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논할 때 흔히 절대와 상대를 끌어와 관념 문제로 만들지만, 내 생각에 정의는 미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실 문제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행하는 것은 머리보다 현실(삶)에 더 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정권 타도˝는 그래서 공허한 구호가 되었다. 총선은 입법을 만들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지만 각 지역에 따른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이 아니라 생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버니 샌더스의 정치 철학은 처음부터 생활을 중요시했다.
무소속으로 버니 샌더스가 벌링턴 시장에 당선된 첫 승리에서...
˝이번 선거는 `교육`이 목표가 아니었다. 이기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선거운동은 이슈 중심으로 기획했고 버몬트의 최대 도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들, 시 행정부가 외면한 문제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기할 때 종종 나라 전체가 돌아가는 사정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한편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지만, 어쨌든 벌링턴 시민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거의 온 힘을 집중했다. 시장에 출마했지 미국 상원에 출마한 게 아니니까. 벌링턴 시민은 내가 시장이 되면 지역 차원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지 알고 싶어 했다. 그게 바로 내가 다룬 이슈들이었다.˝
버니 샌더스 정치 스토리를 보다가 이재명 성남 시장 생각이 대번에 떠올랐는데, 이 책 추천글에 이재명 시장이 있어서 ㅎㅎ했다.
스키 타고 선거 운동 했던 랜디 메이저 일화에서 배낭 메고 선거 운동 했던 박원순 시장이 생각나기도 했다. 특이한 선거 운동으로 두 사람 다 매체 관심을 받았지만, 랜디 메이저는 재밋거리로 끝났다면 박원순 시장은 대중에게 진지하게 다가간 것이어서 재선할 수 있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정치 체제에서 버니 샌더스는 무소속의원으로 `사회민주주의`라는 정치 혁명을 바닥부터 개척했다. 그 행보와 성과가 미국과 비슷한 정치 형세인 한국 땅에도 널리 알려 졌으면 좋겠다.
˝민주사회주의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빈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최고 부유층 15명이 하위 40퍼센트 국민보다 많은 부를 소유한 체제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외치는 것이며, 아이들의 급식과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줄이면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정부는 중산층과 빈곤층을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민주사회주의입니다.˝
˝지금은 소박한 꿈을 꿀 때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을 대다수 미국인들이 바라는 그런 나라로 만들 때가 됐습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키려면 정치 혁명이 일어나야 합니다.˝
남의 나라 정치인이지만, 슬쩍 보기만 했는데도 내가 정치판에 뛰어 들고픈;;; 그가 노력한 정치 전략 보면 여기서도 시도해 보고 싶다. 이재명 시장은 이 책을 읽었을 테니 더 알찬 행정을 해나가겠지. 요며칠은 그가 시행하려는 무상 교복 정책을 중앙 정부에서 막아(사사건건 아주...) 고생하고 있던데, 잘 싸워 나가리라 본다.
입나팔 말고 진짜배기 행동파 정치인들이 한국에도 많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변화를 만들도록 해야겠지. 썩은 부위 욕만 할 때가 아니다. 불씨가 죽지 않게 하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