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생애 에버그린북스 10
로맹 롤랑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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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떤 시작
어느 해 1월 1일, 나는 첫 책으로 토마스 베른하르트가 글렌 굴드를 소재로 쓴 《몰락하는 자》를 읽으며 시작했다. 책을 통해서 들을 수 없는 글렌 굴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공기 중에 풀어 놓고, 읽고 자고 걸었다. 풋~하며 웃을 수도, 너무 진부하다고 놀릴 수도 있지만 당시 나는 꽤 비장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홀든 콜필드가 애지중지 레코드 판을 들고 한겨울을 통과해 가듯 더 이상 어리지도 않았지만 그랬다.
Memento Mori, 내겐 그런 의미에 시작이었고, 독서였다.

내가 로맹 롤랑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를 읽으면서 부터다.(http://blog.aladin.co.kr/durepos/7574755).
이 책에서 슈테판 츠바이크가 로맹 롤랑의 인품과 사회 참여에 내내 경의를 표했던 게 인상 깊었다.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를 읽으며, 두 사람 다 글쓰기와 기록에 대해 동일한 이상(理想)과 가치관을 공유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인류애. 아래 머리말을 보며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은 어제 살아있던 저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있다(그러나 어제의 저 사람들은 내일을 살아 갈 사람들에게 오히려 한층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27년 3월 머리말 중, p 7~8


최근 읽게 된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같은 취지에 말을 했었다. 훌륭한 작가들은 다 이런 소양을 보여 준다.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역사적 인물 기록에 열정을 쏟은 로맹 롤랑은 특히 ˝영웅˝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베토벤, 미켈란젤로, 톨스토이의 전기로 유명하다. 그러한 열정으로 쓴 《장 크리스토프》>(1904~1912)는 프랑스 `로망 플뢰브(roman fleuve:대하소설)`의 시초가 되었다. 재밌는 것은 베토벤과 미켈란젤로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열렬히 사랑했다는 점이다.

1903년 무명의 출판사에서 나온 《베토벤의 생애》 인기에 로맹 롤랑도 놀라워했는데, 책을 읽으면 대중의 반응에 수긍이 간다. 베토벤의 강렬한 작법 만큼 로맹 롤랑의 문체도 그렇다.

 

나는 사상이나 힘으로 승리한 사람을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내가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직 마음으로써 위대하였던 사람들뿐이다.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위대한 사람의 하나, 바로 우리가 여기에 생애를 이야기하려는 그 사람(베토벤)이 말한 것처럼. ˝나는 선 이외에는 아무것도 탁월의 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1812년 7월 17일)˝ 인격이 위대하지 못한 곳에 위대한 사람은 없다. 위대한 예술가도 위대한 행동가도 없다. 다만 비루한 대중이 받드는 공허한 우상이 있을 따름이다. 시간이 그들을 모조리 없애 버린다. 성공은 우리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참으로 위대함이 중요한 것이요, 위대하게 보인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03년 1월 머리말 중, p 12~13



1913년 아카데미 문학대상을 받은 《베토벤의 생애》는 그간 내가 읽었던 음악가들에 대한 기록만큼 인상깊었다. 토마스 베른하르트 《몰락하는 자》(소설, 1983년 프레미오 몬델로 상), 미셸 슈나이더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에세이, 1989년 페미나 바카레스코 상)도 그랬고, 미셸 슈나이더 《슈만, 내면의 풍경》도 작년 1월에 두근거리며 봤다.
최근 국내 소개된 앙드레 지드가 쓴 《쇼팽 노트》도 무척 읽고 싶다!

"책들은 책들 자체의 운명을 가진다˝ - 시인이며 문법학자인 테렌티아누스 마루스의 격언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1927년 머리말 중, p 6



책들은 책들 자체의 운명을 지닌다...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 서문에서도 나왔던 말인데, 기원이 누구고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작품은 없고 텍스트가 있다`는 데리다의 `상호텍스트성`(독자와 텍스트 간의 끝없는 교류)은 부정적인 뜻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보면 `집단지성`이라고 봐야 할까.
음표 같은 느낌들을 따라 나는 책으로 들어 갔다.



1. 베토벤이 영웅이 되기 까지
• 음악의 힘을 자기 힘으로
아버지가 가혹하게 베토벤을 클라브 생(피아노의 전신)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거나 바이올린과 함께 방안에 가두기도 했지만, 그는 음악을 싫어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모차르트 아버지와 비교해보면 학대에 가까운 환경이었는데....

• 구두쇠이자 거드름쟁이라는 오해
베토벤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아버지와 생활고 때문에, 그는 열한 살에 극장 오케스트라 일원이, 열세 살에 오르가니스트가 되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로 인해 베토벤은 열일곱 살 때 두 어린 동생의 교육까지 맡으며 가장이 되었다.
베토벤 말년엔 로시니와 이탈리아 가극이 선호되어 음악계에서 밀려났고, 연주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귓병은 악화되었으며, 작품 주문은 형편없었다. 폐병으로 죽은 동생의 아들 카를 양육권 소송과 연금 소송에도 시달렸으나 돌아온 건 조카 카를의 반항과 상심 그리고 병세뿐이었다.

• 신체 악조건에도 오로지 음악
베토벤은 천연두로 근시가 되었다. 그래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안경을 써야 했고 그의 매서운 눈매는 신체 영향도 고려되어야 한다.(p46 각주 참조)
그의 귓병도 많이 회자되는데, 1796년부터 시작되었다. 1796년 이전의 것은 작품 1번 삼중주곡 셋밖에 없다. 즉 베토벤의 전 작품은 거의 귀가 어두워지고 난 뒤에 쓴 것이다.(p30 각주 참조)
음악가라는 자신의 직업과 적대자들을 생각해 자신이 귀머거리인 걸 숨길 수밖에 없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괴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남긴 여러 편지들에서 그 고통을 알 수 있다.
귀가 더욱 어두워진 만년에 그가 소리를 듣기 위해 애쓴 방법은 눈물겹다. 높은 소리를 듣지 못해 나무토막 한끝은 피아노 속에 넣고 또 한끝은 이빨로 물며 작곡을 했다.(p31 각주 참조)

• 과연 나폴레옹과 베토벤은 비슷한가
베토벤의 생김과 호방함을 나폴레옹과 자주 비교하는데, 실제 그는 나폴레옹 재위에 분노했고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내가 음악을 할 줄 아는 만큼 전쟁을 할 줄 모르는 것이 매우 유감이다. 나폴레옹을 무찌를 수가 있을 터인데˝(p58)
그가 삶에서 가장 중요시 한 것은 ˝도덕˝이었다. 도덕심이 어찌나 강했던지 괴테에게까지 훈계를 해서 괴테가 베토벤을 꺼려 두 사람의 우정은 이뤄지지 못 했다ㅎ;; 괴테는 베토벤의 음악을 홀로 탄복하며 감상했고, 베토벤은 《파우스트》로 제10교향곡을 쓰려고 했다. 알다시피 제10교향곡은 베토벤 사망으로 미완성 스케치로 남았다.



2. 그리고
연말연시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 합창이 울려 퍼지곤 한다. 베토벤이 전 생애에 걸쳐 고민한 흔적이 이 곡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왜 그 곡이 합창의 형태였는지 이 책을 통해 당신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번역이 예스럽고 청소년 문고로 분류되어 홀대받는 것 같은데, 로맹 롤랑이 열정으로 쓴 이 책은 베토벤을 잘 전달해 주었다. 얇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가볍게 빌려 읽어 볼 만하다.

베토벤 말년에 조력자였던 안톤 쉰들러가 ˝베토벤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것은 자연의 법칙들이 아니고 자연의 그 기본적인 힘이었다˝고 하듯, 우리도 삶의 패턴 속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부단히 삶에 의지를 세워야 하리라. 베토벤처럼.



˝나의 나라는 공중에 있다(Mein Reich ist der Luft)˝
_ 베토벤이 프란츠 폰 브룬스비크에게 쓴 편지 중에서

http://youtu.be/zucBfXpCA6s



*
그림 자료 1)
요셉 단하우저(Josef Danhauser, 1805-1845)가 그린 베토벤의 임종(1827년 3월 26일) 스케치와 손(십자가를 들고 있다)

 

 

 


책 자료 2)
베토벤의 악보

 

 

음반 자료 3)
Jeremy Siepmann [Life & Works of Beethoven] 2CD가 있는데, 그의 생애와 함께 음악 작업을 주욱 훑어볼 수 있다. 음원사이트에 있으니 해설을 영어 듣기 공부 삼아 음악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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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1 0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하도 일때문에 시달려서 완전 방전상태인데,
시작을 책으로 들었다니..ㅎㅎㅎ역시.....^^..

하여간 알라디너 분들은의 책사랑이 과연 그 자체도 운명같아요 ~~~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 한곡 들어야 겠습니다..따 따 따 딴~~~~~

AgalmA 2016-01-01 07:49   좋아요 2 | URL
^^ yureka01님은 새해 첫 사진 찍으러 다니시기도 했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ㅎ;
사진 찍는 분들은 새벽빛을 특히 아끼잖습니까. 새해 빛은 더욱 그렇겠죠...밤새 베토벤 들었는데, 마음 다잡아라~~~하네요^^;;;

해피북 2016-01-01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agalma님은 그림뿐 아니라 클래식 쪽으로다 지식이 많으신거 같아요. 제게 부족한 부분을 모두 가지고 계신거 같아 부러운 아침 입니닷 ㅎ

AgalmA 2016-01-01 08:07   좋아요 2 | URL
관심을 가지면 계속 듣고 보게 되고 그만큼 쌓이고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지식이 많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예술 전반을 정말 사랑하긴 합니다! 공연 좇아다니고 음악 찾아 밤새우고...그 만큼 책을 덜 본 게 좀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알라딘 서재를 일찍 알았으면 지금보다 똘똘해졌을 텐데 말입니다ㅎㅎ;;

비로그인 2016-01-01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토벤의 음악에서 사랑이 느껴진다고도 하고 삶의 역경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도 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브람스와 비교를 하게 됩니다.
드라마틱한 인물, 200년도 더 넘는 세월 전의 외국인이 우리에게 음악을 통해 감동을 주
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집니다. 사랑과 역경 극복의 의지 둘 다라고 해야겠지요?

AgalmA 2016-01-01 19:02   좋아요 2 | URL
비평에서 흔히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엮어서 말하죠. 예술과 문학에서 훌륭한 작품들은 늘 그것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씨름하는 형세이더라는...작가 성향에 따라 에로스, 타나토스 비중이 더 커지는 것도 같고요.
최근에 브람스와 브루크너에 좀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했습니다. 말씀 참고할께요/

비로그인 2016-01-01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말러와 브루크너를 멀리하다가 브루크너를 좋아한 시기를 지나 이제는 말러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말러의 소심(?), 불안 등등에서 제 모습을 보기 때문입니다..

AgalmA 2016-01-01 21:55   좋아요 2 | URL
흔적님은 자기 분석, 치유에 정말 예민하고 치열하시다니까요. 사실 부서지고 모으고 하는 과정이 삶이겠지요~_~다 모르면 모른 채로 또...

에이바 2016-01-02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로맹 롤랑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였군요. 아직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몰락하는 자는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기네스님이랑 아갈마님 글을 읽고 더 읽고 팠는데 크게 연이 닿지 않네요. 올해에는 읽어야겠어요. 요즘 독서 계획을 좀 널널하게 세우고 있는데 또 빡세져서 지키기 힘들 것 같아여... 왜 도전의식이 이리 높아지는건지... 클래식 공부중이지만 요즘은 쇼팽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모차르트랑 라벨, 차이콥스키도 조금 듣긴 하는데 베토벤은 아직 안 듣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쇼팽 노트 정말 좋아요. 저는 일독에서 좌절했지만 아갈마님은 괜찮으실 거예요. ㅎㅎ

AgalmA 2016-01-02 16:44   좋아요 1 | URL
로맹 롤랑 다른 책은 어떤 지 모르겠는데, 번역이 옛스러우면 너무 고어체 같아져서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선지자 말투 같기도 해서;;
토마스 베른하르트 문체도 상당히 의식의 흐름기법이라 까다롭죠. 그나마 <몰락하는 자>가 내러티브가 좀 확연해서 토마스 베른하르트 접근으론 좋은 책이죠. 단편집이 가장 좋고^^
에이바님 책 목록보니 ㅎㄷㄷ 하던데요;;; 신간추천단이시면서 도전 따로 하시니 대단!!
저도 작년에 서재 시작하며 엄청 욕심냈는데, 점점 기력이 소진;; 에이바님 근력에 탄복합니다/

2016-01-28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 에서 정은우 작가가 독일 펠리칸 4001 블루블랙 잉크를 소개하는 사진 속에 내가 인도 갔을 때 썼던 수첩이 보여서 반가웠다.
수첩엔 내가 여행 전 빽빽이 메모했던 그 나라 언어가 남아 있었다.

해(年)는 वर्ष [살]이라고 발음했다.
시간(時間)은 समय; [간타]라고 발음했다.
빨리빨리 जल्दीजल्दी [잘디잘디]는 시장이나 기차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낯선 언어가 이해되는 걸 신기해 했을 뿐 현지에서 이 단어들을 실제 써 보진 못하고 돌아왔다. 내 것이 되지 않은 것들은 그렇게 쓰기가 어렵다. 그런데 타인을 어찌 다 이해할까.
가끔 그곳 꿈을 꿨다. 현실의 나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들이 꿈속에서 음악처럼 울렸다. 꿈속의 나는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며 뛰어가고 있었다.

만년필로 글을 쓰는 데는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정은우 작가 그림의`블루 블랙` 색감은 만년필로 그려 보고 싶게 한다. 《문구의 모험》 표지도 블루 블랙 잉크 색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좋을 그림》이 보는 문구 이야기라면, 《문구의 모험》은 듣는 문구 이야기다. 정은우 작가의 만년필은 일상과 먼 나라 풍경을 그리고 있었다. 《문구의 모험》에서 어떤 만년필은ㅡ흑심이 부러지면 사고 위험이 있는 연필 대신ㅡ우주로 날아갔다.
우주 만년필은 지구 만년필과는 퍽 다른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모두가 다른 필체를 가지고 있듯이.

쓰지 않은 글, 태어나지 않은 이미지를 상상한다.
그리고 사라진, 사라질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오래된 동전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2015년을 이렇게 끝내도 좋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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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해도 ..책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도 책 소개 잘 부탁드립니다. ^^..

AgalmA 2015-12-31 19:26   좋아요 1 | URL
처음엔 제가 읽은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감이라도 남기고 지나가자 싶었는데, 개인적 독서일기와 여기 리뷰를 동시에 쓰다보니 일이 점점 커져서 버겁고 부담스럽긴 합니다.
헌데 정말 좋은 책이다 싶으면 또 발동이 걸리고ㅎㅎ; 별점도 책 고를 사람 생각하다보니 제 취향으로만 별점을 주지 않게 되고 여러 모로 까다로운 일입니다. 여하간 좋은 책을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내년 yureka01님 책 소개도 기대합니다/

초딩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인도 ~ 저도 예전에 출장으로 북쪽이랑 남쪽에 꽤 오랫동안 있었어요 ㅎㅎㅎ
노이다 갔을 때 힌두어 단어 재미삼아 배운 것도 기억나네요 ㅎㅎㅎㅎ

AgalmA 2015-12-31 19:22   좋아요 2 | URL
전 북쪽만 주로 가서 남쪽 고야 이런 델 못 가서 아쉬웠어요. 가서 실랑이를 하며 여행했던 게 너무 피곤했는데, 다시 가고 싶긴 해요ㅎㅎ

초딩 2015-12-31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블루 완전 매력적이에요 !!!

AgalmA 2015-12-31 19:23   좋아요 2 | URL
초딩님도 블루 블랙 잉크와 만년필을 구매하셔야 겠습니다ㅎ

북다이제스터 2015-12-31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 한 해 감사합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2015-12-31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이바 2016-01-01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블루블랙 오랜만이에요. 많은 생각이 떠오르네요. 아갈마님의 인도 덕에 알라딘에 자리잡을 수 있었어요 ㅎㅎ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잘 부탁드려요. 복 많이 받으세요 ^^

AgalmA 2016-01-01 01:04   좋아요 1 | URL
에이~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에이바님의 멋진 글과 열정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2016년 에이바님 글을 흥미롭게 볼 수 있어 복 받은ㅎㅎ
작년 한 해 감사했어요!

2016-01-01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1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6-01-2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문구의 모험이 길을 떠났다고 한다 ㅡ

AgalmA 2016-01-22 16:57   좋아요 0 | URL
부러웡~ 부러웡~
전 지금 세계사 공부 중ㅜㅜ...맨날 하고 나서 이 힘든 걸 왜 하나 나를 원망ㅜㅜ
 

♪ Jónsi - Grow Till Tall
https://youtu.be/qgEQV94vRzg


● 올해

생각했던 목표치에 못 미쳐 아쉽다.

2015 새해 독서 계획 http://blog.aladin.co.kr/durepos/7330464에서

• 첫 번째 다짐.
질 들뢰즈 완독 계획은 질 들뢰즈 개론서 보다가 또 끝났다.

• 두 번째 다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완독 계획에서 1권 하나; 그것도 연말에 부랴부랴;

 

 

 

 

 

 

 

 

 

 

 

 

 



• 세 번째 다짐.
과학분야 20권 이상 읽겠다는 계획은 완독으로는 실패지만 읽으려고 한 시도로 보면 성공ㅎ; 다 읽지 못한 책 목록에 그래서 과학책이 많이 몰려 있다;;;

• 네 번째 다짐.
동양사상과 역사책 많이 보겠다고 책만 모으다 끝났다. 완독이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대문 앞까지만 가고 들어가지도 못한 기분이다.
내년엔 위안커 《중국신화사》상,하권이 날 기다리고 있다.
뭐, 정말이야, 정말? 네가 날 거기 보내겠다는 거니;_;)......그럼 저기 저 책 누가 읽어! 팔아?

 

 

 

 

 

 

 

 

 

 

 

 

 

 

• 다섯 번째 다짐.
알라딘 내 서재를 알차게 채워 나가겠다는 약속은 그래도 90% 이상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책에 대해서도, 작가들에 대해서도, 책을 읽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이 서재에 대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 덕분?에 서재의 달인도 되고, 다른 서재 최다 댓글쟁이 4위도 되고 그랬네; 소설을 썼더라면...

메모해 둔 걸 볼 수 없어서 아쉬운 대로 도서관 대출 이력과 알라딘 서재 달력을 하나하나 펼쳐보며 독서 기록을 확인했다. 200권 뭐 이렇지 않아 다행이었다;
2015년에 읽은 책들, 한 권 한 권 다 애정을 기울여 읽어서 1등을 가리고 싶지 않다.
내 노력과 시간을 함께 한 내 인생이기도 하니까.
몇몇 책 빼면 다 기대 이상으로 감격과 배움을 줬다.




● 내년
리뷰와 페이퍼 작성에 더 신중하려 한다. 아무리 해도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하아... 물 속의 물고기는 목말라 하지 않는데, 우린 늘 시간 속에 괴로워 한다.
처음 알라딘 서재 왔을 때 여긴 왜 이렇게 고요한가, 야호~~여보세요, 사람 없어요? 하고 돌아 다녔는데 이제 좀 이해된다. 도서관 정적이었어.
시작이 아까워서 미련하게 읽고 쓰는 일이 없도록 해야 겠다. 선택부터 책을 읽는 행위라고 할 때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한다. 호기심 가득해 좌충우돌하는 책의 청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지도...참, 난 애늙은이였지a;

내년 계획 중 확실한 것 하나,
올해 남겨 뒀던 《작가란 무엇인가 2》를 읽는 일이다. 내가 읽지 않았던 소설가들이 많아서 미뤘는데, 이 책 속 작가들 소설과 함께 읽어 나갈 것이다.
첫 작가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여야 한다.
읽기란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 뒤,
쓰기란 가장 나답게 나타내는 것. 내 목소리로.

둘, 전작 도전 하고픈 작가가 생겼다. 이 계획도 즐겁다.

 

 

 




● 아무튼
2015년 첫 번째 다짐부터~네 번째 다짐은 2016년까지도 계속 가져 갈 계획이 됐다.
시작한 거라도 있어서 가져갈 게 있다고 긍정해야 하려나...
과거의 내가 늘 함께 이듯 내가 읽는 책의 역사도 그렇게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안 읽었다고 나를 탓하지 않는다. `때`가 올 때도 있지만 내가 가는 `때`도 있으니까.
못 읽는다고 나를 닦달하지 않으려 한다. 채찍질보다 자기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게 더 성숙한 자세라 생각한다. 혼자 고투하는 독서와 공부는 늘 자기 격려가 필요한 일이잖은가.
내년에도 힘내, Agalma~ 당신도.





<2015년 나와 함께 한 고마운 책들>

• 인문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에피쿠로스 《쾌락》
윌리엄 라지 외 《모리스 블랑쇼 침묵에 다가가기》
니체 《도덕의 계보학 : 하나의 논박서》
함종호 《시, 영화, 이미지》(재독)
로버트 그루딘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
고쿠분 고이치로 《고쿠분 고이치로의 질 들뢰즈 제대로 읽기》
고병권 《언더그라운드 니체》
테리 이글턴 《악》
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
알랭 바디우 《사랑 예찬》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롤랑 르우크 《인간이란 무엇인가》
움베르토 에코 《전설의 땅 이야기》

(에세이)
슈테판 츠바이크 《어제의 세계》
허수경 외 《당신의 사물들》
커트 보네거트 《나라 없는 사람》



• 사회

지그문트 바우만 《액체근대》
조르조 아감벤 《호모 사케르》
김애란 외 《눈먼 자들의 국가》
우에노 지즈코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
앤서니 기든스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레나타 살레츨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불안들》
알랭 바디우 외 《인민이란 무엇인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타 《공평한가》
울리히 벡 《오늘도 괜찮으십니까》
슬라보예 지젝 외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이영직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



• 경제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장하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김수행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신승철 《욕망 자본론》
마토아 아키히로 《위험한 자본주의》



• 과학

칼 세이건 《코스모스》
미치오 카쿠 《마음의 미래》
스티븐 핑커 《언어 본능》
대니얼 카너먼 외 / 존 브룩만 엮음 《생각의 해부》
최준식 & 지영해 《외계지성체의 방문과 인류 종말의 문제에 관하여》
슈테판 클라인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닐 슈빈 《DNA에서 우주를 만나다》



• 예술

미셸 슈나이더 《슈만, 내면의 풍경》
세바스티앙 살가도 사진집 《Genesis》
이경희 《백남준 이야기》
니콜라스 쿡 《음악이란 무엇인가》
아니 코엔 솔랄 《마크 로스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천경환 사진에세이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이병률 사진 에세이 《끌림》(재독)
르 코르뷔지에 《사유들》
화이트 리뷰 《예술가의 항해술》
로맹 롤랑 《베토벤의 생애》
유병찬 《소리 없는 빛의 노래》
쥘리 마로 《파란색은 따뜻하다》
히메네스 라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의 사람들》
그 외 몇 권.


• 시

《김수영 전집 1》(구판/개정판 대조 재독)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재독)
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꿈 속의 꿈》
송재학 《진흙얼굴》(재독)
성동혁 《6》

이준규 《삼척》
리산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신용목 《아무 날의 도시》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송종규 《공중을 들어올리는 하나의 방식》
조연호 《암흑향》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제 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그 외...더...



• 소설

제임스 설터 《어젯밤》, 《스포츠와 여가》
필립 로스 《에브리맨》
미헬 파버르 《언더 더 스킨》

리처드 휴스 《자메이카의 열풍》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사드 《사드 전집 1: 사제와 죽어가는 자의 대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 《피아노 치는 여자》
조르주 페렉 《사물들》(재독)

조르주 바타유 《불가능》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커트 보네거트 《2BR02B》
토마스 드 퀸시 《예술 분과로서의 살인》
프란츠 카프카 선집 《꿈》
미셸 우엘벡 《복종》
리처드 브라우티건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장강명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안토니오 타부키 《꿈의 꿈》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글쓰기

다카하시 겐이치로 《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파리 리뷰 《작가란 무엇인가 1》, 《작가란 무엇인가 3》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
에세이 선집 《영원과 하루》




• 아직도 읽고 있는 책
ㅡ 읽다가 맥이 끊겨서 다시 읽어야 한다; 반 이상 읽은 건 너무 아깝다ㅜㅜ
이걸 다 읽으려 해도 1년은 걸릴 거 같은데ㅎㅎ;
내년 독서 목록이 이미 다 나온 건가;;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2016.1 완독)
에밀 뒤르켐 《자살론》
대니얼 데닛《직관 펌프 생각을 열다》
스티븐 켈러트 《잃어버린 본성을 찾아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체르노빌의 목소리》
다윈 《종의 기원》
에코 《중세 1》
맹자 《맹자집주》
사마천 《사기》
머레이 스타인 《융의 영혼의 지도》
카트린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존 러스킨 《존 러스킨의 드로잉》
정은우 《아무래도 좋을 그림》
제임스 워드 《문구의 모험》
존 스웨드 《마일즈 데이비스》
로베르토 무질 《사랑의 완성》
조에 부스케 《달몰이》
최은미 《목련정전》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알베르토 망구엘 《밤의 도서관》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미셸 푸코 《문학의 고고학》
아즈마 히로키 《존재론적 우편적》
애덤 샌델 《편견이란 무엇인가》
하름 데 블레이 《왜 지금 지리학인가》
데이비드 그레이버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교환과 가치, 사회의 재구성》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 , 《철학 수고》
헤겔 《정신현상학》
슈테판 클라인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눈먼 시계공》
존 브록만 《컬쳐 쇼크》
클리퍼드 픽오버 《한 권의 물리학》
닐 존슨 《복잡한 세계 숨겨진 패턴》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앙리 베르그손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켑틱》 시리즈
킵 손 《인터스텔라의 과학》
부르디외 《언어와 상징권력》
슬라보예 지젝 《시차적 관점》
칸트 《순수 이성 비판》
들뢰즈~ 들뢰즈~ 《의미의 논리》(2016.1 완독),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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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 그 외 수없이 서성이며 들춰 봤던 여러 책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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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2015-12-30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 목록을 보니 앞으로 제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읽어야 할 책은 여전히 산더미네요. 앞으로 구도자의 마음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 해 잘 마무리하세요^^

AgalmA 2015-12-30 11:18   좋아요 2 | URL
리뷰 보면 아무님은 참 꼼꼼하게 읽는 분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거 같아요. 저도 빨리 읽는 편은 아닌데, 올해는 알라딘 서재에 살다 보니 좀 많이 읽으려 한 거 같긴 해요. 역시 맹모삼천지교인가...
그런데 구도자 보다 구독자 아니셨습니까ㅎ 농담~
아무님도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반갑게 또 뵈어요/~

단발머리 2015-12-30 0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많이 읽으셨어요.
알라딘 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로 봐도 순위안에 들 수 있는 독서목록이예요.
어려운 책도 많아보이고... ㅎㅎ 제가 아는 책을 만났을 때의 이 기쁨^^
완전 멋지십니다. 내년에도 알찬 독서여행 하시기를......

AgalmA 2015-12-30 11:28   좋아요 1 | URL
알라딘 독서 기록 통계 보면 제가 사는 동네에서 구매도, 읽기도 상위 0.2%였는데...뿌듯하기 보다 외로움을 느꼈다는^^;; 책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구나, 힝 하면서... 도서관 신착도서들 목록 보면서 씁쓸해 하기도 했지만.
도전 정신이 워낙 강하다보니 어렵거나 말거나 가서 부딪히다 보니 펼쳐놓은 책이 많네요^;

단발머리님의 화려한 독서도 내년에 보겠네요. 같이 힘내 봐요^^

이름 2015-12-30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목록이 어마어마합니다! 전 거의 문학에 치우쳐 있어서 그런지 더 어마어마하게 보입니다. 내년에도 따닷하고 차갑고 난리법석인 독서를...!

AgalmA 2015-12-30 11:19   좋아요 1 | URL
이름님 올해 읽으신 책 중에 제가 다 못 읽었던 책 보여서 부러웠음요~

무슨 자랑거리로 내보인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어떤 분야를 얼마나 읽나 참고하시라는 뜻에서 올렸어요. 정리만 하자면 저혼자 보면 되죠. 사실 이렇게 공개한 게 전 좀 부끄러웠어요. 부족한 점도 확연히 보이니까.

난리법석ㅎㅎ ... 이름님도 난리법석 독서와 함께 내년에 또^^/

물고기자리 2015-12-30 1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년 목표에 전작 도전이 있네요. 저도 전작하는 거 정말 좋아해요. 한 사람의 관념을 이해하게 될 때 (수용하거나 긍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비추어주는 거울을 하나씩 발견하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책은 결국 사람이고, 타인과 나를 동시에 읽어가는 작업이 독서가 아닐까 싶거든요. 채우고 비우고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 좋은 질문들을 만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요ㅎ

알라딘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북플을 시작했는데, 반 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저도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아갈마 님이 열심히 말을 걸어주셔서 그에 응답하느라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볼 수 있었지요^^ 아갈마 님은 단순히 의견을 남기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듣고, 다시 반응하시는 분이니 그 엄청난 대화의 양을 볼 때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셨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 같은 성향은 엄두도 못 낼일이죠ㅎ) 실제 독서의 양도 만만치 않으시지만 아갈마 님이 소통하신 많은 분들과의 대화 역시 읽고 생각하기의 연장이셨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아갈마 님답게 즐독하시길 바랍니다ㅎ

동그란, 리본 달린 전구가 참 정겹고 예쁘네요^^

AgalmA 2015-12-30 18:24   좋아요 2 | URL
전작 도전은 물고기자리님 영향이 꽤 되죠. 오르한 파묵에 대한 그 열정!

제 전작 도전 작가 선정에 물고기자리님도 좋은 영향을 주셨죠. <체실 비치에서> 얼마 전에 샀거든요. 파란 빛이 정말 이쁩니다~

거울...책도 그렇지만 타인과의 대화도 늘 그런 역할이었죠. 말로 인해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우리 모두 다 애쓴 한 해 였습니다.
올해 물고기자리님 만난 일 제게도 참 행복이었어요. 고맙습니다. 친구가 되어 주셔서.

김도언 작가가 인터뷰에서 그러더군요. 책은 훈육과 지도하지 않고, 실제적 대응과 자율적 판단을 하게 하는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올해 마지막 글이라 예쁘장한 사진으로 좀 유쾌한 기분을 드리고 싶었는데 다행입니다 :)

blanca 2015-12-30 1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목록 어떻게 작성하셨어요? 저도 이제 엑셀 작업으로 정리 좀 해야 하나 이러고 있어요. 전작주의 하시고픈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집니다.^^ Agalma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galmA 2015-12-30 17:38   좋아요 1 | URL
제가 엑셀을 못 다뤄서ㅜ 그냥 분야별로 메모만 해 둡니다. 이동진 씨 엑셀 작업 얘길 듣고 저도 그래볼까 싶긴 했어요. 막상 귀찮기도 하고ㅎ;
전작에 대해선 내년 리뷰에서 같은 작가가 3번 이상 나오면 아시게 되겠죠^^
blanc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양철나무꾼 2015-12-30 15: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패이퍼 읽다가 나도 2016년 계획 세워보고싶어졌어요. 그러다가 난 원래 계획 자체가 무계획인 사람인지라... 걍 이대로 살기로 했어요
아갈마 님, 2015년 덕분에 행복했어요. 2016년에도 좋은글, 좋은 음악으로 친하게 지내보아요~^^

AgalmA 2015-12-30 17:3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뽐뿌에 <작가란 무엇인가> 읽기 시작한 기억이 나네요. 이 책 읽어서 그때 제 독서계획 줄기가 엄청 바뀐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척 좋은 책이어서 읽은 것에 기쁜 마음이 더 많았어요.
양철나무꾼님 유유자족 모습 보면 편안해지죠 :)
격려와 좋은 말씀 많이 나눠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네, 내년에도 재미나게 지내요 :)

북다이제스터 2015-12-30 19: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년 내내 함께 본 책 제목과 저자들이라 반갑네요. 내년에도 좋은 책으로 좋은 글 기대합니다. ^^

AgalmA 2015-12-30 23:05   좋아요 1 | URL
읽은 책들에 대해선 거의 모두 글을 남겨서 눈에 익으시죠^^
내년 북다이제스터님 책읽기 행보도 기대됩니다. 날로 발전해 가시는 게 눈에 보여서 더욱!

cyrus 2015-12-30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 독서계획을 점검하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애서가들은 매일매일 책 때문에 울고 웃으면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니까요. ^^

AgalmA 2015-12-30 23:06   좋아요 1 | URL
잠을 자면 다행이죠. 일 때문이 아니라 책 때문에 잠을 못 잔 게 더 많아서 정말 괴로웠던 날들도 많았네요ㅎ;
cyrus님 독서일람표가 저는 제일 궁금합니다ㅎ!

cyrus 2015-12-31 18:56   좋아요 2 | URL
저는 이상하게 읽고 싶은 책을 목록으로 정리하는 일은 좋아하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을 목록으로 정리해본 적이 없어요. 요즘은 책을 얼만큼 읽었는지 `알`고리즘이 알아서 해주니까 그걸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좋은 책들 많이 소개해주세요. ^^

해피북 2015-12-30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앗. 정말 다양한 책을 읽으셨군요. 그리고 ㅣ년간의 독서계획을 점검해보시는 모습도 멋지시고요. 내년에는 저도 점검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꾸벅. ㅎ

AgalmA 2015-12-30 23:30   좋아요 1 | URL
읽었던 책을 살펴보니 자연스레 점검이 되더군요. 해피북님도 정리하다 보면 그리 되실 걸요^^
내년에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니데이 2015-12-30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올해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네요, 날 추우니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연말과 좋은 새해 맞으세요^^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AgalmA 2015-12-30 23:1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잘 마무리하시길...

비로그인 2015-12-30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리가 깔끔하네요. 좋은 책들을 중심으로 읽으신 독서 이력이 눈에
띕니다.... 내년에는 더욱 나아진 읽기, 쓰기, 고민, 건강 등으로 힘차게
비상하시기 바랍니다...

AgalmA 2015-12-30 23:31   좋아요 1 | URL
계획을 세워놓고 자꾸 샛길로 빠지기도 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긴 했지만 계획의 최대 한계를 알게 된 것도 같아 성공 여부를 떠나 유익했습니다.
좋은 책이 너무 많아 힘듭니다^^;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제가 다른 서재에 댓글 많이 남긴 곳 중 흔적님이 공동1위 던데요! 상 주십시오~ㅎㅎ!(농담)
흔적님도 새해 맞이 뜻 깊으시길.

비로그인 2015-12-30 23:29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제 서재에 달린 댓글 1위가 압도적으로 agalma님이시지요. 어떻게 고마움
을 표해야 할지 생각했지요. 불균형이 너무 큰 것 같아 마음이 다소 무겁(?)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장소] 2016-01-05 0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다운 소감들 ㅡ격려와 다지는 의지들,또 돌아보기 잘 보고 느끼다 가요! ♡

AgalmA 2016-01-05 03:09   좋아요 1 | URL
밤에 피는 장미 같으신 분ㅎㅎ/ 미소 지으며 푹 잠드시길 :)

[그장소] 2016-01-05 10:56   좋아요 1 | URL
누구 땜에 놀라서 잠이 확 깼다죠!^^
아휴 ㅡ뭘로 복수혈전 을 하나 ㅡ이러고....!!♡
 

정의를 논할 때 흔히 절대와 상대를 끌어와 관념 문제로 만들지만, 내 생각에 정의는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실 문제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은 머리보다 현실(삶)에 더 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 타도˝는 그래서 공허한 구호가 되었다. 총선은 입법을 만들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각 지역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이 아니라 생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정치 철학은 처음부터 생활을 중요시했다.


무소속으로 버니 샌더스가 벌링턴 시장에 당선된 첫 승리에서...
˝이번 선거는 `교육`이 목표가 아니었다. 이기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선거운동은 이슈 중심으로 기획했고 버몬트의 최대 도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들, 시 행정부가 외면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할 때 종종 나라 전체가 돌아가는 사정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한편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지만, 어쨌든 벌링턴 시민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거의 온 힘을 집중했다. 시장에 출마했지 미국 상원에 출마한 게 아니니까. 벌링턴 시민은 내가 시장이 되면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지 알고 싶어 했다. 그게 바로 내가 다룬 이슈들이었다.˝

버니 샌더스 정치 스토리를 보다가 이재명 성남 시장 생각이 대번에 떠올랐는데, 이 책 추천글에 이재명 시장이 있어서 ㅎㅎ했다.


스키 타고 선거 운동 했던 랜디 메이저 일화에서 배낭 메고 선거 운동 했던 박원순 시장이 생각나기도 했다. 특이한 선거 운동으로 두 사람 다 매체 관심을 받았지만, 랜디 메이저는 재밋거리로 끝났다면 박원순 시장은 대중에게 진지하게 다가간 것이어서 재선할 수 있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정치 체제에서 버니 샌더스는 무소속의원으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 혁명을 바닥부터 개척했다. 그 행보와 성과가 미국과 비슷한 정치 형세인 한국 땅에도 널리 알려 졌으면 좋겠다.

˝민주사회주의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최고 부유층 15명이 하위 40퍼센트 국민보다 많은 부를 소유한 체제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것이며, 아이들의 급식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정부는 중산층과 빈곤층을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민주사회주의입니다.˝

˝지금은 소박한 꿈을 꿀 때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을 대다수 미국인들이 바라는 그런 나라로 만들 때가 됐습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려면 정치 혁명이 일어나야 합니다.˝

남의 나라 정치인이지만, 슬쩍 보기만 했는데도 내가 정치판에 뛰어 들고픈;;; 그가 노력한 정치 전략 보면 여기서도 시도해 보고 싶다. 이재명 시장은 이 책을 읽었을 테니 더 알찬 행정을 해나가겠지. 요며칠은 그가 시행하려는 무상 교복 정책을 중앙 정부에서 막아(사사건건 아주...) 고생하고 있던데, 잘 싸워 나가리라 본다.

입나팔 말고 진짜배기 행동파 정치인들이 한국에도 많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변화를 만들도록 해야겠지. 썩은 부위 욕만 할 때가 아니다. 불씨가 죽지 않게 하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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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부인 2015-12-29 0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정치판에 뛰어들고 싶고픈˝에 공감합니다. 최소한 내 지역 내 이웃을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않을 수 있지않을까, 라는. 야당의원들도 다 자기 밥그릇챙기기에 바뻐서..에공에공

AgalmA 2015-12-29 07:43   좋아요 0 | URL
요즘 정말 그런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고생이라고 해야 할 지; 가화만사성이라고 자기 집안 어지러우면 밖이 안 보이는 법이니 지역 발전이 중요하겠죠. 특히나 대도시 집중 현상으로 지역이 낙후되고 교육 기반이 약해져 더 보수화되는 걸 생각하면 중요한 문제죠. 문제는 썩은 정치꾼들인데...휴.

살리미 2015-12-29 06: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재명 시장님 잘 해나가고 있어요^^ 제가 사는 곳 시장님이라는^^
그런데 잘하는 지방 정부 칭찬은 못해 줄 망정 중앙정부가 너~~~무 방해를 하네요. 하는 짓거리보면 치졸하기 짝이 없어요. 이래서야 무슨 지방자치랍니까.

AgalmA 2015-12-29 07:31   좋아요 1 | URL
오~ 성남 시민이십니까! 부럽네요ㅎㅎ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얼마나 중앙정부 블로킹을 당하는지 이재명 시장이 여실히 보여줘서 배움의 산실 같은^^; 버니 샌더스 전략도 그런 게 있었죠. 국민들에게 민주당과 공화당 민낯 보게 만들기! 주민 복지도 복지지만 이재명 시장도 그런 뜻이 있죠^^ 사이다 같은 시장님이라고 날로 칭찬 상승~

북다이제스터 2015-12-29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더 이상 정당 정치가 아닌 정책과 공약 중심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AgalmA 2015-12-29 07:53   좋아요 2 | URL
그럼요^^ 공약 이행 제대로 안하면 불지옥 경험하게 퇴로도 차단하고ㅎ;

yureka01 2015-12-29 0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센더스..딱 주목되더군요...

마키아벨리 2015-12-29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샌더스에 대한 책 보기 시작했는데 반갑습니다

AgalmA 2015-12-30 04:16   좋아요 1 | URL
리뷰 기대할께요^^

만병통치약 2015-12-29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몇년을 가지고 판단하면 상식적으로 기호 1번만 아니면 누가 나와도 압승일텐데 돌아가는 상황은 1/3도 어려워 보입니다. 신기한 정치판이에요.

AgalmA 2015-12-30 04:17   좋아요 0 | URL
진짜 세상 웃기고 재미나다는 생각을 합니다~_~;;;

기억의집 2015-12-29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한공감합니다. 정권타도란 구호는 허공에 떠돌아 다니는 구호. 왜 그걸 모를까요!!

AgalmA 2015-12-30 04:17   좋아요 0 | URL
욕심에 눈이 멀면 머리도...;;;

단발머리 2015-12-29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주사회주의, 격하게 공감합니다.
샌더스.... 기억해야할 이름이네요.
우리 나라도 이런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으면...

AgalmA 2015-12-30 04:18   좋아요 0 | URL
변하려고만 한다면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죠~ 무엇보다 의지를 잃지 않아야겠죠

해피북 2015-12-29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치를 잘모르긴 하지만 제발 `국민들의 심판이 필요한때`라는 말좀 안들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적극적인 투표가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그런 사람으로 만드는 일도 정치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요. 관심없는 사람들에 관심을 사고 함께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도리어 국민 잘못으로 내모는 이야기가 짜증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ㅜㅜ

AgalmA 2015-12-30 04:22   좋아요 0 | URL
정말 짜증 연발탄 참 많이 쏴댔죠~_~; 댓글 조작단과 언론 장악 때문에 그런 미운 모습만 더 돌출되어 퍼진 것도 있겠지만 전략을 너무 못 짰어요. 계파로 갈려 너무 안 도와 주기도 했고. 내년 총선 얼마나 시끄러울지 벌써 부터 머리가 아파 오려고 하네요^^;;;
 

1. ˝실패˝에 대해서

《제 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송승환 시인이자 평론가는 수상자 황병승 시인에게 《육체쇼와 전집》에서 자주 나오는 카프카를 연결하며 `문학의 필연적인 실패`에 대해 말했다. 작가도, 시인도 도달할 수 없는 극지를 향해가는 실패자들-시시포스라는 비유는 이젠 흔한 정답이다. 우리는 매끄러운 정답보다 풍부한 관점을 바라는 정탐꾼이자 탐욕자이기에 흥미로운 제기가 아니었다.
《육체쇼와 전집》 해설을 맡은 황현산 평론가는 황병승 시인을 ˝실패의 성자˝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호명이었지만, 나는 그 표현이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해설에서 황현산 평론가는 근거를 직접 열거하며 설득하지 않는다. ˝독실한 마음가짐˝, ˝악마˝, ˝심판대˝ 시어들과 정황을 풀어놓으며 독자가 느끼길 바라고 있었다. 황병승 시인의 시처럼 황현산 평론가도 ˝환유˝를 쓴 평론이었다고 생각한다.

황병승 시인은 한국 시에서 흔히 쓰는 은유보다 환유를 잘 쓰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은유와 환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네ㅇ버 사전을 참조해 설명하면,
은유는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이고, ex) 내 마음은 호수
환유는 어떤 사물을, 그것의 속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낱말을 빌려서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ex)숙녀-하이힐, 우리 민족-흰옷

흔적님 서재에서 [이름과 정체성, 그리고 의미] 페이퍼- http://blog.aladin.co.kr/anuloma01/8099469를 보고 나는 아, 하게 되었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묻는 물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황병승 《육체쇼와 전집》
<보람 없는 날들> 중
˝`이봐, 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대체 네가 누구란 말이지? 젖가슴을 다 내놓고 시름에 빠져 있는 꼴이라니! 이것 봐, 너에게 안겨 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너는 짐꾸러미를 끌어안았다. 딱하기도 하지......`˝
˝네 자신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는 거야?!˝

<Cul de Sac> 중
˝그러면 선생은 누구의 형제(영혼)입니까˝

<부식철판> 중
˝당신은 언제나 당신 자신에 대해 아는 척했다.˝

황현산 평론가는 두 질문에서 유사성을 느꼈고 그래서 ˝실패의 성자˝가 나온 것이리라. 황현산 평론가가 가져 온 ˝성자˝는 발화자로서의 유사성이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위치˝에 대한 비유였을 것이다. 연극에서 인물 스스로가 자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서 나온 행동으로 그가 규정되듯 말이다. 이보게, 완전히 그럴까. 아래 시어들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신scene과 함께 여기까지 왔다> 중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역시 실패인가. 표현한 자와 보려고 한 자의 의도가 같든 다르든, 누가 누구에게 매혹되고 설득 당한 것이든 나는 정답에 관심 없다. 실패라도 상관 없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나는 또 이동한다. 다르지만 비슷한 것으로. 다음은 ˝아무 데(서)나˝이다.


2. ˝아무 데(서)나˝ 공유자들 - 우리는 나를 누구라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가

황병승 <솜브레로의 잠벌레> 중
˝나는 매일 아침 아무 데서나 태어나니까˝

이수명 <그대로> 중
˝흘러 다니다가 아무 데나 붙어버린다˝, ˝아무 데서나 내려오는 비를˝, ˝아무 데서나 새는 비를˝

이원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 중
˝아무 데나 펼쳐지는 책처럼˝

˝아무˝, ˝아무리˝, ˝아무(것)도˝ 등도 포괄된다. 시인들이 시어로 얼마나 많이 쓰는지, 작가들이 얼마나 천착하고 끌어내려 하는지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도 이 세계에서 끊임없이 그걸 느끼며 말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바로 ˝아무도˝들이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쩌면 ˝아무 데(서)나˝ 공유자이길.
우리는 나를 누구라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가.
나야말로 아무 데서나 이러고 있군.


끝으로 ˝아무것도˝의 대가인 토마스 베른하르트 뷔히너 수상 연설문 <그리고 결코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리라>를 덧붙인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연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되는 그런 연극 말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이 연극에 덤벼들지만 결국 아무 역할도 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연극의 흐름은 더 빨라졌고, 그리하여 중요한 대사를 제대로 읊어보지도 못한 채 놓쳐버리고 맙니다. 이 연극은 우선 전적으로 육체의 연극입니다.˝( 《제 13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p 141~ 142)

우리는 얼마나 살아 있는가. 그렇게 보이길 바라는 연극 말고 삶에 대해. 정녕 연극과 삶은 동일한가.
황병승 시인은 육체로 더 가까이 내려 왔다. 다음은 어디인가. 실패 속에서 어떤 부활을 꿈꾸는가.
현실처럼 예언처럼 ˝결코 아무 것도 끝내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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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2-28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극 말고 삶에 대하여,가 덧붙었네요. 페이퍼, 요즘 잡고 있는 생각과도 연관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요.

AgalmA 2015-12-28 21:38   좋아요 0 | URL
고치는 게 늘 일인 사람이라^^;;; 생각 따라잡기가 늘 버겁습니다ㅜ
생각과 시간이 늘 맞물려 가지요. 어쩔 수 없이...

yureka01 2015-12-28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헙....육체쇼와 전집...이 시집 가지고 있습니다.표지보니 반갑네요 ㄷㄷㄷ

AgalmA 2015-12-28 21:38   좋아요 0 | URL
yureka01님은 시를 엄청 아끼고 좋아하시니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

비로그인 2015-12-28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가면이라는 말, 수행적 연기라는 말이 눈에 띄었는데
연극이란 말을 듣게 되네요..저의 경우 은유에 대해 특별한 불편한 감정을 느낄 이유는 없지만
환유, 아니 은유와 환유의 관계는 흥미거리입니다. 연기가 꾸민다는 의미이기보다 치르어야
할 통과제의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지요. 황병승 시인의 언어는 어떤 근본적인 차원
을 생각하게 하는 듯 합니다. 기본적인 어휘, 수사 등에 대한 고려가 눈에 띕니다... 잘 읽었습니다.
재미와 의미이지요...

AgalmA 2015-12-28 23:13   좋아요 0 | URL
<사람, 장소, 환대> 점점 더 기대되는 말씀^^
˝연기가 꾸민다는 의미이기보다 치르어야 할 통과제의˝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본문에도 추가했는데, 연극을 보면 캐릭터는 그 스스로가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 따라 파악되고 규정된다는 점에서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대상화가 많이 부각되지만, 관찰자(관객)도 중요한 삶의 기본 요소라 볼 수 있겠죠.

네, 재미에서 의미를 찾고, 의미에서 재미를 찾는 연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