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장인들의 문화혁명

이번주 한겨레21에 실은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 2010)을 다루고 있다. 이미 일간지 리뷰들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책이지만, 초점을 조금 달리하여 한번 더 언급하게 됐다. 대단한 역작이어서 제쳐놓기가 어려웠다. 

 

한겨레21(10. 03. 22) 16세기 직인, 지식사회에 도전하다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16세기에 세계무역과 세계시장이 형성된 때로부터 자본의 근대사가 시작된다”고 적었다. 세계체계론자인 월러스틴도 근대세계체계는 16세기(1450-1640년대)에 형성돼 오늘날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기원을 16세기로 잡는 것이다. 그런 것이 경제사에서 ‘16세기’가 갖는 의의로 보인다. 하지만, 문화사적으로 16세기는 보카치오나 라파엘로가 활동한 14-15세기의 르네상스와, 갈릴레오나 뉴턴으로 대표되는 17세기 과학혁명 사이의 계곡처럼 간주돼온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테면 들러리다.   

대학과 성직자 VS 미술가와 장인
‘자력과 중력의 발견’을 다룬 <과학의 탄생>의 저자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또 다른 역작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 펴냄)을 통해서 이러한 통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17세기를 준비하는 지식세계의 ‘지각변동’으로 16세기를 재평가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들이 대륙판들의 충돌로 인한 대규모 지각변동의 결과인 것처럼, 17세기 과학 천재들의 혁혁한 업적도 16세기 문화혁명이 밀어올린 지반 위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16세기가 과소평가돼왔다면, 그것은 16세기 문화혁명을 주도한 직인이나 기술자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절하와 무관하지 않다.   

중세 서유럽의 대학에서 육체노동은 멸시 대상이었으며, ‘기계적’이란 말은 ‘손으로 하는’ 혹은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의 의미였다. ‘기계적 기예’는 자유인이 익혀야 할 학예를 뜻하는 ‘자유학예’와 대비됐다. 그것은 육체와 정신의 대비였으며, 라틴어를 사용하는 엘리트 지식인과 직인 사이의 대비였다. 저자는 중세의 지식이 특정한 구성원들에게만 전수되었던 데 반해서 16세기는 이러한 비밀들이 벗겨지기 시작한 시대로 지목한다. 대학과 성직자가 독점하던 문자문화에 대해 선진적인 미술가나 장인이 도전장이 내민 형국이었고, 이로써 지식의 분단 상황은 와해돼간다.  

저자가 16세기 문화혁명의 지표로 내세우는 것은 대학과 인연이 없던 직인, 예술가, 외과의들이 속어(각국의 언어)로 과학서와 기술서를 쓰기 시작한 점이다. 알다시피 로마제국의 유산인 라틴어는 통치를 위한 공용어였고 문명어였다. 하지만 동시에 유럽의 권력자들에겐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이자 수단이었다. 민중의 생활과는 단절된 소수 지적 엘리트의 전유물로서 라틴어는 비록 지역 간 언어의 장벽을 없애긴 했지만, 소수 엘리트와 민중의 사이에는 높은 장벽을 쌓았다. 그럼으로써 민중을 학문세계로부터 배제했다. 수도원 내부에서조차도 라틴어를 해독할지 못하는 사람은 ‘노무 수사’로 불리며 육체노동과 잡일에 종사했을 정도다. 라틴어 구사 능력의 유무가 사회적 지위를 결정했던 셈이다(그것은 오늘날 ‘영어 시대’에도 얼추 들어맞지 않을까).   

'과학혁명'이 누락한 것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도 중세 스콜라학에 이의를 제기한 건 맞지만 학문 세계의 배타성까지 타파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속어는 물론이고 속어가 섞인 라틴어조차도 저급한 것으로 경멸했다. 자연에 대한 비밀도 민중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레 숨겨놓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 지식계급이 생각한 ‘도덕적 책무’였다. 이러한 사정은 갈릴레오에 대한 종교재판에도 적용되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지동설을 그냥 주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천문대화>를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아로 저술함으로써 누구라도 알 수 있게끔 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는 것이다. 애초에 루터가 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한 ‘95개 논제’를 라틴어로 썼을 때에도 파문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을 독일어로 번역․요약해 인쇄하자 그의 주장은 순식간에 독일 전역의 대중에게 전파되었다. 이런 것이 16세기 문화혁명에 수반된 언어혁명의 양상이었고, 이 과정에서 형성되고 성장한 ‘국어’는 국민국가 형성으로까지 이어진다.  

16세기 문화혁명의 성과는 17세기에 들어서 엘리트 지식인들이 계승하게 된다지만, 그사이의 ‘단절’도 간과하긴 어렵다. 지식과 과학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란 질문을 과학혁명의 ‘승리의 진군’은 누락한 듯싶어서다.   

10. 03. 15.

 

P.S. 분량상 발췌독을 했지만 <16세기 문화혁명>은 서평거리로 읽은 책들 가운데 발군이다. 힐베르크의 역작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개마고원, 2008)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래서 그의 전작 <과학의 탄생>(동아시아, 2005)도 긴급하게 구했다. 제2부의 한 장 제목이 '과학혁명의 여명 - 16세기 문화혁명과 자력의 이해'다. <16세기 문화혁명>은 그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후속작인 셈. 두 권은 과학사와 문화사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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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rin 2010-03-1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마모토씨의 저작이 또 나왔군요. 전공투의 힘이 느껴집니다...

로쟈 2010-03-19 10:46   좋아요 0 | URL
대단한 역량의 저자인 건 맞습니다...

괄호밖 2010-12-1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의 저공비행]을 읽고 접속하게 되었고, 지금껏 이 서재의 글과 댓글을 탐독하며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매일 늘어만 갑니다. 읽을 책이 늘지만 오히려 기분은 짜릿하네요. 고맙습니다.

P.S. 잘못된 부분이 있기에 씁니다.

"수도원 내부에서조차도 라틴어를 해독할지 못하는 사람은 ‘노무 수사’로 불리며"를

"수도원 내부에서조차도 라틴어를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은 ‘노무 수사’로 불리며"로

 

<일본근대문학의 기원>(도서출판b, 2010) 개정판에 이어서 가라타니 고진의 <정치를 말하다>(도서출판b, 2010)가 출간됐다(생각보다는 얇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여섯 번째 책으로 이제 <전전의 사고> 하나만을 남겨놓고 있다. <역사와 반복>(도서출판b, 2008)이 출간됐을 때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이 컬렉션의 책들만으로 리스트를 한번 더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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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말하다- 가라타니 고진의 민주주의론
가라타니 고진 지음, 고아라시 구하치로 들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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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의 종언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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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근대문학의 기원
가라타니 고진 지음, 박유하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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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과 미학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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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03-16 00:44   좋아요 0 | URL
'사상의 오빠'가 가능하다면, '고진 오빠'도 가능할 듯 싶은데요. 고진 오빠 넘 좋아요~꺄악!

로쟈 2010-03-16 08:19   좋아요 0 | URL
그럴 땐, '옵하'라고 쓰던가요?^^

반딧불이 2010-03-16 12:47   좋아요 0 | URL
<근대 문학의 기원>을 보고 면도날 같은 그의 사유에 맛이 갔었는데 '종언'에서는 좀 두루뭉실 되다가 '공화국'과 '윤리21'은 포기하고 말았어요. 제가 미천한 탓이겠지만 고진의 글은 문학에 관한 글에서 더 빛나는 듯 하더라구요.

로쟈 2010-03-17 01:36   좋아요 0 | URL
문학비평을 떠났으니 고진으로선 조금 섭섭할 수도 있겠는데요.^^ <정치를 말하다>는 간명한 대담집이어서 전체적으로 조감하는 데 요길할 듯합니다...
 

최근 한국인 유학생 피습으로 다시금 관심사로 떠오른 러시아의 스킨헤드와 인종테러를 진단하는 기고기사를 옮겨놓는다. 2004년 러시아 체류시에도 잔뜩 긴장하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실제로 공원 등지에서 가죽옷을 입은 스킨헤드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 러시아의 음울한 이면인데, 혹 여행 계획이 있으신 분이라면 미리 주의하는 게 좋겠다.    

외국인 혐오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러시아에서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인 유학생이 또 피습을 당해 대책이 시급하다. 주러 모스크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쯤 모스크바시 유고자파드나야의 상가 건물 앞에서 모스크바 국립 영화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심모(29)씨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한때 중태에 빠졌다. 심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4시간여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다. 외교 당국자는 심씨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6년 전 모스크바에 유학 간 심씨는 노래방에서 나오다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심씨는 동료들과 헤어져 걸어가던 중 흰 가면을 쓴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당했으며, 이 괴한은 곧바로 달아났다. 이 지역은 지난주에도 외국인 한 명이 현지 청년들에게 살해되는 등 외국인 대상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현지 경찰은 범행수법으로 미뤄 극우민족주의자인 스킨헤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러시아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한국인 대학생 강모(22)씨가 지난달 15일 극동 알타이주 바르나울시에서 현지 청년 3명에게 흉기 등으로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세계일보 3월 8일자 기사)

 

한겨레(10. 03. 15) [기고] 나치와 러시아 순혈주의의 만남

짧은 머리에 가죽옷, 그리고 그 가죽옷에 달려 있는 반짝이는 금속물체들…. 이들이 스킨헤드들이다. 무리지어 몰려다니며 유색인종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닐까.

히틀러의 탄생일인 4월20일은 스킨헤드들에게 가장 큰 축제의 날이다. 러시아의 스킨헤드들은 이날을 기념하면서 순수한 ‘루스키’(러시아) 혈통을 강조하고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테러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얼마 전 있었던 한국인 유학생에 대한 잇따른 인종테러도 이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스킨헤드는 1960년대 후반 패션·음악·생활에 영향을 받은 영국 노동자들의 하부문화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스킨헤드의 하부문화에 정치성향과 인종적 태도가 혼합되면서 현재의 극우 인종차별주의로 발전하였다. 러시아의 스킨헤드는 1980년 중반 이후부터 러시아 청년 하부문화에서 발생하여 나치즘과 연결된 나치스킨(Nazi Skinheads)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념적 성향이 무질서하게 혼합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스킨헤드는 이념에 의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무질서한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극단주의 그룹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러시아 스킨헤드의 특징을 몇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소비에트 체제 붕괴 이후 경제난과 빈부격차의 심화로 소외계층 청년들의 불만이 누적되었으나 이런 불만을 분출할 만한 사회적 통로가 없었다. 그 결과는 ‘희생양’ 힘없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태도였다.

둘째, 러시아의 극우성향을 지닌 정치단체들이 이런 불만 소외 청년들을 조직화하여 이들에게 치기 어린 민족감정을 불어넣어 주었다.

셋째, 2000년대 이후 러시아의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소외계층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러시아 내 3D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극단적 반감으로 표출되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에서 자행되는 인종테러는 해마다 2만건이 넘으며, 최근 5년 사이에는 매년 5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살해당했다. 지난해에는 희생자가 갑절인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소연방 구성 공화국이었던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들과 캅카스인들이다. 이들은 러시아공화국에서 잡일과 3D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약 1000만명이 일하고 있다. 러시아 스킨헤드는 이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빈곤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인들이 마다하는 일자리를 이들 외국 노동자들이 차지하였고 현재 러시아 경제에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이은 인종테러에 대하여 러시아 정부도 2006년 7월 극단주의 단체 척결에 대한 연방법을 채택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러나 가뜩이나 사회와 정부에 불만이 가득한 소외 청년세력의 극단적 인종주의가 반정부 성향의 행동으로 돌변할까 매우 조심스런 입장이다.

오는 5월9일은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승전기념일이다. 러시아의 선열들이 나치 독일과 싸워 2000만 러시아인들의 고귀한 피의 값으로 조국을 지켜낸 날이다. 그러한 순국선열의 무덤 위에서 나치의 깃발 아래 러시아의 순혈주의를 주창하는 현재의 러시아 젊은이들을 과연 현재를 사는 러시아인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김선래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연구교수) 

10. 03. 14.  

P.S. 핵심은 "사회와 정부에 불만이 가득한 소외 청년세력"이 반정부 성향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극단적 인종주의'로 유도되게끔 방치한다는 것. 인종주의 포퓰리즘이 갖는 잠재성과 한계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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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3-1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이 공부할 때도 그곳이 요주의 위험구역(!)이었나요?

로쟈 2010-03-15 09:05   좋아요 0 | URL
공연을 보러갈 때 공원 같은 데서 마주칠 때가 있었어요. 적당히 피해가야했죠.^^;

Kitty 2010-03-1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이은 유학생 피습 뉴스를 보고 깜짝놀랐어요.
여름쯤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전면 수정 들어가야 할 것 같네요 ㅠㅠ

로쟈 2010-03-15 09:07   좋아요 0 | URL
관광객은 대체로 건드리지 않는 게 나름 불문율인데(단체로 다니기도 하고), 그래도 조심은 해야합니다. 혼자 여행하는 건 물론 위험하고요...

카스피 2010-03-15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팽창주의는 예로부터 인접 국가에는 커다란 공포였지요.러시아 청년들의 인종 차별은 혹 예전부터 이런 전통에 기인한것이 아닐까요?

로쟈 2010-03-15 09:09   좋아요 0 | URL
팽창주의 전통이야 러시아만의 것은 아닌데, 스킨헤드는 90년대 이후 현상입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 속에서 생겨난 일종의 청년층 '하위문화'인데, 러시아 정치권이 악용하면서 지금은 통제가 어렵게 된 걸로 압니다...

자꾸때리다 2010-03-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라브족을 천시한 히틀러를 추종하는 민족주의 슬라브족이라... 이건 뭐 뇌가 없는건지...아님 뇌의 고랑과 이랑이 머리통처럼 만질만질한 건지..

로쟈 2010-03-15 23:03   좋아요 0 | URL
원래 논리적으론 이해가 안되는 현상이죠...

2010-03-15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16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란드나 러시아는 사회주의 정권 시절에도 권력자들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은근히 이용해 먹었지요.독일이나 오스트리아도 요즘 극우주의자들이 날뛰고 있으니 게르만 스킨헤드와 슬라브 스킨헤드가 육박전이라도 벌이면 살벌하겠네요.

편의상 나치라고 부르고 있지만 슬라브족이 나치사상에 공명한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로쟈 2010-03-16 23:33   좋아요 0 | URL
슬라브족이 아니라 러시아 스킨헤드들이죠. 실제로 히틀러를 숭배한답니다. 숭배의 포즈인지는 몰라도...
 

이번주 주간한국의 커버스토리로 '작가들의 음식예찬'을 읽다 보니 체호프가 권장한 코스 메뉴가 나온다(http://weekly.hankooki.com/lpage/coverstory/201003/wk20100309142137105450.htm). 출처는 마크 쿨란스키의 <맛의 유혹>(산해, 2009)이란 책이고, 쿨란스키가 참조한 건 체호프가 스무 살쯤에 쓴 한 단편이다. 보드카에서 시작해서 맥주로 끝내는 메뉴 자체가 주량이 약한 나에게 끌리는 건 아니지만, 러시아식 수프와 어린 돼지고기는 흠, 약간 군침을 돌게 한다. 봄밤에 정신도 멍하던 참이어서 잠시 야참 생각을 해본다. 

체호프가 제안하는 코스 메뉴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안톤 체호프는 <갈매기>, <세 자매> 등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가 젊은 시절 써놓은 글에 언론인을 위한 8코스 메뉴가 제안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코스 메뉴가 봄날 잃은 입맛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번 시도하면 주당이 될 것 같은 '주류입문 정석'임은 확실해 보인다. 1880년경 쓴 <자명종의 달력 Alarm-clock's Calender>이란 글이다. 



(1) 보드카 한 잔
(2) 양배추 수프와 카샤(메밀 가루로 쑨 죽의 일종)
(3) 보드카 두 잔
(4) 양고추냉이를 곁들인 어린 돼지고기 요리
(5) 보드카 세 잔
(6) 양고추냉이, 고춧가루, 간장
(7) 보드카 네 잔
(8) 맥주 일곱 병 

 

10. 03. 13. 

P.S. 러시아식 수프(보르시치)와 흑빵을 곁들인 야참은 아래와 같이 구성될 수 있다(실상은 한 끼 식사다). 조촐한 러시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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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11-21 11:38 
    한겨레21의 '예술가가 사랑한 술' 코너에서 '체호프의 보드카'가 다뤄졌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지난 봄에 주가한국의 기사에서 다뤄진 것과 같은 아이템이다.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한겨레21(10. 11. 19) 체호프의 언론인을 위한 코스 메뉴  춥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기도 하지만 올가을은 남다르게 춥다. 옷장 구석에 묻혀 있던 코트는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자리를 옮겼
 
 
비로그인 2010-03-14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드카는 주량이 바닥인 관계로 저도 썩 내키지 않지만, 햐 저 맥주랑 식탁에 차려진 수프며 빵은 정말 군침 돌게 만드네요 ㅋㅋ 그런데 체호프가 권하는 코스대로 마시는 게 러시아에선 보통 반주 수준인가 보죠? ㅋㅋ 정신없이 바쁘실 텐데 이런 호사를 다 누리게 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로쟈 2010-03-14 00:36   좋아요 0 | URL
차게 마시는 보드카는 소주보다도 넘기기가 쉽습니다.^^ 원래 바쁠 때 딴짓도 많이 하지요.^^;

카스피 2010-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러시아 흑빵은 겉이 단단해서 러시아 사람도 빵 안쪽만 먹고 먹다가 남은 것은 벼계로 이용한 정도라고 하더군요^^

로쟈 2010-03-14 16:18   좋아요 0 | URL
아마 한국전때 전해져내려온 얘기일 거예요. 실제로 소련군들이 그랬다는군요...

L.SHIN 2010-03-14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드카는, 레몬맛과 복숭아맛이 제일 좋은데..ㅎㅎ
아니면 오리지널 보드카에 오렌지 쥬스나 크랜베리 쥬스 혼합해서 먹는 것도..ㅎㅎ
아~ 술 고프다...

로쟈 2010-03-14 16:19   좋아요 0 | URL
폭탄주로도 많이 쓰이죠.^^

comorin 2010-03-1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이런 소설가분 덕분에 인류가 술을 끊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코스를 언젠가 따라하곤 싶지만, 그대로 따라했다간 바로 집에서 쫒겨날 것 같네요..마지막에 맥주 일곱병이 인상깊습니다. 독한 증류주를 마시고 나면, 그 갈증을 풀고 입가심을 하기엔 맥주가 최고라는 제 생각이 체호프와 같다니..^^

로쟈 2010-03-19 10:46   좋아요 0 | URL
그 비율이 4:7인가 봅니다.^^
 

국내 학자들의 책 두 권에 대한 리뷰기사를 챙겨놓는다. 경제학자 이정우 교수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2010)과 사회학자 홍두승 교수의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동아시아,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한국사회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진단서로 읽을 수 있겠다.   

   

한겨레21(10. 03. 12) 왜 불평등한가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 ‘오쿤의 새는 물통’이라는 가상 실험이 있다. “지금 부자가 빈자에게 1원을 이전한다고 가정하자. 이 과정에서 중간에 새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결국은 빈자 손에 들어가는 건 χ뿐이고, ‘1-χ’는 도중에 잃어버린다고 가정하자. 이때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어떤 사람은 χ가 조금만 남더라도 이런 이전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평등보다는 효율에 관심이 있는 또 다른 사람은 도중에 새나가는 물이 아까워서 이런 이전 자체를 반대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나는 구멍 난 물통 실험에서 60% 누출을 보일 때까지만 (이러한 형태의) 소득재분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쿤은 자신의 가치관을 분명히 60%라는 숫자로 밝히고 있는데, 독자 여러분은 이런 실험에서 어느 선까지 물이 새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지표는 있으나 왜 그런지는 없는 언론
오쿤의 새는 물통이 보여주듯, 이정우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펴냄)은 소득분배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이론을 설명하는 교과서를 완전히 넘어서고 있다. 몇 가지 소득분배 모델과 간단한 수식, 그리고 몇 개의 그래프가 등장하고 있으나 복잡하게 증명을 시도하거나 경제모델 방정식을 도출하는 추상적인 ‘경제과학’을 다루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뿌리인 <소득분배론>(1991)이 출판된 지 20년이 다 되었다.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세계화, 정보화, 구조 변동과 더불어 소득 양극화, 빈곤,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직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 심화, 양극화, 고용 불안정, 성장-분배 문제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당신, 그리고 당신 이외의 모든 사람의 월급·소득·일자리·불평등에 대해 말하는 다소 수준 높은 교양경제학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수많은 지표를 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만 제시될 뿐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기 일쑤다. 불평등 심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 급증에서 오는 정보 격차에 주목하는 ‘기술 중시 가설’, 소위 국경 없는 경제·국제 경쟁의 심화로 인해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쇠퇴하고 자본이 해외로 이동함으로써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는 ‘세계화 가설’, 노동조합의 세력 약화와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지킬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제도 가설’ 등 백가쟁명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소득분배 전공학도들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교양서로 읽을 수 있도록 흥미롭고 풍부한 현실 사례를 군데군데 배치하고 있다. 이를 테면 △한국 100대 부자들의 자녀가 혼인 등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자료 △한국 10대 재벌가 혼맥 이야기 △1924년 전북 고창군의 빈민생활조사 자료 및 일제시대 도시 빈민 조사자료 △달동네·산동네의 기원 △점심 도시락을 못 싸온 1963년 대구 명덕초등학교 이윤복군의 일기 등을 인용·소개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와 필치도 한껏 대중적이다. “한국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의 불평등은 토지에서 온다. 부동산 투기는 불신을 먹고 살고, 신뢰 속에서는 마치 햇볕 아래 드라큘라처럼 힘을 잃는다. 경기가 나쁘다고 눈앞의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 부동산 투기를 경기 부양의 불쏘시개로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약이다.” 각 장 서두에는 양념처럼 짧은 경구를 붙여놨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조지 오웰, <동물농장>) “만일 당신이 당신의 재산을 계산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짜 부자는 아닙니다.”(폴 게티) 빈곤을 다룬 제10장에서는 천상병 시인의 ‘나의 가난은’이란 시 전문을 싣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동행한다”
“한국 경제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두 가지 극단적이고 편향된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다. 시장 맹신주의와 성장 만능주의다.” 양극화 시대에,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의 시대에,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대에 깊이 있게 일독할 만한 책이다. 이정우 교수는 결코 ‘좌파 분배론자’가 아니다. 이 책 전편을 관통해 그가 주창하고 있는 건 “성장과 분배는 동행한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인식이다.(조계완 기자) 

  

시사IN(10. 03. 11)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대한민국

이 책은 풍부한 통계 자료와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계층과 관련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차분하게 조망한다. 227쪽의 짧은 분량 안에서 그 조망의 범위는 매우 넓다. 양극화, 중산층, 자영업주와 임금 근로자, 동네 슈퍼, 교육 불평등, 강남, 상류사회, 빈곤, 주거, 농어촌 문제,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인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 대부분을 망라한 셈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계층 문제와 상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양극화 문제.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계층 양극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양극화란 중간이 공동화되고 소수를 제외한 다수가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구도인데,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구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그럴 위험성은 있다 해도). 소득계층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양극화나 중산층 개념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럼에도 중산층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안정의 기초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저자는 중산층의 폭을 넓히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기보다,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이나 빈곤 퇴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못사는가’라는 상대적 잣대가 아니라 ‘내가 어느 정도 생활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라는 절대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제적 세습 고리’ 약화시켜야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입시 제도가 ‘있는 집’ 자녀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대학 신입생의 가정 배경이나 출신 고교에서 잘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사회학적으로 말하면 업적적 지위인 교육적 성취가 귀속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예컨대 2000~2009년까지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낸 10개 고교 중 일반계 고교는 단 1개 (그것도 서울 강남에 위치한)에 불과했다.

저자는 어떤 제도,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추첨식으로 뽑지 않는 한 교육 기회의 계층별 차별성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생들의 잠재적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 선발해도, 그것이 곧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부 및 민간기업의 채용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것, 시장경제질서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 세습 고리를 약화시키는 것을 근본 처방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 요컨대 단판 승부가 아닌 패자부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의 미덕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관점 차이를 일단 접어두고 일종의 중도 입장에서 문제와 현실을 ‘설명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좀 더 깊이 생산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발제(發題)다.(표정훈_출판평론가) 

10.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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