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지하철을 타고 홍대를 가려고 대림에서 환승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역내에 불이 났습니다.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비상구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앗, 불이라고?
지하 막힌 공간. 불이라니.
게다가 한시가 극한 상황이었는데.
다행 불은 누군가의 장난이었음이 이내 밝혀지고 사과 방송이 나왔다. 다행이었지만 천 가지 생각이 드는 일이었다.
이 시기에 만난 책이 멸화군이었다.
멸화군이 있었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어 새롭지는 않았지만 자료가 거의 없는 멸화군이라는 직업이 어떻게 쓰여졌을까 궁금함이 앞섰다.
읽으면서 어릴 적 보았던 불이 자꾸 떠올랐다.
집 근처 작은 화원에서 불이 났고, 간이로 지어진 집에서 자던 사람이 불로 세상을 떴었다.
활활 타는 불을 보며 두려움에 떨며 집에 들어왔고, 며칠뒤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숯덩이가 되었대!. 라는 말이 귀에 쟁쟁거렸다.
숯덩이.
불은 돌개라는 노비 집에서 시작되었고 번지고 번져 이웃 마을 번져나갔다.
그 불로 숯덩이가 된 집,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살던 사람
시커멓게 그을린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책속에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무글은 타서 시커멓게 된 닭을 거부한다.
시커멓게 재가 되어나온 사람들. 생각에.
다 타버린 페허 속에서 사람들은 배급되어 나누어진 먹거리 라도 놓치지 않고 차지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여기서 무굴은 그저 불 난 마을. 시커멓게 그을린 아이였다.
불을 낸 집 아이도 아니고 불을 내는 걸 본. 목격자도 아닌 그저 평범해 보이는 무굴.
이 아이가 왜 주인공일까?
이야기는 점점 무굴이 주인공일수밖에 없고, 멸화군이. 될 운명인 것을 알려준다.
불은 물로써 잡는 것이 아니라 불로써 잡는 것이다. 네 부모, 네 형제를 태워 버린 불을 잊지 말아라. 가슴에 불을 키워 그 불로 불을 잡아라. 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ㅡ76p
무굴아버지는 금화군으로 자기부인도 불에서 구했고 아기무굴도 불구덩이에서 구한 의인 중 의인이었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아들을 구하지 못한.
아들대신 키운 무굴에게 멸화군이 되라한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무굴은 멸화군이 되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운명인 것을 알게 된다.
밝혀진 사실 앞에 말없던 아버지. 냉정한 어머니가 느껴진다.
무굴은 시험보기 전 옷을 가져다 준 사람이 자신을 길러준 어미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굴을 길러준 어미의 사랑은 그렇게ㅈ숨어서 옷을 챙기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하나 자식을 위해 두려움도.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작가의 치밀한 캐릭터 연구가 보여진다.
3차까지 보는 멸화군 시험.실기까지 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멸화군 시험에서 무굴은 구질구질하게 내 부모를 불에서 잃고 어쩌고 하며 사정하지 않고 당당히 말한다.
범인을 잡겠노라.
그러고는 진실로 돌개 아버지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다.
묵은 체증이 풀리는 시원한이 느껴진다.
표정 하나하나 살아있는 일러스트도 참 재미있고 책과 잘 어울린다.
사거리에 서면 자주 소방차들이 지나간다.
소방수는 옛날직업이 아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이 시대 없어서는 안될 직업이다.
급하면 구세주처럼 찾는 곳이 119이고 정말 고마운분들이다.
무굴처럼 힘들고 위험한 일을 운명처럼 여기고 일하시는 분들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