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목 - 진해 걸어본다 1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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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고향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골목길 구석구석, 친구들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너무도 빠른 변화의 세월에 기억력은 조금씩 마모된다. 엔간한 토박이가 아니고는 그 고향 어딘가에 남겨둔 ‘추억’이라는 보물을 현실에서 찾기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경험으로 고통받았던, 혹은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감쪽같이 잊어버릴 수 없을까.” 상처로 남을 기억을 잊고 살기보다, 상처받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김탁환 작가의 어머니는 약한 분이다. 그녀는 가난과 정신적인 핍박을 온몸으로 부둥켜안으면서도 삶의 현장에서 의연하게 버티며 자식들을 가르쳤다. 이 정도면 ‘억척스럽고 강한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작가는 어머니를 약한 존재라고 말한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약하다’는 것은 어머니에게 향한 ‘안쓰러운 마음’을 드러낸 감정 표현이 아니다. 작가의 어머니에게 ‘추억’은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포근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떠올릴 때마다 가슴 저리게 하는 따가운 단어였다. 그녀는 추억의 ‘추’자만 들어도 한없이 약해지는 분이었다.

 

 

 마흔네 살에 홀로되신 엄마는 아이들 손이 닿지 않은 책장 제일 구석에 앨범을 올려놓고, 사별한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꺼내 보곤 하였다. 믿기 힘든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들부터 제일 먼저 없앴지.”

 

(14쪽)

 

 

작가와 어머니는 함께 진해 곳곳을 걷지만, 서로 정반대의 길을 간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걷는 골목’에 있고, 어머니는 ‘어머니 본인 마음의 골목’을 걷는다. 그래서 작가는 이 두 가지 골목을 합치려고 어머니와 진해를 걷는 시간을 늘려나간다. 아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을까. 어머니는 진해 곳곳에 남겨둔 자신만의 추억을 하나씩 떠올리며 아들에게 들려준다. ‘추억’이라는 매개로 모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은 어디를 가도 안방에 깔린 이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가는 책 제목을 ‘어머니의 골목’이 아닌 ‘엄마의 골목’으로 정했다.

 

 

“‘엄마의 골목’이 좋아요? ‘어머니의 골목’이 좋아요?”

“엄마의 골목!”

“왜죠?”

“더 가까운 느낌이 들어. 어머니는 안방에서 앞마당 정도 거리라면, 엄마는 안방을 벗어나지 않고 한 이불 속에 있는, 그런 기분!”

 

(182쪽)

 

 

이 글에서는 작가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기 위해 ‘어머니’라는 호칭을 쓴다. 그렇지만 ‘어머니’보다 ‘엄마’라는 호칭이 더 친근감을 준다. 나는 다 컸는데도 여전히 나를 낳으신 분을 ‘엄마’라고 부른다. 가끔은 경상도 출신답게 경상도 사투리로 ‘어무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 단어에 우러나오는 투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 ‘엄마’가 낫다. 죽을 때까지도 ‘엄마’라고 부르기로 했다. 예전에는 다 커서도 ‘엄마’라고 부르는 어른은 마마보이(mamma’s boy) 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그리고 《엄마의 골목》을 읽으면서 ‘엄마’가 ‘듣기 싫은 말’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사실 말을 트기 시작하는 아기가 꺼낸 첫 번째 단어는 ‘엄마’다. ‘엄마’는 아이가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다. 그렇게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의 품속에서 먹고 자란다. 엄마들은 우리가 아기였을 때 기억하지 못한 것들을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자신의 품속에 간직한다. ‘추억’의 중요성을 깨달은 자식은 엄마의 품속에 쌓인 그것들을 귀담아 듣는다.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품고만 살았어요?”

“하고픈 이야길 다 하고 살아, 그럼?”

“그건 아니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게 뭔지 아니? 일흔 살을 넘기며 늙어간다는 게 뭔지 아느냐고.”

“…‥”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거야. 차곡차곡 이 가슴에 쌓이지. 그렇다고 그걸 전부 누군가에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다만 이야기할 기회가 가끔 찾아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야. 네가 와서 이렇게 함께 걸으니, 네게 이런저런 이야길 하는 것이고.”

 

(156쪽)

 

 

어머니에게 할 수 있는 효도는 다양하다. 큰돈 들이지 않고, 당장에 효도하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아주 간단하다. 그것이 뭐냐면…‥ 《엄마의 골목》 제일 마지막 장을 직접 확인하시라. 눈치 빠른 분이라면 벌써 이 글을 읽는 순간 알았을 것이다. 효도는 더 늦기 전에 빨리해야 한다. 일단 나부터 정신 단디 차리고, 효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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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7-08-0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글이네요. cyrus님의 글들 중 보기 드물게 감성이 많이 묻어나는. .^^ 제게 엄마는 제일 존경하는 분이면서 제 글속에서 자주 숨쉬는 분이시죠. 좀 있다 전화부터 드려야겠습니다.ㅎㅎ

cyrus 2017-08-08 12:04   좋아요 0 | URL
가끔 글을 잘 쓰고 싶을 때가 있어요. 리뷰 대회에 응모하기 위해 글을 쓰면 평소보다 더 잘 쓰려고 노력합니다. 이때 제가 ‘리뷰 MSG‘를 칩니다. 책을 보기 좋도록 소개하기 위해 감성적인 수사를 많이 쓰는 것이죠. 이런 글에 익숙해지면 몸에 해로울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됩니다. ^^

2017-08-08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8 12:08   좋아요 1 | URL
저희 어머니도 매달 한번씩 양로원에 계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갑니다. 저도 그곳에 한 번 간 적이 있었습니다. 외할머니가 저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제가 누군지 기억 못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 가슴 아팠습니다.

나비종 2017-08-08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MSG ㅎㅎ 몸에 좋지는 않지만, 가~~끔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글로 위로를 받을 때도 있죠.^^

cyrus 2017-08-08 12:45   좋아요 0 | URL
네.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

stella.K 2017-08-0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연극 같이하던 남자 후배놈이
지 아버지한테 아빠, 아빠하는데 어찌나 어색하던지.
낼모레면 장가갈 놈이 그러더라구.ㅎㅎ
난 엄마한테는 엄마라고 하지만 아버지한텐 아버지라고 했거든.
딸인데도 아빠가 닭살스럽더라고.
그러니 습관이 무서운 거지.
그 후배 지금은 애가 둘인데 애들 앞에서도 아빠, 아빠할지 가끔은 궁금해.ㅋ

cyrus 2017-08-08 14:20   좋아요 0 | URL
저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부모님을 언급하면 호칭을 ‘아버지’, ‘어머니’로 써요. 그리고 아버지한테 ‘아빠’라고 못해요. 저는 ‘아빠’, ‘엄마’ 호칭을 쓰면서 높임말을 해요. ^^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김민철.김승은 외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생각정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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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청사는 일제가 1916년 경복궁 궐내에 지은 건물이다. 해방 이후 중앙청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됐다. 일제 잔재 청산과 경복궁 복원 정비계획의 일환으로 1996년 역사적인 철거 사업이 시작됐다. 역사의 흉물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일제 잔재가 사라졌다며 쾌재를 부른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조선총독부가 사라지면서 일제 잔재를 말끔히 청산한 것일까? 친일파 연구와 일제 잔재 청산 운동을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한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읽고 내리게 된 답은 분명 ‘아니다’다.

 

해방된 지 반세기 가까이 흐른 오늘날까지 식민통치 기간 중 일본이 저지른 만행의 절정을 이뤘던 강제연행의 실상은 아직도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 동아시아 전역을 지배하기 위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의 총알받이로 수천여 명의 젊은 조선인이 동원되었고, 이중 절반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이국땅에 잠들어 있다. 일본군의 점령지 전역에 버려져 있는 유해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피맺힌 한을 안고 숨져간 조선인들의 유해 발굴과 송환은 물론 강제징용에 관한 실태조사 등을 위한 별다른 노력이나 관심조차 없었던 게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도 일본, 중국, 러시아 땅은 물론 국내에서 강제징용이나 징병, ‘일본군 전용 성노예’ 등 여러 형태로 일제에 끌려갔던 피해당사자나 그 가족들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불치의 병으로 혹은 가난으로 고통과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은 강제연행 희생자 및 그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시련과 고통의 실상, 일본 곳곳에 남아있는 강제징용 · 징병의 현장 등에 대한 탐사를 통해 작성되었다. 이 책은 무엇 때문에 강제연행의 실상이 뒤늦게나마 밝혀져야 하는지, 그리고 왜 일본 정부의 전쟁책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지를 밝혀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억울한 희생자들을 부끄러운 과거 역사의 한 부산물로만 간주, 은폐와 망각의 세월 속에 묶어 두려는 우를 범해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일제강점기 피해 역사의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만악의 근원’이다. ‘경제문제 해결’, ‘군부가 일으킨 정권의 적법성 인정’이라는 박정희 정권의 필요와 ‘식민지 피해청산’의 부채를 경제협력이라는 포장지를 씌워 해소하려는 일본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박정희 정권은 ‘역사적 소명의식’에 따라 한일협정을 타결했다고 강변했으나,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에 민족의 자존심을 판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정권은 한일협정을 규탄하는 극렬 반대 데모를 계엄령으로 잠재운 상태에서 협정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한일협정은 미국의 중재가 주효한 결과이기도 했다.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통합 전략의 목적으로 한일 양국을 종용해 국교 정상화를 서둘렀으며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외교문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뉴라이트(New Right) 또는 몰상식한 ‘가짜 보수’들은 불행했던 과거사를 강조하는 일은 한일 양국 관계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사 청산 노력을 ‘색깔론’으로 덧씌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본 극우 세력의 역사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아베 정부와 일본 극우 세력들은 침략전쟁을 오히려 정의로운 전쟁으로 미화한다. 아베 정부는 야하타 제철소,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 섬(군함도) 등을 묶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수 산업의 중심지로 ‘침략의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다. 하지만 일본은 ‘근대화를 일궈낸 일본 산업의 역사’로 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쓰비시는 일본 제국주의와 함께 성장하며 세계사에 큰 해악을 끼친 전범(戰犯) 기업이다. 일본 근대화의 기초를 닦은 산업 발상지라는 점을 들어 세계유산 등재를 책동하는 것은 일본의 저급한 역사 인식을 증명한다. ‘수인번호 503번’과 뉴라이트 세력들은 1965년 한일협정이 과거사 청산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한일협정을 맺은 지 정확히 50년 후에 ‘수인번호 503번’은 위로금 10억 엔(한화 100억 원)을 받으려고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였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다. 뉴라이트는 ‘전범 기업’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본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은 박정희를 ‘근대화를 일궈낸 구국의 영웅’으로 미화한다.

 

영화 <군함도>로 불거진 논란이 당분간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현재 상황이 걱정스럽다. ‘군함도’는 우리에겐 뼈아픈 역사의 현장인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군함도’는 강제징용의 역사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타지로 끌려와 강제노동으로 혹사당했던 가슴 아픈 현장들이 많다. 홋카이도에서 류큐(오키나와)까지 일본 어디를 가나 강제동원 현장이 아닌 곳이 없다. ‘동양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중국 하이난 섬이 우리 민족의 한이 깊게 서린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하이난 섬의 학살’을 처음 알았다. ‘군함도’가 알리기 시작하면서 강제징용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아직도 이역만리에서 떠돌고 있는 ‘조선인들’이 있다. 영화 한 편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수록 우리는 지금부터 기억해야 할 그 ‘무엇’을 못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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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8-0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함도가 현재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들었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등재를 철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면 그게 조선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걸 재확인하던가.
앞으로 그렇게 되려나?

난 조선총독부 청사 저렇게 없애도 되는 건가?
회의스럽더군.
독일은 유대인 수용소 아직도 보존되어 있다잖아.
그건 어찌보면 일본과 친일파들에겐 손 안 대고 코를 플게 해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
그러니 맨날 일본에 당하고 친일파 청산 못하는 거 아니겠니.쩝

cyrus 2017-08-07 15:14   좋아요 1 | URL
등재 철회가 불가능해요. 일본이 미국 다음으로 유네스코에 지원금을 부담하고 있어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일본 정부에게 일본 근대 산업시설이 군사적 필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권고 조치를 따라야 하고, 이 권고 조치를 반영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아베가 버티고 있다면, 무시하고 넘어갈 것 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08-08 10:29   좋아요 2 | URL
한일관계의 상당부분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위안부이슈가 세계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게 공론화 되었던 것도 결국 정치적인 이유가 컸다고 봅니다.
조선총독부청사는 일단 지어진 위치가 나빠서 철거 아니면 이전 이렇게 두 가지로 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김영삼 대통령이 원래 그리 생각이 깊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정치적인 쇼였는지 암튼 그리 됐네요. 한 마디로 좀 mixed opinion이 있어요 저는.

2017-08-07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7 15:2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과거서 청산이 더딘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이 결정적인 실패 요인이고요. 정부는 손 놓고 있는데 민간단체들은 일본이 은폐한 역사를 찾아내서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7, 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국내 상황이 어수선했을 때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 그리고 일본의 과거사를 인정하는 소수의 일본인들이 모여 과거사 진상 규명에 나섰고,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사뿐만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과거사 진상 규명에 나선 분들의 노력도 알아야 합니다.

표맥(漂麥) 2017-08-07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봤습니다... 이런저런 평은 생략하고... 전 송준기보다 소지섭의 이미지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cyrus 2017-08-07 15:26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는 안 봤어요. 이 책을 읽으니까 영화를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

레삭매냐 2017-08-07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군함도가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픽션은 거둬내고 역사
적 사실만이라도 바로 볼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본이 유네스코 권고안을 아직까지도 시행
하지 않고 버티는 걸 보면 정말 할 말이
없네요.

cyrus 2017-08-07 16:14   좋아요 0 | URL
유네스코에 돈줄을 대고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그리고 503번 정부가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져서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에 소극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이러니 일본 정부가 떳떳했던 겁니다.

syo 2017-08-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레카님의 글과 같이 읽으니 저 작자들의 몰염치는 도대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저 거대하고 거대하다는 느낌입니다.

cyrus 2017-08-07 18:23   좋아요 0 | URL
한일협정의 문제점을 알게 됐을 때 여러 번 화가 났습니다. 여태까지 그걸 몰랐던 제 자신이 화가 났고, 박씨 부녀가 싸놓고 간 두 개의 똥을 쉽게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 화가 났습니다. 그 똥을 좋다고 우기는 극우세력들이 한심해 보였습니다.

기억의집 2017-08-07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군함도만이 아니고 오키나와에 간 적 있는데 그 곳 전시관옆에 수많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태평양전쟁의 희생자로 묻혀있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류감독이 군함도를 찍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역사 공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였나 싶어요. 우리 나라 주류 역사학자들이 절대 발설하지 않았던 제국주의 시대의 희생을 이제 우리가 추적해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cyrus 2017-08-07 18:28   좋아요 0 | URL
만약에 국정교과서가 통과되었으면, 학생들은 1965년 한일협정의 장점만 나열된 내용을 배울 겁니다. 여기에 탄력 받은 뉴라이트 세력들은 한일협정의 한계를 밝힌 교과서를 ‘좌편향 교과서’라고 우겼을 거예요.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그림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역사를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나 드라마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허구와 사실을 혼동할 수 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8-07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이들이 한국 고대사의 왜곡을 말하는 반면, 현대사 왜곡은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이 시급한 과제라 여겨집니다...

cyrus 2017-08-08 12:10   좋아요 1 | URL
친일파의 후손 대부분이 기득권입니다. 그들은 권력을 내세워서 숨기고 싶은 조상의 과거를 끝까지 숨길 겁니다.

transient-guest 2017-08-0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지난 이명박그네 정권이 그렇게 교과서 바꾸고, 여론조작을 했겠지요.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미래세대부터라도 말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cyrus 2017-08-08 12:12   좋아요 1 | URL
가짜 보수들의 빅픽처, 이명박그네. 탄핵을 일찍 했어야 했습니다. 그들이 싼 똥이 너무 많습니다.
 

 

 

인터넷 서점에 주문한 책을 받으면 포장지를 거칠게 뜯습니다. 겹겹이 포장된 책을 얼른 확인하고 싶으니까요. 그렇지만 특별한 분이 주는 선물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선물을 주는 분이 포장을 정성스럽게 했으면 함부로 뜯기가 미안해집니다. 그리고 인증사진을 안 남길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선물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잊기 않기 위해선 인증사진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달에 제가 생일이 있다는 사실을 서니데이님은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제 친구들은 제 생일이 언제인지 잘 모릅니다. 제가 먼저 생일이 언제라고 알려줘야 아는 척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분이 제 생일 달을 기억해주시니 감개무량합니다.

 

 

 

 

더 감동적인 것은 책 선물이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처음에 서니데이님이 본인이 직접 만드신 소품을 주신다고 얘기하셨거든요. 소소한 선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봐도 소소한 정도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ㅎ

 

책은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어린 양들의 성야》(한즈미디어, 2014)입니다. 추리소설이고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책 소개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검색해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알라딘 서재, 북플에 정말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사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들께 할 수 있는 보답은 책 선물뿐입니다. 열심히 돈 벌고, 적립금 모아야겠어요. 제 책도 사고, 고마운 분들이 원하는 책을 사서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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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5 12:10   좋아요 0 | URL
파우치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선물이 수령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왔어요. 특급 배송이었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7-08-04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생일 축하드려요^^: 서니데이님도 이웃분 생일까자 챙기시고 참 자상하시네요^^

cyrus 2017-08-05 12:11   좋아요 1 | URL
생일은 8월 말에 있지만, 미리 인사 받겠습니다.. ㅎㅎㅎ

clavis 2017-08-04 2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축하드려요♡♡
8월생이시네요~^^
서니데이님 멋져용

cyrus 2017-08-05 12: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진짜 생일은 8월 말에 있습니다. ^^

오거서 2017-08-0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 님 생일 축하합니다. 서니데이 님의 선물이 참 멋지군요. 서니데이 님 같은 이웃이 있음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cyrus 2017-08-05 12:14   좋아요 0 | URL
티코스터와 파우치뿐만 아니라 포장지에서도 서니데이님의 꼼꼼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dys1211 2017-08-0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생일 축하 드려요. 서니데이님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듣는것 만으로도 감동입니다..^*

cyrus 2017-08-05 12:15   좋아요 0 | URL
제가 작년에 생일을 공개한 적이 있어서 서니데이님이 그걸 기억하시고 계셨어요. ^^

2017-08-04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5 12:16   좋아요 0 | URL
생일이 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날짜가 8월 말에 있습니다. 미리 생일 인사를 받겠습니다. ^^

방랑 2017-08-0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더운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cyrus 2017-08-05 12:1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방랑님도 건강하세요. ^^

AgalmA 2017-08-05 0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말이 나온 김에 서니데이님 생일이 9월 1일이라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만...쿨럭))

서니데이 2017-08-05 01:40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땡!

AgalmA 2017-08-05 01:42   좋아요 2 | URL
왜 제 핸폰엔 그렇게 기록되어 있는 걸까요ㅎ,ㅜ 9월 어느 즈음인 건 맞죠? ㅋ

서니데이 2017-08-05 01:46   좋아요 2 | URL
?? 그건 잘 모르지만....
더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

cyrus 2017-08-05 12:2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AgalmA님. 탄생 월이라도 정확히 알고 싶은데, 일단 ‘9월’로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5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립니다.ㅎ 여름아이(?)였군요.ㅎㅎ 저는 겨울아이라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기를...

clavis 2017-08-05 03:25   좋아요 0 | URL
ㅋㅋ저는 봄아이ㅋ

cyrus 2017-08-05 12:21   좋아요 0 | URL
여름아이라서 그런지 더위를 잘 참는 편입니다.. ^^;;

stella.K 2017-08-05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정말 말문이 탁 막힌다.
너 이 선물 받고 한 달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일주일은 구름위를 떠다니겠다.ㅎㅎㅎ

생일이었구나. 어제였나?
그럼 몇짤이냐...? 이거 꼭 묻는다.
그럼 나이들었다는 증거야.
어떻게든 내 나이만 잊지 말자는 발악이기도 하지.
참 내가 몇짤이더라...ㅠㅠㅋㅋ

암튼 축하한다.
건강하고, 앞으로 책 좀 줄이고 연애 사업도 좀 하고.ㅋㅋ
그나저나 이 더운 여름에 어머니가 너 낳느라고 고생하셨겠다.
몸보신도 해 드리고. 행복해라.^^

cyrus 2017-08-05 12:27   좋아요 0 | URL
생일이 오려면 아직 멀었어요. 8월 말에 제 생일이 있어요. 만으로는 28이고요, 한국 나이로 하면 서른입니다. 왠지 누님은 내년에 제 나이가 몇인지 또 물어볼 것 같아요. 이제 생일의 ‘생’자도 언급하지 말아야겠어요.. ㅎㅎㅎ

stella.K 2017-08-05 12:45   좋아요 0 | URL
ㅎㅎ 무슨 섭섭한 말을...
내년에도 꼭 해라. 안 그러면 너를 내 동갑내기 친구로
알고 있을지 몰라.ㅋㅋㅋㅋ

jeje 2017-08-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우치도 책갈피도 티코스터도 포장까지도 정말 예쁩니다!! 책도 멋지구요! 생일 축하합니다.

cyrus 2017-08-05 12:27   좋아요 0 | URL
미리 생일 축하 인사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jeje님. ^^

2017-08-0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6 16:09   좋아요 0 | URL
탄생 월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특별한 관심이 아니면 상대방에 관한 사소한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님의 세심한 면이 정말 좋습니다. ^^

북깨비 2017-08-05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yrus님 생일 미리 축하드려요💝🎂🍾🥂🌹서니데이님이 보내신 선물 사진 보고 있으니 저까지 설레입니다~~ 😍 8월말이면 아직 좀 남았지만 즐거운 한달 되시길 바래요. 그리고 한국 나이는 따지지 않는 걸로 ㅎㅎㅎㅎ 글로벌 시대인데 만이 좋아요 ㅎㅎㅎ 😂

cyrus 2017-08-06 16:14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북플에 아기자기한 이모티콘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컴퓨터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면 이모티콘이 뜨지 않아요. 아무래도 만 나이가 좋죠. 조금이라도 젊어 보이기 위한 최후의 수단입니다.. ㅎㅎㅎ
 

 

 

어제 transient-guest님이 홈즈를 ‘사격의 달인’으로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고 말씀했다. transient-guest님은 글의 출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transient-guest님의 추억(?)을 소환하고 싶어서 어제 밤중에 오래된 책들을 따로 보관한 방에 들어갔다.

 

 

[지능훈련 뤼뺑이냐 홈즈냐 (With 동서문화사)] (2017년 5월 15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339604

 

 

내가 찾고 싶은 책은 1984년에 나온 ‘동서문화사 홈즈 전집’이었다. 먼지를 이불 삼아 잠들고 있던 동서문화사 홈즈 전집을 지난 5월에 깨운 적이 있어서 책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빨강글자 수수께끼》. 이 책은 홈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진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를 번역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왓슨은 홈즈의 능력을 쭉 나열한 목록을 직접 만들어 공개한다. 인용한 번역문은 문예춘추사(박상은 번역) 판본을 참고했다.

 

 

 

<셜록 홈즈의 지식 범위표>

 

1. 문학 지식 : 없음.

 

2. 철학 지식 : 없음.

 

3. 천문학 지식 : 없음.

 

4. 정치학 지식 : 약간 있음.

 

5. 식물학 지식 : 한쪽으로 치우쳐 있음. 벨라도나, 아편 등과 같은 독약은 잘 알지만 원예에는 무지함.

 

6. 지질학 지식 : 실용적인 지식은 있지만 한계가 있음. 여러 종류의 토양이 가진 차이점을 한눈에 알아봄. 산책에서 돌아온 그가 바지에 묻은 진흙을 보이면서, 색과 점성 등으로 미루어 보아 런던의 어느 지구에서 묻은 것이라고 일러 준 적 있음.

 

7. 화학 지식 : 해박함.

 

8. 해부학 지식 : 정확하지만 체계적이지는 못함.

 

9. 범죄 사건에 관한 지식 : 매우 자세하게 알고 있음. 금세기에 벌어진 중범죄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

 

10. 바이올린 연구 실력 : 수준급.

 

11. 운동 실력 : 봉술, 권투, 검술이 뛰어남.

 

12. 영국 법률 지식 : 꽤 실용적으로 알고 있음.

 

 

 

이 내용만 가지고 홈즈의 능력을 단정하긴 이르다. 코난 도일이 홈즈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설정 구멍’을 여러 군데 남긴 바람에 이 목록 내용이 무용하게 되었다. 《진홍색 연구》 편에서 홈즈는 태양계의 구조와 지동설이 뭔지 모르는 사람으로 나온다. 왓슨은 홈즈의 무식함에 깜짝 놀란다.

 

 

홈즈의 지식이 놀라울 만큼 무지도 놀라웠다. 현대 문학이나 철학, 정치에 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사상가인 토머스 칼라일의 말을 인용하자 홈즈는 칼라일이 누구며 무슨 일을 한 사람인지 진지하게 물었다. 우연히 홈즈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태양계의 구성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의 놀라움은 정점을 찍었다. 19세기를 사는 문명인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다니! 너무나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진홍색 연구》 중에서, 박상은 역)

 

 

홈즈는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아니면 잊어버리는 특이한 사고 습관이 있다. 그는 천문학이 자신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홍색 연구》 이후 시간이 흐른 뒤에 홈즈는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보인다. 《셜록 홈즈의 회상》에 수록된 『그리스어 통역관(The Greek Interpreter)』 편에 보면 홈즈는 황도(黃道, 천구에서 태양이 지나는 경로) 경사도가 달리지는 원인을 주제로 왓슨과 대화를 나눈다.

 

 

어느 여름날 저녁, 차를 마신 후였다. 두서없이 산만하게 흘러가던 대화는, 골프채 얘기에서 황도의 기울기가 변하는 이유로 넘어갔다가, 이윽고 격세유전과 재능의 유전 문제에 이르렀다. 개인의 독특한 재능은 순전히 조상 덕인가, 아니면 초기 학습에 좌우되는가, 이것이 논의의 핵심이었다. (현대문학 주석판, 309~310쪽)

 

 

홈즈가 칼라일을 모른다고 해서 문학 지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 가끔  홈즈는 대화 도중에 호라티우스, 하피즈(14세기 이란에 활동한 신비주의 시인), 셰익스피어의 대사 등을 인용했으며 사건 현장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 페트라르카 시집을 읽었다.

 

《빨강글자 수수께끼》의 번역을 맡았고, 해설을 쓴 조용만 씨는 홈즈를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간’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원작에 있어야 할 왓슨의 목록을 ‘작품 해설’로 옮겼는데, 조용만 씨 자신이 홈즈를 평가하는 식으로 썼다. 게다가 원작에 없는 내용까지 첨가했다. 이러한 편집 방식은 원작을 무시하고, 독자를 속이는 일이다.

 

자, 이제 조 씨와 출판사가 각색한 ‘홈즈의 지식 범위표’를 이 자리에 공개한다. 내가 앞서 소개했던 (원전에 충실한) ‘홈즈의 지식 범위표’와 비교하면서 동서문화사의 ‘창조 번역’을 본다면 웃음이 터질 것이다.

 

 

 

1. 문학 지식 : 없다.

 

2. 철학 지식 : 없다.

 

3. 천문학 지식 : 없다.

 

4. 정치학 지식 : 조금 있다.

 

5. 식물학 지식 : 어느 종류에 대해선 자세하나 어느 종류에 대해선 전혀 없다. 아편 따위 독극물은 잘 알지만, 원예는 전혀 모른다.

 

6. 지질학 지식 : 실제적인 지식은 있지만 한정되어 있다. 한눈에 여러 종류의 흙을 가려 낼 수는 있다.

 

7. 화학 지식 : 아주 깊다.

 

8. 해부학 지식 : 아주 깊다.

 

9. 음악 : 바이올린을 아주 잘 켠다.

 

10. 운동 : 권투, 봉술, 검술, 유도를 잘한다.

 

11. 법률 : 영국 법률을 아주 잘 알며, 영국에서 일어난 큰 범죄는 거의 다 알고 있다.

 

 

12. 그 밖의 재능 :

 

① 피스톨 : 5미터 앞에 있는 트럼프의 하트를 맞출 수 있다.

 

② 자전거 : 1시간에 50km, 2시간에 90km를 달릴 수 있다.

 

③ 연기 : 죽어가는 환자, 욕심쟁이 연기를 특히 잘 한다.

④ 변장 : 어떤 나라, 어떤 직업의 사람으로도 변장할 수 있다.

 

⑤ 최면술 : ‘안심하십시오’, 이 한 마디면 상대방을 푹 잠들게 할 수 있다.

 

⑥ 재주 : 땅 위 20m의 높이의 지붕 위에서도 태연히 걸어 다닐 수 있다.

 

⑦ 암호 해독 : 어떤 암호든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똑같은 방식으로 암호를 만들 수도 있다.

 

⑧ 미행 : 달리는 마차에 올라타 함께 가기도 한다.

 

 

 

13. 홈즈의 초능력 :

 

① 시력 : 2.0, 밤에도 부엉이처럼 멀리까지 본다.

 

② 청력 : 소리를 가려듣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 번 들은 발자국 소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성별, 나이, 지위 등을 알아맞힌다.

 

③ 후각 : 마치 개처럼 예민하다. 약품이나 사람 냄새를 특히 잘 맡는다.

 

④ 완력 : 세 사람 만큼의 힘을 지녔다. 굵은 쇠막대기를 구부리기도 하고 펴기도 한다.

⑤ 주력 : 100미터를 11초에 띈다. 마라톤도 문제없다.

 

⑥ 체력 : 사흘 동안 밤낮 먹지 않고, 자지 않고, 추리할 수 있다. 독한 담배를 계속 10개비나 태워도 거뜬하다.

 

⑦ 기억력 : 10여 년 전 신문의 작은 기사까지도 외고 있다.

 

⑧ 관찰력 : 현장을 흘끗 보기만 하고서도 전체의 모습을 자질구레한 점까지 머릿속에 그린다.

 

⑨ 방향 감각 : 눈을 가리고 런던 시내를 달려도 그곳의 이름을 맞출 수 있다.

 

 

동서문화사의 ‘홈즈의 지식 범위표’ 12번, 13번 항목은 원작에 없는 내용이다. 잘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능력이 있고, 원작으로 확인 불가능한 능력도 있다.

 

확실히 홈즈는 연기와 변장의 달인이다. 『보헤미아 스캔들』(A Scandal in Bohemia, 《셜록 홈즈의 모험》 수록) 편, 『빈사의 탐정』(Dying Detective,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수록) 편은 홈즈가 연기 · 변장 실력을 유감없이 펼치는 작품이다. 홈즈의 암호 해독 실력은 『글로리아 스콧 호』(Gloria Scott, 《셜록 홈즈의 회상》 수록) 편, 『춤추는 사람』(Dancing Men, 《셜록 홈즈의 귀환》 수록)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스톨 사격 능력, 최면술은 원작과 현실을 초월한 과장된 내용이다. 어렸을 땐 홈즈가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 가끔은 이런 ‘창작 번역’이 독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때가 있다. 허울뿐인 구호로 그친 ‘창조 경제’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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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8-0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실존인물은 아니죠? 그런데 설정이 어떻게 실제 인물보다 더 디테일하네요..ㅎㅎㅎㅎ

cyrus 2017-08-04 19:42   좋아요 0 | URL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재미있는 내용을 썼는지 궁금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저 12-1을 기억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습니다. 권총은 지금도 명중률이 꽤 낮고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당시의 피스톨이면 아마 6연발 리볼버였을 것 같은데요 (1896년이라고 나옵니다) 5미터에서 떨어진 곳의 트럼프 카드의 하트를 뚫는 건 상당한 실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yrus 2017-08-04 19:44   좋아요 0 | URL
홈즈 주석판에 보면 홈즈와 왓슨이 가지고 있는 권총이 무엇인지 분석한 글이 있습니다. 왓슨이 가진 총이 리볼버일 겁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5 03:09   좋아요 1 | URL
1896년은 알맹이는 쏙 빼고 썼네요. 찾아보니 처음으로 탄창식 권총이 나온 때가 1896년이라고 나오더라구요. 그것도 지금같이 탄창을 갈아끼는 것이 아니고 미리 총알을 밀어넣고 연사가 가능한 수준. 그 얘길 하려다가 밑도끝도 없는 1896...ㅎㅎㅎ
 

 

 

 

 

 

 

 

 

 

 

 

 

 

 

 

 

 

 

더클래식출판사에서 나온 홈즈 전집은 두 종이 있다. 하나는 번역가 단체 베스트트랜스가 옮긴 구판(반양장본, 양장본)이다. 다행히 구판은 절판되었다.  

 

 

 

 

 

 

 

 

 

 

 

 

 

 

또 하나는 송성미 씨가 번역한 개정판(양장본, 미니북)이다. 장르 불문하고 번역물을 다작한 번역 팀은 베스트트랜스바른번역이다. 이 글에서는 베스트트랜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겠다. 인터넷서점 Yes24국내 작가항목에 보면 베스트트랜스를 소개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여러 곳에 숨겨진 작품을 발굴 · 기획하고 번역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번역뿐만 아니라 창작 집필을 하며 우리 콘텐츠를 국외에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기존의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편집자가 편집하는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번역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번역가와 편집자가 한 팀을 이뤄 잘 읽히는 작품으로 다듬기 위한 번역과 책임편집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식이다. 번역 단계에서는 직역직해가 아닌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말의 장점을 살려 좀 더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손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다음 편집 단계에서는 교정 교열자 두세 명이 한 팀을 이뤄 양질의 작품으로 가다듬기 위한 문장 손질 작업이 이어진다. 크로스 체크는 기본으로 하고, 체크를 마친 작품이라고 해도 출간 직전에 가제본을 만들어 베스트트랜스 서평단 독자와 저명한 교수, 기자, 작가 등의 감수·검열을 거친다.

 

(http://www.yes24.com/24/AuthorFile/Author/145948)

    

 

이 소개 글만 보면 베스트트랜스가 번역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중요한 법. 지금까지 베스트트랜스가 펴낸 번역물 전부가 다 그렇지 않겠지만, 어떤 책은 단체명이 무색할 정도로 수많은 오역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중 한 권이 바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 가의 개. 이 번역본에 발견된 오역과 원문 누락은 지그동안 풍문으로만 들리던 집단 번역의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구판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기 위해 원문, 개정판 문장을 비교해봤다.

 

 

  

 

 He now took the stick from my hands and examined it for a few minutes with his naked eyes. Then with an expression of interest he laid down his cigarette, and carrying the cane to the window, he looked over it again with a convex lens.

“Interesting, though elementary,” said he as he returned to his favourite corner of the settee. “There are certainly one or two indications upon the stick. It gives us the basis for several deductions.”

    

 

* 더클래식 (구판, 10)

홈즈는 지팡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피우던 담배를 내려놓고 창가로 가더니 확대경으로 꼼꼼히 한 곳을 살폈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홈즈는 늘 즐겨 앉은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

그는 내 손에서 지팡이를 받아 들고 몇 분 동안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리고 흥미를 느끼는 듯 창가로 가더니 담배를 내려놓고 확대경을 통해 그것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별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군.”

홈즈는 늘 즐겨 앉는 구석자리 긴 의자에 앉더니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단서가 두어 군데 보이는군. 몇 가지 추리가 가능해.”

    

 

 

베스트트랜스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끄럽고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는작업을 지향한다. 그래서 베스트트랜스가 손질한 번역문은 원문과 다르고, 사소한 원문의 문장 한두 개가 빠지는 경우가 있다. 구판에는 1번 문장이 없다.

 

홈즈는 기분이 좋을 때 손바닥을 비비는 버릇이 있다. 베스트트랜스는 2번 문장에 홈즈의 버릇을 묘사하는 내용을 첨가했다. 직역하면 홈즈는 의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라고 쓸 수 있다.

 

 

 

      

 

“Mortimer, James, M.R.C.S., 1882, Grimpen, Dartmoor, Devon.

House-surgeon, from 1882 to 1884, at Charing Cross Hospital.

Winner of the Jackson prize for Comparative Pathology,

with essay entitled ‘Is Disease a Reversion?’ Corresponding

member of the Swedish Pathological Society. Author of

‘Some Freaks of Atavism’ (Lancet 1882). ‘Do We Progress?’

(Journal of Psychology, March, 1883). Medical Officer

for the parishes of Grimpen, Thorsley, and High Barrow.”

    

 

* 더클래식 (구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이 됨.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거주.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채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재직.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 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 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 더클래식 (개정판, 13)

제임스 모티머

1882년 영국 외과 의사회 회원. 현재 데번 주 다트무어 그림펜 구에 거주하고 있음. 1882년부터 1884년까지 차링 크로스 병원 가정 외과 레지던트로 근무. 논문 <질병도 유전되는가?>로 비교병리학 부문 잭슨상 수상. 스웨덴 병리학회 통신 회원. <유전에 의한 돌연변이>(란셋, 1882) 집필, <우리는 진화하는가?>(심리학저널, 18833) 등의 논문 발표. 그림펜, 소슬리, 그리고 하이배로 교구의 의무관.

 

 

 

홈즈의 인명사전에 적힌 제임스 모티머(사건 의뢰인)의 경력이다. 구판에 마지막 문장 한 줄이 빠졌다.

    

 

 

      

 

This from Hugo Baskerville to his sons Rodger and John,

with instructions that they say nothing thereof to their sister Elizabeth.

 

* 더클래식 (구판, 개정판 26)

- 휴고 배스커빌의 후손 로저와 에게,

누이 엘리자베스에게는 비밀로 해라.

    

 

교정 교열자 세 명이 있었는데도 아무도 (John)’의 오식을 못 봤단 말인가.

 

 

 

 

 

 

Holmes stopped him at the head of the stair.

“Only one more question, Dr. Mortimer. You say that before Sir Charles Baskerville’s death several people saw this apparition upon the moor?

“Three people did.”

“Did any see it after?”

“I have not heard of any.”

“Thank you. Good-morning.”

    

 

* 더클래식 (구판, 41)

모티머 씨, 잠깐만요!” 홈즈는 계단을 내려가는 닥터 모티머를 불러 세웠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 그 개를 봤다는 사람이 더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 더클래식 (개정판, 42)

홈즈는 층계참에서 그를 불러 세웠다.

모티머 씨,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찰스 배스커빌 경이 사망하기 전에 황무지에서 유령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했지요?

세 사람이요.”

찰스 배스커빌 경이 죽은 뒤에도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의역을 위해서 1번 문장을 뺐던 것일까? 가독성을 위해서 원문의 문장 한두 개 가볍게 무시하는 번역 작업에 회의적이다. 1번 문장은 정말 초보적인 것이다. 우리말로 옮겨서 읽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베스트트랜스는 지나치게 많이 의역을 시도한다.

 

 

 

     

 

“Sir Henry, has anything else of interest happened to you since you have been in London?”

“Why, no, Mr. Holmes. I think not.”

“You have not observed anyone follow or watch you?”

“I seem to have walked right into the thick of a dime novel,” said our visitor. “Why in thunder should anyone follow or watch me?”

    

 

* 더클래식 (구판, 57)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나요.”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58~59)

그런데 헨리 경, 런던에 온 뒤로 다른 일은 없었나요?”

, 홈즈 선생. 특별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누가 미행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내가 갑자기 무슨 탐정 소설의 등장인물이 되기라도 한 것 같군요.” 손님이 말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이유로 날 미행하거나 감시한다는 겁니까?”

 

   

‘dime novel’삼류 소설’, ‘싸구려 소설을 의미한다. 다른 역자들은 이 단어를 탐정 소설’, ‘모험 소설로 옮겼다.

 

 

 

   

 

“I tell you, Watson, this time we have got a foeman who is worthy of our steel. I’ve been checkmated in London. I can only wish you better luck in Devonshire. But I’m not easy in my mind about it.”

    

 

* 더클래식 (구판, 83)

왓슨, 제대로 상대를 만난 것 같네. 아쉽게도 런던에서의 게임은 내가 참패했지만 데번셔에선 절대지지 않겠어. , 그런데 마음이 안 좋군.”

    

 

* 더클래식 (개정판, 86~87)

왓슨, 상대를 제대로 만난 것 같네. 나는 런던에서 놈에게 보기 좋게 당한 거야. 자네가 데번에 가게 되면 좀 더 운이 좋기를 바라네. 하지만 나는 아직 걱정이 되는군.”

 

 

 

홈즈는 범인이 준비한 계략에 걸려 큰 소득을 얻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홈즈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 하나를 맡고 있어서 당장 런던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왓슨이 홈즈 대신에 데번셔로 향하게 된다. 홈즈는 사건 현장에 혼자 보내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에 행운을 빌어주는 말을 한다. 홈즈는 데번셔에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런던에서는 내가 범인에게 졌지만, 데번셔에서 (범인을 만날 땐) 절대 지지 않겠어라는 번역문은 원문을 무시한 오역이다.

 

 

 

 

 

Baskerville shuddered as he looked up the long, dark drive to where the house glimmered like a ghost at the farther end.

“Was it here?” he asked in a low voice.

“No, no, the yew alley is on the other side.”

The young heir glanced round with a gloomy face.

“It’s no wonder my uncle felt as if trouble were coming on him in such a place as this,” said he. “It’s enough to scare any man. I’ll have a row of electric lamps up here inside of six months, and you won’t know it again, with a thousand candle-power Swan and Edison right here in front of the hall door.”

    

 

* 더클래식 (구판, 92~93)

우리는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여깁니까?” 헨리 배스커빌 경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길은 정원 옆으로 나 있습니다.”

닥터 모티머의 말에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보니 삼촌이 겁에 떨었던 이유를 알겠군요. 누구라도 겁먹기 십상이지. 모티머 씨,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램프를 세워야겠어요. 환하게 불을 밝히면 훨씬 나을 겁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97~98)

배스커빌은 길고 어두운 진입로를 바라보며 부르르 몸을 떨며 다시금 진저리를 쳤다. 진입로 끝에 서 있는 저택이 유령처럼 희미한 빛을 발했다.

이 자리입니까?” 배스커빌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아니요. 주목 산책로는 저쪽에 있습니다.”

헨리 배스커빌 경이 침통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구라도 이곳에 오면 기분이 이상해지겠네요. 아무래도 정문에서 현관까지 전기 가로등을 세워야겠어요. 현관 문 바로 앞에는 촛불 천 개의 밝기를 가진 전등을 달 거예요. 그러면 이곳 분위기는 훨씬 나아질 겁니다.”

 

 

shudder : (공포추위 등으로) 몸을 떨다, 전율하다

 

 

 

 

 

 

 

And yet it was not quite the last. I found myself weary and yet wakeful, tossing restlessly from side to side, seeking for the sleep which would not come. Far away a chiming clock struck out the quarters of the hours, but otherwise a deathly silence lay upon the old house. And then suddenly, in the very dead of the night, there came a sound to my ears, clear, resonant, and unmistakable. It was the sob of a woman, the muffled, strangling gasp of one who is torn by an uncontrollable sorrow. I sat up in bed and listened intently. The noise could not have been far away and was certainly in the house. For half an hour I waited with every nerve on the alert, but there came no other sound save the chiming clock and 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

    

 

 

* 더클래식 (구판, 98)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 못 이루고 있자니 어디선가 서럽게 우는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곧 잦아들었다. 그 뒤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삼십 분이 넘도록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103)

그러나 그것은 아직 마지막이 아니었다. 몹시 피곤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말똥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청해 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멀리서 시계가 십오 분마다 종을 쳤지만 그것만 빼면 죽음 같은 적막이 오래된 저택을 지배했다. 그런데 그 밤중에 어디선가 귓가에 선명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여자의 울음소리 같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소리는 먼 곳에서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그것은 분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잠깐 들렸을 뿐이다. 나는 삼십 분 정도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귀를 기울였지만, 담쟁이덩굴의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현대문학 (주석판, 119~120)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나는 지쳤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거렸다. 잠을 청했지만 쉽사리 올 것 같지 않았다. 멀리서 괘종시계가 15분마다 종을 치는 것 말고는 이 오래된 집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적막을 뚫고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분명하고 낭랑해서 절대 잘못 들을 수는 없었다. 한 여자가 흐느끼고 있었다. 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억제할 수 없는 슬픔에 마음이 찢어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런 이상한 흐느낌이었다. 나는 침대에 일어나 앉아서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분명 이 집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30분가량을 나는 온몸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세우고 기다렸지만 더 이상의 소리는 없었다. 시계가 다시 종을 치고 담벼락의 담쟁이가 사각거릴 뿐이었다.

 

 

 

베스트트랜스는 이 긴 문장을 의역하면서 시계종이 울리는 장면을 삭제했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 문장은 원문과 다른 문장이 되어버렸다. 2번 문장을 해석하면 왓슨은 시계 종소리(chiming clock)와 담쟁이덩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the rustle of the ivy on the wall)를 동시에 들었다고 되어 있다(현대문학 주석판 참조).

 

rustle : 바스락거리다

    

 

 

 

 

“Did he ever strike you as being crazythis brother of hers?”

“I can’t say that he ever did.”

“I dare say not. I always thought him sane enough until today, but you can take it from me that either he or I ought to be in a straitjacket. What’s the matter with me, anyhow? You’ve lived near me for some weeks, Watson. Tell me straight, now! Is there anything that would prevent me from making a good husband to a woman that I loved?”

    

 

* 더클래식 (구판, 135~136)

스태플턴이 닥터 왓슨에게도 그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 적이 있나요?”

아니요.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요. 내가 뭐 대단히 잘못했나요? 닥터 왓슨은 지난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좋은 남편감이 못될 이유가 있습니까?”

 

* 더클래식 (개정판, 148)

그 오빠라는 사람 말입니다. 박사는 그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있습니까?”

아니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까지는 그자가 항상 정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 나, 둘 중의 하나는 반드시 정신병원에 가야 해요. 도대체 나에게 문제가 무엇이라는 건지? 왓슨 박사. 박사님은 몇 주 동안 나와 함께 지냈으니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좋은 남편감이 못 될 이유가 있습니까?”

 

 

straitjacket : (정신병 환자나 난폭한 죄수 등에 입히는) 구속복

 

 

 

 

 

 

* 더클래식 (구판, 181~182)

프랭클랜드 씨가 망원경을 살펴보더니 기뻐서 소리쳤다.

서두르게, 왓슨 선생! 언덕 너머로 사라지기 전에 봐야 해!”

망원경으로 정말 한 아이가 짐 꾸러미를 들고 언덕을 넘어가는 게 보였다. 그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서는 아이가 들고 온 짐을 받아들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으로 사라졌다. , 이번만큼은 행운의 여신이 저버리지 않았다.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내가 서둘러 돌 오두막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이 붉게 물들며 벨리버와 빅슨 바위산이 황홀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01~203)

프랭클랜드 영감은 망원경에 눈을 붙이고서 만족스러움이 느껴지는 탄성을 질렀다.

어서, 박사, 어서. 그 아이가 언덕을 지나가기 전에 말이오.”

분명하게도 그 작은 아이는 어깨에 작은 짐 꾸러미를 지고, 언덕을 천천히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그 아이가 산마루에 올랐을 때 나는 차가운 푸른 하늘 아래로 투박하고 남루한 아이의 옷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쫓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은밀하게, 슬며시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서 그 아이는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보시오. 내 말이 맞지 않소?”

확실히 그렇군요. 저 아이는 비밀스러운 심부름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 심부름이 무엇인지는 경찰조차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거요. 그러니 박사도 이를 비밀에 부쳐 주시오. 한 마디도 해서는 안 되오! 알겠소?”

영감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나를 수치스럽게 대했소, 수치스럽게. 프랭클랜드 대 레지나 소송 사건의 진실이 알려진다면 나라 전체가 분개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경찰을 돕는 일은 결코 없을 거요. 펀워시의 악당들이 내 허수아비가 아니라 나를 말뚝에 묶고서 화형을 해도 경찰 놈들은 그저 가만히 있었을 것이오. 벌써 집에 가시려고 하나? 이 위대한 일을 기념하여 나와 함께 포도주나 한 잔 하고 가시오.”

하지만 나는 그의 권유를 거절하고서, 그가 거처까지 동행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까지 극구 사양하였다. 나는 그의 시선이 따르는 곳까지만 길을 따라 걷다가 황무지로 발길을 돌려 그 아이가 사라진 바위 가득한 언덕을 향해 갔다. 모든 것이 나의 편에 있는 듯했고, 나는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던져 준 기회를 인내심을 갖고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바위산 언덕에 도착하였을 때,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발밑, 긴 산비탈의 한쪽은 온통 황금빛과 녹색이었고, 다른 한쪽은 회색빛 어둠이 깔려 있었다. 벨리버와 빅센 바위산의 황홀한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먼 곳의 지평선 위로 낮게 실안개가 가득했다.

 

 

구판에 굵은 표시를 한 내용이 없다. 프랭클랜드와 왓슨이 나눈 대화 일부가 사라진 셈이다.  

 

 

 

 

 

 

“No, Watson, I fear that I could not undertake to recognize your footprint amid all the footprints of the world. If you seriously desire to deceive me you must change your tobacconist; for when I see the stub of a cigarette marked Bradley, Oxford Street, I know that my friend Watson is in the neighbourhood.”

    

 

* 더클래식 (구판, 188)

아니.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발자취만으로 자넬 알아보겠나?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들랑 담배부터 끊어야 할 걸세. 이 담배꽁초가 길가에 떨어져 있더군, 그걸 보고 난 내 친구가 온 걸 알았지.”

    

 

* 더클래식 (개정판, 209)

왓슨, 그렇지 않네. 나는 신이 아니야. 어떻게 발자국만을 보고서 자네인 줄 알겠는가. 혹여 다음에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숨고 싶거든 담배부터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할 걸세. <옥스퍼드 가, 브래들리>라는 글씨가 적힌 이 담배꽁초를 보고서야 나의 친구 왓슨이 온 걸 알았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change your tobacconist(담배 가게를 바꾸다)’금연으로 번역했을까? 아무리 농담이라고 해도 왓슨보다 더한 골초로 악명 높은 홈즈가 친구에게 금연하라고 말하는 모습은 터무니없다.

 

 

 

 

 

 “Who is the gentleman with the telescope?”

“That is Rear-Admiral Baskerville, who served under Rodney in the West Indies. The man with the blue coat and the roll of paper is Sir William Baskerville, who was Chairman of Committees of the House of Commons under Pitt.

    

 

* 더클래식 (구판, 207)

망원경을 든 저분은 누굽니까

, 서인도제도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그 옆은 하원 의장을 지낸 윌리엄 피트입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35)

망원경을 든 저 신사는 누구입니까?”

, 서인도 제도의 해군 로드니 제독 밑에서 일한 배스커빌 해군 소장입니다. 파란 코트에 종이 두루마리를 든 분은 윌리엄 배스커빌,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을 지냈지요.”

 

 

홈즈가 배스커빌 가 선조들의 단독 초상화를 쭉 바라보면서 질문하고 있는 장면이다. 홈즈가 가리킨 윌리엄 배스커빌은 윌리엄 피트 총리 시절에 하원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베스트트랜스는 윌리엄 배스커빌과 피트 총리가 함께 있는 2인 초상화인 것처럼 번역했다. 이건 당연히 오역이다.

 

 

 

 

 

 

 

“We have him, Watson, we have him, and I dare swear that before tomorrow night he will be fluttering in our net as helpless as one of his own butterflies. A pin, a cork, and a card, and we add him to the Baker Street collection!”

 

 

* 열린책들 (209~210)

왓슨. 잡은 거나 다름없어. 장담하지. 내일 밤이 되기 전 그자는 우리 그물에 걸려 자신이 잡은 나비처럼 버둥거리게 될 걸세. 핀을 꽂고 코르크에 박아 이름표까치 부착한 다음 바스커빌가의 채집 목록에 추가해 주자고.”

 

* 더클래식 (구판, 209)

그는 완전히 그물에 걸려들었어. 내일 밤, 그는 자기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퍼덕여봐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 핀과 이름표만 있으면 그를 영원히 배스커빌 가문의 표본실에 가둘 수 있겠는걸.”

 

* 더클래식 (개정판, 237)

왓슨, 그자는 우리 그물 안에 들어왔네. 그자는 자신이 휘두르는 포충망에 걸린 나비처럼 우리가 꾸민 덫에 발목이 붙들리겠군. 우리에게 핀과 액자, 이름표만 있으면 그자를 영원히 베이커 가의 수집품 목록에 넣을 수 있겠는걸.”

 

 

 

 

 

 

 

 

 

 

 

 

 

 

 

 

열린책들 출판사의 번역본에도 원문의 ‘Baker Street collection’을 오역한 표현이 있다.

 

 

 

 

 

I placed my hand upon the glowing muzzle, and as I held them up my own fingers smouldered and gleamed in the darkness.

“Phosphorus,” I said.

“A cunning preparation of it,” said Holmes, sniffing at the dead animal.

    

 

* 더클래식 (구판, 230)

나는 그것의 몸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 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헨리 경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더클래식 (개정판, 259~260)

나는 번쩍거리는 그 주둥이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그러자 내 손도 어둠 속에 푸른빛을 내며 발광하는 게 아닌가.

인이로군.” 내가 말했다.

머리를 좀 썼군.” 홈즈는 죽은 짐승의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sniffing :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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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2017-08-0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그리수안 조르바-더 클래식을 읽고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번역가들은 무슨 의도를 갖고 이렇게 번역했을까? 그래서 삼분의 이 쯤 읽다가 다름 출판사 번역을 구해 읽을까 고심중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이 글은 제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cyrus 2017-08-03 19:52   좋아요 0 | URL
저작권이 지난 외국 작품들은 번역 ᆞ출판하기 쉽습니다. 이렇다 보니 독자들이 많이 찾는 스테디셀러를 우후죽순 펴내는 출판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많이 팔려고 책값을 낮춰서 책정해요. 이런 책들 중에 번역의 질이 떨어진 것이 있어요. 독자들은 그것도 모르고 구입합니다. 출판사는 엉터리 번역본을 내놓은 사실을 알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개정판을 내놓습니다. 이러한 출판사의 행보는 구판을 산 독자들을 바보로 만듭니다.

2017-08-0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8-03 19:59   좋아요 0 | URL
인지도 높은 전문 번역가와 아마추어 번역가를 비교해보면 경제적 수입뿐만 아니라 능력의 격차까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있습니다.

2017-08-03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7-08-03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원서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아주 아름다운 문장을 만났을때,
불편하고 어색한 문장을 만났을때..

cyrus 2017-08-03 20:01   좋아요 1 | URL
요즘 저는 후자의 상황을 참을 수 없어서 때안 봐도 되는 원서를 보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어 죽겠습니다.. ㅎㅎㅎ

qualia 2017-08-03 2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 때 읽었던 몇 안 되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바스커빌(배스커빌) 가의 개』였습니다. 한 어린이 잡지의 별책부록으로 딸려 나온 축약본이었죠. 그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으스스한 공포감과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읽다 말다 중간중간 독서를 중단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트라우마란,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훨씬 더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아주 큰 검정개가 있었는데요. 그 검정개가 쥐약을 먹고 큰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가(쫓겨들어가) 죽었던 일이 있었죠. 그 ‘우리집 검정개’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일찍부터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됐던 것이죠.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늑대를 연상시키는) 큰 개 삽화가 그려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을 때면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검정개가 겹쳐 떠올라 그 으스스한 공포감이 더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연유 때문에 cyrus 님의 『배스커빌 가의 개 』 번역 비교·비판 작업은 제 관심과 흥미를 더욱 더 많이 끕니다. 시간적 여유가 나면 저도 원전을 구해 좀 더 자세히 꼼꼼하게 읽고 의견을 드리고 싶은데, 워낙에 쫓기고 있는 일들이 많아 본격 참여는 (만약 하게 된다면)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왠지 cyrus 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요. 어쨌든 『바스커빌 가의 개』는 어린 시절 제 추억의 책이니까요. 그 추억에 다시 한번 젖어들게 만들어주셨으니까요. 만약 제가 『바스커빌 가의 개』 번역판과 원전을 비교·대조하며 번역 비판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건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의외성 혹은 수수께끼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계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어져 해독할 수 없는 놀라움, 신비로운 사건들과 마주치게 합니다.

cyrus 2017-08-04 12:31   좋아요 1 | URL
저는 어렸을 때 어미 잃은 새끼 참새를 키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실수로 새끼 참새를 발로 밟고 말았습니다. 그 일 이후로 동물을 집에서 돌보는 일을 꺼리게 됐습니다. 작년에 어머니가 인공 부화기로 알을 까는데 성공해서 병아리 다섯 마리를 집에서 키웠습니다. 병아리를 좋아하지만, 병아리가 저를 따라올 때마다 불안했어요. 잘못 하면 병아리를 밟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병아리가 가까이 있으면 정말 천천히 걷습니다. 발을 완전히 떼지 않고, 질질 끌듯이 걸어갑니다. ㅎㅎㅎ

언제든지 의견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 작업이고, 제가 전문적으로 번역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히 제 글에도 부족한 점이 있을 겁니다. ‘삶의 의외성’이라는 표현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원문과 다른 번역본을 같이 번갈아 보는 일이 힘들어도 막상 하다보면 평소에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합니다. qualia님의 댓글을 보니까 힘이 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transient-guest 2017-08-04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한˝ 의역은 미리 오역을 대비한 핑계 같습니다. 직역을 기준으로 해서 한국어에 맞는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 같고, 의역을 표방하면서 자기 멋대로 문장을 짜집기하거나 바꾸고 누락하는건 개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모로 싫어하는 출판사가 저 더클래식입니다..

cyrus 2017-08-04 12:32   좋아요 2 | URL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아주 정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

카스피 2017-08-04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직접 영어원문과 번역을 대조하신 cyrus님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면 이정도면 원문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내에서의 유려하게 번역했다는 번역팀의 말이 참 낯간지러운 이야기란 생각이 팍 드는군요^^;;;

transient-guest 2017-08-04 12:33   좋아요 1 | URL
뭐 그냥 개소리죠...

cyrus 2017-08-04 12:37   좋아요 1 | URL
문예춘추사, 엘릭시르 출판사의 홈즈 전집은 의역을 시도한 번역본입니다. 간혹 원문의 의미와 살짝 다른 번역문이 보이긴 합니다만, 읽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transient-guest 님의 말씀대로 베스트트랜스의 ‘의역’은 오역 지적을 피하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