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는 어딜 가든 빈손으로 가지 않으셨다.
빈손으로 갈 바엔 가지 않으셨다.
옆집에 가더라도 꼭 내 손에 뭘 쥐어 보내셨다
그게 당시엔 창피하고 그랬는데 커서 보니 그게 다 정이었다.
어릴 적 나는 친구들 생일 초대를 받거나 혹 받지 않았어도 생일이면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늘 쪼달리는 엄마에게 선물을 사달라고 할 수는 없어 그 때부터 선물에 정성을 얹었다.
제주도를 가기로 마음 먹었지만 우리에게 경제적 여유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사 온건 옆지기가 좋아하는 멸치젓과 내가 좋아하는 콩잎장아찌, 그리고 감귤 초코렛 세상자 테디베어 뮤지엄에서 12000원짜리 태은이 가방이 다다.
그나마도 안 살려고 했지만 내가 졸랐다.
감귤 초코렛은 어린이집에 두상자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태은이는 먹고 싶어도 어린이집에 가지고 갈거라며 꼭꼭 참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한지. 나라면 못 참았을지도 모르는데.
그 초코렛을 오늘 어린이집에 가져갔고 선생님이 매우 기뻐하며 받으셨다. 선생님 개인 선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기뻐할 생각에 선생님도 좋은 듯했다. 태은이도 무척 신이 났다.
그리고 준비한 것은 우리가 여행간 동안 태은이와 친한 두명의 친구가 생일 잔치를 해서 미처 주지 못한 생일 선물,
생일 선물은 부담이 되는지 엄마들이 항의를 해서인지 두번째 부터는 안보내도 된다고 했지만 선물을 준비할 때 기뻐하는 태은이를 보며 가능한 선물을 하기로 했다.
이번 선물은 비즈 팔찌. 처음엔 목걸이를 만들자고 했는데 너무 예뻐 보였는지 엄마 하란다. 그래서 다시 만든 비즈 팔찌. 가운데 진주도 끼워서 두개를 만들고 사탕처럼 포장을 하고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태은이가 직접 끼우고 비즈도 골라주었지만 나중에는 순전히 내 몫.
아이 친구 생일에 웬 공이냐 할 수도 있는데.
여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도 않은 밤, 구슬을 꿰며 나는 생각했다.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 선물하자고.
그 맘이 다 태은이에게 돌아오리라고.
나는 이걸주었는데 너는 왜 없어를 따리려는 게 아니다.
작은 미소, 한마디의 따스한 말이 다 선물 처럼 다가 오기리라 여긴다.
션과 정혜영의 책에서 내내 기억에 남는 건 션이 하는 말이다. 최선으로 최고를 선물하는,
만든 팔찌는 내가 보기에도 꽤 이뻐서 탐이 나기도 했다.
태은이도 이쁘지만 친구들을 준단다. 하지만 목걸이는 엄마 하라고.
중간에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다. 친구들이 팔찌를 보며 너무 좋아하더라고 참 이쁘다고.
나는 태은이를 테리러 갈 때 목걸이를 포장했다. 그러고는 어린이집에 태은이랑 나오기 전에 선생님께 드렸다.너무나 기뻐하는 선생님.
내 단순작업이 그저 구슬을 끼우기만 하면 끈나는 그 작업이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구나 라는 생각은 내 마음도 흥분 시켰다.
태은아 엄마가 목걸이 선생님 잘 주었지?
태은이가 그렇단다.
그런데 엄마는 어떡하냐고?
엄마는 또 만들면 되지.
내가 나를 위해 목걸이를 만들지는 잘 모르겠다.
나를 위해 시작한 것도 잠시 갖고 있다가 모두 누군가를 주어 버려 남은 것이 늘 없기도 하고 실제 내가 날 위해 뭘 한적도 없어서.
하지만 열심히 만든 무엇인가가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기쁨이 되면 참 좋구나 싶다.
이 모든 걸 지겨보며 태은이도 진정한 선물의 의미를 알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