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아직 원고를 쓸 만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두뇌상태가 아니어서) 멍한 상태로 기사들을 잠시 훑어봤다. 역시나 '이건희 복귀'가 톱뉴스다. 한국 기자들의 저 풍부한 일거리! '김우룡 실언'에 대한 미디어 평론가의 시론도 읽었는데, 지난번 포스팅에서의 궁금점을 풀어주고 있어서 마저 스크랩해놓는다. 그의 '자폭 인터뷰'의 파장을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별천지에 있었던 셈이다...

경향신문(10. 03. 23) ‘김우룡 실언’의 진실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MBC 장악 시나리오의 막전막후를 적나라하게 밝힌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했다. 예상됐던 일이며,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도, 끝낼 일도 아니다.
그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MBC 인사에 권력기관의 개입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큰집’이 ‘조인트’도 까면서 김재철 MBC 사장의 계열사 사장 인사 등에 개입했음을 증언했다. ‘의외의 발언’에 놀란 기자가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들어갔다 왔느냐”고 확인하자 “밖으로 불러내” 만났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 선임 때 첫 번째 기준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며, 김 사장의 주된 역할은 MBC 좌파를 쓸어내는 ‘청소부’ 역할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쫓아낼 생각이었으며, “2월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해임하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사실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YTN과 KBS 사태를 거치면서, 또 MBC 임원진 일괄 사표 소동, 방문진의 일방적인 보도·제작본부장 선임, 그에 따른 엄기영 전 사장 퇴진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추론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김우룡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확인됐을 뿐이다.
이번 ‘김우룡 인터뷰 파문’에서 가장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그는 왜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자폭인터뷰’를 그리 당당히 했던 것일까? 신동아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이 인터뷰가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이 없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였다. 그는 인터뷰가 기사화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자에게 ‘수위조절’을 부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그가 말한 내용이 이처럼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그동안 그가 주도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MBC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을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생각, 임기가 남은 사장이라도 방문진(권력)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생각, 방문진의 역사적 사명은 MBC내 ‘좌파 척결’에 있다는 보수언론의 성화 같은 요구와 응원, 그리고 평소 권력기관과의 기탄 없는 ‘의견 교환’이 일상화돼 있던 환경에서 그의 그런 인터뷰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었다. 일종의 권력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진의 일부 친여 이사들의 주장과 달리 그의 인터뷰 발언은 결코 실언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평소 언행에 비춰 보더라도 그의 발언을 실언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명백한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그의 인터뷰 발언이 있지도 않은 내용을 과장해 말한 ‘실언’이라고 보는 청와대나 여당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것이 자멸에 이르는 ‘권력중독현상’인지, 아니면 ‘자폭적 실언’인지라도 가려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백병규 미디어평론가)
10. 0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