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자들의 책 두 권에 대한 리뷰기사를 챙겨놓는다. 경제학자 이정우 교수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2010)과 사회학자 홍두승 교수의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한국사회의 계층을 말한다>(동아시아, 2010)가 그 두 권의 책이다. 한국사회의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진단서로 읽을 수 있겠다.   

   

한겨레21(10. 03. 12) 왜 불평등한가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 ‘오쿤의 새는 물통’이라는 가상 실험이 있다. “지금 부자가 빈자에게 1원을 이전한다고 가정하자. 이 과정에서 중간에 새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결국은 빈자 손에 들어가는 건 χ뿐이고, ‘1-χ’는 도중에 잃어버린다고 가정하자. 이때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어떤 사람은 χ가 조금만 남더라도 이런 이전은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평등보다는 효율에 관심이 있는 또 다른 사람은 도중에 새나가는 물이 아까워서 이런 이전 자체를 반대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나는 구멍 난 물통 실험에서 60% 누출을 보일 때까지만 (이러한 형태의) 소득재분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쿤은 자신의 가치관을 분명히 60%라는 숫자로 밝히고 있는데, 독자 여러분은 이런 실험에서 어느 선까지 물이 새는 것을 참을 수 있겠는가?” 

지표는 있으나 왜 그런지는 없는 언론
오쿤의 새는 물통이 보여주듯, 이정우의 <불평등의 경제학>(후마니타스 펴냄)은 소득분배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단순히 이론을 설명하는 교과서를 완전히 넘어서고 있다. 몇 가지 소득분배 모델과 간단한 수식, 그리고 몇 개의 그래프가 등장하고 있으나 복잡하게 증명을 시도하거나 경제모델 방정식을 도출하는 추상적인 ‘경제과학’을 다루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의 뿌리인 <소득분배론>(1991)이 출판된 지 20년이 다 되었다.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세계화, 정보화, 구조 변동과 더불어 소득 양극화, 빈곤, 노동시장 유연화, 비정규직화 등 여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 심화, 양극화, 고용 불안정, 성장-분배 문제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이만큼 중요한 문제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바로 당신, 그리고 당신 이외의 모든 사람의 월급·소득·일자리·불평등에 대해 말하는 다소 수준 높은 교양경제학 강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언론매체 등을 통해 소득분배 악화에 대한 수많은 지표를 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만 제시될 뿐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기 일쑤다. 불평등 심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가진 소수의 전문가에 대한 수요 급증에서 오는 정보 격차에 주목하는 ‘기술 중시 가설’, 소위 국경 없는 경제·국제 경쟁의 심화로 인해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쇠퇴하고 자본이 해외로 이동함으로써 생산직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는 ‘세계화 가설’, 노동조합의 세력 약화와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을 지킬 힘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제도 가설’ 등 백가쟁명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소득분배 전공학도들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교양서로 읽을 수 있도록 흥미롭고 풍부한 현실 사례를 군데군데 배치하고 있다. 이를 테면 △한국 100대 부자들의 자녀가 혼인 등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자료 △한국 10대 재벌가 혼맥 이야기 △1924년 전북 고창군의 빈민생활조사 자료 및 일제시대 도시 빈민 조사자료 △달동네·산동네의 기원 △점심 도시락을 못 싸온 1963년 대구 명덕초등학교 이윤복군의 일기 등을 인용·소개하고 있다.

다루는 주제와 필치도 한껏 대중적이다. “한국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의 불평등은 토지에서 온다. 부동산 투기는 불신을 먹고 살고, 신뢰 속에서는 마치 햇볕 아래 드라큘라처럼 힘을 잃는다. 경기가 나쁘다고 눈앞의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 부동산 투기를 경기 부양의 불쏘시개로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약이다.” 각 장 서두에는 양념처럼 짧은 경구를 붙여놨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조지 오웰, <동물농장>) “만일 당신이 당신의 재산을 계산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진짜 부자는 아닙니다.”(폴 게티) 빈곤을 다룬 제10장에서는 천상병 시인의 ‘나의 가난은’이란 시 전문을 싣고 있다.

“성장과 분배는 동행한다”
“한국 경제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두 가지 극단적이고 편향된 사고방식이 지배하고 있다. 시장 맹신주의와 성장 만능주의다.” 양극화 시대에,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논쟁의 시대에, 그리고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시대에 깊이 있게 일독할 만한 책이다. 이정우 교수는 결코 ‘좌파 분배론자’가 아니다. 이 책 전편을 관통해 그가 주창하고 있는 건 “성장과 분배는 동행한다, 분배를 통한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인식이다.(조계완 기자) 

  

시사IN(10. 03. 11) 패자부활전이 필요한 대한민국

이 책은 풍부한 통계 자료와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계층과 관련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차분하게 조망한다. 227쪽의 짧은 분량 안에서 그 조망의 범위는 매우 넓다. 양극화, 중산층, 자영업주와 임금 근로자, 동네 슈퍼, 교육 불평등, 강남, 상류사회, 빈곤, 주거, 농어촌 문제, 사회적 소수자와 주변인 등.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 대부분을 망라한 셈인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계층 문제와 상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부분은 양극화 문제.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 간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계층 양극화’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양극화란 중간이 공동화되고 소수를 제외한 다수가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구도인데,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구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그럴 위험성은 있다 해도). 소득계층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매우 가변적이다. 양극화나 중산층 개념 자체가 모호한 셈이다.

그럼에도 중산층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안정의 기초로 인식되기 때문이며, 저자는 중산층의 폭을 넓히고 튼튼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계층 간 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내세우기보다, 취약 계층의 삶의 질 향상이나 빈곤 퇴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느 정도 못사는가’라는 상대적 잣대가 아니라 ‘내가 어느 정도 생활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라는 절대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제적 세습 고리’ 약화시켜야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해 저자는 현재의 입시 제도가 ‘있는 집’ 자녀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대학 신입생의 가정 배경이나 출신 고교에서 잘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사회학적으로 말하면 업적적 지위인 교육적 성취가 귀속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예컨대 2000~2009년까지 가장 많은 서울대 합격자를 낸 10개 고교 중 일반계 고교는 단 1개 (그것도 서울 강남에 위치한)에 불과했다.

저자는 어떤 제도,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추첨식으로 뽑지 않는 한 교육 기회의 계층별 차별성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생들의 잠재적 소질과 능력을 찾아내 선발해도, 그것이 곧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방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정부 및 민간기업의 채용방식을 다양화하는 등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완화하는 것, 시장경제질서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적 세습 고리를 약화시키는 것을 근본 처방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가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게 회복할 기회를 주는 것, 요컨대 단판 승부가 아닌 패자부활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의 미덕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관점 차이를 일단 접어두고 일종의 중도 입장에서 문제와 현실을 ‘설명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좀 더 깊이 생산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발제(發題)다.(표정훈_출판평론가) 

10.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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