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읽을 만한 책'을 후딱 적어놓으려 한다. 새 학기를 맞아 아이와 찜찔방에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고(가장 저렴한 '가족행사'다), 해야 할 일들의 진도는 빠질 기미가 없어서 제 풀에 지치기도 해서다(언제나 저질체력이 문제다).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리스트를 보니 문학 분야만 아직 업뎃이 안 됐는데, 문학부터 내 맘대로 고른다.   

1, 문학 

국내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고른다. 무엇보다도 <고래>(문학동네, 2004) 이후에 6년만에 나온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0)이 눈에 띈다. 여담이지만 2004년에 러시아에서 체류하다가 이듬해 돌아왔을 때 나만 모르던 작가가 천명관이었다. 다들 <고래>를 추천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지만, 게으른 탓에 책만 사놓고 아직 들춰보진 못했다. 영화쪽에 더 주력하던 작가가 문학을 부업 정도로 간주하고 있었던 것도 독서를 미루게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뷰기사들을 읽어보니 이젠 문학에 '올인'할 예정이라고. 독자들도 이젠 그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한 일간지의 리뷰는 이렇게 시작한다.    

천명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은 애틋하고 유쾌하다. 애틋하면서 유쾌한 이질적 결합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에 대해 궁극적으로 신뢰하는 작가의 따뜻한 밑바탕과 가면을 벗어던진 진솔한 서술 태도에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어떻게 더 망가질 수도 없을 정도로 마이너의 최극단에 놓인 한심한 형제 자매가 있다. 강간죄를 비롯한 폭력 전과 5범인 큰아들과 영화감독을 한다고 설치다가 완전히 망해 먹고 알코올 중독자가 된 둘째 아들,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온 막내딸. 이 3남매가 칠순의 어머니 집으로 기어들어와 모친의 등골을 빼먹는다. 하지만 노모는 단호했다. 서술자인 둘째 아들 오 감독의 진술에 따르면 이 정도는 노모에게 약과인 것이다. “가난한 살림에 아이 셋을 키우고, 남편을 수발하고, 홀몸이 되어 큰아들 옥바라지로 한 세월을 보내는 과정이 전쟁보다 하등 나을 것도 없었을 터, 전쟁통에 학도병으로 끌려가서도 멀쩡하게 살아돌아왔던 아버지가 승용차에 치여 죽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41쪽) 오 감독의 진술을 계속 따라가자면 그들은 “마이너리그 중의 마이너리그, 인생의 패배자들만 모아놓은” 가족이었다.(세계일보)

편혜영의 <재와 빨강>(창비, 2010)은 엊그제 포스팅을 했으니 넘어가고 오현종의 <거룩한 속물>(뿔, 2010)은 요즘 젊은 세대를 중인공으로 한 세태소설. 사회학쪽에서도 '속물'론이 본격적으로 나오더니 이젠 대놓고 '속물'이다(거룩한!). '21세기 대한민국 속물지형도'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알다시피 알라딘의 문학웹진뿔에 연재됐던 소설이다.   

소설가 오현종(37)의 장편 ‘거룩한 속물들’(웅진 뿔)은 속물이 되지 않으면 낙오자가 돼 버리는 우리 사회의 속성을 담은 작품이다. 한마디로 21세기 대한민국 속물지형도다. 초점을 맞춘 대상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발을 내딛는 20대다. ‘속물을 권하는 사회’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여유도 없이 세상으로 내몰리는 안쓰러운 20대. 서울 중상위권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기린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하면서도 돈을 펑펑 쓰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가방에 들어있는 화장품의 가격에 따라 인간 등급을 매기는 지은과 부잣집 딸로 명품 옷은 척척 사도 친구들에게 커피 한 잔 사는 법 없는 명이 그들이다. 기린은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A급 짝퉁 가방과 지갑을 샀고, 수입 생수병에 학교 정수기 물을 몰래 받아 들고 다닌다.(국민일보)

 

2. 역사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필립 판의 <마오의 제국>(말글빛냄, 2010). 지난번에 <윤치호의 협력일기> 대신 한겨레21 서평에서 다룰 뻔했던 책이다(사정상 더 얇은 책을 골랐다). 추천자의 책소개는 이렇다.  

저자 필립 판은 대약진운동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사건들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을 심층 취재해 이 책을 저술했다. 한때 모택동을 아버지라고 불렀던 베이징대 여학생 린자오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홀로 맞서다 1968년 감옥에서 사형 당하는데 그녀가 옥중에서 자신의 피로 18만 단어에 이르는 수기를 썼다는 실화는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에 대한 큰 감동을 주었다. 겉으로 중국은 평온해 보이지만 중국 내부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이 현재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정치체제로 나아갈 것인가의 여부가 중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마오의 그늘'이라고 할 때 아무래도 가장 큰 그늘은 문화대혁명일 텐데, 그와 관련하여 같이 읽어볼 만한 두툼한 책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덧붙인다. <문화대혁명, 또 다른 기억>(그린비, 2008)과 <80년대 중국과의 대화>(그린비, 2009) 등 '현대 중국의 목소리'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책들은 모두 <마오의 제국>을 부피에서 압도한다. 대국에 대한 나름의 대우인 듯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김용석의 <메두사의 시선>(푸른숲, 2010)이다. <문화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푸른숲, 2000)이란 대중적인 철학서의 물꼬를 튼 저자가 10년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같이 출간한 책이다. 부제는 '예견하는 신화, 질주하는 과학, 성찰하는 철학'. 저자의 문제의식이 '신화, 과학, 철학'에 모아진다는 걸 알게 해준다(물론 분량으로 보아 문제의 윤곽만을 그릴 듯싶다). 추천자의 간단한 소감.  

메두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그렇다면, 지혜를 사랑한다는 철학자의 작업은 무엇인가? 필로소피아, 애지愛知, 철학은 지식을 아는 것도 아니고, 지식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식과 지혜를 끊임없이 탐구하고자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과학도 신화도 철학적 탐구 대상이 된다. 철학은 과학과 신화가 전제로 하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이성의 비판 없이 당연시하지 않는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동녘, 2010)과 나란히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강신주의 <철학 VS 철학>(그린비, 2010).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이 부제이고, 56개 주제에 대해 두 사람씩 대질시키고 있다. 하면 무려 112명의 '철학자'가 (주연 없는) 카메오 출연을 하는 셈인데, 일종의 '철학자 사전'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928쪽이란 두께 자체가 사전류의 두께이기도 하고. 아무려나 저자의 공력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대중적 철학서 쓰기'의 현단계를 보여준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핀란드가 말하는 핀란드 경쟁력 100>(바이북, 2010). 제목 그대로 핀란드인들이 말하는 자국의 다양한 모습과 강점의 소개다.  

이 책은 ‘핀란드, 국가경쟁력 세계 1위의 비밀을 말한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국가경쟁력이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여러 분야에 걸친 국가적 역량의 총화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핀란드의 사회적 창안을 구상하고 개발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이 책의 집필에 참여했다. 여성의원 40퍼센트 할당제, 부정부패 척결, 노사정 3자주의 등 ‘국가행정’, 빈곤층의 최저소득 보장을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식하는 ‘사회정책’으로부터 시작하여, 전통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성탄절 길’ 등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다. 

연이어 관련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핀란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남의 떡'이 될지 '남의 돌'이 될지는 두고봐야겠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매튜 메이의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살림Biz, 2010). '우아함'이 경제학 사전에도 등재돼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책은 우아함이 상품의 핵심적 특성이라고 말한다고.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메이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의 열쇠가 아이폰이 갖는 우아함에 있다고 본다. 우아함이야말로 히트상품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는 것이다.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책 제목이 바로 그 생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저자는 우아함이 반드시 마케팅의 측면뿐 아니라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MBA 출신이고 마케팅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을 보면 경영서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영서라고 말하기에는 우리 삶의 일반에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크다. 이런 애매모호함이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더 크게 만들어 주고 있다.

표지만 보면 아무래도 나비 모양이 더 큰 원서의 표지가 더 우아해 보인다. <우아함의 탄생>(민음사, 2009)도 이왕이면 나란히 꽂아둠 직한데, 남송 시대 이후 중국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강남의 문화사를 다룬 책이다.   

6. 과학 

최영주 교수가 고른 과학분야의 책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지호, 2010). 이미 '여자'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책을 펴낸 바 있는, '예찬'에 남다른 소질이 있는 저자의 과학 예찬이다. 저자의 사진을 한번 찾아봤다.   

이 책은 스스로가 과학과 연애를 하고 있다는 과학 작가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 과학의 중심 분야에서 일하는 수십 명의 과학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들의 위의 질문들에 관한 답을 찾으며 과학자들이 아름답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담아 때론 인터뷰형식으로 때론 이야기 형식으로 다룬 과학 교양서이다. 때때로 동양 사람과 다른 형식의 유머러스한 그의 글을 읽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유일하게 생소한 책이다.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엮은 <게리>(미메시스, 2010). '게리'라고 하면 뭔가 싶은데, 건축가 프랭크 게리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철자는 다르지만 동생의 닉네임도 '게리'이다). 한국어판의 표지가 더 맘에 드는군.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을 잡는 순간 꼭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리는 한 마디로 살아있다. 어차피 건축가는 어떤 형태의 건물을 짓는 사람인데,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지난 10여 년간 게리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해 낸 건축물의 화보와 설계과정 등이 알기 쉽게 망라되어 있다. 이 책의 3분의 2 이상은 편집자인 밀드레드 프리드먼이 게리를 직접 인터뷰해서 정리한 글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책 전체가 게리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듣는 듯한 친근함이 있고 쉽다.

흠, 아래 두 작품만 봐도 이 건축가의 개성을 알 수 있겠다.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서는 로렌스 쇼터의 <옵티미스트>(부키, 2010)이다. 리뷰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낙관하기 여려운 시대에 '옵티미스트'를 자처하는 것도 대단한 '낙관주의'라 할 만하다.  

이 기발한 저자는 세상의 낙관주의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가 한 마디라도 나눈(사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그는 ‘당신은 왜 인생을 낙관적으로 보시나요?’라는 질문만 던지기 때문이다.) 명사 목록을 보자.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 가수 믹 재거, 존 볼턴 전 유엔미국대사, 노벨문학상 수상자 해럴드 핀터 등 수십 명에 달한다. 물론 찰스 왕세자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거절당한 경우도 있다. 무명의 저자는 어떻게 클린턴을 만났을까? 영국에서 열린 클린턴 강연회 시작에 앞서 스치듯 만났다. ‘당신은 낙관주의자인가요?’ 클린턴은 강연을 끝내려 할 때 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사람들은 늘 나에게 낙관주의자인가라고 묻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문제가 산적해 있지요.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어쨌든...우리는 결국 이겨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이런저런 자연적, 인공적 재해가 예기찮게, 또 빈번하게 일어나서야 무얼 낙관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이번주 한겨레21의 표지 타이틀 '이명박 취임 2주년, 아직 3년이 남았다'는 낙관쪽일까, 비관쪽일까?..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희권의 <문화적 혼혈인간>(생각의나무, 2010). 이 또한 처음 보는 책이다. 제목만으론 책의 정체를 알 수 없는데, 핵심은 이렇다고 한다.      

“고대 로마 1000년 영광은 개방성과 유연함이다. 아테네는 시민권을 극도로 제한한 나머지 아리스토텔레스마저 마케도니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아테네 시민이 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로마는 식민지 사람들도 군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부여했다” “영국인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팔 하나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은 팔의 절반, 즉 팔꿈치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친밀감을 느낀다” 오랜 기간 직업외교관으로 세계무대를 경험한 저자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글로벌 시대의 성공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국제사회의 명품인간은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수혈한 ‘문화적 혼혈인간’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일종의 '컬쳐코드' 익히기쯤이 될까? 그런 면에서 읽어볼 만한 책은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학고재, 2010)이지만, 두꺼워서 엄두는 못 내고 있다. <러시아인 발견> 같은 책도 나오면 좋을 텐데...  

10. 진보 

6월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의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과의 대화>(꾸리에, 2010)이다. 진보신당 상상연구소에서 기획한 <리얼 진보>(레디앙, 2010)도 출간됐기에 어제 같이 손에 들었다. <리얼 진보>의 말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동녘, 2009)에 대한 서평도 수록돼 있는데, 그가 실패한 자리에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진보 진영의 화두로 보인다. 카피는 이렇다. "노무현이 실패한 곳에서 진보는 시작된다."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의 진단에 따르면, 향후 20년 안에 진보정당이 집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므로, 바야흐로 긴 장정의 시작이기도 하다...    

10. 02. 2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찜질방에 다녀와서 덧붙인다.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마음>을 골랐다. 지난 2007년인가 이광수의 <무정>을 다시 읽으면서 언젠가 소세키 읽기를 시도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떻든 때가 되었다. <마음>이 소세키의 대표작일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문학의 정전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윤상인 교수의 <문학과 근대와 일본>(문학과지성사, 2009)을 참고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가'와 '국민'을 환기시키는 언설이 가장 많이 내포된 작품"이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되새겨보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세키에 대해서는 3월에 좀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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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자 인터뷰] 삶의 바닥을 보여주는 '철학'에 대하여
    from 그린비출판사 2010-03-05 16:45 
    ㅡ『철학 vs 철학』 저자 강신주 인터뷰'철학' 어떤 이에게는 애증의 이름일테고, 어떤 이에게는 감동적인 기쁨의 이름일 것입니다. 사실 '철학책'을 읽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 중에 하나입니다. 2500년 동안 켜켜이 쌓여온 생각의 지층들을 읽어나가는 것이 쉬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그 지층을 탐사하는 데 좋은 지도가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가 읽은 『철학 vs 철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시간의 순서를 뛰어 넘어서 주제를 중심으...
 
 
Mephistopheles 2010-03-0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랭크 게리..재미있는 건축가에요. 정형성을 부정하고 저리도 부정형을 고집하는 것 같으면서 그 안에 또 다른 질서를 만들곤 하니까요..^^

로쟈 2010-03-01 00:10   좋아요 0 | URL
저도 대표 건축물들의 이미지만 봐왔는데, 인터뷰기사라고 하니까 책에도 관심이 갑니다...

푸른바다 2010-03-01 19:51   좋아요 0 | URL
일전에 MIT를 방문했을 때, 위 사진 속 건물 중의 하나를 직접 봤지만 전 솔직히 좀 괴상하다는 느낌만 들었지 별루였습니다^^ 일행 중 하나에게 그 느낌을 이야기 했더니(중국 사람이었음) 오히려 저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군요. 자신은 너무 좋다면서...^^

로쟈 2010-03-02 23:17   좋아요 0 | URL
저는 건물 내부의 시점이 궁금합니다.^^

푸른바다 2010-03-0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책에 관심이 가는 군요. 미국인들의 과학 예찬은 좀 얄팍하기도 하고 과장되어 있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로쟈 2010-03-02 23:16   좋아요 0 | URL
우리에겐 그런 얄퍅함도 부족하니까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상인 교수는 말씀하신 저서에서 나쓰메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죠. 특히 천황제와 관련해서 말이에요. 제겐 여느 나쓰메 연구자와 다른 윤상인 교수의 미덕이라 생각하며 그 책을 봤습니다.

로쟈 2010-03-02 23:16   좋아요 0 | URL
네, 한데 작품론을 갖고 다룬 게 아니어서 아쉬웠습니다. 평론/시론과 작품은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많아서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3-03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읽고 써 봤던 감상입니다. "<그 후>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근대성을 개인적 차원에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인물들은 모두 중세적 교양과 감정간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게 된 근대적 주체는 이상하게도 자꾸 아버지와 선생님의 애국주의와 순결주의에 눈을 돌린다. 그 눈은 천황까지 가 닿는다."

천황까지 가 닿는다는 게 제 오버인지도 모르겠네요.

로쟈 2010-03-04 00:46   좋아요 0 | URL
<마음>에 대해선 조만간 강의할 기회가 있는데, 저도 몇 마디 감상을 올려놓아야겠습니다...
 

귀가길에 서점에 들렀지만 구하지 못한 책의 하나는 막스 베버에 관한 비판적 입문서로 출간된 키어러 앨런의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삼인, 2010)이다. (뒷담화들 덕분에) 입문서 가운데에서는 가장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올해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새 번역본이 나올 예정인데, 뒤르켐, 마르크스와 함께 고전사회학의 3대 창시자로 불리는 베버에 대해서 본격적인 재평가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듯싶다.      

세계일보(10. 02. 27) ‘막스 베버’ 키드에게 보내는 편지 

먼저 상상을 해보자. 만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는 사람이 큰 사고를 치거나 엄청난 위선자로 밝혀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거나 외면하거나 침묵할 것이다. 물론 정치적, 혹은 종교적 추종자라면 그래도 맹목적으로 옹호할 수도 있다. 이번 주에 번역돼 나온 키어런 앨런 아일랜드 더블린대학 사회학과 교수의 ‘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박인용 옮김, 삼인)을 보면 딱 그런 상황에 빠진다.

막스 베버가 누군가. 고전 사회학의 초석을 다진 거두로 역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자본주의 발전에서 청교도주의가 행한 역할을 탁월하게 밝힌 학자, 사회학 방법론과 정치 카리스마에 대한 정교한 논의로 후대 사회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학자, 현대사회의 관료제 문제에 대한 냉정한 분석으로 위상이 퇴락한 마르크스를 대신해 오늘날 더욱 각광을 받는 학자가 아닌가.

저자는 책의 부제로 ‘독일의 승리를 꿈꾼 극우 제국주의자’라고 달았다. 저자에 의하면 고매하고 점잖을 것만 같은 베버는 “이 전쟁은 지도의 변화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를 위해 수행되어야 한다. 전쟁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독일이 필요로 한 것은 쉽사리 절망에 빠지기 쉬운 수사적 호언장담이 아니라 분명한 전략적 목표”라며 제1차 세계대전을 찬양하고 동양인과 흑인을 덜 떨어진 인종이라고 비웃었으며, 히틀러 못지않게 게르만의 영광을 꿈꾼 제국주의자였다는 것이다. 베버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문화가 없으며, 식민지배를 받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

이쯤 해도 입이 떡 벌어지고, 머리를 저을 것이다. 그럴 리가…, 하면서 말이다. 나아가 베버는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독일제국과 게르만민족의 패권을 내세우는 민족주의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심지어 준(準)군사 전략가로 중부와 동부 유럽을 독일의 패권 아래 두면서 영국과는 협정을 맺고 벨기에는 볼모로 활용하면서, 주된 적국인 러시아에 대항할 것을 주장했고 ▲패전의 기운이 역력한데도 끊임없는 전국적 게릴라전을 역설했으며 ▲관료제와 자본주의는 영원할 것이며, 우매한 대중은 오직 카리스마적 지도자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료주의 문제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관주의적 전망을, 민족주의적 카리스마에 대한 호소로 돌파하려 한 대목에선, 나치 파시즘과 히틀러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의회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민주주의 제도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 베버는 또한 학문 연구의 궁극적 목표를 “독일의 정치교육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저자는 베버가 말하는 정치교육이란 “독일제국을 이끌어 나갈 사명을 뜻한다”고 지적한다. 정치에 학문이 종속된다고 본 셈이다. 이는 분명 존경받을 학자의 태도는 아니다. 베버의 명성과 진실을 다시금 재고해야만 하는 이유다.(조정진 기자) 

10.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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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0-02-28 09:08   좋아요 0 | URL
<막스 베버 이사람을 보라>와 비교 독해가 필요할 것 같네요. 아울러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참고는 막스 베버 본인의 글들이겠지만. 이른바 3대 고전 사회학자 중 맑스를 제외하곤 뒤르켐, 베버 모두 체계적이고 권위있는 한국어 번역이 없는 지라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사람에겐 다양한 측면이 있어서 일면적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한데 구체적인 이해는 독자의 머리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로쟈 2010-02-28 12:50   좋아요 0 | URL
베버 전공자라면 다 알 만한 내용일 텐데, '베버리언'들은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람 2010-02-28 11:15   좋아요 0 | URL
재미있을 것 같네요. 하긴 보수인 그가 민족주의적 성향을 보일 여지는 다분히 있었겠지요.
그것이 일정 선을 넘어서면 위험하지만.
그 시절 엘리트 백인의 시각에서 흑인과 동양인에 대한 편견도 일면 이해가 갑니다.
지금 이런 얘기하면 완전 또라이 얘기 듣겠지만, 하지만
아직도 백인들 뇌 속엔 이런 생각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시절 교수인선에서 보인 그의 행동
(대학은 좌우파교수가 모두 필요하다며 좌파교수를 지지한 면)은 참 좋게 보였는데...

한 사람의 여러 모습을 보는 것은 대상을 입체적으로 보는 기쁨을 주겠죠.
저도 구입하여 읽어 볼 생각입니다.

로쟈 2010-02-28 12:51   좋아요 0 | URL
네, 다양한 시각이 '입체감'을 부여해주죠...

노이에자이트 2010-02-28 21:09   좋아요 0 | URL
베버가 제국주의의 옹호자라는 사실은 이미 80년대에 번역된 소련에서 나온 세계철학사 전 10권(중원문화사 번역) 중 제 9권에 나와 있었습니다.이 책에선 아예 베버의 가치자유의 개념을 사회과학에서의 매춘이라고 해버렸더군요.

로쟈 2010-03-01 23:25   좋아요 0 | URL
재간된 세계철학사는 너무 비싸던데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2 16:58   좋아요 0 | URL
중원은 재간했다 하면 너무 비싸게 오르죠.내용은 똑같으면서...헌책방에서 산 게 다행이에요.헤겔이나 마르크스 철학(소비에트 철학 포함)좋은 걸 꽤 많이 번역한 출판사지요.

푸른바다 2010-03-01 00:22   좋아요 0 | URL
아마 베버에게 그러한 측면들이 분명히 강하게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는 분명 서구 중심주의자였고 서구의 장점과 그 기원을 밝히는 데 그의 학문적 이력을 바쳤던 사람입니다. 그의 방대한 종교사회학적 연구도 서구의 상대적인 우수성을 밝히는 데 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로쟈님이 말했던 대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이지요. 그를 제국주의자라거나 서구중심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막스 베버가 동양 사회에 대한 아마추어적인 지식을 가지고 구성한 내용을 아직도 제대로 논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는 서양중심주의에 대해 동양중심주의로 맞서자는 것도 아니요 서양 중심주의를 근본적으로 초극하는 내용이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는 아직 텅빈 기표일 뿐 아직 제대로 내용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근대 사회, 관료제, 리더십, 정치 학문 등등에 대한 통찰은 분명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를 단순히 제국주의자로 규정하는 건 그를 단순히 정신병자(베버의 사이콜로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로 규정하는 것 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로쟈 2010-03-01 23:26   좋아요 0 | URL
네, 목욕물과 함께 다 갖다 버릴 건 아니고, 갖다 쓸 건 갖다 써야겠죠...

노이에자이트 2010-03-01 15:07   좋아요 0 | URL
푸른바다 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근대를 어떻게 넘어야 할 것인가는 어려운 문제지요.넘어서려면 기존의 사회과학의 고전에 대한 소화가 필요하지만 이것도 어렵고요.

로쟈 2010-03-01 23:27   좋아요 0 | URL
원초적으로 가능한지, 얼마나 가능한지 의문이기도 하지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2 16: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우리나라도 근대성에 대한 탐구를 꽤 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매월 두 차례 발간되는 기획회의(265호)에 실은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전문가 리뷰' 코너의 인문분야 서평을 한달에 한번씩 연재하게 됐는데, 첫번째로 고른 책이 도널드 폴킹혼의 <내러티브, 인문과학을 만나다>(학지사, 2009)이다. 관심분야의 책이면서도 비교적 주목받지 않은 인문서를 다루려는 의도에서 선택했다. 배송사고인지 잡지를 받아보지 못해서 아래의 글은 편집본이 아닌 최종 원고이다. 편집본을 확인하고 몇 마디 덧붙이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원서는 기한이 다 되어 오늘 반납했다.  

기획회의(10. 02. 05) 내러티브, 인문과학을 만나다

대형서점 서가의 한 구석에서 우연히 건진 책이다. “이 책은 Donald E. Polkinghorne이 집필한 Narrative Knowing and the Human Sciences(1988)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라고 ‘역자 서문’에 적혀 있다. Polkinghorne을 ‘폴킹혼’으로 옮기지 않고 영문 알파벳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짐작에 교육학계의 ‘관행’인 듯싶다. 하지만 본문에서 다른 고유명사는 ‘시모어 사라손(Seymour Sarason)’이란 식으로 병기해주고 있으므로 아무래도 좀 튀는 관행이다.   

도널드 폴킹혼이란 저자명은 생소하지만, ‘내러티브, 인문과학을 만나다’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부제는 한술 더 떠서 ‘인문과학연구의 새 지평’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따로 구한 원서에는 부제가 붙어 있지 않은 걸로 보아 국역본의 부제는 역자들의 기대를 적어놓은 것인 듯싶다. 역자와 저자의 서문을 참고해보면, 이 기대는 어떤 문제의식과 연관돼 있다.  

이 책을 “인간 존재의 문제에 주목하는 인문사회과학이 새로운 렌즈로 어떻게 학문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작”이라고 평하는 역자는 지금까지의 인문사회과학이 ‘양적인 연구방법’에 치중해왔으며 ‘연구와 실찬 간의 분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것이 “인문과학 연구들의 빈약성 혹은 방법론의 부적절성”을 낳고 있으며 인문과학에 대한 신뢰를 점점 떨어뜨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에 심리치료사, 카운슬러, 조직 컨설턴트 등 다양한 실천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떤 차이 때문일까? 다름 아니라 “실천가들이 내러티브적 지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 곧 ‘내러티브’가 핵심이고 변수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연구와 실천에 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은 저자 폴킹혼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저자의 강점은 그가 상담학과 교수이면서 동시에 임상의학자라는 데 있다. ‘학문적인 연구자’와 ‘실천적인 심리치료사’라는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해오면서 그는 임상의학자로서의 경험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학문적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는 문제점에 봉착한다. 인문사회과학에 거액의 공공자금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로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도 ‘인간에 대한 학문’의 연구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잠식한다. 때문에 그는 자연과학의 모델이나 수리적 형식과학의 방법론이 인문과학에 과연 적합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유일한 특성에 대해 좀 더 특별히 민감한, 추가적이고 보완적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인간 존재의 유일한 특성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보기에 인간은 세 가지 존재 영역으로 이루어진다. 물질 영역과 유기체(생물체) 영역, 그리고 정신(의미) 영역이 그것이다. 인간의 물질적 속성은 다른 비인간 물체들의 속성과 다르지 않다. 가령,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은 다른 물체와 똑같은 가속도로 낙하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유기체적 기능 또한 다른 생물체와 다른 특별한 차이점을 갖고 있지 않다. 오직 의미 영역만이 인간 존재의 고유한 영역이다. 그리고 내러티브는 바로 이 의미 영역의 작용 가운데 하나이다.  

의미 영역과 관련하여 저자는 기존의 ‘의미의 철학’보다 한 단계 진전된 생각을 전개하는데, 그것은 의미의 영역이 어떤 사물이나 실체가 아니라 ‘활동’이라는 점이다. 의미 영역에 대한 철학적 혼란은 대부분 의미를 실체로서 규정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다. 집짓기와 글쓰기가 어떤 수행이지 실체가 아닌 것처럼 활동으로서의 의미 영역도 명사가 아닌 동사의 형태로 기술된다. 그러한 활동에서 “마음의 정신적 영역을 통해 만들어진 의미의 한 유형”으로서 내러티브는 “특별한 성과를 내는 사건들의 기여에 주목함으로써 그 의미를 창안해내고,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을 전체적인 에피소드 속으로 잘 배열하여 의미를 형성하게 한다.”  

의미 영역이 물질 영역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면 의미 영역에 대한 연구 또한 물질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적 방법과는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 이때 새로운 참조점이 돼주는 것은 역사학과 문학비평이다. 이들 분야는 언어 표현을 통한 의미의 영역, 특히 내러티브를 연구하는 절차와 방법을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문과학은 이제라도 자연과학보다는 그런 쪽으로 더 천착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내러티브를 매개로 하여 역사/문학 이론과 인문과학의 만남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임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이때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문과학은 주로 ‘심리학’이다. 때문에 역사학과 문학이론 분야에서 내러티브 연구의 성과를 개관하는 ‘역사와 내러티브’ ‘문학과 내러티브’ 두 장에 이어지는 것이 ‘심리학과 내러티브’이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폴킹혼은 인문과학을 위한 내러티브 이론의 종합을 ‘시간성’과 ‘행위’ 그리고 ‘자아’와 내러티브의 관계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며, 심리치료의 이론적 기초를 타진하는 ‘실천과 내러티브’로 마무리한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다.    

“내러티브 형식의 설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그것은 구성 구조 속에 시간적 차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을 범주화하는 형식적 구성과는 매우 다르다. 자아 이해를 위한 시간 질서의 중요성은 아직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내러티브는 도처에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생성하고 구성하기 위한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이제 겨우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문과학연구의 새 지평’을 찾아서 인내심을 갖고 따라온 독자에겐 다소 불만스러운 대목이다. 바로 이어서 저자는 “내러티브의 역할에 관한 의식은 최근에야 인문과학에서 부상했다. 이러한 의식은 인문과학이 의미 영역을 향하도록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으며 미래의 연구를 위한 초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는데, 그 ‘최근’의 시점이 1988년이다! 유감스럽게도 20년도 더 전인 것이다.   

물론 어느 분야에서건 고전적인 저작은 시간을 뛰어넘어 존재 의의를 갖지만, 어떤 이론서나 학술서가 20년의 세월을 버텨낸다는 건 여간 드문 일이 아니다. 과연 이 책이 그러한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가. 인문과학의 ‘내러티브적 전환’을 가리키는 저작 정도가 아닐까. 참고로, 저자도 인용하는 월리스 마틴의 <내러티브에 관한 최근 이론(Recent Theories of Narrative))>(1986)이 <소설이론의 역사>(현대소설사, 1991)란 제목으로 출간됐던 게 벌써 20년쯤 전이다. 이미 절판된 지 오래다. 내가 궁금한 건, 그리고 읽고 싶은 건 그 20년 후의 이야기이다. 서사학 분야에서도 새로운 책이 소개될 때가 됐다.  

10. 02. 27.  

P.S. 국내에서는 소강상태이지만, 서사학(narratology) 관련서는 영어권에서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개인적으론 다윈주의 서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찾아보니 국내에도 소개된 미케 발의 입문서는 작년에 3판이 출간됐다. 번역본이 좀 부실한데, 이 참에 재번역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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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rad 2010-03-01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로쟈님께서 소개해 주시니 반갑네요^^ 몸 담고 있는 인문사회과학 각 분야에 따라 이 책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겁니다. 20년이나 된 책이지만 제 생각엔 내러티브와 인문학의 관계를 이 만큼 포괄적으로 다룬 책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 책 이후에는 내러티브와 개별 학문 간의 각개 전투만이 난무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글을 보니 로쟈님의 독서의 폭은 어느 정도일까 가늠이 안 되네요^^

로쟈 2010-03-01 22:39   좋아요 0 | URL
역사학과 문학이론쪽의 서사학을 다룬 장들은 솔직히 식상했습니다. 별로 새로운 게 없어서요. '내러티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독자에겐 그 다음이 궁금한데, 책은 거기까지 다루지 않더군요.--;

비로그인 2010-03-04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론 다윈주의 서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선생님 글을 읽다보면.. 제가 깜짝놀랄일이 많네요^^ 기상천외한 애니메이션을 오래전에 구상한것이 하나 있는데 그게 다윈주의 서사학이라는 걸 방금 알았거든요..

언제쓰여질지 모르지만 제가 보물로 간직하고 있는 거니까 언젠가는 쓰여질날이 있겠지요..ㅎㅎ^^

그리고 로쟈의 인문학서재 읽고 있는데 선생님 책 세계최고예요^^ 눈이 높은 제가 감동을 받고 있으니까요..

로쟈 2010-03-05 00:39   좋아요 0 | URL
제가 세계최고의 독자를 만났군요.^^
 

어제는 '그 겨울의 끝'이라고 할 만한 날씨였다. 연체된 책들을 잔뜩 양손에 들고 가 도서관에 반납한 후에 다시 강의와 관련한 책들을 가득 담아 나르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는데, 돌아오는 좌석버스 안에서 잠시 에어컨이 틀어질 정도였다(만원 버스이긴 했다). 겨우내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만 만시지탄이다. 남은 10개월을 위해 구두끈을 조일 따름(일에 관한 한 아마도 가장 바쁘고 중요한 해가 될 듯싶다). 주말엔 연체된 일들 외에도 나쓰메 소세키와 셰익스피어와 소비사회에 관한 강의준비를 해야 한다. 소비사회와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윤리적 소비'에 관한 책 두 권의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전/현직 기자들이 쓴 <윤리적 소비>(메디치, 2010)와 농사꾼 철학자 천규석의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실천문학사,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윤리에 대한 의견차가 눈길을 끈다.   

서울신문(10. 02. 27) 쇼핑몰은 중산층의 새로운 ‘성당’

대형마트들이 가격 경쟁을 벌인다. 이른바 마트 전쟁이다. 소비자라면 당연히 보다 싼 가격에 눈길이 가기 마련. 그런데 소비자에게 이로울 것 같은 마트 전쟁이 납품업체의 큰 피해를 부른다면? 축구공 한번 야무지다. 세계적인 브랜드치곤 싸다. 어린이들이 형편 없는 일당을 받고 하루종일 손이 부르트도록 바느질을 해서 만든 것이라면? 겨울철에 먹는 칠레산 포도. 맛도 나쁘지 않다. 한국까지 오는 동안 냉장 보관을 위해 수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내 피부에 딱 맞는 것 같다. 사람 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수많은 토끼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면?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우리의 선택은 달라졌을까.  

우리는 배웠다. 가격과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만족도가 큰 제품을 선택하라고. 그게 합리적인 소비다. 그런데 이제 합리적인 소비를 뛰어넘어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논하는 시대가 왔다. 생산에서부터 유통, 소비는 물론 이후 처리와 재생에 이르기까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지갑을 열라는 것이다.  

도대체 왜? 합리적인 소비는 동물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착한 소비는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것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인 소비는 단순하게 개개인의 착한 소비 생활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에 윤리적인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는 적극적인 사회 참여이기 때문이다. 제3세계 아동 노동력을 쓰던 나이키도 전세계 소비자들의 압박에 무릎을 꿇고 노동자 연령을 18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하청 업체에 대한 감독권을 강화하지 않았던가.  

전·현직 기자들이 함께 쓴 ‘윤리적 소비’(박지희·김유진 지음, 메디치 펴냄)는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윤리적 소비에 대한 개념과 역사,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공정 무역에서부터 공정 여행까지 우리 삶에 폭넓게 파고든 윤리적 소비를 접해볼 수 있다.

저자들은 세계적인 흐름에 견줘 국내 상황도 짚어보며 소비가 더이상 개인의 행복을 지키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안녕을 지키는 도구로 바뀌어가고 있고,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쇼핑에 도덕성이 개입되고 있다. 쇼핑몰은 중산층의 새로운 ‘성당’이다. 쇼핑객들의 새로운 종교는 윤리로 무장한 소비자 보호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홍지민기자)   

시사IN(10. 02. 25) 공정무역 실체는 역겨운 장삿속

<녹색평론> 같은 매체를 통해서 천규석 선생의 글을 간간이 읽어온 터이지만, 눈썹에 힘을 주고 저서를 정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자의 강단 있는 언어와 추상같은 비판, 현실과 미래의 문명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제기되는 불편한 진실 가운데 역시 논란이 되는 것은 공정무역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 소비자와의 국제적인 직거래를 통해 커피나 초콜릿 같은 기호식품을 소비하는 공정무역 운동이 우리 사회에도 퍽 낯익은 것이 되었다. 언뜻 생각해보면, 오로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제3세계의 노동자를 착취하는 다국적 기업의 커피나 설탕산업에 비해, 공정무역의 형태로 생산자의 소득을 더 많이 보전해주는 것이 윤리적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여러 형태의 시민단체나 생협을 중심으로 공정무역 상품이란 것이 출시되고, 윤리적 소비를 의식하는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천규석 선생은 그런 공정무역의 확산이 전혀 윤리적인 소비가 아니라고 비판한다. 공정무역이란 결과적으로 보면 히말라야 오지의 산악국가까지 (자급 대신) 세계시장에 예속시키는 데 일조하는데 그런 장삿속을 인도적 지원으로 위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역겹다는 것이다. 천규석 선생은 다른 제조업도 그러하지만, 커피나 사탕수수 같은 대규모 단작농업에 의존하는 기호식품 생산이 유럽의 식민주의를 기초로 하고 있고, 그것이 결국 토착 지역의 자급 구조를 붕괴해 오늘과 같은 수탈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일단 토착 지역의 자급자족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동시에 국내의 시민단체나 생협이 공정무역에 앞장서기보다는 도농 간의 농산물 직거래라는 원래 취지를 상기함으로써, 농업의 자급구조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때의 도농 직거래가 원거리 거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지역의 마을공동체 또는 농촌공동체와 노동조합들이 노·농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최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에서 시작한 노동자 생협이 그러한 모델에 해당될 것이다.  



자급자족은 ‘민중의 자치’ 가능케 하는 토대
선생은 최선의 윤리적 소비는 자급자족을 촉진하는 소비이며, 자급자족 구조의 내실화만이 생태적 지속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자급자족이 단지 먹을거리 문제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자급자족은 민중의 자치를 가능케 하는 근원적 토대라는 것이 선생의 주장이다. 거꾸로 오늘날의 세계분업적 무역체제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라는 존재는 이 토대를 붕괴시킴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는 반인간적 체제라는 것이다.

천규석 선생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다만 윤리적 소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국가와 자본의 가공할 압력을 거슬러 민중이 스스로의 삶과 민주주의를 보존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이 책에는 거듭 제기된다. 혹자는 이 책에서 제기되는 주장들을 현실성 없는 ‘근본생태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곰곰 읽어보면 백척간두에 선 문명의 임박한 파국에 대한 이유 있는 경고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이명원_문학 평론가)  

10. 02. 27.  

 

P.S.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착한 소비)에 관한 책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이 또한 하나의 '트렌드'일까?    

도화선이 된 건 작년초 한겨레21의 기사가 아니었을까 혼자 짐작해본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카카오 농사를 짓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란 표지기사였다(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4258.html). 공정무역이 어떤 것인가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기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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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2010-02-27 01:32   좋아요 0 | URL
공정무역 좋아요, 라는 댓글을 달려고 생각했는데 두번째 기사를 보니 전혀 다른 견해가 새롭습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두가지 모두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국내 문제도 많은데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는 뭐하러 돕나 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사실 국내 농산물 직거래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보는데 제대로 된 채널을 마련하는게 급선문 같습니다. 얼마전 도서관에서 '처음 십 년'이라는 생태신문 창간호를 보았습니다. 거기서도 생협 얘기가 나왔는데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매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창간호 특집 1면 기사는 성미산 마을극장 대표에 대한 인터뷰 기사였는데 읽으면서 아무래도 성미산 마을을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체 가이드도 있다고 하네요.

로쟈 2010-02-28 12:52   좋아요 0 | URL
아 그런 신문도 있군요.^^;

sophie 2010-03-01 01:39   좋아요 0 | URL
아.. 네.. 댓글이 좀 길었죠? ^^;;

노이에자이트 2010-02-27 21:09   좋아요 0 | URL
녹색평론에 실린 글이나 <유목주의~><소농버리고~>를 읽어봤는데 천규석 씨 글은 좋은 주장이구나 하다가도 너무 내치고 까는 글이라서 좀 읽기가...반대진영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막 찌르는 느낌...특히 명망있는 시민운동가들을 너무 심하게 다루더라구요.물론 그것도 글쓰는 개성이라면 할말이 없겠습니다만...

로쟈 2010-02-28 12:52   좋아요 0 | URL
꼬장꼬장한 성격이신가 봅니다...

사량 2010-02-28 15:26   좋아요 0 | URL
천규덕 선생의 새 책에 대해선 몇 주 전 <한겨레>에 실린 서평도 한번 보세요. 더 자세하고 인터뷰까지 있어서 유용하답니다.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04523.html
 

관심을 끄는 철학신간은 캐나다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근대의 사회적 상상>(이음, 2010)이다. 헤겔 전문가에다 공동체주의 철학자 정도로 자림매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그러한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도 흥미를 끈다. 근대의 사회적 상상이라니? 소개글의 일부는 이렇다.  

<근대의 사회적 상상>은 찰스 테일러의 철학적 작업과 정치적 실천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저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서구 사회가 약 400년에 걸쳐 겪어온 근대성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문화적 변화와 그 상상적 기반을 재구성하고 있다. 찰스 테일러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상상’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실존에 대해 상상하는 방식, 사람들이 다른 이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어가는 방식, 사람들 사이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 통상 충족되곤 하는 기대들, 그리고 그러한 기대들의 아래에 놓인 심층의 규범적 개념과 이미지들이다. 사회적 상상은 공통의 실천을 가능하게 만들고 정당성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도록 한다. 일단 사회적 상상 안에 안착하게 되면, 그 상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유일하게 가능한 것, 유일하게 의미 있는 것이 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의 토대는 생각보다 연약하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급하게 읽어보고픈 욕구를 부추긴다. 테일러의 책은 그간에 몇 권이 출간됐고, 대표작인 <자아의 원천들>(1983)도 어쩌면 번역본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 몇 권의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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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사회적 상상- 경제·공론장·인민 주권
찰스 테일러 지음, 이상길 옮김 / 이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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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Social Imaginaries (Paperback)
Charles Taylor / Duke Univ Pr / 2003년 12월
46,480원 → 38,110원(18%할인) / 마일리지 1,91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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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of the Self: The Making of the Modern Identity (Paperback)
Charles Taylor / Harvard Univ Pr / 1992년 3월
69,000원 → 56,580원(18%할인) / 마일리지 2,83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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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화와 현대문명- 다산기념 철학강좌 6
찰스 테일러 지음, 김선욱 옮김 / 철학과현실사 / 2003년 11월
20,000원 → 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60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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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2010-02-26 03:09   좋아요 0 | URL
듣고 있는 수업에서 찰스 테일러의 A Secular Age를 읽어보라고 해서 조금 읽고 있는 도중에 이 포스팅을 읽으니 반갑네요. 교수님 말로는 최근에 나온 종교와 근대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거의 900쪽에 육박해서 번역본으로는 나오기 힘들것 같네요...

로쟈 2010-02-26 09:26   좋아요 0 | URL
생각했던 것보다 대저로군요. 두 학기 동안 읽으시나요?^^

노이에자이트 2010-02-27 21:11   좋아요 0 | URL
독일사상 연구가 취약한 영어권에서는 유명한 헤겔 학자이지요.광주 전남대에 강연하러 오기도 했구요(요건 최근에 알았습니다.2002년에 왔더라구요).그의 주저인 <헤겔>이 아직 번역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아요.

로쟈 2010-02-28 12:49   좋아요 0 | URL
독일보단 취약하단 말씀인가요?^^ <헤겔>은 분량도 방대해서 나오기 어렵겠죠. <자아의 원천>은 번역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2-28 15:08   좋아요 0 | URL
<이성과 혁명>은 워낙 독일 관념론에 대해 영미권 지식대중들의 이해가 빈약해서 마르쿠제가 그들에게 읽히려고 집필했다고 나와 있더군요.앨빈 굴드너<두 개의 맑시즘>역자 해설에는 미국사회학자들이 루카치의 '총체성 개념'도 소화를 못한다는 일화가 나와 있구요.아무래도 영미권의 철학이나 사상은 유럽대륙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