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이어서 관련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사상과 행적에 관한 연구는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고백이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의 소감을 스크랩해놓는다. '영웅'이나 '장군' 안중근보다는 동양평화론 사상의 주창자로서 더 주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향신문(10. 03. 26) "안중근 의사 옥중투쟁 기간 독립운동 철학 제시”

100년 전 오늘 중국 뤼순감옥에서 숨진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이 좌우로 나눠지기 이전에 의거를 일으키고 순국해 남북한 양측에서, 그리고 한국사회 내에서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존경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매뉴얼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영향을 받은 평화주의 사상가였다거나 ‘장군’으로 불러야 마땅한 상무정신의 소유자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상존한다. 하지만 안 의사는 역사상 가장 많이 거론되는 독립운동가들 중 한 명이지만 유해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규명하는 학계 작업이 부족해 이름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장석흥 국민대 교수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안 의사 의거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안 의사가 제시한 ‘동양평화론’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끓어올랐다 냄비처럼 식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장석흥 국민대 교수(53)는 “대목 만난 듯 안중근을 팔아먹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 열기에 비해 한국 학계의 척박한 수준이 그의 사상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연구자의 한 명으로 안 의사께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극적인 사건에 대한 주목을 넘어 의거 후 5개월 동안 그가 벌인 옥중투쟁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옥중투쟁이 “일제강점기 내내 이어질 ‘독립운동의 철학’을 제시한 높은 수준의 인도주의”를 영글게 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철학은 동양평화론이다. “동양평화론은 서양의 침략을 맞아 동양평화를 유지하려면 동양 국가들이 독립을 유지한 가운데 단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한·중·일은 물론 태국·버마까지 포괄했다”고 한다. 

동양평화론은 종종 서양인에 대항하는 동양인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인종주의의 혐의가 덧씌워진다. 장 교수는 이를 단호하게 반박한다. “동양평화론이 동양 민족과 국가를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서양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동양을 침략하는 서양 제국주의에 대항해 독립과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지, 서양 그 자체를 배척, 부정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안 의사가 “일본 국민을 구원하기 위해 이토를 처단했다”고 한 법정 진술의 연장선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서양인들을,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동양 삼국이 독립을 유지한 채 단결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고, 이는 동서양을 떠나 국가, 민족 간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자는 데 뜻이 있는 높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안 의사 유해 자료를 찾으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장 교수는 “부디 이 시점 이후에도 잊지 말고 유해자료 발굴에 계속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자료를 찾는 것을 “산에서 산삼 찾기”에 비유했다. “유해자료를 찾자고 누구나 얘기 하지만 실제로 직접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사료를 읽을 줄 아는 연구자가 6개월 정도 일본에 체류하면서 그 일에만 매달려야 찾을 수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의거 100주년이었던 지난해부터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거나, 의거 배후에 고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학문적이지 않다며 비판적이다. 이 주장들은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적극 개진해온 것으로 육군이 최근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부 회의실을 ‘안중근 장군실’로 바꾸거나, 안 의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에서 고종이 의거를 지시한 것으로 그려지는 등 현실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군사 없는 장군이 어디 있습니까? 본인이 법정에서 육군 중장이라고 했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의사라는 호칭이 더 격이 높고 폭이 넓지 않습니까. 그리고 고종 배후설도 말도 안됩니다. 고종은 안 의사 의거 소식을 듣고 밥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주장에 사실을 꿰어맞추려는 것은 학문적이지 않습니다.” 



장 교수는 이 모든 소극이 학계의 연구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0여년간 모은 사료들에 기초해 안중근 평전을 쓰는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10월에는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 한시준 단국대 교수, 한철호 동국대 교수, 최기영 서강대 교수 등 독립운동사 연구자들과 함께 ‘안중근 연구 100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의거 100주년, 순국 100주기의 분위기가 잠잠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의사의 이름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손제민기자) 

10. 03. 26. 

 

P.S. 관련서는 적지 않지만,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고 제대로 된 '안중근 전집'도 나오지 않은 형편이라 하니 더 이 분야에서도 할일은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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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 2010-03-26 15:24   좋아요 0 | URL
인문 분야에선 우리 학계가 할일이 너무나도 많은것 같습니다만,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언발에오줌 누기 수준이니, 안타깝기만 하네요.

로쟈 2010-03-26 22:43   좋아요 0 | URL
비교적 관심을 받는 분야가 이 정도니까 갈길이 멉니다...

2010-03-26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7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7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27 16:04   좋아요 0 | URL
이태진은 고종이나 민비를 비판하면 식민사관에 물든 사람이라고 공격합니다.

로쟈 2010-03-27 18:25   좋아요 0 | URL
안의사의 의거가 고종의 밀령에 의한 것이란 얘기도 그래서 나오나 보군요...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아직 원고를 쓸 만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두뇌상태가 아니어서) 멍한 상태로 기사들을 잠시 훑어봤다. 역시나 '이건희 복귀'가 톱뉴스다. 한국 기자들의 저 풍부한 일거리! '김우룡 실언'에 대한 미디어 평론가의 시론도 읽었는데, 지난번 포스팅에서의 궁금점을 풀어주고 있어서 마저 스크랩해놓는다. 그의 '자폭 인터뷰'의 파장을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별천지에 있었던 셈이다...   

경향신문(10. 03. 23) ‘김우룡 실언’의 진실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MBC 장악 시나리오의 막전막후를 적나라하게 밝힌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했다. 예상됐던 일이며,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도, 끝낼 일도 아니다.

그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MBC 인사에 권력기관의 개입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큰집’이 ‘조인트’도 까면서 김재철 MBC 사장의 계열사 사장 인사 등에 개입했음을 증언했다. ‘의외의 발언’에 놀란 기자가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들어갔다 왔느냐”고 확인하자 “밖으로 불러내” 만났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 선임 때 첫 번째 기준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며, 김 사장의 주된 역할은 MBC 좌파를 쓸어내는 ‘청소부’ 역할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쫓아낼 생각이었으며, “2월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해임하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사실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YTN과 KBS 사태를 거치면서, 또 MBC 임원진 일괄 사표 소동, 방문진의 일방적인 보도·제작본부장 선임, 그에 따른 엄기영 전 사장 퇴진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추론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김우룡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확인됐을 뿐이다.

이번 ‘김우룡 인터뷰 파문’에서 가장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그는 왜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자폭인터뷰’를 그리 당당히 했던 것일까? 신동아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이 인터뷰가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이 없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였다. 그는 인터뷰가 기사화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자에게 ‘수위조절’을 부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그가 말한 내용이 이처럼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그동안 그가 주도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MBC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을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생각, 임기가 남은 사장이라도 방문진(권력)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생각, 방문진의 역사적 사명은 MBC내 ‘좌파 척결’에 있다는 보수언론의 성화 같은 요구와 응원, 그리고 평소 권력기관과의 기탄 없는 ‘의견 교환’이 일상화돼 있던 환경에서 그의 그런 인터뷰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었다. 일종의 권력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진의 일부 친여 이사들의 주장과 달리 그의 인터뷰 발언은 결코 실언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평소 언행에 비춰 보더라도 그의 발언을 실언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명백한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그의 인터뷰 발언이 있지도 않은 내용을 과장해 말한 ‘실언’이라고 보는 청와대나 여당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것이 자멸에 이르는 ‘권력중독현상’인지, 아니면 ‘자폭적 실언’인지라도 가려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백병규 미디어평론가) 

10.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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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이룰수없는아련한첫사랑- 2010-03-25 10:45   좋아요 0 | URL
그런 모습으로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되군요...우리같은 일반인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어 어찌 그랬을까 답답해 할 수 밖엔 없었던 것도...

comorin 2010-03-25 13:2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무의식을 저렇게 순수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어 결국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것 같습니다.

모자란 2010-03-25 20:23   좋아요 0 | URL
MB정권은 투명하기가 거의 비닐봉다리 수준인 것 같아요. 뭔가 한꺼풀 벗겨볼 필요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 그대로...이니 -_-;;

쉽싸리 2010-03-26 08:53   좋아요 0 | URL
그런데 동아일보는 또 뭔가요? 그들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요?
상상 초월의 시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3-26 15: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인터뷰 받은 사람은 그렇다쳐도 편집이란 필터링이 남아있는데 왜 신동아에선 그대로 내보냈을까요? 음...

comorin 2010-03-26 15:46   좋아요 0 | URL
동아일보와 신동아는 같은 계열회사이긴 하지만, 조금 논지가 다르다고 합니다. 오히려 동아보다 신동아가 그나마 조금 사실을 보도한다고도 하더군요.

돈케빈 2010-03-26 19:00   좋아요 0 | URL
신동아는 동아의 의외일 때를 종종 볼 수가 있죠!

로쟈 2010-03-26 22:44   좋아요 0 | URL
종편 집입을 놓고는 조선, 중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아가 나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걸로 해석하더군요...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진행하는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에 대한 안내이다. 러시아문학과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한 꼭지 섭외받고 정한 것이 <안나 카레니나>인데, 하자센터에서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1935)를 감상작품으로 골랐다(러시아판 <안나 카레니나>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는 4월 10일부터 9주간 진행되며,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강의와 감상은 5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란다.  



▶ 강의 개요 

강의명 : 고전, 영화로 읽다
시간 : 매주 토요일 15:00 ~ 19:00
기간 : 2010년 4월 10일 부터 6월 5일까지 총 9회
장소 :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2층 999클럽, 203호
대상 : 고등학생 이상의 일반인
모집인원 : 50명
수강료 : 8만원
대표메일 : nivriti@naver.com

▶ 강의 일정 

1강 (4월 10일)|죽음의 운명을 수용하라
호메로스『일리아스』,기원 전 8세기 경 / 로버트 와이즈 감독 <트로이의 헬렌>,1956
강사 : 강대진(고전문헌학자), 정암학당 연구원,『고전은 서사시다』,『잔혹한 책 읽기』,『신화와 영화』등

2강 (4월 17일)|영화로 읽는 카프카의 문학
프란츠 카프카『성(城)』,1926 /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카프카>,1991
강사 : 김진영(철학자),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

3강 (4월 24일)|당통과 로베스피에르
게오르그 뷔히너『당통의 죽음』,1835 / 안제이 바이다 감독 <당통>,1982
강사 : 장정일(소설가), 시집『햄버거에 대한 명상』,희곡『고르비 전당포』,소설『보트하우스』등

4강 (5월 1일)|고전, 깊은 강에 몸 담기 
혼란과 음울 / 데이비드 린치 감독 <블루 벨벳>,1986
강사 : 김성태(영화학자), 파리 3대학 영화학 박사,『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공저『세계영화사 강의』등

5강 (5월 8일)|영화로 번역하는 소설
코맥 매카시『로드』,2006 / 존 힐코트 감독 <더 로드>,2009
강사 : 정영목(전문번역가),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 옮긴 책으로 『책도둑』,『맛』,『불안』,『지젝, 레닌을 만나다』,『눈먼 자들의 도시』,『 융-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로드』등 


 
6강 (5월 15일)|열정의 논리와 삶의 윤리
톨스토이『안나 카레니나』,1877 / 클라렌스 브라운 감독 <안나 카레니나>,1935
강사 : 이현우(인문학자),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박사, 한림대학교 연구교수,『로쟈의 인문학 서재』등

7강 (5월 22일)|초인이 되기 위한 감성의 스파르타 훈련
프리드리히 니체『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91 / 프랭크 다라몬트 감독 <쇼생크 탈출>, 1994
강사 : 정여울(문학평론가),『미디어 아라크네』,『모바일 오디세이』,『시네필 다이어리』등

8강 (5월 29일)|삶과 죽음의 이어짐
가와바타 야스나리『산소리』,1954 / 나루세 미키오 감독 <산의 소리>,1954
강사 : 이연호(영화평론가), 전 KINO 편집장, 영상원 강사,『전설의 낙인』등

9강 (6월 5일)|타자 지향의 욕망
요한 볼프강 폰 괴테『파우스트』,1831 /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The Fly>,1986
강사 : 이창익(종교학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신대 강사,『종교와 스포츠』등   

10.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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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로 읽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7-30 01:37 
    엊저녁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한 5주간의 '도스토예프스키 깊이 읽기' 강좌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로 마무리됐다. 수강생 몇 분과 간단하게 뒷풀이자리를 가졌는데, 차후 강의 일정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9월 강의 일정이긴 하지만 미리 올려놓는다. 지난 봄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의 속편 격인데, 도서관에서 또 한번 영화로 고전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번에 다룬 톨스토이의 &l
 
 
다크아이즈 2010-03-25 00:25   좋아요 0 | URL
네,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니 로쟈님 말씀대로 <참고>나 하는 처지네요. 제목이 너무 인문학적이군요. 좀 호리낭창한 낭만적 접근도 괜찮을 것 같은데 ㅎㅎ

로쟈 2010-03-25 09:15   좋아요 0 | URL
기획자가 정한 <안나 카레니나> 꼭지 제목은 '지금의 나는 진짜인가?'였어요.^^

2010-03-25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5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시아문학을 전공한다지만, 러시아 아동문학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는 거의 없다. '러시아 아동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는 코르네이 추콥스키(1882-1969)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데(아, 시인 알렉산드르 블록에 대한 책은 읽은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동화집이 번역되고 있다니 반갑다(그는 동화작가이면서 시인, 역사학자, 언어학자, 번역가이기도 했다). 아직 어린 조카들에게는 용도가 닿을지 모르겠다.  

  

일단 그의 동화론으로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양철북, 2006)가 출간돼 있다(영역본도 있다). 소개를 보면, "코르네이 추콥스키가 40년 동안 수집하고 채록한 아이들의 말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아이들이 쉴새없이 뱉어내는 말을 조사하고 연구해서 어떤 아동학자나 심리학자들도 접근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생각에 대한 여러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고 돼 있다.   

물론 아이들을 읽을 책이 아니라 부모나 유치원 교사, 동화작가들이 참조해볼 만한 책이겠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집으론 두 권이 출간됐다. <악어>(양철북, 2009)와 <강도 바르말레이>(양철북, 2009)가 그것인데, 계속 더 나오는 듯싶다.

 

러시아판을 찾아보니 15권짜리 전집 가운데 첫 권이 '아이들을 위한 창작'으로 돼 있고, 600쪽 분량이다.    

 

영어로 번역된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추콥스키의 일기다. 무려 69년간 쓴 일기. 저명한 러시아문학자 빅토르 어얼리치가 편집자다. 이건 한번 구해봐야겠다...

 

10. 03. 22. 

P.S. 아래는 러시아어판 <강도 바르말레이>의 표지다. 짐작대로 애니메이션 버전도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XJqAMtyv4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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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jjismy의 생각
    from jjjismy's me2DAY 2010-03-22 23:31 
    코르네이 추콥스키가 40년 동안 수집하고 채록한 아이들의 말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저자는 아이들이 쉴새없이 뱉어내는 말을 조사하고 연구해서 어떤 아동학자나 심리학자들도 접근하지 않았던 아이들의 생각에 대한 여러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
  2.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0-04-13 16:58 
    [책]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 코르네이 추콥스키가 40년 동안 수집하고 채록한 아이들의 말에 대한 기록 (via @julymon)
 
 
igor5474 2010-03-2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동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면 함부로 서평 쓰지 마세요!
아동문학에서는 올바른 한글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이오덕 선생이 얘기한 올바른 한글!
아동문학을 함부로 건드려서 대중들을 현혹하지 마세요!
 

계절을 거슬러가는 듯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영향도 없진 않을 듯싶은데, 내내 무기력이다. 그래서 할일을 못하고, 할일을 못하니 다시 무력감에 빠진다. '자서전' 원고도 또 미루고, 담당 편집자와 통화한 후에 일기를 다시 뒤적여봤다. 내나 책 얘기들뿐이다. 10년 전 기록의 한 토막을 옮겨놓는다. 일기란 10년 후에 읽기 위해서 쓰는 것 같기도 하다...    

00. 03. 23. 
종로에 나가 교보에도 들르고 영풍에도 들렀다. 영풍에서 모처럼 큰맘 먹고 원서를 샀다.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에 대한 지상 심포지엄이 <Ghostly Demarcations(마르크스주의와 해체)>란 제목으로 나왔다. 3만 3천 몇 백원을 주고 샀다. 학교에서는 <공산주의 이후의 루카치>와 랑쿠르-라페리에르의 <러시아의 노예혼>을 대출했다. 후자는 도서관의 러시아 역사 파트에서 우연히 찾아낸 책이다. 마조히즘을 키워드로 하여 러시아문학과 문화를 분석한다. 저자는 드물게도 꾸준히 정신분석학을 러시아 문학에 적용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런저런 참고문헌을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공부의 가장 큰 장애란 바로 자료의 문제라는 게 서글프면서도 엄연한 현실이다. 러시아 역사쪽에 꽤 읽을 만한 책들이 있다. 러시아문학 입문서를 구상중인지라 관심이 간다. 나이를 덜 먹은 것도 아닌데, 언제쯤 만족할 만한 책을 쓸 수 있을는지...   

 

민음사에서 <철학과 문학의 만남>이란 표제의 책이 나왔지만, 당장 손에 들지는 않았다. 동문선에서 나온 부르디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키에르케고르의 <그리스도교의 훈련>(영역본)도 꽤 두꺼운 분량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도서관과 서점에서 뒤졌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의 번역을 구할 수 없었다. 종로서적에 가봐야 했을까? 아무튼 읽을 건 차고 넘친다. 반쯤은 자포자기해도 될 만큼. 그런데 왜 욕심은 버려지지 않는 것인지?...   

00. 03. 24.
종로서적에 갔었는데, 키에르케고르의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비롯해서 찾는 책 모두가 절판이고 품절이었다. 하긴 요즘에 누가 키에르케고르를 찾을 것이며, 베르자예프를 읽을 것인가. 대신에 표재명 교수가 번역한 <들의 백합, 공중의 새>(21세기선교출판사)와 황동규의 신작시집 <버클리풍의 사랑노래>를 들고 왔다. 시집은 매달 한 권 정도의 구매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내일은 학교 도서관에서 강의자료를 복사하고, 국립도서관에도 가볼 작정이다. 도스토예프스키 관련자료들을 복사하기 위해서다. 외대나 고대 도서관에도 시간을 내서 가봐야겠는데, 국내에서 자료를 구하는 일도 그렇게 쉬워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일이다. 그게 공부보다 더 큰 일이라는 게 우리 학문의 현주소인 듯하여 씁쓸하다. 학문후속세대의 연구환경 보장, 즉 생계보장과 함께, 연구자료와 정보의 민주적 공유는 학문의 사활이 걸린 2대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포지올리의 <불사조와 거미(The Phoenix and the Spider)>에서 '러시아 리얼리즘의 전통'이란 글을 읽는다. 다소 오래된 글이긴 하나, 몇 가지 시사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다. 푸슈킨, 고골 두 작가와 리얼리즘 작가들 사이의 연속성보다는 단절성에 대한 주목이 그것이다. 그리고 체홉의 말.  

“나의 목적은 돌멩이 하나로 두 마리 새를 잡는 것이다. 즉 삶의 진실한 측면들을 묘사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삶이 이상적인 삶에 얼마나 못 미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아, 나의 현재는 이상적인 삶에 얼마나 못 미치고 있는 것인지!.. 

10.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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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5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phie 2010-03-2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이 너무 많은신거에요. 앞으로 계속 바쁘실 것 같으니까 잘라낼 건 잘라내시고 비서 하나 두시지요.^^ 건강에 각별히 신경쓰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요즘은 매실청으로 따뜻한 차를 타 드셔도 좋고 홍삼도 액체가 아니라 정제로 나와서 먹기가 간편하답니다. 몸짱은 아니라도 좋아하시는 운동 하나 정해서 계속 하시구요. 이상은 담임선생님의 훈화말씀이었습니다.

로쟈 2010-03-25 09:18   좋아요 0 | URL
네, 잘 새겨듣겠습니다. 홍상도 선물받은 게 있어서 먹고는 있습니다. 운동은 '먼나라' 일이지만요.^^;

비로그인 2010-03-24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련(과거지향)과 동경(미래지향) 사이, 젊은 로쟈님이 서성이셨네요(지금도 젊으신 것 같지만^^).

로쟈 2010-03-25 09:18   좋아요 0 | URL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들이예요. 20대초반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