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난 온몸을 웅크린채말라비틀어져 날카로움만 더해가는가시나무눈물 흘릴 줄도 모르던 가지 사이로 밤새 바람 소리 뒤에서숨죽여 울었다사랑인줄 알았던 바람의 거친 숨소리에살얼음 판을 걷듯 바들바들 떨며잠을 청하고 꿈을 꾼다연초록 잎이었던 때를
이방인물이 되어 들어왔다넉살좋은 기름속누런 끈적기가 달라붙었으나섞여 들지 못한다하나 둘씩 호기심을 굴리며다가오는 이들어색한 입김 속에 이리 끌려 저리 끌려물인지 기름인지 혼미한 정신물로 남아야 하는지 기름이 되야 하는지어느덧번질번질한 꾀를 배우고누런 끈적기를 입고기름 인양 기름 옆에 달라붙어 기름 행세를 한다그들 속에서자꾸만 느끼는 것기름은 아니라는 것그렇다고 물이라 믿어 줄 이있을까.
1995
비 오는 날 밝은 비오는 날활짝 열어 제친 창문가에 붙어 앉아빗방울을 센다채 헤아리기도 전에 이미 내려앉은은죽 같은 비가슴에 다 받아 넣으려는 듯턱을 괸다비오는데어둡지 않은 하늘은 햇살보다따사롭다
1992년
진단맨살에 맞닥뜨린 세상의 맛깔당혹한 가슴이 한차례 밀려가면아려 오는 상처겹겹이 쌓은 방어벽 틈새엔 파상풍이 자라고 있었습니다보잘 것 없는 몸뚱지길을 잃어 갈 때면숨은 강단을 송곳처럼 움켜지던 야무짐제풀에 지쳐 길게 눕던 그림자세상엔 정말 사람들이 많다고하, 다르고 휴, 다르다고개를 저으며 내민 손은 허공 속을 가위질하고다시는 믿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먼저 한 발 다가서는 것이 병이었습니다
1993년
석돌과 칼날나는 섬세하게 반응하는 석돌품안에 칼은 날마다 시퍼렇게 자라고서슬이 스쳐 갈 때마다 오싹하는매저키스트너는 야심깊은 칼날불타오르는 냉정한 살결로있는 힘껏 끌어안고 있는 힘껏 부딪힌다.소름 돋는 향락의 소리스르륵 스르륵날이 설 때마다무뎌지기도 바래 보지만서로가 준 곳곳의 상처가 눈물겨워핥으며 핥으며동동거리던 나날칼이 내게 기대고난 칼에게 기대고서로에게 상처 주며 굳어져 온 세월세상에서 잔인한 사랑얼마나 나리 나리 줄을 서랴 마는,서로가 준 상처가 클수록더 깊게 사랑한다.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