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알라딘 사이트에 접속 장애가 있었습니다. 책을 검색하는 데 로딩 시간이 좀 오래 걸렸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류 메시지가 떴습니다. 그 날 바로 고객센터에 문의했는데요, 알라딘 고객센터 측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센터 직원이 접속 장애의 원인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설 연휴 이후로 사이트에 접속한 방문자 수가 갑자기 많아지는 바람에 기존의 서버가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알라딘 서버 상태가 영 좋지 않아서 글 쓰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새로 알게 된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글수레라는 중고 책 전문 서점입니다. 서점 이름이 정말 예쁩니다. 태전삼거리를 지나 운전면허시험장사거리에 가면 서점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중고 책이라는 글자가 적힌 간판이 보입니다. 문 앞에 소포로 포장된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손님들이 주문한 책들입니다. 서점에 전화해서 원하는 책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아동용 전집 같은 양이 많은 책을 팔 때 직접 가지고 오는 것보다 서점 사장님에게 전화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그러면 사장님이 직접 방문하여 그 자리에서 책을 매입합니다.

 

서점 안에 들어가면 왼쪽에 아동용 도서가, 오른쪽에 성인 독자들을 위한 단행본이 꽂혀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대구 글수레를 검색하면, ‘글수레를 소개한 블로거의 글을 볼 수 있는데요, 서점 내부 전체를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책 상태는 깨끗한 편이었습니다. 책에 낙서가 있는 경우, 사장님은 작은 포스트잇 종이에 낙서가 있다는 사실을 적어 책 표지에 붙입니다. 이 정도면 알라딘 중고매장 뺨치는 수준입니다. 알라딘 중고매장에 팔기 힘들어 보이는 책도 몇 권 보였습니다. 이곳에 책을 팔아본 적이 없어서 서점 사장님의 매입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책 상태가 비교적 좋으면, 출간연도가 꽤 오래된 책도 매입할 것 같습니다.

 

 

 

 

두 시간 동안 서점을 이리저리 둘러본 결과, 사고 싶은 책이 열 권 넘었습니다. 그중에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헌책방이나 중고 책 서점에 가면 책을 고르는 우선 조건이 구하기 힘든 절판본입니다. 이곳에 제가 원하는 책들이 몇 권 발견했지만, 가격이 정가보다 비싸게 매겨져 있어서 아쉬운 입맛만 다셨습니다. 참고로, 서점에 법정 스님의 책 두 권 있었습니다. 두 권 모두 이미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한 권은 만 원 조금 넘었고, 다른 한 권은 만 원 이하의 가격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비싼 편은 아닙니다.

 

 

 

 

 

 

 

 

서점 출입문 오른쪽, 사장님이 앉아있는 계산대 위에 명함이 놓여 있습니다. 책을 파실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서점에 방문할 때 명함을 꼭 챙기세요. 서점 영업 종료 시간은 오후 9시입니다.

 

 

 

 

 

 

어제 글수레에서 구입한 책들입니다. 예상보다 좋은 수확이었습니다. 네 권 모두 합한 구매 가격은 15,400원이었습니다. 프랑스의 문학평론가 조르주 풀레(Georges Poulet)프루스트적 공간과 존재의 변증법(동인, 1994)의 발견은 의외였습니다. 이 책은 알라딘, 교보문고, YES24, 심지어 네이버 책 정보에도 없습니다. 이 책은 프루스트적 공간존재의 변증법이라고 역자가 이름 붙인 발췌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프루스트적 공간1963년에 발표된 ‘L'Espace proustien’를 완역한 것이고, 존재의 변증법은 'Études sur le temps humain'의 표제 프루스트’를 발췌, 번역한 것입니다.

 

장 뤽 다발의 사진예술의 역사(미진사, 1991)는 낙서가 조금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고르니까 사장님이 책에 낙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대답했습니다. 알라딘에는 초판 출간 연도가 1999년으로 되어 있는데요, ‘1991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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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2-0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스펙트럼 시리즈 또 한 권 겟~ 하셨네요^^
조르주 풀레 책은 저도 보고 싶네요. 웬만한 도서관에도 없는! 정말 득템~ 지만지에서 나온 조르주 풀레 <비평적 의식>도 읽어볼 만한 책이겠더군요.
80년대야 그렇다치고 90년대 책도 희귀책에 들어가는 건 한국 출판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cyrus 2017-02-01 16:40   좋아요 0 | URL
운이 좋았어요. 서점에 문지 스펙트럼 두 권이 있었습니다. 모옌의 <붉은 수수밭>과 발레리의 <말레르메를 만나다>였습니다. 원래 두 권을 살려고 했었는데, 모옌의 소설이 완역본으로 나왔기 때문에 발레리의 책만 구입했습니다. 발레리의 책을 읽기 위해서 문지에 나온 말라르메의 <시집>도 사야할 판입니다. ㅎㅎㅎ

교보문고나 예스24는 검색되지 않은 책을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거로 압니다. 알라딘도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책을 읽었는데, 미등록 도서라서 ‘마이리뷰’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합니다. ^^;;

2017-02-01 1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01 16:45   좋아요 0 | URL
어제 알라딘 웹사이트는 먹통이었고, 북플은 아무 문제없었던 점이 불만스러웠습니다. 고객샌터 직원이 어제 저녁에 서버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원 상태로 복구된 것 같습니다. 사실 명절 기간에도 알라딘 서버 상태가 이상했습니다. 특히 모바일로 ‘알라딘 중고 매장’에 책을 검색했는데, 특정 지역 매장에 판매되는 책만 찾는 기능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오류 현상 때문에 데이터가 날라갔습니다... ^^;;

stella.K 2017-02-0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로 그 책이 있는지 알아 볼 수도 있다니 아날로그적이네. 칠판 입간판도 그렇고. 구석을 살피는 거 보니 역시 헌책방 고수네.^^

cyrus 2017-02-01 16:47   좋아요 0 | URL
일요일에 심심해서 ‘대구 헌책방’으로 검색하니까 글수레 서점을 방문한 블로거의 글 세 편을 발견했어요. 첫 번째 글이 작년 10월에 작성되었으니까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

:Dora 2017-02-0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틀비가 되고 싶다.. ㅡㅡ;˝

cyrus 2017-02-01 20:22   좋아요 0 | URL
가끔 바틀비처럼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17-02-01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저자의 모르는 책들이라 어렵게만 보입니다ㅎㅎ 역시 헌책방 고수, 책 고수시군요! 좋은책 발견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cyrus 2017-02-01 20:28   좋아요 0 | URL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독서 문화가 빈약한 이 땅에 살고 있는 애서가 선배들이 아니었으면 헌책방을 방문하면서 책 사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분들이 남긴 기록들, 리뷰나 헌책방 방문기 같은 글들을 보면서 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유익한 정보는 널리 알리면서 공유해야 합니다. ^^

2017-02-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뿔레의 변증법 책은 저도 논문때문에 구하려고 했던 책인데 어디에도 없더군요. ㅜㅜ

cyrus 2017-02-28 13:08   좋아요 0 | URL
문학 관련 분야를 공부하셨군요. 원서마저 구하기 힘들어요.
 

 

 

 

사회에 어떤 이슈가 생기고 새로운 관심사가 생길 때마다 유행하는 것이 패러디다. 패러디는 가장 보편적인 표현의 방식이다. 그냥 눈으로 보고 지나치는 유머로서의 패러디가 아니라, 패러디에 대한 추가적인 패러디나 대응 표현을 하거나, 패러디 속에서 메시지를 읽어내는 진지한 반응도 보인다. 패러디를 통한 풍자와 우회적 표현으로 원래 사실적 내용에 담긴 길고 딱딱하고 어려운 얘기도 재미있고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이제 누구나 패러디 컨텐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패러디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물론 패러디가 때론 악의적이거나 인신공격적일 수도 있다.

 

 

 

 

 

이번 주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풍자 그림 『더러운 잠』 국회 전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솔직히 알라디너 누군가가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직까진 풍자 그림 논란에 관한 글을 보지 못했다. ‘서재통합검색’으로 ‘표창원’, ‘더러운 잠’을 입력해 봐도 관련 글이 나오지 않는 거로 봐서는 글을 쓴 사람이 없는 듯하다. 이번 해프닝은 ‘표현의 자유’, ‘여성 혐오’가 겹쳐 있어서 풍자 그림이 적절한지 부적절한지 분별 있게 판가름하기 어렵다.

 

 

 

 

 

 

 

 

 

 

 

 

 

 

 

 

 

 

나는 『더러운 잠』 그림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에 풍자는 가득했으나 해학이 눈곱만큼 보이지 않았다. 풍자는 기성문화의 정통성과 근엄함을 비웃으면서 폭로하는 방법이라면, 해학은 다양한 표현 수단을 통해 사람을 웃게 하여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예리한 풍자로 해학 넘치는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다. 『더러운 잠』 원작자는 마네의 『올랭피아』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패러디하여 통렬한 풍자나 해학, 파격을 담아내려고 했으나 그 지나친 패기가 독이 되고 말았다. 아시다시피 『올랭피아』는 전시 당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작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알라딘 서재에서 『올랭피아』를 언급한 글을 참 많이도 썼다.

 

* [음란과 예술 사이] 2011년 8월 3일 작성

* [근대회화의 혁명을 알린 진정한 선구자, 마네] 2012년 12월 27일 작성

* [그녀도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2014년 5월 26일 작성

* [마네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본 순간] 2015년 5월 6일 작성

* [《세계 명화 백선》 계몽사(1989년 중판)] 2015년 5월 10일 작성

* [고양이가 만만하니?] 2016년 4월 12일 작성

 

 

 

 

 

 

 

 

 

 

 

 

 

 

 

 

 

 

 

 

 

『올랭피아』는 전시장을 찾는 남성 관객들의 관음증적인 욕구를 충족시킨 누드화의 전통에 반기를 든 그림이다. 남성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누드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 모델은 수줍은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신체 일부를 가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마네가 묘사한 벌거벗은 매춘부는 액자 밖에서 자신을 훔쳐보는 남성 관객들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남성 관객들은 자신의 관음증적 시선이 들켰다는 생각에 화풀이하는 식으로 마네의 그림을 조롱했다. ‘이게 그림이냐? 이러려고 전시장을 찾았나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올랭피아』가 수동적인 여성이 그려진 누드화 표현을 거부한 혁신적인 그림이라고 해서 남성 중심적인 관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마네는 침대에 누운 벌거벗은 주인공을 신성한 비너스 대신 매춘부로 바꿨을 뿐이다. 『올랭피아』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파리를 뒤흔들었던 충격의 진동은 이제 전설처럼 회자하는 옛이야기일 뿐이다. 충격의 진동이 사라진 지 수백 년이 지났고, 그 파격적인 아우라가 시들시들해졌다. 『올랭피아』를 처음 본 파리의 남성들은 아우라에 흥분했겠지만, 원작을 복제한 이미지로 접한 오늘날의 남성들은 아우라를 느낄 수 없다. 아우라가 상실된 『올랭피아』는 애석하게도 ‘관찰자로서의 남성’을 위한 구경거리가 되었다. 매춘부와 꽃다발을 들고 있는 흑인 하녀의 대조적인 구도는 남성의 사랑을 원하는 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벨 훅스 같은 제3세계 페미니스트는 흑인 하녀의 표정에서 흑인이자 여성이 겪은 인종적 · 성적 불평등의 이중적 고통을 읽었을 것이다.

 

 

 

 

 

 

그림 오른쪽 구석에 관객들을 노려보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바짝 올라간 고양이의 꼬리는 ‘팔루스(Phallus)’다. 오늘까지도 이 고양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은밀한 본성을 숨긴 채 근엄한 척하는 파리의 신사들을 도발하는 의미(가운뎃손가락을 내밀 때 하는 욕설 ‘Fuck you!’을 떠올려보시라)일 수 있고, 벌거벗은 매춘부조차 피할 수 없는 남근중심주의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여성을 남성 시선의 수동적 대상으로 만드는 남성 중심의 권력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무튼, 여성중심주의의 시선으로 『올랭피아』를 바라보면 남성으로부터 완전히 갇힌 여성성이 보인다. 그래서 이런 원작을 패러디한 『더러운 잠』은 ‘더러운 풍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표정이 한편으론 남자들 앞에 수줍은 척해야 했던 누드모델의 표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검은 고양이를 다른 대상으로 가리든지 아니면 없애야 했다. 원작에 있는 고양이를 그대로 옮긴 것은 『더러운 잠』 원작자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어쩌면 원작자는 패러디에 나타난 고양이를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의 부적절한 관계로 해석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다만 사실적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불확실한 루머가 패러디 소재로 사용되면 도리어 풍자와 해학의 맛을 떨어뜨린다. 혹자는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 확대하여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표현의 자유가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도 원론적으로는 맞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해학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더러운 잠』은 인식공격에 가까운 그림이 되었고, 표 의원 가족을 악의적으로 묘사한 ‘질 나쁜 패러디’까지 나오고 말았다. 그림 하나가 서로 비난을 일삼는 정치적 갈등의 불을 지른 것이다. 사실적 근거에 기초하고 공익에 도움 되는 패러디라면 법적으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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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7-01-26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패러디가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굳이 <올랭피아>로 패러디를 하겠다면 저 그림에서 박근혜와 최순실의 위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순실이 그 뻔뻔한 얼굴로 침대 위에 눕고 흑인 하녀 자리에 박근혜가 있어야죠. 웃기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오히려 저 사특한 무리에 공격의 빌미만 준... 그런 헤프닝 아니었나 싶습니다.

cyrus 2017-01-26 17:28   좋아요 0 | URL
하필 이 해프닝 생긴 이후에 최순실은 끌려갈 때 개소리하고, 권한 정지된 대통령은 인터넷 녹화 방송에서 나와서 개소리하고... 이번 주에 별 희한한 장면 다 봅니다... ^^;;

yureka01 2017-01-26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더군요.
문제는 풍자의 장소가 국회 로비였으니 풍자의 장소로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더군요.
결국 얼마나 좋은 빌미꺼리를 제공한 셈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차라리 저 풍자화가 겔거리에 걸렸더라면 모를까...풍자적 장소의 오류는 있다고 보여지더군요.

표의원은 그림내용은 모르고 단지 전시를 도왔다고 하던데요.
모르고 도운 것도 문제였죠.
괜히 끍어 부스럼 만들었던 건 아닌가 싶어요.

웃자고 내걸었을지는 모르나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불쾌하게 볼 것이 너무나도 뻔한 상황인 형국입니다.

cyrus 2017-01-26 17:33   좋아요 1 | URL
제 생각에는 문제의 그림이 국회 로비가 아닌 다른 곳에 전시됐어도 친박근혜 세력은 인신 공격이라고 비난했을 겁니다. 대통령이 심한 모욕을 받을 정도로 불리한 코너에 몰려 있다는 뉘앙스를 주면서 탄핵 심판을 피하고, 나이 든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는 거죠. 애초에 그림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준비한 패러디가 좋았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1-27 00: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규재 인터뷰중 ‘더러운 잠‘ 에 대해 ‘여성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그런 비하를 받을 이유가 없었을 것‘ 이라는 박근혜의 대답을 보며
왜 이 문제를 여성 비하.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지 화가 났습니다

새누리. 바른정당 여성 의원들이 표창원 의원을 윤리위 제소 한다고 하던데, 그들이 분노했어야 했던 시점은 새누리 의원들의 끊임없었던 성추행. 성희롱 사건들이 일어났을때. 그때 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1-26 17:38   좋아요 3 | URL
맞습니다. 아주 예리한 지적입니다. 지금 표 의원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은 진심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하면서 문제 삼는 것이 아닐 겁니다. 정치적 역공을 위해서 ‘여성 혐오’ 프레임을 잠시 끌어들인 것뿐입니다. 나와같다면님이 말씀하신대로 정작 남성 정치인의 불미스러운 일에 침묵한 새누리당 여성 정치인들의 태도는 문제 있습니다.

yureka01 2017-01-26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즐거운 연휴 되시라는 인삿말 못남겼네요..ㅎㅎㅎ새해 복많이 만나시길~~~

cyrus 2017-01-26 17:41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도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사실 유레카님은 따로 전화로 설 인사드리려고 생각했었습니다. ㅎㅎㅎㅎ

stella.K 2017-01-26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표창원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그러나 했더니
여기서 풀렸네. 표창원은 교수했을 때가 그나마 좀 났었는데
그놈의 국회라는 곳이 뭐길래 사람이 저리 엉덩이에서 뿔이나는 짓을
하는 걸까 싶기도 해.

cyrus 2017-01-26 19:31   좋아요 0 | URL
표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두 번이나 이미지 타격을 입었어요. 첫 번째 경우는 장제원 의원과의 말다툼. 좋게 넘어갔는데, 그림 때문에 또.. ^^;;

2017-01-2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6 19:33   좋아요 0 | URL
시도는 좋았는데,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가 역효과만 생겼어요. 이번 해프닝을 기점으로 친 박근혜 세력들 기 좀 살았을 겁니다. ^^;;

지금행복하자 2017-01-26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러디라는 것이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패러디를 잘 하는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요~ 좀 안타깝더군요.. 몰라서 조심하는것이 아닌데.. 괜히 빌미만 준듯 해서..
어지간한 사람들이어야 말이죠...

연휴 잘 보내세요~^^ 새해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cyrus 2017-01-26 20:03   좋아요 0 | URL
원작과 분위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면 웃음을 주기는커녕 불쾌감을 유발합니다. 저도 재미를 주려고 글 쓸 때 패러디를 시도하는데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해야할지 말지 판단해야겠어요.

행복하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설 연휴 잘 보내세요. ^^

우민(愚民)ngs01 2017-01-2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을 떠나서 하나같이 정치라는 곳에 들어서면
비정상적으로 이성을 잃게 되는 곳인 것 같아
안타깝네요...
강석훈교수도 부역자 노릇을 하고 있으니...

cyrus 2017-01-26 20:06   좋아요 0 | URL
정말 정치인은 극한직업입니다. 잘 해도 욕 먹고, 못해도 욕 먹는. 정치인들이 뭘하던 욕 먹을 거로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런지 시민들이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나 언행을 하는 것 같습니다.. ^^;;

레삭매냐 2017-01-26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법을 유린한 이들이 법 타령을 하는
전도와 일탈의 시대에 달 대신 손가락을 보라는
선전이 여전히 먹힌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cyrus 2017-01-28 08:17   좋아요 0 | URL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은 자신이 불리할 때 ‘민주주의‘를 찾습니다. 화가 나는 일입니다.
 
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보게 되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토머스 모어가 오버랩 된다. 반 총장은 개인으로서의 삶보다는 공무가 우선이며 솔직하고 정직한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다.

 

(《반기문과의 대화》 독자 서평, http://blog.aladin.co.kr/haesung/6611173)

 

 

2013년에 펴낸 톰 플레이트의 《반기문과의 대화》 독자 서평 일부입니다. (2013년에 나온 책은 ‘구판’이고, 작년 9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제가 읽은 건 구판입니다) 서평을 작성한 독자는 이 책에 최고 평점인 별 다섯 개를 부여했습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서 반 전 총장에 향한 찬사로 일관했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토머스 모어의 고뇌를 소재로 한 영화 『사계절의 사나이』를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을 토머스 모어와 동등한 인물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정직하고 청렴한 공직자로 치켜세웠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요즘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지켜볼 때마다 이불킥 할 정도로 괴로워하고 있을 겁니다.

 

 

 

 

 

서평 작성자는 무슨 약을 했기에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어딜 감히 반 전 총장을 모어의 숭고한 인격에 비비려고 합니까? 이 문제의 서평은 ‘좋아요’ 1개 받았습니다. 댓글이 한 개도 없어요. 서평 작성자 입장에서는 천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반 전 총장을 찬양하는 글이라고 비난하는 댓글이 무수히 달리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도 언젠가는 수면 위에 떠오르게 마련입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을 서평 작성자는 과거에 썼던 찬사 일색의 서평을 삭제하고 싶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그 서평을 조용히 삭제한다고 해서 자신의 오판이 완전히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잘못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일이 부끄러워서 숨기는 비겁한 자세에 가깝습니다. 서평 작성자는 과거에 좋게 봤던 책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 보지 못했던 책의 단점 혹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문제점이 보입니다. 양심 있는 서평 작성자는 찬사 일색의 서평을 썼던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저지른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솔직하게 고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엄격한 자기 수양의 글쓰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자기 수양의 글쓰기는 결점이 많은 자신에게 말 거는 동시에 (서평을 읽는)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저는 반 전 총장에게 찬사를 보낸 2013년의 ‘나’에게 말 걸고 있었습니다. 2013년의 ‘나’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서 최근에 《반기문과의 대화》를 펼쳐봤고, 예전에 썼던 서평도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평을 보는 내내 민망해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그땐 제가 반 전 총장을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또 ‘출판사에서 받은 책’이라는 이유로 반 전 총장의 말과 생각에 대해 반론을 쓴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옛날에 썼던 글들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중에 2013년에 썼던 《반기문과의 대화》 서평은 최악의 흑역사 중 하나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 전 총장은 왜 UN 결의안을 무시하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UN 결의안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총장직 퇴임 직후에 어떤 정계 공직에서 일할 수 없습니다. 대선 출마 의사를 끝까지 철회하지 않는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보고 있을 톰 플레이트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톰 플레이트 :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반기문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아니다. 반기문은 이제 쉴 거다’라고요.”

 

그가 즐거운 듯 호탕하게 웃는다.

 

: “맞습니다. 저를 아시네요! 교수님 말이 맞습니다!”

 

톰 플레이트 : “아마도 회고록을 쓰고, 아내와 손주들과 시간을 보내고, 멋진 강연을 하러 다닐 거라고 얘기했죠.”

 

(《반기문과의 대화》 133~134쪽)

 

톰 플레이트는 이 인터뷰를 통해 반 전 총장으로부터 자신을 잘 안다고 칭찬받을 정도로 반 전 총장과 깊은 유대감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톰 플레이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장기 집권하는 세계 정상들을 만나면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영원한 유산을 남기는 것이다. 좋은 유산을 남겨라’고 늘 말했다고 합니다.[1] 반 전 총장 본인이 이렇게 말했는데요, 인제 와서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마음에 어설픈 유세를 펼치는 그의 행보를 보면 ‘권력에 매달리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반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상당히 복잡한 외교적 차원의 한일 간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과연 그가 일본 앞에서 단호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반 전 총장은 UN 내의 일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노무현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에 한일관계에 둘러싼 문제와 현황들을 수없이 경험했습니다. 《반기문과의 대화》에서 반 전 총장은 한국과 일본이 공존해서 동북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려면, ‘한국이 과거를 정리하고 과거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2]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반성하고 인정해야만 한일 간 관계가 원만하게 형성됩니다.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이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고 10억 엔을 내놓은 것이 ‘진심 어린 사과’로 보기 어렵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10억 엔짜리 사과를 거절했습니다. 과거를 정리하고, 과거를 벗어나야 할 국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입니다. 지금 일본의 극우세력들은 위안부 관련 역사적 증거자료를 날조라고 주장하면서 세계 유산 등재를 막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과거사를 은폐하려고 합니다.

 

“한일합방이 이뤄진 지 100년째 되는 2010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기회에 일본이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진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과거사를 놓고 너무 많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정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내다보는 것이다. 그러니 총리, 즉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일본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게 했지요.”

 

(《반기문과의 대화》 240쪽)

 

 

일본 총리가 사과 한마디 했다고 해서 오랫동안 깊게 파인 과거사의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베 신조 총리는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국제적 합의라는 이유로 위안부 문제 거론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한국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언급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위안부 할머니의 한(恨)을 풀어준다는 합의의 근본정신이 무의미해집니다.

 

저는 《반기문과의 대화》를 다시 읽은 이후로 반 전 총장의 달라진 태도에 실망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왜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는지, 그리고 그가 대통령 자격이 불충분한 이유를 확실히 알았습니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은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에 팔 수 없습니다. 책을 팔 수 없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1] 《반기문과의 대화》 133쪽

[2] 같은 책,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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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24 15: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qn
불태우는 퍼포먼스 어떻습니까 ?

cyrus 2017-01-24 15:52   좋아요 2 | URL
좋은 생각입니다. 설 연휴에 시골에 가서 폐휴지와 함께 불태워야겠습니다.

달걀부인 2017-01-2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아름다운 디스네요.. 저 역시 발음보단 어휘다, 하면서 고급영어를 강조할 때 반기문을 들먹였는데 요즘 저희 아이들에게 참 머쓱합니다.

cyrus 2017-01-25 10:25   좋아요 1 | URL
우리가 국내 언론에 속았습니다. 반 총장 재임 시절에 국내 언론이 반 총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내용을 보도하니까 여태까지 문제점을 보지 못했어요.

잠자냥 2017-01-2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러셨군요. 저도 가끔 과거에 찬양했던 책 중에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책이 좀 있습니다. 보통 정치인들 책이 그런 것 같네요. 하하하. 저는 그런 책으로 <안철수의 생각>을 꼽으렵니다. (지금 찾아보니 북플에 읽은 책으로 표시도 안해놨군요. 하하하하. 그냥 안하겠습니다; 책꽂이에 있는데 내다 팔기도 뭐하고 원...ㅋㅋ)

cyrus 2017-01-25 10:27   좋아요 1 | URL
역대 정치인 관련서적 4대 폐기물을 꼽으라면 이명박 자서전, 박근혜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반기문과의 대화>로 하겠습니다.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처리 곤란한 책입니다.. ^^;;

레삭매냐 2017-01-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반반치킨 총장님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되면서
정말 벼라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더군요.

예전에도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어느 대선
유력 주자처럼 하늘에 떠다니다가 지상에 내려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거나 씁쓸하네요 정말.

cyrus 2017-01-25 10:31   좋아요 0 | URL
오늘 탄핵 결정 관련 속보가 떴는데, 늦어도 3월 13일 이전에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반 전 총장은 이 점을 염두하고, 귀국하자마자 대선 준비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어설픕니다.

2017-01-24 2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25 10:35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박근혜 권한 정지 이후 김 시인께서 공식적인 입장이 없군요. 게다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말 한 마디도 없고요.

시이소오 2017-01-24 19: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이상하게 진보적인 친구들도 반기문에 대한 기대를 갖고있길래 반기문은 기대할만한 인물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다니곤했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반기문의 실체를 알게 돼 다행입니다.

이런 반성의 글을 쓰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좋네요. ^^

cyrus 2017-01-25 10:42   좋아요 1 | URL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 탄생한 UN 총장’이라는 인식 때문에 일부 진보 세력들이 반 전 총장을 좋게 봤을 겁니다. 국내 언론이 반 전 총장의 업무를 과대 포장한 것도 문제였어요.

서니데이 2017-01-26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yrus 2017-01-26 15:42   좋아요 1 | URL
새해 인사말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연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즐겁게 연휴 보내세요. ^^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힘이 있다. 음악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찾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소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약이 있듯, 음악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따로 있다. 음악을 듣고 쾌감이나 편안함을 느끼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때는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몸의 생리현상과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들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자신에게 어떤 음악이 좋은가를 알기 위해 무슨 기계나 장치로 측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에게 안정감과 편안한 기분을 안겨주는 음악이면 된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몸의 생리현상도 음악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때 코티솔(cortisol)’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코티솔은 침 속에 포함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농도 변화로 신체 스트레스 증감 여부를 살필 수 있다. 코티솔 농도가 높아지면 우울증이 나타난다.

 

음악이 심신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는 연구보고는 수없이 많다. 음악이 인간의 정서함양이나 창의성 계발 등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인정됐지만, 이를 과학적, 임상의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다. 김형찬의 음악의 재발견은 음악이 우리 인간을 사로잡는 이유 등을 설명하여 독자들을 음악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음악이 우울증이나 불안증 치료에 효과적임을 거듭해서 확인하고 있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상태이다. 과학적 회의주의자 입장에서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연구보고와 과학적 근거들을 본다면 좀 더 다양한 실험과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싸이매틱스(cymatics)’라는 학문을 언급한 내용이 있다.[1] 싸이매틱스는 소리와 같은 진동파를 시각화하는 학문이다. 싸이매틱스 연구자들은 432Hz440Hz의 주파수로 조율한 음악이 각각 수면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면 432Hz 쪽이 더 조화로운 모양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현상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싸이매틱스 연구자가 그 유명한 TED에 강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만 가지고 싸이매틱스가 과학성의 구조를 갖춘 학문으로 볼 수 없다. 여전히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사실 싸이매틱스 이야기보다 더 황당한 내용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구진들이 식물이 긍정적인 인간의 언어에 반응하는 현상을 학술논문에 발표했다.[2] 고운 말을 들려준 식물은 풍성하게 자라지만 나쁜 말을 들려준 식물은 성장이 더디다. 정말 식물이 인간의 언어를 구분하고 감정에 반응할 수 있을까. 식물이 실제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실험은 오래전부터 확인되었다. 그러나 식물이 의식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국내에 한때 에토모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과학 분야 최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에토모 마사루는 물이 글과 말, 형상을 보고 듣고 기억한다고 주장한다. 물 앞에서 좋은 말을 하고 좋은 글과 단어, 아름다운 사진, 음악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면 예쁜 모양의 결정구조를 만들어내며 나쁜 말과 글, 사진, 시끄러운 음악에 대해서는 흉한 모습의 결정구조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이 사람이 쓴 책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 책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미 일본에서는 에토모 마사루의 주장이 사이비 과학으로 판명 났다.[3]

 

비과학적인 내용은 한쪽 귀로 듣고, 뇌로 필터링해서 반대쪽 귀로 흘려야 한다. 그래도 음악의 재발견에 매력은 있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가수들과 가요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흥미와 이해를 배가시킨다는 점이다. 이 장점이 없었으면, 상당히 실망감이 큰 책으로 남을 뻔했다.

  

 

 

 

[1] 물과 모래도 음악에 맞춰 표정 짓고 춤을 춘다26~27

[2] 시인의 자작곡 들으면서 식물처럼 자라볼까104~105

[3] 한국 스켑틱 3》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감정이 물체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검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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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1-23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이 극단적인 환경 속에서도 건재한 이유가 행진곡과 장송곡이죠....살면서 음악이 늘 함께 했으니까요..그런점에서 새로운 발견이라는 인식론은 유의미하게 되거든요..이책 사놓고 아직 펼치지를 못했는데 리뷰 먼저 올리셨네요.^^

cyrus 2017-01-24 11:44   좋아요 0 | URL
칼럼을 모아놓은 책이라서 금방 읽었습니다. 사실 제가 모르는 음악 용어가 나오는 글은 정독하지 않고, 넘겼습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봤는데, 책에 참고문헌 목록이 없어서 진위 여부가 의심스럽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1-24 0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물은 답을 알고있다‘를 오컬트로 보기 보다는 ‘파동‘에 의한 작용을 단어 그 자체의 뜻과 인지로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닌가 싶어요. 식물의 경우 classic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메탈보다 좋은 효과를 준다는 실험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음악자체의 해석보다는 역시 ‘파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음파의 질, 주파수, 양, 압력 같은 다양한 것들이 인체기관에 영향을 준다는 건 이미 거의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라고 보거든요..

cyrus 2017-01-24 11:50   좋아요 0 | URL
회의주의자들은 파동이 인체나 생물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에 의한 착각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래서 에토모 마사루가 주장하는 파동의학이 기술적 측면에서 미래에 사용될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만 임상적으로 증명된 게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사과학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01 18:29   좋아요 0 | URL
식물에 영향을 주는 것도 플라세보로 볼 수 있을까요ㅎㅎ??

cyrus 2017-02-01 20:21   좋아요 0 | URL
To. 고양이라디오님 // 음악을 들려준 식물의 반응을 관찰한 학자나 그 실험을 믿은 사람들이 플라시보 효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입니다. 음악(의 파동)이 식물에 영향을 준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음악의 좋은 영향 때문에 식물이 잘 자랐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실험의 결과를 믿는 사람들은 음악이 병을 치유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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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조항은 일반적 평등조항으로 성 평등권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 성 평등은 한 사람의 남성과 한 사람의 여성 사이의 평등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불평등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이 법에 보호받는다’는 발상의 이면에는 남녀는 같지 않으므로 결국 동등하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여성의 평등권은 법적인 면에서 보장되고 있지만, 여전히 형식상으로 인정될 뿐 불평등이 잔존해 있는 게 사실이다.

 

‘법’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웃음으로 버무려 낸 《미스 함무라비》는 부담 없고 통쾌한 장점이 한껏 돋보인다. 특히 우리 사회에 여성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있는지 놀랄 만큼 생생하게 그려냈다. 여성차별 문제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관심한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힘이 남성보다 부족하기에 폭력을 행사함은 물론 부적절한 성차별적 언행을 한다.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법정 안에서도 여성차별은 엄연히 존재한다. 《미스 함무라비》는 습관이 돼버린, 그래서 더 무서운 성차별의 형태를 자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초임 판사 박차오름이 보고 겪은 일상적인 성차별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면서 때로는 뜨끔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여자는 여자답게 조신해야 한다’, ‘성범죄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한세상 부장의 논리는 성폭력이 권력 관계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성적으로 가하는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다. 이런 관계는 피해자들의 저항을 어렵게 하고,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면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가해자들의 권력에 의해 이들 사건은 곧잘 왜곡되거나 은폐됐다. 아르바이트 여대생을 성희롱한 홍보부 차장의 아내는 가부장제 문화에 매몰된 여성이다.[1] 그녀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남성 중심적 질서에 타협하여 살았기 때문에 남편(가해자)의 잘못보다는 피해 여대생의 품행을 의심한다. 그녀의 입장은 사회생활을 통해 더욱 강화돼 남성중심문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서로 알고 있는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아내 폭력’에도 여성책임론은 영락없는 단골 메뉴다. ‘아내 폭력’은 성차별적 가부장제에 의해 남편이 아내에게 가하는 신체적 · 정신적 폭행이다. 남편의 구타에 시달린 아내는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자기방어에 가까운 범행을 저지른다. 그러나 아내가 휘두른 칼에 찔린 남편과 담당 변호사는 가부장적 권위를 앞세워 아내를 ‘서방 죽인 년’으로 몰아세운다.[2] 아내가 겪는 폭력의 심각성과 공포를 잘 모르는 법조인은 구타 피해가 입증돼도 가해자에게 미약한 수준의 처벌을 내린다. 폭력의 고통을 당해본 다음이 아니고서는 남편을 죽인 아내의 죄과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 박 판사는 어린 시절 ‘아내 폭력’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그녀는 아빠에게 구타당한 엄마가 본연의 목소리를 잃고 정신적 외상을 입는 모습을 기억한다. 엄마는 남편의 명예와 딸의 행복을 위해 마음을 닫아걸고 억압을 표현할 용기를 잃었다. 박 판사는 이런 침묵 뒤에 가려진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성차별과 성폭력은 한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며 인권을 유린하는 행위다. 더욱이 인권을 보호해야 할 법원이 유독 이 문제에 대해 여성에게 불리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법원이 아직도 가부장적 문화를 방증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한 부장처럼 남성중심주의 시대에 보호를 받고 자란 남성들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동안 억압받고 눌려왔던 여성들이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자신들에 대한 복수나 억압으로 생각한다. 부당한 사회에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보복이 아니다. 어떤 사회 변화를 겪어도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면서 사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여성의 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아야 한다.[3] 성차별과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혜안을 모아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자를 엄단하는 법조인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1] 《미스 함무라비》, 105쪽

[2] 같은 책, 339~341쪽

[3] 같은 책, 125쪽(“권리 위에 잠자는 시민이 되지 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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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1-2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을 만해서 때린다는 논리로 아이, 여성, 성별에 상관없이 폭력을 가하던데, 그 논리는 악행의 합리화일 뿐이죠.

cyrus 2017-01-23 14:59   좋아요 1 | URL
그런 논리는 맞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을 약자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사실과 다르게 부당한 편견을 심어줍니다. 그래서 가해자가 ‘맞을 만해서 때린다’라고 주장하면 강자의 논리가 되어 자신의 폭행을 정당화합니다. 정말 위험한 발상입니다.

해피북 2017-01-23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애너벨 크렙의 말이 떠오릅니다. ‘왜 여성 위인은 나오지 않는가‘ 외쳤던 그녀의 책(아내가뭄)이 말이죠 ㅎ 법조계에 여성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아무리 여성들이 남성의 마음을 안다고 해도 다 알 수 없는거처럼 남성으로 이뤄진 법 테두리 안에서는 여성들의 불합리함을 속시원이 풀어내줄 사람이 없는것도 문제가 아닐까해요. 공감이 있어야 이해가 될텐데 말이죠. ㅎㅎ 잘 읽고 갑니다.

cyrus 2017-01-24 11:53   좋아요 0 | URL
제가 마침 정희진의 <아주 친밀한 폭력>과 애너벨 크랩의 <아내 가뭄>을 읽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성은 이성, 여성은 감정이라는 편견이 법조인들에게도 남아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이런 편견 때문에 여성 법조인은 사건을 이성보다는 감정에 기대어 해결할거라고 착각합니다. ^^;;

무식쟁이 2017-01-23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습관화 되어 있는 성차별 언행들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참고 넘기는 건 곧 묵인하는거고, 묵인은 동조의 의미이므로.

cyrus 2017-01-24 11:5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 자신에게 늘 주의를 줍니다. 여성에 향한 잘못된 언행이 나오면 그 자리에 반성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가볍게 넘기는 것도 여성 차별을 강화하는 묵인과 동조의 의미입니다.

레삭매냐 2017-01-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대회 참가하려고 도서관 대출을 기대해
보았지만, 선 대출자가 있어서 결국 빌려 보지
못했네요.

물론 사서 읽는 수고도 하지 않았구요. 대신
이렇게 간접으로나마 읽고 갑니다 :>

cyrus 2017-01-25 10:44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이 책을 도서관에 빌리려고 했다가 이미 대출된 상태라서 포기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시청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봤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