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강의 - 순수 미술의 탄생과 죽음
조주연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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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불가능한 것처럼 현대미술 또한 정의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보고 또 봐도 알쏭달쏭한 게 현대미술이다. 사람들은 현대미술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거나 일상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생각한다. 미술의 기원에서 본다면 미술은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이 있었으며 인간이 소망하는 꿈을 대신해 주는 소망의 표상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미술은 과거 사람들의 필요와 즐거움의 해소와도 관련이 깊다. 우리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고대 그리스 · 로마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있어서 현실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수단이자 기호였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미술로 표현될 수 있고, ‘재현하는 기호가 된 모든 미술 작품은 우리가 보는 세계로 다시 해석될 수 있다.

 

미술의 역사는 19세기까지 대체로 두 흐름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흘러왔다. 르네상스 고전주의처럼 옛 규범과의 완벽한 조화를 중시하는 형식 미술이 기본이라면 바로크, 낭만주의와 같이 개성과 감정을 중시하는 감성 미술이 번갈아 지배 사조로 등극했다.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일어나게 됐다. 화가들이 재현이라는 고전 미술의 전통을 거부하게 된 것이다. 사실주의(realism)에서 모더니즘(modernism)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여기서부터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서막이 오른다. 현대미술 강의(글항아리, 2017)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올랭피아(1863)를 현대미술의 뿌리로 보고 있다.

 

오늘날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너무나 익숙해 있어 인상주의는 마치 서양회화의 전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인상주의가 등장할 당시 그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생각이었고 도발적인 행위였는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인상주의자들은 자연의 한복판에서 쉬지 않고 변화하는 자연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기 위해 빠르게 그림을 그렸다. 인상주의 그림은 빛의 기록이니만큼 그림 속에 칠해져 있는 색들은 모두 빛을 재현하고 있었다. 또한,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반사하는 빛의 색을 기록하려 했기 때문에 사물을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었고 사물이 반사하는 빛과 거기서 받은 인상을 그리고 칠했다. 따라서 인상주의가 이룬 모더니즘 미학은 재현을 중시하는 전통미술의 가치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이제 모더니즘 화가들이 그릴 수 있는 것은 형태가 아닌 선과 면이다. 모더니즘의 성과는 재현하는 기호가 완전히 사라진 순수미술의 등장이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고전주의 미학은 산산이 깨져버린다. 산업화에 따른 사회 격변과 자본의 세계화, 잇따른 전쟁의 혼란 속에서 이성이 일군 고전미의 규범이 통째로 부정되고, 독창적 발상을 좇는 무한 경쟁이 미술의 본질을 형성했다. 아방가르드(avant garde)의 서막이 오르면서 예술가들은 순수미술마저 거부하기 시작한다. 미술이 태동한 이래 인간이 그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그렸다. 나무, 바다, , 누드까지…‥. 그리고 한 단계 더 나가 그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추상미술까지 미술의 영역을 넓혔다. 더 이상 그려낼 대상이 없어졌다. 공장에서 작품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변기까지 미술품으로 등장했다. 다다이즘(dadaism), 팝 아트(pop art), 미니멀아트(minimal art)는 모더니즘의 반작용으로 형성된 반 예술 운동이다. 그렇지만 아방가르드 예술은 자신들이 거부하고자 했던 모더니즘 미학에서 완전히 결별하는 데 실패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일상의 저 낮은 곳에 있는 변기에 예술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는 일상의 세계와는 분리된 고상한 그 무엇만이 예술이 될 수 있다(‘예술을 위한 예술’)는 모더니즘 미학에 항변했다. 그런데 뒤샹의 변기 작품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으며 대형 미술관의 중심에 모셔졌다. 모더니즘을 거부하던 뒤샹의 변기 작품이 모더니즘 작가들의 홈그라운드(home ground)라고 할 수 있는 미술관의 중심에 서는 역설이 생겼다. 미술사가 핼 포스터(Hal Foster)가 지적한 대로 아방가르드는 모더니즘의 관례를 비판하는 데 성공했으나 제도 비판에 소극적이었다.

 

현대미술이 더 이상 기상천외한 미술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하던 터에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서막이 올랐다.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은 미술이라는 시각적 표현물이 실재의 삶과 사회 및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다. 이러한 흐름은 회화나 조각은 물론 사진과 영상, 설치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서 재료, 즉 물질성은 중요하지 않다. 낱말, 사진, 쓰레기, 그리고 심지어 작가 자신의 신체마저 미술을 위한 재료가 된다.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거품이 빠져 신선함을 잃어버렸고, 변화가 멈춰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은 과거 현대미술의 주축인 모더니즘 미술을 파괴하지 못했고, 여전히 모더니즘의 아이디어를 잊지 못한다. ‘순수 미술의 죽음은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미적 가치의 파괴로 귀결된다. 이렇다 보니 현대미술은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오늘의 현대미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정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현대미술은 정답 없는 물음의 연속이다. 그래서 미술은 어렵지만 참으로 매력적인 분야다.

 

 

 

 

 

Tri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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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7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8 08:06   좋아요 1 | URL
요즘에 나오는 미술은 과거를 조금씩 모방하고 있습니다. 작품들을 잘 살펴보면 과거에 시도했던 방식이 보여요. 그래서 고전을 비틀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

2020-02-01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02-01 17:50   좋아요 0 | URL
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metarkr님이 언급한 문장은 책에 있는 문장이 아니에요. 인상주의 미술이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혁명적인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 제가 쓴 문장입니다. ^^

2020-02-02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0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 - 세속과 신성의 두 얼굴, 검은색에 대하여
존 하비 지음, 윤영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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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白鷺)야 가지마라.

성난 까마귀 흰빛을 세울세라.

청강에 좋이 씻은 몸 더럽힐까 하노라.

 

    

 

포은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었다는 이 시조는 옛 선비들의 정결한 마음을 알 수 있다. 선비가 명리를 다투는 곳에 들어가면 깨끗한 깃털을 더럽히고 선비의 이름을 다치게 된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까마귀는 시커멓다. 속도 겉도 검은 까마귀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어려웠다. 지금의 까마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옛날에는 상당히 신비한 새로 인식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까마귀는 예언의 능력을 갖춘 예언의 신 아폴론(Apollon)의 성조였다. 아폴론의 까마귀는 원래 검지 않았다. 그런데 까마귀의 거짓말이 아폴론에게 발각되었고, 분노한 아폴론은 까마귀의 깃털을 새까맣게 만들었다.

 

우리는 색과 더불어 산다. 아니, 색에 꼭 붙어산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지 싶다. 어디를 봐도 색이 아닌 건 없다. 색으로 건물을 평가하고 옷을 평가하고 사람을 평가한다. 각기 다른 색에는 특유의 감정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토록 황홀한 블랙(위즈덤하우스, 2017)은 색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 주관적이고 문화적인 산물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검은색이 현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 될 때까지 서구사회에서 얼마나 천대받는 색이었던가를 추적했다. 검은색의 역사가 이리 방대했던가.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서술 방식을 소화하기 힘들긴 하지만, 검은색의 억울한 사연(?)을 알기 위해선 천천히 읽어야 한다.

 

아직 색이냐 아니냐?’로 논쟁을 벌이는 것이 검은색이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색,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색. 검은색의 정체는 모호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검은색은 색이 아니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검은색을 아무것도 없는 공간 상태, ‘()’의 실체를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검은색은 어둠의 색깔이다. 검은색은 죄의식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기독교가 등장하기 전에는 속죄로 말끔히 제거할 수 있는 죄의 얼룩으로 비유했다. 기독교가 지배적인 종교로 부상하면서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이원론적 교리가 정립되면서 검은색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기독교가 설정한 악마는 보통 검은색이다. 피부가 검거나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검은 피부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기독교의 선악 이분법을 제멋대로 버무려서 만들어진 위험한 도그마(dogma). 기독교는 인간의 원초적 죄의식을 부각해 왔다. 그래서 기독교 설교자들은 아프리카인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그들을 죄악의 살아 있는 증거로 봤다. 검은색의 부정성이 강조될수록 아프리카인에 대한 경멸적인 시각이 형성되었다. 미국의 흑인은 건국 초기 아프리칸(African)’이라고 불렸다. 노예제도가 심화하면서 니그로(negro, 깜둥이)’라는 경멸적 단어가 보편화했다.

 

권력과 지위를 가진 남성들이 검은색 옷을 시작했다. 검은색 옷은 정치적 권력의 상징이 됐다. 무솔리니(Mussolini)와 그의 친위부대원들이 검은색 유니폼을 입기 시작하면서부터 검은색은 이탈리아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색깔이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자 옷에서 검은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가려져 있던 검은색을 클래식 패션코드로 끌어올린 디자이너가 바로 코코 샤넬(Coco Chanel)이다. 1926년 샤넬은 지나친 장식을 덜어낸 과감하고 단순한 디자인으로 리틀 블랙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녀는 옷을 입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도록 했고, 오히려 여성의 우아한 매력을 더욱 돋보이도록 만들었다. 세련된 옷을 원하던 여성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미국판 <보그>는 리틀 블랙 드레스를 세상 사람 누구나 입게 될 옷이라고 소개할 정도였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 전달된 정보를 가장 신뢰하지만, 인간의 시각적 능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색깔이라도 보이는 것에 대한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반응이 다른 이유는 색깔에 대한 저변의 지식이나 경험의 차이일 수 있으며 색깔에 대한 감정의 기복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검은색은 억울하다. 어둡다는 이유로 색깔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다른 색깔들보다 더 천대받고 공격당했으니까. 검은색은 죄가 없다. 문화적 의미와 편견으로 덧칠해온 우리가 잘못했다. 못난 인간의 곁에 있어준 검은색에게 정말 미안하드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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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5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5 20:29   좋아요 0 | URL
흑백 사진이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유니크한 매력이 있어요. ^^

꼬마요정 2017-07-1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검은색 좋아합니다. 세련된 느낌이에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달까요... 까만색의 역사가 참으로 고달픕니다.

cyrus 2017-07-15 20:33   좋아요 0 | URL
검은색 때문에 피해를 많이 받은 존재가 동물입니다. 불길한 검은색을 띠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받고,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하라 2017-07-1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깔이 경멸의 뜻으로 전이된 것이 신기하군요 종교적으로 까지 인식되고 악용된 것도 그렇구요

cyrus 2017-07-15 20:35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보면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무섭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감은빛 2017-07-1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덧이름 감은빛이 순 우리말로 ‘윤기나는 검은색‘이라는 뜻이죠.

검은색은 무정부주의를 상징하는 색이라 좋아해요.

가만보니 제 옷 중에도 유독 검은색 옷이 많네요.

cyrus 2017-07-17 11:34   좋아요 0 | URL
처음에 제가 감은빛님의 글을 읽었을 때 이름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감미로운 은빛‘. ㅎㅎㅎ
 

 

 

죽은 모리아티가 라이헨바흐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1, 2017713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9457819

 

    

 

1부의 글에서 홈즈의 숙적 모리아티 교수의 정체와 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가설을 소개해봤다. 2부는 모리아티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록(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록(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회고록(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회상록(엘릭시르, 2016)

 

 

    

 

모리아티는 홈즈의 도플갱어(Doppelgänger).

 

 

홈즈와 모리아티의 외모를 비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홈즈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에 왓슨이 홈즈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 나온다.

 

 

 

 

 

 

 

 

 

 

 

 

 

 

 

 

 

 

 

 

 

 

 

 

 

 

 

 

 

* 셜록 홈즈 전집 1 : 주홍색 연구(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3 : 주홍색 연구, 네 명의 기호(시간과 공간사, 2002)

* 진홍색 연구(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1 : 주홍색 연구, 네 사람의 서명(현대문학, 2013)

* 주홍색 연구(코너스톤, 2016)

* 주홍색 연구(엘릭시르, 2016)

    

 

키는 6피트가 넘었지만 너무 말라서 6피트보다 더 커 보였다. 그의 두 눈은 남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이 날카로웠다. 홈즈의 가느다란 매부리코는 그가 항상 경계하고 있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다. 그의 턱 역시 결단력이 있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듯이 돌출되어 있었고 각이 져 있었다. (주홍색 연구중에서, 정태원 역, 26)

 

6피트는 180cm 이상.

    

 

홈즈는 누구를 경계하고 있었을까. 홈즈가 두려워하는 인물, 모리아티 교수다. 홈즈는 왓슨을 만나기 전부터 또 하나의 자신모리아티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가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범죄를 일으킬까 봐 두려워했다.

 

 

 

 

 

 

 

 

시드니 패짓이 그린 모리아티의 모습은 늙은 홈즈를 연상시킨다. 홈즈와 모리아티가 서로 대치하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보자. 이 두 사람은 마른 체형, 움푹 들어간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비상한 두뇌를 가진 것까지 서로 이상하리만치 닮았다.

 

 

 

 

 

 

 

 

 

 

 

 

 

 

 

 

 

 

 

* 다케루베 노부아키 판타지의 주인공들(들녘, 2000)

* 구사노 다쿠미 환상동물사전(들녘, 2001)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상상동물 이야기(민음사, 2016)

 

 

 

도플갱어 현상을 경험한 사람은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미신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미신에 의하면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과 닮은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정신의학에서는 도플갱어를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생기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자기상 환시(Autoscopy)라고 한다. 자기상 환시에 시달리면 육체적 · 정신적 피로에 시달린다. 피로를 풀기 위해 알코올 또는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할수록 더 피로해지고,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환각 증상을 경험한다.

 

홈즈는 약물 중독자. 사건 의뢰가 뜸할 때 코카인이나 모르핀을 팔뚝에 찌른다. 네 개의 서명(The Sign of Four)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으로 시작된다. 홈즈가 7%의 코카인 용액이 있는 주사기를 혼자서 투약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 셜록 홈즈 전집 2 : 네 사람의 서명(황금가지, 2002)

* 네 개의 서명(문예춘추사, 2012)

* 네 사람의 서명(코너스톤, 2016)

* 네 사람의 서명(엘릭시르, 2016)

    

 

셜록 홈즈는 벽난로 선반 구석에서 병을 내리고, 예쁜 모로코 가죽 케이스에서 피하 주사기를 꺼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여 주사기에 약을 채우고, 정교한 바늘 끝을 다듬고 나서 셔츠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한순간 생각에 잠긴 그의 시선이 수많은 주사 바늘 자국으로 뒤덮인, 힘줄이 불거진 팔뚝과 손목에 쏠렸다. 이윽고 날카로운 바늘 끝을 피부에 푹 찌르고 작은 피스톤을 누르더니 만족스런 한숨을 길게 내쉬며 벨벳을 씌운 긴 의자에 깊숙이 파묻었다. (정태원 역, 205)

    

 

홈즈는 무료할 때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약물을 즐긴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모리아티에 대한 검고 깊은 두려움을 떨쳐내려고 약물에 손댔고, 결국 심각한 중독 수준에 이르고 말았다. 홈즈는 도플갱어의 미신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과학적인 현상을 무시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였던 홈즈도 자신 주변을 배회하는 죽음의 그림자를 두려워했다. 홈즈는 피할 수 없는 파멸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모리아티를 직접 쓰러뜨리는 것.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분신과의 혈전을 치르기 위해 왓슨과 함께 런던을 떠나게 되고, 고심 끝에 홈즈가 선택한 결전 장소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 폭포.

 

내 주장에 대한 다음과 같은 반론을 예상할 수 있다.

 

 

모리아티가 정말로 홈즈의 도플갱어라면, 홈즈를 아주 완벽하게 닮은 모습이어야 한다. 그런데 모리아티는 홈즈보다 나이가 많다. 그리고 홈즈와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 (리더스북다이제스터)

 

 

흔히 도플갱어라면 닮은 정도가 거의 완벽한 쌍둥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 자신의 미래 모습을 닮은 영혼을 만나는 것도 도플갱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1세의 괴테8년 후 자신의 모습을 닮은 영혼을 만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괴테가 정확히 8년 후에 세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괴테는 도플갱어의 저주를 피했고, 83세까지 장수했다. 괴테의 사례를 볼 때, 모리아티는 홈즈의 미래 모습과 흡사한 도플갱어이며 홈즈도 도플갱어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도플갱어는 인간의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이다. 그렇다면 영혼을 잃은 육체나 다름없는 홈즈가 가까스로 살아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말로 모리아티가 폭포수 아래로 추락해서 사망했다면, 홈즈는 두 번 죽는 상황이 된다.” (시이쏘우)

 

 

홈즈와 모리아티는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싸웠다.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두 사람이 동시에 절벽 아래로 추락했다.

 

 

 

 

두 사람이 껴안은 상태로 떨어지는 중에 모리아티는 홈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비로소 완전한 영혼을 가진 홈즈는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느꼈다. 도플갱어로서의 위력이 상실된 모리아티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위기에서 벗어난 홈즈는 필사적으로 절벽을 기어올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빈 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 참조)

 

 

 

 

 

 

 

 

 

 

 

 

 

 

 

 

 

 

 

 

 

 

 

 

 

 

 

 

 

 

 

 

 

 

* 더 레이븐 :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RHK, 2012)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민음사, 2013)

* 붉은 죽음의 가면(더스타일, 2013)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코너스톤, 2015)

* 포 단편집(지만지, 2015)

    

 

 

도일은 근대 추리소설을 확립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영향을 받아 셜록 홈즈를 만들어냈다. 코난 도일이 모리아티를 홈즈의 도플갱어로 설정했다면,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포의 윌리엄 윌슨을 참고했을 것이다. 윌리엄 윌슨은 생년월일과 외형이 똑같은 2의 윌슨을 알게 된다. 그런데 화자로 설정된 진짜 윌슨은 악인이고, ‘2의 윌슨은 선인이다. 화자는 2의 윌슨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낸다. 실제로 도일은 유령, 심령술을 진지하게 믿었다. 그는 신비한 초자연적 현상에 쩔쩔매는 인간홈즈의 모습을 한 번쯤은 묘사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모리아티는 홈즈의 죽음을 겨냥해 만들어진 초자연적 존재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 러브크래프트 전집 1(황금가지, 2009)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현대문학, 2014)

 

 

글의 제목은 러브크래프트크툴루의 부름에 나오는 고대 주문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문은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판글루 글루나파 크툴루 르뤼에 가나글 파탄. 죽은 크툴루가 그의 처소 르뤼에[리예]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모리아티와 크툴루는 지배자의 위치에 있는 막강한 캐릭터다. 모리아티는 범죄의 나폴레옹이라면 크툴루는 위대한 옛 존재(Great old one)’이다. 그런데 이 최종 보스급인 두 캐릭터가 죽는 과정은 안습 그 자체. 그렇지만 이들은 언제든지 부활할 수 있다. 라이헨바흐 폭포수 속에 잠들었던 모리아티는 백 년이 지난 후에야 눈을 뜨는 데 성공했다. 그는 셜록의 강력한 적수 짐 모리아티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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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4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4 18:14   좋아요 1 | URL
아동용 번역본에는 홈즈의 약물 중독에 대한 언급이 없을 것이다. 저도 홈즈의 약물 중독을 처음 알았을 때 충격 받았습니다. 순화된 ‘아동용 홈즈’에 익숙해지다가 까칠한 ‘성인용 홈즈’를 만나니까 기분이 묘했습니다. ^^;;

레삭매냐 2017-07-1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토믹 블로든 개봉에 즈음해서 제임스 매카보이(!)
의 프로필을 뒤지다가 작년에 나온 <빅터 프랑켄슈타인>
이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모리아티를 보고 어찌나 반가웠는지요.

리뷰하고는 별로 관계 없는 내용입니다만.

cyrus 2017-07-14 18:19   좋아요 0 | URL
홈즈와 아르센 뤼뺑이 같이 나온 이야기가 나왔듯이(도일은 그걸 싫어했지만) 홈즈를 다른 작품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홈즈가 드라큘라와 크툴루를 만나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
 
수학기호의 역사 - 상징의 기원을 탐구하는 매혹적인 여정
조지프 마주르 지음, 권혜승 옮김 / 반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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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에 배운 수학은 수능시험만 치르고 나면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이공계 전공 학부생이 아니라면, 사칙연산을 제외한 고난도 수학 문제를 풀 일은 다시없을 것이다. 학창시절 수학에 진절머리 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수학하면 복잡한 수식, 암기해야 할 정리, 그래프 따위를 떠올린다. 수학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에게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수학이 고도로 추상적인 대상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기호다. 말하자면 사과 두 개에서 ()’라는 표현은 수이고, 이것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 ‘2’이다.

 

숫자와 사칙연산 기호는 어느 순간 완전한 형태로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기호가 모두 수백 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채택된 것이다. 수학기호의 역사(반니, 2017)는 교과서에 갇혀버린 수학기호와의 교감을 시도한 책이다. 교과서에 갇혀버린 수학기호는 현실과 괴리된 내용이다. 기호만 봐도 현기증이 난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외우고는 넘어간다. 하지만 수학기호의 역사에 소개되는 수학기호는 독자들을 골머리 썩게 하지 않는다. 알고 보면 수학기호는 그 시대의 사고방식과 필요의 산물이다. 저자는 수학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영역, 대수와 기호를 연관 지어 독자들을 수학의 세계로 이끈다.

 

대수 또는 대수학은 수나 수학 법칙을 문자로 나타내는 수학의 기초 분야. 대수는 수학의 발생과 함께 시작되었다. 바빌로니아, 이집트, 중국, 그리스 등의 고대 수학에서는 기호가 사용되지 않았다. 그때는 간단한 계산에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숫자만 있었을 뿐이다. 고대의 숫자는 수의 크기가 커지면 복잡해지고 쉽게 알아보기도 힘들다. 수학자들은 자주 반복되어 사용된 수학 개념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기호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런데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숫자 체계에 거의 비슷한 인도 숫자가 유럽에 정착되기까지 3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을 흘려보냈다. 유럽인들의 발상 전환 속도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0’의 존재 때문이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0을 쓰고 있지만, 과거의 0미친 존재감이었다. 유럽인들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0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기호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수사적 서술방식으로 수학 개념이나 공식을 표현했다. 말 그대로 수학 공식이나 계산 법칙을 장황한 문장으로 풀어쓴 것이다. 인간이 수학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발전시켰던 이유는 다름 아닌 구체적인 현실의 필요성 때문이다. 수학기호도 이런 필요성 때문에 생겨났다. ‘+, -, x, ÷, =’와 같은 친숙한 기호들은 15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연산 기호의 형태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모양이 달랐다. 초창기의 연산 기호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다. 독일의 수학자 요하네스 비드만(Johannes Widman)1489년에 쓴 책에 ‘+’를 처음 소개했다. 그런데 그가 사용한 ‘+’는 우리가 생각하는 더하기를 의미하지 않았다. 비드만이 ‘+2’라고 썼다면, 그것은 기대한 것보다 2가 더 많다라는 뜻이 된다. 뺄셈 기호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18세기까지 표준화된 뺄셈 기호는 존재하지 않았다. 데카르트(Descartes)는 철십자 모양의 빼기 기호를 썼다. 데카르트가 왜 종교적인 상징을 뺄셈 기호를 사용하였는지 이유가 분명하지 않지만, 수많은 수학자는 자기가 편한 대로 생각하면서 기호를 사용했다.

 

수학에 공포를 느끼는 분들에게는 전혀 상상이 가지 않을 테지만, 이 책을 읽으면 수학이 지극히 인간적인 학문임을 느낄 수 있다. 수학이 외형적으로는 참인 명제만을 다루는 논리적인 학문이지만 그 명제를 만들어 내는 수학적 활동은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다. 수학과 관련된 문제를 접할 때 누구나 낯설고 어렵기 마련이다. 수학기호를 처음으로 접한 수학자들의 심정이 수학 문제를 접한 우리들의 심정과 비슷했다. 누구도 밟지 않은 눈 쌓인 길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걷는 마음으로 수학기호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 차분한 마음으로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고 나면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수학자 에릭 템플 벨(Eric Temple Bell)혼란스러운 용어나 다름없는 수학기호를 고통스럽게 생각했던 고대인들의 마음을 이해했고, 그들의 끈기 있는 참을성에 존경을 보냈다. 그렇게 볼 때 수학기호는 우리가 편하게 셈을 할 수 있도록 수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꾸준히 변화되었다. 수학기호는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어려운 존재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씩 성장한 좋은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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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3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4 15:13   좋아요 0 | URL
저는 나름 수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점수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모의고사 수리 영역 평균 점수대가 50~80점 사이에 머물렀습니다. 못 하면 50점대, 잘해봤자 80점 턱걸이. 이렇게 해서 나온 수능시험 수리영역 점수가 27점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가 없고, 짜증납니다. ㅎㅎㅎ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일찍 종영한다. 드라마 작가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극을 끝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극 전개 과정에 깔아놓은 복선이 종영을 앞두고 허무하게 풀려버리고, 황당하게 끝을 맺는다. 급하게 결말을 짓다 보니 이야기가 흐지부지되고 극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이런 경우를 소드마스터 야마토라고 부른다.

 

 

 

 

 

 

 

 

 

 

 

 

 

 

 

 

 

* 마스다 코스케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5(대원씨아이, 2009)

 

    

 

소드마스터 야마토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의 한 에피소드에서 유래된 말이다. 에피소드의 주인공 유메노 카게라(국내판 이름은 오로지 꿈마니’)는 잡지에 만화 소드마스터 야마토를 연재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여러 가지 사정에 부딪히는 바람에 만화를 완결한다. 작가는 결말을 내기 위해 막강해 보이던 최종 보스를 죽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급하게 결말이 나는 망작(망한 작품)’을 비꼬아 말할 때 소드마스터 야마토를 언급한다.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록(황금가지, 2002)

* 셜록 홈즈 전집 6 : 셜록 홈즈의 회상(시간과 공간사, 2002)

* 셜록 홈즈의 회상록(문예춘추사, 2012)

* 주석 달린 셜록 홈즈 2 : 셜록 홈즈 회고록(현대문학, 2013)

* 셜록 홈즈의 회고록(코너스톤, 2016)

* 셜록 홈스의 회상록(엘릭시르, 2016)

    

 

 

코난 도일마지막 사건(The Final Problem)망작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지만, 작품의 충격적인 결말은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결말로 볼 수 있다. 마지막 사건의 결말은 홈즈 시리즈를 즐겨 읽은 독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 작품에서 홈즈가 숙적 모리아티 교수와 격투 끝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소설이 1893<스트랜드 매거진>에 공개되자마자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영국 독자들은 홈즈의 죽음에 울었고 분노로 들끓었다. 마지막 사건발표 이후 수천 명의 <스트랜드 매거진> 구독자들이 구독 취소를 했다. 한 독자는 도일에게 홈즈의 부활을 염원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홈즈를 좋아하는 미국 독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도일에게 항의하는 편지를 보냈다. 독자들의 성화를 이겨내지 못한 도일은 1903년 홈즈가 살아서 돌아오는 내용의 빈집의 모험(The Adventure of the Empty House)을 발표한다.

 

도일은 자신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준 홈즈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는 홈즈 시리즈 집필을 그만두고, 완성도 높은 역사소설을 쓰고 싶어 했다. 도일은 홈즈를 죽일 결심으로 홈즈에 대적할만한 악의 제왕모리아티 교수를 등장시켰다. 소설을 잘 읽어보면 모리아티 교수가 도일이 급하게 만든 악당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홈즈와 모리아티가 죽는 극적인 장면이 허술하다.

 

모리아티 교수는 최후의 결전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홈즈가 오기를 기다린다. 비열한 악당이라면 무기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홈즈를 쓰러뜨리기 위한 무기도 없이 그냥 맨주먹으로 싸운다. 홈즈 연구가들은 모리아티의 죽음을 의심한다. 경찰이 물 위에 떠올라야 할 모리아티의 시체를 건지지 못한 점 등의 이유를 들어 모리아티도 살아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가도 있다.

 

소드마스터 야마토식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한 연구가들은 지금도 모리아티의 정체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기상천외한 내용의 가설들을 대화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가설은 황당한 것도 있는데, 놀랍게도 실제로 공식 발표된 것들이다.

    

 

* 머니데이 :

모리아티는 살아 있어. 홈즈는 죽었고, 그의 역할을 모리아티가 대신한 거야. 왓슨은 모리아티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홈즈로 분장한 모리아티를 알아차리지 못했어.

 

* 곰곰심각하는발 :

모리아티는 그야말로 불멸의 존재. 그는 드라큘라 백작이어서 죽을 수가 없어.

 

* 가을호랑이 :

말도 안 되는 소리! 모리아티는 홈즈가 꾸며낸 가상 인물이야. 홈즈는 탐정 일을 그만두고, 런던을 떠나 어딘가에서 혼자 지내고 싶었어. 그래서 왓슨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잠적한 거야.

 

* 오락방 :

왓슨은 홈즈가 해결한 사건의 경과를 기록해서 책으로 발표했어. 왓슨이 자신의 책을 더 많이 팔려는 욕심에 모리아티가 등장하는 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쓴 게 아닐까?

 

* mureka00 :

홈즈는 모리아티 교수를 죽이는 데 실패했어. 그는 모리아티의 계략에 속았어. 실은 홈즈가 폭포에 떨어뜨린 사람은 모리아티가 아니라 그의 친척이거나 부하였어.

 

 

 

 

 

 

죽은 모리아티가 라이헨바흐에서 꿈꾸며 기다린다 (2)

http://blog.aladin.co.kr/haesung/945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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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7-1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저양반들ㅋㅋㅋㅋㅋㅋ

cyrus 2017-07-13 18:31   좋아요 0 | URL
혹시 syo님이 아시는 분들인가요? ^^

syo 2017-07-13 21:01   좋아요 1 | URL
평소에 제가 흠모해 마지않는 분들이십니다. 과연 이름에 걸맞는 고견들을 제시하시네요.

2017-07-13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13 18:31   좋아요 1 | URL
뭔가 비슷하게 보셨다면 기분 탓입니다. ㅎㅎㅎ

겨울호랑이 2017-07-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호랑이 공식에 공감 하나 추가요^^: ㅋㅋㅋ

cyrus 2017-07-13 18:33   좋아요 1 | URL
진짜가 나타났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