

조선인 2011-09-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 미리 어머니 납골당 다녀왔어요. 벌써 7년인데, 아직도 눈물이 쏟아져요...
한가위 잘 보내시길...

한사람 2011-09-10 00:49   좋아요 0 | URL

저는 엄마가 2007년에 떠났어요. 그래도 다녀오셨네요. 아직도라뇨..
세월이 가면 더하는거 같은걸요..
사무친다는게..그런 그리움이라는게 어떤 건지 말로 다 못하는 보고픔이 어떤건지
차마, 입으로도 못 꺼내요 ㅠ

조선인님도 건강하고 가족들과 훈훈한 명절 보내세요!, 고마워요~

2011-09-09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9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9-0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잘 보내요.^^

한사람 2011-09-10 01:14   좋아요 0 | URL

예, 스텔라님도요. 100일 프로젝트 끝나고 좀 여유로와 지셨나요?
제 기억으론 이 맘때가 생일이셔야 하는거 같은데..

또 맘 뿐이네요.. 명절과 생일 모두 훈훈하고 또 풍성한 연휴 되길 바랍니다^^

oren 2011-09-09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짜안~ 하네요.

추석때 마다 '부모님' 모두 살아 계셨던 그 시간들이 얼마만큼 소중했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기에 얼마만큼 안타까운 시간들이었는지 그 누군가는 알테고, 또 그 누군가는 아직도 잘 모를 테지요. 저도 올해 추석부터는 '아버님'을 뵐 수가 없답니다. 물론 성묘를 가면 고향의 산자락에 고요히 잠들어 계신 아버님을 뵐 순 있겠지만 말입니다.

올해 추석엔, 둥근 보름달을 올려다 보며 '어느 사이에' 우리 곁을 훌쩍 떠나가신 소중했던 많은 분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고, 그 분들께 마음 속 깊이 감사하는 시간들을 가져보고 싶네요. 눈물 흘리지 않고 말입니다.


한사람 2011-09-10 01:19   좋아요 0 | URL

예..저는 조금 알고 있는 그 누군가에 속하네요..
아버님이 올해 돌아가셨으면 올 추석때 너무나 많이 그리우실 듯 합니다.
저는 아버지 돌아가시고 첫 추석때 친척들이 우르르 집에 왔을때 저도 모르게 그 속에 아버지가 없다는 현실감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라구요. 사람들 앞에서요.. 명절땐 더 집에서 아버지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 큰 거 같아요. TV를 봐도 어르신만 나오면 눈물이 나던걸요 ㅠ

아버님 편안히..그곳에서 영면하셨으면 합니다. 또 oren님도 그 슬픔을 더 굳건한 에너지로 빚게할
따스한 시간들 가지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1-09-09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9-0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잔한 추억과 더불어 뭉클하고 울컥하네요.
중년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자각도 해야 되나 봐요.
부모님은 안 계셔도 정다운 얼굴들 만나는 즐거운 명절 지내시기를...

한사람 2011-09-10 01:4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제가 자주 못가지만
언제나 반가워요 ㅋ

추석도 어느덧 인생의 추억으로 말할 나이가 되었네요..
저는 지난 여름 끝내 친구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원피스는 아직 걸려있어요.
연락을 안하고 다시 떠난 거 같습니다.

순오기님도 명절 연휴에 바쁘실텐데,
건강하고 또 맘편하고, 풍성한 시간 되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1-09-0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 때 비 온다던데 안 왔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비가 와도 보름달이 또렷하게 뜨면 괜찮을지 모르겠지만요.
아무래도 비구름 때문에 올해 추석에는 달을 못 볼거 같아요.. -_-;;
그래도 연휴이니만큼 즐겁게 보내야겠죠 ㅎㅎ 한사람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한사람 2011-09-10 01:4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비 소식을 들었는데..
일년에 달 보는 날이 얼마나 된다고 꼭 그날 비가 와야 하는지 하늘에 묻고 싶네요 ㅠ

아마 비구름 사이로 슬며시 흐릿하게나마 간절히 보고픈 사람들에게만 보여주지 싶은데요
시루스님은 어떤 소원을 빌지 궁금하네요

명절때 맛난 음식 먹고 책도 짬짬이 읽고 또 뒹굴기도 하고(무도 팬이라 했죠?)
영화도 보고, 그렇게 맘 편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래요^^

(여자친구 없어요? ㅋ)

2011-09-10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1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1-09-10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지막이 알게된 요즘의 일에, 그냥 궁금하여 돌다돌다 왔습니다.
평소같으면 조용히 읽고 갈텐데, 오늘은 그래도 추석이니까 인사는 하고 가고싶네요.

추석 잘 보내세요 ^^

한사람 2011-09-11 07: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 이 닉네임이 어디서 한번 본것 같아...
제 기억을 더듬어 보았더니
<분노하라> 댓글의 주인공 이셨어요 ㅋㅋ

인사해주셔서, 아는 척 해주셔서 제가 고마워요
남자들도 명절이 마냥 편한것만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번엔 어떤 갈등이 생길까..
나중에 뭔소리를 들을까.. 후유증이 꼭 다음 명절인 설때까지 ㅋㅋ 가기 때문에
그저 이쪽 저쪽 아무 일 없기를, 달보고 빈다고 하던걸요ㅠ.ㅠ

이번 추석엔 부모님하고 눈 한번 맞추어 보는 어색한(?) 사랑교환 한번 해보세요.

건강 가득 하시길요^^

2011-09-11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4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